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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낙엽] 의심이 만들어낸 늦가을의 비극 | 장르소설 2023-03-28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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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저/장은재 역
고려원북스 | 201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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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온한 시골마을, 단란한 가족, 평범한 일상에 드리우는 회색빛 그림자. 서정적인 문장 속에 숨죽이고 있는 불온한 공기가 서서히 팽창해간다.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추리소설계의 거장 토머스 H. 쿡은 인간의 깊숙한 내면에 도사리는 어두운 기억과 쓰라린 상처를 그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에드거상, 배리상, 매커비티상, 앤서니상 등등 영미권을 대표하는 미스터리 문학상에 몇 번이고 후보를 올린 저자의 작품을 이제껏 한권도 읽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하다. 짧은 책소개글만 봐도 이미 전해져오는 슬픔의 정서가 읽어보기도 전에 아프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너무 무거운 건 아닐까, 감당하기 힘들지는 않을까, 불편하게 느껴지진 않을까, 폭력적인 스릴러보다 오히려 더 미리 겁을 내고는 외면해왔다. 그러나 역시 궁금하다는 유혹에 못 이겨 선택한 작품이 바로 <붉은 낙엽>이다. 아, 역시. 서정적인 문장 속에 숨죽이고 있는 불온한 공기가 서서히 팽창해간다. 평온한 시골마을, 단란한 가족, 평범한 일상에 드리우는 회색빛 그림자가 점점 더 짙어지면서 어느새 주인공의 마음에 동화된 자신을 본다. 각장마다 등장하는 서두의 글에서 심상치 않은 결말이 예견되기에 페이지를 넘기는 것이 두려워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책을 놓을 수 없었던 건 주술에라도 걸린 양 휘감아드는 문장의 마력 때문이었다. 사건 추적에 따르는 긴박하고 자극적인 언동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이토록 스산한 서스펜스가 느껴지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숲이 우거진 한적한 지역에 사는 무어 가족. 마을 사진관을 운영하는 에릭과 대학에서 강의를 하는 메러디스 부부 사이에는 중학생 아들 키이스가 있다. 이웃 주민 지오다노는 키이스에게 가끔 베이비시터를 부탁하곤 한다. 그날도 키이스는 아이를 돌봐주고 저녁 늦게 돌아왔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어린 소녀 에이미 지오다노는 실종되었다. 그녀를 마지막으로 본 키이스가 납치 용의자로 떠오른다. 무어 부부는 ‘그럴 리가 없다’라고 생각하지만 점점 옭죄어오는 수사망과 뭔가 수상쩍은 키이스의 태도로 인해 혼란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어 간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하교 후 줄곧 자기 방에 틀어박히는 아들에게는 친구도 없고, 특기도 없고, 생기도 없고, 무표정한 얼굴에 꿈조차 없어 보인다. 학교 교사에게서 자긍심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 키이스. 어린애를 좋아한다고 프로파일링되는 남자들의 특징이라고 한다. 과연 내가 그 애를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에릭은 아들을 믿고 도와줘야할 자신마저 의심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사실에 괴로워한다. 그리고 의혹의 싹이 돋아날 때마다 과거의 아픈 기억이 동시에 고개를 쳐든다. 첫 번째 가족에 이어 두 번째 가족마저 모래위에 쌓아올린 성이었단 말인가.

 

불신 지옥에 사로잡히면 발버둥 칠수록 그물은 더 죄어든다. 대화가 단절되면 가족은 붕괴의 위험에 성큼 다가서는 것이다. 사건이 벌어졌을 때에야 비로소 대화를 해보고자 하지만, 터놓고 이야기하기엔 벽이 너무 두꺼워져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 해도 상대가 품고 있는 감정은 전해지기 마련이다. ‘너를 의심하려는 건 아니야, 근데 너 진짜 아니야?’ ‘정말 나를 의심하는구나! 나를 제대로 보고 있긴 했던 거야?’ 말이 되어 나오지 않은 불만은 서로에게 비수가 되어 꽂힌다. 왜 솔직하게 물어보질 못하는 거니 부르짖고 싶은 마음을 추스르기가 상당히 힘들었다. 의심의 눈으로 보면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다는 확신으로 귀결된다. 그러나 그것이 오해라는 걸 알게 되면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진다. 솔직히 중간 정도까지는 답답함에 진도가 영 나가질 않는 답보 상태였는데, 에릭이 의심 마귀가 된 이후로는 함께 허우적거리며 절망의 늪으로 끌려 들어갔다. 늦가을의 황량함을 배경으로 쓸쓸히 뒹구는 붉은 나뭇잎이 전하는 먹먹한 여운에 가라앉으며 나는 경찰에게 분노의 화살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을 왜 그들은 제대로 조사도 하지 않은 채 용의자를 특정한 걸까? 독자도 바로 알 수 있었던 상황을 말이다. 인간사회의 편견은 얼마나 쉽게 ‘악’을 만들어내는가, 불완전한 인간은 얼마나 약해질 수 있는 존재인가, 저자가 펼쳐 보인 ‘추리비극’에 등골이 오싹해지는 전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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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恋愛仮免中] 연애, 시험 운행 중입니다~ | 일본원서 2023-03-19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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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일서]戀愛假免中

奧田 英朗,窪 美澄,荻原 浩,原田 マハ,中江 有里 저
文藝春秋 | 2017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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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기작가 5명이 그려내는 다양한 연애 이야기가 수록된 작품집으로 연애세포를 살며시 일깨워주는 사랑스러운 단편들이 모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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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인기작가 5명이 그려내는 다양한 연애 이야기가 수록된 작품집이다. 사랑의 형태는 사람 수만큼 있는데다가 한 사람이 경험하는 사랑이 한번뿐이라고는 할 수 없으니 탄생과 죽음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것이 바로 연애스토리다. 그러나 각자의 사연은 달라도 연애의 단계를 거치며 느끼는 감정은 공통적인 부분이 있다. 시작하는 연인, 행복의 정점에 있는 연인, 권태기의 연인, 오래된 연인, 기로에 선 연인. 어째서 사랑이란 감정은 한결같지 않은 것일까. 연애를 시작할 때의 두근거림, 사랑이라고 깨달을 때의 오묘한 기분, 거절당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 콩깍지가 떨어졌을 때의 서글픔, 익숙해져가는 충만감 또는 지루함. 모든 연애가 해피엔딩은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또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며 살아간다. 이 작품에는 연애라는 열차에 살짝 발을 올려놓은 상태의 이모저모를 그리며 연애세포를 살며시 일깨워주는 사랑스러운 단편들이 모여 있다.

 

당신이 너무 좋아 あなたが大好き
28세의 아야코는 동갑내기 연인이 상의도 없이 회사를 그만둔 것에 충격을 받는다. 사귄지 3년, 이제 결혼을 생각할 때라 여기며 프로포즈를 기대했는데, 백수가 되다니! 주위의 친구들은 조건이 좋은 남자를 소개시켜 주려하고, 아야코는 애인과의 이별을 생각하기 시작하지만, 그와의 추억이 너무 많다.
- 오쿠다 히데오 奧田英朗
2002년 「방해」로 오야부 하루히코상 수상, 2004년 「공중그네」로 나오키상 수상, 2009년「올림픽의 몸값」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수상

 

은색의 안타레스 銀紙色のアンタレス
16살 소년 마코토는 여름을 너무나 좋아한다. 여름방학을 바다에서 보내기 위해 할머니 집에 온 그는 지칠 때까지 바다에서 놀다가 해질녘 모래사장에서 한 여인을 보았다. 슬퍼 보이는 분위기의 그녀는 아기에게 자장가를 불러 주고 있었다. 소꿉친구의 연락에도 머릿속에 자꾸 떠오르는 건 그녀였다.
- 구보 미스미 窪美澄
2011년 「한심한 나는 하늘을 보았다」로 야마모토슈고로상 수상, 2012년 「길 잃은 고래가 있는 저녁」으로 야마다후타로상 수상, 2022년「밤에 별을 풀어놓다」로 야마다후타로상 수상

 

아폴로 11호는 아직 날고 있나? アポロ11號はまだ飛んでいるか
1969년 중학생이었던 나와 그녀는 아폴로호가 달 착륙을 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함께 시청했다. 그 인연으로 부쩍 가까워진 우리는 50년 후에 함께 우주로 가기로 약속했다. 그 해까지 앞으로 4년 남은 지금, 그녀는 병원 침대 위에 있다. 급식으로 나온 피망을 거침없이 먹어주던 소녀여, 응답하라, 오버.
- 오기와라 히로시 荻原浩
2005년 「내일의 기억」으로 야마모토슈고로상 수상, 2014년 「이천칠백의 여름과 겨울」로 야마다후타로상 수상, 2016년 「바다가 보이는 이발소」로 나오키상 수상

 

드라이빙 미스 앤지 ドライビング ミス アンジ-
60대의 젠다는 지금 태어나고 자란 교토에서 택시를 몰고 있다. 반년 전 회사에서 부하의 실책을 책임지고 해임될 무렵, 아내도 세상을 떠나갔다. 해외부임으로 영어회화가 가능한 젠다를 택시회사에서는 선뜻 받아주었는데, 어느 날 보스턴에서 온 노부인 ‘앤지’를 택시에 태우고 교토를 안내하게 되었다.
- 하라다 마하 原田マハ
2005년 「카후를 기다리며」로 제1회 일본 러브스토리 대상 수상, 2012년 「낙원의 캔버스」로 야마모토슈고로상 수상, 2012년 「키네마의 신」으로 사케노미 서점인 대상 수상

 

샴푸 シャンプ-
중학생 미사토는 클럽을 운영하는 엄마의 단골 미용실에 심부름 갔다가 샴푸 담당 수습미용사 타케루를 보고 얼굴이 붉어졌다. 부모님의 이혼 후 정기적으로 만나는 아빠의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는 게 창피한 미사토. 우연히 바닷가에서 만난 타케루는 그녀의 머리를 섬세한 손길로 매만져 주었다. 심쿵.
- 나카에 유리 中江有里
배우이자 가수, 각본가, 작가. 재주가 많아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 중이다.

 

오쿠다 히데오, 쿠보 미스미, 오기와라 히로시, 하라다 마하라고 하는 기라성 같은 작가들 사이에 나카에 유리라는 신예작가가 어떻게 합류하게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나름 귀여운 이야기였다. 길지 않은 가벼운 연애스토리임에도 작가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 흥미로웠다. 결혼을 생각하며 복잡한 갈등에 빠지는 여성의 마음을 리얼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오쿠다 히데오. 사춘기 소년 소녀의 여물지 않은 감정에 감성적으로 접근한 쿠보 미스미.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애틋한 삶의 궤적을 엮어간 오기와라 히로시. 교토의 가을을 배경으로 영화 같은 장면을 선보인 하라다 마하. 새로운 감정에 눈을 뜬 사춘기 소녀의 설렘과 아픔을 순정만화처럼 그려낸 나카에 유리. 빠지는 작품 하나 없이 균형 잡힌 상차림으로 구성되었다는 느낌인데, 다만 교토 사투리는 아직 내 실력으로는 너무 힘들었다. 대충 문맥으로 이해하고 넘어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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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はなうた日和] 콧노래 부르기 좋은 날의 여덟 가지 이야기 | 일본원서 2023-03-0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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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수입일서]はなうた日和

山本幸久 저
集英社 | 2008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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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세타가야선 연선을 무대로 한 8편의 이야기.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소설로 누구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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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고도 유머 가득한 시선으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사랑스럽게 그리는 작가 야마모토 유키히사. 국내에 소개된 작품은 별 인기를 얻지 못한 채 후속타로 이어지지 않고 있으나 우리 이웃의 다양한 일상을 소재로 한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일본에서는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뭔가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소설을 찾고 있던 중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콧노래 부르기 좋은 날”이라면 화창하고 여유로운 날이 떠오르지 않는가. 분명 찜찜하고 우울한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 생각했는데, 과연 예상대로 온갖 귀여운 에피소드가 가득 수록되어 있었다. 잘 모르는 작가라서 어떨까싶었지만 기대를 웃도는 완성도를 보여주는 작품집이었다. 1966년생 아저씨 작가라 소녀틱하지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아재풍도 아니어서 누구나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풍을 지녔다. 도쿄·세타가야선世田谷線 연선을 무대로 한 8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통해 소소한 일상의 작은 행복에 대해 생각해 본다.

 

각하의 행차 閣下のお出まし
10세 소년 ‘이치방’은 싱글맘인 엄마와 다투고 집을 뛰쳐나와 아빠가 사는 집으로 향했다. 세타가야선을 혼자 타는 건 처음이지만 시모타카이도역下高井戶驛에 무사히 내렸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벨을 누르자 문을 열어 준 건 같은 또래의 소년이었다. 아빠는 아직 외근 중, 소년은 아빠가 동거하는 여자의 아들 ‘하지메’라고 한다. 외로운 동갑내기 두 소년은 아빠를 기다리는 동안 좋아하는 전대물로 노래도 부르며 의기투합했는데,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가 다투듯이 눈물보를 터뜨리고 말았다.
♪「キャタストロフィン」의 오프닝 테마송

 

개가 웃다 犬が笑う
리쿠코는 22세부터 16년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스낵에서 일한지 3개월이 되었다. 이 동네로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부근을 잘 모르지만 집 근처 야마시타역山下驛에서 가까운 거리에 오다큐선小田急線의 고토쿠지역豪德寺驛이 있다는 건 안다. 5월 골든위크를 맞이해 날씨도 좋기에, 한가로운 점심때쯤 마네키네코의 발상지라는 고토쿠지로 산책을 나섰다. 청소 또는 요리를 하거나 홀로 있을 때면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곤 한다. 특히 보르조이를 닮은 연인과의 추억이 담긴 노래를...
♪「みかんの花?く丘」

 

해피 버스데이 ハッピ- バ-スデイ
정년이 임박한 평범한 회사원 니지와키에게 최근 고민이 생겼다. 직속부하직원의 묘한 부탁 때문이다. 어느 날 퇴근길에 상담을 청해 온 그녀를 데리고 간 곳은 오랜 단골로, 입구에 너구리 장식품이 놓여 있는 작은 요릿집이었다. 술도 잘 마시고, 다른 사람 흉내도 잘 내며, 발랄하고 예쁜 젊은 여성이 발산하는 매력에 주책없이 가슴에 동요가 생겨났다. 정년퇴직 날이자 그녀의 생일이 가까워오자 니지와키는 가미마치역上町驛에 내려 집으로 가는 길, 남몰래 쉐도우 복싱을 연습해 보았다.
♪「22才の別れ」

 

보통의 성씨 普通の名字
세타가야역世田谷驛 근처에 위치한 상점 ‘가야가야잡화’에서는 두량짜리 열차가 오고가는 모습이 보인다. 미토코는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본업은 교열이지만 그것만으로는 두 아이를 키우기 어렵다. 이혼한 남편에게서 위자료와 양육비를 받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부족해 부업을 찾다 적당한 조건의 일자리를 발견한 것이다. 다만 면접을 본 공동경영자 중 하나가 맞선을 보라고 종용하는 것이 귀찮을 뿐. 다나카? 사이토? 스즈키? 흔한 성이라며 이름을 제대로 기억도 못하면서. 
♪「パタラ王」의 주제가

 

커피 브레이크 コ-ヒ-ブレイク
지루한 회의시간 동안 창밖을 내다보던 오리베는 개를 산책시키던 한 남자가 그만 줄을 놓쳐버리는 장면을 목격하곤 뛰쳐나간다. 원래 제멋대로인 성격의 오리베는 광고회사에 입사하긴 했지만 여전히 금발에 가느다란 눈썹, 귀에는 피어스를 하고 있다. 연인인 카스미는 그런 그를 좋아하지만 더 이상 응석을 받아줄 수 없어 유학을 떠나고 말았다. 아마쿠라라는 아저씨를 도와 도망간 보르조이견 ‘고스케’를 찾아다니다 보니 미야노사카역宮の坂驛 근처에서 길을 잃었다. 마치 지금의 자신처럼.
♪「私がオバさんになっても」

 

다섯 살하고 십개월 五歲と十ヵ月
뜨지 못한 연예인 미도리는 오늘도 오타쿠 상대로 촬영회를 마쳤다. 다마가와강 하천부지 공원에는 휴일이라서 그런지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도 많고 어디선가 형편없는 실력으로 연주하는 밴드의 음악소리도 들려온다. 매니저와 점심을 먹고 헤어져 오랜만에 백화점 구경을 하던 중 중학교동창과 마주쳤다. 천사 같은 모습의 딸아이를 데리고 있는 그를 보며 감회에 젖는 미도리. 몇 살? 다섯 살하고 십개월. 그럼 나는 서른 살하고 육개월. 꿈 많던 십대 시절에 살던 세타가야의 집이 떠오른다.
♪「Image Down」-밴드 BOØWY

 

뜻밖의 형제 意外な兄弟
제지 회사에 다니는 누마노는 얼마 전 포장용지과로 이동했다. 사람 상대에 서툰 자신은 내근직을 원했으나 계속 영업부로 돌리고 있는 건 그만두라는 의미일까. 토요일, 게이오선 시모타카이도역에서 세타가야선으로 갈아타고 니시타이시도역西太子堂驛 근처에 사는 대학동창 집으로 향했다. 이날 모인 네 명의 뚱보는 미대동기로 가끔씩 모여 과자를 먹으며 ‘특촬 전대물’에 관한 이야기꽃을 피운다. 각자의 꿈은 거창하진 않았어도 사회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라서 아픈 청춘을 보내고 있다.
♪「キャタストロフィン」의 오프닝 테마송

 

휘파람새 うぐいす
사토요는 또 길을 잃었다. 운동 삼아 걷기로 한 것이 불찰이었다. 겨우 파출소를 발견하고 도움을 청했더니 자신을 치매노인 취급하는 것이 아닌가. 울화가 치밀어 순경의 손을 콱 물어버렸다. 온가족이 총출동해 파출소로 들이닥치고 풀이 죽어 집으로 돌아왔다. 한밤중 잠이 깨고 보니 아들이 죽은 남편의 옛 작업실을 정리하고 있었다. 남편은 휘파람새 소리를 잘 냈는데... 모두 사라져간다. 모임도 덧없게 느껴져 와카바야시역若林驛에서 중도하차하니 어디선가 휘파람새 소리가 들려온다.
♪「うぐいすの鳴き」ホケホケケケッ ケキョッキョオオ

 

에리의 이야기 エリの話
초등학교 2학년의 에리는 전국을 돌아다니는 예능인 아빠가 집을 비울 때면 혼자 남는다. 아이돌이었던 엄마는 에리가 아기였을 때 집을 나가버려 포스터 사진으로나 볼 수 있을 뿐이다. 아빠와 같은 소속사 언니가 그런 사정을 염려해 자신의 집에서 맡아주겠다고 나서고 에리네 부녀는 아예 이사를 하게 되었다. 언니의 할머니는 엄격하지만 마음은 잘 맞는 편이다. 요 며칠 아빠의 부탁으로 너구리 가족을 찾아 세타가야선을 중심으로 탐색하는 중인데, 오늘은 가미마치역上町驛 차례다.
♪「世田谷線の歌」サンチャシモタカ、行ったり來たり

 

세타가야선은 도쿄도 세타가야구의 산겐자야 역과 시모다카이도 역을 잇는 짧은 노선으로, 두량짜리 열차가 달린다. 정차역은 총10개. 시발역에서 종착역까지 15분밖에 걸리지 않지만 각역마다 볼거리가 다양하고 운치가 있어 지역주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흥미로운 노선이다. 오다큐선과의 환승역 근처에 ‘마네키네코招き猫’의 발상지인 절 ‘고토쿠지’가 있어 개통50주년을 맞이하며 ‘행복의 마네키네코 전차幸福の招き猫電車’가 운영되기도 했다. 저자는 전작 「笑う招き猫웃는 마네키네코」에서도 세타가야선을 소재로 활용한 바 있는데, 이 작품은 각 역을 무대로 다양한 인간군상을 그리는 동시에 음악을 다채롭게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목부터가 ‘콧노래 부르기 좋은 날’ 아니던가. 그리고 또 하나의 재미는 각 에피소드마다 스쳐지나가는 ‘숨은 등장인물 찾기’다. 같은 지역에 살다보면 언제 어디서 만났을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또 어떤 인연이 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연한 만남의 의미가 새삼스럽게 여겨지기도 한다. 스타트부터 너무나 귀여웠던 ‘하지메’가 끝에도 깜짝 등장한 것이 신의 한수라 여겨진다. 이 작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치방이 열차를 타고 갈 때 전대물 잡지를 보던 회사원은 특촬 오타쿠 누마노. 리쿠코가 어느 카페에서 본 개는 아마쿠라가 산책시키던 고스케. 오리베의 회사에서 디자인 수주를 맡은 상점 세타가야모나카는 누마노가 바나나 소재 종이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니지와키의 단골집 ‘너구리狸 가게’는 누마노 상사의 단골집이기도 하고, 미도리가 살던 집은 3층 건물이 되어 일층이 가야가야잡화점이 되었다. 에리의 이웃은 얼마전 이사 온 두 아이의 엄마 미토코. 아마쿠라는 심부름센터의 직원이니만큼 여러 곳에서 눈에 띄는 데, 사토요의 길안내인 역할로 등장하기도 한다. 아사코의 자작곡인 흥겨운 세타가야선 노래를 부르며 자전거를 달리는 에리. 그녀가 주차장에서의 위기에서 꾀를 내어 구해준 건 다름 아닌 하지메였다. 하지메와 이치방이 탄 열차에서 세타가야구 어딘가에 ‘너구리 가족’이 살고 있다고 증언해 준 승객1은 아마쿠라, 승객2는 누마노. 그들이 이끄는 대로 세타가야선을 타보고 싶은 마음이 뭉게뭉게 일어난다. 헌데 이름이 ‘하지메ハジメ’와 ‘이치방一番’이라니, 각자 가는 길의 선두에 서서 소년들의 우정도 영원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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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솔린 생활] 자동차들의 즐거운 수다 | 일반도서 2023-03-0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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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가솔린 생활

이사카 고타로 저/오유리 역
현대문학 | 2014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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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떠드는 자동차의 수다를 통해 사랑스러운 가족의 한바탕 모험담을 듣다 보면 어느 새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눈이 되고 바퀴는 발이 되어 신나게 함께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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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 그다지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어서 차종은 물론 디자인의 차이도 잘은 모르지만 어쩌다 자동차의 앞모습을 바라보노라면 얼굴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이웃집 토토로 고양이버스를 비롯한 만화의 영향도 있겠으나, 내 머릿속에서는 귀여움과는 또 다른 무기질의 세계가 상상의 나래를 펴곤 한다. 하여 자동차끼리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설정이 그리 판타지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가솔린 생활ガソリン生活》의 주인공은 바로 자동차다. 작가가 펼쳐 보이는 이 세상에서 자동차는 서로 대화가 통하고, 인간의 말도 알아들을 수 있다. 단, 다른 종류의 탈거리와는 소통이 잘 안 된다. 예를 들어 두 바퀴로 구르는 자전거 같은 것. 그러나 그들보다 고등이라 생각되는 기차와는 의사 전달도 가능할 뿐더러 동경의 마음마저 품고 있다. 물론 마음이 있다면 말이지만. 공존하는 사회란 어떤 대상이건 상하의 개념이 존재한다니 씁쓸한 기분이 든다.

 

자동차 초록 ‘데미오’가 거처하는 모치즈키가에는 네 가족이 산다. 남편과 사별 후 취업해 홀로 세 아이를 키우는 엄마 이쿠코, 태평하지만 이름처럼 좋은 성품의 20세 장남 요시오, 여느 사춘기소녀와 다름없는 새침한 17세 둘째 딸 마도카, 어른 뺨치게 총명하고 가족 중 가장 정신연령이 높은 10세 막내 도루. 성인이 되어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게 된 요시오는 가끔 데미오를 몰고 나선다. 한창 운전에 재미가 있을 시기가 아닌가. 그날도 도루를 태우고 외출했다 잠시 정차한 곳에서 갑자기 한 여성이 차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는 바로 유명한 배우 아라키 미도리. 주간지 기자들이 열을 올리는 스캔들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런데 다음날 파파라치에게 쫓기다 터널에서 사고로 급사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기자가 찾아오고, 찾아가기도 하는 와중에 가족은 또 다른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인간이란 존재는 자신의 발언과 각오는 금세 잊어버리지. 물론, 그 당시엔 진짜야. 말한 자신도, 결심한 자신도, 거짓은 아니라고, 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하루하루 시간이 지날수록 잊어버리는 거지. 새 차를 뽑은 직후에는 ‘매주 세차해야지’ 결심한 주인이 두 달이 지난 후에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과 같은 거지.”
p.327

 

데미오의 눈에 비친 인간사회란 어떤 모습일까. 즐겁게 떠드는 자동차의 수다를 통해 사랑스러운 가족의 한바탕 모험담을 듣다 보면 어느 새 자동차의 헤드라이트는 눈이 되고 바퀴는 발이 되어 신나게 함께 달린다. 흔히 자가용을 ‘애마’라 부르면서도 실상 애지중지하는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은 아닌지. 물론 생명체는 아니지만 한동안 잘 달려준 차와 이별할 때 그저 애틋한 인사라도 해주고픈 마음이 들게 되는 이야기였다. 마쯔다 데미오, 토요타 코롤라 GT, 벤츠 S280, 아텐자, 미니 쿠퍼, 비츠, 스테이션왜건, 탄토, 아이큐, 비안테, 플리머스 퓨리, 마치, BMW 6시리즈 카브리올레, 아우디, 셀시오, 블루버드, 크라운, 폭스바겐 골프, 알파로메오, 시트로앵, 뮤즈... 세상에 자동차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나로서는 죽을 때까지 다 알지 못하겠지만, ‘자동차들이 와글와글 떠드는 즐거운 이야기’는 작가의 의도대로 무척 재미있었다. 천재기인작곡가 ‘프랭크 자파’에 대해서도 궁금해졌고. 그리고 여느 작품처럼 이사카 월드의 명언이 난무하니 뭔가 뜻을 같이 하며 용기를 얻은 기분이다. 따뜻한 에필로그도 좋았고,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게 만드는 언어유희까지 깔끔한 마무리로 모처럼 행복한 책을 만났다. 오,시,마,이. おしまい。끝.

 

“인간들이 하는 짓 중 구십구퍼센트는 실패다. 그러니 무슨 일을 하든 망설이거나 창피해할 필요는 없다. 실패하는 게 보통이니까 말이다.” 이 얼마나 마음 든든해지는 말이냐? p.24

 

“뉴스는 선입관을 만들어 내지. 물론 악의는 없어도 그런 역기능이 있어. 행여 악의적인 의도가 있다면, 일은 더 간단해. 눈엣가시 같은 유명인이 있다면 성희롱 사건을 만들어 내면 되거든. 나중에 아무리 자그마한 정정 기사가 신문 귀퉁이에 난다 해도 세상에 한번 퍼진 인상은 좀체 지워지지 않아. 한번 똥을 뒤집어쓴 인간은 그 후로 쭉 똥냄새 나는 놈이라고 불린다고. 거짓말을 퍼뜨린 측이 아니라 누명을 쓴 측이 매장당하는…… 참으로 희한한 일이지.”
p.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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