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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속에서도 정겨운 홍계월 | 나의 리뷰 2023-10-31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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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홍계월전

김해원 글/여미경 그림
웅진주니어 | 2015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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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도서관의 책나눔 이벤트에서 빌린 책이다. 이 책의 시리즈로 수십 권이 나왔는데, 일주일이 지나도록 가져가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꽤 좋은 책인 듯한데……. 예전에는 사람이 책을 만나기 힘들었지만, 요즘은 책이 사람을 만나기 힘든 세상인 듯하다.

 

모두 100쪽의 얄팍한 책인데, 아동에서 청소년을 위한 책인 듯 삽화가 많으니 본문은 70쪽 안팍일 듯하다. 거리를 오가면서, 그리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면서 모두 읽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떠오른 생각을 몇 가지만 적겠다.

 

 

첫째 지도와 등장인물 소개가 좋았다. 이 작품은 중국을 배경으로 하는 고전소설인데, 역사적인 사실이나 배경과 일치하지 않는다. 중국을 배경으로 했을 뿐 국명이나 지명은 모두 허구이다. 그러니 그저 읽기만 하면 책 속의 세계를 짐작하기 힘든데, 이렇게 지도와 등장인물을 소개하니 내용을 짐작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책 자체는 소설이지만, 삽화가 많은 책이다 보니 이렇게 만화 형식으로 등장인물을 소개한 편집이 작품 이해에 효과적인 듯하다.

 

둘째, 학창 시절에 배운 고전 소설의 특징이 생각났다. 고전 소설의 특징으로 '행복한 결말, 우연성이 심함 등'이 있었던 듯한데, 이 책은 정확하게 일치한다. 행복한 결말이야 대부분의 고전소설에 적용되는 결말이지만, 우연성은 이 작품에서 너무 자주 보인다.

 

주인공인 홍계월은 어려서 부모를 잃고 양부모에게 키워진다. 아버지인 홍무도 도적을 만나고, 어머니인 양 씨는 계월과 함께 피신하다가 도적을 만나고, 그 밖에도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위기에 처하지만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 3쪽을 넘기기 전에 도사나 선녀가 귀인이 나타나서 구해주니 위험할 것이 전혀 없지 않은가? 이 소설은 고전소설의 특징이 확실하게 드러난 대표적인 작품이 아닌가 싶고, 그런 의미에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셋째, 홍계월이라는 여성 영웅의 캐릭터가 신선했다. 여성 영웅이 등장하는 고전 소설은 적지 않다. 옥루몽의 강남홍은 천하 명장이고, 금방울전에 등장하는 금방울이나 박씨전의 박 씨 부인은 모두 지략이 뛰어난 영웅이지만, 그녀들은 미모가 강조되거나 박색이었다가 천하일색이 된다. 또한 모두 여성으로서 활약하고 있다.

 

그에 비해 홍계월은 홍평국이라는 남성의 신분으로 남성과 동등하게 활약하고 있다. 작품 속의 삽화에서는 여성으로 돌아온 홍계월을 아름답게 묘사하고 있지만, 본문 속에서는 그녀의 미모에 대해서 묘사가 보이지 않는다. 즉, 홍계월은 여성미와 관계없이 본인이 지닌 능력으로 일국의 대장군이 된다. 여성임이 밝혀진 뒤에도 직위로는 부하가 되는 남편에게 상관으로서 자신의 권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넷째, 계월이 여성인 것을 양부모도 몰랐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되었다. 계월은 다섯 살에 도적에게 쫓기다가 어머니를 잃고 양부모인 여공 부부의 슬하에서 자라난다. 또한 여공의 아들인 보국과는 형제처럼 자라나는데……. 외부인은 성별을 몰랐을 수도 있겠지만 한 집에 사는 여공 부부와 형제처럼 자란 보국이 10여 년을 함께 자라면서 계월이 여성인 것을 모를 수가 있을까?

 

다섯째, 독서에도 나이가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달았다. 나는 고교 시절에 도서관에서 고전소설들을 대부분 읽었다. 그러면서도 우연성이 너무 심하다는 생각은 별로 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었다. 이 작품을 학창 시절에 만났다면 재미있게 읽지 않았을까 싶다. 이런저런 것을 알게 된 지금에 와서 읽으니 독서의 재미가 반감되는 듯한 아쉬움을 느꼈다.

 

이 작품을 누구에게 권할까? 출판사에서는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해서 이 책을 발간했다. 출판 목적과 관계없이 고교생 이하의 학생들이 읽음으로써 고전 문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바람직할 듯하다. 성인들은……? 글쎄, 고전문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리 흥미를 느낄 것 같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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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군공(21세 永老)과 상주공파 강원도화수회 | 이웃의 풍경 2023-10-30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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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호군공(21세 永老)과 상주공파 강원도화수회

 

곡산연씨 대동종친회 이사,

상주공파강원도화수회 부회장 연영흠

 

「곡산연씨 상주공파 강원도화수회(회장 연제윤, 이하 강원화수회)」에서는 매년 9월 첫째 일요일에 합동 벌초를 한다. 올해는 9월 3일에 합동 벌초를 실시했다. 올해 벌초가 예년과 다른 점이 두 가지 있다.

 

첫째, 벌초에 참석한 문중인들에게 가구당 5만 원씩 교통비를 지급한 것.

둘째, 벌초에 참석한 문중인들은 강원도 입향조인 부호군공 묘소 벌초에 참여함.

 

강원화수회에서 이 두 가지를 논의할 때 많은 의견이 있었다. 특히 교통비 지급에 대해서는 지금까지도 화수회에서 합동 벌초에 참석한 문중인들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했는데, 굳이 교통비까지 지급해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후손이 조상들의 묘소를 벌초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인데, 화수회에서 그렇게까지 지원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가 갈수록 벌초와 시제에 참석하는 이들이 줄어드는 것이 현실이다. 조상을 공경하고, 특히 젊은 세대의 참석을 유도하기 위해서 화수회가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두 동원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결국 선조들이 남긴 유산을 선조들을 위해서 쓰는 것이 무슨 문제냐, 문중 발전을 위해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보자, 라는 견해가 채택 되어서 교통비 지급이 확정된 것이다.

 

강원화수회 임원들은 평소에는 벌초에 참여하는 문중인이 30명 내외였는데, 올해는 40여 명에 이르렀으니 일단은 성공적이라고 평가를 했다.

 

벌초에 참석한 문중인들이 부호군공 선조 묘소에 먼저 들리자는 의견은 이사들 대부분이 찬성했다. 예년에는 벌초를 할 때 각자 자신의 선대 묘소만 하고, 6대조 이상은 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입향조인 21세 부호군공 선조 이하의 묘소는 벌초나 성묘를 하지 않고,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후손들이 많았다. 해마다 직계 후손 몇몇이 도맡아 하다 보니, 다른 후손은 관심을 두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올해는 20여 명의 후손들이 부호군공의 묘소 벌초에 참석했다. 그중 상당수는 이 묘소에 처음 온 이들이었다. 모처럼 많은 후손들을 본 부호군공의 마음이 즐거우셨을 것이라고 본다.

 

벌초를 하면서 강원화수회의 입향조인 21세손 부호군공(永老)이 이곳에 온 연유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12세 선조인 정후공(嗣宗)께서 조선 개국에 참여하여 3공신이 되신 후에 20세 선조들까지는 서울에 거주하셨다.

 

그러던 중 1693년(숙종19년)에 의민공(最績) 선조가 인현왕후의 폐비를 반대하는 상소를 올린 뒤에 어전에서 고문 끝에 별세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이에 놀란 문중의 대종손인 21세 부사용공(泰老) 선조는 강원도 원주로 낙향하시고, 차손인 부호군공(永老)선조는 강원도 홍천으로 낙향하셨다.

 

홍천의 부호군공 후손들은 홍천 지역에 세거하면서 강원도 화수회를 형성했고, 대동종친회 강원지회(초대 지회장 연재흠)가 창립될 때 주축이 되었다. 삼일운동 당시 영서지방 최대 봉기였던 동창 만세 운동에 참여해서 팔열사의 한 분으로 추앙받는 애국지사 연의진 지사, 6.25 전쟁 때 희생되어 교단을 지킨 교사로 도교육청에 기록된 연제훈, 한국전쟁의 보훈용사인 연규필, 강원화수회를 설립하고 대동종친회의 종로로 추대되었던 연재흠, 홍천관내 여러 우체국장을 역임한 연두흠, 대동종친회 전무이사를 역임한 연영모, 현재 관리이사인 연제덕, 도내에서 서기관으로 근무하다 현재 강원화수회장으로 봉사하는 연제윤 등이 부호군공의 후손들이다.

 

특히 강원화수회가 대동종친회의 종사에 크게 기여한 일이 있으니, 황해도 곡산에 있던 정후공 영정(연경희 씨가 1920년대에 곡산 세거지에서 홍천으로 모시고 옴)을 봉안하고 30여 년 동안 시제를 봉향한 것이다. 이 영정은 1960년대에 당시 부호군공의 종손(소흠)이 대동종친회로 이관하여 증평 정후사에 봉안하기에 이르렀다. 강원화수회가 이 영정을 보존하지 않았다면, 우리 문중의 가장 큰 보물이 존재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강원화수회의 후손들 중에는 부호군공이 어떤 연유로 홍천에 오셨는지 자세한 내역을 아는 이가 많지 않은 듯하여, 강원화수회에서는 후손들에게 문중의 뿌리를 널리 알릴 일을 강구하고 있다. 그런 노력의 하나가 벌초 행사에 참석하는 후손들에게 교통비를 지급하고, 부호군공의 벌초에 모든 후손이 참석하게 하면서 역사를 생각하도록 한 결정이었다.

 

강원화수회에서 3년 전부터 부호군공 이하 홍천 문중의 합동 시제에 참석하는 청소년(초등학생~대학생)들에게 장학금(5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 4년 전까지는 시제에 참석하는 청소년이 전무하다시피 하였지만, 2021년도에는 2명이 참석했고, 2022년도에는 5명이 참석했다. 올해는 몇 명의 청소년이 참석할지 기대가 된다.

 

필자는 문중 발전을 위한 강원화수회의 여러 시도들이 강원지회 나아가 우리 문중 차원에서 뿌리를 알고 숭조상문 정신을 높이는 한 방법이 되리라는 생각에서 이 글을 정리했다.

 

* 이 글은 곡산연씨 대동종친회 2023 종보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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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광화문 글판이 있을까? | 나의 리뷰 2023-10-28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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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

광화문글판 문안선정위원회 편
교보문고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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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서울에 간 적이 있었다. 광화문 앞을 거니는데 글판(전광판)에 이런 글이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가장 외로운 낙엽을 위하여

오늘을 사랑하게 하소서."

 

그때는 이것이 누구의 시, 또는 명언인지 몰랐다. 다만 무언가 뭉클한 마음속에 감동을 느꼈다. 열매는 성공이고, 낙엽은 실패가 아닐까? 아름다운 열매는 떳떳하고 당당한 성공이고, 외로운 낙엽은 최선을 다했지만 실패한 결실이 아닌가 싶었다. 당당한 승자를 볼 때는 오늘이 사랑스럽고, 최선을 다한 패자를 볼 때도 그렇지 않을까 싶다.

 

광화문 글판에는 이런 글이 실린다고 들었다. 내가 서울에 산다면 매일 어떤 감동을 받지 않을까 싶었다.

 

3년 전에 이 책을 구입했다. 광화문 전광판을 수놓았던 글들과 함께 그 글의 원문이 소개되고 있었다. 위 글의 원문은 김현승 시인의 「가을의 기도」라고 한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 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나는 암송까지는 못 했어도 김현승 시인의 이 시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광화문 전광판을 읽으면서 왜 알아채지 못했을까? 의미상으로 비슷하기는 하지만, 그대로 옮기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김현승 시인의 원작도 훌륭하지만, 저 시를 보고 전광판의 문구처럼 옮긴 사람도 시인 못지않게 뛰어난 사람인 듯하다. 시를 보고 시인이 전하고 싶은 주제를 정확히 찾아내는 것도 남다른 능력이 있어야 한다. 아니 시인의 의도와 같지 않다면 또 어떻겠는가? 독자에게 또 다른 감동을 주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이 책에는 광화문 전광판을 통해서 서울 시민의 감성들 다독였던 문구 중에서 50여 편을 선정해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광화문 글판 문안 선정위원회'이다. 어느 개인이 아니라 여러 위원들이 심사숙고해서 뽑은 글인 듯하다.

 

이 책의 앞에 있는 몇 편을 소개하겠다.

 

- 떠나라 낯선 곳으로 / 그대 하루하루의 / 낡은 반복으로부터 (원시 : 고은 「낯선 곳」)

 

- 가는 데까지 가거라 / 가다 막히면 앉아서 쉬거라 / 쉬다 보면 새로운 길이 보이리 (원시 김규동 「해는 기울고」)

 

- 흔들리자 않는 갈대가 되리 / 겨울강 눈보라에 내 몸이 쓰러져도 /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원시 정호승 「겨울 강에서」 )

 

- 아침에는 / 운명 같은 건 없다 / 있는 건 오로지, 새 날 (원시 정현종 「아침」 )

 

- 해마다 봄이 되면 / 어린 시절 그분의 말씀 / 항상 봄처럼 부지런해라(원시 조병화 「해마다 봄이 되면」 )

 

-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원시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 )

 

원시를 읽어 보면 느끼겠지만, 광화문 글판의 글이 원시 그대로인 것은 거의 없다. 원시를 압축하기도 하고, 일부를 인용하기도 했으며, 전체적인 내용을 축약하기도 했으며, 원시의 주제를 요약하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원작을 읽는 것보다 더 큰 감동을 느꼈다. 영화에는 예고편이라는 것이 있다. 원작을 상영하기 전에 홍보를 겸해서 관객의 흥미를 일으키는 내용을 짧게 보여주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것이 예고편을 보면 영화를 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광화문 글판은 보는 이들에 신선한 감동을 주는 한편, 원시를 읽고 싶은 마음을 일게 하는 효과도 있지 않나 싶다.

 

그런데 시골에 살고 있는 나의 입장에서 궁금한 것은……. 지금도 광화문 글판이 유지되고 있는지이다. 하도 변화가 많은 세상이니 어쩌면 사라졌는지도 모르겠다. 시를 읽고 감동하는 사람들이 줄어들었다면, 이 글판을 유지하는 교보생명에서는 시민들이 선호하는 다른 것을 설치했을 수도 있다. 요즘은 짧은 동영상도 많으니 그런 것으로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

 

정말 궁금하다. 아직도 광화문 글판이 있을까? 있다면 어떤 내용으로 유지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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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단이 혼란스러운 정의와 불의 | 나의 리뷰 2023-10-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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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일구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윤태호 글그림
창비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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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인 2021년에 강림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은 책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시리즈로 펴낸 4권 중에 한 권이다. 그때 많은 생각을 했고, 이 책의 리뷰를 정성껏 쓰고 싶었다. 그러나 결국은 쓰지 못했고, 책을 반납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내용도 잊어버렸는데, 어제 다시 펼쳤다. 그들과 같이 불의에 항거해서 저항하지는 못하더라도 리뷰만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읽은 책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정의와 불의를 판단하고,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 주인공인 김현용은 1936년 생으로 가난한 가정에 태어났다. 12세 때 의미도 모르는 상황에서 해방을 맞아 남들과 함께 덩달아 기뻐했고, 6.25 전쟁 때 피난을 가다가 폭격으로 아버지를 잃었으며, 15세의 어린 나이에 소년병으로 끌려갔다가 다리에 장애를 입었다. 그는 자신의 생환을 기다리고 있을 어머니를 생각하며 기를 쓰고 살았다. 어머니는 돌아온 아들을 위해서 모든 것을 희생하며 뒷바라지를 했다. 현용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좌도 우도 아니고, 민주도 독재도 아니며 오직 생존만이 삶의 최고 목표였다.

 

4월 혁명을 맞아 학생들이 들고일어날 때 그는 보수의 편에 서서 분노했다. 이렇게 살아있는 것만도 얼마나 큰 행복인데 저놈들은 배가 불러서 저런다고……. 그러나 그의 절친인 나석민은 독재에 저항하다가 총에 맞았고, 하나뿐인 아우인 현석이는 석민이를 구하겠다고 나서다가 다리에 총을 맞아 불구가 되었다.

 

현용은 끝까지 보수의 편에 서서 독재에 저항하는 학생들을 폄하하고, 민주 투쟁을 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다가 살 만큼 살고 세상을 떠난다. 그는 둘째 사위가 호남 사람이라고 해서 거리감을 두기도 한다.

 

주변 이웃 중에는 북에서 월남한 사람도 있고, 파월 용사로 베트남에서 공산당과 싸운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공통된 점은 평소에는 차분하고 의리가 있지만, 이념 문제가 화제가 되면 입에 거품을 뿜으며 좌익을 비난한다. 이승만이 비록 독재는 했지만, 그 사람 때문에 6.25 때 적화를 막았고, 박정희가 권위주의적인 문제점은 있지만 경제 개발의 공이 90%라면 과는 10%라는 것이다. 김대중이나 노무현 또는 문재인은 민주나 인권을 위해서 노력한 점은 인정하지만 그들이 북에다 퍼줘서 지금까지 북한이 연명하면서 남을 위협하고 있다고 한다.

 

김현용의 논리와 흡사하다. 힘들게 살면서 노년까지 살아왔고, 이 모든 것이 이승만, 박정희 등의 반공 세력 때문이라고 믿고 있는 그들과는 정치나 이념 문제에서는 대화가 불가능했다.

 

둘째, 그래도 인간성 밑바닥에 흐르는 이성에 희망을 느꼈다. 현용은 자신의 둘째 사위가 호남 사람이라는 이유로 거리감을 두었고, 그의 앞에서는 일부러 호남 출신 유명 정치인의 험담을 늘어놓을 정도로 극우의 마음이 한결같았다. 그런 현용이 말년에 치매에 걸렸을 때 아내나 자식 등 가족 이름은 모두 기억하지 못하면서 오직 둘째 사위의 이름은 기억했다고 한다. 그가 자신의 사위라는 관계는 모르면서도…….

 

수수께끼는 마지막에 풀린다. 현용은 촛불집회에 나간 시위대에서 둘째 사위와 딸을 보고 사진에 담았고, 마지막까지 소중하게 간직한다. 생존을 위해서 좌를 매도하고 우에 자리했지만, 그 역시 무엇이 옳고 그른지는 알았다는 의미일까? 거기까지는 아니라도 마음으로는 이해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문득 자신의 친인척에게는 지극히 관대하면서도 정적에게는 당사자는 물론 가족까지 파헤치며 괴롭힌 어떤 권력자가 생각났다. 그가 그렇게 살다가 죽더라도, 그의 마음속에 현용 정도의 인간성이 남아있기를 기대했다.

 

셋째, 역시 윤태호 화백이었다. 나는 그의 작품인 『미생』을 애독했고, 지금도 웹툰에 연재되는 작품을 읽고 있다. 빈틈없는 구성과 세밀한 그림을 보면서 역시 윤태호 화백이라는 감탄이 나왔다.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작가를 만났느냐에 따라 생각하지 못한 방향을 보면서 뜻밖의 감동을 주는 듯하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진보나 보수라는 이념을 떠나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만나게 되었으면 좋겠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을 더욱 단단하게 해줄 것이고, 나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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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와 불의가 혼동되는 시기 | 나의 리뷰 2023-10-26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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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스터 방

채만식 저
아미고(AMIGO)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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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림도서관의 책나눔 이벤트에서 얻은 책이다. 그냥 수십 권의 책 중에서 이 책을 선택했는데, 학창 시절에 『태평천하』의 작가 채만식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또한 단편이고, 청소년용 도서이므로 삽화가 많으니 읽기에 쉬울 듯해서 골랐을 뿐이다.

 

버스를 타고 들어오면서 단숨에 읽었는데, 떠오른 생각을 몇 가지만 적어보겠다.

 

첫째, 그놈이 그놈 같으니 허망했다. 두 주인공은 친일파였던 백 주사와 그 시절 별 볼 일 없던 신기료 장사 출신으로 영어를 좀 할 줄 알던 미스터 방(방삼복)이다. 백 주사는 족보상으로는 양반이면서,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에 빌붙어서 잘나가던 전형적인 친일파다. 삼복이라고 불리던 미스터 방은 일제강점기에는 하층민이었다.

 

그러나 해방이 되자 백 주사는 친일파라고 해서 동리 사람들에게 재산을 다 뺏겼고, 삼복이는 미군 S 소위의 통역을 자처하면서 여러 이권을 차지했다. 둘의 처지가 바뀌었다고 할까?

 

백 주사는 예전에는 사람 취급도 안 하던 미스터 방에게 빌붙어서 재산을 찾으려고 하는데……. 책장을 넘기면서 느끼는 마음은 그놈이 그놈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외세(미군)에 빌붙어 권력을 행사하며 배를 불리는 미스터 방을 풍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일제에 이어 미국에 줄을 대려는 백 주사의 모습을 통해 인간의 비루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하다.

 

일제에 빌붙었던 백 주사나, 미국에 그러는 미스터 방이나 다른 것이 무엇인가? 정권이 바뀌어도 그놈이 그놈인 것과 다를 바 없다.

 

둘째, 개인적으로 이완용과 박정희를 생각했다. 이완용은 한때 애국에 불타는 지사(독립협회 초대 회장)이었으나 러시아가 득세하자 친러파가 되었고, 일제가 강해지자 친일파가 되어 망국을 주도했다. 박정희는 일제강점기에는 만주군관학교와 일본 육사를 나온 친일파였고, 해방 공간에서는 좌익에 몸을 담은 군부 내 프락치였으며, 군인 반란을 통해서 자신을 용서해 준 정부를 전복하고 권력을 잡은 인물이었다.

 

두 사람을 비판하자는 것이 아니다. 이완용과 박정희의 삶은 미스터 방이나 백 주사가 추구하는 권력 지향과 다를 바가 없고 그것이 인간이 지닌 모습이 아닌가 싶다. 물론 기득권을 버리고 사회 정의를 위해서 험한 길을 택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인물들이 보이지 않았다.

 

셋째, 읽기가 쉽지 않았다. 내용은 그리 어려울 것이 없지만, 무언가 어수선하고 읽기가 쉽지 않았다. 지금까지 천여 권의 책을 읽고 리뷰까지 쓴 내가 이럴 정도면, 중고생들이 이 책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공연히 주제넘는 걱정을 했다. 이러니 아이들이 책과 멀어진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에는 「미스터 방」 외에 여러 편의 단편이 있었는데, 다른 작품 역시 그리 다르지 않았다.

 

넷째, 독서 교육을 걱정했다. 아무리 재미있는 작품이라도 교과서에만 실리면 재미가 없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은 교과서가 아닌데도 쉽게 읽히지 않는데,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흥미를 가지고 읽게 할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 답은 없었다.

 

독서보다 더 편리하고 재미있는 영화나 드라마가 있는데, 더구나 한 번 빠지면 헤어날 수 없는 게임도 많은 세상이다. 책이 그런 것과 겨루어서 경쟁력이 없을 듯하다.

 

그렇다면 방법이 무엇인가? 내 생각에는 독서를 하는 학생에게 제도적으로 어떤 보상을 하는 것이다. 성적에 반영을 하거나, 상급학교 진학에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미스터 방이나 백 주사가 권력을 추구하듯이, 많은 학생들이 독서에 집중할 것이고, 그것을 통해서 독서가 일상화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쉽지 않은 꿈이다.

 

이 책을 누구에게 권할까? 출판사에서는 청소년 독자를 겨냥하고 이 시리즈를 만든 듯하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읽어야 하지 않겠는가? 삽화를 빼고 나면 본문은 20쪽을 약간 넘기는 짧은 분량이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가 했으니, 청소년들이 미래의 저력이 될 귀한 보약을 먹는 마음으로 정독을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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