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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이무것도 안 하는 직업이라는 책 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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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은 협력한다 | My Reviews & etc 2022-11-3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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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자연은 협력한다

디르크 브로크만 저/강민경 역
알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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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턴 역학은 우리 인류의 삶을 혁신적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사물의 움직임과 위치, 힘과 힘 사이의 관계와 결과를 미래 어떤 시점의 것으로 정확히 예측한다는 건 여러 모로 보통 편한 게 아닙니다. 지난 수백 년 간 과학 문명이 눈부시게 발전한 건 거의 전적으로 이에 기대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러나 과학의 발전 속도나 진척이 예전같지 않고 여러 한계점에 부딪히니, 이 세상이 뉴턴 고전 세계관으로 깔끔하게 설명되는 부분보다, 설명을 여전히 거부하는 복잡계가 버젓이 실존한다는 걸 우리는 새삼 깨닫게 됩니다. 따라서 이제는 복잡계의 운용 원리에 대한 설명이 가능한지에 대해 더 주목해야 할 때입니다.

복잡성이란 속성도 보기에 따라 기준이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p31). p44를 보면 황색망사점균이 최적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얼마나 탁월한지에 대해 저자가 이야기합니다. 그러지않아도 제약학계, 혹은 재료학계는 자연이 자신의 당면 과제를 풀어내는 패턴을 고대로 모방하여 혁신을 도모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하는 중이죠. 송나라의 유학자 주희는 격물치지의 오의를 특히 강조했는데, 서양 과학자들이 자연을 그저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스승처럼 여기게 된 추세를 보면 새삼 의미심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학을 사용하는 근본적인 의의는 생각을 정리하고 더 정확하게 표현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간략화하고 불필요한 것과 추상적인 것을 처리하는 과정을 간단하게 만드는 데 있다(p58)." 말이 좀 중언부언 같기도 합니다만 무엇을 주장하고자 하는지는 분명합니다. 세상 살면서 가장 철없는 사람들이 "수학 몰라도 사는 데 아무 지장 없다" 같은 소리를 겁도 없이 떠드는 부류죠. 저자께서 표현한 저런 의의 정도는 당연하고, 우리는 방정식을 보며 아직 우리가 현실에서 발견하지 못한 그 무엇이, 물리계의 작게 구겨진 차원 안에 숨겨졌을지를 치열하게 상상하고 추론합니다. 이것이 바로 해석의 영역입니다.

하이퍼링크라는 게 인터넷 서핑 할 때 이곳저곳을 넘나들게 해 주는 편리한 장치일 뿐 아니라 수학, 공학상의 중요한 탐구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p100 이하에서는 "비교적 신생 과학 분야인 네트워크 과학에 대한 멋진 설명이 이어집니다. 지수함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함수의 대표라면, 로그함수는 그 역함수이므로 훨씬 천천히 증가하는(증가함수이기는 하죠) function의 대표격입니다. 연결망의 크기는 노드 수를 아무리 늘려도 찬천히 늘어날 뿐이라는 건데 몇 년 전 주식판에서 5G 기대감이 그토록 높았건만 김빠진 결과로 모두를 실망시킨 건 이 때문입니다. 앞으로 통신망 혁신이라는 게 세대 이름을 바꿀 정도가 되려면 저궤도 인공위성 같은 또하나의 다른 차원 기술이 이 분야에 직접 도입될 정도가 되어야 합니다.

이 네트워크 공학(과학)은, 더군다나 최근 코비드19의 유행으로 각별한 다른 용도 하나가 더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 책 p128을 보면 예방접종의 효과를 기하학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 사례와 해석에서 저자는 "척도(가) 없는 연결망에서는 무작위로 실시되는 예방접종이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합니다. 자연과학, 또는 수학을 연구할 때도 이처럼 인문학적 통찰, 인사이트가 빛나는 순간을 보면 우리는 거의 감동을 받게 되죠.  

자기복제의 놀라운 이치를 규명한 프랙털 이론은 이미 1980년대부터 화려하게 각광을 받았더랬습니다. p163에 보면 모든 식물은 겉으로는 다르게 생겨도 생식하는 이치는 같으며,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이런 식물과 비슷한 구조를 재현할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이 나옵니다. 자기조직화 임계성이라는 단계에 이르면, 견고함을 넘어 극단적인 변화를 거쳐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 있는데(p169), 견고함과 환골탈태가 동일 지점 안에 공존한다는 그 섭리가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지구 시스템의 티핑 포인트(p199)" 이제 우리 인류는 기후 변화에 직면하여 어떤 분명한 기로에 섰습니다. 여기서 막아내면 우리는 그나마 현재의 환경에서 생존을 도모할 수 있고, 이 지점에서 안이한 인식으로 행동을 미루면 파국, 아포칼립스를 맞습니다.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고 어떤 미래를 부를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이 얼마나 용기를 발휘하고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하냐에 달려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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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혁명 시대 | My Reviews & etc 2022-11-29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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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간호사 혁명 시대

이경주 저
라온북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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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좋은 병원은 간호사들이 자기계발을 하고 실력을 쌓는 걸 지원해 준다... 결국 조직의 미래는 사람에 달려 있으므로... 실력을 갖춘 간호사들이 병원의 미래를 더욱 튼튼히 만들 것이고... 반면 인기 없는 병원은 어차피 (간호사들은) 그만둘 사람들이므로..(p43)" 이 다음에는 "말하는 대로 이뤄진다는 말이 있다. 그들을 인재로 키워낸 병원에 그 보답이 돌아올 것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병원뿐 아니라 사실 어느 조직이라도 요즘은 HR, 즉 인적 자원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습니다. 그러니 간호사들도 괜히 소속 병원에서 눈치나 슬슬 볼 필요가 애초에 없고, 전문인으로서 지속적인 자기계발의 필요를 자각함과 동시에, 병원 측에 대해 당당히 요구할 권리 같은 건 주눅들지 않고 주장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이 책을 읽으며 처음 알게 된 게 여럿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간호사분들이 일생에 걸쳐 직장 승진의 기회라는 걸 많아야 한 차례(수간호사로의 승진)밖에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직장에서 승진은 물론 급여의 상향이라는 금전적 이익을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사회적 지위의 상승에서 오는 자긍심(조직 밖이라고 해도)이 더 큰 혜택이라고 할 수 있죠. p45를 보면 이 점을 감안하여 여러 (앞서가는) 병원들에서는 간호사들의 자부심이나 사기 증진을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어 소속감 극대화나 만족도 증진을 꾀한다고 합니다. 이런 대목은 병원을 경영하는 분들이 꼭 읽어 보고 참고들 하셔야 할 것 같네요.

"간호는 한마디로, 인간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예술행위임을 나는 감히 단언한다(p85)."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일자리가 없어진다 어쩐다 해서 말들이 많았습니다. 간호사는 물론 의사 역시, 훨씬 똑똑해진 AI에 밀려 점차 직역이 축소되리라는 전망, 예측이 난무했었는데, 이 책 저자는 인더스트리 5.0(즉 5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간호사의 영역은 굳건하리라고 단언하십니다. 그 예로, 학교 폭력에 시달리다 증세가 악화한 환자를 놓고, 그 눈빛이나 정서의 변화를 봐 가며 진정시키고 상황 맞춤형으로 대응할 수 있는 자원이 과연 유능한 "인간" 간호사말고 누가 있겠느냐는 거죠.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센서티브한 판단과 임기응변이 여전히 남는 한, 저자의 진단이 맞을 듯합니다. 다만 각 직역에 종사하는 이들의 자질 향상이 그에 상응하는 정도로 이뤄져야만 하겠습니다.

"간호사의 진심과 사랑, 따뜻함, 대상자를 사랑하는 정성으로 사람을 바꿀 수 있다. 이것이 간호의 가치이며, 간호사의 존재 이유다(p128)." 확실히, 이런 마인드적인 측면의 서비스는 제아무리 정밀해지고 똑똑해진 AI가 등장한다 한들 대체 수행이라는 게 불가능하겠습니다. 대형 병원에 입원했을 때 어느 수간호사분께 저도 이런 봉사를 받아 보았기에 저 구절에 전폭 동의합니다. 반면, 아직 경험이 일천하고 소명의식이 부족한 일부 젊은 간호사들에게 부실한 응대를 받은 경험, 기억을 가진 이들도 많을 것입니다. 5.0시대에 간호사가 어떤 위상이 될지는 사실 상당 부분 간호사분들 자신에 달렸다고도 생각합니다.


"경쟁력의 차이는 연차가 아니라 경력 관리에서 나온다(p168)." 뭐 이런 이치는 비단 간호사뿐 아니라 사회의 모든 직역이 마찬가지이겠습니다만 저자는 특히 일류 간호사가 되기 위해 어떤 부분에 초점을 둬야 하는지 몇 가지 유익한 조언을 들려 줍니다. 졸업예정자 신분으로 병원 취업에 성공하는 게 가장 중요하지만 혹 여러 스트레스(아무래도 여성들이 많다 보니 이런 부분이 있나 봅니다)로 인해 여의치 못했다면 기졸자(경력직과는 다릅니다) 채용을 뚫어서라도 반드시 병원에 일단 취업을 하고 보라고 조언합니다.

다음으로는 일정 기간 동안 근속하여 경력을 만들라는 건데, 이 점이 경력관리에서는 의외로 중요한데도 많은 젊은 인력들이 그냥 대충 자신 기분대로 입사했다가 몇 개월 채우지도 않고 회사를 나옵니다. 쉽게 그만두는 지원자에게 채용 담당자가 호감을 갖기 힘든 건 너무도 당연한데 말이죠. 또 어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이지만 간호사 역시 인간관계, 인맥 관리를 중시해야 한다고 충고합니다. 아직 어린 학생들이라면 평생을 따라다닐 학교 선택에 있어서도 고민이 많이 될텐데 p229 이하에 학교 선택 기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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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위한 따뜻하고 냉정한 이야기 | My Reviews & etc 2022-11-2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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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을 위한 따뜻하고 냉정한 이야기

김재성 저
평단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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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은 간절함의 순서로 이뤄지지 않는다." 간절하다고만 해서 꿈이 다 현실이 되는 게 아니고 목표 달성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전략이 필요한지부터 인식이 갖춰져야 하겠습니다. 또 자기 능력이나 상황에 대한 객관화가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멘토가 될 만한 분의 조언을 경청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 책은 무엇보다, 두 파트로 나뉘어진 게 좋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위기와 좌절을 겪습니다. 이럴 때에는 (그게 아무리 맞말이라도) 팩폭으로 후려치기보다는 누군가가 좀 따뜻한 말을 해 줘야 할텐데, 책은 이런 이들을 위해 warm story를 준비합니다. 또 사람은 냉혹한 현실이 아무리 자신을 기다리고 있어도 정신 못 차리고 요행(p342)만 바라거나 게으름(p264)을 피우거나 착각(p160, p326)과 환상에 빠지기 십상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는 정신이 버쩍 드는 따끔한 일침이 또 필요한데 책에는 그래서 cold story가 나옵니다. 자계서가 이처럼 용도에 따라 두 부분으로 나뉜 게 무척 좋았네요.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근성 같은 게 또 필요합니다. 이걸 저자는 끈기 혹은 그릿(grit)이란 다른 말로도 표현합니다. 어떤 사람은 (머리뿐 아니라) 노력도 유전의 영역이라고 하며, 어떤 사람은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은 이미 끝났다고도 합니다. 그런 말도 전혀 근거 없지는 않겠으나, 설령 결과가 바란 대로 나오지 않더라도 모든 에너지를 불살라서 아낌없이 질주해 보는 성의는 가져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런 체험조차 한 번도 못해봤다면 그건 가성비 인생이 아니라 아무것도 뜨겁게 가슴에 품어 본 적 없는 불쌍한 낙오자에 불과합니다. 저자는 고승덕씨의 예를 들며 독자들의 분발을 촉구하는데 저자 역시 대한민국 최고 수준 스펙을 지닌 분이죠. 이런 분도 (아마도 겸손의 말씀이겠으나) 그 시작은 미미했으며 부단한 노력의 결과로 현재의 위치까지 올랐다고 하십니다. 일단 노력이란 걸 해 보고 나서 환경을 탓해도 탓해야 하는 거죠.


사람에게는 은사(恩師)가 꼭 필요합니다. p72를 보면 표절을 의심하는 선생님께 학생 시절의 김재성 저자께서 불손한 말을 내뱉었는데 이때 선생님께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따뜻한 말로 달래셨다고 합니다. 세상에는 이런 인격적 성숙을 갖춘 선생님이 계신가 하면, 학생의 앞날을 (자신이 충분한 촌지를 받지 못했다고 해서) 고의로 망치려 드는 시커먼 얼굴과 마음을 한 쓰레기도 있기 마련이죠. 뭔가 마음에 걸리기는 했는지 끝까지 더러운 핑계를 대며 합리화를 시도(p84, p328)하는데 쓰레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쓰레기인 법입니다. 교사란 정말 얼마나 숭고하고 큰 책임이 따르는 자리입니까.

그래서 사람은, 물론 스스로를 가혹하게 채찍질할 필요도 있지만, 도를 넘어 자책하고 나아가 자기 파괴에까지 이르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않아야 합니다. 어느 회사에도 남의 공을 가로채고 실책은 남에게 떠넘기려는 작자가 있기 마련이죠. 호불호가 갈린다느니 뭐니 하며 생트집을 잡는데 어떤 치밀한 계획 하에 일을 벌이기나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신의 못난 감정을 통제하질 못해 나오는 대로 지르는 것에 불과합니다. 이런 인간은 조만간 임자를 만나 혼쭐이 나 봐야 정신이 들겠지요. 저자는 결코, 이런 인간들에게 가스라이팅을 당하거나 감정을 낭비당하지 말 것을 충고합니다.

"직업과 집안을 따지기보다는, 30년 뒤에 잠에서 깨어나 보아도 사랑스러워 그 이마에 키스할 수 있는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라(p125)." 물론 결혼은 인륜지대사이므로, 다소 속물스러울망정 조건이나 환경을 다 따져 보아야 합니다. 그러나 일평생을 같이할 사람을 고르는 데에 있어, 인간적인 끌림이나 정서의 완전한 교감이야말로 판단의 첫째 기준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훨씬 긴 여정, 긴 호흡이 결혼에서는 요구된다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하겠네요.

몰입이라는 걸 해 봐야 합니다(p198). 몰입을 통해 그 당면한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서도 그러하며, 이렇게 자신을 하얗게 연소시켜 봐야 내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보다 분명한 진단과 점검, 좌표 설정이 가능해지죠. 몰입을 거쳐 본 사람은 말만 내세우고 이행이 없는 사람, 비겁한 사람, 험담쟁이, 사기꾼(p261) 등의 한심한 지경에 빠지는 걸 피할 수 있습니다. 의지(p314)를 가다듬고 건강한 승부욕(p336)을 불태우며 도전을 멈추지 않는(p236) 사람은 그 자체로 빛나고 멋진 사람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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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행성이 있었다 | My Reviews & etc 2022-11-27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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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푸른 행성이 있었다

프랑수아 를로르 저/양영란 역
마시멜로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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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뻬 씨 시리즈의 작가인 프랑수아 를로르의 SF라고 해서 사실 처음에는 큰 기대를 갖지 않았는데 왠지 감동 일변도로만 진행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또 SF는 역시 쓰던 사람이 써야지 같은 가당찮은 선입견도 있었는데, 그게 산산히 깨지는 게 역시 를로르 특유의 살살 빨려들어가는 이야기 솜씨는 정말 대단했습니다. 세팅이 어딘가 우리한테 대단히 친근한 요소들로 가득하고(이분은 우리 머리에 부담 주는 낯설고 어려운 소재는 절대 안 꺼내들죠), 그러면서도 세계관이나 캐릭터들의 구체적이고 개성적인 만듦새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더욱 촘촘해지는 게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분은 원래 의사이니.

주인공은 비범하면서도 우리가 뭔가 공감을 보낼 수 있는 매력 있는 젊은이입니다. 우선 화성이라는 콜로니에 거주하는 이들 중 전형적인 엘리트에는 끼지 못합니다. 이른바 "용도 불명"으로 분류된 개체이기에 저 척박한 환경에서 어떤 난제를 척척 해결하는 지배계급에 속할 자격이 없죠. 다만 탄생시에 일정 배려를 받았기에 노화가 느리고(뒤에 나오지만 아마도 시험관 시술을 통해 이 모든 장점이 유전자 조작으로 구현, 주입되는 듯), 이 점에서 썸타는 사이인 미시마 유(p22)와는 처지가 다릅니다. 또 AI인 아테나는 주인공 로뱅 노르망디(p18)를 두고 "권위 존중 면에서 낮은 점수를 주"었는데, 시스템에 대해 불평불만으로 가득하거나 확 뒤집어버려야 한다는 식(이른바 반역자 기질. p129)까지는 아니지만 은근 반항심을 품고 사는 우리네 평범한 장삼이사들의 정서와 아주 닮았기 때문에 뭔가 이런 개성도 마음에 듭니다.

이 미래의 화성 콜로니에서는 영어만을 씁니다. 나이가 꽤 많은 닥터 를로르 입장에서는 현재의 프랑스나 유럽 사회 역시, 마치 작중 화성의 미래처럼 모국어를 다들 잊어가며 영어를 만국 공용어처럼 쓰는 현실이 SF나 마찬가지로 여겨질지 모릅니다. 이 와중에 타인에 공감 잘하고 성대모사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 롭 같은 이가 미래에선 별난 재능(p114)의 소유자로, 이처럼 특별한 상황에서 예외적으로 주목 받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긴 노래 춤에 능한 재능이 인류 역사상 우리 시대처럼 높은 대우를 받았던 적이 없었듯이 말입니다.

"용도불명(p189)" 화성 콜로니에서는 인공지능의 발명 후 큰 변화가 일어났다는데, 바로 롭처럼 어정쩡한 사람들이 대거 "용도불명"으로 분류된 것, 다른 하나는 로봇의 발전 때문에 힘 쓰는 일을 하던 남자들의 역할이 크게 축소되어 사회에서 여성들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아니나다를까 이 소설은 남자 주인공 롭이 제시카라는 상급자에게 받은 성적 제안을 거절하자 불이익을 받는 장면부터 시작합니다. 요즘도 근절되지 않은, 군대 등 폐쇄적인 조직 안에서 빈발하는 sex harassment가 역패턴으로 벌어지는 셈입니다. 용도불명의 다른 말은 바로 "잉여인간(p218, p257)"입니다.

이 소설은 중반부터 마치 H G 웰즈의 <타임머신>을 보듯, 핵전쟁 후 폐허가 된 지구(="푸른 행성")에 임무를 띠고 귀환(?)한 롭이 에로스 섬, 또 불평등의 섬에서 목도한 갖가지 기이한(그러나 익숙한) 사회상을 보고 느끼게 된 바를 통해 일종의 문명 비판을 시도합니다. 에로스 섬은 아름다운 청춘남녀가 일종의 지상낙원을 이루고 사는 구역, 장애가 있거나 폴리아모리를 거부하거나 늙고 병든 이들이 거주하는 구역 둥로 나뉩니다. 봉 소바주(bon sauvage)라는 낭만 가득한 이데아가 바로 이들을 두고 이르는 말이겠습니다.  


다른 섬(롭은 여기에 아레스라는 이름을 붙입니다)은 그렇지 않아서 마치 우리 현대인들이 일구고 사는 사회와 비슷합니다. 쓸모가 떨어지는 개체는 부적응자 무능력자로 찍혀 서서히 도태되며, 강자가 약자 위에 군림하며 불평등이 당연한 이치로 간주되는 곳. 영리한 롭은 이 섬이 바로 자신의 원소속 공동체(화성 콜로니)와 조금도 다름없는 원리에 의해 움직임을 바로 통찰해 냅니다. 이 두 섬은 남자가 여자를 차지하는(분배하는) 방식이 극과 극이지만, 화성에서 이미 여성이 남성에 대해 우위를 차지해버린 상황과 대조된다는 점에서는 닮았습니다. "능력 위주의 사회(p272)"

쥘마 중위는 콜로니에서야 기세등등하게 지내던 엘리트 장교였겠으나 이곳 지구에서 포로가 된 후 어느 전사에게 성노리개, 기껏해야 출산 도구 이상의 취급을 못 받는 비참한 신세입니다. 어느 남성(열등한 종족인) 밑에서 종속적인 대우를 받는 자체가 참을 수 없지 않았겠습니까. 요령 좋은 주인공 롭이 순식간에 쥘마에 대해 상하 주종 관계를 세우는 장면이 우스우면서도 통쾌했습니다 ㅋ  이런 정직하지 못하고 속물스러운 여자는 그런 비겁한 술수에 당해도 마땅하다고나 할까요.

스케일이 크고 기술적 미장센이 꼼꼼하면서도 묵직하게 문명 비판을 담았으며 우리 독자들이 언제나 좋아라하는 선남선녀들의 로맨스까지 펼쳐져서 너무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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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최신판 건설안전기사 필기 기출문제집 10년간+α | My Reviews & etc 2022-11-2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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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23 고시넷 건설안전기사 필기 과년도 10년간+a 기출문제집

정권호,김도엽,국가전문기술자격연구소 편저
고시넷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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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산업기사 시험 교재 중 고시넷에서 나온 책은 이번에 처음 풀어 보는 건데 기대 이상으로 좋았습니다.

1) 일단 이 책은 기사 시험 전용입니다. 타 출판사(학원)에서 나온 교재는 대부분이 산업기사 겸용인데, 이게 교재비에도 산입이 되었을 뿐 아니라 적어도 60~70쪽 정도는 불필요한 내용이 덧붙여졌고 가뜩이나 두꺼운 책이 더 무거워지는 단점이 분명히 있습니다. 역으로, 산업기사 수험생들이라면 얼마나 더 불필요한 내용이 많겠습니까? 그래서 예전부터 기사는 기사 전용 책, 산업기사도 산업기사 전용 책으로 나와야 한다고 절감해 왔습니다. 이 책은 기사 전용이라는 것부터가 마음에 듭니다.

2) 편집이 예쁩니다. 다른 교재들은 너무 판에 박힌, 희미하고 식상한 2색도에 눈이 피로해지는 성의 없는 편집이 많은데, 기사 시험이라는 게 워낙에 공부 양이 많다 보니 편집이라도 좀 예쁘게 되어야 그나마 공부가 덜 힘들고 책이 덜 싫어지고 덜 지칩니다. 실제로 공부를 해 보신 분들은 다 공감하지 싶네요. 제가 여태 본 중에는 이 고시넷 책이 보기에 가장 편하고, 또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깔끔하고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옵니다. 물론 이는 어느 정도 취향의 영역이므로 개인 차가 있을 수 있겠네요.


기출문제 풀이이다 보니 빠르게 문제를 풀고, 답을 확인하고, 그에 딱 알맞은 해설을 읽어 정리하고, 기본 이론 핵심 사항까지 눈에 넣고 익히는 과정이, 바로 이런 기출문제집을 푸는 목적이고 본질입니다. 이 고시넷 책을 읽어 가면서 가장 마음에 든 게, 기출문제집의 효과적인 풀이와 소화를 위해 최적화한 모습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위 사진에 나오듯 3색을 적절히 넣었고, 항목별로 채도를 세밀히 조절하여 독자가 보기에 너무 편합니다.

p125의 19번 문제를 보면, 답은 ②라고 나옵니다. 많은 다른 교재들이 아쉬운 건, 오답 혹은 정답이 왜 오답이거나 혹은 정답인지에 대해, 콕 집어서 설명을 하지 않고 빙빙 돌려서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런 설명도 말 자체는 맞으나, 해당 문항에 대한 적실성 있는 해설이 아니면 머리에 잘 들어오질 않습니다. 이 교재는 기출문항이 있으면 답을 하단에 제시하고, 그에 관계 있는 해설만 딱 잘라서 게재하는 경제적인 편집이 아주 좋았습니다. 필요한 설명만 나와야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오답은 ②라는 건데, 그럼 어느 부분이 틀렸다는 건가, 동시 10명이 아니라 연간 2명이라고 해설에 나옵니다. 10명과 2명의 차이에도 주목해야겠지만, 동시냐 아니면 1년을 단위로 한 연인원이냐의 차이도 유념해야 합니다. 이런 핵심을 잘 정리해서 눈에 잘 들어오게 한 게 이 교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하겠습니다.

산업안전 직렬에서 이해하기 가장 어려운 단원들 중 하나가 인간공학, 시스템안전공학입니다. 각 문항마다 이게 몇년도에 출제되었는지 일일이 다 명기되었습니다. 혹 해당 연도 외에 츨제 연혁이 없다면 빈칸으로 그냥 남겨 둡니다. 또 이 교재만의 특성이 repetitive learning bar가 따로 있어서, 문제집을 몇 회독으로 풀었는지 수동으로 체크할 수 있게 했다는 점입니다.

p451의 52번을 보면 이게 확률을 구하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논리곱의 개념을 정확히 이해해야 하며, 여사건(餘事件)에 대해서도 제대로 파악을 해야 정확한 답이 나옵니다. 제가 이 문제를 풀면서, 정확하고 요령 있는 해설이라는 게 바로 이런 걸 가리키는구나 싶더군요. 또 곱셈의 배분법칙을 올바로 적용할 수 있어야 마지막까지 정확한 답이 나오겠습니다.

p691의 67번을 보면 그래프를 이용한 복잡한 계산 문제인 듯 보여도 의외로 싱겁게 풀립니다. 해설을 보면 단기하중에 대한 허용지내력의 1/2가 장기하중이라고 나오므로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이 간단하게  풀립니다. 이런 게 이 교재의 가장 큰 장점, 군말 없는 해설의 미덕이겠습니다.

눈에 잘 들어오고 깔끔한 편집, 출제 연혁에 실기 시험까지 포함된 성의 있는 분석, 핵심 이론의 적절한 배치로 해설의 확장력을 극대화한 꼼꼼한 레이아웃 등이 이 교재의 최고 장점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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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비는 줄이고 매출은 오르는 배달앱 마케팅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2-11-2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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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광고비는 줄이고 매출은 오르는 배달앱 마케팅

백진원 저
새로운제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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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은 소비자에게 아주 편한 방법으로 지역 내의 맛집을 두루 경험하게 돕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게다가 각종 할인 쿠폰도 제공받고, 무엇보다 내 느낌을 표현할 수 있는 후기 작성 기회가 있어서 더 좋습니다. 게다가 별 5개 후기를 쓰면 많은 가게에서는 그에 대한 작은 보상으로써 서비스 요리를 제공하기도 하니...

그런데 이건 소비자 입장에서 그리 받아들인다는 것이며, 가게 사장님 입장에서는 이 배달앱이라는 게 어떨까요? 십 년 전에는 사장님들이 모여 공동으로 광고 책자를 나눠주고, 책자를 보고 주문한 이들에게 주문 건마다 책 1권을 더 주어 몇 권이 모이면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이런 홍보 방식은 완전히 사라졌는데 전적으로 배달앱이 이런 구 방식을 싹 몰아낸 결과입니다. 게다가 배달앱은 그저 소비자와 가게를 연결만 시켜 주는 게 아니라, 가게와는 별개로 배달원들을 자체 관리하는 플랫폼도 운영합니다. 이 배달 플랫폼 때문에라도 앞으로 배달앱은 누구 입장에서도 대체 불가한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듯합니다.

배달앱 쓰면 울트라콜이라는 게 있는데 아무래도 소비자(주문자) 입장에서는 상단에 노출된 샵, 한 번이아니라 여러 번 노출된 샵에 더 손이 자주 가게 되죠. 그러면 울트라콜이라 해서 모두 같은 효과가 나는가? 그렇지는 않다고 합니다. 지역마다 취향이 달라서, 지역1에 노출되었을 때가 지역2보다 클릭 수가 높거나 한다면? 또 클릭 수가 같은데도 주문 수가 결과적으로 차이가 난다면? 이럴 경우 가게의 메뉴나 구성혹은 퀄리티)을 쉽게 바꿀 수 없다면, 지역1에 지역2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전략을 바꾸는 게 낫겠죠. 이처럼 경영 전략을 바르게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데이터를 배달앱은 사장님들에게 제공하며, 사실 사장님들이 앱 측에 내는 수수료에는 이런 대가도 포함된 것입니다.


배달앱이 제공하는 또하나의 장점은 가게 입지나 유동인구 변수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워진다는 것입니다. p58에서 저자분은 배달앱 덕에 임차료가 그나마 덜 부담되는 곳에 입점할 수도 있고 이 장점을 최대한 이용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물론 홀매장에서의 매상고가 중요한 곳도 있고, 요즘 부쩍 늘어나는 포장주문(주문자가 직접 샵을 방문하여 찾아가는 방식) 같은 걸 생각하면 위치는 여전히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장님의 현재 처지에 따라 보다 유연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게 된 건 분명 장점입니다.

배달앱에서 제공하는 프로모션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배x에서는 요즘 가게에서 제공하는 쿠폰 말고도, 앱의 특정 메뉴를 통해 가게에 들어갔을 때 쓸 수 있는 추가할인(증복) 쿠폰을 또 주는데 이 기회를 통해 더 익숙해진 가게는 새 고객을 확보하게 되죠. p93에는 요x요에서 진행하는 요타임딜이라는 게 나오는데 이 할인기회는 주문자가 일정 시간 안에 결정을 해야만 할인이 적용되는 독특한 성격입니다. 다만 저자는 이  프로모션은 가게 입장에서, "사장님이 직접 배달을 하지 않는 한 쳐다보지도 말아야 할" 방식이라고 합니다. 사실 어떤 가게는 반드시 사장님(이나 가족분들)이 직접 배달을 오는데 수수료 구조상 이것 비슷한 이유가 있어서겠죠.

쿠폰 종류도 배x의 경우 요즘은 바로사용쿠폰이라는 게 새로 나왔습니다. 최소주문금액에 제약을 덜 받는 쿠폰인데 이 마크가 붙었으면 소비자 눈에 더 잘 띄는 효과가 있는 정도이고 이것저것 자기한테 맞는 패턴으로 소비하는 이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는데, 여튼 이것도 앱 측에서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기법이죠. 이 경우 사장님은 (클릭률이 높아진 대신) 마진에서는 타격이 오므로 모든 메뉴를 인상한 후 이 방법을 써야 효과적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아닌게아니라 우리 동네 어느 피잣집 사장님도 그러고 있더군요.

책 곳곳에서 저자는 소비자들의 "심리"를 공략하라는 충고를 합니다. 원산지 표기란도 물론 법에 의해 의무로 규정되었지만 그런 수동적 이유 말고도 "소비자가 처음으로 마주치는 텍스트란"이기 때문에 이 가게에서 주문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심어 주라는 것입니다. 역시 배달앱 전략도 고객과의 공감, 소통 능력이 중요하다는 점 알 수 있었네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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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배당주 투자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2-11-24 0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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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생이 즐거워지는 중국 배당주 투자

정순필 저
스마트비즈니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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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주식은 대체로 배당이 짜다는 게 문제입니다. 예전에 포항제철(현 포스코), 삼성전자 등 이른바 블루칩을 사 둔 사람들은 수십 년이 지난 후 큰 돈을 번 기억이 있기에 한국인들은 이른바 가치 투자(꼭 워런 버핏의 가르침이 아니라 하더라도)에 대한 확고한 믿음 같은 게 있습니다. 그렇다고 좋아 보이는 주식을 사서 무작정 묵혀두면 상수일까요? 요즘 이런 미련한 방식을 고집하다가는 커다란 기회 비용을 치르기에나 딱 좋습니다.

저자는 p11에서 "가치 투자란, 좋은 산업에 속한 멋진 회사를 적정 가격에 매입하되, 진정한 가치를 따져 보고,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이라고 합니다. 이 말씀은 참 의미심장한데 회사가 아무리 좋아도 속한 산업군이 나쁘면 결국에는 성장에 한계가 있습니다. 또 최고의 산업군에 속한 최고의 회사라 해도 투자자가 나쁜 가격에 들어가면 뭐 무슨 수익을 내기가 힘듭니다. 가치 투자의 핵심 조건이 저 문장 안에 다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리츠(REITs) 투자는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강조되었으며 저도 개인적으로 책 몇 권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남겼던 기억이 있네요. 아무래도 한국인들이 중국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기는 여러 가지로 어려움이 따르고 기술적 장벽도 있으니 이런 간접 투자 방식이 제안되는 건데, 그렇다고는 해도 현지에서 부동산 전망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으므로 그 결정은 대단히 신중해야 하겠습니다. 그래서인지 원래 중국 배당주를 소개하는 이 책이지만 초반부에 대뜸 추천되는 회사는 미국 회사인 리얼티인컴입니다. 저자의 취지는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 못지 않게 "배당"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겠습니다. 

p35 이하에서는 뉴욕 거래소와 나스닥에 상장된, "배당주"라 불릴 만한 여러 종목들이 소개됩니다. 이 부분도 정리가 깔끔하게 되었기에 꼭 중국 주식 이런 게 아니라 해도 해외주식, 미주 하는 이들이 두고두고 참고할 만한 좋은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또 이런 순위는 영구 고정이 아니므로 책에서 가르쳐 주는 기준점을 잘 파악했다가 raw figure를 알아서 찾아서는 자신만의 기준점을 설정하고 최적화한 프레임에 채워나가며 일관된(그러나 일신우일신하는) 투자를 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p77을 보면 비단 중국 주식뿐 아니라 배당주를 골라내는 기준으로 저자는 "성장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에서 등락하는 것"을 꼽습니다. 아무래도 성장주라고 하는 건 아직 평가가 확립이 되지 않았고 여러 비합리적이고 변덕스러운 기대가 개입하기 쉽습니다. 배당주는 앞으로 그 가치가 폭등하거나 할 가망은 적으나 그 대신 고수들에 의해 검증이 일차 끝났으므로 오르든 내리든 그 폭이 안정적이며 특히 하방이 튼튼하다는 게 장점입니다. 아무리 배당을 많이 줘도 순식간에 주가가 폭락할 위험이 도사린다면 그런 종목은 적어도 배당주 투자에 적합한 주식은 아닙니다.


한국에서 바이오주는 물론 제약주도 그리 마음 놓고 살 종목들은 아닙니다. 중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은데 저자는 "중주 하면서 제약주를 빼놓는다면 앙꼬 없는 찐빵(p82)"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런데 시세차익을 두루 염두에 두고 만들어진 포트폴리오라면 물론 제약주를 반드시 편입해야 하겠으나 주제가 배당주이니 살짝 고개가 갸웃해지기도 합니다. 저자는 특히 항서제약의 경우 여태 매년 고배당을 이어왔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또 중국 정부에서는 앞으로 양표제(다이렉트 유통)를 실시할 예정이라 앞으로 중소업체가 시장에서 대거 퇴출되고 빅메이커 위주로 재편되리라는 전망에 근거하여 이 종목들을 긍정적으로 봅니다.

한국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 보험, 통신사라고 하면 적어도 큰 폭 하락으로부터는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틀 전(금요일) 한국 정부가 두 통신사에 대해 5G 주파수를 회수한다는 초강수를 두었는데 이런 대형 악재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일단 크게 떨어지진 않았으며 이것만 봐도 이 섹터의 하방경직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책에도 중국의 해당 섹터에 속한 여러 종목들이 추천됩니다.

중국도 가스 위주 난방이니만큼 업스트림, 또 다운스트림 여러 업체가 앞으로도 유망하겠고 책에서도 그런 이유로 관련 이런저런 회사가 소개되네요. 회사의 실적과 매출 규모를 보니 우리네 삼o리 같은 곳과는 사이즈 자체가 다른데 하나 이해가 안 되는 건 이런 쟁쟁한 회사들을 제치고 마ooo 같은 게 시총에서 훨씬 앞선 순위냐는 거죠.

배당주는 이런저런 스몰캡이나 성장주보다 위험이 덜하고 마치 채권처럼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이 기대된다는 장점이 있고 요즘 같은 경기침체기에 더욱 메리트가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 자체에 리스크가 깔려 있는 만큼 배당주라고 무작정 믿을 건 아니고, 수시로 변화하는 시황을 관찰하며 철저히 자기 책임, 판단 하에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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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통감(資治通鑑) ④ - 사마광 著, 신동준 譯註, 인간사랑 刊 | My Reviews & etc 2022-11-23 05:29
테마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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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자치통감 4

사마광 저/신동준 역
인간사랑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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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전을 쉽게 풀어쓴 대중서, 자기계발서의 저술뿐 아니라 고전 저작 자체의 완역에 오랜 시간 동안 헌신해 온 고 신동준 선생의 유작 격인 <자치통감> 네번째 권입니다. 자치통감이라고 하면 권중달씨 역본이 국내 독자들에게 유명하겠고 그 책도 최근 개정판이 나오는 중이나, 고 신동준 선생의 번역판은 고전 무엇을 대상으로 삼았든 간에 기존 정평 있는 책의 대안이 될 만합니다.

이를테면 사마천의 <사기>가 그러했는데 그 고전은 정범진 본, 김원중 본 등이 인기를 얻었지만 신동준 역본도 전권이 다 출간되었더랬습니다. 신 선생의 번역은 1) 중국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가 충분히 반영되었고 2) 구체적인 구절 하나하나를 꼼꼼한 분석 대상으로 삼아 가능한 여러 해석 경우의 수를 제시하고 이들을 대조 비판하기 때문에 독자에게 더 넓은 지평을 제공합니다. 따라서 중국 고전을 보다 깊이 읽고 싶은 독자들에게 신동준 역본은 거의 필수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자치통감>이라고 하면 역시 개인적으로 권중달씨 역본(구판)을 다 소장하고 읽었습니다만, 또 앞에서도 언급했듯 현재 이 4권까지 나온 신동준 박사 역본이 그보다 못한 바 전혀 없으며, (이미 언급한 몇 가지 특장점에 주목하자면) 이 신동준 역본이 오히려 낫다고까지 생각합니다. 권중달씨 본도 원문을 싣고 있지만 신 박사는 그가 옮긴 모든 고전에 원래부터 한문 원 텍스트를 함께 실어 왔고 특히 이 자치통감 4권에서 그 메리트가 유감 없이 드러납니다. 또 기간(旣刊) 타 역본들이 한 가지 해석만을 내세우는 데 그친다면, 신 박사 번역은 논쟁의 소지 있는 대목에서 어물쩍 넘어가는 일 없이 무엇을 짚어도 다양하게 짚어 주며 이 과정에서 독자의 소양도 덩달아 늘어납니다.

이 자치통감 4권은 후한 시대를 열어젖힌 광무제 유수의 업적 중 하나인 공손술 토벌(AD 30)부터 사건 기술을 시작합니다. 공손씨는 이 사람이나, 한참 뒤 후한말의 공손찬(역시 삼국연의의 중요 인물 중 하나), 잠시 후 위나라 때의 공손연까지 해서 매번 지방에서 할거하다가 중앙 정부로부터 토벌 대상이 되곤 한다는 게 특이합니다. 이 기사들에서도 드러나듯 유수는 경거망동하지 않고 상황을 냉철하게 관망하다가 정교히 계산한 끝에 주저없이 척척 두는 수들의 힘이 무서웠던 인물입니다. 그러기에 삼백 년 후 5호 16국 시대 후조를 세운 갈족 석륵이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곤 했죠.

건무 30년의 기사를 보면(이 책 p177) 급사중 벼슬의 환담이 황제에 간(諫)하는 대목이 있는데 그는 공자의 <논어>를 직접 인용합니다. 신동준 박사는 여기에서도 역주를 통해 논어 해당 구절이 어디인지를 구체적으로 적시하며 그의 장기를 발휘합니다. 이런 태도는 독자가 혹 궁금함이 생길 경우 일일이 검색하는 수고를 크게 덜어 주며 타 역본에서는 좀처럼 베풀지 않는 친절함이기도 합니다. 이런 치밀함은 예컨대 p582의 각주 163번에서 다시 <논어> 미자편을 인용하는 대목에서도 확인 가능합니다. 또 p616 역주 180번에서 過則勿憚改(과즉물탄개)라는 유명한 성어를 적시하는 곳에서도 그러합니다.

중국에 불교가 본격 성행한 것은 남북조 시대입니다만 후한 초부터 이미 천축의 종교가 널리 중국에 전파되어 큰 영향을 끼치는 중이었습니다. p213 이하를 보면 명제(광무제의 넷째 아들)이 불(佛)이라는 신적 존재의 가르침에 큰 관심을 보였고 고승을 우대 초빙하는 대목이 나옵니다. 다만 이에 대해, 완고한 유학자였던 저자 사마광은 대단히 피상적인 태도로 서술하는데 이는 그의 이해가 짧아서라기보다는 고의적인 무관심 노출로 보입니다.


p253을 보면 명제의 생모이자 광무제의 정비였던 음려화가 거명되는데 낙양에서 이름난 미녀였던 이분과 유수의 젊었을 적 로맨스는 직전권인 제3권에 잘 나옵니다. p328에 보면 걸신과 의위라는 까다로운 어휘에 대한 설명이 역주에 나오는데, 바로 이런 점이, 현대 중국 학계 연구 성과를 꼼꼼히 훑는 신 박사만이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장기라고 하겠습니다. 또 신 박사는 고교 시절부터 서울대 재학 기간 동안 한학의 대가들을 충분히 사사한 데서 비롯한 튼튼한 베이스를 갖춘 분이기도 하죠.

인간사랑은 지금까지 신 박사가 옮긴 거의 모든 중국 고전을 묵직하고도 예쁜 장정에 담아 내용 면에서도 정확한 편제로 독자들을 맞아 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의 멋진 미관 면에서도 인간사랑판이 타 번역본들을 압도한다고 평가합니다. 삼국시대까지를 커버하는 신동준 역 <자치통감>이 부디 무사히 완간되어 고전 애호가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음 5권이 특히 삼국시대를 다루므로 게임 마니아들이라든가 삼국연의 애독자들 중 진수의 정사 등에 만족 못 하는 분들에게 큰 선물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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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 My Reviews & etc 2022-11-22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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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마지막 이야기 전달자

도나 바르바 이게라 글/김선희 역
위즈덤하우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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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열광하는 건 단순한 지식이나 팩트가 아니라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으며 듣다 보면 어떤 영감까지를 선물하는 "이야기"입니다. 왜 이렇게 이야기를 좋아들 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어려서부터 할머니나 엄마가 들려 주는 이야기에 포근히 감싸안기는 건 동양과 서양이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 문명이 마침내 어리석은 물욕이나 호승심을 버리지 못하고 핵전쟁으로 멸망한다 해도, 행여 재기의 희망이 조금이라도 남아 가냘픈 싹을 틔운다면 그건 바로 이야기를 통해서일 것입니다.

십여 년 전 <더 기버>라는 베스트셀러가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는데 그 소설의 내용도 이야기의 어떤 전달을 제재로 삼았더랬습니다. 2022년, 즉 올해 뉴베리 대상을 받은 놀라운 아동문학(소설)이, <더 기버>의 주제를 다분히 닮은, 그러면서도 사연이 해리포터 연작처럼 더 발랄하고 더 경쾌하게 진행되는 바로 이 작품입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스케일도 크고 세계관도 촘촘해서 앞으로도 계속 연작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습니다. 소속 장르도 SF라서 보다 지적인 독서를 좋아하는 성인층도 얼마든지 푹 빠져가며 책을 읽어갈 수 있겠네요. 

"우리는 아름다운 것들을 너무 많이 남겨놓고 떠나야 해. 이처럼 강력한 힘과 복원력을 지닌...(p42)" 사람이 죽을 때 서러운 이유는 그간 벌어놓은 돈을 싸짊어들고 갈 수가 없어서도 아니고, 살아서 누린 그 모든 쾌락을 더 이상 누릴 수 없어서도 아니며(어차피 육신이 늙으면 기회가 있어도 못 즐깁니다), 바로 그토록 애정하고 애착하던 것들을, 사람들을 이 세상에 놔두고 먼저 가는 서러움 때문입니다. 아침에 사랑하는 아내를 집에 두고 출근할 때조차(어차피 몇 시간 뒤면 다시 보는 데도) 다소의 슬픔이 밀려옵니다. 갓 친해진 친구들을 고향에 두고 잠시 타지에 연수를 떠날 때도 아쉬워서 눈물이 맺히는 게 아이들의 마음입니다.

하물며 세상이 멸망의 위기에 처했고 내가 각별한 사명을 띤 채 모처로 떠나야 한다면, 이 안타까운 감정은 무엇과도 비길 수 없이 강렬하게 당사자(아직 너무도 어린 소녀 페트라. 이 소설의 1인칭 주인공)에게 닥쳐 옵니다. 내러티브는 차분하고 명랑하기까지 하지만 그 뒤에 숨은 마음은 우리 독자에게 절절히 전해지죠. 그 작은 두 어깨가 얼마나 묵직하게 짓눌려 왔겠습니까.


페트라의 이름 어원은 p104에 나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기독교 사도 베드로와 같습니다. 여기서 주인공 페트라는 다소 자신 없고 떨어지는 자긍심이 서린 태도로 답을 합니다. 그러나 엄마는 이런 순간에도 페트라를 격려하며 그 이름에 담긴 아름다움에 대해 다시금 강조, 환기합니다. 고전 라틴어 직계인 스페인어의 아름다운 향연이 펼쳐지는 이 작품에서 이름부터가 "금발"이란 뜻인 루비오도 역주를 통해 p114에 그 뜻이 독자에게 소개됩니다. 

"엔 코그니토의 다운로드 가능한 지식은 장기와 뇌가 즉각 잠들게 합니다.(p48)" 아빠, 엄마, 벤, 하비에르... 모두가 어린 페트라의 긴 여정을 응원하며 또한 다정하게 힘을 불어넣어 주려 애씁니다. 세상이 얼마나 발전했으면 이처럼 기계적 프로세스를 거쳐 간단하게 지식의 마이그레이션이 가능해졌겠습니까. 그러나 사람의 영혼에다 그 모든 벅찬 감정, 아름다운 추억, 밀려오는 행복감, 촉촉한 슬픔 등을 함께 불어넣는 건 오로지 이야기입니다. 그것도 전달자의 정말로 특별한 능력과 포근한 공감을 통해서만 말이죠. "이게 바로 그거야. 넌 이걸 과학으로만 보지 않을 거야(p87)." 따뜻한 아빠의 말입니다. 이 말이 그대로 실현되리라는 걸 우리 독자들 모두 알고 있기도 하고요.

"산소가 폐로 쏟아져 들어왔다(p96)." "나는 바이저를 벗었다.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콧구멍으로 훅 밀려왔다(p195)." 맞습니다. 그토록 잘 통제된 위생적 환경에서 아무리 잘 관리를 받았다고 해도 자연의 순일한 자양이 끼치는 선한 영향만큼 달콤한 건 또 없습니다. p93의 페트리코와도 비교해 보십시오. 이 역시 페트라에 지소사(diminutive)가 붙어 만들어진 단어죠.

"다음에 올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위험을 모두 제거하는 게 좋다. 설령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 온다고 해도(p304). " 이게 인간입니다. 내 당대의 쾌락과 이익만을 위해 자원과 환경을 소진, 낭비하자는 마음가짐이라면 나와 내 이웃, 내 후손까지를 모두 망치는 원흉입니다. 콜렉티브, 콜렉티브... 단합, 동지애. "콜렉티브를 위하여(p223, p334 등)" 콜렉티브를 통해 나는 나보다 더 큰 나로 발전하고 합일합니다.

이 작품에는 신기하게도 한국인의 정서와 통하는 상징, 배경, 사건들이 많이 등장하며 심지어 p77에는 벤이 페트라에게 전수하려는 지식 중에 "한국어"도 있습니다. "책은 우리의 언어가 되었습니다. 우리의 집이 되었고, 삶이 되었습니다.(p335)" 꼭 마르틴 하이데거의 비슷한 말이 아니라도 이 말은 여전히 큰 울림으로 다가오며, 사실 이야기야말로 우리네 존재의 본체입니다. 너무나 벅차게도.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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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타르튀프 | My Reviews & etc 2022-11-21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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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타르튀프

몰리에르 저/김보희 역
미래와사람(윌비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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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프랑스 고전 희곡 3대가를 배울 때 라신, 코르네유와 함께 이름을 알아야 했던 극작가가 바로 이 몰리에르였습니다. 다분히 사회풍자적, 인습타파적 주제를 내세운 이 명작은 일단 현대 독자가 읽기에도 재미가 있으며, tartuffe라는 단어 자체가 "위선자"라는 의미를 선명히 갖게 된 것도 이 작품 덕분이라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재미있는 개성을 지녔기에 독자들이 더 흥미롭게, 비록 연극이 아닌 지면상의 독해를 통해서일망정 몰입할 수 있습니다.

위선자는 대체로 사회에서 무시할 수 없는 지위를 가진 이들이 많았습니다. 기독교의 신약을 읽어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당대의 율법학자, 바리새파를 "회칠한 무덤"에 비유하며 신랄히 비판하는 대목이 많은데 그 비판의 핵심이 "위선자"라는 것이었습니다. "바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가 선행의 핵심인데 위선자들은 정반대로 가장 남들에게 잘 드러나보이는 방식으로만 (가짜) 선행을 베풉니다. 이러니 이것은 이미 선행이 못 되며, 오로지 자신의 악덕과 무능을 위장하여 불측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수단일 뿐입니다.

타르튀프가 어떤 방법으로 위선을 떨었는지 구체적으로 이 작품에 나오지는 않으나 주인 나리인 무슈 오르공, 그 모친인 노마님 페르넬 등이 식객 비슷하게 모시고 쥐여준 재물을 아마도 아낌없이(또 보란 듯이) 빈자들에게 나눠 준 듯합니다. 나이가 어떻게 되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는데 아마도 부유층으로부터 호감을 살 만큼 적당한 미남자인 듯하며(p55 하단 시녀 도린의 대사 중에서라든가) 화술도 대단히 세련되었으리라 짐작이 가능하죠. 엘미르는 무슈 아르공의 후처인 듯하며 따라서 남편과는 나이 차가 제법 나리라는 것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아마 의붓딸 마리안과도 세대가 비슷하겠으며 따라서 저 끔찍한 타르튀프가 두 여인을 동시에 노리는 수작을 부릴 수도 있었겠습니다.

극은 두 번에 걸쳐 놀라움을 주는데 한 번은 무슈 아르공이 갑자기 타르튀프를 사윗감으로 결정하는 2막의 초반입니다. 노부인이 독실한 가톨릭 신앙인(처럼 보였던 사기꾼)에게 존경심을 품는 건 또 그러려니 했었으나, 느닷 등장한 아르공마저 아예 딸을 "비렁뱅이"라 불릴 만한 무일푼 식객에게 주리라고는 아무도 예상치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 극에서 가장 현명하고(따라서 노마님과 주인의 어리석음을 가장 정확히 꿰뚫어본) 아마도 대사의 분량도 가장 많을 시녀 도린조차도 "주인님"이 그처럼이나 무모한 결정을 하리라고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죠. 아무튼 이 속이 시커먼 사기꾼을 보자면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 드 파리>에 나오는 프롤로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특정 여인에 대한 정욕을 못 이겨 악마로 타락해 버리는 자칭 성직자였던.


두번째로 놀라운 건, 아직 시녀 도린의 일방적인 험담이나 고발 말고는 그 비천한 인격을 평가받을 만한 아무 근거도 나오지 않은 타르튀프가 그야말로 급작스럽게 안주인 엘미르에게 고백을 하는 장면입니다. 시쳇말로 "고백으로 혼내준다"고도 하지만 이런 천만뜻밖의 수작이야말로 상대방에게 극한의 당혹감을 안겼을 뿐 아니라 이 가공할 만한 사기꾼의 모든 책략을 수포로 돌아가게 한, 바보 같다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한 실수였습니다. 이런 짓만 하지 않았어도 타르튀프는 훨씬 쉽게 그의 목적을 달성했을 터입니다. 아무튼 마치 삼국연의에서 맹달이 조비의 마음을 사로잡듯, 이 사기꾼은 노마님과 가장을 홈빡 반하게 만들어 그 시커먼 속셈, 사람의 양심과 도덕이라곤 한 줌도 남지 않은 짐승의 심보를 그대로 드러내기에 이릅니다.

시녀 도린은 춘향전에서의 방자와 향단 역을 마치 한 몸에 합쳐 놓은 듯한 미친 존재감과 매력을 뽐냅니다. 반면 로랑은 산초 판사처럼 재미난 사이드킥 역할이 기대되었으나 별반 하는 일이 없고, 결말에서 중앙집권국가의 기반을 다져 나가던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의 현명한 처사 덕택에 그 악랄한 사기꾼의 음모가 일거에 무산되는 식이라서 근세 유럽 고전기 희곡의 개연성, 완성도가 다소 아쉬웠습니다. 쉬운 번역이라서 초심자가 무리 없이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었던 게 최고 장점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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