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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9 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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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4(1부 4권) | 2010-09-29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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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토지 4 (1부 4권)

박경리 저
나남 | 2007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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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권까지는 평사리 내에서의 사건이 주를 이루면서 때때로 시국에 관한 소문이 들려오는 정도였지만, 이제 을사조약을 맺게 된 역사적 배경이 이 시골 마을의 촌부들 생활에까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철통같던 옛 가치관들이 무너지고, 위세 당당하던 최참판 댁 살림은 조가에게 넘어갔으며, 윤씨 부인을 중심으로 지켜지던 암묵적인 규칙들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규칙이 사라지면 당장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것은 지배계층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지요. 서희는 천애고아가 되어 재산을 빼앗기기는 했지만, 드높은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을 뿐 직접적인 위협을 받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평사리 사람들은 파리 목숨 신세가 되지요. 토지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이 시대에는 현대에 비해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숨이 가벼웠다는 점이 죽 묘사되긴 했습니다만, 조준구의 수탈 때문에 주려 죽고 왜병들에게 의병으로 몰려 생목숨 빼앗기는 것은 역병이나 흉년처럼 공평한 재난에 의한 죽음과는 또 그 궤를 달리합니다. 억울함의 정도에서 근본적인 차이가 있어요.


 토지의 서술 방식이 특별히 누구에게 감정을 이입하거나 누구를 미워하도록 몰아가는 방식이 아니긴 한데... 그래도 이쯤 되니 슬슬 미운털 박힌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조준구 내외야 말할 것도 없지만 오히려 그런 큰 도둑놈들보다도 삼수가 씹어죽이고 싶게 밉습니다. 이에 비하면 1,2권의 귀녀는 정말로, 그나마 이해가 가는 악역이었던 것입니다. 귀녀는 나름의 자존심이 있는 여자였지요. 귀녀가 악해진 것은 구한말의 계집종으로서는 넘칠 만큼 강한 자존심과 발전의 욕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삼수는 그거고 저거고 없고 그저 조가를 등에 업고 누린 손톱만한 권력에 흠씬 취하는... 욕심 많고 비굴한 쥐 같은 악역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좋은 역할 중 하나인 용이가 짜증을 심하게 유발합니다. 어렸을 때 월선이와 애틋했다고는 하지만 결국 강청댁에게 장가를 들어 수십년에 걸친 삽질 연애(불륜;)의 시작이 되지요. 그래, 어린 시절이고 혼인 같은 인륜지대사에 어머니 뜻을 거역 못해서 그렇다고 칩시다. 하지만 그 뒤로도 계속 그 모양이죠. 어진 성품의 청년이었다고 드물게도 강조되는 용이인데 정작 자기 안사람에겐 어땠나요, 정은 없더라도 그냥 남들에게 어진 만큼만 자기 댁네에게도 어질게 했음 되잖아요. 하지만 강청댁에게 연민을 느꼈으면서도 어떻게 대했어요? 수줍게 남편에게 꽃 꺾어다 주던 새댁이 그렇게 악착같은 성격으로 변한 게 다 누구 때문이에요? 그리고 임이네는? 본인은 계집질 할 만큼 다 하면서 월선이한텐 바라는 게 뭐 그리 많은지요. 게다가 월선이가 혼자 고향 떠나 고생해서 돈푼깨나 벌어오니까 이번엔 남자 자존심 상한다고 찌질찌질. 어쩌라고. 하기야 답답하기로 월선이도 둘째가라면 서럽고, 그래서 둘이 똑 천생연분이기는 합니다.

 

 주요 인물들은 변하는 세상과 빼앗긴 입지를 견디지 못하고 한번 큰 사고를 친 후 삶의 터전을 버리고 떠납니다. 2부에서는 전혀 다른 곳에서 이야기가 계속되겠죠. 잠시 쉬었다가 2부를 시작해야겠어요. 전 원래 이것 저것 한술씩 뜨는 식으로 읽는 걸 좋아하는데 한동안 진득하게 한 이야기만 파서... 잠깐 다른 책을 뒤적이고 2부를 읽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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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당황 | 일지 2010-09-24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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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가 "면류관 교회" 라는 데를 봤다.

그 교회 벽에 걸린 현수막에 이런 말이 쓰여 있었다.

 

IMFERIAL CROWN WORSHIP

 

 

헉.

 

너무 크고 당당하게 쓰여 있어서 난 내가 그동안 뭘 잘못 알고 있었나 했다.

 

그리고, 애초에 '면류관 교회' 의 '면류관'이 예수가 쓴 가시관을 의미하는 거라면, 영어로 그걸 임페리얼 크라운이라고 부르진 않을 것 같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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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에서 만난 철면피 | 일지 2010-09-22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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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에는 어긋나는 행위가 아니지만, 별 의미없는 짓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쓸데없이 당당하게 피해를 끼치는 자를 가리켜 우리는 철면피라고 부릅니다. 이런 사람들은 일반 사람들과는 좀 다른 종족이 아닌가 싶어요. 정말로 얼굴 가죽이 남들보다 튼튼한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사고의 시스템이 완전히 다른 것만은 분명합니다. 이어폰이 없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하철에서 DMB를 안 보는 편을 택합니다. 하지만 이 종족은 퇴근 시간 만원 지하철에서 최대 음량으로 DMB를 틀고 외부 스피커를 통해 뉴스를 듣지요.

 

 이 종족은 공공장소라면 어디에서나 발견됩니다. 그리고 이들의 버릇을 고칠 방법은 사실상 없는 것 같습니다. 철면피와의 부대낌이란 현대 사회의 업보가 아닌가 합니다. 운 나쁘게 이런 사람과 한동안 같은 공간 안에 있게 되면, 그냥 수행하는 셈 쳐야 하죠.

 

 얼마 전에 뮤지컬을 하나 봤습니다.

 그리고 앞자리에 앉은 커플 중 남자가 캡을 쓰고 있었어요.

 

 참고로 작은 공연장이고 앞뒷자리 높이차가 별로 없고, 그래서 자리가 지그재그로 배열되어 앞자리 두 사람 머리 사이로 무대를 볼 수 있게 설계되어 있었습니다.

 

 공연장에서 괜한 짓으로 뒷사람 시야를 안 가리는 게 좋다는 건 기본 예절이고 상식이잖아요. 뮤지컬 표값이란 만만한 것이 아니고, 댁의 모자 챙 때문에 시야를 가리게 된 뒷사람도 아마 벼르고 별러서 공연을 보러 왔을 텐데. 혹여 거기에 생각이 미치지 못했더라도, 뒷사람이 가린다고 하면 즉시 미안해할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뒷사람이 좀 안 보인다고 앞사람보고 모자를 벗으라고 명령할 권리는 없지요. 거대한 밀짚 모자같은 엄청난 물건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그 정도 배려는 해 줄 수 없냐고 부탁할 권리는 있습니다. 저는 비교적 소심하지만, 공연 시작이 임박해도 영 모자를 벗을 기미가 안 보이길래 조그맣게 부탁했습니다.

 

 "저, 공연이 시작되면 모자 좀 벗어 주실 수 있겠어요?"

 

 저 나름대로 최대한 상냥한 말투로 말했습니다. 사실 벗어주면 고맙고 안 벗어줘도 할 수 없는 일이니까요. 그러자 이 남자는 힐끗 옆눈으로 보면서 대답하더군요.

 

 "왜, 안 보여요?"

 

 말의 내용은 그렇다치고, 그렇게 말하는 퉁명스런 말투를 듣는 순간 알았습니다. 아, 말 걸지 않으니만 못하게 되었구나. 하지만 어떡합니까, 이미 말을 걸었는데요.

 

 "모자 쓰고 옆을 보시면 좀 가리거든요."

 

 "옆에 안 봐요."

 

 뜨악. 괜히 말 걸었어. 말 걸지 말 걸 그랬어.

 

 "옆에 여자친구분이 계시니까요..."

 

 방금 전까지도 여자친구 쪽으로 고개 돌리고 수다떨었잖아요. 내가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말을 건 거라고요.

 

 "옆에 안 본다고요."

 

 "...그럼 앞만 봐주세요."

 

 더 이상 뭐라고 하겠어요. 대화는 이렇게 끝나고 남자는 끝까지 모자를 안 벗었습니다. 휴, 그래요. 캡을 써도 앞만 보면 뒷사람 시야를 별로 가리지 않지요. 머리를 안 감았다거나(;;) 머리와 모자 사이에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일급 비밀이 적힌 쪽지라도 숨기고 있다거나, 기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면 모자 벗기 싫겠죠. 그럼 대충 양해 구하고 안 벗을 수도 있긴 있는데, 그럼 말투라도 좀 어떻게 할 수 없나요. 미안한 말투까진 바라지 않습니다. 적어도 부드러운 말투로 앞만 보겠다고 약속했다면 제 기분이 그렇게 상하진 않았을 거예요. '별 이상한 소리 하는 사람 다 본다' 는 식으로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잖아요. 내가 당신과 싸우려고 든 것도 아니고.

 

 모두들, 공연장과 영화관에서는 사진촬영하지 마시고 앞자리 발로 차지 마시고 머리 위에 얹은 건 내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천적으로 머리가 크다거나 앉은키가 큰 사람에게는 안 보인다고 투정부릴 생각이 없습니다. 그 사람들은 어쩔 수가 없는 거예요. 머리를 뽑거나 척추를 접을 수는 없잖아요. 그렇지만 모자는 다릅니다. 모자 정도는 벗을 수 있지 않습니까? 공연 시작하면 어두워지고 누구도 댁이 모자를 썼는지 벗었는지 신경을 안 쓸 텐데.  배우 모습을 보려고 목을 이리저리 빼야 하는 당신 뒷자리 사람만 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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