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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고한 신념으로 무자비한 권력에 맞서는 사람들 | 장르물 2023-02-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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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호자들

존 그리샴 저/남명성 역
하빌리스 | 2023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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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그리샴의 소설들이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끈 적이 있었다. (그 후로 계속 그랬는지 어땠는지는 잘 모르겠다) 책도 많이 팔렸고 영화로 나와서도 관객을 꽤 모았던 것으로 안다. 그렇게 한참 그리샴을 읽고 보던 시점에서 오래 떠나 있었다. 다 봤다고 느꼈기 때문이었을까?

  그때의 그리샴은 법정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논쟁, 그런 논쟁의 뒤편에 있는 음모와 반전을 다루면서 독자들을 끌어들였다. 우리가 잘 모르는 세계의 생경함 위에 그런 세계를 능숙하게 재단하는 전문가의 솜씨를 부어 올려 색다른 세상을 긴장감 넘치게 펼쳐 보였다. 약하지만 착하게 사는 당신들이 결국 이길 거라는 기분 좋은 메시지와 함께.

 

제목의 ‘수호자들’은 좁은 뜻으로는 ‘수호자 재단’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넓은 뜻으로는 수호자 재단을 도와주거나 힘이 되어주는 이들을 포함한다. 수호자들은 이미 기결수로서 교도소에 갇혀 있는 이들 중 무죄로 추정되는 이들의 재심을 이끌어내는 일을 한다. 그렇게 재심에 다다르게 되면 그들-무죄로 추정되는 이들-의 변론을 맡아 그들의 석방에 이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수호자 재단은 상업적 이해 관계 집단이 아니다. 재단은 거의 공짜로 재능 기부를 한다고 봐야 할 재단 사람들의 헌신과 그들을 금전 등으로 지원하는 이들의 기부에 의해 운영된다. 소설 속 수호자 재단은 가상의 단체이지만 모델이 된 실제 단체가 있다고 한다. 세상의 어떤 영역은 이런 이들이 떠받치고 있다.

수호자 재단에 속한 변호사이자 성공회 신부인 컬런 포스트가 22년째 무고하게 복역 중인 퀸시 밀러를 석방시키고자 하는 과정이 작품의 중심축이다. 이 이야기를 가운데에 놓고 그가 변론을 맡고 있는 다른 복역수의 재심 추진 과정과 여타 사람들의 작은 인생사가 양념으로 곁들여진다. 그리고 소설은 밀러를 위시해서 포스트가 변론을 맡은 복역수들의 유무죄 여부를 밝히는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포스트는 재심을 통해 이미 8명의 무죄 판결을 이끌어낸 경력이 있는, 이 분야의 노련한 변호사이다. 무엇을 따라가야 하는지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런 그라도 22년이나 지난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 정황 증거가 아니라 실제 증거가 나와야 무고함을 입증할 수 있는데 사실 원심에서부터 증거 물품이 사라진 상태다. 그리샴은 재심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증거를 찾는 과정을 길고 자세하게, 그리고 흥미롭게 설명한다. 그렇다고 재심의 장면들을 허투루 꾸미지는 않는다. 재심을 청구하기 위해 결국 찾아낸 증거가 무죄를 확신하기에 충분할 만큼 분명하기 때문에 재심 자체의 과정에 이를 뒤집을 반전의 요소가 약해 보일 뿐이다. 아마도 작가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자신이 경험했던 재심들에서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만 하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는 사람들을 확실하게 석방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퀸시 밀러가 죄수가 되는 과정과 무죄 입증 노력을 무산시키려는 힘을 보고 있자면 부패한 권력의 무서움과 더러움을 느낄 수 있다. 증거와 증언은 조작되고 증인은 만들어졌다. 이런 문제의 시시비비를 가려야 할 법원조차 억지스러운 거짓과 편견에 휘둘려 진실을 보지 못했다. 게다가 무죄인 자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일이 이토록 어려울 수 있음에 섬뜩해진다.  

조작된 사건에서 가해자는 가진 자들이고 피해자는 가지지 못한 자들이다. 가해자만이 아니라 가해자 측에 선 증인들-광의의 가해자-까지 모두 자신의 이익을 위해 거짓을 말한다. 죄인이 아닌 이를 죄인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그 죄인 아닌 죄인이 겪어야 할 상황을 고려하는 증인은 없다. 어떤 증인은 피해자임과 동시에 가해자가 된다. 거기에 더해 가진 자들에 대한 감시 체계가 무너지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작가는 신랄하게 비판한다. 국가와 사회가 가지지 못한 자들에 대한 보호장치를 충분히 확보해야 할 이유를 보여주기도 하고.

  그리샴의 다른 작품에서 자주 그렇듯 여기에서도 통상 사람들이 선善이라고 부르는, 더 약하고 더 내몰린 이들이 부분적인 승리를 거둔다. 그리샴은 세상에 100%는 없다고 얘기한다. 이런 식의 전개는 그의 다른 작품들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방식인데 마음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현실을 분명히 인식하게 하는 도구가 된다. 작품을 통해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메시지를 읽을 수도 있겠고 약하고 내몰린 이들에게 보내는 응원을 읽을 수도 있겠다. 예전에 그리샴을 읽을 때에는 주축이 되는 이야기에 몰입했다면 이제는 그가 드러내 보이는 이 사회의 문제점과 정의롭지 못한 세상에 대한 분노에 더 눈길을 돌리게 된다.

플롯은 단순하지만 메시지는 명징하다. 무언가를 추적하면서 핵심에 다다갈 때 드는 지적 쾌감은 즐겁다. 진실의 승리를 좋아하는 법정 드라마 애호가라면 비켜가지 못할 작품이겠다.

 

P.S.

한국의 법과 법 세상에 대해서도 잘 모르지만 미국의 그것들에 대해서는 더 어둡다. 일종의 그런 무지가 작품의 내용을 신비롭게 보이게 하면서도 약간의 불편함을 자아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는 미국에서 보안관과 경찰은 어떻게 다른지 궁금해졌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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