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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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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해도 이미 늦었겠지 | 리뷰쓰기 2023-07-26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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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이사라 저
문학동네 | 201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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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쉽게 오는 사람에게, 이사라

#시인의말
늘 해질 무렵이었다.

새살이 돋아야 했던 기억들

항상 그때였다.

상처가 있는데 안 아프다고
상처가 없는데 아프다고

생각이 물들 때까지
참 오래 걸렸다.

이제 가볍게 집으로 간다.

2018년 5월
이사라

이사라 시인의 시는 편안하다. 읽다가 응? 이게 소리야? 싶은 시가 없어서 읽기가 부담스럽지 않아 좋다. 가볍게 읽히면서 가볍지 않고 마음을 울리는 시들이 있다. 사람에 대해, 슬픔에 대해, 가족에 대해, 죽음에 대해. 어머니의 죽음 이후의 일들을 시가 되었다. 누군가의 죽음은 상실감과 슬픔, 죄책감, 슬픔과도 같은 감정들의 소용돌이 휘말리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들 떠난 가슴에 사람은 어떻게 새길을 내는지(p.20) 알 수 없고, 너와 내가 지나온 세상이 부서지고나서야 웃게(p.40) 된다는 사실, 아무리 못났어도 인연이기에 이제 우리가 헤어질 것(p.91)이라는 사실. 잃어버리고나서야 그리워(p.110)하겠지.

보이지 않는 것들이 뒤엉켜 켜켜이 함께 살아가고 있을
그 세상에서
네가 찾은 황무지가 나이기를
#황무지

사람이라서
더 크게 울 수 있는 사람이라서
여기까지 빗방울을 뭉쳐왔을가

사랑하는 사람들 떠난 가슴에
사람은 어떻게
어렵사리 새길을 내나
#사람은어떻게

내 눈 속에서
너와 내가 지나온 세상이 부서지며
웃는다
#웃는다

내 몸에서
네 마음이 쏙 빠져나갔다

너를 보내고도
내가 남아서
웃는다
#이제는웃는다

어떤 위로로도
멈추는 법을 모르는 너는 몰라
이렇게 부서지며 오는 너를
나는 왜 짧은 저항으로 끝내지 못했을까

나의 얼굴을 계속 지워버리는 너를
나 대신 누가 더 사랑할까

파도 같은 마음들 사이에 내 마음도 있네
#파도같은

귓속 멍멍한 채로
나는 시간을 다 쓴 사람처럼
들을 수 없는 사람으로 그냥 산다

한세상 보내도록
그래도 내가 사라지지 않으니

내 귀에서는 드디어
물에 젖은 귓속말이 풍성하다
슬플 일이 없을 것 같다
#이명(耳鳴)

마음이 한 장 한 장
유리창처럼 부서져
너의 사방을 위험하게 할 뿐

곁에서 어쩔 줄 모를 뿐

마지막 사랑 가지고도
닿을 수 없는
네 곁에서
내가 살아간다
#곁에서

우리가 아무리 못났어도 인연이기에
이제 우리는 헤어질 것이다

지금 여기 꽃이 피고 지고 바람이 불고 사그라지고
마음이 몇 번씩 닿았다가 무너진 인연이기에

이승 아닌 곳에서 다시 봉인될 것이다
#이승에서의날들

두서없는 시간들 사이로
황망한 빗방울이 쏟아지기 시작하고
어디선가 내 가방 젖어가고
내 사사로운 것들 흠뻑 젖어갈 것이고

나는 잃어버리고서야 그리워한다
손때 묻은 관계처럼
#잃어버린가방의존재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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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사랑한다고, | 리뷰쓰기 2023-07-2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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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한여름 손잡기

권누리 저
봄날의책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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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손잡기, 권누리

#시인의말
너를 다시 만나면 네가 있는 우주에서 깨어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 함께 있는 동안에 다 웃고, 다 울고. 너무 환한 우주 복판을 천천히 걸어 다니며, 따뜻한 밀크티와 단단한 복숭아 조각을 나눠 먹으며, 노래도 하고 춤도 추겠다고 다짐했어.

시인의 말이 좋으면 시집을 실패하는 법이 없다. 그뿐만 아니라 제목과 커버역시 한 몫한다. 이번 여름에는 이상하게 여름이 들어간 책을 많이 샀고 읽고 있다. 한여름 손잡기라니, 한여름에 끈적끈적 더운 날 손을 잡다는 건 사랑이 동반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 아닌가. 게다가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커버는 감동 그 자체. 김지민 작가의 <물보라>라는 작품이다. 여름과 바다, 그리고 시. 읽지 않고도 이 시집이 좋아져버렸다.

시집 안에는 여름이 가득했고 빛이 있었다. 빛이 내게 왔고 빛은 사랑이 되었다. 역시 사랑에 재법 재능이 있으시네요?



- 미안해하는 나를 상상하면

사랑하지 않을 수 있니?

물으면 나는 잘 모르겠고요
하지만 사랑에는 제법 재능이 있습니다
#하트*어택

빛은 물결처럼 들이치고 죽음도 깨울 수 있는 것, 그게 사랑이 아니면 무얼지. 하지만 아프고 싶지 않아도 자주 슬펐고 다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지. 그것도 사랑. 세계의 모든 이분법과 불온한 신뢰와 성실한 불신으로 만들어진 세상은 너무나 투명해서, 그래서 단단한 그 마음을 숲에 유기해둔걸까.

- 블라인드를 바닥까지 길게 내려도
물결처럼 들이치는 빛
이런 눈부심은 지구에서 가장 멀리 있는
죽음도 깨울 수 있겠지
#여름모빌

우리는 아프고 싶지 않은 사람들치고
너무 자주 슬펐지

다치치 않을 거라고 믿고 싶었어?
#이밖에알아내지못한모든죄

- 반사와 난반사의 기록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너희는 세계의 모든 이분법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
각하는구나 너희의 불온한 신뢰와 성실한 불신으로 만들
어진 세상은 너무 투명하고 견고해서

우리는 우리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지
알 수 없을 때가 있었지
원피스의 밑단이 우리 몸 어디를 가만가만 스칠 때

불어오는 바람

목적지를 위한 결정은 저 멀리 유리 숲에 유기해두었어
요 버려두고 온 단단한 마음이 여기에서도 아주 잘 보이
고요

우리도 모르는 우리의 오답을 어떻게 아니?
#도로시커버리지

 


 

 


최악을 향해 가더라도, 그 곳에는 우리가 있고 최악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더 나빠질 것도 없으므로.

그러니 사랑은 사랑이라고.
감히 사랑한다고 말했다.
감히.

- 그래도 최악이 생각보다 나쁘지 않구나 그렇게 말했을 때
누군가, 더 나빠질 수 있을까? 이야기했고, 아니야, 우리는
이미 최악으로 와 있잖아,
그런데 여기보다 더 먼 곳이 있으면 어쩌지
#나를사랑하는나의신

- 나는 언제나 감히 사랑한다고 말했다
나는 언젠가 감히 사랑한다고 말했다
#전시온실

 

 


 

 

 

goodsImage

한여름 손잡기

권누리 저
봄날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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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길 | 동화리뷰 2023-07-26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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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메피스토

루리 글그림
비룡소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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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피스토, 루리

루리 작가님의 <긴긴밤>을 무척 좋아한다. <긴긴밤>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고 그만큼 위로받았다. 루리 작가님의 책은 그런 것이다. 내게 문학이 주는 힘은 위로였다.

메피스토가 말해주길 지옥에 가면 가장 미워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평생을 지내게 된다. 그러면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지내게 된다는 메피스토의 말이 너무 아파서 한참을 울었다. 메피스토가 나 같아서. 나를 가장 미워하는 사람이 바로 나라는 사실이 서글퍼서, 아팠기 때문이다.

메피스토에게 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고 둘은 평생을 함께하게 된다. 여자아이는 나이가 들었고 지난 날들을 잊어가고 있었다. 메피스토는 그녀에게 지난 날들을 되찾아주고 싶었다. 못된 짓만 하고 다녔던 구겨진 기억들을. 그러나 구겨진 기억은 구겨지지 않았다.

다 읽고나서야 엄마와 딸의 이야기임을 알았다. 어디서도 구원받지 못하는 악마를 위해 과거를 다시 쓰는 사람. 가장 미워하는 존재은 나 자신이면서 가장 좋아하는 존재는 네가 되는 일. 지지 않고 실패하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안고 가는 사랑. 온 힘을 다해 살아갈 세상을 열어주는 사람을 엄마라고 표현해냈다는 사실이 못내 또 슬프다.

그러던 어느 날, 네가 뒤를 돌아봐 준 그 날 처음으로 내 편이 생겼어.

지옥은 어떤 곳이냐고 네가 물었어.
지옥에 가면, 가장 미워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평생을 지내게 돼.
그래, 지옥에 가면 너는 네 모습 그대로, 나는 내 모습 그대로 지내게 되겠지.
그럼 천국은 어떤 곳이냐고 네가 다시 물었어.
나도 몰라. 가 본 적이 없어서. 가장 좋아했던 존재의 모습으로 살게 되려나.
그래, 그럼 나는 네가 되고, 너는 내가 될거야.

그렇게 마지막 남은 소원을 빌었어.
제발 날 지우지 마.

난 우리가 실패한 줄 알았어.
그런데 너는 지지 않았구나.너는 지지 않았어.

#작가의말
이 이야기는 마지막까지 온 힘을 다해 살아온 한 엄마와 그런 엄마의 삶이 슬프고 억울해서 악마의 마음을 헤아리게 된 저의 오랜 친구의 이야기입니다.
(...)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냉혹한 세상을 살아 낸 엄마가 물려준, 이해할 수 없을 만큼 따뜻한 삶이, 우리가 온 힘을 다해 살아갈 수 있게 해 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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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은 걷잡을 수 없는 재난! | 동화리뷰 2023-07-23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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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리보와 앤

어윤정 글/해마 그림
문학동네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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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보와 앤, 어윤정

폐쇄된 도서관에 남겨진 두 로봇과 그들을 염려하고 그리워하는 한 아이의 ‘연결’과 ‘우정’

리보와 앤은 바이러스로 폐쇄된 도서관 안에 방치된 로봇 리보와 앤의 이야기다. 우리에게 코로나 19가 찾아온 것은 2019년 겨울이었다. 벌써 3년 전의 일이다. 코로나로 인해 전세계는 패닉에 빠졌고 여전히 코로나는 남아있다. 3년 동안 우리에겐 어떤 일이 있었을까. 심각해지기 시작했던 2월이 기억난다. 그땐 학원에서 일하고 있을 때라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은 나의 현실에 큰 타격을 주었다. 개학연기, 도서관, 수영장 등 다수이용시설 폐쇄, 대중교통 이용 자제, 도시간 이동자제, 4명이상, 2명이상 집합금지 등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세계가 시작되었다.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어디에 가는 것도,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그렇게 관계와 소통은 단절되었다.

리보와 앤을 통해 소통의 단절이 얼마나 슬픈 일인지. 재난의 상황에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무너지는지를 잘 알게 되었다. 실제 우리가 겪은 일이기 때문이기도 했다. 특히 도현이의 이야기가 안타깝고 안쓰러웠다. 코로나로 인해 고립된 많은 아이들이 있었다고 한다. 혼자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도현이를 통해 보여주었다. 혼자의 외로움과 두려움을 너무 잘 아는 도현이는 리보를 걱정하고 구해주려고 한다. 유리창을 통해 손을 마주하는 장면은 그래서 뭉클해진다.
소통하지 못하면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는 리보처럼 우리도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마음. 그리움은 걷잡을 수 없는 재난. 만날 사람은 만나야 한다는 앤의 말처럼 3년간 고립되었던 아이들이 재난을 넘어 자유롭게 평화롭게, 그리고 안전하게 살아가야할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리들이 할 일일 것이다.

“앤, 나한테 그림이란 감정이 추가됐어.”
“오오! 그리움은 슬프고도 아름다워. 그리움은 아직 사랑이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거든. 끝낼 수 없는 마음이거든.”
p.85

나는 아이를 위해 그림책 하나를 사진으로 찍어 보냈다. 제목이 ‘그리운 밤에’였다.

- 리보, 아이가 별을 바라보고 있는 표지가 너무 예뻤어. 아빠가 그러는데, 보고 싶은 마음이 크고 깊어지면 그리움이 된대. 내가 엄마를 생각하는 것처럼. 그래서 말인데.... 나는 리보와 앤을 그리워하나 봐.
- p.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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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다음으로 나아가는 마음. | 리뷰쓰기 2023-07-22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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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저
한겨레출판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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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은 없고요?

단편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잔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맑고 고요한, 그러나 따뜻하고 다정한 이야기들이었다. 극적인 사건이나 결말이 있는 삶이 아니라 천천히 나아가는 삶이었다, 부서지고 무너지고 절망하는 삶을 일으켜 세우는 이야기, 그런 이야기였다.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상실’과 ‘희망’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희망’과 ‘사랑’에 대해 생각한다.

#별일은없고요
나만 너무 쉽게 부서지는 것 같은 마음. 달라지는 나 자신을 알아가기를 비는 마음. 그리고 누군가에게 별일은 없는지 다정한 안부를 묻는 마음. 퇴사 이후 마음을 다독이는 시간을 보내는 ‘수연’의 미래를 그려본다.

#사람들은
그런 사람은 없을 것 같은 날들. 사람들은 서로의 무릎을 베고 하늘을 보지만 내 무릎은 그저 닳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날들. 사람의 마음은 늘 변하는 거라 그날의 기억과 그날의 마음으로 사는 거라고 생각하는 날들. 전 직장동료였던 ‘은영’과 ‘은영’이 엄마의 죽음이라는 상실감을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어떤 힘을 주고받았을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서로는 알았을 것이다.

#어른
이 단편이 가장 낯설면서도 따뜻했다. 우연히 알게 된 아줌마. 이제 혈육이라고는 한 명도 남지 않게 된 경아를 들여다보고 가족으로 대하는 아줌마. 너무 힘들 땐 잠시 멈춰도 된다고, 그러는 게 좋다는 알려준 아줌마. 아줌마의 무자비한 따뜻함이 뭉클해진다. 무자비하다는 표현이 따뜻하다와 만날 수 있다는 것, 그런 따뜻함이 필요한 세상이 아닌가.

#여름밤
새백 4시에 고백을 하고, 내년 봄도 함께 보낼 수 있을지 기대하고 되고, 어떤 표정은 너무 깜찍해서 사랑스럽던 은영 씨. 은영 씨가 떠났다. 떠나고 나서야 알았다, 은영을 얼마나 보고 싶어했는지. 은영 씨는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좋고,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인데 이제는 보지 못할 때조차 좋은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라진 은영 씨가 다시 돌아오고 함께 누워 잠드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그 사랑스러운 마음. 기다리다보면 돌아올까, 기다릴 자신이 있었는데 그게 상대의 마음과는 상관없을 수도 있구나(p.137)를 깨닫게 되면 무너지지 않고 계속 기다릴 수 있을까. 그럼에도 은영 씨가 돌아와 다행이다.

#위해
조용히 살라는 할머니의 말에 어차피 난 조용히 살거였다고 생각하는 수현. 해볼 수 있는 게 없을 때는 체념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수현. 하루에도 수십 번씩 받아들인 것 같았다가 억울했다가 하는 감정의 징검다리를 오가는 수현. 옆집으로 이사온 유리를 보며 자신을 떠올릴걸까. 스스로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수현이 몰래 하는 게 아니라 대놓고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래본다.

#이세상사람
폭력이 얼마나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치는지 알 수 있게 된다.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하더라도. 친구가족과의 캠핑만으로도 갑작스레 울게 되는 ‘나’ 지금의 내가 아니라 어린 시절의 자신이라는 사실이 안쓰럽고 씁쓸하다. 서로의 집이 되어주는 말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았지만 역시나 믿을 수 없게 되어버리는 그 마음이 너무 아프고 속상해 옆에 토닥여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큰 사람은 어른이 되어도 아이가 있다고 한다. 사랑의 처음은 부모로부터 오는 것이고 그 사랑이 부족하거나 박탈당했다면 성숙한 어른이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들에게 짐이 되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나’가 누군가에게 기대고 사랑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그 사람과의 시간을 잊고 잘 살아가기를 간절히 바라게 되었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걸 잠시나마 깨닫는 순간들도 있었으니까(p.199) 그리고 나 역시도 짐이 되고 싶지 않다.

가족을 잃고 회사를 그만두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사람하는 사람과 헤어지고. 살아가다보면 수많은 상실과 슬픔을 만나게 된다. 작가의 어느 인터뷰에서 슬픔 속에 머물지 않고 그것이 지나가고 조금은 고요해진 뒤의 상태나 감정에서 출발한 소설을 쓰고자 한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소설의 분위기가 대부분 차분한 담담하게 그려진다. 차갑고 쓸쓸한 게 아니라 잔잔한 따스함 같은 소설. 소설의 끝은 언제나 슬픔과 절망 속에 있지 않고 나아가는 마음이 있다. 당신이 잘 지내기를, 잘 살기를 바라는 그런 다정한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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