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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일시 중단 안내 | 알립니다 2012-06-13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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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예스 블로그 운영자입니다.

 

그간 윤흥길 작가의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을 사랑해 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주최 측 사정으로 윤흥길 작가님의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연재가 잠시 중단될 예정입니다. 연재 재개 일정은 확정된 바가 없으며, 연재가 다시 시작되기까지 조금 시간이 필요할 듯합니다.

 

연재 진행이 원활하지 못한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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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186회 |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2012-06-12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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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해요. 더는 못 해요. 도저히 불가능해요. 과거에도 부용 씨는 저희 아버지를 원수로 알고 마냥 증오했어요. 지금도 그분은 저희 아버지 직업 때문에 저를 아버지랑 동격으로 취급하고 있는 게 틀림없어요. 그런 사람한테 그 아버지에 그 딸인 제가 무슨 도움을 줄 수가 있겠어요?”

 

  길바닥에 아무렇게나 퍼벌하고 주저앉으면서 연실은 그때까지 간신히 틀어막고 있던 울음보를 그예 툭 터뜨리고 말았다. 순금은 한동안 아무 말 없이 연실의 하는 양을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다. 도대체 최부용이란 놈은 뭐가 그리도 잘났고, 상대방의 어떤 점이 그리도 못마땅해서 이렇듯 참한 요조숙녀를 제 손으로 버렸을까. 감동 아니면 탄복에 가까운 어떤 특별한 감정이 결국 순금으로 하여금 연실 곁에 엇비슷한 모양새로 퍼벌하게끔 만들었다.

 

  실례지만, 아버님 직업이 무엇인지……”

 

  울음소리가 웬만큼 잦아들기를 기다려 순금이 조심스럽게 운을 떼었다. 그러자 연실이 뭔가를 급히 찾느라 원피스 주머니 속을 뒨장질하기 시작했다. 결국 주머니 속에서 그러잡혀 나온 것이 빈손임을 알아차리고 순금은 제 소맷부리 안에 간직된 손수건을 꺼내 연실에게 건넸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별로 그걸 밝히고 싶은 기분이 아니네요.”

 

  가까스로 대꾸를 마친 다음 연실은 남의 손수건에다 제 눈물과 콧물을 암냥해서 한목에 수습했다.

 

  연실 양, 내 눈은 절대로 못 속여요. 두 사람은 지금도 여전허니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허고 있어요. 지금도 서로가 서로를 부르고, 서로가 서로를 끌어댕기고 있어요.”

 

  누님도 죄다 보셨잖아요? 이제 그런 말씀 제발 그만 하셔요.”

 

  내 눈으로 증거를 확보헐 수 있어서 나는 얼매나 기쁜지 몰라요.”

 

  다따가 웬 뚱딴지같은 증거 타령인가 싶어 의아해 하는 이연실의 기척이 초저녁 어슬녘 속에서도 완연히 전해져 왔다.

 

  다급헌 짐에 앞뒤 따질 새 없이 연실 양한티 인공호흡을 부탁혔지요. 연실 양이 한치도 망설임 없이 막바로 우리 부용이 코를 쥐고 입에다 숨을 불어넣는 걸 보고는 뒤늦게 아차 싶었어요. 상대가 폐결핵 삼기라는 귀띔을 사전에 받고도 연실 양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 고역을 다 감당혔어요. 그런 일은 쉽게 헐 수 있는 게 아니지요.”

 

  그런 귀띔을 받은 사실을 제가 깜빡 잊어버린 결과지요.”

 

  아니지요. 그런 행동을 허게코롬 맨드는 힘은 십상팔구 사랑이란 것에서 나오지요. 사랑 없는 상태에서 동정이나 연민만으로는 도저히 감당헐 수 없는, 특별헌 행동이지요. 사랑을 들킨 건 연실 양뿐만이 아니랍니다. 행동이 특별허기는 우리 부용이 쪽도 매일반이었어요.”

 

  그럴 리가요!”

 

  연실이 단호한 목소리로 순금의 말을 퉁겨버렸다.

 

  물론 그 증거 역시 내가 갖고 있지요. 우리 부용이가 가물가물 죽어가는 의식 속에서도 마지막 순간까장 똘스또이 복활을 붙들고 늘어지는 걸 보고 나는 깜짝 놀랬어요. 남녀 간에는 경우에 따라서 부활이란 단어를 복활로 읽는 수도 있다는 사실을 오날사 처음 알기도 혔고요.”

 

  순금은 상대방 의중을 면밀히 염탐하려는 자신의 꿍꿍이수작을 가벼운 웃음소리로 얼버무렸다.

 

  누님, 실은 그게 아니고……”

 

  하려던 말을 갑자기 중동무이하더니만 연실은 엉뚱한 방향으로 얼른 말머리를 돌려버렸다.

 

  그 말씀이 사실인가요? 폐결핵 삼기가 틀림없는가요?”

 

  사실이 아니라면 얼매나 좋겄어요. 유감스럽게도 여부없는 사실이랍니다. 우리 부용이는 시방 중증 폐결핵이란 놈한티 남은 목숨 한정된 분량을 매일매일 한 자밤씩 한 자밤씩 집어먹히고 있는 중이랍니다.”

 

  , 저한테 그러지 마셔요! 제발 그만 좀 괴롭히셔요!” 

 

  부르르 진저리 치는 몸짓으로 놀라움과 안타까움의 극단적인 크기를 표현하는 연실의 검은 윤곽이 초저녁 어둑발 속에서 순금의 오감에 또렷이 붙잡혔다. 연실이 임시변통으로 잠시 막아놓았던 울음보를 하마터면 잊고 있을 뻔했다는 듯 또다시 왁작 터뜨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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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185회 |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2012-06-11 10:01
https://blog.yes24.com/document/6502144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이연실이 몸을 발딱 일으켰다. 그리고 누가 저를 내쫓기 전에 연실은 두 손바닥으로 얼굴을 감싼 채 자진해서 자리를 떴다. 연실은 제 다리 스스로 놀려 대청마루에서 지대로, 지대에서 다시 마당으로 펄쩍펄쩍 뛰어내렸다.

 

  “이런 고약헌 놈 같으니라고! 다 끊어진 니놈 숨줄 입으로 훅훅 불어서 도로 붙여놓은 사람이 누군지나 알고서 시방 그 못된 짓거리냐? 그따우 몰지각허고 파렴치헌 짓거리 한 번만 더 헐작시면 내가 니놈을 절대로 용서허지 않을란다!

 

  순금은 반대편으로 돌아누운 부용을 붙잡아 번철 위의 부침개 뒤집듯 본래의 방향으로 홱 잦혀놓았다.

 

  “저 여자가 날 살렸다고요? 천만의 말씀이요! 저 여자는 최부용이를 두 번째로 죽여놓은 겁니다!

 

  “입 다물어! 잔소리 말고 얌전허니 있어!

 

  못된 동생을 향해 표독스럽게 눈을 부라리고 나서 순금은 헐레벌떡 밖으로 뛰쳐나갔다. 부용의 성난 고함이 등 뒤를 바투 따라붙고 있었다.

 

  “저 여자 땜시 내 계획은 엉망진창으로 망쳐뿌렀습니다! 당초 계획대로 한참 잘 되야가는 판국인디, 저 여자가 뜬금없이 새중간으로 뛰어들어서 산통을 바싹 깨뿌린 겁니다!

 

  짧은 동안인데도 이연실은 어느새 어둠 속으로 가뭇없이 사라져 도무지 찾을 길이 막연했다. 순금은 무작정 대문간으로 내달렸다.

 

  “애고마니나!

 

  때마침 대문 안으로 발을 막 들여놓으려는 참이던 관촌댁이 질겁하면서 냉큼 뒤로 물러섰다.

 

  “해도 다 저문 연후에 여자들찌리 이 무신 덧게비 장난이라냐?

 

  “오시는 길에 혹시 어떤 여자 못 보셨어요?

 

  “순금이 니가 벌써 두 번짜다. 방금 전에 저짝편에서 허우단심 뎀벼드는 웬 여자허고 함마트라면 첫 번짜 박치기를 헐 뻔혔다. 그런디 그게 대관절 으떤 여자다냐?

 

  “부용이한티 일이 조깨 생겼어요. 싸게 사랑으로 가보셔요.

 

  순금은 마을 다녀오느라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모르는 채로 마냥 한갓지게만 구는 어머니를 서둘러 따돌렸다. 어머니를 등지기 무섭게 순금은 잠시 멈추었던 뜀박질을 다시 시작했다. 이 마당에 와서 제 발로 걸어 들어온 이연실을 놓쳐버린다면 그야말로 만사휴의였다. 마지막 소망 한 가닥 단단히 붙들고 늘어지려는 일념으로 순금은 어둠 속을 허위허위 헤집으며 면소재지로 통하는 한길을 따라 마구잡이로 내달렸다.

 

  “잠깐만요, 연실 양!

 

  동구 밖을 벗어나서야 겨우 이연실의 빠른 발을 따라잡는 데 성공했다.

 

  “연실 양, 내 말 조깨 들어봐요! 그냥 요대로 떠나시면 못써요! 참말로 죄로 가는 행동이라고요, 연실 양!

 

  때깔 곱던 옥색이 칙칙한 어둠의 빛깔로 변해 있는 연실의 원피스 자락을 뒤에서 거칠게 낚아채면서 순금은 숨을 마구 할딱거렸다.

 

  “양산이랑 손가방이랑 그냥 두고 떠나시면 어떻게 혀요, 연실 양?

 

  “안 돼요! 저는 못 해요! 도저히 못 하겠어요!

 

  연실이 돌아서면서 순금과 정면으로 대치했다.

 

  “처음부터 제가 맡을 역할이 아니었어요. 최부용 씨가 어떤 인간인지 잘 알기 때문에 저는 이런 결과로 낙착되리란 걸 처음부터 충분히 예상했어요. 그래서 누님 편지를 받고도 그렇게 오랫동안 망설일 수밖에 없었어요. 제발 부탁이어요. 이제는 저를 더 괴롭히지 말아주셔요.

 

  연실이 흘리는 눈물방울들이 순금의 손등에 후두두 떨어졌다. 순금의 손을 밀쳐내면서 연실은 울음 반 원망 반의 푸념을 좔좔 쏟아내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 누님도 직접 목도하셨잖아요. 부용 씨는 원체가 그런 인간이라니까요. 저로서는 이제 무얼 더 어떻게 해 볼 방도가 없어요. 제발 저를 그만 놓아주셔요.

 

  “연실 양 역시 방금 두 눈으로 똑똑히 목도허셨잖어요. 시방 우리 부용이한티 다른 사람들은 죄다 아모짝에도 쓸모가 없는 존재지요. 부용이한티 아즉도 쓸모가 남어 있는 인물은 오즉 한 사람, 이연실 양뿐이지요. 이 넓으나 넓은 세상천지에 오즉 연실 양 한 사람만이 벌써 사망 진단을 받은 우리 부용이 영혼을 소생시킬 수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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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184회 |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2012-06-08 08:42
https://blog.yes24.com/document/6492906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두 여자가 달라붙어 한목에 와짝 힘을 쓰자 줄 끝에 뒤룽뒤룽 매달린 몸뚱이가 위로 약간 들려 올라갔다. 황급히 도구들을 챙겨 마루로 올라온 이연실이 의자를 딛고 서서 칼질을 시작했다. 목을 매었던 빨랫줄이 마침내 툭 끊기는 순간이 왔다. 짐짝처럼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사람 몸무게를 떠안은 채 세 여자는 동시에 마루 위로 벌러덩 나가동그라지고 말았다.

 

  시방도 안 늦었어! 아즉은 몸에 온기가 남어 있어!”

 

  서둘러 목에 감긴 줄을 풀면서 순금은 아직도 겁에 질려 제정신이 아닌 이연실을 상대로 소생 가능성을 거푸 강조했다.

 

  여학교 때 구급법 안 배웠어?”

 

  큼직한 눈을 끔벅이며 이연실이 위아래로 연방 고갯방아를 찧어댔다.

 

  그럼 당장 인공호흡을 시도혀야지! 섭섭이네는 얼른 가서 더운물 조깨 가져오고!”

 

  주변이 벌써 어둑어둑해졌다. 남포등이 필요한 시간이었다. 순금은 대청마루에 불을 환히 밝혔다. 옛 남자 얼굴 위에 엎드려 인공호흡에 여념이 없는 이연실을 거들어 순금은 부용의 가슴팍을 마구 문질러댔다.

 

  살려주시옵소서. 한 생명을 천하보담도 더 귀히 여기시는 사랑의 하나님 아바지, 제발 우리 부용이 조깨 살려주시옵소서……”

 

  안찰기도 삼아 순금은 가슴 문지르는 동작과 함께 중얼중얼 간구를 계속했다. 손으로 양쪽 콧방울을 감아쥐고 입에서 입으로 바람을 옮기며 이연실이 한바탕 응급처치에 고부라진 보람이 있어 한번 놓아버렸던 부용의 숨기척을 가까스로 되돌리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저승 문턱을 거의 넘어설 뻔했던 부용이 갑자기 수족을 꼼지락거리는 것을 신호로 해서 구사일생의 귀환을 여인들 앞에 신고했다.

 

  이 못된 놈아, 어서 정신 조깨 채리고 눈 조깨 뜨거라!”

 

  순금이 뺨따귀를 세차게 후려갈기자 한동안 꽉 막혀 있던 숨이 부용의 입에서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그리고 딱 감겨 있던 눈꺼풀이 느릿느릿 벌어지기 시작했다. 방금 산 설고 물 선 타관땅에 들어선 나그네가 생면부지 얼굴들 상대하듯 부용은 어릿어릿한 눈빛으로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다 제 머리맡에 지켜 앉은 이연실과 언뜻 눈이 마주치자 별안간 웃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우는 것도 아닌, 참으로 기묘하기 짝이 없는 낯꽃을 지어 보였다. 곧 이어 입술을 달싹거리는가 싶더니만 부용의 입에서 꽉 잠긴 목소리가 착 까라져 나왔다.

 

  찾으시는 책이 이겁니까?”

 

  그것이 숨기척 되찾은 부용의 개구일성이었다. 첫 번째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이연실이 옆으로 슬그머니 돌아앉으면서 조용히 흐느끼기 시작했다.

 

  똘스또이 선생 복활을 찾으셨습니까?”

 

  두 번째 질문에 접하고 이연실은 동요의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맞아요, 부용 씨. 똘스또이 선생 복활을 찾고 있었어요.”

 

  마침내 이연실은 입을 열어 엉겁결에 질문에 답했다.

 

  정신 조깨 채리거라, 정신! 시방 니 눈앞에 있는 사람은 허떠깨비가 아니고 실물이다, 실물! 헛것이 아니고 진짜 이연실이란 말이다!”

 

  부용의 손을 잡고 마구 흔들면서 순금은 새되게 소리 질렀다. 부용은 여전히 말귀 전혀 못 알아듣는 등신의 눈초리로 순금과 연실을 번갈아 돌아보기를 몇 차례 되풀이했다. 꼬물꼬물 손가락을 움직여 방금 전까지 빨랫줄에 감겨 있던 제 목젖 부위를 더듬고 어루만지는 동작을 보이기도 했다. 그제야 비로소 사태 파악이 제대로 이루어진 듯했다. 그러잖아도 주검의 형상 진배없이 흉측해 보이던 부용의 얼굴이 순식간에 더욱더 참혹하게 일그러졌다.

 

  당장 나가시요!”

 

  연실을 본때 있게 등진 채 반대편 벽을 향해 홱 돌아누우면서 부용이 날카롭게 소리 쳤다.

 

  내 눈앞에서 당장 없어지시요!”

 

  그 사품에 이연실이 흐느낌을 뚝 멈추었다.

 

  부용아, 너 그러면 못쓰는 법이다. 모처럼 큰맘 먹고 이 산골까장 어렵게 발걸음헌 사람을 그런 식으로 대접혔다가는 영벌을 면치 못헐지 알거라.”

 

  어조를 최대한 몬존하게 가라앉히면서 순금은 가만가만 타일렀다. 그러나 부용은 분노에 떠는 소리만 막무가내로 앞세우려 했다.

 

  요 모냥 요 지경으로 처참허니 무너진 최부용이 몰골 귀경시키고 잪어서 누님은 역부러 저 여자를 집안으로 불러들였소? 두 번 다시 보고 잪은 생각 없으니깨 얼른 저 여자를 배깥으로 멀리 내쫓으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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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183회 |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2012-06-07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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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목청껏 부엌어멈을 부르면서 행랑채로 내달았다. 그제야 행랑채 방문 하나가 빠끔히 열리면서, 이게 무슨 야단인가, 하고 뜨악해 하는 낯꽃으로 섭섭이네가 밖을 기웃이 내다보았다.

 

  어머님 못 보셨어요?”

 

  앙가심이 막 터질라 혀서 못 살겄담시나 바람 쪼깨 쐬다 오겄다고 아까막시 배깥으로 나가시는 것 같든디……”

 

  그럼 부용이는요?”

 

  큰되린님이요? 쬐꼼 전에 지가 정주간에서 저녁찬 장만헐 임시에도 방안에서 정신없이 지무시고 기시는 것 같든디……”

 

  싸게싸게 사람들 풀어서 왼 집안을 샅샅이 다 뒤져봐요!”

 

  비로소 아둔패기 부엌어멈 머릿속에도 사태의 심각성이 제대로 들어가 꽂힌 듯했다. 섭섭이네가 버선발로 뛰어나옴과 동시에섭섭이 즈그 아부지와 춘풍이를 번차례로 왜장쳐 불러대기 시작했다.

 

  그새를 못 참고는…… 잠깐만 참고 지달리면 좋게 해결될 일을, 그새를 못 참고는 기연시……”

 

  순금은 연방 혼잣말을 뇌까리며 섭섭이네하고 반대 방향인 뒤란을 목표로 부리나케 동동걸음을 쳤다. 세상 모르게 곯아떨어졌거니 믿고 방심한 것이 크나큰 불찰이었다. 부용의 갈팡질팡하는 심리상태에 대해, 한 나절 정도는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겠다고 섣불리 단정한 것이 결국 치명적인 실수가 되고 말았다.

 

  저어, 누님……”

 

  연이은 가뭄에도 결코 물이 마른 적 없는 뒤란 우물 까마득한 구멍 속으로 막 부릅뜬 눈씨를 담그려는 참이었다. 이연실이 헐레벌떡 달려오더니만 다짜고짜 순금의 팔소매를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저기 땅바닥에 빨래들이 떨어져 있어요!”

 

  아닌게아니라 안채 앞마당 양쪽 끝에 세운 두 개의 바지랑대를 연결하는 기다란 빨랫줄이 끝부분만 남긴 채 싹둑 잘려 나가 있었다. 그리고 빨랫줄을 자르는 데 사용했을 식칼 한 자루가 흙 묻은 옷가지와 함께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너부러져 있었다. 그 순간, 퍼뜩 짚이는 바가 있어 순금은 사랑채 쪽으로 눈총을 홱 날렸다. 분명 거기 있을 것이 못 되는, 거기 있어서는 안 되는 부용의 소유물 하나가 언뜻 눈에 들어왔다. 서재용 낡은 의자가 모잡이로 쓰러진 채 사랑채 마당에 함부로 내박쳐져 있었다. 이심전심으로 뭔가 통하는 대목이 있었던지 순금을 한 발짝 앞질러 이연실이 먼저 사랑채로 달려갔다. 발걸음이 미처 사랑채 마당에 당도하기도 전에 연실의 입에서 돌연 째지는 비명이 뽑혀 나오기 시작했다. 거의 똑같은 무렵, 순금 또한 불상사를 발견했다. 차마 눈뜨고는 못 볼, 결코 보아서는 안 될, 참으로 끔찍한 광경을 그예 보고야 말았다. 대청마루 한가운데였다. 사랑채 대들보 밑에 사람 몸뚱어리 하나가 뒤룽뒤룽 매달려 있었다.

 

  어서 줄을 끊어, 줄을!”

 

  순금은 혼신의 기력을 다해 천근같이 무거운 부용의 아랫도리를 아득바득 위로 밀어 올리는 한편 아직도 넋 달아난 표정으로 땅거미 짙게 깔린 마당 가운데 우두커니 붙박여 서 있는 이연실을 가차없이 훌닦았다. 달아났던 넋을 가까스로 다시 불러들인 연실이 너무도 황망한 사품에 그냥 빈손으로 대청마루에 올라서려 했다.

 

  칼이랑 의자랑 갖고 와야지!”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 아닐 수 없었다. 촌각을 다투는 위급의 한복판에 들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순금은 어찌 된 셈판인지 정신이 유리대롱 속같이 명징하고 냉엄한 상태를 잃지 않고 있었다.

 

  시상에나! 원 시상에나! 요런 재변이 워디 있당가!”

 

  연이은 탄식과 함께 남정 못지않이 기운 좋은 여장부 섭섭이네가 득달같이 달려들면서 젊은 아씨의 부담을 단박에 덜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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