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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의 소소한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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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
당신에게 들려주고 싶은 구절. 밑줄긋고 리뷰쓰기. 캘리그라피 쓰기, 소소한 시간. 어떤 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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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들려줘 | 리뷰쓰기 2023-06-2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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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황인찬 저
문학동네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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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황인찬

마음에도 정해진 규칙과 법이 있는 것일까. 사랑과 마음과 슬픔에 대해 생각해본다.

시로서 당신을 쓴다. 현실은 당신을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서일까. 깨진 유리병 사이에 앉은 슬픔과 마당에 내려앉은 한줄기 빛이 슬퍼지는 것, 겨울비가 계속 내리고, 혼자 흔들리는 그림자를 보며 밤새 우는 사람. 영원히 반복되는 꿈속에 갇힌 사람의 꿈. 사람이 사람으로 보여지지 않고 사랑이 사랑으로 보여지지 않는 것. 그 사실이 못내 슬프다.

당신의 시에는 현실이 없군요
현실에는 당신이 없는데요
(왼쪽은 창문 오른쪽은 문, 14쪽)

슬픔은 바닥을 뒹구는 깨진 유리병 사이에 앉아 돌아올 너
를 상상하고 있었다(마음, 23쪽)

사진 속에 남아 고정되고 기억 속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이
미지들 사랑한다고 생각하며 사랑하고 너무 좋다고 생각하
며 너무 좋아하면서
(아는 사람은 다 아는, 27쪽)

그 여름은 뭐였을까, 자꾸 생각하게 되고

우리의 생활은 여름밤의 반딧불이 점멸하다 사라지는 것
처럼 갑작스럽게 끝나게 된다
(인화, 37쪽)

종종 마당에 빛이 내려와 한동안 머물다 떠났다 자주 슬
픔을 느꼈으나 까닭이 떠오르지 않았다
(음애, 53쪽)

손을 잡고 걸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사랑이라 치치 못할 것도 없지만 여전히 겨울비가 세차게 내린다. 사람이 먼저라고 하면서 그 사람에 대한 것을 나중으로 미루는 아이러니. 왜 사람이 아닌가? 왜 사랑이 아닌가? 비인간이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빠짐없이. 이 이야기는 이제 끝없이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니까.(철거비계, 68쪽)

이야기를 들려줘

어떻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

눈 내리는 겨울밤, 쏟아지는 눈을 보며 차가워진 두 손을
마주 잡았을 때,

한쪽 어깨에 머리를 기댄 사람이 누구였는지
그때 웃으면서 한 말이 무엇이었는지

다 말해줘
빠짐없이 들려줘
(철거비계, 68쪽)

눈을 뜨면 익숙한 천장, 눈을 뜨면 혼자 가는 먼 집, 눈
을 뜨면 영원히 반복되는 꿈속에 갇힌 사람의 꿈을 꾸고 있
었고

그러나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이 없군
애당초 마음도 없지만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 83쪽)

사람 가득한 거리에서 손을 잡고 걸어도 아무 일도 일어
나지 않았네

긴 하루를 보내고 같은 집에서 그와 함께 밥을 먹고 잠들
어도
우리 삶에 펼쳐진 무수한 난관을 모두 이겨낸 후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함께 밥을 먹었지
(자율주행의 시, 101쪽)

눈을 뜨면 여전히 겨울비가 쏟아집니다

사람이 먼저라고 말하는 사람과
나중에라고 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비인간을 걷겠습니다
생각 없이 걷겠습니다
(외투는 모직 신발은 피혁, 103쪽)

혼자 흔들리는 그림자가 있고
그걸 보며 밤새 우는 사람이 있고

그걸 사랑이라 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그러지 못할 것도 없겠습니다
(없는 저녁, 109쪽)

겨울비가 하염없이 내리고
빗소리에 묻혀 파돗소리는 들리지 않고

되게 세상 끝난 거 같네
웃으면서 말하는 네 목소리만 남았고
(리스토어, 1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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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힘으로, | 리뷰쓰기 2023-06-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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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각각의 계절

권여선 저
문학동네 | 202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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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의 계절, 권여선

권여선의 작품을 다 읽고나니 ‘기억’의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과거를 되돌아보게 되는 어떤 기억들. 그리고 그 속의 나 자신을 보게 된다.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우리는 어떻게든 이렇게 됐어.
우리는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
우리는 언제부터든 이렇게 됐어. 이유가 뭐든 과정이 어떻든 시기가 언제든 우리는 이렇게 됐어. 삼십 년 동안 갖은 수를 써서 이렇게 되었어. 뭐 어쩔 건데? 이미 이렇게 되었는데.
아……
어디로 들어와, 물으면 어디로든 들어와, 대답하는 사슴벌레의 말 속에는, 들어오면 들어오는 거지, 어디로든 들어왔다, 어쩔래? 하는 식의 무서운 강요와 칼같은 차단이 숨어 있었다. 어떤 필연이든, 아무리 가슴 아픈 필연이라 할지라도 가차없이 직면하고 수용하게 만드는 잔인한 간명이 ‘든’이라는 한 글자 속에 쐐기처럼 박혀 있었다.”(p.28-29)

준희는 사슴벌레식 문답이 상대에게 구구절절한 과정이나 절차를 해명하지 않아도 되는 의젓한 방어의 멘트라고 생각했다가 어디로든 들어왔다 어쩔래? 하는 식의 무서운 강요와 칼같은 차단이 숨어 있다고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가 감당하기 힘든 두려움의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30년이 지난 후에야 막막한 절망의 표현일지도 모른다고.

과거를 기억하면서 현재를 기억하는 듯한 겹기억이 있다. 지난날의 과오와 실수, 후회스러운 순간들과 함께 현재 나의 모습이 겹쳐지는 순간들이. 그런 겹기의 순간을 경애도 견디며 살고 있을까(p.41)라고 생각하던 준희처럼 현재에서 사라진 어떤 사람들이 떠오르는 그런 시간이었다. 나에게 상처와 괴로움을 주기도, 즐거움과 행복을 주기도 했던 그들은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을까?

나를 지키고 싶어서 그래. 관심도 간섭도 다 폭력 같아. 모욕같고. 그런 것들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게, 고요하게 사는 게 내 목표야.(p.75)

누군가의 관심이, 간섭이 폭력같다던 반희, 밀랍가면같은 표정으로 동생을 대하고 미지근한 불쾌감을 숨기는 혜영. 여동생이 의절을 통보해도 그 분노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오익. 30년이 지나 왈츠의 날을 알아챘지만 희망을 버리긴 이르다고 말하는 ‘나’.
지난 과거의 계절에 머물러 있지 않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것이다. 그들 모두 각각의 계절을 나기 위해 각각의 힘을 내고 있겠다. 내가 지금 지나는 계절도 이제 과거로 보내고 새로운 계절을 넘어설 힘을 내야겠다.

각각의 계절을 나려면 각각의 힘이 들지요.(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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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하다보면, | 리뷰쓰기 2023-06-2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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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다음으로 가는 마음

박지완 저
유선사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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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가는 마음, 박지완

영화감독의 에세이는 처음 읽는 것 같다. 감독님의 영화인 <내가 죽던 날>도 보지 못했다. 그러다 피드를 둘러보다가 발견한 문장을 보고 책을 곧바로 주문했다.

“되든 안 되든 계속 열심히 살아야지,
결국 뭐가 되려고 버틴 것은 아니니까.“

눈에 띄는 문장이었고 다 읽고 난 지금의 마음은 사길 잘했다!
무언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나 재능에 대한 생각, 미래에 대한 불안과 같이 코로나 이후로 정체된 불안에 대한 생각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볼 수 있었다. 불안은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존재이고 불안하다고 해서 무언가 더 열심히 하거나 나아가기보다 좌절하거나 주저앉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들어 누가 시키지는 않았지만 서평을 자주 쓰고 있다. 감독님이 부끄러워하며 글을 쓰는 이유와 같다. 전보다 더 달라지거나 아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글을 쓴다. 글을 쓰다보면 내 안의 불안이 조금 작아지므로. 책을 읽고 생각하고 그것을 정리하고 쓴다. 그리고 다시 읽고 수정하면서 생각을 다시 다듬는다. 계속하다보면 좋아진다고 그렇게 믿으면서.

- 나는 이제 불안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었고, 나의 불안이 동반한 광기 또한 인정하게 되었다. 다만 그것을 받쳐줄 체력이 필요할 뿐. 그리고 이렇게 이름을 걸고 나의 불안에 대한 글을 부끄러워하며 쓰고 있다. 왜냐하면 글을 쓸 때 나의 불안이 조금 작아지므로. 이제는 수첩에 메모가 아니라 조금은 다듬어진 글이길 바랄 뿐이다.
계속하다보면, 좋아질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P.21)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게 참 많았다. 하고 싶다고 생각한 게 많았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생각은 많았으나 실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게 많고 실행에 옮겼다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했다. 잘 할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음이나 잘한다는 자만의 마음이라도 있었다면 좋았을까. 언제나 조급하고 스스로를 깎아내리느라 바빠서 씩씩하게 나아가지 못했다. 나도 어린 나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냥 질러버려! 뭐든 일단 해보라구!!!!

- ‘재능’이란 걸 오해했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해보면 될 것을, 나에게 그게 없으면 어쩌나 하며 벌벌 떨기만 하는 겁쟁이였다. ‘내가 원하는 재능이 나에게 있는가’가 왜 그렇게 중요했을까 싶다. 설령 재능이 없다는 얘기를 들어도 그냥 했을 거면서.(P.139)

이제와서 재능을 찾거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마구 솟아난 것은 아니다. 무언가 되고 싶어서 안절부절 못하기보다는 지금 현재에 집중하고 싶다. 지금 현재가 살아온 어떤 순간보다 불안한 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그저 여유를 찾고 싶다. 여전히 불안하고 복잡한 마음이므로. 나에겐 지금에 집중하고 못난 나를 받아들이고 조금 늦더라도 나를 기다려주는 시간이 필요하다.

- 못난 나를 견디는 것은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어렵다. 아니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견디지 못해서 합리화를 하고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버린다. 오만한 생각과 얄팍한 실수와 잘못된 행동을 한 나를 똑바로 보는 것, 반성하고 수습하는 것, 반복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것, 그 시간동안 조금씩 나아갈 것을 기대하며 나를 기다려주는 것이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는 것이다.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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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밟아 나를 닮은 글을 쓴다는 것 | 리뷰쓰기 2023-06-19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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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신부 수첩

조혜은 저
중앙북스(books) | 2016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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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 수첩이라는 제목과 핑크책 커버의 시집은 행복하고 사랑스러운 시가 아니었다. 여자이자 아내이고 엄마인 ‘나’의 이야기는 결혼의 행복이 아닌 불행에 대한 문장으로 가득했다. 음울하고 온화한 유령의 모습으로 가장하고 가장의 권위를 맞았다. “당신이 가장의 권위를 주장할 때, 나는 음울하고 온화한 유령의 아내를 가장했지.(가장,12쪽)” 결혼한 비슷한 지인은 자신의 삶에 찬물을 끼얹고 미혼이거나 어린 지인들은 조언을 했다. 그래도 우리 정도면 행복하지 않냐며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우리 정도면 행복하잖아. 거짓말을 한다.(이방인_엄마에게,15쪽)“ 나를 집을 싫어하게 되고 상처를 받으면서 무덤덤하게 불행이라는 궤도속으로 들어갔다. 남들만큼 살지 못해서 남들 흉내를 내면서. ”우리는 순서대로 무덤덤하게 불행이라는 궤도속으로(...) 남들만큼 살지 못하는데 그래도 남들 흉내를 내야 하나?(신부수첩_식탁)“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지도 않으면서 그저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제도안에서 흉내나 내면서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묻게 된다. ”우리는 끝이 나야 해. 너는 끝없는 여행을, 나는. 또 다른 나를. 너에게 나는 그리운 말이었다. 나는 매일 밤 나를 흉내 냈다. 관광지에서. 우리가 서로 멀어지다가 우연히 만나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지길. 겹쳐진 많은 날들이 날 선 문장을 선물하고. 우리는 걷고 있었다.(관광지_우리, 32쪽)”


아기는 자라고 있는데 당신은 없다. 외롭고 힘든 일을 하며, 휴일도 없이 일을 하면서. 나는 그저 기계처럼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나를 모욕하고 때리고 괴롭혀도. 그러나 이제 끝났다. 조각난 우리는 이제 만날 수 없는 것이다.
“아기는 자라고. 너는 휴식은 있지만 휴일이 없는 나라에서, 나는 휴일은 있지만 쉴 수 없는 오늘을 이야기하지. (...) 여기는 계속되는 장마야. 나는 이곳에서 아내라는 기구처럼 작동하고 타이머가 끝날 때까지 먼지를 털며 널 기다리지.(장마_동화)”
“저 가파른 골목은 이제 누구의 낭떨어지인 걸까. 먼 곳에 있으면 멀어지는 것들을 바라보기 쉬웠지. 실은 네게 아무것도 미안하지 않아. 긴 장마는 끝났어. 휴일은 있지만 쉴 수 없는 나라에서, 이제 휴일이 끝나도 결코 만날 수 없어. 조각난 우리는. (장마_휴일)”

이제 불행을 제대로 마주해야 한다. 불행을 연습할 수 있었다면, 불행이 오는 것을 셀 수 있었다면 더 나아질 수 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랬다면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이제 불행 앞에서 그대로 불행을 껴안고 갈 수는 없다. “다가올 불행을 연습할 수 있었다면, 더 나아질 수 있었을까(우리의 순간_탄생)”
부서지더라도 꿋꿋하게, 헤매더라도 단단하게. 나쁜 사람이 되더라도 돌아가서는 안 된다. 당신과 헤어져도 나쁜사람이 될지라도, 그럴 일도 없겠지만 살아남기를. 더 나은 일만 남았다고, 그렇게 반짝일 것이라고.


- 나는 꿋꿋하게 부서지는 중이었다

나는 단단하게 헤매는 중이었다

나는 당신들의 비난에 맞는 진심으로 나쁜 사람이 되고
싶었다
결코 당신에게는 돌아가지 않을 거야
비밀처럼 살아남아 반찍이길 원했다
엄마가 잘살게 해줄게
(당신과 헤어졌다)

자꾸만 답담해지고 무거워지고 마음아파지던 시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폭발했다. 너는 어디에서 왔을까? 괴롭히는 것을 정당하게 인정받게 된 걸까. 누군가를 괴롭하고 모독하고 몰아세우면서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수많은 ‘너’, 너는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

- 너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나를 괴롭히는 이유를 댔다. 너는 어디에서 왔을까? 너는 누구일까? 가끔 나는 의아했다. 어째서 너는 너를 괴롭히는 것을 정당하게 인정받게 된 걸까. 나는 어디서 살고 있는 걸까. 너는 네가 하는 말의 즐거움을 위해 나를 모독하고 몰아세워도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 그런 너에게 결혼이란 참 합리적인 제도였다. 그곳에서 너는 어떤 처벌도 사랑이란 말로 무마하며 결코 나와는 행복하지 않았다.
(가정)

읽는 내내 괴로웠다. 서정적이고 밝은 시만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시 안의 아픔과 고통, 절망과 슬픔들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무거워서 자꾸만 마음이 가라앉았다. 그럼에도 이런 마음들도 있는 거라고, 불행과 아픔을 밟아 자신을 닮은 글을 써내려가는 사람도 있는 거라고. 그렇게 그 모습을 상상한다. 진짜 글쟁이구나.

- 이제 진짜 글쟁이가 되겠구나
습관처럼 아픔을 밟아 나를 닮은 글을 쓰고 싶었다면,
피멍 든 거짓일까
(당신과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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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울면 따라 울어주는 마음 | 리뷰쓰기 2023-06-19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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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유수연 저
창비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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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은 노크하지 않는다, 유수연

 

시인의 말부터 감동하는 경우가 많다. 시인의 말이 곧 시이므로.

 

슬픔을 가두는 건 사람의 일이었고

사람을 겹겹이 쌓는 건 사랑의 일이었다

시인의 말

 

시에서 슬픔을 빼고 말할 수 없겠다. 그 슬픔을 풀어내는 것이 시인이고 그 슬픔을 넘어 사랑을 말하는 것도 시인이다.

 

나를 버리고 싶은 생각은 겨우 참지만 누군가 울면 따라 울 힘도 같이 남겨두는 시인의 마음이 아름답다. 슬프고 괴롭고 절망적이도 사랑은 남아서 누군가를 위한 다정도 남아도 함께 울어주는 마음이 애틋하다. 나를 버리고 싶다는 것도 결국은 누군가의 어깨가, 품이 필요한 게 아닐까.

 

잘 버티고 있다

 

그거 하나쯤이야

사는 데 문제없으므로

 

나를 버리고 싶은 생각을 겨우 참아본다

 

()

 

잊으려 할수록 또렷해지면 대개 그 생각이다

그러면 주먹을 쥐었다

 

누군가 울면 따라 울 힘을 남긴 채

닿지도 않을 대답을 준비한다

#믿음조이기

 

언제나 자신을 숨기고 싶고 후회할지도 모르는 마음들, 말들이 입에 맴돌아 입안이 썼다. 주워담을 수 없는 말들을 하지 못해 입이 붙었다. 그러나 언제나 마음은, 진심은 들키고 싶어지고 그럴 때 내 앞에 있는 당신이 좋았다. 그런 당신들이 나를 살렸다. 나를 보듬어줘라, 나를 사랑해줘라 그렇게 소리없이 마음 속으로 많이도 외쳤던 것 같다. 그래서 시를 읽고 읽었나보다. 시는 언제나 위로다.

 

주워 담을 수 없는 건

놓은 후에 잡고 싶어지니까

 

그래도 흘러가는 걸 잡고 싶다

내 앞에서 울던 때

 

처음 진심을 들키고 싶었다

#생각담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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