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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읽어보고 싶.. 
너무 꼼꼼하게 리뷰를 올려주셔서 .. 
리뷰를 보아하니 책 내용도 너무나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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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라디오 드라마 극본 선집 2 | My Reviews & etc 2022-05-31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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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김영수 라디오 드라마 극본 선집 2

장원재,광화문영상미디어센터 공편
한양대학교출판부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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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20여편의 작품, 그리고 그 외 이 작가분이 쓴 다양한 장르의 글들이 수록되었습니다. 그 중 제가 특히  재미있게 읽은 건 "박(朴)서방"입니다. 

 

"서방"이라는 단어는 현대에는 결혼 한 시동생을 가리킬 때라든가(공교롭게도 "도련님"이라는 제목의 다른 작품도 이 책에 수록되었습니다), 장인 장모 입장에서 사위를 부를 때 쓰이는 정도지만 대체로는 나이가 젊은 축을 가리키는 듯합니다. 그러나 지금 이 작품집에서 보듯, 1970~80년대 정도에는 거의 늙은이에 가까운 사람을 두고서도, 아무 친족 관계가 아닌데도 그저 기혼 남성이기만 하면 쓰기도 한 것 같습니다. 다만 이 경우 다소의 하대가 될 수 있으므로(역시 작품 중에 나옵니다) 용법이 조심스럽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박서방은 수도권 어느 허름한 주거지에서 이런저런 서민 가구들과 함께 마치 시골 공동체에서처럼 소박하고 허물없는 소통을 주고받으며 사는 한 집안의 가장입니다. 아들도 있고 딸도 둘 있는데 둘 다 나이가 차서 빨리 시집을 보내야 합니다. 하나는 지금 다니는 회사에 다니는 관리직과 좋은 사이이며 사윗감도 그 직장에서 장래가 촉망되는 인물입니다. 다른 하나가 문제인데, 동네에서 그저 기술자로 일하는 남자(자신의 아들도 마찬가지입니다)와 교제하는 중이며 이 남자가 전과가 있다는 게 마음에 영 걸립니다. 

 

박서방은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처신이 주책맞고 경박합니다. 물론 사람은 나쁜 사람이 아니지만 이런 처세상의 가벼움 때문에 동네에서 (그 많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박서방"이라 불리는 것입니다. 둘째 예비 사위도 뒤에서 "박서방"이라 부르다가 약혼녀에게 타박을 받기도 합니다. 한번은 크게 술에 취해 귀가하다 하수도에서 넘어져 크게 다칠 뻔도 했는데 이 과정에서 첫째 사윗감의 도움을 받아 친해지게 됩니다. 본인에게는 좀 과분한 사윗감에도 불구하고 워낙 성격이 괴팍하고 눈은 한없이 높아서 여튼 살갑게 대해 주지를 않습니다. 

 

25기 13주차에 서영은의 <뱁새의 꿈>을 리뷰했는데 거기서는 딸이 자신의 집안을 부끄럽게 여겨 어느 집을 빌려 상견례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금 이 "박서방"에서는 그렇지는 않고, 첫째 사윗감의 출신이 (아마도) 엄청 격이 높은 집안이다 보니 시내의 아주 그럴싸한 뷔페 레스토랑(시대상을 감안해야 하겠습니다)까지 가서 상견례를 하는 장면이 있고 이 장면이 작품의 클라이막스입니다. 사윗감은 조실부모한 탓에 그 고모가 나오는데 여기서 박서방이 너무 무식한 티를 내서 상대가 크게 당황합니다. 박서방의 주책도 문제지만, 오히려 무례한 쪽은 고모입니다. "댁의 따님은 우리 집안의 격에 맞지를 않으니 다른 상대를 찾아보려 합니다." 설령 예비 바깥사돈이 문제였다고 해도 그 딸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여튼 박서방은 자신이 딸의 장래를 망쳤다는 자책감 때문에 기가 팍 죽어 지냅니다. 이런 사람은 한번 충격을 먹어야 자기 객관화가 되죠. 한편 그 고모 되는 사람도 조카에게 설득을 당했는지 질책을 받았는지 나중에 박서방을 찾아와서 사과를 합니다(그래서 결국 절은 두 남녀가 맺어진다는 겁니다). 그 고모가 잘못한 것도 맞고 또 뭐 극의 갈등은 그런 식으로 해소되어야 청취자의 마음도 후련해지겠으나 어째 좀 급작스럽고 설득력이 떨어지는 진행입니다. 하긴, 한국 사람들은 필요도 없이 과잉반응하다 나중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수습하는 통에 더 큰 대가를 치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니 오히려 이런 게 리얼리즘(?)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이 "박서방"은 KBS에서 영상물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는데 주책맞은 타이틀 롤은 신구씨, 아들 역에 장용씨, 큰딸에 이경표씨, 작은딸에 김현주(SBS <토지>에서 서희 역, 혹은 "국물이 끝내줘요"cf에 나온 그 배우 말고 더 선배 배우. 발성이 아주 좋은 분이죠)씨, 첫째 사윗감에 연규진씨(한가인의 시아버지), 둘째 사윗감에 임병기씨 등 유명한 연기자들이 다수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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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주사위 | My Reviews & etc 2022-05-30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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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들의 주사위

황순원 저
문학과지성사 | 1982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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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원 작가는 물론 <소나기>, <독 짓는 늙은이>로 유명한 그분입니다. 제목이 "신들의 주사위"로 붙었는데 마치 토마스 하디의 <더버빌 가의 테스>에서 "정의는 마침내 실현되었다. 불멸의 신들의 우두머리가 테스를 가지고 놀기를 끝낸 것이다."라는 유명한 마지막 문장이 생각나기도 하지만 내용은 그런 분위기와는 사뭇 다릅니다. 

 

한 집안의 가장(과거식)이 너무 고집스럽고 완강하다면 가족들 모두가 피곤해지고 때로는 그 운명이 꼬이기도 합니다. 물론 그분이 그렇게 된 데에는 그 나름의 사정이 있고 의외로 모두를 배려하는 깊은 속사정이 있을 수 있다 해도 말입니다. 물론 요즘은 이런 유형이 잘 없고 그래서인지 이 작품은 현대의 독자들이 읽기엔 다소 이해가 안 가는 면도 있습니다. 

 

배경은 어촌이며 주인공격인 노인에게는 아들 하나가 있고 그로부터 두 손자를 보았습니다. 아들의 삶에도 일일이 지나치게 간섭하여 무기력하고 수동적인 인물로 만들어 놓았다는 비판을 듣는데, 결정적인 문제는 두 손자에 대한 것입니다. 손자 중 첫째는 남달리 머리가 좋아서 나중에 크게될 인물이라고 주위의 기대가 대단한데 이상하게도 노인네는 이 손자에게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습니다. 대신 둘째를 일찍부터 도회지로 보내어서 입신할 수 있게 많은 배려를 합니다. 그러니 첫째 손자는 피해의식에 가득할 수밖에 없고 이 촌구석에서 속절없이 나이만 먹습니다. 

 

첫째 손자는 자신도 자신이지만 조부에게 꼼짝도 못하고 쥐여 사는 자신의 아버지가 너무도 불쌍해서 어느날 큰 마음을 먹고 거액을 빌려 아버지가 분가한 후 그 시중을 들어 줄 후처 역할을 해 줄 여인까지 마련해 주는데(예전식) 돈을 빌리긴 했어도 갚을 방도가 없다는 걸 뻔히 아는 그의 여자친구는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한편 둘째 손자는 인물도 좋고(잘생긴 건 이 집안 내력이라 피붙이들이 다 볼만합니다) 그 장래성 하나를 보고(무슨 고시인지 1차를 벌써 젊은 나이에 합격했습니다) 도시에서 여자들이 붙는데 그 중에서도 제법 돈 많은 집안의 딸과 친한 사이입니다. 이렇게 잘나가는 동생을 본 첫째의 마음이 더 복잡할 수밖에 없죠. 

 

보통 그 부모가, 과거 자신이 못 해 본 바를 자녀에게 시켜 대리만족을 한다는 이야기는 들어 봤어도 거꾸로 그 아들이 아버지를 통해. 그것도 죽은 모친을 대신할 후처를 마련까지 해 준다는 건 처음 접해 봅니다. 이 의도는 효성의 발로라기보다 명백히 대리만족이며(분가, 결혼을 자신이 못 해 봄), 그를 넘어 조부에 대한 일종의 시위입니다. 자금은 기어이 변제가 못 되며, 이 소식은 그의 조부 귀에 들어가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동생이나 그 약혼녀에게 말만 했어도 얼마든지 상황 타개가 가능했겠으나 뭔 일인지 첫째 손자는 상황이 파멸로 굴러가게끔 방치합니다. 독자인 제 눈엔 그렇게 보입니다. 

 

첫째 손자는 기어이 자살을 선택하며, 이후 대체 무슨 까닭으로 어려서부터 수재로 소문났던 첫째에게, 돈은 썩어날 만큼 많았던 조부가 그처럼이나 투자를 아꼈는지 이유가 드러납니다(스포일러). 그렇다고는 해도 방법이 이처럼 잘못되어서야 그 선의를 타인에게 이해받기란 매우 어렵지 않겠나 싶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까운 사이일수록 소통이라는 게 이처럼 중요하며, 그저 많은 대화를 주고받는 노력만으로도 많은 큰 비극이 미연에 방지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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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AT 몬스터 국정원 필기시험 완벽대비 심화편 | My Reviews & etc 2022-05-29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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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공시마 국정원 NIAT 몬스터 심화편

공시마콘텐츠연구소,정경훈,김영진,이인,유병오 편저
공시마 | 202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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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AT는 국정원 정기공채에서만 시행하는 필기시험으로서 정보요원 직무적격성을 평가하는 National Intelligence Aptitude Test의 약자라고 합니다(p13). 어떤 시험이든 그 전형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게 마련이며, 지난번 기초편에 이어 이 심화편을 잘 마스터하면 적어도 NIAT는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NIAT는 언어, 논리추리, 수리력, 도형추리, 도식추리, 정보소양 등의 과목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언어영역을 보면 p43이나 p37에서처럼 "지문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혹은 일치하는 것)"을 단순히 묻기도 하며, p29에서처럼 글의 논리적 구조를 바르게 도식화한 선지를 고르게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pp.25~27에서는 글(문단)의 순서가 바르게 배열된 걸 고르게 하는데 이런 걸 감각적으로 잘하는 수험생도 있겠지만 교재 앞부분에 기본 이론이 나오므로 해당 이론 파트를 잘 공부한 후 문제를 풀면 도움이 더 크게 될 것 같습니다. NIAT의 언어영역은 수능의 국어과목이나 행시(5급 공채) 등의 PSAT 유형과 비슷하기에 그 시험들을 잘 준비했던 수험생이라면 따로 공부가 필요 없을 수도 있지만, 이 NIAT에 좀 더 최적화한 이론, 문제를 이 교재가 담았다고 저는 생각이 되네요.


 

언어 영역 지문은 어느 시험 중에서라도 제법 전문적이고 학술적인 내용을 담기에 수험생들이 적잖이 어려워합니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아도 역시 NIAT만의 독특한 개성이 지문에 묻어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지문의 분야는 미디어학, 언어학, 사회학, 생리학, 경제학, 법학 등 광범위하게 걸쳐 있으며 p92처럼 단순하게 해결 가능한 게 있는가 하면 p52처럼 지문 내용을 하나하나 정확히 이해해야 해결 가능한 게 있습니다. 아주 예전부터 국어(언어)가 공부를 해도 한 만큼 늘지 않고 잘하던 사람이 잘하는 과목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스킬이나 지문 읽는 속도도 그 시험에 최적화한 교재를 골라 쓰면 어느 정도 개선이 됩니다. 언어 영역이 제 입장에서는 자신감도 길러 주고 이 책에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파트였네요.

 

파트 2는 논리추리입니다. p147에 보면 "논리게임"이라는 제목 하에 명제의 진리표, 혹은 각종 명제함수, 또 역-이-대우의 진릿값이 보기 좋게 정리되었습니다. 이걸 수학 커리큘럼에서는 불(Boole) 대수(代數)라고 하는데 처음 보는 수험생들은 어렵게 느끼지만 이치를 알고 공부해 보면 아주 쉽고, 표에 나온 저런 결괏값도 이해가 잘 됩니다. NIAT뿐 아니라 타 출판사에서 펴낸 PSAT 교재도 제가 대략 여러 권을 많이 봤다고 자부합니다만 이 몬스터 심화편 교재가 가장 정리를 잘 해 놓은 것 같습니다. 보기가 무척 편합니다. 교재는 한정된 분량이라서 일일이 긴 설명을 하기 어려운데 이 책은 수험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설명도 친절히 하고 있네요. 전통적으로 이 단원에서는 힌트를 주고 이로부터 "논리필연적으로" 도출되는 올바른 결론을 고르는 문제가 자주 출제되는데 확실히 NIAT는 PSAT이나 NCS과는 개성이 좀 다른 것 같습니다. 그러니 국정원 준비하는 분들은 다른 교재를 보기보다 NIAT 경향에 더 최적화한 이런 문제를 풀어야 확실히 유리한 면이 있겠네요. 


 

이 교재 몬스터 집필진에는 서울대 수학과를 졸업하신 이인 원장님도 포함되었는데 그래서인지 수리력 파트에서 참신하면서도 NIAT의 경향에 더 근접해 보이는 재미있는 문제들이 많아서 좋았습니다. 수리 파트 문제 풀 때 잘하는 수험생들은 그냥 기출이나 예상문제 pool만 죽 풀고 준비해도 충분하지만, 이 교재는 문제 말고도 이론 정리 역시 깔끔하게 잘 되어 있더라는 게 개인적 느낌입니다. 다만 p217에 기왕이면 짝수 2n, 홀수 2n-1 같은 것이라든가, n번째 홀수만 모은 것의 합이 n제곱, 뭐 이런 것도 넣어 주셨으면 더 망라적이었겠습니다. p230의 30번 같은 경우 이른바 베이지언 확률 문제인데, p539의 해설처럼 공식(고교 수학의 정석에 나오듯이)을 이용해서 풀어도 좋지만 2x2 표를 만들어 깔끔하게 구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p332 이하에는 입체도형의 전개도 문제들이 다수 나오는데 인쇄가 2색으로 선명하게 나와서 마치 IQ 테스트라든가 퍼즐 문제 푸는 재미가 있어서 좋았습니다. 잘하는 수험생들도 시험 앞두고 유지하는 감각이라는 게 있기 때문에 자만하지 말고 꼭 풀어 보는 게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보소양 파트는 경제학 지식+ 일반상식이라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NIAT 기출을 철저히 분석하시고 NIAT에 실제 출제될 만한 항목만 딱 추려서 정리해 주신 것 같아 뭔가 믿음이 갔습니다. 다만 아쉬운 건, 예상문제가 좀 더 많았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바로 앞 파트 4, 파트 5는 문제 양이 충분했던 것과 좀 비교가 됩니다. 

 

무엇보다 수험생 입장에서는 NIAT 대비에만 정확히 포커스가 맞춰진 교재를 푼다는 점, 또 너무 기초 말고 고득점을 위한 심화 사항도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마음이 놓이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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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가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2-05-28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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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국의 명가 : 재계편

김덕형 저
21세기북스 |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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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보국(事業報國)"이란, 기업을 일으켜[興業] 나라에 보답한다는 뜻입니다. 국가로부터 받은 혜택에 보답하는 방법은 여럿이 있겠으며 어떤 이는 육신의 땀을 흘려 노동으로 갚고, 어떤 이는 지혜를, 어떤 이는 손기술을 써서 사회와 공동체에 효용을 제공하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나 큰 기업을 일으켜 대중들에게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를 보다 싼 값에 공급하고, 더불어 수백 수천 명의 청장년에게 일거리를 제공하여 생계 수단을 마련하고, 국고를 거액의 세금으로 충만케 하는 것만큼 나라에 기여하는 일이 또 없을 듯합니다. 과거에는 높은 학덕으로 조정 공론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능란한 문장으로 외환을 미연에 방지하는 게 애국이었다면 현재는 미국 대통령에게 투자해 줘서 고맙단 소리를 듣기까지 하는 사업상의 공헌만큼 국격을 높이는 애국이 또 없을 듯합니다. 


 

책 처음에는 "활O수로 독립운동한 민씨 가문과 윤씨 가문" 이야기가 나옵니다. 공교롭게도 민씨, 윤씨 모두 한국 전통의 명가로 꼽히는 성씨이긴 하나 두 분의 가계가 구체적으로 어떠한지까지는 책에 소상히 밝히질 않습니다. 여튼 일제 강점기를 통해 여러 애국 사업가들이 독립 운동을 통해 산업, 군사 양면으로 애국을 해 왔음은 잘 아는 사실이나 동화약품 창업주 민씨 가문이 이처럼이나 광범위하게 만주 일대의 독립운동을 후원해 왔음은 개인적으로 처음 접했습니다. 이런 가문이야말로 조선, 아니 한국 국민 모두에게 존경 추앙받아 마땅한 명가이겠습니다. 사실 체했을 때 활O수만큼 잘 듣는 약도, 개발된지 백 년이 훨씬 넘었지만 여전히 드문 것 같습니다. 

 

이어서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으로 꼽히는 박승직가문 이야기가 나옵니다. 7년 전에도 <박승직 상점>이라는 책을 읽고 리뷰한 적 있는데 이 가문의 입신출세 사연은 읽어도 읽어도 감동적입니다. 다만 두산이 현재 고전하고 있으며 부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여 많은 주주들을 실망시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3년 전 두중 두인코의 부진 혹은 롤러코스터타기 때문에 고생한 이들이 많을 것입니다(잠깐 큰 시세가 나기도 했었으며 이때 청산한 사람들은 큰 수익을 보았겠으나). 멍청한 인간은 언제나, 팔아야 할 때 사고 사야 할 때 팔기 마련이죠. 맞는 말을 안 듣고 고작 지멋대로 하는 데에서 쾌감을 느낍니다. 


 

한국의 명가 하면 인촌 김성수의 가문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인촌의 죽마고우가 고하 송진우이며 그 직계후손(손자)이 ICC 재판관을 역임한 송상현 서울대 교수님이죠. 인촌의 직계후손이 고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이기도 하고 인촌 하면 동아일보인데 중앙일보 창업자를 장인으로 둔 이건희 회장이 딸을 동아일보 후계자한테 시집보낸 건 당시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습니다만 뭐 가문의 내밀한 사정이 다 있었겠습니다. 인촌은 그 친일 행각이 논란에 오르기도 했으나 그가 일제 강점기 전중반에 민족 문화의 창달을 위해 노력한 공을 감안하면 이는 다소 억울한 면이 있겠다고 저 개인적으로는 생각합니다. 책 저 뒤 p140 이하에 부방 창업자 묵민 이원갑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분이 중앙고보 시절 인촌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고 하며 부방도 인촌의 경방을 모델로 삼고 경영했다는 이야기가 재미있게 나옵니다. 

 

p60 이하에는 효주 허만정의 업적이 나옵니다. 구씨와 허씨의 대를 이은 협업은 유명하며 1960년대 럭키와 금성의 유명한 동행이 1990년대에 각자의 이니셜(L과 G)을 딴 대기업이 출범(그전부터 럭키금성은 한 그룹 단위였습니다만)하여 한때 재계 서열 2, 3위를 넘봤습니다. 경상남도 진주와 의령은 인접한 고장인데 전자에서 LG그룹, 후자에서 삼성그룹의 개조(이병철씨 이야기는 p122 이하에 있습니다)가 나온 사실은 지금 새겨봐도 놀라울 뿐입니다. p82 이하에 파트너였던 구인회 창업주 이야기도 따라 나옵니다. LG와 GS(그리고 LS)를 알려면 이 두 파트는 적어도 꼭 읽어 봐야 하겠습니다. 

 

코오롱그룹의 오운 이원만 창업주의 이야기도 감동적이고 흥미롭습니다. 그룹 이름만 봐도 코리아와 나일론이 새겨져있지만 1950년대 당시 빈곤선 이하에서 허덕이던 한국인들에게 먹고 "입는" 문제의 해결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였습니다. 코오롱 그룹은 선경그룹(현 SK)과 업종도 겹치고 사세도 비슷했으나 현재는 차이가 많이 나며, 코오롱그룹도 이를 의식한 듯 여러 차례 과감한 혁신, 투자를 시도했으나 그때마다 악재가 겹쳐 뜻대로 잘 안 되는 현황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룹 고문을 지낸 나공묵씨가 쓴 p81의 "상지상 정신"에 관한 글은 두고두고 읽어 볼 가치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작은 인연이 있는 벽산그룹 김인득 창업주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벽산그룹은 현재 사세가 많이 위축되었으나 여전히 뚜렷한 활동 중이며 이 파트를 읽어 보면 대한민국 초창기 한국 대기업들이 주로 어느 업종을 수익원으로 삼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삼성도 시세를 잘 읽고 업종을 영리하게 전환하여 메인 캐시카우로 삼았기에 망정이지 1960년대처럼 식음료에만 집착했다면 지금 CJ만큼의 규모도 안 되었을 것입니다. 대상(구 미원)은 그나마 지금 헬스케어 쪽으로 매진하여 새로운 비전을 전개 중이죠. 

 

p122에 보면 삼성전무 조홍제씨 이름이 나오는데 책에도 언급되듯 이분은 나중에 효성그룹을 창업했습니다. 재벌 2, 3세 들은 대개 학벌도 휘황찬란한데 효성이라든가 이 책 p244의 한화그룹, p270의 SK 등이 특히 가문 구성원들 학력 좋기로 유명합니다(안 그런 곳도 있고, 아주 안 그런 곳도 있습니다). 훌륭한 가문은 이처럼 모든 면에서 대중의 모범이 되어야 하고 이른바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것도 올바른 지적 각성과 사색의 결과가 되어야만 (얄팍한 대중추수나 선동이 아니라) 그 성과가 생산적이고 진정성을 갖추게 됩니다. 저자분이 현역 기자로 치밀하고 정확한 취재를 통해 저술한 책이라서 더욱 돋보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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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의 마지막 서점 | My Reviews & etc 2022-05-27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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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런던의 마지막 서점

매들린 마틴 저/김미선 역
문학서재 | 2022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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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명이건, 그 문명의 전수(傳受), 혹은 정수(精髓)는 책에 달려 있고 담겨 있습니다. 이슬람의 침략군이 알렉산드리아에 침노해 들어왔을 때 헬레니즘 문화의 소중한 유산도 포함한 도서관의 장서는 모조리 불에 탔습니다. 지금 이 소설은 인류 문명사에서 가장 암울했던 한 시기, 나치의 공군과 미사일이 그 반대 진영의 수도를 맹폭하려 들었을 때를 시간적 배경으로 삼았습니다. 런던의 소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으며, 그 중에는 한 서점의 점원과 고객도 있습니다. 물론 나치가 이 작은 서점의 존재를 알고 그곳만을 노리는 건 아니지만, 소설을 읽는 독자는 여리고 약한 문명의 핵심이 날선 야수의 이빨과 발톱에 찢기기 직전의 모습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는 느낌도 듭니다. 

 

"그리고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죠(p55, p99, p204)." p99에서 잠시 거론되는 고전 <오만과 편견>(또 <에마>라든가)은 원래 메인 테마가 사랑이지만, p55(또 저 뒤 p441)에 이름이 나오는 <몬테 크리스토 백작> 역시 사랑 이야기였던 줄은 잠시 생각해 보고서야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전후방이 따로 있었던 과거의 전쟁과는 달리 바다를 사이에 둔 먼 대륙에서 얼마든지 폭격기과 미사일이 날아올 수 있는 현대에는, 하필 이런 때에 인연을 만나 좋은 감정을 갓 싹틔워가는 연인들에게 더욱 잔혹한 시간입니다. 

 

이제 막 서점 일을, 그것도 뜻하지 않게 덜썩 맡게 된 어린 그레이스에게는 고객 접대나 책과 친해지는 일이나 모든 게 어렵습니다. 어떤 부인이 존 딕슨 카의 새 미스테리 소설을 찾을 때 그녀는 그 저자와 책 제목이 어떤 분류, 부류에 속하는지 감도 오지 않지만 용케 티를 내지 않고 상황을 지혜롭게 해결하려 애씁니다. 이것은 젊음의 특권입니다. 서툴러도 무지해도 특유의 열정과 애정으로 적잖이 복잡한 미로를 헤쳐나갈 수 있습니다. p50에서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은 부인이 <크루키드 힌지>에 이어 <기드온 폴즈> 시리즈를 언급했을 때는 아마 뭔가를 착각했거나, 혹은 일종의 위트를 표현한 것 같습니다. 딕슨 카가 만들어낸 덩치 크고 해박한 명탐정 기드온 펠의 철자는 Gideon Fell인데, 저 만화 연작 제목에서의 Falls는 하필이면 fell(이걸 동사로 해석한다면)의 3인칭 현재 활용형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에반스! 그 낫씨 놈들이 지금 프랑스에 있다네!(p197)" 원래 나치 독일은 프랑스에 비해 전력이 강하다고 할 수 없는 처지였습니다. 그러니 적어도 1차 대전처럼만 프랑스가 애써 막아줬어도 독일은 서부에서 진로가 막혔겠으며 다른 방향으로도 침략의 발길을 내딛기가 무척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 것을, 이 소설에 나오는 대로 불과 몇 주 만에 프랑스가 덜컥 함락되어 전세계가 위기에 놓이고 말았으니... "체임벌린은 아직도 사임하지 않았나?" 유화정책(appeasement)로 히틀러를 달랠 수 있었다고 믿은 단견의 체임벌린은 이처럼 국민들의 불신과 실망을 사고 있었습니다. 나라의 백척간두 운명을 그저 하늘이 보우하시길 기대어야 하는 처절한 심경을 프릿차드, 에반스 씨 등 장노년 캐릭터가 잘 대변합니다.

 

이 당시만 해도 서점 자체가 출판 시장 흥행에 미치는 효과가 대단했던 듯합니다. 소설 중에도 나오지만 배열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책의 흥행 여부가 달라지며, 또 손님들의 기호나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는 직원이나 지배인이 있으면 같은 아이템을 갖고서도 다른 서점보다 훨씬 높은 매상을 올릴 수도 있었습니다(이 점은 지금도 같습니다만). 애착을 가졌던 <비둘기 파이>가 실패를 맛본 반면, <히틀러가 원하는 것>은 시국을 반영하여 엄청나게 팔려 나갔다고 하니 런던 시민들의 필사적인 마음, 불안감, 절망감이 그대로 엿보이는 듯도 합니다. 


 

등화관제. 참으로 무섭습니다. 불빛이 조금이라도 새어 나오면 독일 공군의 폭격기는 바로 그곳을 향해 공격을 퍼붓고, 그곳이 그저 전쟁에 무관한 민간인들, 부녀자들이 사는 곳이라 해도 예외가 없습니다. 칠흑처럼 어둡게 밤을 보내야 목숨을 부지할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절망적인 현실입니까. 어제까지 함께 이야기를 주고받던 드리스콜 부인 등을 갑자기 싸늘한 시신으로 만나는 그레이스의 마음이 얼마나 슬프고 무서웠겠습니까. 전쟁의 참혹함, 무자비함, 비정함이 이 대목에 생생한 묘사로 등장합니다. 죽는 게 이유가 있어서 죽는 게 아니라, 그저 전쟁의 마수가 아무나 무작위로 희생양을 골라잡아 저세상으로 보내는 것입니다. "거대하고 압도적인 힘(p289)"에 젊은 여성인 그레이스가 무슨 힘이 있어 맞서겠습니까.

 

시대배경으로부터 한참 전이긴 하지만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롤>에서 에번스 씨는 캐릭터 에브니저 스크루지를 이 소설 중의 네스빗 부인에게 비깁니다(p378). 어린 시절을 빈한하게 보낸 상처가 그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으니 이해를 하자는 에번스 씨의 통찰은 과연 어린 그레이스의 배려가 미칠 수 없는 어떤 지점을 터치합니다. 그러나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다고 성인으로서의 그런 행동이 용납되는 걸까요? 또 그 반대로, 유복하게 자란 탓에 남을 이해 못하는 인격 미숙자들은 어떻게 또 이해해야 하겠습니까? 그레이스가 착하니까 저런 어설픈 설명도 넓은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넘어간다고 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웨더포드 아주머니는 네스빗 부인을 아예 "짐승 같은 여편네(p384)"라고 평가합니다. 


 

어려운 시기에 이웃을 돕는 정성과 진심이야말로 공동체가 생존을 도모하는 첩경입니다. 이 소설 속에서 여튼 악조건 하에서도 선의와 희망을 갖고 좋은 일에 매진하며 일치단결 속에 국난을 극복하는 우리네 평범한 이웃들의 모습이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환난을 이겨 내는 정신적 자산을 제공도 해 주는, 첫째 가는 친구는 누가 뭐라 해도 책임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어요.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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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 경제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2-05-2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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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스마트 경제

리옌훙 저/장샤오펑,두쥔 편/이서연,송은진,고경아 역
버니온더문 |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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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가 인공지능을 활용한 스마트 시스템으로 변모하여 선택, 결제, 배송 등 모든 면에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편해진다는 진단은 예전부터 있었습니다. 이 책은 중국에서 첫손에 꼽는 검색 사이트인 바이두를 중심으로, 미래 경제가 과연 어떻게 재편될지를 종합적으로 다뤘습니다. 흔히 스마트 경제의 중심에 구글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다고들 하지만, 중국 경제는 그와는 또 다른 각도에서 미래를 준비하고 적응하는 역동성을 보여 왔습니다. 한국의 네이버도 이커머스 등 여러 수익원 창출에 골몰하는 지금, 그보다 규모가 훨씬 크고 더 진지하게 향후 진로를 고민하는 바이두가 그리는 미래상(혹은 현재상)이 과연 어떨지가 궁금했습니다. 


 

저자는 세계를 뒤흔드는 양대 요소를 먼저 거론하고, 이를 기술적 요소와 비기술적 요소(p20)로 가릅니다. 특히 IT의 미래상을 진단함에 있어 비기술적 요소를 중시하는 건 요즘 저술들의 공통적인 트렌드인 듯합니다. 아마도 빅데이터 기반 산업에 속하는 중국 기업들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점은 바로 광범위한 이용자 패턴 학습을 가능하게 하는 그 방대한 데이터 자체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구 수로는 어떤 시장 어떤 나라도 당해낼 수가 없으니 말입니다. 

 

이미 현실과 가상현실은 그 경계가 모호해졌습니다. 저자는 인공지능의 특징을 두고 "조합, 혼합, 전환, 확대(p23)"를 꼽는데, 인공지능이 발전하는 구체적 양태는 바로 하이브리드 지능(인간/기계의 경계가 모호해짐)인 만큼 이 하이브리드 지능이 더 낮은 비용 소비, 더 낮은 에너지 소모를 지향하며 진화하는 과정은 앞에서 언급한 기술적 요소/비기술적 요소의 경계까지도 모호하게 만들며 한층 생산적인 결과를 낳게 할 것입니다. 앞서 저자는 비기술적 요소를 논하면서 "그건 비기술이 아니라 기술 아닌가?"라는 독자의 의문이 가능하다고도 솔직히 인정했는데, 사실 미래에는 어차피 우리가 아는 모든 경계가 허물어지기에 이런 기존의 틀로 무엇을 분석한다는 자체가 괜한 무리수일 수 있습니다. 


 

1999년에 타계한 토마스 쿤은 이른바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는 것을 논한 적 있습니다. 저자는 그 1962년의 저술을 인용하며, 기존의 모든 개념틀이 그 존립 정당성과 이유를 상실해 가는 혁신을 바로 AI가 선도한다고 주장합니다. 이어 저자는 중국 정부 문건에서 과연 어떤 과정으로 스마트 경제가 구체적으로 오늘의 모습을 갖춰 가는지 추적하는데, 이미 2016년 3월에 "인공지능"이 13차 5개년 계획"중에 언급이 되었다고도 합니다. 2016년 5월에 구글 알파고가 처음 이세돌과의 대전으로 세상에 선을 보였으니 중국 정부의 저런 태세가 적어도 시대 흐름에 뒤떨어지지는 않았던 셈입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은 주로 바이두의 입장에서 바라본, 현재 중국 IT 업계가 전개하고 발전시키는 스마트 산업(AI 중심의)의 현황과 전망을 밝혀 놓은 내용입니다. 보통 중국 기업이라고 하면 미국과 서유럽의 기업과 학계가 미리 다져 놓은 청사진을 그대로 모방하거나 살짝 기술만 덧입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 책을 보면 그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경쟁하고 연구하며 고민하는지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서술 곳곳에 중국에서만 쓰는 용어들이 등장하며, 한국 독자들에게 이런 부분이 낯설까봐 역자들이 친절히 각주를 달아 놓기도 했습니다. 


 

p52에는 의미심장한 구절이 있는데 잠깐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인공지능이 인터넷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강력한 수직통합 기능이 있어서 공유화, 생태화, 협력화를 이루어 인터넷 공간의 운명 공동체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강력한 AI 엔진을 중심으로 삼아, 쇼핑몰, 컨텐츠 제작 배포, 지식 데이터베이스,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서비스, 생활 가전 등이 하나의 시스템 하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며, 이 모든 것이 미래에는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하고 효율적인 AI를 보유한) 바이두라는 기업이 그 생태계 자체를 좌우할지도 모른다는 뜻이 됩니다. 한국의 현실에 비유하자면 네이버나 다음카카오가 자동차, 전자, 쇼핑 등의 산업에서 현대, 삼성, 롯데, 신세계 등 기존의 강자를 몰아내고 통합 강자로 거듭나는 격이겠습니다. 

 

p121에는 인포그래픽... 겸 내용요약 겸으로 바이두가 앞으로 건설하려고 하는 AI인프라의 청사진이 나옵니다. 그러니 우리 대중들이 흔히 오해하듯, AI라는 것은 그저 엔진과 Db의 단순합이 아니라 이 책에 나오는 표현대로 하나의 인프라를 구축할 정도가 되어야 제대로 된 것입니다. 또, 인프라라는 건 그 자체로 무엇을 생산한다기보다(그렇기도 하지만), 그 위에서 다양한 개인, 기업 등의 경제주체가 활발히 활동하면서 본연의 재화, 서비스를 생산해 내는 기반인 것입니다. AI라는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된 사회와 기업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앞으로는 생산성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는 뜻입니다.

 

p128에는 "신통치가 가져온 신공간"이란 말이 나옵니다. "통치"라고 하니까 살짝 위화감이 들기도 하는데 너무 중앙집권적인 미래를 상정하는 것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바이두는 한 개의 사기업인데 말입니다. 여튼 말이 주는 느낌이 구애받을 게 아니라 저자들이 심혈을 기울여 저술한 이 책의 원 의도가 무엇일지를 최대한 이해하려는 쪽으로 읽어 나갔습니다. 비판은 둘째 문제고 일단 책이 무엇을 말하려는지는 정확히 이해를 하는 게 독자의 의무이기 때문이죠. 여튼 저 "신통치"의 궁극적 효과에 대해 책에서는 생산력의 해방, 공공 서비스의 유효성, 업계 관리 감독의 포용성 등 세 가지를 듭니다. 어찌보면 상호 모순으로도 보이지만 이 비전에 대해 그간 몹시도 치열한 고민을 해 온 바이두 측의 노력은 절절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요소 비상사태 관리, 요소 분배 체제 메커니즘이라는 말 역시 약간 낯설게 들립니다. 저는 처음에 요소수(尿素水. 디젤차 필수 액세서리) 문제인가 착각했으나 그 요소가 아니라 경제학에서 생산 요소(要素)라고 할 때의 그 요소였습니다. p129의 "지적 자본 필수 아키텍처 및 플롯" 역시 이 기업의 비전이 얼마나 원대하고 치밀하지를 다시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체제의 특성상 국가의 지도와 감독에서 마냥 자유로울 수 없는 일개 사기업(아무리 중국 1등 포털이라고 하지만)이 이 정도이니...

 

한때 SK그룹은 일처리의 꼼꼼한 마무리를 3대 사시(社是)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이 책 p145에는 "능력의 제품화는 85%주의를 피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제품과 고객 사이의 관계 형성이 가능한 건 나머지 15%에 달렸다는 설명이 뒤에 따라 나옵니다. 이를 위해 바이두는 개방형 오픈소스 협력, 양성 생태 구축 등을 목표로 내세웁니다. 우리 나라 대기업들은 과연 얼마나 상생적 생태계 구축에 노력할까요?(위의 양성 생태 구축이, 한국식으로는 윈윈 생태계 지향으로 읽힙니다) 또 네O버는 얼마나 포용적인 플랫폼을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오픈시키고 있을까요? 생각해 보면 답답한 마음이 절로 듭니다. 그러나 중국은 이 정도로 놀라운 비전을 만들어 나갑니다. 얼마나 실천에 옮겨질지는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말입니다. 

 

엔터테인먼트 사업 하면 워낙 한국이 독보적인 전열과 경쟁력을 갖추고 중국 시장을 석권한다고들 여겼습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그런 추세가 계속될 수 있을까요? "바이두의 비전 안에는 사람들이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목표가 포함되었으며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라야 한다(p165)는 게 루위안 그룹 부사장의 말입니다. 특히 엔터는 사람의 감정을 다루는 사업 분야이며 공감과 가치 공유, 인간 우선의 이념이 구현되지 않으면 그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네 엔터 거인들은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있을까요? 물론 3대 메이저들도 포털과의 협업에 근래 골몰하기는 합니다만. 

 

"윤리가 이끌고 기술에 체온을 더하는 바이두(p185)" 혹시 패들패들(p218)이 뭔지 아시나요? 스마트 시대 바이두의 AI 운영체제를 가리킵니다. CTO인 왕하이펑은 과연 최고 의사 결정권자 답게, 또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중국의 기업인 답게, 천 팔백 년 전 활동했던 성리학의 완성자 주희를 소환하여 그 비전의 볼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스마트홈은 중국인들의 가정 생활을 훨씬 윤택하게 만들면서도 기술에 인간성 자체가 매몰되지 않게 돕습니다. p300에는 춘추전국시대의 말 감별사 백락도 인용되는데 이런 걸 보면 풍부한 고전 문화를 보유한 중국이라는 나라의 인문 토양이 너무도 부럽죠. 

 

중국이라는 나라는 워낙 광대하다 보니 각 성(省) 내부를 동질화하고, 성과 성 사이를 일체화하는 작업과 지향점이 어느 사업 어느 단계에서나 중요시됩니다. p259에서 말하는 "지역 통합" 역시 이런 개념이긴 하나 바이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모델이 유럽 연합이라든가 아프리카, 남미 등 지역 분열과 대립으로 골머리를 앓는 다른 나라에까지 적용, 수출될 수 있다고 믿는 듯합니다. 잘만 되면, 미국과 서유럽이 내세우는 민주주의 모델에 대한 하나의 대안 제시라는 선전(아직까지는)에 설득력이 묵직히 실릴 듯합니다. 

 

p370에는 바이두가 야심차게 내세우는 연산칩 쿤룬이라든가, 이를 기반으로 삼은 클라우드 서버에 대한 자랑이 나옵니다. 이는 충분히 외부에 자랑할 만한 우수한 하드웨어 인프라의 구축이며, 다른 개발자나 기업들도 구글만을 유일한 플랫폼이나 생태계 조성자로 여기지 않고 이 바이두라는 대안의 품에 자진하여 안길 가능성을 활짝 열어 놓습니다. 여기에서 더욱 정밀도와 완성도를 높인 위성 항법 시스템을 도출할 수 있으며 이것이 현행 GPS를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 모든 비전이, 바이우가 지향하는 AI 인프라에서 모두 태동 가능한 것입니다. 가뜩이나 중국은 자율주행 분야에서 앞서가는 판인데, 이 바이두의 AI는 사고율이 낮아지고 더 원활히 작동하는 교통 시스템을 가능케 할 수 있습니다. 

 

"산업 인터넷에서 산업 네트워크로, (단순) 인터넷에서 스마트 인터넷으로, 고립에서 생태로" 이것이 AI를 통해 나아가려는 바이두의 미래입니다. SF에서 그리던 여러 가지의 미래상 중 가장 일찍, 가장 완성도 있게 먼저 나타난 것이 망(罔)의 발전입니다. 그만큼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며, 지식을 집적하고 기록하고 공유하면서 발전과 생존을 도모하려는 본능 자체가 강합니다. 고립적 기술보다는 융화와 소통을 위한 기술이 더 중요하며, 바이두가 이 점을 세계 최초로 각성하여 휴머니즘과 밀접히 결합한 미래상을 완성해 나간다면 중화 민족이 다시금 세계의 리더로 거듭날 날도 멀지 않았겠습니다. 정신 차려야 할 건 미국과 서유럽, 그리고 한국입니다. 언제까지 저들이 잠자고만 있겠습니까.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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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합실 - 백용운 | 서평 2022-05-25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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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4809050032469

 

이 책은 1980년대에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소설가 백용운의 단편집입니다. 모두 열 네 편이 실려 있는데, 그 중 제가 재미있게 읽은 건 "고가(古家)"입니다. 이 "고가"는 1986년 행림출판사에서 나온 <우수단편모음>에도 다른 작가들의 단편들과 함께 수록되었습니다. 후자는 지금 당연히 절판되었고 제가 개인적으로 소장하고 있을 뿐입니다. 

 

나이 든 노인들에게는 그저 자식들이 유일한 희망이요 보람입니다. 주인공 노인은 시골에 제법 큰 집을 짓고 사는데 전통적인 한옥입니다. 그렇다고 아흔아홉 간 기와집 같은 건 못 되며 다만 정원의 조경이 서양식을 약간 닮은 듯 넓고 아름답습니다. 시골이다 보니 여러 가지가 불편한데 예를 들어 안테나를 단단히 설치하지 않으면 TV 수신이 잘 되지 않습니다. 아마 도시라면, 비록 지상파밖에 안 나온다고 해도 케이블을 설치해 더 안정적으로 방송을 시청했을 것입니다. 

 

"채널이 하나밖에 안 나오잖아?" 

 

영감님과 그 마나님은 험한 말로 자주 싸우지만 마음에까지 그리 날이 선 건 아닙니다. 속으로는 늙어가는 배우자에 대한 애틋한 마음으로 가득합니다. 한번은 미국에서 소포가 도착했는데 영감님은 연신 불평입니다. 

 

"코쟁이 돈은 뭐하러 보냈대?"
"좀 있으면 한여름인데 세타(스웨터)는 또 뭐여? 제 부모가 돈이 없어 굶나, 추위에 떨기라도 하나?"

이것은 불평이 아니라, 먼 이국 땅에서 한번 찾아오지도 않고 선물만 보내는 아들에 대한 야속한 마음의 표현입니다. 지들 살림에나 보태지 이런 건 뭐하러 부담되게 보내냐는, 뭐 지금이라고 해도 크게 다를 것 없는 부모님들의 한결 같은 마음씀입니다. 참고로 시대 배경은 1980년대 중반쯤으로 보입니다. 

 

저 즈음에 북미 대륙으로 이민을 간 중산층도 많지만 소설을 더 읽어 보면 그런 케이스가 아니라, 놀랍게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국 대사관에 근무하는 첫째 아들의 사정인 듯합니다. 당시 외무고시는 몇 명 뽑지도 않았는데 이런 시험에 합격했다면 대단한 수재였겠고, 나중에 나오듯이 영감님은 그런 아들 자랑이 자자합니다. 

 

이처럼 자녀들이 잘 풀린 노인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자녀들이 옹색한 삶을 사는 데다, 그들로부터 대접도 제대로 못 받는 이들도 있습니다. 아침부터 까치가 울어대기에 혹시 아들이나 딸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손님이 오기는 왔습니다. 노인의 오랜 동년배 친구입니다. 행색도 그렇고 왠지 느낌이 좋지 못합니다. 

 

이런 친구를 향해 주인공은 마치 상대방 속을 뒤집어 놓기라도 하겠다는 듯 자식 자랑을 시작합니다. 
"첫째놈은 뭘 시키지도 않았는데 지가 혼자 공부해서 젊은 나이에 외시에 덜컥 붙었지."
"그건 마나님이 머리가 좋아서야. 자식 머리는 원래 모친을 닮는다잖아?"
"둘째는 대쪽 같은 성미라서(이게 이럴 때 쓰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지가 원하는 상대 아니면 시집 안 간다고 사흘을 굶었지. 딸 하나 없는 셈치고 그냥 시집 보냈는데, 그 집안이 그렇게 일어날 줄 누가 알았나? 셋째는 부잣집에 시집을 갔고, 넷째는..." 
----(중략)---
"아니 그걸 어떻게 알았나?" "자네가 입만 벌리면 떠드는 자랑질인데 이 동네 사람 중 모르는 놈이 있나 어디?"

 

반면 친구 노인은 자기 신세를 축구공과 같다며 한탄합니다. 자식들이 모시지 않으려고 서로 미룬다는 뜻이겠습니다. 친구 노인은 서럽게 주인공 고가의 대들보를 치며 웁니다. "쥑이소, 쥑이소..." " 이 사람아 죽이긴 누굴 죽이란 말이여?"

 

친구 노인은 알고보니 자식들로부터 가출 신고가 되어 있었습니다. 행방을 안 그 막내아들이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밤늦게 고가를 찾아옵니다. 그런 아들이라도 친구 노인은 막상 얼굴을 보니 좋은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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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비상구 - 강난경 | My Reviews & etc 2022-05-24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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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7인의 비상구

문맥동인
한글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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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난경 작가는 기독교 관련으로도 여러 작품을 쓴 분입니다. 이 책에는 그의 단편 아홉 작품이 수록되었습니다.

 

책프 25기 17주차에 "막상 찾고 보니, 마냥 반길 수만은 없었던 이산가족" 이야기를 다룬 <하늘만큼 먼 나라>를 리뷰했었습니다. 이 책에 실린 아홉 단편 중 "순금 촛대"도 이산가족에 살짝 얽힌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치과의사는 범죄자인 친동생이 출옥한 날 자기 집으로 데려오면서 부인과 크게 싸웁니다. 

 

"훈장질이나 하던 당신 집안..." "그래요, 잘난 당신 집안은 의사 가문이었다고 치죠. 그런데 돌팔이 의사도 의사인가요?" "아니 뭐야?" 이처럼, 흔한 부부싸움도 두 당사자가 아니라 출신 집안을 들먹이는 순간 크게 번지고 맙니다. 

 

자리를 잡지 못하는 친동생도 그렇고(당일로 바로 내보냅니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 주지 않는 아내의 불화도 불화이고 해서 주인공은 며칠 간 반 가출 상태를 유지합니다. 이 마을에는 떠돌이인 언어 장애 처녀가 한 명 있는데, 삯바느질을 포함해서 이런저런 허드렛일로 먹고삽니다. 주인공은 나이가 상당히 많지만 이 처녀와 우연히 마음이 맞게 되고, 기어이 같이 밤을 보냅니다. 지금 같으면, 아니 당시 기준으로도 사회적 지탄을 받을 일입니다. 

 

동생은 막노동을 포함해 호구책을 찾지만 전과자를 누가 써 주지도 않는데, 이상하게도 그 장애인 처녀에게 눈길이 자주 갑니다. 동생이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은 아주 질이 나쁜 부류라서 이들 중에 못된 마음을 품는 놈도 있지만 동생이 그녀에게 품는 마음은 100% 순수한 것입니다. 웃기는 건, 그 형이 품은 이기적인 욕정은 저 밑바닥 불량배 친구들의 그것과 하등 다를 바가 없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겉으로야 번듯한 사회적 지위와 재력을 지녔지만 그 한심한 내면은 바닥을 치는 수준이며, 오히려 전과자인 동생이 적어도 저 여자를 향헤서는 깨끗한 순정으로 임한다는 게 아이러니입니다. 

 

문제는, 처녀가 배고 낳은 아이는 주인공인 형의 핏줄이며, 동생은 이런 사정도 모르고 여인과 아이를 돌본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타고난 나쁜 천성과 습관을 완전히 버리지는 못해서 이 부부는 (남편 탓에) 여전히 가난하게 삽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여인이 그 형을 잊지 못해, 남편인 동생을 버리고 방황하다 길에서 죽었다는 점입니다. 그 진짜 이유를 남편인 동생은 알 수 없으나 형은 혹 진상이 드러나 자신의 사회적 평판이 모두 무너질 것을 두려워합니다. 지극히 이기적이고 속물적이며 심지어 범죄적이기까지 합니다. 죽은 아내를 모욕한 불량배 친구와 술을 먹고 시비가 붙은 끝에 동생은 살인을 저지르게 되고 다시 감옥에 들어가지만 사태의 진상에 대해서는 전혀 모릅니다. 알면 정말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를 판입니다. 

 

조카, 아니 자신의 소생이 맡겨진 고아원에 매번 거액을 후원하는 주인공에 대해선 칭찬이 자자합니다. 그러나 진정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감옥에 가야 했을 사람은 동생이 아닌 저 형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1987년 KBS에서 극화되었는데, 이산가족 상봉 프로그램을 제작 방영한 곳이 이 방송국이었건만 극중에는 "이산가족" 언급이 전혀 없다는 게 특이합니다. 형 역에 김기섭씨, 동생 역에 장기용씨, 질 나쁜 동생 친구 역에 <태조 왕건>에서 파달 장군 역(이 역도 무식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을 맡았던 개성파 연기자 기정수씨, 그리고 말 못하는 거지 처녀 역에 몇 주 전 타계한 강수연씨가 나옵니다. 방영이 1987년 6월이고 그 동년도 9월에 베니스 영화제 여우주연상을 탔으며 따라서 아직 월드스타가 안 된 상황에서 이 역을 맡았습니다. 어찌보면 임권택의 <씨받이>에서 그 타이틀 롤과도 (운명에 휘둘리는 비운의 여성이라는 점에서) 성격이 닮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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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욘드 디지털 | 경제경영/자기계발 2022-05-23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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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욘드 디지털 BEYOND DIGITAL

폴 레인원드,마하데바 매트 마니 저/PwC 컨설팅 역
매일경제신문사 | 2022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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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혁명 이래 기업에게 중요한 건 기술이라고 다들 평가했습니다. 구글 역시 빼어난 검색 기술을 통해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섰고, 예전의 중후장대 산업과 달리 적은 인력만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라야 이제는 세계 정상에 오를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그런데 이 책 저자들은, 모두가 디지털 혁신에 적응한 지금, 기술만으로 과연 위대한 기업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합니다. 디지털 그 너머를 추구하는 단계를 "비욘드 디지털"이라 이름짓고, 비욘드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겠는지를 묻습니다. 그 답으로 요약되어 제시된 건 "기술 차원이 아닌 역량의 구비"입니다(p16). 역량이 그럼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한 마디로 대답하기 어렵다고도 합니다. 하지만 "뛰어난 역량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독보적이고 지속성 있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잇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무나 다 따라할 것 같으면 누가 글로벌 일류 기업이 못 되겠냐는 뜻이겠습니다. 


 

저자들은 현재의 상황 변화를 가져온 세 가지 요인을 다음과 같이 꼽습니다. 1) 수요 혁명 2) 공급 혁명 3) 경영환경 변화. 이 셋 중에서 기업 경영자를 어렵게 하는 건 특히 세번째 팩터입니다. 과거에는 그저 기업의 수익 창출과 증가를 위한 부문만 신경 썼으면 충분했습니다. 현재는 그렇지가 않아서, 시민사회의 평판,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어느 정도나 기여하는지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 거버넌스에 대한 올바른 참여 등의 요소가 복합적으로 고려되며 이를 소홀히한 기업은 더 이상 수익조차도 올바로 창출하기 어렵습니다, 이를 두고 저자들은 ESG라는 새로운 표준이, 기업들이 준수해야 할 새로운 규범으로 확립되어 가는 것으로 보며 또 이것이야말로 기업 역량 강화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꼽는 듯합니다. 

 

똑같은 상품이라고 해도 포지셔닝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서 매출과 수익의 규모가 크게 달라집니다. 포지셔닝을 포함해 기업은 전체 시장 구조 속에서 자신의 개성과 정체성을 소비자 상대로 어떻게 어필하느냐를 놓고 근원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게 저자들의 주장입니다. "경쟁사가 흉내를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p60)." 과거에는 거대 시설을 구축하고 이른바 규모의 경제를 통해 진입 장벽을 만들었다면, 요즘은 이처럼 구조와 사업모델의 독창성으로 무형의 강력한 진입 장벽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겠습니다. 여기서 저자들은 "역량"의 구체적 내용으로 "기술, 지식, 데이터, 능력, 프로세스, 조직 모델, 문화 등이 모두 결합된 것"이라 설명합니다. 

 

"창의적인 에너지를 모아 그 대부분을 새로운 포지셔닝에 집중시키는 것"이 기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p83). 이 책에서 매우 자주 강조되는 개념 중 우리에게 이미 익숙한 건 "포지셔닝"인데 성공적인 포지셔닝이 일단 이뤄지면 기술 자체의 참신성과 혁신성에 과하게 집착할 필요도 없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할 수만 있으면 혁신의 극한까지 기술을 발전시키는 게 옳겠으나 어디 그게 쉽겠습니까. 경영이란 현실적 한계, 자원 동원과 자본 조달의 한계 안에서 이뤄지는 활동이니 말입니다. 특히 "포지셔닝은 독보적이어서 우리 기업이 없어지면 시장에 공백이 생기는 것이라야 한다(p83)"라는 말에서 저자들의 관점이 무엇을 지향하는지 잘 엿볼 수 있습니다. 

 

저자들은 p122 같은 곳에서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예를 드는데 제주 등에 혁신, 첨단 병원을 설립하려 드는 요즘 한국에서도 이를 참고해야 할 이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조직 전체의 실행 방식과 역량을 강화시키는, 생각지도 못한 성과를 가져온(p123)" 혁신 중 하나는 역학습이라고 합니다. 역(逆)학습은 reverse learning이라는 것으로서, 중동 최고의 의료센터로 꼽히는 아부다비 지점에서의 성공 사례를 통해 역으로 본점에서도 조직 내에 혁신의 결과를 확산시킨 과정을 뜻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일일 문제 해결 회의 등 여러 개의 디지털 툴(tool)입니다. 

 

고객에 대한 독보적인 인사이트를 갖추는 것도 핵심 역량으로 꼽힙니다. p138에서 저자들은 "그저 고객 인사이트를 갖추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은데, 이런 건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럼 어떠해야 하는가? 그 인사이트가 남이 함부로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것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데이터의 단순한 수집으로는 이것이 달성되지 못하며, 조직 내, 혹은 경쟁 생태계 전체, 혹은 직접 고객으로부터, 이런 인사이트를 지속적이고 구체적으로 얻기 위해 애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건 고객과의 신뢰 구축이라는 게 저자들의 주장입니다. 하긴 신뢰가 구축되어야, 고객으로부터 생산적인 피드백이 이뤄지고 더 정직한 데이터가 쌓이지 않겠습니까. 

 

이상은 기업 외적인 부문으로부터 혁신과 변화를 꽈하는 방법론이었으며(p163), 기업은 또한 내적인 방향으로부터도 꾸준히 변신을 도모해야 합니다. 어쩌면 자신의 내부를 객관화하며 가감없이, 또 필터링 없이 들여다보는 이 시도가 외부에의 관찰보다 더 어려운 작업일 수 있습니다. 성과 지향적 팀(p179)은 다음의 네 가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저자들은 말합니다.

 

1) 장기적 유지
2) 차별화 역량의 구축 업무를, 풀타임으로 또 메인 업무로 맡김
3) 자체 자원 확보(타 부서 의존 자제)
4) 고위 임원 배치를 통한 조직 내 중요성 도모. 

 

특히 이 챕터에서 중요하게 다뤄지는 건 커머셜 트랜스포메이션인데,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말 그대로 기업은 과거의 효율적이고 생산적이었던 방식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는 주장에 독자들이 주목해야 할 듯합니다. 책에서는 대표 사례로 마이크로소프트와 일라이릴리를 듭니다. 댄 스콘브론스키라는 R&D 혁신 공동리더는 일라이릴리의 이런 나쁜 조직 습성을 일신한, 성공적인 CEO의 대표로 논의됩니다. 아 논의가 p238까지 이어지는데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케이스스터디인 듯했습니다. 어떻게 타성에 젖은 한 조직이 정반대의 지향성으로 거듭나는지 소설보다 더 흥미로운 과정이 묘사됩니다. 일라이릴리뿐 아니라 MS의 장 필립 쿠르트와 역시 성공적인 리더의 표본으로 소개되며, 그 외에 한때 위기를 맞았던 필립스나 히타치의 사례도 재미있게 분석되는데 필립스 사례는 다른 경영서에서도 여러 차례 다뤄지곤 했습니다. 


 

인재의 중요성은 어느 기업 어느 시대에나 결코 소홀히 다뤄질 수 없습니다. 앞서 나왔던  클리블랜드 클리닉의 예가 내부 역량 강화 단원에서도 다시, 다른 각도에서 상세히 제시됩니다. 이 경우에도 여전히 중요한 건 직원들의 경영 참여입니다. 주인의식을 갖고 창의성과 시야가 강화되고 넓어진 직원들은 더 이상 수동적으로 명령만 수행하는 존재가 아니며 의사결정의 매 프로세스마다 기여를 할 수 있고 또 기여를 해야만 합니다. 사실, 현장에서 문제를 직접 다뤄 본 직원만큼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 방도를 일찍 눈치챌 만한 이들이 또 있겠습니까. 

 

리더십이 언제나 패러독스를 안고 있음은 경험적으로, 또 이론적으로 이미 증명되었습니다. 이 이슈를 해결하려 들면 저 이슈가 걸리고, 하나의 목표가 달성되면 다른 목표에 지장이 생기곤 합니다. 책에서는 p279에 이러한 패러독스의 구조를 표로 정리해서 독자에게 설명합니다. 이러한 패러독스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CEO는 "강직한 정치인", "기술에 밝은 휴머니스트", "겸손한 영웅", "전통에 밝은 혁신자" 등의 바람직한 상(다소 역설적이지만)을 이미 달성해 가는 것입니다. 

 

아무리 변화가 극심한 환경이라고 해도 변화하지 않는, 언제나 적용 가능하고 효과를 발휘하는 원칙이라는 게 있습니다. 이것이 기술 완성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며 또한 혁신의 본체입니다. 변하지 않는 경영상의 진리와 규범, 비결에 대해 저자들은 풍부한 사례 연구와 쉽고 명쾌한 진단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무엇이 본질인지를 모르는 멍청한 CEO의 손에 조직이 맡겨지면 그 기업은 당장이라도 침몰하고 말 운명인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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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 | My Reviews & etc 2022-05-22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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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주와 중국의 예정된 전쟁

겟칸하나다 편집부 저/신희원 역
미디어워치 | 2022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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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는 먼 남태평양상에 떨어진 나라라고만 생각하기 쉽지만 중동부 기준 한국의 서울과 시차가 나지 않습니다. 물론 위도상으로는 먼 거리지만(그리고 계절도 반대이지만), 시차가 나지 않는다는 건 생각 외로 가까운 생활권이란 뜻입니다. 그런데 사정이 이렇다면, 우리 바로 옆에 붙어 있는 중국과도 이 나라가 긴밀한 이해관계 혹은 지정학적으로 미묘한 사이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요즘 캐나다라든가 호주와, 저 중국 사이에 작다고만 볼 수 없는 분쟁이 잦다는 뉴스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 책은 아예 노골적으로 전쟁이 임박했다는 제목을 달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멀리 떨어지기라도 했지만, 호주는 중국의 시각이라면 자기 앞마당에 놓인 나라 쯤으로 인식될지도 모르니.


 

작년(2021) 6월 클라이브 해밀턴의 책을 읽고 저도 리뷰한 적 있는데 중국 공산당 측에서 얼마나 집요하게 호주 정가에 친중파를 심어 놓고 효과적인 공작을 펼쳤는지에 대해 자세히 분석한 내용이었습니다. 이 책 p24에서도 그 책에 대한 언급이 직접적으로 나옵니다. 또 그 책의 효과에 대해 "호주를 일깨운 한 권의 책"이라며 높이 치켜세웁니다. 이 책보다는 훨씬 두꺼운 볼륨이며, 아마 지금 이 책을 읽고 더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독자라면 해밀턴의 책을 읽으면서 요 앞의 사정을 개관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 책 전반부에는 중국의 대부호 황샹모(한국 한자 발음으로는 황상묵이라 읽습니다)라는 이가 주로 다뤄지며, 이 사람이 호주 정치인 여러 명을 "후원"하여 확고한 영향력을 이식하는 과정이 충격적으로 묘사됩니다. 또 주민선(한국식으로는 주민신) 같은 재력가도 등장하여, 선거 자금 후원, 사무실 운영 경비 대납, 고가의 와인(?), 중국 여행 경비 지원(!) 등이 이뤄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중국 측이 접근해 온 정치 세력이 있다면 아무래도 좌파에 가까운 노동당 인사들이 타겟이었겠거니 짐작할 수 있지만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이 책(과 저 해밀턴의 책)에 따르면 호주의 보수계열 정치인들도 광범위하게 로비의 대상이 되었다는 거죠. 개인적으로 한 달 전 앙투안 이장바르의 책을 읽고서도 알 수 있었지만, 중국의 로비는 오히려 최근 각국(프랑스를 포함)의 극우파에 집중되기도 하며, 이 결과인지 우파 진영의 일부 부패한 인물들이 뜻밖의 행보로 친중 스탠스를 취하는 게 오히려 트렌드(!)이기도 하니 그저 어이가 없을 뿐입니다. 특히 프랑스라는 나라는 근본적으로 중국과 양립 불가능한 국가 이익을 지닌 나라이니 말입니다. 


 

방공식별권(圈)은 한국의 경우에도 중국, 러시아 등이 수시로 침입해 들어와서 많은 문제가 빚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어서 이 책 p29를 보면 호주에 대해 중국이 자체 ADIZ(한국은 KADIZ라고 하죠)를 일방적으로 선포한 사건을 두고 호주의 정치인 샘 데스티에리(노동당)가 "반대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일이 다 있었다고 합니다. 책은 그를 두고 "중국 공산당의 대변인이나 다름없다"고까지 합니다. 물론 정확한 판단을 위해서라면 전후 맥락을 두루 살펴야 하겠으나 워딩이 비록 부분이라도 저 정도 강도라면 지탄을 면할 수 없을 듯합니다. 아니면 (선의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소통 능력이 매우 부족한 사람이든지 말입니다. 

 

왜 하필이면 호주인가? 여기에 대해 책은 호주의 지난 역사에서 그 해답을 찾습니다. 한국인들도 "벡호주의"라는 단어를 (나이 든 층이라면) 모르지 않는데, 그만큼 한때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독한 인종차별주의가 지배하던 나라였습니다. 그런데 이처럼 호주가 "피붓빛"에 민감하게 된 건 바로 지난세기부터 중국 이주노동자가 매우 많았던 현실도 한몫했다는 거죠. 호주는 선주민만 탄압한 게 아니라. (자신들도 이민자였으면서) 나중에 이주해 온 황인종인 중국인을 몹시 궁지에 몰았던 전력이 있습니다. 최근 들어와 이에 대한 반성의 물결이 일었고, 그 틈을 중국 공산당이 파고들었다는 겁니다. 어쩌면 중국 입장에서는 과거의 원한을 푸는 과정의 일환이라고 여기기도 했겠습니다. 원한을 풀려면 설령 결과가 단호하고 강력할지라도 그 방법은 정정당당하게, 문명인의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런 패턴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음은 뭐 말할 필요도 없겠고요. 

 

공작이라고 하는 건, 그 대상자(타겟 그룹)와 책략, 전술 등이 사전에 정교하게 연구되고 고안되며 집행되어야 그 실효(實效)를 낼 수 있습니다. 책 p110을 보면 중국 공산당이 호주 정치인과 언론인 등을 상대로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고 이중삼중의 검토를 마쳤는지 그 계획의 빈틈없음에 대해 오히려 감탄하게 됩니다. 하긴 세계의 패권을 노린다면서 주먹구구로 그저 요행만 바란 채 대충 진행된다면 말이 안 되는 거죠.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상대가 이처럼 꼼꼼한 스텝을 밟는 모습에 대해 반대편에서 차라리 배우고 교훈을 얻을 일입니다. 역설적이게도요. 정말로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들 공산당이 생산하고 세계에 전파하려 노력하는 "대안으로서의 중국 모델" 수출이 과연 뭔지에 대해서도 국가 차원에서의 심층 분석이 필요합니다. 타조처럼 눈만 감고 고개를 모래밭에 파묻은 채 "별일 없겠지"를 외친다고 다가올 암울할 미래가 절로 해소되겠습니까? 

 

일본인들은 열도에 살 때만 충성스러운 일본인이지, 다른 나라에 일단 정착하여 귀화라도 하면 철저히 현지의 법질서와 권위에 복종하는 성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 역시도 다소 우스운 행태지만, 또 중국인은 저런 일본인들에 비하면 정반대 기질입니다. "설령 귀화했다고 해도 출신 국가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을 절대 할 수 없다(p118)." 한국인들은, 한국에 귀화해 사는 외국인들에 대해 막연히 "귀화까지 했으면 생각과 의식이 완전히 달라졌겠지" 같은 기대를 품습니다만 대단히 안이한 반응입니다. 적어도 중국인은 절대 그렇지 않으며, 이런 성향을 숨기지도 않습니다. 이탈리아 같은 나라도 유럽 중에서는 대단히 친중 성향을 띠는 나라인데 이 책 p119를 보면 "화조중심"에 대해 긴 설명을 합니다. 그러니 겉으로 보이는 태도와, 실제 경계 태세의 진지함 정도는 차이가 있나 봅니다. 


 

한국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에 중국인 투표권을 주는 문제에 대해 논쟁이 붙고 있습니다. 원래 국회의원, 대통령 선거와는 달리 지방선거는 거주 외국인에 한해 투표권을 주는 게 보편 상식에 가까우므로 총론적 문제가 될 건 없습니다만 각론으로서 외교상의 상호주의라든가 중국이라는 특수한 국가에 대해 안보의 문제 같은 게 대두되는 거죠. p151을 보면 중국 공산당은 수도가 아닌 지방을 노린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첫째 중국의 첫째 관심사는 자원이며 이런 자원의 각국의 "지방"에 분포하는 게 보통이라서이며, 둘째 지방권력을 먼저 구워삶기가 용이할 뿐 아니라 지방정부의 특수한 (중국 의존) 상황을 어필함으로써 점차 중앙으로까지 영향력을 확대하는 게 더 쉬운 방책이라서라고 합니다. 그런데 물론 이 말도 맞지만, 애초에 중국은 외국의 중심부, 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공략도 대단히 적극적입니다. 단지 세심하게도, 지방으로부터 시작해 중앙으로 올라가는 전략까지도 동시에 구사하는 게 기발하고 창의적이라는 것뿐이죠. 

 

지방의 여러 도시들이 외국에 있는 비슷한 위상의 다른 도시와 자매결연을 맺는 건 매우 아름다운 관행입니다. 도시, 혹은 국가, 선박 등은 인도유럽어권에서 전통적으로 여성(female gender) 취급하므로 "자매"결연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무척 자연스럽고 아름답게까지 들립니다. 어떤 멍청이는 이런 것도 성차별이라며 목소리를 높일 수도 있겠지만. 여튼 이 오래된 자매결연이라는 관행을 이용하여, 중국의 일부 도시는 타국의 취약한 도시를 공략하여 특유의 약탈적 행태를 보인다고 합니다. 그래서 체코의 프라하 같은 경우 구 공산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베이징과의 자매결연을 취소하고 대신 타이베이와 새로 유대를 맺었다(p153)고 합니다. 하긴 프라하는 오랜 역사를 거쳐 압제와 획일화를 거부하고(수백 년 전 30년 전쟁의 발단이 된 디페네스트레이션 같은 걸 떠올려 보세요) 자유와 관용을 추구해 온 보헤미안의 본향 아니겠습니까? 

 

p166에서 저자는 "중국의 일방적 승리"가 코로나 19 사태를 통해 거의 굳어져간다고 단정합니다. 책 내용을 읽어 보면 팬데믹 초기까지의 사정만 반영된 듯하지만 여튼 중국의 대처와 책략이 미국의 그것보다 훨씬 영리하고 민활하며 효과적인 면 있었다는 점 도저히 부인 못 합니다. 마스크 외교, 백신 외교 등은 적어도 초기 단계에서는 미국보다 훨씬 능동적으로 전개되었더랬습니다. 반면 미국은 순식간에 수천만의 감염자가 나오며 세계 최악의 코로나 지옥으로 떨어진 적 있습니다. 중국이 미국을 한때나마 이겼던 대목입니다. 

 

시진핑은 중국 공산당 원로 중 한 명인 고 습중훈의 아들이며 소위 태자당 중에서도 황금 혈통에 해당하는 인물입니다. 습중훈이 마오에게 호된 시련을 당할 때 젊은 시진핑 역시 엄청난 고난을 겪고 지방에서 밑바닥까지 내려간 적 있습니다. 이처럼, 이른바 하방을 통해 고생했다는 점만 알려져 있지, 그가 한때 정보당국에서 일하며 공작 업무에 종사한 건 경력상 잘 알려진 바는 아닙니다. 현재 러시아를 다스리는 푸틴도 젊은 시절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으나 KGB 경력자 정도로만 막연히들 알고 있습니다. 저자가 이 점을 상기시키는 이유는, 최고지도자부터가 젊은 시절부터 해외 공작에 이미 잔뼈가 굵은 출신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특히 해외에 널리 퍼져 있는 중국의 인적 네트워크가 해당국가에 각별한 안보 위험이 될 수 있음을 주장하려는 의도이겠습니다. 물론 이에 대한 판단은 독자 각자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저자는 해밀턴의 책으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는지 책 말미인 p187에서 다시 해당 작가의 공저 <보이지 않는 붉은 손>을 소개합니다. 관심 있는 독자라면 원서를 찾아 보든지, 번역서가 또 나오기를 기다려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된 도서를 받고 주관적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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