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인모 님의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어느 날 클래식 음악에 푹 빠지게 되었는데, 결국은 피아노라는 악기에 주목하게 되더라고요. 바이올린, 첼로 같은 현악기 소리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지만, 단선율의 한계가 있다 보니 선율과 화음을 함께 표현할 수 있는 피아노 연주와 동행할 때 가장 완벽에 가까운 느낌을 주는 것 같아요.
조성진, 임윤찬 등 세계적인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풍성한 피아노 플레이리스트를 안겨주는 바람에 요즘 피아노 음악을 특히 많이 들어요. 클래식 음악은 아는 만큼 들리는 음악이라 관련 책들을 읽어가며 들어보곤 하는데, <피아노의 시간>은 피아노에 집중해서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입니다.
하프시코드로 시작되었던 피아노의 초기 역사부터 고전음악 속에서의 피아노, 19세기~20세기 피아노 음악의 흐름과 특징, 재즈의 영향 및 오늘날의 피아노 스타일까지 광범위하게 다루어진 책입니다. 결코 쉬운 책은 아니라서 수년간 피아노를 배우고 연주한 경험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아예 피아노에 문외한인 분들보다는 클래식 음악 전반을 이해하고, 피아노 음악 분야에 집중해서 읽어보고 싶을 때 선택하면 좋은 책 같아요.
이 책은 QR 코드를 통해 음악을 들으면서 읽을 수 있어 피아노 음악 감상과 독서를 겸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선사해 줍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글렌 굴드의 연주 버전으로 들으면서 책의 시작을 함께할 수 있어 좋더라고요. 클래식 음악 감상은 짧은 소품이 아니라면 최소 수십 분의 시간이 소요되니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거나, 하루 한 곡 감상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같아요.
<피아노의 시간>에서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멘델스존, 슈만, 브람스 등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위대한 음악가들의 피아노 음악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펠릭스 멘델스존의 누이였지만, 여자라는 이유로 자신의 재능을 제대로 펼치지 못했던 '파니 멘델스존'의 '한 해'라는 음악을 감상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 제게는 더욱 특별했어요. 앞으로 그녀의 음악을 자주 듣게 될 것 같네요.
우리에게 '짐노페디', '그노시엔느'로 잘 알려진 '에릭사티'의 음악에 대해서도 인상 깊게 읽었어요. 잔잔하고 부드러운 배경음악 같다고만 생각했는데, 감상자를 일부러 조종하거나 유혹하려 들지 않는 정적이며 평온한 그의 음악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피아노 음악의 세계는 너무 광범위해서 어떤 것부터 들어야 할지, 어떤 포인트에 집중해서 들으면 좋을지 모르겠다면 이 책 <피아노의 시간>과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다소 어려웠지만, 읽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만큼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책 같아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