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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142회 |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2012-04-06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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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격의 대상에 순번을 매기자면, 단연 수석은 큰아들이고 차석이 둘째아들이었다. 최명배가 천륜을 어긴 천하의 패륜 자식보다 아비 구명 사업 위해 나름대로 한껏 애쓰고 힘쓴 병골 자식한테 가일층 분격을 느낄 수밖에 없는 소이연은 자신이 입은 재산상 피해액의 차이에 있었다. 화적패 손에 강탈당한 재물보다 왜놈들 아가리에 들어간 재물 쪽이 훨씬 더 클 뿐만 아니라 아깝기 때문에 최명배는 작은아들보다 큰아들 쪽을 특히 더 용서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부용이 그놈으로 말할 것 같으면, 강도 사건인 양 연극 꾸며 배낙철 일당에게 독립운동 거사자금 대줬다는 혐의 뒤집어쓰고 제 아비로 하여금 참담한 고초를 겪게끔 매를 잔뜩 벌어 보태 준 장본인이었다. 화적패 다녀간 사실을 경찰 주재소에 신고하려 할 당시, 그보다 몇 배 더 많은 재물을 군국일제한테 강제 헌납당할 우려가 있다며 신고를 극구 만류하던 놈이 바로 큰아들 부용이 아니더냐. 그놈 감언이설에 그만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 실수야말로 최명배로서는 일생일대의 불찰이 아닐 수 없었다. 바로 그 실수 덕분에 맞지 않아도 될 공매까지 덤으로 실컷 더 얻어맞고 말았다. 강도 사건을 제때 신고하지 않고 끝까지 입을 다문 이유를 이실직고하라며 업어치기와 메어꽂기를 번차례로 되풀이하는 고등계 형사들 그 무지막지한 유도 실력 앞에 최명배는 억울하기 짝이 없는 제 가슴속 무고한 사정을 버선목처럼 훌렁 까뒤집어 내보일 방책이 없어 참으로 펄펄 뛰다 죽을 노릇이었다.

 

  오랜만에 일어앉아 늙정이 마누라 한바탕 욱대기느라 너무 무리를 범한 탓인지 한동안 물러간 듯싶던 동통이 또다시 살인적인 기세로 엄습하기 시작했다. 최명배는 빨랫줄 같은 비명을 기다랗게 뽑음과 동시에 이부자리 위를 가로세로 마구 휘저으며 데굴데굴 뒹굴기 시작했다. 영감이 몸부림치느라 도무지 경황이 없는 그 기회를 틈타 관촌댁은 사랑채 밖으로 멀찌감치 달아날 채비를 서둘렀다.

 

  핑허니 나가서 얼른 약사발 챙겨갖고 돌아올 모냥이니깨 쪼깨만 더 참고 지달리셔라우!”

 

  마누라 발소리가 귀에서 멀어지자 최명배는 줄곧 입에 달고 있던 비명을 갑자기 뚝 멈추었다. 들어줄 사람 이미 떠나고 없는데 저 혼자 괜스레 비명 꽥꽥 내지르는 건 매우 어리석은 짓일뿐더러 지르는 그 비명의 횟수만큼 저만 손해라는 계산속 때문이었다. 비명 대신 최명배는 꿍꿍 앓는 소리를 어금니로 질겅질겅 깨물어 가며 이미 왜놈들 뱃속 지나고 측간 거쳐 강과 바다로 멀리멀리 흘러가 버리고 말았을 자그마치 만 원 거금의 잘생긴 얼굴을 상사병 앓듯 못내 그리워하기 시작했다. 고문 후유증이 고통을 부르고, 그 참혹한 고통이 잃어버린 재물을 향한 병적인 집착을 낳고, 그 병적인 집착이 칠칠찮기 그지없는 큰아들 부용을 겨냥한 불신과 증오와 저주를 차례차례 끌어들이고 있었다.

 

  매에 견디는 장사 없다는 옛말 그대로였다. 그것은 인간의 인내심으로 차마 감당하기 어려운 악형이었다. 최명배는 범강장달이 같은 일본인 형사, 조선인 형사 들이 시시때때로 갈마들며 번차례로 가해 오는 갖가지 폭압과 고문에 견디다 못해 까무러치기를 여러 차례나 되풀이했다. 길래 이런 식으로 부대끼고 시달리며 고초당하느니 차라리 혓바닥 으드득 깨물고 팍 자진해 버리는 편이 낫지 않겠냐고 머릿속에서 웬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자꾸만 충동질하는 소리에 수없이 귀를 기울여야 했다.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아마도 야마니시 아끼라라는 창씨명을 가진 반쪽짜리 왜놈인 듯했다. 하지만 최명배가 누구더냐. 앉았던 자리에 풀도 안 나고,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흘릴 독종 중의 독종 인간이 다름 아닌 최명배 아니더냐. 최명배가 어떤 인간인데, 어느 놈 좋아 죽는 꼴 보려고 그 인간이 스스로 제 혀까지 깨물어 가며 단 하나뿐인 제 목숨을 버리겠는가.

 

  특히나 고등계 취조 과정에서 형사들 입을 통해, 자신의 재물을 강탈해 갔던 화적패 수괴가 남남지간도 아닌 이질 녀석 배낙철이고, 더더군다나 자기 속에서 나온 둘째아들 최귀용이 화적패 일원으로 강도 사건에 직접 가담했었다는 사실을 최초로 접하는 순간, 최명배는 마치 생전에 오역죄(五逆罪) 지은 적 없기 때문에 죽은 후에도 가지 않을 무간지옥을 두 눈 멀쩡히 뜨고 살아서 가듯이 까마아득한 천 길 나락으로 한없이 굴러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최명배는 그때까지 악착같이 붙잡고 늘어지던, 어떡하든 더 살고 봐야겠다는 집념의 동아줄마저 하마터면 탁 놓아 버릴 뻔했다. 이미 떼어 놓은 당상이나 다름없는 휘황찬란한 미래를 굳게 믿고 입신양명에 잔뜩 기대를 걸었던, 끔찍이도 귀애해 마지않으면서 학업 뒷바라지에 비용 아까운 줄 모르고 듬뿍듬뿍 투자했던 그 자식이 어찌 제 아비 상대로 그렇듯 무참한 짓거리를 저지를 수 있었단 말인가. 한때 상심과 낙담과 절망이 극에 다다른 나머지 최명배는 하마터면 유치장 벽을 꽈당 들이받는 자해로 마치 수박통 쪼개듯 제 머리통을 바싹 깨뜨릴 뻔했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건대, 최명배가 누구더냐. 최명배가 어떤 인간인데, 어느 놈 좋아 자지러지는 꼴 보겠다고 그 인간이 스스로 제 머리통 바싹 부수뜨리면서까지 천상천하에 둘도 없는, 오직 하나뿐인 제 목숨 버리겠는가.

 

  취조 기간이 길어질수록, 그리고 형사들 닦달질 정도가 우심하면 우심할수록 최명배의 두억시니 같은 복장 저 밑바닥에서는 섣달 그믐밤 속 까마귀 털빛만큼이나 시커먼 오기가 꿈틀꿈틀 요동쳐 올라오곤 했다. 오냐, 좋다. 어차피 나는 버린 몸이다. 생목숨 거두는 공사 한 가지만 빼고는 무슨 짓이든 네놈들 하고 싶은 대로 재량껏 죄다 하거라. 늙은 몸뚱어리 한두 군데쯤 불구가 된다 한들 나는 끄떡도 하지 않으련다. 남들은 독립운동에 투신하다 어느 귀신이 달칵 채가는 줄도 모르게 황천객 되기 십상인 시국인데, 그까짓 병신 좀 되는 게 무슨 대수겠는가. 사불여의해서 곰배팔이에 조막손이, 절뚝발이에 앉은뱅이 신세 되는 한이 있더라도 전답문서랑 금은보패 꽉 부둥켜안고 바람벽에 똥칠할 때까지 수복을 누릴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나이 한평생 꽤나 오달진 팔자 되지 않겠는가…….

 

  에라, 이 금수 같은 놈아! 형사질 십수 년에 네놈같이 지독한 악종은 내 눈으로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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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141회 |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2012-04-0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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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명배는 한입에 잡아먹을 듯이 불량한 눈초리로 늙정이 마누라를 험악하게 노려보았다. 고등계 형사들 손에 의해 눈알 뽑힌 병신 되어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것을 그나마 다행으로 여겨야 할 판이었다. 몸뚱어리는 모진 고문 못 이겨 요모조모 결딴나다시피 망가진 채로 돌아왔지만, 아무한테나 닥치는 대로 해코지할 때 사용하는 사나운 목자만은 아직도 멀쩡히 살아 제구실 하느라 번뜩번뜩 광기 어린 빛을 발하고 있었다. 허옇게 부라려대는 최명배의 목자에 기가 질린 나머지 마누라는 쥐며느리 형상으로 단박에 찔끔 오그라들고 말았다. 은결든 자리 어혈 풀어 주는 탕제 안에 진통제로 섞는 극미량의 앵속마저도 여간 마음에 걸리는 게 아니었다. 어질병이 지랄병으로 번지듯 통증 잠재우는 맛에 깊이 빠져 시나브로 앵속 기운에 길들다가 종당에는 진짜배기 아편쟁이로 전락해서 끝내 패가망신의 말로를 걷게 될까 봐 최명배는 그러잖아도 신경이 잔뜩 곤두서 있던 참이었다.

 

  그놈한티 단단허니 약조를 받어놨는가?”

 

  이왕지사 사나운 목자 허옇게 부라리는 김에 최명배는 또 다른 트집거리를 찾아내면서 마누라를 내처 들볶기로 작정했다.

 

  약조라니, 무신…….”

 

  몰라서 묻는 거여, 시방? , 부용이 그놈 말이여! 재물 임자한티 허가도 안 받고 지놈 자량으로 무단시 축낸 내 거만재산 말이여! 아무 달 아무 날 아무 시까장 그 재산 끝전 한 닢 안 틀리게코롬 영축 없이 도로 다 채와 놓겄다는 그 약조 말이여!”

 

  최명배가 정나미 뚝 떨어지는 소리로 몽니 부리는 꼴을 보고 마누라 낯빛이 갑자기 핼쑥하게 바래졌다.

 

  영감도 참말로 망령이요, 망령! 뇌점 기운이 고황까장 뻗쳐서 어느 때 무신 험헌 꼴 당헐지 모르는 그 몸땡이로 부용이 갸가 시방 무신 여력이 있다고 그 재산 당장 물어내라, 채와 놔라 이 야단이다요?”

 

  애시당초 반푼어치 여력도 없는 놈이 대관절 무신 보짱으로 금쪽같은 내 재산 함부로 축내고 그 지랄을 떨었냐 그 말이여, 내 말은!”

 

  설사 또 여력이 있다손 치드래도 그렇지요. 그게 어디 갸가 지집질에다 노름질로 활수허니라고 흥청망청 탕진헌 재물이다요? 영감이 칠성판 신세 안 지고 요로콤 숨줄 붙어서 방면된 게 누구 덕이고, 시방 요만침이라도 목심 부지허고 지내는 것도 다 누구 덕인지 알기나 허요? 무신 수를 쓰드래도 무지막지헌 고등계 형사들 손아구에서 즈그 아부지 빼내겄다는 일편단심으로 부용이 갸가 통 한번 크게 먹고 도모헌 효행 아니요? 효심 지극헌 자식한티 큰상은 못 내릴망정 아부지라는 사람이 아무 날 아무 시까장 반다시 그 돈 죄다 갚어야 쓴다고 빚쟁이 추달허딧기 종지목 을러댐시나 어음 받고 하냥다짐 시켜야만 똑 영감 직성이 풀리겄소?”

 

  하따, 그 효행 두 번만 받었다가는 천석꾼 살림 말짱 거덜나겄네! 뭣이여? 그놈한티 큰상 안 내린다고? 마빡에다 날베락 탁 쌔려도 시연찮을 그놈한티 나가 미치고 설쳤다고 큰상을 내려?”

 

  참말로 남우세시러서 민낯짝 쳐들고 동네 고샅길도 못 나댕기겄소. 그 염치도 모르는 말뽄새, 우리 집 담장 넘어가는 날이면 창천으로 무지갯살 뻗치딧기 괘얀시 망신살만 쌍무지개로 뜨는지를 어찌 영감 혼자만 모르고 산다요? 관가에서 치도곤 맞은 것으로도 부족혀서 요번참에는 재물 잃어, 인심까장 잃어, 요로코롬 양수겸장에 외통수로 몰릴 판국이요. 그러니깨 차후로는 당최 그런 억설 입초시에 올릴 생심도 허들 마시요! 금수도 축생도 아니고 명색이 인간인디, 우리가 인간으로 태여나서 한세상 살어간다는 게 대관절 뭣이겄소? 인명이 중허요, 재물이 중허요? 있다가도 싹 없어지는 것이 재물이고, 없어졌다가도 도로 뽈딱 생겨나는 것이 바로 재물이란 것 아니겄소? 허지만 인명은 한 번 없어져 뿔고 나면…….”

 

  예에끼 순!”

 

  벽력같이 고함을 지름과 동시에 최명배는 늙정이 마누라 도움도 없이 순전히 자력으로 윗몸을 일으켜 세우고자 한바탕 모질음을 쓰기 시작했다.

 

  요런 요망시런 할망구가 시건드러지게 시방 관운장 앞에서 감히 턱쉬염 자랑허는 거여, 뭐여? 뭣이 워쩌고 워쩐다고? 없어졌다가도 도로 뽈딱 생겨나는 것이 재물이라고? 있다가 없어지기는 쉬워도 없어졌다가 도로 생겨나기는 춘풍이가 과거 장원급제 허는 것만치나 에룹디에룬 것이 바로 재물인지 알기나 허란 말이여, 이 할망탕구야! , 땅속을 열 질을 파 봐라, 고린전 한 닢이라도 나오는가! 알토란같은 내 전답마지기가 어디 워리, 워리, 허고 손 까딱까딱 놀리면 꼬랑지 살살 흔들고 쪼르르 쫓아오는 누구네 집 강생이 이름인지 알었냐? 뼈매디가 녹아내리고 피땀이 바싹 졸아붙드락 한평생 땅띠기를 허고 살어도 게우게우 얻을까 말까 헌 거만대금이여, 거만대금! 그 거만대금 안 갖다 바쳤드래도 쪼깨만 더 버티면 지절로 무죄 방면이 될 판국인디, 영락없이 하로 죙일 호박씨 까서 한입에 홀라당 털어옇딧기 그 막중헌 재물을 왜놈들 아가리에다 몽땅 진상허고 말었으니, 나가 시방 잠인들 지대로 오고 밥인들 지대로 목구녁 넘어가게 생겼냐? 여러 소리 씨월거릴 것 없다! 지놈 혼자 지멋대로 자초헌 손재수니깨 지놈 똥구녁으로 황금닭알을 날이날마다 한 꾸레미씩 뽑아서래도 요번 달 안으로 반다시 내 돈 거금 만 원을 에누리 한 푼 없이 몽주리 다 채와 놓으라고 부용이놈 귓구녁에 굳은살 백이드락 임자가 경을 읽어대란 말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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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140회 |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2012-04-04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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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다들 다아 뒤어졌다냐? 하늘같은 가장이 시방 다아 죽어가고 있는 판인디 어째 사람새끼라고는 한 마리도 코빼기 안 내비친단 말이냐, 이 열두 토막을 내도 시연찮을 것들아아!”

 

  가요, ! 시방 거진 다 당도혔어라!”

 

  다급한 말대꾸에 이어 관촌댁이 헐떡이는 숨결을 턱자가미에 대롱대롱 매단 채 허위단심 사랑채 안으로 뛰어들었다.

 

  부르셨어라우?”

 

  뭣이여? 부르셨냐고? 오냐, 불렀다! 나가 불렀으니깨 억지 춘향이 심정으로 달려왔겄지, 할망탕구가 자진혀서 나타날 리가 있냐?”

 

  대장간 풀무에 딸린 커다란 바람주머니처럼 마구 벌렁거리는 동계를 단속하느라 가슴팍을 손바닥으로 지긋이 덮쳐누르고 있는 늙정이 마누라를 향해 최명배는 여느 때보다 흰자위 유난히 더 승해 보이는 목자를 함부로 불량스레 부라려댔다.

 

  나 죽은 연후에 후딱 팔자 곤칠 궁리로 고부라져 지내니라고 고로코롬 안채에만 콱 틀어백혀서 왼종일 꼼지락도 않고 자빠졌었냐?”

 

  영감도 참! 무신 그런 천부당만부당허신 억단에 말씸을…….”

 

  안 그러면 뭣 땜시 금방 숨 꼴까닥 넘어가게 생긴 영감 혼자 내싸두고 있었냐? 여태까장 어느 동네 어느 홀애비 만나서 한나절 실컨 노닥거리다가 인자사 그 잘난 쪽제비 낯짝 실무시 내비치고 자빠졌냐?”

 

  영감 그 성미 한번 참말로 유난시럽소! 약탕관 쪼깨 굽어다 볼라고 잠시잠깐 사랑채 비우고 후딱 정주간에 갔다가 허둥지둥 돌아온 것이 영감 시계로는 자그만침 한나절 세월이다요?”

 

  이 요망시런 늙다리 예펜네가 감히 얻다 대고 눈자우 흐옇게 뒤집어까고 콩콩 말대답이여, 말대답이!”

 

  최명배는 목청껏 소래기를 내지르기 무섭게 곧바로 에구구 구슬픈 비명을 뽑음과 동시에 제 허구리께로 손바닥을 척 올려놓았다. 그러자 관촌댁이 이부자리 위로 철퍼덕 엎드러지면서 마냥 시름에 겨운 낯꽃을 영감 면전에 바싹 들이댔다.

 

  요참에는 또 신체 어느 대목이 으떤 모냥으로 생사람 잡을라고 난리 떨고 지랄이다요?”

 

  아이고, 이 깝깝허고 폭폭헌 할망탕구야! 몸땡이 산지사방으로 맷독이 확 퍼져서 동서남북, 전후좌우 안 개리고 이리저리 이사 댕기는 바람에 어디 한 자리 성헌 구석 없이 삭신 전체가 골골샅샅 쑤시고 절리고 땡겨서 죽게 생긴 판국인디, 나가 꼭 내 입으로 어느 대목 어느 부분이 부실허다고 명토 콱 박어서 표시를 혀야만 내 말귀를 알어먹겄냐?”

 

  지아모리 몸땡이 사정이 개차반 같다 허드래도 기중 우심허게 우리 영감 신체를 닦달질허는 못된 자리가 있지 않겄소?”

 

  아이고, 내 허구리 두 동갱이 날라 그러네! 아이고, 아이고, 내 엉치뼈가 당장 사추리로 삐져나올라고 자꼬만 요동치고 있네!”

 

  철부지 어린애처럼 엄살에 얹어 어리광까지 곱빼기로 부리는 늙마의 최명배 말귀를 그제야 비로소 똑같은 늙마의 마누라가 제대로 알아들었다. 관촌댁 손이 이불 속으로 쑥 들어오자마자 영감 몸뚱이 사정을 더듬더듬 탐색하는가 싶더니만, 이내 한쪽 허구리부터 알뜰살뜰 주물러 나가기 시작했다. 비록 볼썽사납게 오글쪼글 시들긴 했을망정 그래도 늙정이 마누라 손이 약손 구실을 제법 톡톡히 해 주는 덕택으로 알게 모르게 조금씩 통증이 졸아드는 기분이었다. 나이나 지체에 걸맞지 않게 마누라 상대로 한바탕 투정질 부리고 나니 부글부글 끓던 가슴속 부아통도 한결 가라앉는 듯했다. 최명배는 한 파수 휩쓸고 지나간 통증의 꼬리를 물고 갈마드는 나른한 전신 권태감을 입에 물고 알사탕처럼 녹여 천천히 음미하느라 눈을 거슴츠레하니 내리깔았다. 툭하면 미우네 고우네 생트집 잡으며 만판 못살게 구는데도 군소리 별로 없이 성깔 유난한 영감의 쓰레받기 노릇 착실히 수행해 주는 마누라 하나쯤 있는 편이 전혀 없는 편보다 훨씬 이로운 것 같다는 생각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뭣이네 뭣이네 혀도 몸에 들어온 장독 쫓아내는 디는 똥국 덮어먹을 영약이 없다고 열 입이 한 입으로 말헙디다. 접때 춘풍이맨치로 영감도 요번참에 그 영약 한번 잡솨 보실 생각은 없소?”

 

  뭣이여? 나더러 시방 똥물이나 퍼먹으라고?”

 

  일껏 사그라지려던 부아가 기승스레 도지는 바람에 최명배는 스르르 감았던 눈을 도로 번쩍 칩뜨면서 마누라 면상을 짯짯이 노려보았다.

 

  이왕지사 넘에집 머심살이 헐 바에는 같은 새경이라도 과붓집 머심을 살어라, 안 그럽디여. 똥물도 사람 입에 들어가면 음식이요, 음식. 남세시럽게 똥물이라 칭허들 말고 기왕이면 영약이라 칭허시오. 그 영약에다 쌩마늘 두어 쪽 곁들여서 콧사배기 손으로 꽉 틀어쥐고 한 대접 벌떡벌떡 마셔 뿔면 생각혔던 것만침 그렇게 역허지도 않고 그럭저럭 목구녁 안쪽으로 넹길 수도 있다고들 그러든디…….”

 

  춘풍이 그놈허고 나허고 같으냐? 같은 사람이라고 천석꾼 지주랑 버꾸 같은 머심놈이랑 지체도 똑같으냔 말여! 고런 따우 상것들이나 헐수할수없는 처지에 이판사판으로 퍼마시는 막뵈기 물건이 바로 똥국인디, 그걸 시방 임자가 몰라서 허는 소리여?”

 

  내 육신 무탈허고 내 정신 강단져야 양반이고 쌍놈이고 간에 눈에 뵈는 법 아니겄소? 영감 코가 시방 슥 자허고도 네 치 닷 푼이나 쑤욱허니 삐져나온 형국인디, 한유허게 시방 양반 쌍놈 따지고 있게 생겼소? 천석꾼 체면 돌본다고 언지까장 요로코롬 우황 든 황소맨치로 꿍얼꿍얼 복통 앓는 소리만 벗 삼어서 지낼 작정이다요? 허구헌 날 자리보전허고 둔눠서는 나 죽는다, 나 살려라, 소리소리 질러댐시나 몸부림허는 그 정상을 나는 인자 더는 못 보겄습디다. 당장이라도 영감 응덩짝에다 애편 주사 한 대 콱 찔러 주고 잪은 생각이 하루에도 열두 번은 더 솟습디다.”

 

  말이면 다 말인지 알어? 사람이 말 같은 소리 씨월거려야 사람 축에 드는 법이지! 즈그 영감 하로아침에 애편쟁이 맨들어서 이 좋은 살림 댓바람에 홀라당 다 들어먹고 잪어서 시방 환장이라도 혔다는 거여, 뭣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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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139회 |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2012-04-03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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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드리겠다고 오래전부터 준비해 놓은 선물인데, 그동안 그럴 기회가 통 없었지요.”

 

  쪽지였다. 마치 첫사랑이 건네는 연애편지 대하듯 순금은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선물을 받아들었다. 그리고 강단 주변을 밝히는 남포등의 조력에 힘입어 쪽지에 적힌 내용을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로마 三一졀로 三五

 

  그런즉 이 일에 야 우리가 무리오 만일 하님이 우리를 위 시면 누가 능히 우리를 뎍리오…… 누가 능히 하님의 신 셩을 숑리오 하님이 의롭다시니 누가 능히 죄를 뎡리오…… 누가 능히 우리를 그리스도의랑에셔흐리오 환란이나 곤고나 핍박이나 긔근이나 젹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

          

 

 3

 

  조오지부쓰오 와즈라우 야쓰 같은 놈들 같으니라고!”

 

  매우 편리하게도 형편과 처지에 맞추어 때로는 내선일체의 황국신민 야마니시 아끼라로 둔갑하는가 하면, 또 때로는 된장 냄새 물씬물씬 풍기는 토종 조선사람 최명배로 내처 머물러 있기를 여반장으로 하는 위인이었다. 자기 태생 엿 바꿔 먹듯 자기 근본 갈마들이기를 자유자재로 해치우는 산서 제일의 갑부 영감 입에서 잔뜩 악에 바친 욕지거리가 토악질하듯 꾸역꾸역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몸뚱어리 안팎, 사대삭신 전후좌우 구석구석을 무시로 출입하면서 뼈마디를 낱낱이 욱죄고 오장육부를 점점이 해체하려 드는 무시무시한 동통이 엄습할 적마다 최명배는 으드득 사리문 위아래 어금니 틈새로 짐승의 울부짖음 비슷한 소리를 간단없이 밀어내곤 했다. 왜경 순사들한테 총개머리로 늘씬하게 두들겨 맞고 읍내 경찰서에 잡혀간 이래 그는 조선사람 최명배 신분으로 내내 숨을 쉬고 밥을 먹고 똥을 누고 잠을 자고 있었다. 뭔가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최명배는 앞으로도 당분간은 태생과 근본이 애매모호한 그 야마니시 아끼라란 작자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채 그냥 데면데면하게 지낼 심산이었다.

 

  조오지부쓰오 와즈라우 야쓰맨치로, 아니지, 조오지부쓰오 와즈라우 야쓰보담도 휘낀 더 고약허고 징상시런 종자들 같으니라고!”

 

  그러나 워낙 딸년한테 귀동냥으로 얻어 익힌 엉터리 토막국어 실력인 데다 임의대로 매끄럽게 잘 돌아갈 줄도 모르는 혓바닥 놀려 내뱉는 국어 욕지거리는 마치 귀엽지도 않은 의붓자식 잠지 만져 주는 노릇과도 같아서 번번이 성에 차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아마니시 아끼라는 황국신민 근처까지 얼추 다 다가갈 뻔했던 자기 신분을 허둥지둥 도로 불러들여 깔축없는 조선종자 최명배의 입장으로 황급히 되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슥 달 열흘 꼬빡이 옘병을 앓다가 땀 한 방울도 못 내고 빳빳허니 꾸드러질 잡탕패 놈들 같으니라고!”

 

  최명배는 한 파수 또 기승스레 치밀어 오르는 어마어마한 동통을 증오심 가득 찬 조선말 욕지거리에 버무리고 더운 입김으로 양념 쳐서 또다시 잇새로 뿌직뿌직 밀어냈다. 알맞추 잘 고아진 조청처럼 혓바닥에 착착 감겨드는 조상 전래의 조선말 솜씨로 한바탕 험구 놀리고 나니까 그제야 비로소 난생 처음 욕다운 욕 뱉어본 듯 속이 다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살점을 발기발기 찢어 헤집고 뼈마디를 우지끈 부러뜨리는 듯싶은 삭신의 통증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자갈돌처럼 묵직하고 단단하게 은결든 마음의 통증만큼은 얼추 다스려지는 느낌이었다.

 

  웬수가 따로 없지! 암먼, 따로 없다마다! 왜놈들이 웬수 아니라 슬하에 자식들이 바로 웬수라니깨!”

 

 그동안 최명배가 줄곧 퍼부어 나온 욕지거리의 대상은 밤낮 가리지 않고아무 죄도 없는 늙은이의 잠을 빼앗는 한편 온갖 짐승 같은 폭행과 야만적인 고문을 자행한 왜경들이 결코 아니었다. 처음부터 그의 증오와 저주는 자신의 큰아들과 둘째아들, 그리고 거기에 장조카까지 합쳐 셋을 한목에 묶은 피붙이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그놈들이 저지른 소행머리야말로 괘씸하기 이를 데 없는 것이었다. 그 원수 같은 놈들 가운데서도 기중 괘씸한 원수는 다름 아닌 노점귀신 큰아들이었다. 재물 소유주도 아닌 주제에 진짜 주인하고 사전에 일언반사 상의도 없이 그 재물 멋대로 저당 잡히고 자그마치 거금 만 원을 끌어다 재량껏 분탕질하는, 그야말로 파천황의 행악질을 저질러 버린 큰아들 부용이란 놈 소행머리와 비교하자면, 무고한 황국신민을 읍내 경찰서 지하 유치장 안에 가둔 채 장장 닷새간에 걸쳐 밤낮으로 치고 차고 박고 꺾고 비틀고 돌리고 메어꽂는 등등으로 늙은 몸뚱이에 모진 고문을 가한 왜경 고등계 형사들은 차라리 학식과 덕망을 두루 갖춘 사대부 양반쯤으로 괄목상대해야 마땅할 지경이었다. 다른 누구라면 혹간 또 모르겠다. 남남지간도 아닌, 바로 제 친부를 상대로 고등계 형사들보다 훨씬 더 극악무도한 만행을 저지른 천하잡놈이 바로 그 노점쟁이, 자신의 큰아들 부용이었다. 더군다나 제 딴은 제 아비 한 몸 극진히 위하느라 그 따위 고얀 짓거리를 앞장서서 도모하고 지휘했다고 우겨대다니! 하눌님이 다행히도 인간들 콧구멍을 두 개 뚫어놓으셨기에 망정이지, 만일 콧구멍이 한 개밖에 안 뚫렸더라면 최명배는 당장 통기에 문제가 생겨 캑캑 숨 막혀 죽을 뻔했다.

 

  나 죽겄다, 이놈들아! 아이고, 나 죽는다, 이년들아! 아고고고, 거그 시방 어느 연놈이건 암도 없느냐?”

 

  이부자리 안에서 네 활개 연방 버르적거리며 최명배는 냅다 고함을 뽑았다. 아침나절에 일차 복용했던 탕제에 섞인 앵속 기운이 거지반 다 떨어져가는 모양이었다. 그날로 유치장에서 풀려난 지가 벌써 엿새째인데도 몸 상태가 첫날보다 좋아지기는커녕 외려 갈수록 더욱더 형편없이 망가지고 바짝 짜부라지는 듯싶었다.

 

  옴나위조차 할 수 없으리만큼 초주검 다름없는 꼬락서니 되어 짐짝처럼 달구지 위에 얹힌 상태로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상곡 어른을 가권들과 식솔들은 흡사 심지에 불만 닿으면 뻥 터질 폭발탄 다루듯 되우 조심조심 맞아들여야 했다. 지리멸렬 상태로 단단히 고장이 나 버린 천석꾼 영감 신체를 본래의 인간 형상으로 다시 꿰맞춰 놓기 위해 가권들은 장독(杖毒) 푸는 데 효험이 좋다고 알려진 온갖 약재를 연락부절로 대령하는 공사에 저마다 팔소매 걷어붙이고 나서지 않으면 안 되었다. 닷새 동안에 걸쳐 그토록이나 갖은 정성 다 기울여 병구완에 매달렸으니 이제 엿새째 되는 날에는 웬만큼 차도를 보일 법도 하건만, 한번 늙은 몸뚱이 내부에 터전을 잡아 버린 골병은 하루가 다르게 점점 더 고황에 드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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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138회 |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2012-04-02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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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부르지 못하게끔 일제가 오래전부터 강제해 온, 유명한 금지곡 찬송가들 가운데 한 곡이었다. 순금은 잠시 어리둥절한 눈초리로 본정신이 아닌 듯한 사모의 이상한 행동을 바라보았다. 그러다 퍼뜩 정신을 차려 성가대석 근처에 놓인 풍금한테 달려갔다. 비어 있는 반주자 자리를 꿰차고 앉자마자 그니는 평안과 희락이 있던 시절 예배 때마다 익숙하게 다뤄 나온 솜씨로 발판을 힘차게 구르면서 풍금을 다그치기 시작했다. 그니는 뱃구레가 터질 지경으로 풍금한테 자귀 나도록 바람을 그뜩 먹인 다음 금지곡 찬송가 곡조에 맞추어 건반을 눌러대기 시작했다. 그러자 기나긴 휴업 끝에 오랜만에 기력을 되찾은 풍금이 반주자의 뜻을 받들어 힘찬 화음들을 예배당 바닥에 좍좍 끼얹기 시작했다.

 

  땅들이 변하고 물결이 일어나

  산위에 넘치되 두렵잖네

 

  이방이 떠들고

  나라들 모여서 진동하나

  우리 주 목소리 한번 발하시면

  천하에 모든 것 망하겠네…….

 

  아버지의 금족령에 발이 묶인 채 집안에만 갇혀 지내느라 교회를 향해 길을 나설 엄두조차 못 내던 처지였다. 예배에 참예할 기회를 일절 빼앗긴 지 몇 달, 그러니까 실로 오래간만에 마음껏 발휘해 보는 반주 솜씨였다. 건반을 누르는 손끝을 출발한 기쁨의 잔잔한 파도가 어느새 격랑으로 변해 방조제를 유린하면서 뭍을 휩쓸듯 몸통을 거쳐 가슴에 닿기 무섭게 감격의 거센 해일로 바뀌었다. 그렇듯 충만한 기쁨이 반주자의 팔로 하여금 파들파들 경기마저 일으키게 만들었다. 순금은 풍금 반주에 곁들여 사모와 함께 목청껏 금지곡 찬송가를 부르는 동안 그칠 겨를 없이 비어져 나오는 눈물을 도무지 주체할 수 없었다.

 

  만유주 여호와

  우리를 도우니 피난처요…….

 

  예배당 내부에서 터뜨리는 두 가닥 목청 말고도 창문 밖에서 여러 가닥 다른 목청들이 한꺼번에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모르게 예배당 밖의 남녀 성도들도 찬송 대열에 가세하고 있었다. 감사나운 호통으로 해산을 명령하는 헌병들하고 숨바꼭질 장난이라도 벌이듯 성도들은 총검의 제지를 요리조리 잘도 피해 다니며 예배당 둘레를 빙빙 도는 틈틈이 몇 사람씩 창문마다 달라붙어 내부의 지휘 동작을 따르며 금지곡 찬송가 부르기에 잔뜩 고부라지고 있었다. 예배당 건물 안과 밖이 합력해서 급조한 대규모 성가대가 지휘봉도 없이 맨손을 휘저어대는 사모의 지휘 동작에 충실히 복종하고 있었다. 목청껏 불러 젖히는 성도들 제창이 이제 밤을 맞아 그만 잠자리에 들려는 참이던 산서의 산야를 자꾸만 흔들어 깨우고 옆구리 꾹꾹 찔러가며 연방 성가시게 굴고 있었다.

 

  세상에 난리를 그치게 하시니

  세상에 창검이 쓸데없네…….

 

  순금은 수십 명 남녀 성도들이 보내오는 뜨거운 호응 덕분에 반주하는 일에 더욱더 신명을 낼 수 있었다. 그니는 다리 가랑이에서 더운 바람이 폴싹폴싹 일어나리만큼 온 힘과 온 정성 죄 기울여 미친 듯이 발판을 굴러대는 행짜를 저지름으로써 사람으로 치면 거지반 환갑 나이에 다다른 구닥다리 풍금으로 하여금 도무지 견딜 재간 없도록 마구 닦달질하고 있었다.

 

  높으신 여호와

  우리를 구하니 할렐루야

  괴롬이 심하고 환난이 극하나

  피난처 있으니 여호와요…….

 

  못질하는 소리가 예배당 건물 전체를 텅텅 울리기 시작했다. 정면 출입문이었다. 헌병들이 출입문에다 두꺼운 널판때기 두 개를 가위표 모양으로 어긋매끼게 지르고 대못을 쾅쾅 박아 출입 금지 또는 사용 금지를 뜻하는 살치기 작업을 단행하는 중이었다. 못질이 계속됨에 따라 창문 밖의 찬송 소리는 어느새 울음을 동반한 통성 기도로 바뀌어 있었다. 곧이어 종루 쪽에서 놋종이 연방 덜그렁거리며 내뱉는 볼멘소리가 잇달아 들려오기 시작했다. 헌병대가 병력을 두 패로 나누어 한 패는 출입문에 살치는 일을 맡고 다른 한 패는 허공중에 매달린 놋종을 땅으로 끌어내리는 모양이었다. 통성으로 부르짖는 기도 소리가 더욱 기승스러워졌다. 순금은 반주자석에서 몸을 발딱 일으켜 세우면서 당장 밖으로 달려 나갈 태세를 취했다. 그러자 사모가 유령의 성가대를 지휘하던 팔을 아래로 내려뜨리면서 밑바닥을 꾹꾹 다지는 손동작으로 순금에게 마음의 음조(音調)를 한 옥타브 낮출 것을 지시했다.

 

  최 선생, 우리 주님 머리 되시는 교회를 훤화하는 저 소음 따위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가 없어요. 우리가 마음속 귓문을 꽉 닫고 있으면 그만이지요.”

  그래도 사모님…….”

  저들이 무슨 행패를 부리든지 간에 우리 목사님은 승리하신 게 분명하지요. 결국 우리 하나님께서 거두신 승리지요.”

 

  순금은 반주자석에 도로 엉덩이를 부리고 말았다. 지휘자석의 사모가 몸을 낮추어 반주자석으로 조용히 다가왔다.

 

  최 선생한테 드릴 선물이 있네요.”

 

  사모는 소맷부리 안에서 뭔가를 부스럭부스럭 꺼내 순금의 면전에 슬며시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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