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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한 장, 인생 그림 | 리뷰 2023-03-27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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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루 한 장, 인생 그림

이소영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나의 세계를 넓히는 그림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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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참 매력적이면서도 어려운 분야다. 미술을 즐기는 것에 대한 열망이 있어도 생각보다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것을 전시회를 갈 때마다 느끼곤 한다. 만족스러운 전시를 만나는 날도 있지만 무엇이 예술인가에 대한 생각이 들게 만드는 순간도 있기에 미술을 온전히 즐기는 건 어떤 걸까 하는 궁금증이 항상 머릿속에 떠도는 기분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에 비하면 나는 미술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극복한 것 같다. 조금이나마 미술에 더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무엇이었냐 하고 묻는다면, 나는 곧바로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다. 다른 그 어떤 것보다도 아트메신저 이소영의 책을 읽었던 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쓴 책도 정말 많지만, 그 중에서도 작년에 이소영의 <처음 만나는 아트 컬렉팅>을 읽고난 후에 보다 적극적으로 미술을 알아가야겠다는 열의가 생겼다. 그래서 그 책을 읽은 다음, 당장에 열리는 아트 페어는 없었기 때문에 갤러리들을 방문해보기 시작했다. 갤러리에서 제공하는 작가에 대한 배경정보 외에는 작품 하나하나에 대한 코멘트 또는 정보 없이 작품들을 봐야 했기 때문에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렇게 혼자 오롯이 작품을 마주하는 시간을 통해 스스로 이것저것 생각해보는 연습을 해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생각하는 그 과정을 통한 리프레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효과적이었다.

 

비록 연말부터 회사 일이 바빠지면서 더 이상 갤러리 투어를 마음껏 다니지는 못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트메신저 이소영이 나에게 미친 영향은 정말 지대하다. 그래서 이번에 이소영의 <출근길 명화 한 점>, <명화보기 좋은 날> 그리고 <나를 행복하게 하는 그림>이 복간되어 RHK에서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으로 나온 것을 눈여겨보게 되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마음껏 방문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나에게, 600페이지가 넘도록 아름다운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는 책은 또 하나의 아름다운 예술적인 경험이 되어줄 것이 자명했기 때문이다.

 



< 책 소개 >

"예술은 사람의 마음에 쌓인 일상생활의 먼지를 털어준다"는 화가 피카소의 말처럼 그림은 지치고 힘든 일상에 평안함과 행복감을 주는 하나의 요소다. 바쁜 우리에게 하루도 빠짐없이 한두 점 미술 작품을 소개해온 아트메신저 이소영 작가가 이번에는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으로 자신의 하루를 완성하는 '인생 그림'과 '인생 화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인생 그림'은 화가의 명성보다 하나의 장면이 영감을 주는 작품을 말한다. 바라볼 때마다 시선이 오래 머무는 작품을 그렸고, 시간이 흘러도 꾸준히 인정하게 되는 화가, 살아가면서 더 이해하고 싶고 궁금한 화가가 있다면 그가 바로 '인생 화가'다. 저자는 말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본인만의 '인생 화가'와 '인생 그림'을 찾기를 바란다고.



 


도서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을 받아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단어는 아무래도 '벽돌'이었다. 책이 6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라는 건 알고 있었기 때문에 부피감이 꽤 되리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책의 가로 길이도 길어서 보통의 책보다 훨씬 사이즈가 크고 부피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한 손으로 책을 드는 것보다는 두 손으로 안정감 있게 책을 드는 것이 손목 건강과 책의 안녕을 위해서도 맞겠다 싶을 정도로 책이 굉장히 컸다. 이렇게 큰 책이어서 양장본으로 깔끔하게 표지가 힘 있게 잡혀있는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연이어서 들었던 생각은, 수록된 작품들을 크게 볼 수 있겠구나 하는 점이었다. 아무래도 일반적인 책의 크기는 이보다 훨씬 작기 때문에 그림을 인쇄한다 하더라도 당연히 작게 될 수밖에 없다. 크게 인쇄하려면 두 페이지를 모두 작품으로 담아내는 수밖에 없는데, 이조차 사실은 여전히 충분히 그림을 담아내는 크기는 아니다. 그런데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은 가로만 해도 17.2cm, 세로는 23.2cm여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책보다 지면이 크고 넓다. 한 페이지에 한 작품을 수록하든, 두 페이지에 그림 하나를 담아내든 부족함이 없을 정도의 크기인 것이다. 아마 아트메신저 이소영이 복간을 결심하면서 책 크기를 키우고 작품도 더 크게 담아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러고 나니, 책을 펴기 전부터 이 책이 마음에 드는 기분이었다.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에 수록된 각 작품들을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소장 중인 미술관들을 하나하나 찾아가기에는 무리가 있으니, 이렇게 작품들을 크고 깨끗하게 보면 조금이나마 현장에서 작품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자고로 좋은 것은 크게 봐야 하는 법 아닌가.


*


저자 이소영은 '하루 한 장, 인생 그림'을 크게 두 파트로 나누었다. 먼저 첫 번째 파트는 인생 그림 MORNING으로, 총 서른 두 명의 화가들이 소개되고 있다. 두 번째 파트는 인생 그림 SUNSET이며, 여기서는 스물 일곱 명의 화가들이 소개되고 있다. 총 59명의 화가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들이 소개되고 있는 것이다. 쉰 아홉 명의 화가들이 그린 삶의 다양한 모습들을, 그들의 삶과 시대적 배경 그리고 저자 이소영의 경험과 시각에 따라 하나하나 살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었다. 하루 한 장이라는 제목으로 365일 기준으로 내용이 구성되어 있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 구성은 이와 같았다.

 

책을 읽으면 항상 서문을 유심히 보게 된다. 그 책을 펴기에 앞서 저자와 이 저작물의 의도를 가장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아트메신저 이소영은 현대 철학자 보리스 그로이스의 표현을 인용하며, 자신이 이 책에 소개되는 작품들에 대하여 '문자로 된 방호복을 입혀놓았다'고 말했다.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독자들에게 선보이기 위한 작품들에게 언어의 옷을 입혀 보호하고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게끔 하는 것은, 역으로 말하자면 그만큼 그 작품들에 대한 애정이 깊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한 명의 화가, 그리고 그의 여러 작품들을 매 꼭지마다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을지가 묻어나는 문장이었다.

 

그리고 그래서인지, 정말 어느 작품 하나 그냥 넘어갈 수가 없었다. 책이 워낙 두껍고 읽을 분량이 방대하다보니, 빠르게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폈는데 마치 미술관에 가서 전시실을 돌아보는 것처럼 작품 하나하나를 뜯어보고 저자 이소영이 곁들인 문장들을 함께 곱씹으면서 시간을 들이지 않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어떤 의미에선, 저자가 이만큼의 마음을 기울였는데 독자인 나도 그만큼의 정성을 들여 소화해야만 하는 게 마땅할 것이다.


*


그런 의미에서,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작품들을 네 개만 꼽아볼까 한다. 먼저 유독 내 기억 속에 남았던 작가는 바로 브리튼 리비에르였다. "개를 좋아하지 않는 한 절대 개를 그릴 수 없다"고 말했다는 그의 작품에 담긴 강아지들은 눈빛이 총명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작품 속 인물과의 유기적인 관계가 돋보인다. 그의 말대로, 강아지를 좋아하는 사람이 그 애정을 담아 작품을 그렸다는 것이 명백히 보인다. 그리고 이런 강아지를 보면서, 아트메신저 이소영이 강아지에 대한 자신의 추억을 함께 곁들인 것이 마음에 와닿았다.

 

지금은 더 이상 강아지를 키우지 않지만, 내 유년기 그리고 대학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있던 시기에도 부모님은 항상 강아지를 우리 가족으로 받아들이셨다. 그래서 어릴 적을 생각하면 늘 그 때 키우던 강아지들이 덩달아 떠오른다. 그 중에서도 나에게 오래도록 남았던 강아지는 내가 고등학생 때부터 우리 가족과 함께 했던 강아지, 꼬마다. 저자 이소영에게 깊게 남았던 강아지 꼬마와 이름이 같다. 우리 꼬마는 유기견이었는지 어느날 우리집 대문을 열고 들어와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름을 꼬마로 붙여주고 밥 먹이고 같이 동네를 돌면서 가족이 되었다. 실외배변을 항상 보이지 않게 알아서 잘 처리했던 우리 꼬마는, 세상을 떠날 때에도 자기 마지막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지 정원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고 조용히 마지막을 보냈다.

 

그래서 강아지와 관련된 작품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꼬마가 떠올랐다. 그런데 저자 이소영의 강아지도 꼬마였다는 게 너무 반가웠다. 꼬마 사진조차 제대로 남아있지 않은 지금, 내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는 하얗고 사랑스러웠던 꼬마가 문득 그리워졌다. 이소영을 통해 처음 알게 된 브리튼 리비에르의 작품 하나를 보는 순간에 이렇게 코끝이 찡해질 줄이야.


*


다음으로 마음에 자리잡은 화가는 바로 존 컨스터블이다. 존 컨스터블의 이름 자체를 처음 들었으니 그의 작품을 보는 것도 나에겐 당연히 처음이었다. 그런데 보자마자 정말 기가 막히다는 생각을 했다. 사진으로 봐도 구름 가득한 하늘의 모습은 아름답긴 하지만, 어떻게 그림으로 사진 이상의 느낌을 이렇게 낼 수 있을까? 평범하다면 평범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작품이겠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어릴 때 시골에서 살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었다. 유독 구름이 예쁘고 노을도 고운 날의 하늘을 바라볼 때, 어쩌면 절대자는 다른 무언가가 아니라 자연으로 가장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 화가가 아닐까 하고. 존 컨스터블의 작품을 보니 그 때의 기억이 다시금 머릿속에 떠올랐다. 실제로 화가의 손끝에서는 이렇게 아름다운 하늘이 그려지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서울은 도심의 야경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높은 건물들 때문에 하늘의 아름다움을 온전히 만끽하기는 좀 어려운 곳이다. 앞으로 미세먼지 낀 하늘이 아니라 정말 내 마음을 움직이는 하늘을 보고 싶을 때, 존 컨스터블의 작품들을 찾아보게 되리라는 예감이 들었다.


*


카미유 피사로는 나에게 이름만 익숙하고 작품은 기억에 없는 화가였다. 그의 작품을 본 기억은 있지만 오래도록 기억하는 작품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인상주의 화가라는 점만이 그의 이름과 함께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저자 이소영이 풀어서 설명해주는 카미유 피사로의 인생을 따라 읽어가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는 인상주의 화가 중에서도 가장 나이가 많았고, 성품이 좋아 사람들과 두루 잘 교제했으며 주변 화가들을 잘 독려하는 인물이었지만 다른 인상주의 화가들보다는 늦게 인정받았다고 한다. 심지어 인상주의가 성공할 시기가 임박하여 그는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인상주의의 시작과 함께 했으나 인상주의가 가장 빛을 발하는 순간을 목도만 하고 세상을 떠나야 했던 그의 삶이 어찌나 가슴 아프게 와닿았던지.

 

그런데 그런 그가 생의 모든 여정에서 묵묵히 작품활동을 했다는 것이 더욱 마음을 파고들었다. 미세한 붓터치 하나하나로 사람들을 그려내고 들판을 그려냈던 그의 작품들을, 시가 아닌 에세이에 비유한 저자 이소영의 표현이 정말 절묘하게 느껴졌다. 담담히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나갔을 피사로의 모습이 내 머릿속에서 같이 그려지는 느낌이었으니까 말이다.

 

'하루 한 점, 인생 그림'에 수록된 카미유 피사로의 작품 중에서도 유독 <양배추를 든 정원사>가 내 마음에 와닿았던 것은, 수없이 쌓인 양배추를 뒤에 두고 자신이 안은 양배추를 소중하게 안고 있는 모습이 성실한 카미유 피사로의 자화상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양배추를 소중하게 들고 있는 이 정원사처럼, 피사로도 자신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귀하게 여기며 나아갔을 것이다. 그렇게 희망과 성공에 대한 확신으로 성실하게 삶을 헤쳐나갔던 피사로의 삶을, 이제는 절대 잊을 수 없게 되었다.


*


책의 말미에 이르러 내 마음을 사로잡은 화가가 있었다. 바로 제임스 애벗 맥닐 휘슬러다. 나는 그의 이름을 처음 들었고, 그의 작품도 이번에 처음 접했다. 그런데 보는 순간 우선 멈출 수밖에 없었다. 우선 작품 이름이 검정색과 금색의 야상곡이었다. 야상곡, 즉 녹턴이 가진 차분하면서도 화려한 그 찰나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음악에 빗대어 그린 작품들을 여럿 보았지만 이렇게까지 적확하다는 느낌을 받은 작품은 처음이라 놀랐다.

 

쇼팽이 휘슬러에게 영감을 주었는데, 그 휘슬러를 보고 드뷔시가 다시금 영감을 받아 자신의 녹턴을 작곡했다는 것도 재미있는 비화였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주면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가는데, 모방하지 않으면서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갖춰나가는 게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 새삼 실감하게 됐다. 이 시점에서, 휘슬러의 작품을 보고 나서 듣는 쇼팽의 녹턴과 드뷔시의 녹턴은 또 어떻게 나에게 와닿을까.


* * *


놀라운 화가들 그리고 아름다운 작품들이 정말 많이 수록되어 있는 책이었다. '하루 한 점, 인생 그림'을 통해 처음 접하는 화가들 그리고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에 새롭게 알아가는 것들이 많은 것도 너무나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아트메신저 이소영이 서문에서부터 밝힌 것처럼 나의 인생 그림을 찾았다는 점이었다. 심미적인 아름다움으로 인한 인생 그림이 아니라 나에게 생각과 감정을 불러 일으키면서 오래 들여다보고 싶게 만드는 작품을 만나고, 더 알고 싶은 화가를 발견한 것은 그야말로 천재일우였다.

 

앞서 언급한 네 명의 화가뿐만이 아니라, 모든 화가의 작품들 하나하나를 들여다 볼 때마다 나의 세계가 넓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작품 속에 명백하게 드러나 있는 아름다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 화가의 삶과 작품에 얽힌 배경을 통해 느끼는 흥미 나아가 저자 이소영이 함께 풀어준 시각을 통해 깊어지는 감상으로 인해 '하루 한 점, 인생 그림'을 읽는 시간이 매순간 풍성했다.

 

미술 작품에 대한 열의가 있어 다양한 화가와 작품들을 알고 싶다면 '하루 한 점, 인생 그림'을 꼭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하더라도, 사는 게 뭘까 하는 생각이 들며 삶에 지친 사람도 '하루 한 점, 인생 그림'을 꼭 보면 좋겠다. 삶의 모습은 정말 다양하고, 때로는 정말 예기치 않은 방식을 통해 인생이 얼마나 찬란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천재일우로 '하루 한 점, 인생 그림'을 만나, 누군가의 사려 깊은 선별과 세심한 안내를 바탕으로 명화 속 여정을 떠나고 보면, 어느 순간 당신은 지친 일상을 회복하고 다시금 하루 하루를 지탱하며 당신의 세계를 넓혀갈 힘을 나눠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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