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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융 위기의 역사와 해법 | 경제 2023-05-15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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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불황의 역사

토머스 바타니안 저/이은주 역
센시오 | 202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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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만 보고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불황이 시작된 처음부터 지금까지 불황이 발생한 원인과 이를 해결한 방안은 다루는 일종의 경제사일 거라고 추측했었다. 그 불황은 심각한 경기 침체와 대량 해고, 시장의 붕괴를 포함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하지만 그런 추측과 예상은 책의 실제 내용과는 어느 정도 거리가 있었다. 원래 제목인 200 Years of American financial panics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책은 미국이 걸어온 길 중에서 발생했던 심각한 금융 위기를 다루고 있다. 그런 금융 위기가 불황이 아니라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 간의 오해의 소지는 있어 보인다.

 책의 내용은 쉽지 않다. 금융에 대한 지식이 얼마만큼은 있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상당하다. 물론 금융 지식이 전혀 없어도 읽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읽는 게 큰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업 재무를 어느 정도 알고 금융도 조금은 이해한다고 여겼던 나는 무척 힘들게 읽었다.

 정말 간략히 책의 내용을 말하자면 미국이 겪었던 심각한 금융 위기의 이면에는 미국 정부의 잘못된 대처가 있었으므로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를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방법은 디지털화된 금융의 복잡성을 디지털을 활용하여 제어하고 감시하자이다. 마이크로하게 보면 이런 접근도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겠다고 이해가 된다. 하지만 그런 위기를 발생시키는 메커니즘의 구조적 해결 없이는 금융 위기를 본질적으로 회피할 수는 없다고 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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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음악 혁명』 | 모집 2023-04-24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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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혁명

스튜어트 아이자코프 저
영진닷컴 | 2023년 04월

 

모집인원 : 10명
신청기간 : 4월 28일 (금) 까지
발표일자 : 5월 4일 (목)
리뷰작성기한 : 도서를 배송 받고 2주 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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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스의 생각을 알고 싶은 당신에게 권합니다 | 경제 2023-04-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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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맑스주의 이해하기

리처드 울프 저/손호종 역
이학사 | 2023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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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민주주의의 시대를 살고 있다. 거의 모든 국가가 국가 명을 통해서든 그들의 헌법에 명기해서든 자신들의 정체성이 민주주의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표방한다. 독재국가인 북한조차도. 그러니 민주주의를 한다고 떠든다고 해서 다 민주주의를 하는 것은 아니다.

민주주의의 특징 중 하나는 권력의 분산일 게다. 삼권분립 같은 개념도 이에 속하지만 나는 권력 분산의 가장 큰 핵심이 1인 1표의 투표권에 있다고 본다. 누군가의 사회적 위치나 경제력 수준 또는 배움의 정도에 따라 차별되지 않고 그저 일정 연령대에 이른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지는 권리니 1/n으로 나뉘어진 뚜렷한 권력 분산의 모습 그대로다. 이런 권리가 보잘것없어 보일지 몰라도 국가원수라도 민주주의의 원칙에 반할 때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민주주의는 오랜 계급투쟁을 통해 확립되었다. 이런 민주주의는 정치 체제이며 또 사회운영 체제로서 여러 형태의 경제 체제를 선택하여 운용할 수 있다.

자본주의는 경제 체제 중 하나다. 많은 국가에서 채택하고 있고 사회주의 등의 다른 경제 체제를 표방하는 국가들에서도 실상은 자본주의의 경제 작동 방식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본주의는 세상의 주류인 경제 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구조는 민주주의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이 체제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에게 동등하게 권력이 분산되지 않고 더 많은 부를 가진 자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이 존재한다. 주식회사에서 가장 힘이 센 사람이 누구던가? 그 회사의 주식을 제일 많이 가진 사람이다. 이런 권력의 집중은 이전의 노예 경제 시스템이나 봉건 경제 시스템에서 보던 행태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기묘하게 동거하는 중이다.

 

 

이 책은 맑스주의와 그것이 시사하는 사회 변화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해주는 입문서(P.11)로서 맑스주의를 이해하기 쉽게 소개하는 것을 목적으로 쓴 에세이 형식의 글(P.101)을 담고 있다. 이처럼 책은 맑스주의가 무엇인지 알려주는 작은 책이다. 글의 양도 많지 않고 내용도 복잡하지 않다. 책을 쓴 이유는 많은 결함을 지닌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에 대한 맑스의 비판이 오늘날에도 그 힘과 유용성을 갖고 있기 때문(P.15)이라고 한다. 맑스가 어떤 생각을 펼쳤는지 궁금한 이들에게 그 정수를 잘 알려주는 의미 있는 책이 시작된다.

본문의 7개 장에는 별도의 제목들이 붙어있지 않다. 각 장의 길이가 매우 짧기 때문에 바로 본문을 대해도 불편하지는 않지만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 내 나름대로 각 장의 제목을 정해봤다.

1장은 이 에세이를 내놓는 이유

2장은 민주주의의 반대, 자본주의

3장은 잉여와 착취

4장은 빈곤의 원인

5장은 잉여의 분배

6장은 모순: 자본주의의 근원적 문제

7장은 자본주의가 가진 문제의 해결책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이 책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맑스 이론의 중심인 잉여와 착취를 설명하는데 무게를 두고 있음이 보인다. 잉여가 무엇인지, 그 원천은 무엇인지 이해하면 착취에 대한 이해가 자연스럽게 뒤따른다. 물론 이런 설명의 본래는 맑스에게서 나온 것이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사람들은 맑스라는 이름을 들으면 바로 공산주의를 떠올렸다. 세상은 실제로는 맑스의 저작물을 읽어보지도 않고 그와 그의 생각을 상종할 수 없는 것으로 매도하고 땅 속 깊이 묻으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글쓴이는 맑스의 사상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설명하며 책을 시작한다. 원래 맑스는 프랑스 혁명과 미국 혁명의 핵심적 요구, 즉 프랑스에서의 자유/평등/박애 그리고 미국에서의 민주주의를 받아들였다(P.23)고 한다. 맑스의 사고의 기반이 민주주의에 있음을 알리는 것이다. 맑스는 바람직한 정치 체제가 경제 체제에도 구현되기를 바랬다. 하지만 그가 보고 살던 자본주의는 이런 핵심 요구를 확립하지 못했고 맑스는 무엇이 원인인지 파헤치기 시작했다.

결국 맑스는 자본주의의 구조가 이전의 노예 경제 시스템과 봉건 경제 시스템의 그것과 궤를 같이 함을 발견한다. 소수가 다수의 생산물을 빼앗아 가는 형태. 자본주의는 중심적이고 결정적인 차원에서 노예제 및 봉건제와 유사했다(P.29).

이와 같은 인식을 바탕으로 장이 거듭될수록 논의가 확장된다. 우선 잉여가 무엇인지 밝힌다. 그리고는 잉여의 발생 원천과 착취 현상을 설명한 뒤 착취가 빈곤을 구축하는 원인이 되는 상황으로 설명이 확대된다. 책은 이런 개념의 설명과 더불어 경제 발전의 원동력인 잉여를 창출하는 주체가 노동자 자신임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창출된 잉여가 노동자에게 분배되지 않고 자본가에게 전유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를 드러낸다. 즉 자본가들이 전유한 잉여를 사용하는 방식과 그런 잉여를 늘리기 위해 택하는 방식이 초래하는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짚으며 자본주의가 어떻게 규모를 키워나가는지 사고를 전개한다.

글쓴이는 강조한다. 맑스의 기본적인 주장은 자본주의가 불평등과 불안정을 생산하고 재생산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을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에게 도전해야 한다. (P.74)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궁극의 대책으로 글쓴이가 주장하는 바는 원론적이다. 잉여의 생산자가 그 잉여의 전유자와 분배자가 되는 것이다(P.81). 이 정도 분량의 책에서 구체적인 대책을 다루기는 어려운 탓에 제시한 방안이라고 받아들인다. 사실 맑스는 자본주의 이후의 미래에 대해 거의 말하지도 쓰지도 않았다(P.79). 그렇다고 맑스가 이런 생각을 반대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저 아무 얘기도 안 했을 뿐이다. 아울러 글쓴이는 미시론적으로 일터의 민주화를 주창한다.  

 

자본주의의 힘은 세다. 솔직히 자본주의를 물리칠 새로운 경제 체제가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그 구조가 오랜 시간 동안 인류 사회를 지배했던 권력 구조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생각도 든다. 공산주의는 실패했는가? 나는 경제 체제로서의 공산주의가 실패한 게 아니라 이 체제를 운영했던 국가 대부분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독재주의 국가였고 독재주의가 실패한 것이라는 견해를 갖고 있다. 공산주의가 되었건 다른 어떤 체제가 되었건 자본주의를 대체하여 인간 전체에게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경제 체제가 나와서 민주주의의 정신이 극대화되는 때가 오기를 기다린다. 자본주의는 방치하면 천민자본주의화한다.

과연 될 수 있을까 라고 자꾸 돌아보는 나를 보면서 이런 인식의 벽이 자본주의를 무너트리지 못하는 장애물이 된다고 여겨졌다. 인류의 긴 역사는 지배자와 피지배자,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당연히 구분되는 세상을 보여줬고 그런 세상을 전복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을 강요해왔다. 그러나 이제는 완전히 새로운 사상으로 이런 생각을 뒤집을 때가 되지는 않았을까?

이렇게 물어보자.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잡아먹는 일이 생긴다면 어떤 상황이 도래할까? 당신은 그런 세상을 흔쾌히 받아들일 것인가? 맑스는, 또 글쓴이는 그런 세상을 부정한다.

 

책의 판형도 작고 쪽수도 많지 않아 짧은 글로 맑스와 맑스주의의 요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를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행히 맑스가 미리 알아차렸던 자본주의의 문제점과 그 문제들이 일반 인민들에게 미치는 폐해를 잘 정리해서 소개함으로써 맑스 입문서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겠다고 여겨진다. 왜 여전히 맑스를 돌아봐야 하는지, 맑스의 유용성에 대해 인지할 수 있는 토대를 놓아주는 매우 괜찮은 책이다.

 

P.S.1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아니지만 “맑스는 맑스주의자였을까?”라는 의문이 떠올랐다. 글쓴이는 맑스와 맑스주의자를 거의 동일시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맑스주의를 맑스가 말한 그대로라고 하기는 어려운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P.S.2

번역은 다소 거칠다. 예를 들어 전유 같은 용어는 일상에서 사용하는 용어가 아니라서 그 개념이 어느 정도 들어와있는 이가 아니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 게다가 원문이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번역 문장은 종종 껄끄럽다. 옮긴이의 주석이 아예 없어서 “이제 이 책을 통해 맑스를 이해하고 그가 보여준 세상에 발을 들여놓을 거야.”라는 의도로 이 책을 고른 독자에게는 일종의 벽 같은 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들었다. 입말 투의 좀더 쉬운 표현을 사용했다면 글쓴이의 의도가 더 잘 전달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살짝 남는다. 좋은 책이라서 그렇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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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를 좋아하는 당신을 위한 책 | 예술 2023-04-2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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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피아노의 시간

수전 톰스 저/장혜인 역
더퀘스트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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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괄

 

이 책 물건이다. 피아노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척 흥미롭게 읽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문가들-피아노 연주자를 비롯한 전공자 등-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비전문가로서 피아노 음악에 관심이 높은 이에게는 재미도 있고 얻어갈 것도 많을 책으로 여겨진다.

책은 바흐로부터 시작해서 아직 활동 중인 토마스 아데에 이르기까지 주로 클래식 작곡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기본 소재로 하여 피아노 음악의 변화 과정을 다룬다. 이를 통해 피아노의 탄생에서부터 현재까지의 역사-외형 변화의 역사도 있고 외형 변화에 수반된 표현 영역의 확대를 통한 피아노 음악의 변천사도 있다-를 볼 수도 있고 피아노 음악 발전에 기여한 여러 작곡가들의 삶의 모습을 볼 수도 있으며 글쓴이가 개별 곡들을 기술적, 감성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한 내용을 볼 수도 있다. 이것들 말고도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포함되어있지만 이 세 부분이 책을 끌고 나가는 주요 사항들이다. 다만 책이 진행될수록 피아노의 역사 영역은 줄어들고 곡에 대한 분석과 이해 영역이 늘어난다. 일정 시점 이후 피아노의 형상은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 되었으니까 불가피한 내용 전개라고 보인다. 작곡가들에 대한 이야기는 일정하게 나오고.

이런 소재들을 잘 엮어서 책은 재미있게 읽힌다. 한 편의 글 안에서도 여러 이야기가 자신의 위치를 잃지 않으면서 서로 잘 스며들어 전체 이야기를 풍부하게 하는 장점이 돋보인다. 이어지는 100편의 글에서도 이야기는 흐트러지지 않고 단단한 흐름을 유지한다. 게다가 번역도, 전문 영역의 설명까지 충실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서 읽기 편안하다.

 

 

책의 흐름

                       

책은 기본적으로 시간의 오름차순을 따른다.

바흐에서 아데까지 대부분 작곡가들이 태어난 해가 빠른 순으로 등장한다. 대부분이라고 함은 그 흐름이 두 번 살짝 역행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은 피아노가 발명된 후 그 하드웨어의 발전 과정을 뚜렷이 보여주기 위함임과 동시에 그런 발전이 작곡 작업에 반영되어 음악의 변화를 이끄는 모습을 가시적으로 드러내는 장치라고 이해된다. 실제로 책에는 음악언어의 변화가 잘 설명되어 나타난다.

  여러 곡이 다뤄지는 작곡가의 작품도 대체로 먼저 작곡된 작품부터 나온다. 이는 해당 작곡가가 피아노를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 활용법이 어떻게 변화하거나 확장되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방식이 된다. 이와 함께 작곡가의 면모를 보여주는 데에도 시간의 흐름을 따르는 게 편안한 측면이 있다.

  모두 7부로 구분된 각 부의 처음에는 해당 부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바가 나온다. 큰 흐름부터 알아보고 싶다고 하면 이 부분들만 연결해서 읽어도 감을 잡을 수 있으니 활용해도 좋겠다.   

 

 

어떤 곡이 나오는가?

 

책의 뒷부분에 가면 재즈가 상당량 나오지만 그래도 내용의 주류는 클래식이다.

클래식에서는 피아노 독주곡도 나오고 다른 악기와 협연하는 실내악도 나오며 오케스트라와의 협주곡도 나온다. 피아노는 특성 상 혼자서도 화음을 넣어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독자성이 뛰어난 악기이지만 다른 악기와 협조하거나 대립하는 모습을 통해 다양한 색깔을 드러낼 수 있음까지 보여주는 글쓰기 방식이라 하겠다. 피아노 실내악 걸작들은 위대한 피아노 독주곡만큼 훌륭하다(P.10). 재즈 음악이 등장하기 전까지 나오는 곡들 중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곡은 거의 없었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많이 주워들었다 싶었다.

재즈 부문에서는 래그타임이 주를 차지한다. 그 등장 배경과 클래식 음악에 미친 영향까지 피아노의 영역에서 재즈가 어떤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현대의 시간대로 넘어오면 피아노에 대한 실험이 반영된 곡들이 등장한다. 현대 피아노 곡은 나도 많이 들어보지 않아 낯설지만 책에 실린 곡 중에서는 들어본 게 있었고 이를 다리 삼아 다른 수록곡들을 감상했다. 오늘날의 피아노 음악은 초기 작곡가들이 출발점으로 삼은 공통의 음악언어를 이용해 하나로 묶을 수 없다(P.496). ‘이게 뭐지?’하는 느낌이 드는 곡도 있지만 감상하는 음악의 범위를 현대 영역에서 조금 확대해볼까 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곡들이 있다.

 

 

나오는 작곡가는 누구?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작곡가들이 등장한다. 바흐,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쇼팽, 슈만, 브람스 등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작곡가들을 위시해 라흐마니노프, 쇼스타코비치 등 20세기 초/중반의 작곡가들과 제프스키, 패르트 같은 최근래의 작곡가들이 나온다. 피아노 곡 하나 작곡하지 않은 작곡가가 있을까 싶다.

그런데 몇 안 되는 낯선 이름들이 끼어있다. 여성 작곡가들. 파니 멘델스존, 클라라 슈만, 마리아 시마노프스카, 에이미 비치,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주디스 위어 등의 이름들. 나로서는 최근의 주디스 위어를 제외하고 <세이렌의 노래>라는 책을 통해 가까워진 이름이지만 보통은 거의 알지 못하는 이들이다. 많이 가려졌지만 결코 지워지지 않은 이름들을 글쓴이는 기억하려고 한다. 꽤 의미 있는 부분이라고 평가한다.

스콧 조플린이나 빌 에번스 등의 재즈 작곡가들도 반갑다.

클래식 음악을 즐겨 듣지 않는다면 지금의 시간과 가까운 시기로 넘어올수록 잘 모르는 작곡가가 많을 것 같다. 잘 모르는 바를 깨우치고 인식을 넓히는 과정은 새로운 즐거움이니 문제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과거의 사람들이 그러했듯이 지금의 음악을 듣고 즐기는 일은 지금을 사는 우리의 권리임과 동시에 의무라고 판단한다.

 

 

그래서 내게 혹은 당신에게 이 책은

 

피아노의 역사나 작곡가 이야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이미 알고 있던 바라도 다시 되새기며 즐길 수 있고 아직 모르던 바라면 앎의 축적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술술 풀어가는 이야기라 재미도 있다.

그런데 곡 설명 영역으로 들어가면 꽉 막힌 벽을 만난 듯한 느낌을 가질지도 모르겠다. 음악 용어나 악보 읽기 등에 서툰 이라면 그런 느낌은 더 강할 것이다. 이런 것들을 잘 안다면 글쓴이가 안내하는 세부적인 곡 해설을 더 만끽하며 즐거울 수 있을 텐데 100% 그럴 수 없음은 상당히 아쉬웠다. 책이 아니라 나 자신에게 아쉬워지는 것이다.

그래도 어려우니 그냥 넘어가자고 하게 되지는 않는다. 책에는 설명하는 곡의 연주가 QR코드로 연결되어있다. 이를 들으며 곡 해설을 읽으면-또는 그 반대로- 일부라도 해설이 주는 의미를 더 이해하게 되고 이를 통해 음악에 대한 사랑이 커짐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같은 곡이라도 이전에는 그저 BGM 정도로 듣고 세부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부분들이 세세하게 들리고 작곡가가 만들어둔 음악 장치의 의미와 기능을 이해하면서 감동이 커진다. 아는 만큼 사랑한다고 하지 않던가? 시간이 걸리는 방법이지만 길게 이 책을 읽겠다고 마음 먹고 이렇게 읽어보기를 권하고 싶다.

 

 

나머지 잡설

 

QR코드는 아마 한국의 출판사에서 덧붙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원서에 원래부터 링크가 붙어있었다면 그중 일부는 바꾼 것으로 보인다. 원서가 2020년에 출간된 것으로 표기되어있는데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3번의 링크가 2022년에 임윤찬이 반클라이번 콩쿠르에서 연주한 음원인 것 등 2020년을 지난 시점에 올라온 것들이 여럿 있어서 든 생각이다. 이게 한국 출판사 자체의 기획에 의해 추가된 것이라면 이 출판사는 칭찬을 들어 마땅하다. ‘이 연주 말고 더 좋은 연주가 있는데.’ 하는 연결도 더러 있지만.

번역은 다시 한번 칭찬하고 싶다. 이 번역자가 또 다른 음악 도서를 번역한다면 큰 망설임 없이 선택할 것 같다. 음악 세부에 대한 번역도 좋고 일반적인 내용에 대한 번역도 자연스럽게 읽힌다.

악기든 음악이든 피아노를 좋아하는 당신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책이다. 바로 집어들고 즐기시라. 나는 오래 곁에 두고 찿아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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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세월호 참사 9주기 | 오늘의 노래 2023-04-15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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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년의 시간이 지나갑니다.

저는 9년 동안 그랬듯이 올해 4월 16일에도 말러가 작곡한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 Kindertotenlieder'를 들을 겁니다. 올해 선택한 음원은 독일의 메조소프라노인 크리스타 루트비히가 카라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반주를 받아 노래하는 연주입니다. 오늘부터 들어 내일도 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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