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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 My Reviews & etc 2023-02-2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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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악마는 이렇게 말했다

최인 저
글여울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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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어떤 비의(秘義)를 알려면 신뿐 아니라 때로는 악마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예언자 차라투스트라도 아후라마즈다뿐 아니라 아흐리만에 대해서도 많은 가르침을 남겼으며, 그 아흐리만의 입에서 나왔다는 많은 메시지들은 이후 조로아스터 교의 핵심을 이루기도 했죠. 악신의 성격은 역설적으로 절대선과 신(神)의 본질에 대해 더 정확한 파악을 가능하게 도와주는 면도 있습니다. 

인간은 본디 떠도는 존재입니다. 어느 한 지역에 머물려고 작정하면 그때부터 발전이 멈추고 에고와 정체, 심지어 부패가 시작되며 자기객관화가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의 문명을 이루고 경제적 풍요를 누렸던 중화제국이 19세기 들어 처참한 굴욕을 겪은 건 발전을 거부하고 쇄국을 고집했던 잘못된 결정에서 비롯했습니다. p85를 보면 아담도 낙원을 나온 후에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맛보았다고 합니다.

사실 우리 생각으로는 아담이란 어리석은 사내가 신의 명을 거부하고 공연한 유혹에 빠진 대가를 낙원으로부터의 추방으로 톡톡히 치른 것만 같은데, 이 소설의 메시지는 그와 반대입니다. 그러니 아담은 처(妻) 이브를 거친 악마로부터의 제안을 수용하고 나서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알게 되었다는 뜻도 됩니다. 이 주장대로라면 원죄(아우구스틴의 체계에서)는 저주의 낙인이 아니라 삶의 진정한 의의를 깨닫기 위한 마중물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거짓말이란, 가면을 쓴 진실에 불과하다(p129)." 여인은 세상을 비웃기 위해 춤을 추고 다닙니다. 세상을 비웃겠다는 의도는 존중하지만 그렇게 광인의 춤을 추고 다닌다고 무슨 변화가 생기는가? 당연한 의문입니다. 이 여인의 논리를 좇자면, 잔학한 악마 역시 사실은 불미스러운 가면을 쓴 신에 지나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몸을 채찍으로 때리며 고행속죄를 하는 인물을 flagellate라고 합니다. 중세 유럽에 이런 이들이 실제 있었으며 수도사나 사제일 수도 있고 평신도일 수도 있습니다. 인기 소설이었던 <다빈치 코드>에도 일부 이 비슷한 묘사가 있었습니다. p291에서 이제 선과 악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그'는 아예 "선의 끝은 악이고 악의 끝은 선"이라며 본격적인 궤변, 아니 불멸의 진리를 설파합니다. 사실 설파라 하기엔 다소 어폐가 있는 게 여전히 그의 어조가 신중하기 때문입니다. 

"악을 피하기 위해 위장된 선을 행하는 건 진정한 선일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방편으로서의 선도 선으로서의 성격을 전적으로 박탈당하는 건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p311을 보면 가장 나쁜 평화라도 가장 뜻 있는 전쟁보다 낫다는 말이 있습니다. 여성의 유두에는 딸기가 달려 있고 국부에는 장미꽃이 피어 있습니다. 누가 이들을 맛보는 중일까요? 여자의 말이 맞습니다. "희망은 곧 그리움이겠죠?"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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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레온 힐 부자의 철학 | My Reviews & etc 2023-02-27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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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폴레온 힐 부자의 철학

나폴레온 힐 저/최은아 역
미래지식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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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성공한다는 걸 어떻게 정의하건 무관하게 그 성공의 비밀을 알아낸다는 건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20세기 철강왕 앤드류 카네기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기도 한 저술가, 모티베이터였던 나폴레온 힐은 성공의 비결을 17가지 원칙으로 요약했던 바 있는데 이 책은 이제 자기계발서의 고전이 되었습니다. 고전이 언제나 그렇지만 내용을 다 알아도 거듭 읽는 재미가 있고 읽다 보면 뭔가 의욕도 샘솟는 것 같아 좋습니다.

"무한한 지성에는 한계가 없다(p47)." 아무리 힘이 좋고 강건한 신체를 타고났더라도 많이 쓰면 결국은 탈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튼튼한 볼보 크레인도 일정 연한이 지나면 고철로 폐기해야 합니다. 그러나 사람의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집니다. 깊은 수면을 취하고 나면 다시 잘 작동할 뿐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떠오릅니다. 이런 건 나폴레온 힐 같은 일류 작가가 자신이 스스로 체험해 봤기에 자신있게 책 중에서 저처럼 주장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무한한 지성을, 스스로 설정한 목표에 정력적으로 적용할 때 이를 appiled faith라고 부른다 합니다. 이 책에서는 저 말을 "행동하는 믿음(p46)"이라 옮겼는데 멋있고 적정하게 들립니다.

걱정한다고 뭐가 나아질 게 없으니 걱정을 멈추라는 충고는 여러 책이나 강연가들이 자주 하는 말이며 예전 유행가 가사이기도 합니다. 나폴레온 힐도 우리 독자들에게 그런 주문을 하는데 그럴 정력과 시간을 다른 생산적인 노력에 쓰라는 다분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나온 조언이겠습니다. 고민을 멈추고 행동 전략을 세우면 지체없이 행동에 옮겨야 하며(p59), 고 이건희 회장 같은 분도 의사결정이 빨랐기에 오늘날의 글로벌 기업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인간의 뇌는 자기 주도성이 발휘할 때만 발전한다(p95)." 아무리 올바른 것이라도 나 아닌 다른 세력의 의지에 질질 끌려가는 중이라면 그 사람한테 신명이 날 리 없고 뇌는 스트레스를 받아 쪼그라듭니다. 그러나 무작정 자기 마음대로 한다고 뇌가 빌달하는 건 아니며, 준칙 없는 자의적인 행동 끝에 나쁜 결과가 이어진다면 아무런 아드레날린이 생성되지 않습니다. 자기 주도적 삶을 살되, 분명한 원칙이 있어야 합니다. 나폴레온 힐은 사랑, 성욕, 경제적 안정에 대한 열망, 이 세 가지를 자기 주도 삶을 위한 가장 강력한 동기로 꼽습니다(p94). 정확한 사고의 힘에 대해서는 p196 이하에 잘 나옵니다.

열정은 영어로 passion이라고도 하지만 내 목표를 이루기 위해 각별한 영감에 의해 추동되는 건 enthusiasm이라 부르며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의 <언터처블>에도 캐릭터 알 카포네가 열심히 강조하는 코믹한 장면이 있습니다. 책 p125에서 저자는 그리스어 어원을 풀어 주며 그 어근 중에 神을 뜻하는 theos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사실 이 대목 말고도 책 곳곳에서 신에 대한 언급이 아주 잦은데 그 의미가 기독교적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북미 특유의 프래그머티즘, 즉 성공을 이루기 위한 도구로써 신의 섭리를 원용하는 어떤 방법론에 가깝다는 게 제 개인적 생각입니다.

저자는 상상력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음을 지적합니다. 하나는 종합적 상상력이며 이는 기존의 모든 정보를 구조적으로 질서 있게 결합하는 능력이라고 합니다. 나폴레온 힐의 관점에 의하면 이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고 하네요(p144). 현상을 타파하고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이룰 수 있게 하는 자질은 바로 "창의적인 상상력"이라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이를 위해 그는 정기적인 명상도 필요하다고 알려 주네요.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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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티튜드 | My Reviews & etc 2023-02-26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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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애티튜드

도리스 메르틴 저
카시오페아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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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손에 넣느냐보다, 가진 것을 어떻게 여기고 그로부터 무엇을 얻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이러한 태도, 애티튜드를 어떻게 갖느냐가 삶의 질, 행복을 좌우합니다. 독일인들은 그 특유의 근면성실함과 직업헌신적인 자세 때문에 번아웃 증후군에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이 독일인 저자도 책에서 "불안과 완벽주의에 갇히지 않고 자신만의 인생을 설계하는 11가지 태도"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just be(그저 너 자신이 되어라) 같은 광고문구, 소유를 가급적이면 회피하고 체험 위주로 살자는 젊은층의 경향, 인도 전통의 아유르베다 마사지의 유행(p19) 같은 게 다 이런 경향을 대변하는 증거로 꼽힙니다.

저자는 금융전문가들이 투자자산을 계산적으로 구성하듯 우리들도 삶의 포트폴리오를 짤 필요가 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은 p69 이하에 잘 나옵니다. XY양축에는 성공과 노력이 각각 자리합니다. 어떤 일은 노력에 비례해서 성공의 정도가 정해집니다. 어떤 일은 노력 여부와 성공 사이에 큰 연관이 없습니다. 이런 다양한 과제를 어떻게 필요한 만큼만 노력, 혹은 다른 나의 자원을 배분(allocation)하여 이뤄낼지를 지혜롭게 잘 판단해야 하겠습니다. 

p107에 그 말이 인용되는 올리버 웬델 홈즈는 clear and present danger 원칙의 확립으로 아주 유명한 미국의 대법관입니다. 이 인용구에서 그는 "집"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는데, 사실 저자 도리스 메르틴 박사의 이 책도 주제는 애티튜드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읽어 보면 "집"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하루의 고된 일과를 마치고 와서 내 한 몸을 기댈 집이 뭔가 마땅치 못하다면 스트레스가 풀리거나 재충전의 활력을 얻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집이라는 공간이 내 마음에 들고 나의 모든 걱정을 잠시나마 덜어내어 주는 안식처로 기능해야만 합니다.

아무리 불평불만을 털어놓아도 오늘날의 삶이 예전보다 풍요로워진 건 사실입니다(p145). 어느 직장이라도 요즘은 워라밸을 강조하는데, 이 워라밸은 회사에서 정해주는 것도 아니며 결국은 내게 주어진 시간을 내 자신이 얼마나 주체적으로 잘 활용하냐에 달린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중세 영국의 철학자 윌리엄 오캄의 말을 인용하며(p151), 같은 성과는 가능하면 최소 노력을 동원하여 이뤄낼 것을 강조합니다. 이 모든 건 우리네 삶의 과제를 될 수 있으면 간명하고 단순하게 파악하는 태도에서 첫 출발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무엇이 내게 진짜 중요한 것인지를 분명히 파악하고 설정해야 합니다. 이 책에서 방법론으로 삼아 수도 없이 강조하는 게 포트폴리오입니다. p190에도 그렇게 나오지만 과연 무엇이 진짜 나에게 중요하며, 무엇이 그저 남 보라고 그럴듯하게 걸어두기만 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남 보는 삶에 낭비하는 인생과 이런저런 불필요한 과제 사이에는 선명한 선을 그어야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른 이들과 고립되어 살 수 없습니다. 허먼 멜빌(p243)은 천 개의 가닥으로 우리들은 타인과 연결되었다고 말합니다. 성격에는 외향형과 내향형이 있을 수 있지만 둘 중 어느 유형이라 해도 각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여 대응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지나치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닐 필요도 없고 공연히 내 기만 빨아먹는 사람하고는 과감하게 절연할 필요도 있겠습니다.

이 책에는 나 혼자 먹는 식단, 손님이나 지인과 함께하는 식단이 각각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있습니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이런 데에서조차 우리의 삶의 질은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그 누구보다 내가 내 삶을 사랑하고 효과적으로 아끼기 시작해야 소중한 내 인생이 그전과는 다른 빛깔을 띠기 시작할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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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자라는 도서관 가족 | My Reviews & etc 2023-02-25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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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책과 함께 자라는 도서관 가족

정연우 저
이비락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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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교육은 어려서부터 시키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은 비교적 공공도서관 인프라가 잘 갖춰진 편에 속하는 나라인데, 기왕 국민 세금이 이만큼이나 투입되어 버젓한 시설을 갖췄다면 충분히 이용하고 그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취하는 게 현명합니다. 게다가 도서관 이용을 통해 민주 시민의 소양까지 기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결과가 없겠습니다.

책깨나 읽는다는 성인들도 책의 다양한 종류에 대해 꼽아 보라고 하면 머뭇거릴 수 있습니다. p66을 보면 다양한 책 종류가 나오는데 그림책의 하위에 이처럼 다양한 분류가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물론 우리가 익히 알던 모습들이긴 한데, 이렇게 표를 통해 정리해 주니까 한눈에 팍 들어와서 좋습니다. 그런데 "바로 읽어도, 거꾸로 읽어도 되는 책"의 예로 <기묘한 왕복 여행>을 들고 있는데 이런 책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제가 한 번도 보지 못해서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또 "냉장고 속에 넣어뒀다가 읽어야 하는 책"인 <우리 집은 어디에 있나요?>에 대해서도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은 대개 엄마 아빠한테 책 읽어 달라고 하는 걸 좋아하지만 그래도 애들인 이상 마냥 몰입하기가 힘듭니다. p71을 보면 "독자의 참여가 있어야 진행되는 책"도 있는데 버튼을 누르거나 좌우로 흔들어야 책장이 넘어간다고 하며 읽어 주는 부모의 역할이 작가와도 같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아이들이 집중하는 정도가 다르다고 하니 이 문제 때문에 고민인 부모들이 관심 가질 만합니다.

소소하지만 효과가 확실한 팁도 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여러 권 대출할 때 어떤 걸 다 읽었는지, 어떤 걸 아직 손 안 댔는지가 아리송하다면 다 읽은 책은 뒤집어 꽂아 놓으라는 거죠. 물론 대출해서 내 서가에 있는 책들을 그리하라는 것이며 도서관에 가서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 아이한테 책 선택권을 주면 집증도도 높아질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큰 기쁨까지 느낀다고 합니다. 독서는 그 무엇보다 즐거운 활동이라야 하며 고역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책은 그 내용을 이해하고 배우는 수단만이 아니라 갖고 노는, 블럭 같은 놀이 도구가 될 수도 있습니다. 책을 갖고 높이쌓기, 도미노, 성 만들기, 책 뒤집기 같은 놀이(p163)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책이 일종의 레고가 되는 셈인데 저처럼 책을 아끼고 전전긍긍하는 사람은 차마 두 눈 뜨고 못 지켜볼 것 같기도 합니다.

책 자체가 애초에 놀이 도구로 나온 경우도 있습니다. <뭐든지 나라의 가나다>, <글자 셰이크>, <단어 수집가> 등이 그것인데(p206), 아이가 한글만 깨쳤다면 할 수 있는데 p213 이하에는 기억력 게임의 일종인 치킨차차 하는 법이 소개됩니다. 어른들이 해 봐도 재미있을 듯한 게임인데 다만 구입처에 따라 가격 차가 꽤 난다고 하니 유념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ㅐ,ㅔ 모음의 구분이 거의 없어지다시피한 요즘은 이 부분 받아쓰기를 아이들이 무척 어려워합니다. 그리고 한국어 고유의 여러 이중모음을 정확히 쓰는 건 많은 어른들도 어려워하는 형편입니다. ㄹㄱ, ㄹㅂ 등의 겹받침도 무척 난도가 높지요. 이때 무작정 아이를 다그칠 게 아니라, 다음번 시험에 아이가 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게, 다음번에는 몇 점이라도 더 상승이 되게 할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해 p258 이하에 아주 자세히 나와서 좋았습니다.  오히려 도서관 이용 방법보다 이런 아이들 공붓법이 더 흥미롭게 읽혔을 만큼, 뭔가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장기간에 걸친 고민이 물씬 배어나는 책이라서 좋았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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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죽음의 패러독스 | My Reviews & etc 2023-02-24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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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시간과 죽음의 패러독스

김달수 저/남계현 감수
인간사랑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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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들어 인류의 지성은 다시 한 번 큰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독립적이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연속체이며, E=mc^2라는 공식은 기어이 핵에너지의 해방에까지 이어졌습니다. 발명가이자 산부인과 원장님이시며 원종와인샵 대표인 저자는 학부 시절 공대에서 전자학을 전공하신 특이한 이력이 있습니다.

이 책은 현대물리학의 가장 앞선 대목까지 자유자재로 논의하면서 시간의 불가역성(不可逆性)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행합니다. 우리가 이 시간의 불가역성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또 머리로, 갈등 없는 이해, 수용, 혹은 달관이 가능할 때, 죽음에 대해 비로소 담담한 자세로 모든 걸 받아들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혹 죽음에 대해 마음이 정리되지 않은 채 하루하루가 불안한 분이라면, 이 책을 읽고 죽음에 대해 이성적이고 학문적인 기초 위에서 차분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겠습니다. 또 아직 살 날이 창창히 많이 남은 독자라면, 이 책을 읽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나 그 외 현대물리학의 첨단이론에 대해 직관적인 이해를 도움 받을 수 있습니다. 저자께서 이 문제에 대해 평소에 엄청 숙고하신 흔적이, 술술 전개되는 쉽고 정확한 문장들 속에 역력히 배어납니다.  


책 p22를 보면 저자께서 아인슈타인의 말을 직접 인용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시간과 공간은 생각의 도구인 인간 지성의 자유로운 창작뿐이다(p22)." 아우구스티누스는 처음에 관념론적 시간을 정의한 바 있었고 이것을 근 천 수백 년 후 뉴턴이 절대시간, 절대공간 개념으로 대폭 수정했습니다. 말하자면 시공간 개념이 종교에서 과학으로 변환된 것인데 20세기 들어 아인슈타인이 그토록 칭송 받는 것은 시간과 공간 개념을 전에 없던 것으로 바꿔 놓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그는 시간이고 공간이고 간에 좌표와 관측자에 의해 상대적으로 정의될 뿐이고, 시간이 설령 절대 좌표축에 의해 고정이라 가정해도 공간은 시간에 의존하는 잉여개념에 가깝다고 말했습니다. 지금이야 이런 생각이 상식이지만 20세기 초에 불쑥 이런 말이 나왔을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을지 상상을 해 버면 참...  책에서는 p61 등에서, 시간이 반대로 흐르거나 기타의 흐름을 보이는 경우를 설명합니다. 빛의 속도를 초월하는 물질이 발견되는 것만으로는 시간의 역행이 가능하지 않은데, 이는 빅뱅 이후 그렇게 성질이 고정되어 그렇다고 합니다. 이게 깨지려면 반물질의 존재까지 확인되어야만 합니다.

앞서 아우구스티누스는 "과거"라는 시간이 순전히 인간의 기억에 의해 구성되는 주관적 실체라고 했습니다. p116에서는 시간과 기억의 관계에 대해 매우 상세한 설명이 나옵니다. 절차기억, 의미기억, 일화기억 등이 장기기억을 이루며, 이 장기기억의 형태 때문에 과거에 대한 모양새나 이미지는 사람마다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죽은 사람으로부터의 사후교신(p197)은 참 신기하다는 생각마저 드는데, 어떻게 보면 2014년작 <인터스텔라>도 이 모티브를 담고 있습니다.

사람인 이상 죽음이 달가울 사람은 없습니다. 그래서 죽음불안(p247)은 일정연령대에 달한 거의 모든 사람이 겪는 현상이며 어떤 부자들은 그래서 냉동인간(p264)에 대해 관심을 갖기도 하고 재산을 투자하여 구체적인 행동으로 옮기기도 합니다. 의학은 이에 대해 이른바 4P의학으로 대응방식을 보이는데, 예방, 예측, 맞춤, 참여의 네 가지 방향입니다.

"죽음은 처음과 끝이 이어지는 하나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p324)." 몇 년 전에 출간된 같은 저자분의 <죽음학과 임종의학개론>과 <죽음학 스케치>도 지금 읽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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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진술서 | My Reviews & etc 2023-02-23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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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결혼진술서

김원 저
파람북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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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부 젊은세대에서는 자유연애라는 게 유행인데 이게 연애를 자유롭게 한다는 뜻보다, 결혼을 하지 않고 여러 상대를 만나 가며 자유롭게 사는 방식을 가리킨다고 합니다. "폴리아모리"라고도 부르는데 기성세대가 들으면 깜짝 놀랄 만하지만 현재 결혼이라는 제도가 세계적으로 맞는 위기 상황을 감안하면 이것도 일종의 새로운 사회 현상이라 생각하고 차분히 고찰할 필요도 있어 보입니다.

이 책 저자께서는 "유사 이래 선조들이 겪어 보지 못한, 미증유의 사태... 혼란과 내적 갈등...(p33)"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그만큼, 하필이면 요즘 들어서 결혼이라는 제도가 심각한 도전을 받고 있다는 뚯입니다. 저자는 또 "중세인이라면 이미 세상을 뜰 나이에, (생을 더 성숙하게 받아들이고 상대를 더 감싸줘야할 단계에서) 이혼을 (새삼) 고려"하기도 한다는 점을 기막혀합니다. 예전 사람들이 하던 말로, "너무 오래살아서 못볼 꼴을 다 본다"는 게 이런 경우를 가리키는지도 모르겠습니다(진짜 오래 살았다는 게 아니라).

사실 결혼이라는 게, (대부분은) 전혀 모르던 사람들이 만나 젊은 나이에 갑자기 평생을 함께할 것을 서약하고 지속하는 관계이다 보니, 살다 보면 부작용이 뒤늦게 생기는 게 당연합니다. 그래서 덜컥 결혼부터 할 게 아니라 살아 보고 결정하라고도 하는데, 이건 이것대로 문제가 있으며 나이 든 분들이 펄쩍 뛸 만한 일입니다.

"선택은 (새로운 것을) 가지는 동시에 (기존의 것을) 버리는 것(p30)" 이것은 대만 정치학자 저우바오쑹(周保中)의 말이라고 합니다. 이 말이 인용된 맥락은, 이혼할 때에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 챙겨야 할 것을 야무지게 챙긴 후에 빠져나오라는 저자의 매몰찬 마음 그 표현입니다. 사람 사이의 관계라는 게 어느 선을 넘지 말아야 하며 일방이 선을 넘었다 싶으면 미련이라는 건 아무짝에도 소용 없을 때가 많습니다. 꼭 상대를 향한 앙심이나 원한의 표현을 위한 수단만은 아니고 다분히 현실적인 조언이겠죠.

아무리 (비교적) 젊고 철없을 때 내린 결정이라고 해도 당시에만큼은 서로 불이 붙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평생 그런 설레는 체험을 다시 하기도 힘들고, 옛 정과 의리, 혹은 그새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자녀를 생각해서라도 계속 살자고 마음 먹는 게 보통입니다만 이미 돌이킬 수 없게 상해버린 관계라면 다른 접근도 필요합니다. 

"갈등이 생기면 성질만 낼 줄 알지 대안을 제시한 적이 없었다(p75)." 이 문제는 요즘 사람들만 부쩍 이기적으로 변해서 상대에게 이렇게 구는 건지, 아니면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이랬으나 그저 폭력으로 간단히 마무리되고 만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부모님, 혹은 조부모님들은 지금 세대보다는 더 참고 더 인내했던 듯도 합니다. 지금 세대가 확실히 더 합리적이며 예리한 면도 있습니다만, 내 잘못에는 눈을 감고 상대에게만 예민하게 구는 경향도 있죠.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젊은이들보다 예전 분들이 대체로 더 사려깊게 사리를 판단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혼을 했거나 그 직전 단계에 접어든, 혹은 그 불화가 절정에 달한 부부들이 겪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인류 역사상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이혼의 문턱에서 고민하고 싸운 적이 없었으므로 그들에게 도움을 준 책이나 지혜의 모음은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고민을 많이 하신 저자께서 자신이 직접 느끼고 겪은 내용이 적혀 있고, 자신이 참고한 책의 목록이나 가르침이 많이 인용되었으니 비슷한 어려움에 처한 분들, 특히 여성들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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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사진으로 보는 감염병의 역사 | My Reviews & etc 2023-02-22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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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감염병의 역사

리처드 건더맨 저/조정연 역/김명주 감수
참돌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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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들어 세균학, 바이러스학 등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인류를 괴롭히는 질병은 언젠가는 모두 극복되리라 기대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의 세계적 유행에서도 알 수 있듯 바이러스는 그 고유의 이점을 잘 이용하여 전혀 새로운 패턴으로 진화했고, 앞으로도 인류 곁에 영원히(...) 머물 것으로 추측됩니다. 혁명이나 전쟁, 사회 불안, 범죄 같은 것보다 더 근원적인 레벨에서 인간을 괴롭히는 건 질병이며 역사의 고찰은 이 감염병이 끼치는 영향을 제외한다면 의미 있는 진전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다소 당혹스럽지만 누가 뭐래도 인간에게 가장 큰 쾌감을 안겨 주는 건 바로 성 관련 행위입니다. 공자나 석가, 소크라테스, 아인슈타인 같은 위인은 혹 다른 고차원 행위 중 더 큰 쾌감을 느낄 수 있겠으나 이는 극히 예외적일 뿐입니다. 인간은 설령 타고난 머리가 나쁘더라도 이 쾌락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는 엄청난 창의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그런 인간에게, 마음 놓고 행위할 자유를 박탈하는 밤의 질병(p118)의 존재는 실로 위협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20세기 초반에는 매독, 후반에는 AIDS(p130)가 유행하여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습니다. 일제 강점기 소설을 보면 문란하게 살던 중노년 부자가 죽을 꾀를 내어 수은을 흡입하다가 아예 저세상 사람이 된 클리셰가 정말 자주 나옵니다. 에이즈는 산모에게서 태아로 수직 감염, 혹은 수혈 사고로, 무분별 성행위와 전혀 무관한 희생자가 생기는 게 가슴 아픈 일입니다. 클라미디아, 헤르페스, 임질은 남성 중 상당수가 보유했으며 피임도구의 사용으로도 못 막는 경우가 많으니 그저 절제된 행위 습관으로 자신을 지키는 수밖에 없습니다.


과학이라는 게 그저 의도적으로, 혹은 체계적으로 설계된 프로젝트 하에서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그저 우연에 의해서도 엄청난 성과가 가능한 영역임을 예증하는 게 바로 페니실린의 발명입니다. 그러나 그 우연한 발견조차 영국처럼 기초과학 인프라가 탄탄하고 연구를 존중하는 분위기가 확고한 나라에서 이뤄졌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p125를 보면 이 항생제의 발견이 약 2억 명의 목숨을 구했겠다고 하지만 요즘은 항생제 내성으로 더 큰 위협이 초래됩니다. 한때는 마냥 축복이자 쾌거로 여겨졌던 게 이처럼 평가가 바뀌는 것도 이례적입니다. 

얼마전에는 암이 유전이라고 하면 모두가 황당해했습니다. 지금은 다들 수긍하는 분위기죠. 위궤양은 그저 개인의 기질과 성격, 식습관 등에 기인한다고 여겼고 이게 감염성을 지닌다고 하면 많은 이들이 고개를 갸웃하겠으나 호주의 배리 마셜 같은 이는 스스로를 실험 대상으로 삼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용액을 마시는 결단으로 자신의 이론을 입증했습니다. 압도적 다수 과학자(엄연히 최고 전문가)들이 반대하는 와중에도 이런 신념을 지키고 올바름을 증명한 그 강단이 정말 대단합니다.

현대는 이미 미생물학, 또 관련 의학이 충분한 사회적 신뢰를 확보한 상태지만 p64에 나오듯 18세기처럼 아직도 폐습과 미신이 지배하던 시절이라면 에드워드 제너 같은 선구자의 노력이 얼마나 고독했을지 상상이 가고도 남습니다. p65의 지도는 당시 브리튼 섬의 천연두 사망률을 한눈에 보여 주는데 이때만 해도 병에 걸려 죽고 아니고는 그저 팔자 소관이라 믿을 수밖에 없었겠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유지하는 방법은, 불운이나 재앙 등을 놓고 이성과 계획으로 대응하여 스스로의 운명을 통제하는 범위를 점차 넓혀 가려는 노력을 통해서만 발견될 수 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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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 fake | My Reviews & etc 2023-02-2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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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fake

알앤써니 저
읽고싶은책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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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중의 내가 과연 진짜 나인지 아닌지 큰 회의, 현타가 올 때는 누구나 있습니다. 이게 심각하게 가면 공황장애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저자께서 간호사로서 열심히 살 때 문득문득 찾아오는 저런 느낌 때문에 아마도 제목이 저렇게 붙은 것 같습니다. 의료인으로서 간호사라는 직업은 사실 대단히 어려운 일이며 전문지식의 발휘뿐 아니라 감정노동까지 덧붙여지고 게다가 악성 민원인의 행패까지 벌어지기도 하니 정말 예삿일이 아닙니다. 유발 하라리가 "AI가 의사는 대체할 수도 있겠으나 간호사 대체는 어려울 것"이라고 한 게 다 이런 이유에서라고도 하죠.

현재 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는 입법 사항을 놓고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사이에 날카로운 대립이 벌어지는 중입니다. 요즘 보면 이런저런 인터넷 커뮤에서 간호조무사에 대한 비하적 표현이 많이 눈에 띄던데, 모두가 자기 직역에서 열심히 일하는 분들이고 보면 그런 조롱이 행해져서는 안 됩니다. 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가 설령 직장에서 상하관계라고 해도 양쪽의 이해가 모두 배려되어야 하며 일방통행식 처리가 되어서는 곤란하죠. 이 책은 곳곳에서 동료, 부하직원인 간호조무사들에 대한 저자의 따뜻한 마음이 표현되는 게 참 좋았습니다.

얼마전 40대의 나이에 의대 입학한 분의 사연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의대는 서울대 연고대 한바퀴 다 돌고 지방의대로 내려오던 과거와 달라서 요즘은 입결이 아주 높습니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며, 이 책 p53에 나오는 전 간호조무사 G도 그에 못지 않게 장한 분이라고 하겠습니다. 사고가 나면 직업 자체에 대한 회의가 오거나 남탓을 하는 게 보통인데 이분은 "자신의 배움이 부족"하다며 이런 결단을 내린 거죠. 그 나이에 4년 공부(편입일 수도 있겠으나)를 마음 먹는다는 자체가 보통 용기가 아닙니다. 

사내 정치는 어느 직장에서도 미묘하고 다루기 어려운 문제이죠. 이 책 p98이라든가 p57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참... 직접 접하거나 겪는 게 아니라 이렇게 글로만 읽어도 머리가 아파오네요. 수간호사의 직분은 본인이 간호사 노릇도 온전히 해 내야 할 뿐 아니라 이처럼 관리자로서 직장내 기강까지 바로잡아야 하니 보통 큰 고충이 아니겠다 싶었습니다. p131을 보면 어떤 간호사분(D)은 결국 일을 그만두고 패션 관계로 전직했다는 말이 있는데, 물론 본인 적성이 그토록 다양히 뻗어 있는 건 다행이지만 간호대학 4년 공부가 어디 예삿일입니까. 그 엄청난 투자가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얼마나 아깝습니까.


p91, 또 p141을 보면 수술동의서 작성과 관리가 향후 책임 소재 규명과 관련하여 엄청 중요한 이슈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의료 현장이라는 게 일반인 생각으로는 편하게 일하고 돈 많이 버는 일만 같아도 절대 그렇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의료인들은 그럴 만한 고생을 흠씬 하고 그 정도의 수입을 얻는 것이므로 제발 사회적 존중을 보내 줘야 하겠다 싶었네요.

p153에 보면 태움이라는 말의 정확한 어원이 나옵니다. 태움 이슈는 뉴스에 아주 자주 나오므로 이 말 자체야 익숙하지만 정확한 유래를 몰랐는데 아주 깔끔하게 설명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많은 사회적 갈등은 약간의 역지사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게 대부분이니 다들 마음의 여유를 갖고 조금만 배려를 서로 베풀어야 하겠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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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 아트북 - 현대 픽셀 아트의 세계 | My Reviews & etc 2023-02-20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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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픽셀 아트북 : 현대 픽셀 아트의 세계

그래픽사 편집부 편저/이제호 역
아르누보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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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셀이라는 말이 여전히 낯설 수 있어도, 알고 보면 우리 생활에 아주 깊숙이 침투한 단어입니다. TV나 모니터를 살 때에도 4K, 8K같은 말을 흔히 쓰는데, K가 1,000 단위라는 건 다 압니다. 그런데 뭐가 4000개, 8000개라는 뜻인가? 바로 픽셀, 화소(畵素)의 개수입니다. 픽셀이 뭔지 그래픽이나 관련 제품 엔지니어들만 알면 된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요즘은 자기 분야에 갇혀서는 생계 유지도 곤란하며, 융합과 통섭이 대세이기에 타 분야까지 두루 알아야 나한테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 낼 수 있습니다. 예술적 감각은 이제 누구나 키워야 하며 픽셀은 (이 책에 나오는 대로) 현대 미술의 구조적 기초입니다.

한글은 비교적 가로세로획이 직교하며 선명하게 각을 이루는 편입니다. 그러나 일본 문자인 카나는 한자처럼 모호한 삐침이 형태의 주를 이루기에 사실 그래픽의 융통성이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p18의 작품을 보면 이 개성이 다시 확인되죠. 저걸 이쁘다고 볼 수도 있고 반대로 그 모호함을 마뜩지 않아할 수도 있습니다. 혹 실제 전화번호 보유자에게 누가 될까 숫자 하나를 가린 배려가 귀엽네요.

과거에는 텔레비전 화질이 나빠서 시청이라기보다 마치 쇠라의 그림을 보는 듯했으나, 이제 우리 눈은 이미 TV나 모니터의 화소를 분별해 내지 못할 정도로 기술이 발달했으며 규격이 FHD만 되어도 1.2미터 밖에서 보면 실사와 똑같이 인식될 뿐입니다. p31의 작품을 보면 30cm만 띄어도 뭐 사진 같이만 보입니다. 배색이 어둡기까지 하니 더하죠. p36의 작품들은 카나가 표지판이나 간판 등에 쓰인 것만 빼면 한국 소도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을 잘 표현했습니다. 한자로 쓴 右側通行... 아래 작품에는 편의점 세ooo븐이 포착되었는데 저희 집 앞인 줄 순간 착각했습니다.


p131에 보면 이게 화투인가? 싶었는데 제목과 설명을 보니 진짜 화투입니다. 정작 본고장인 일본에서는 우리 나라처럼 화투를 그리 즐겨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p126을 보니 이 아티스트는 1975년생, 이름은 오노 히로시라고 나옵니다. 다른 작품을 보니 역시 일본색이 물씬 드러납니다. p53 상단의 작품은 보기에 따라 뭉크의 <절규> 패러디라 할 수도 있겠죠. p71의 작품과 p49의 작품은 작가는 비록 서로 다르지만 하늘을 표현하는, 혹은 파악하는 방법은 비슷해 보입니다.

p63의 작품은 비록 매우 단순한 터치만으로 표현되었으나 누가 봐도 번화가의 야경임을 알 수 있습니다. p59의 좌우 긴 그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도시의 야경은 (시력이 몽골인처럼 좋지 않다면야) 전체 자세한 윤곽을 알 수 없고 실제로도 네온 등의 이산 발광으로 선이 드러나므로 이런 픽셀로 표현되기에 딱인 소재입니다.   

p126을 보면 (텍스트로 치자면) 마치 초성퀴즈 같은 작품들이 죽 나열됩니다. 2페이지에 걸쳐 모두 16개의 작품이 나오는데 이게 기존 유명 작가들의 대작을 픽셀로 재포착한 것들입니다. 해설을 보지 말고 각각이 과연 무엇이 원작일지 맞혀 보는 것도 재미있겠습니다.

챗GPT라든가, 그림 사진 따위를 기막히게 흉내내어 손으로 일일이 안 그려도 아이디어만으로 엄청난 구체성을 구현해 주는 인공지능이 이미 상용화되었습니다. 이제 포o샵 같은 도구도 과거의 유물 신세가 되기 직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픽셀 표현 체계는 최소 몇 년 동안은 여전히 그래픽 작업에서 쓰이겠으며 픽셀 분석 자체가 구상 추상의 인-디코딩 능력을 길러 주는 훈련입니다. 이 책은 그래서 창의력을 기르려는 독자에게 많은 아이디어를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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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짐바르도 자서전 | My Reviews & etc 2023-02-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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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필립 짐바르도 자서전

필립 짐바르도 저/정지현 역
앤페이지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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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혹은 여러 전문서적, 심지어 대중 자계서에도 그가 설계한 실험이나 이론이 소개된다는 건 학자로서 분명 크게 성공한 삶이라고 평가 받아 마땅합니다. 필립 짐바르도는 책 중에서 수도 없이 되풀이되듯, 명문 스탠포드에서 가장 많은 학생들이 강의를 들은 교수에 꼽히며, 상아탑 안의 학자를 넘어 이미 대중에게도 널리 인지도를 갖는 엔터테이너의 위상이라고 합니다. 책표지에서 뭔가 코믹하고 드라마틱한(적어도 점잖지는 않아 보이는) 표정을 짓는 얼굴만 봐도 그런 느낌이 듭니다.

책 p14나 p222를 보면 그는 거듭해서 뉴욕 (사우스)브롱크스 빈민가에서 나고 자랐다고 술회합니다. 이런 성장 배경이, 그가 그토록 탁월한 업적을 남기는 데에, 적어도 학계의 기존 통념을 뒤집는 혁신 연구를 수행하는 데 도움이 되었을까요? 이 책은 인터뷰어의 짤막짤막한 질문에, (모르긴 해도) 수다스러울 듯한 그의 길고 긴 내러티브가 지면을 꽉꽉 채우는 형식입니다. 그의 <루시퍼 이펙트>라든가 공저 <타임 패러독스(나는 왜 시간에 쫓기는가. 이 책 중 p127)>는 이미 한국에서도 많은 독자를 만난 베스트셀러입니다. 바로 그 저자가 허심탄회하게 한 인간의 목소리로 털어 놓는 이야기를 통해, 저 레전드 실험들과 연구의 배경이 무엇이었는지 캐치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우리는 또래 학생들의 말이 아니라 교수님 말씀을 듣기 위해 학교에 와서 수업에 참여하는 거에요.(p73)" 짐바르도 교수의,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수업 방식이 저렇게 처음에는 반대에 부딪혔나 봅니다. 사실 솔직히 말하면 저도 저 학생들(짐바르도 교수 반대파)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대학 교수님은 중고교 교사들과도 또 달라서,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성계의 진로를 잡고 첨단 지식을 발굴해 내는 선봉장입니다. 그 가르침이 학교 밖에서는 좀처럼 접할 수 없는 귀한 것이기에 비싼 등록금을 내고 배우러 가는 것 아닐까요? 물론 어떤 방식이든 장단점이 있고, 짐바르도 교수는 자신의 방법론을 발전시켜 오늘에 이른 것이지만 말입니다.

짐바르도 교수의 그 전설적인 교도소 실험(p254를 보면, 정작 자신은 그렇게만 기억되고 싶지 않아합니다)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p198)"과 연결되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환경 결정론의 불길한 연장 해석인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해지기도 합니다. 실험에 참여한 사람들은 다름 아닌, 미국에서 엘리트로 손꼽히는 스탠퍼드대 학생들이기도 했으니 말입니다. 이런 사람들이, 전적으로 의사결정 자유가 박탈되는 상황도 아닌, 실험인 걸 나도너도 뻔히 아는 분위기에서도 결국은 그런 악영향을 받았으니... 이 책에서도 잘 알 수 있지만 짐바르도 교수가 자신의 학생들에게 뭘 강압적으로 지시한다거나 할 퍼스낼리티도 아니었겠고요.


아무리 실험 속의 상황이라고는 하나,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세부 상황까지 예측 가정하여 철저히 윤리 규범이 지켜져야 합니다. p45 같은 걸 보면 약정서 같은 게 작성되었고(p39, p129도 참조하세요) 아마도 대학이나 연구기관 주도 실험 중 이런 계약이 꼼꼼히 체결되는 관행도 이 무렵부터 시작되었을 겁니다. 짐바르도 교수는 참 여러 면에서 업적을 남긴 셈입니다. 한국 일각에서 횡행하는 음습한 변태적 SM 상황극에서도 암묵의 약속은 지켜진다고 하지만 뭐 당사자들 외에 누가 정확히 알겠습니까.

심리학을 경제학에 전면 응용하여 새 분야를 개척한 게 행동경제학인데 짐바르도 교수도 인간 심리의 미묘한 부분을 정교히 측정하는 방법론으로 업적을 남겼으니 어찌 보면 저 분야의 선구자입니다. 트버스키, 카너먼 등에 대한 언급도 p96에 나옵니다. 사실 이 인터뷰에 드러나는 짐바르도 교수의 특징적 비유나 어법을 통해 그의 심리를 추단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현대에 들어 많은 비판을 받기도 하고 일각에서는 부당하게 악마화하기도 하나 p142, p264에서처럼 존 웨인이 바로 빌런과 동일시되는 건 드문 편입니다(물론 다른 이의 의견을 근거로 들지만). p239를 보면 더 극단적 성향을 지닌 흑인 학생에게 결국 크레딧을 못 받은 걸 두고 불만을 털어놓는 등 뒤끝도 장난아님이 드러납니다.ㅋ

위키피디아에 보면 그를 두고 유대인, 푸에르토리코인, 마피아, 흑인 등으로 오해한다는 기술이 있는데 이 평판의 근원은 짐바르도 자신의 회고(이 책 p61 같은 것)이지 어떤 객관적 근거가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리버럴 성향답게 중국도 극단적 전체주의라며 싫어하고(p209) 포퓰리즘적 독재자들을 강하게 비판하는데 트럼프, 에르도안, 두테르테 등에 대해서는 그러려니 하지만 김정은이 이 범주에 드는지는 의문입니다. 책에 나오는 대로 인민사원 짐 존스와는 닮았지만 말입니다. 

p270의 아티클은 <나는 왜 시간에 쫓기는가>를 불과 몇 페이지로 잘 요약한, 유익한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레전드가 탄생하게 된 뒷이야기를 그랜드마스터 본인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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