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양구여자고등학교 정운복 선생님이
2017년 8월 30일에 제게 보내준 글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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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채근담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不可乘喜而輕諾 不可因醉而生嗔(불가승희이경낙 불가인취이생진)
不可乘快而多事 不可因倦而鮮終(불가승쾌이다사 불가인권이선종)
기쁨에 들떠 가벼이 승낙하지 말고
술 취한 기분에 성내지 말라
유쾌함에 들떠 일을 많이 벌이지 말고
고달프다 하여 끝나기 전에 그치지 말라.
4개의 부정문으로 이루어진 경구입니다.
명구에 부정문을 주로 사용하는 이유는
긍정문보다는 부정문의 어감이 더 강하기 때문일 겁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패했다고 낙심하지 않는 것이고
성공했다고 지나친 기쁨에 도취되지 않는 것입니다.
인간관계의 확대는 술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취기가 적당히 오르면 허점이 많이 드러나
마음의 틈새가 벌어지기 때문이지요.
틈이 있어야 상대방이 들어올 공간이 만들어집니다.
적당한 것은 좋은데……,
지나치면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술이기도 합니다.
성낼 진(嗔)자는 참 재미있는 글자입니다.
입구(口)와 참진(眞)자로 이루어진 한자인데요.
해석하자면 진실을 말한다는 뜻이 있습니다.
진실을 말하는데 왜 뜻이 성낸다는 의미로 쓰이는 것일까요?
아마도 진실은 불편하기 때문일 겁니다.
애써 모른 체 외면하고 싶은데
누군가 진실을 말하면
불편해지게 되고 그것이 성냄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조울증이라는 병이 있습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양극성 장애이지요.
기분이 너무 좋음과 나쁨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병입니다.
어떤 것이든 극단으로 치닫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감정의 표현도 절제된 미학이 필요한 것이지요.
* 목연생각 : 진실을 말하면 성을 낸다?
맞는 말인 듯합니다.
“너는 죽을 거야.”
누구나 언젠가 죽는다는 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인데
이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좋지 않겠지요.
즉 우리가 느끼는 희노애락의 원인은
어떤 사건의 사실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내 마음에 있는 듯합니다.
아리따운 또는 잘 생긴 이성이
“나는 네가 좋아.”라고 말했을 때 기뻐하는 것은
대부분 그 말이 진실이냐 아니냐와 관계가 없는 것이니까요.
그나저나 중요한 것은
‘감정의 표현이 절제된 미학’인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