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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비를 맞아주는 사람이 되고싶다 | 리뷰쓰기 2023-08-23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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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상문

최진영 저/변영근 그림
미메시스 | 2018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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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문, 최진영

금도는 동생 신우를 잃었다. 신우는 자살했다. 금도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해 내내 괴로워했고 그 이유를 찾고 싶었다.

자살은 주변인에게 죄책감과 원망을 함께 남긴다. 그런 죽음이 또 있을까. p.10

신우의 자살은 누구에게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그 이유를 댈 수 있는 사람은 한 명은 없었다. 금도와 반지는 신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생각한다. 왜 신우가 자살했는지. 금도를 괴롭게 하는 것은 신우의 마음을 알았다고 해도 위로를 하고 도움을 줄 수 있었을까, 라는 생각이다. 금도는 신우에 대해 아는 것도 없고 궁금하지도 않았던 자신이 슬퍼하고 분노하는 게 우습고 가소로웠다. 그렇게 자책하고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다가도 죽어버린 신우가 원망스럽기도 하고 죽지말라고 애원하기도 하면서 동생의 죽음을 애도하고 받아들이게 된다.

삶이란 무엇이고 죽음은 또 무엇일까. 태어났으니 살고 죽을 때가 되니 죽는 것은 아닐 것이다. 사람마다 시력이 다르듯 존재의 어둡고 습한 부분을 유독 잘 보는 사람이 있을(p.17) 거라는 문장이 눈에 띄었다. 인간의 생각이 모두 똑같다면 세상은 진작에 망했을테니까. 신우의 죽음이후에야 신우는 금도가 보지 못한 것을 보고, 듣지 못한 것을 듣고, 듣지 않은 것까지 알았을 것라고 깨닫게 된다. 어둡고 습한 부분을, 작은 얼룩을, 작은 소리를, 그래서 더 괴로울 수밖에 없는 신우에 대해 생각한다.

자살이 어때서. 자기를 죽이는 게 뭐 어때서. 다들 조금씩은 자기를 죽이면서 살지 않나? 자기 인격과 자존심과 진심을 파괴하고 때로는 없는 사람처럼, 죽은 사람처럼, 그렇지 않나? 그렇게 사는 게 죽는 것보다 끔찍할 수 있다. 그럼 죽을 수 있지. 죽는 게 뭐 이상해. 자살이라고 달라? 남을 위해 죽을 수 있다면 자기를 위해 죽을 수도 있지. 자기를 구원하는 방법이 죽음뿐인 사람도 있지.
괴로운 마음을 누르려고 이런 생각을 할 때도 있다. 기만이라는 것을 잘 알고, 그런 기만으로 나를 보호하려는 내가 끔찍하다. 나는 영영 최신우의 자살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p.48

죽고 싶다와 살고 싶지 않다.
죽고 싶다기보다 살 이유를 찾지 못했던 건 아닌가, 라고 반지는 생각한다. 이유가 필요하냐는 사람과 이유가 중요한 사람이 있다. 겁이 많아서, 누구도 죽일 수 없어서 결국 자기를 죽이는 사람과 세상을 원망하며 누군가를 죽이는 사람이 있다. 비가 오면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과 같이 비를 맞아주는 사람이 있다.

같이 비를 맞아주더라고. 혼자 맞는 것보다는 덜 쪽팔리잖아, 그러면서.
비를? 왜? 우산이 없었어?
.....
말을 제대로 해봐.
됐어. 혼자만 알고 싶은 것도 있는 거야.
그럼 결국 아무도 모르는 게 되잖아.
말로 하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리는 게 있다고. 내겐 빛나는데 남들한텐 아무것도 아닌 그런 거. p.65

누군가 슬플 때 울지 말라고, 괜찮다고 말해주는 것보다 그저 옆에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순간이 있다. 같이 비를 맞아주는 것도 비슷한 순간이겠지. 내겐 빛나는 그 순간. 남들에겐 아무것도 아닐지라도. 그 순간순간이 모여 살아갈 이유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닐까.

살고 싶지 않은 날들이 있었다. 죽고 싶다기보다 살고 싶지 않은. 그건 누군가가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 내 옆을 지켜줄 사람. 다들 행복하려고 안달난 게 끔찍했던 신우에게도 그런 순간이 필요했을 거라고. 인간이 징그럽고 자신에게 엄격했던 신우는 어쩌면 세상을 증오하기보다 사랑했던 것은 아닐까라고. 삶과 죽음의 경계는 한끗차이인 것 같다. 끔찍하고 징그러운, 그래서 미래가 뻔히 보이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살아가라고 일으켜세우고 싶다. 여전히 이해할 수 없고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더라도. 일어나라고 채찍질하는 것이 아니라 같이 주저앉아 있기도 하고 같이 비를 맞기도 하면서.

나이 들면 괜찮아질까 덜 넘어질까 기대했는데, 나이 들수록 더 깊이 넘어지고 일어날 때마다 겸연쩍다. 삶과 죽음 말고 다른 것은 없는가 중얼거리면서 시스템 종료 대신 다시 시작을 누르는 순간들. 매일 생각한다. 매우 사랑하면서도 겁내는 것이다. 이 삶을.
_최진영 인터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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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초능력과도 같은 것 | 리뷰쓰기 2023-08-12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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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블루마블

이종산 저
위즈덤하우스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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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마블, 이종산

푸른과 구슬의 사랑이야기. 그래서 블루마블.

<캐치>라는 잡지회사에 일하는 푸른은 어느 날 갑자기 시계 안에 있던 뻐꾸기와 함께 ‘사랑의 러브 게임’이라는 게임을 미션완료해야 하는 마법에 빠져버렸다. 뻐꾸기라니, 신들이 만들어낸 게임이라니, 그것도 부루마블같은? 이런 판타지로맨스소설은 처음이다. 유치하지만 귀엽고 사랑에 서툰 이들의 로맨스게임이 흥미진진하다.

‘사랑의 러브 게임’은 주사위를 던져 나오는 미션을 성공해야만 한다. 요즘은 플러팅이라고 하지만 예전엔 속된 말로 뻐꾸기 날린다고 하는데 뻐꾸기가 주도하는 미션이라서 웃겼다. 푸른은 짝사랑 전문가인데다 좋아하는 구슬은 여자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겨도 혼자 정리하는 일이 익숙한 푸른보다 어쩐지 뻐꾸기가 더 사랑을 잘 아는 것 같은데...?
“아니, 중요한 건 그 사람이 널 좋아하는지 아닌지에 달렸지. 여자인지 남자인지에 달린 게 아니야. 말도 안되는 핑계 대지 말고 얼른 전화해! 다시 말하지만 대단한 걸 하라는 게 아니고 전화만 하라니까?” p.28

푸른과 구슬은 함께 잡지 창간 10주년 보드게임을 만드는 일에 뽑히게 되면서(그때도 주사위를 던져서 뽑았지 아마?) 매일 야근하면서 함께 일해야 했다. 그래서 좀 더 미션을 성공하기가 쉬웠을지도 모르지만 여러 번의 미션을 함께하면서 깨닫게 된다. 자신이 정말로 사랑에 빠졌다는 것을.

처음에는 뻐꾸기의 강요였지만 점차 해피엔딩을 이루고 싶어지는 푸른. 푸른의 게임이, 사랑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끝까지 읽게 되었다.

다 읽고나니 이렇게 유쾌하게 읽었던 퀴어문학이 있었나 싶다. 작가의 말을 읽고 나니 알겠다.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찬 세상을 사랑하는 능력을 가진 건 작가님이었구나. 멋있는 사람은 작가님 자신이었네요. 꿈꾸고 마는 것이 아닌 자신이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세상에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꿈꾸기만 한다고 꿈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런 멋진 작가들을 자주 만나고 싶다. 더불어 이종산 작가님의 다음 책도 기다려진다.

오랫동안 나는 ‘나’를 이입할 수 있는 로맨스, ‘남’과 ‘여’가 주인공이 아닌 로맨스가 세상에 훨씬 더 많아지기를 바라왔다. 그러나 앉아서 기다릴 수만은 없다. 나는 제자리에서 꿈꾸는 것보다 내가 꿈꾸는 것이 무엇인지 세상에 말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사랑하는 능력은 초능력과 같다. 모르는 사람들로 가득찬 세상을 사랑하는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들을 존경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 소설을 썼다. 당신들이 이 세상이 망하지 않도록 떠받치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는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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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뻑 슬퍼하기를 | 리뷰쓰기 2023-08-11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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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수의 일

이현 저
창비 | 2022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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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의 일, 이현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지만, 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없는 게 아니었다.
마음은 호수와 같아. p.358

청소년 소설이라고 해서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오랜 기간 청소년들과 함께해와서인지 청소년 소설을 자주 접하고 읽어왔는데 마음을 두드리고 보듬어주고 위로해주는 책들도 많았다. <푸른 사자 와니니>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아주 오랜전에 <우리들의 스캔들>이라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이현 작가님. 이 책은 친구가 호정이를 보며 내 생각이 났다고 해서 읽게 되었는데 오랜만에 만난 작가님의 소설은 역시 좋았다.

호정이는 어린 시절 사업이 망한 부모와 떨어져 외할머니와 함께 지냈다. 누군가에겐 별 것 아닌 일일지 몰라도 호정의 기억 속엔 상처로 남았고 그 마음들은 얼어붙은 호수 아래 가라앉아 있었다.

다들 가족의 문제 앞에서 엄마, 아빠도 처음이라고, 사는 일이 팍팍했다고,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내느라 작은 마음을 뒤로 한 채 살아간다. 처음이 아닌 인생이 어디 있던가. 어리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기만 하고 외롭고 슬픈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호정이는 외롭고 슬픈 마음들을 말보다 마음으로 먼저 알았던 아이였다. 자신의 마음이 왜 그런지도 모르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마음을 어찌하지 못해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아이였다. 그것은 평화로워 보였지만 쓸쓸했다. 그리고 안전했다. 상처받을 일이 없으므로.

그런 호정이 자신과 비슷한 정의할 수 없는 그 마음,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 외로움을 가진 은기를 만나면서 마음을 열고 사랑하게 된다. 은기의 손이, 은기의 웃음이 따뜻하고 기뻤고 힘이 되었다.

서로의 아픔과 외로움을 치유하기도 했지만 상처 앞에서 무너지기도 하고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모습을 보며 참 마음 아팠다. 호정이가 은기를 만나고 나래와 지후라는 든든한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다.

누군가에겐 대단치도 않은 슬픔, 상처, 외로움일지라도 한 사람에겐 무엇보다 큰 고통이 되기도 한다. 기억은 제멋대로라서 기억하는 사람에 따라 왜곡이 일어나고 좋은 기억이 되기도 아픈 기억이 되기도 한다. 방황하고 혼란스러운 청소년기의 시절, 누구보다 예민했고 감정을 표현하고 그것을 풀어내는 데 서툴렀던 어린 나에게 이 책을 선물하고 싶다. 그 때 이 책을 읽었다면 나는 좀 더 따뜻한 인간이 되었을까?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인간이 되었을까? 삶은 만약에라는 것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상상해본다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작가의 말이 참 좋았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흠뻑 슬퍼하고, 마음껏 기뻐하고, 힘껏 헤엄쳐 갈 수 있기를. 어느샌가 기슭에 닿아 있을테니.

우리는 슬픔에서 자라난다. 기쁨에서 자라나는 일은 없다. 그러나 행복한 기억이 있어 우리는 슬픔에 침몰하지 않을 수 있다. 태양의 기억으로 달이 빛나는 것처럼. 그러므로 흠뻑 슬프기를, 마음껏 기쁘기를, 힘껏 헤엄쳐 가기를, 발이 닿지 않는 호수를 건너는 일은 언제나 두렵지만 믿건대, 어느 호수에나 기슭이 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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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일까 | 리뷰쓰기 2023-08-09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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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김상혁 저
문학동네 | 202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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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에게 큰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김상혁

사랑이 무엇일까?
사람이 싫다고 말하는데 그래, 그럴수 있지, 하고 손잡아주는 것.
세상이 싫다고 말하는데 강아지와 산책하며 나를 잡아주는 것.

사람도 싫고 세상도 싫은 날들이 있다.
그럴 때 사랑하는 사람이 무슨 소용일까 싶어도
손잡아주는 사람, 곁에 있어주는 사람,
그 사람만으로도 좋은 것 하나 생겨나는 거겠지.

우글거리는 마음을 밟아가며 다정한 사람 손을 놓기도 한다.
사실 나도 세상이, 사람이 싫은데
그래도 당신이 있다면 좀 나을까?
가늘어진 사랑의 손가락들이 눈물 흘리고 있지만
그래도 나의 다정한 사람이 있다면 괜찮을까?

잘 모르겠다.
시도, 사랑도.

<노크>

사람 정말 싫다. 내가 이런 말 하면 나의 다정한 사람은 내
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름들 몇 개 들려주거나 그래, 그럴
수 있지, 하고 손잡아준다.

시험에 든다는 말, 교회에서 자주 듣는 말. 가령 싫고 징
그러운 것들 커다란 광주리 안에 하염없이 쏟아놓고 그 속
어딘가에 내가 미치는 물건 몇 개 숨겨두는 신의 기호(嗜
好) 같은 것.

세상 정말 싫다. 이런 말을 하면 나의 다정한 사람은 아까
부터 우리만 쳐다보는 강아지에게 가슴줄 걸고 산책을 준비
한다. 그리고 줄곧 나를 잡아주었다.

얼마큼 사랑해? 하늘땅만큼, 바다와 우주, 우주에 우주를
더한 것만큼……가본 적 없는 곳에 상상도 못한 곳을 덧붙
이다보면 감정이 농담 같다.

손잡고 집에 돌아가는 길이었다. 보도 모퉁이 돌 때마다
수많은 발이 달린, 우글거리는 마음을 몇 개 밟으면서 걷
는 중이었다. 나의 다정한 사람의 손바닥이 땀에 젖어 잠
시 놓았다.

사실 나도 세상 사람 싫어, 가늘어진 사랑의 손가락들
이 주머니에 담겨 뚝뚝 눈물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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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에, | 소소한 시간 2023-08-08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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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서적 북페어에서 산 책이라 책 검색이 안 된다 ㅠㅠ

남김없이 시들고 나면, 북씨

7월에 책쾌에 갔다가 발견한 선유서가. 블라인드 북을 소개하는 문구들에 혹하기 했는데 제목이 마음에 들었던 이 책을 샀다.

사랑과 이별에 대한 짧은 단상집이다. 익숙해지고 나면 소중함을 잃게 되고 지나고나서야 그 마음을 알게 되는가보다. 사랑도 이별도. 짧은 글이라 쉽게 읽히는 편이고 흑백사진이 함께 들어가 있는데 사진이 흑백이라 책 분위기와 잘 어울렸다. 글마다 어울리는 노래가 적혀있어서 노래도 들어보고 책도 읽고 사진도 읽고 일석삼조?

누구에게나 이별은 힘들겠지만 후회가 남는 이별이라면 더하겠지. 아쉬움이 크고 후회와 미련이 남아있다면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남김없이 시들고 나면 괜찮아질 거예요. p.1201

시들기까지 오래 걸리겠지만.
마음이라는 것은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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