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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 1636, 혼군의 전쟁 병자호란 | My Reviews & etc 2023-03-1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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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인조仁祖 1636

유근표 저
북루덴스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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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6년, 대륙(과 요동) 정세가 급변할 때 반도의 정책 결정자들이 판단을 크게 그르쳐 백성의 삶을 피폐케 하고 국체를 더럽힌 외환을 초래한 비극이 벌어진 해입니다. 이에 대해 이런저런 소설, 영화까지 여러 해석을 시도해 왔고 대중들도 그에 영향을 받은 어떤 관점을 갖고 있지만 일차 사료까지를 확인하려는 노력이야 당연히 미진했습니다. 학계의 몫으로만 미룰 게 아니라 대중서로도 더 심도 있는 분석을 시도할 만했는데 유근표 전문가님의 이 책이 어느 정도 그 갈증을 해소해 줄 것 같습니다.

호남 광주광역시에는 여러 역사적 의의를 지닌 금남로(누구나 알 만한)라는 곳이 있는데 이 금남이 정충신(p39)의 봉호, 봉지에서 유래한 이름(p46)입니다. 이 책에도 나오듯 황해도 황주 일대에서 이괄의 반란군과 맞서다 패하기도 했지만 결국 난(1624)을 진압한 이가 정충신이며 이분은 임란 때(p46)에도 권율 휘하에서 어린 나이에 여러 공을 세웠음은 역사 기록이나 민담 등에서도 확인됩니다. 이괄의 난 때문에 북방 오랑캐를 방어하는 중요 체계가 붕괴하였고(이괄군 자체가 주요 방위 병력이었으므로), 뜻하지 않은 개인의 돌출 행동으로 지나치게 가혹한 외환을 맞았음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명은 이미 지배체제 핵심부에 어떤 구심점과 기강이 사라져 환관과 권신들이 작정하고 축재, 월권에만 몰두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수취가 가혹하다 보니 (언제나 그래왔듯) 농민 반란이 안 일어날 수 없고 국가 병력이 동북쪽에서는 여진의 발호를 막느라, 내부적으로는 기초 치안 질서를 잡느라 도통 정상적인 작동이 불가능한 판이었습니다. 이런 와중에 명 칙사들(p57)은 평소보다도 더 심하게 인조 조정으로부터 뇌물과 접대를 요구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니 이때에 이르러 어쩌면 기존의 상국을 섬기는 절차가 (이후에 벌어질) 삼배구고두례 못지 않게 치욕적이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원숭환은 책에도 나오듯이 유능하고 총명한, 누천년 중국 역사가 과거 시스템을 통해 등용한 빼어난 인재의 한 전형과도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또 모문룡을 치죄하며 그는 못난 우리 조선 조정의 편에 서기까지 하여 우리 후대 한국인이 각별한 고마움을 느끼게까지 해 주기도 하죠. 이런 충신에게 억울한 누명을 씌워 죽인 당시 명 조정은 반도의 인조 정권과 더불어 마치 누가 더 멍청하게 자기 파괴를 행하는지 무슨 경쟁이라도 벌이는 듯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건 현대 중국 공산당 일각에서 이런 원숭환을 두고 어이없는 논거를 들어 폄하를 시도한다는 건데 자국 역사의 위인 모독이라는 점에서 코미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단순히 걸출한 군사 지도자에 머문 게 아니라 공동체의 경제산업 체제를 재편한 유능한 경세가이기도 했던 누르하치는 우리로서는 고맙게도 조선에 대해 호의적이었습니다. 그러나 후계자 홍타이지는 어리석은 조선 조정의 잇단 실책들에 대해 결코 관대하지 않았으며 청 입장에서는 이제 무의미한 유훈 일부에 집착하지 않고 과감하게 남하남정한 게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이처럼 청나라는 후금 시절부터 내내 수뇌부에 가장 신중하고 영리한 결정을 내릴 능력자가 포진했었다는 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저 싸움만 잘한다고 천하가 제 차지가 되는 게 철칙이었다면 이미 15세기, 16세기에 에센, 다얀 칸, 알탄 칸 같은 오이라트, 몽골의 장수들이 명을 집어삼키고 새 정복왕조를 열어, 여진족에게는 기회가 없었을 것입니다.

남한산성은 그나름 큰 의의를 지닌 방어시설이었으며 이 책 곳곳에서 잘 짚어 주듯이 이미 신라 문무왕 때 축조되었었고 조선 중기 들어 오리정승 이원익이 (그로서는) 이례적일 만큼 독촉하여 어느 정도 정비를 마친 요새였으나, 이게 인조 조정에서 다시 방치되고 치명적인 실책, 결정 지연 등이 겹쳐 그런 비극이 벌어진 것입니다.

병자호란 당시, 청군(淸軍)이 남한산성을 에워쌀 때, 만약 반도 삼천리 곳곳에서 근왕군이 몰려와 군량(軍糧), 병력수 면에서 우위를 점하며 역포위를 시도할 경우 여진 입장에서는 답이 안 나옵니다. 에센이나 알탄 칸, 혹은 저 멀리 슐레이만의 장수들도 그래서 북경, 비잔티움을 함락 못 시키고 결국 후퇴, 철군한 것인데... 인조 조정은 왜 그리하지 못했는가. 여기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 책에 설명이 나옵니다.

몽침과 원 간섭기에도 그랬지만 사실 의외로 저 북방 민족은 반도의 왕조, 왕족들에게 어느 정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인 편이었습니다. 이 책 후반부에는 실권자 도르곤, 또 의순공주 관련해서 여러 재미난 이야기가 나옵니다. 또 소현세자 역시 피해자인데 청에서 융숭히 그를 대접하고 자신들의 역량에 대해 증명을 해도 했기에 그가 친청으로 돌아섰지, 무작정 대륙 정세의 전환만 목격했다고 해서 관점이 바뀌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여튼 틀에 박힌 해석이 아니라 좀 더 팩트 위주로 접근하여 시대상의 입체적 이해를 도모한 게 돋보이는 대중서였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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