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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상강도] 경찰소설의 입지를 다진 87분서 제2탄 | 장르소설 2021-01-19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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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노상강도

에드 맥베인 저/박진세 역
피니스아프리카에 | 2013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경찰의 활동을 쫓아가는 재미에 인간으로서의 고뇌, 진범이 드러나는 순간의 반전까지 미스터리 소설의 거의 모든 요소를 충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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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맥베인의 ‘87분서 시리즈’의 첫 작품 <경찰혐오자Cop Hater>에 이은 두 번째 작품은 <노상강도The Mugger>다. 작가는 처음 시리즈를 시작하면서 3편씩 계약을 했다고 하는데, 드디어 최초의 세편을 모두 읽은 지금, 이후에 출간된 작품까지 떠올려보니 작가의 의도를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1편; 경찰혐오자 Cop Hater (1956)
2편; 노상강도 The Mugger (1956)
3편; 마약밀매인 The Pusher (1956)

 

<경찰혐오자>는 스티븐 카렐라가 사건의 중심을 맡고 있기는 했지만 형사라는 직업과 87분서 자체를 소개하는 느낌이 강했고, <노상강도>에서는 신혼여행 중으로 부재중인 카렐라와 배턴 터치하듯이 다른 형사들이 등장하면서 경찰소설로서의 기반을 다져 놓는다. 그리고는 <마약밀매인>에서 뒷골목 세계와 경찰 사이에 사회적 문제와 심리적인 고뇌를 던져놓고는 강렬한 라스트씬을 준비해 놓았던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원했던 대로의 결말은 출판사의 반대에 부딪치고 대신 시리즈는 장기전으로 진행되기에 이르렀으니 애독자의 입장으로서는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갔다고 본다.

 

2편 <노상강도>는 제목 그대로 어두운 골목에서 여자들의 지갑을 노리는 ‘노상강도’로부터 피해를 당한 한 여성에게 핼 윌리스와 로저 하빌랜드 형사가 범인의 인상착의와 행각 등을 묻는 대목에서부터 시작된다. 느닷없는 공격 후 “클리퍼드가 감사를 전합니다. 마담.”이라 말하며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한다고 알려진 기묘한 노상강도. 목격자에 의하면 범인은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있는데다 키도, 생김새도, 체격도 모두 보통이니 용의자를 좁힐 방법이 없다. 한편, 전작에서 어깨에 총상을 입은 버트 클링은 부상은 다 나았지만 여전히 휴가 중이다, 그런 그를 찾아온 옛 친구의 처제가 시체로 발견되는데, 그녀의 옆에는 선글라스가 버려져 있었다. 과연 노상강도와 살인범은 같은 인물일까?

 

이번 에피소드에서는 핼 윌리스의 뛰어난 유도 실력과 로저 하빌랜드의 과격한 심문 스타일이 선을 보인다. 후속작품에서는 이들의 특징이 언급만 되고 있어 늘 궁금했었다. 또한 여형사 아일린이 미끼가 된 것도, 순찰경관 클링이 연인 클레어를 만난 것과 87분서 형사로 진급하게 된 연유도 모두 이번 편에 등장한다. 이래서 웬만하면 시리즈 작품은 순서대로 읽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찰들의 수사 일지를 읽는 것처럼 경찰의 활동을 쫓아가는 재미에 더해 내부 알력이나 인간으로서의 고뇌, 진범이 드러나는 순간의 반전까지 미스터리 소설의 거의 모든 요소를 충족시키는 작품이었다. 시리즈 소설을 읽으면서 늘 느끼는 거지만 역시 초반 작품들이 더 완성도가 높다. 열정이 가득한 작가들의 간절함이 실려 있기 때문일까, 그만큼 심혈을 기울였다는 증거일까, 암튼 ‘초심’의 중요성은 소설가도 예외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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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 열쇠] 권력을 둘러싼 비정한 세계 | 장르소설 2021-01-10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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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리 열쇠

대실 해밋 저/홍성영 역
열린책들 | 2020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극은 막장관계에서 싹이 튼다. 폭력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이 비정한 세상에 진정 해피엔딩은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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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하드보일드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대실 해밋 전집」의 네 번째 작품 [유리 열쇠]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미국 추리 소설의 아버지이자 하드보일드의 거장 대실 해밋. 과연 그가 자신의 작품 중 최고라고 손꼽은 소설이 맞나 의심이 간다. 물론 하드보일드로서는 흠잡을 데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전체적인 몰입도가 약하다. 주인공의 매력 역시 부족하다. 샘 스페이드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일까? 누군가 살해당하긴 했지만, 도대체 누가 어떤 사건을 쫓고 있는 건지 당최 맥락이 서질 않는다. 경찰은 그저 순찰을 돌 뿐이고, 검찰은 그저 권력의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다. 오히려 여자들이 들고 일어나는 사태로 발전해 남자들은 바보가 되거나 두들겨 맞는 처지에 놓인다. 그렇다고 여성의 입장이 통쾌하게 그려지는가? 그것도 아니다. 그런 시대가 아니었다.

 

도시를 주름잡는 거물 폴 매드빅은 상원의원 헨리를 정치적으로 후원해 자신의 이권을 굳건히 다지려 한다. 문제는 상원의원의 딸 재닛에게 반해 그녀와의 결혼을 거래로 삼았다는 것과 자신의 딸이 상원의원의 아들 테일러를 사랑한다는 것. 동생처럼 매드빅을 따르며 보좌하던 네드 보몬트는 탐탁지 않은 방법에 현실적인 조언을 하는데, 어느 날밤 테일러가 시체로 발견된다. 오빠를 잃은 재닛과 연인을 잃은 매드빅의 딸 오팔은 살인사건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려 하고, 매드빅과 상원의원 사이에 무언가 있음을 감지한 라이벌 조직의 우두머리는 언론플레이로 선거판을 흔들려한다. 정보를 얻고자 네드는 자신을 볼모로 덫을 놓지만 오히려 걸려든 건 자신이었다...

 

그렇게 얻어맞고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보면 인간의 몸이란 참으로 신비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비극은 막장관계에서 싹이 튼다. 딸이 사랑하는 남자의 여동생과 결혼하고자 하는 아버지. 딸을 팔아넘겨서라도 권력을 손아귀에서 놓지 않으려는 아버지. 아버지에 대한 의심을 언론에 고발하려는 딸들. 파산 직전의 남편이 살아보려고 편법을 쓰다 궁지에 몰린 채 이층에 있는데도 다른 남자와 시간을 보내는 아내. 결국 해피엔딩을 맞이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부서진 유리열쇠처럼. 폭력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이 비정한 세상에서 인생은 쓰라린 경험을 겪으며 헤쳐 나아갈 뿐인 것일까. 코언 형제의 영화 <밀러스 크로싱>의 모티브가 되었다는데, 가브리엘 번이 네드라고 생각하면 보다 느와르적인 분위기가 살아나는 느낌이다. 샘 스페이드를 찾아 <몰타의 매>라도 다시 읽고 아쉬움을 달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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