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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파하는 청춘을 위한 에세이 『기록하는 태도』 | 멋진 글 모음 2023-08-23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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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작가

『기록하는 태도』는 2020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MZ세대를 대표하는 젊은 작가 반열에 오른 이수현 작가의 두 번째 책이다. 우리는 모두 잘 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인생은 비교와 경쟁으로 우리를 궁지로 몰아가곤 한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꽤 자주 '나는 과연 잘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수현 작가는 말한다. 기록을 통해 이 고민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순간순간의 아픔과 산산조각 날 뻔한 기억들을 이 책에 빼곡하게 담았다. 무엇보다 슬픔과 아픔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헤쳐 나가는 법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지금을 힘겹게 살고 있는 MZ세대에게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에 가득 담아 응원한다.



이수현 작가님의 간단한 자기소개와 이번 신간 『기록하는 태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낮에는 IT 회사의 서비스 기획자로 일하고, 퇴근 후 글을 쓰는 20대 작가 이수현입니다. 21년도 첫 소설 『유리 젠가』 발간 이후, 얼마 전 에세이 『기록하는 태도』라는 두 번째 작품을 출간했습니다. 『기록하는 태도』는 바쁘고 빠르게 번지는 세상 속 순간의 나를 모으는 기록의 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래된 일기장에서 시작된 변화가, 기록 지도, 공간, 추억, 가족에까지 확장되어 가지요. 이 작품은 지금 우리를 스쳐 지나가는 모든 일상을 기록하는 것의 중요성과 삶의 의미, 태도를 되새길 수 있게 하는 힐링 에세이입니다. 쓰는 일이 결국 세상에 흔적을 남기는 일임을, 자신을 돌보고 마음의 계절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일임을, 내내 가져가고 싶은 최소한의 성실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냈습니다. 시작한 일을 제대로 끝맺음하는 게 늘 쉽지 않았던 분, 일상의 소중한 순간을 나만의 방식으로 수집하고 싶은 분, 문장의 힘에 기대어 앞으로 나가고 싶은 분들이 읽어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첫 소설 『유리 젠가』 이후 2년 만의 에세이 출간 소감이 어떠신가요?

21년도에 출간한 『유리 젠가』는 청주문화재단 기록문화예술지원금을 받아 출간한 작품집입니다. 취업난, 로맨스 스캠, 젊은 연인 간의 사랑, 세대 갈등 등 요즘 20~30대의 녹록지 않은 현실을 담아낸 네 개의 단편이 수록된 작품이지요. 현실과 맞닿아 있어서 감사하게도 독자분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이후 새로운 작품을 구상할 때, 이번엔 제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어요. 주변에서 종종 제가 어떤 원동력으로 쓰는 사람이 될 수 있었는지를 궁금해하셨거든요.

제게 글은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어떠한 흥미, 적성과도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에 우리가 사는 세상을 담고 싶었고, 더 많은 이들에게 문장의 울림을 전하고 싶었어요. 기록은 많은 이들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인데, 이 부분에 대한 흔적을 저만의 방식으로 남겨보고 싶었습니다. 2023 세종문화재단 청년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두 번째 작품집이 나왔습니다. 출간 이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다양한 마음이 들었어요. 퇴근 후, 어두운 새벽녘까지 글을 쓰고 퇴고하던 날들이 생생히 기억났거든요. 문우들이 준비해준 소소한 우리만의 출간 파티, 첫 작품을 은사님께 보여드렸던 순간 등 들불처럼 번지는 행복한 순간이 많았습니다. 내내 작품을 기다려주셨던 독자분들께도 약속을 지킬 수 있어서 마음이 뻐근했습니다.

직장 생활하면서 꾸준하게 글을 쓰는 비법을 알려주세요.  

신간 『기록하는 태도』에도 나오는 구절이지만, 우리는 열정이 최선을 보장해 주지 않는, 한 가지의 성실보다 나를 많이 나누어 담아야 안전한 시대를 지나고 있어요. 대학 때 심리학을 공부하며 머리에 깊게 남은 내용이 있었어요. 우리의 자아 개념이 다양할수록 더욱 더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요. 직장인으로서의 나, 작가로서의 나, 누군가의 가족이나 친구로서의 나 등 다양한 자기 개념이 있을수록 하나의 자아에서 겪는 실패의 충격이 좀 덜해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제게 직장 생활은 글의 다양한 무늬가 되어줄뿐더러, 오래도록 글을 쓰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글을 쓰다 보면 실패와 거절에 익숙해져야 할 때도 많거든요. 바로 결과가 나오지 않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도망칠 구석이 있다는 건,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특히나 제가 있는 곳이 최신 트렌드를 가장 밀접하게 접할 수 있는 IT 회사다 보니 창작의 영감을 받을 때도 많습니다.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일 역시 재미있어요. 그런데도 저는 글이 가장 재미있고, 흥미로워요. 더욱이 모든 것이 불확실한 세계 속에서 글을 쓰는 일만은, 저 자신이 확실해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서요. 가능한 한 꾸준하고, 부지런한 소설가가 되고 싶다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기록하는 태도』 읽고 가볍게나마 SNS에 기록을 시작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하고 싶은 조언 좀 부탁드립니다.

제게 글은 습관이에요. 대학생 때부터 저의 활동을 기록하기 위해 시작했던 블로그가 어느덧 커져 많은 분과 소통할 수 있는 장이 되어주었거든요. 어느 순간 포기하지 않고, 진심을 담아 꾸준히 썼기에 채널이 커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SNS에 화려하고 대단한 순간을 올리기보다는 내가 오늘 느낀 것, 읽다가 멈춰선 구절, 하염없이 바라본 아름다운 풍경과 같은 것들을 올려보세요. 우리 일상을 스치는 소소한 순간 역시 글감이 될 수 있으니까요.

조회수, 좋아요 등의 수치에 연연하지 않고, 솔직하고 담백하게 나라는 사람을 보여주세요. 남의 시선을 의식하기보다는, 나의 속마음을 풀어내는 매개체로 SNS를 활용하시면 더욱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을 거예요. 저 역시 습관처럼 매일의 일상을 풀어내다 보니, 어느 순간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글은 제가 건강하고 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튼실한 습관과도 같아요. 요즘은 누구나 SNS를 통해 나를 켜켜이 쌓아나가실 수 있으니 이 부분을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어요.

필사책 한 권만 추천 부탁드립니다.

『기록하는 태도』에는 필사를 하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나오는데요. 저는 언어의 온도가 비슷한, 혹은 닮고 싶은 작가님의 책을 자주 필사하며 글에 대한 힘을 키워나갔어요. 노은희 작가님의 『트로피헌터』를 특히 추천하고 싶습니다. 글에도 생명력이 있다면 바로 이런 작품이 아닐까 생각하곤 했어요.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 소재일뿐더러,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나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천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특히, 감동적이었던 구절을 반복해서 필사하며 작가님의 힘 있는 문장력을 배우고,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풍경을 상상할 수 있었는데요. 필사의 진정한 힘은 글을 따라 쓰며 체화시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노은희 작가님의 소설을 필사하며 그 세밀한 묘사와 표현에 감탄했습니다.

향후 어떤 작품 구상중이신가요?

저는 문학은 사회를 대변하고, 울림을 통해 세상을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바꾸어 나가는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소설 『유리 젠가』는 녹록지 않은 현실을 살아가는 2030 청춘의 이야기를, 에세이 『기록하는 태도』는 번지고 흐르기 쉬운 현실 속, 기록하는 태도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담았던 것처럼요. 향후 역시 사회의 문제를 담거나, 깊은 공감, 감동을 줄 수 있는 소재로 이야기를 써보고 싶어요. 다만, 이번엔 좀 더 긴 호흡의 장편 소설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이 문장 안에서 함께 살아 숨 쉬고, 주인공의 감정에 이입해 함께 슬픔, 분노, 환희를 느낄 수 있도록요. MZ 세대분들이 특히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이지만, 더 나아가 전 연령층을 아울러 가족끼리도 함께 나누어 볼 수 있는 따뜻하고 희망찬 작품을 집필해 보고 싶어요.

작가님께 글이란 무엇인가요?

제게 글은 '삶'입니다. 어린 학생일 때부터 스물여덟인 지금에 이르기까지 글은 제 삶에 깊게 침투했어요. 글과 멀어지면 마음이 불안했고, 다시금 글이 제게 오라 손짓했습니다. 글을 만나고 제 삶의 모든 것이 더욱 풍요로워졌어요. 세상을 좀 더 다층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유연하게 사고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이번 신작 『기록하는 태도』에 나오는 한 구절을 인용해보고 싶어요.

분명 누구의 마음에나 황량하고 매서운 겨울이 찾아올 수 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내 이야기를 어떻게 써 내려갈 것인지, 마지막 지점을, 마음의 계절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니. 그 생각과 작은 실천만으로도 우리는 조금씩 봄과 가까워지는 중일 테다. 

_『기록하는 태도』, 「마음의 계절」 중

조금은 느려도 묵묵히 그 길을 걸어 나가고 싶어요. 와서 보니 제가 글을 기다린 것이 아닌, 글이 제가 오기를 기다려주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수현

1995년 서울에서 태어나 2020년 충북 작가 신인상 소설 부문 당선, 2020년 동양일보 신인문학상 수필 부문에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지원작으로 첫 소설집 『유리 젠가』를 출간했으며, 세종문화재단에서 청년예술창작지원금을 수혜 받았다. 삶의 온기, 세상의 온도에 마음을 기울이며 나와 다정한 당신, 우리의 연대를 꿈꾼다.




기록하는 태도
기록하는 태도
이수현 저
지식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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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김중혁의 북커버러버] 마음속의 펭귄 - 『펭귄뉴스』 | 멋진 글 모음 2023-05-3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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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 목요일, 소설가 김중혁이 좋아하는 북커버를 소개하는 칼럼
‘김중혁의 북커버러버’를 연재합니다.


『펭귄뉴스』

글을 쓰기 전에 이상적인 목표 지점을 꿈꾼다. 말로 설명할 수 없지만 머릿속에는 큰 그림이 있다. 어떤 선일 수도 있고, 파형일 수도 있고, 덩어리일 수도 있고, 색감일 수도 있다. 글을 다 쓰고 나면 이번에도 목표 지점에서 한참 벗어났다는 걸 깨닫는다. 흔한 일이어서 놀라지는 않는다. 어떤 형태의 글을 쓰고 싶다고 해서 매번 성공하는 건 아니다. 실패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실패까지도 글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책을 출간할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그 실패의 흔적까지 북커버에 남길 수는없을까?


그림_김중혁

그림 1은 글을 쓰기 전, 내가 생각했던 큰 그림이다. 그림 2는 내 글의 결과물이다. 면적은 거의 비슷하지만 형태는 달라졌다. 그림 3은 디자이너가 읽은 나의 글이다. 세 개의 도형이 포개진 모습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북커버다.

첫 책을 내던 때가 생각난다. 2006년이었다. 소설집 『펭귄뉴스』에는 여덟 편의 소설이 실렸고, 사람들이 내 이름이 적힌 소설책을 읽게 된다는 생각을 하니 밤잠을 설칠 정도로 떨렸고, 설렜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과 많은 사람들이 보면 부끄럽겠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나는 무엇보다 책의 표지가 궁금했다. 나만의 책을 처음으로 가지게 되는데, 어떤 얼굴을 하고 있을까 기대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책표지는 운명처럼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시에 나는 '펭귄뉴스닷넷'이라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림 일기를 열심히 그렸다.(그때는 그런 게 유행이었다) 일상의 사소한 변화가 생기거나 깨알 같은 사건이라도 발생하면 무조건 그림을 그렸다. 홈페이지 관리하는 건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펭귄뉴스』의 디자이너가 '홈페이지에 그림 그리는 것처럼 표지 그림을 직접 그려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제가요?"

아마도 그런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토록 귀중한 장소에 이토록 미천한 재능의 그림이 가당키나 하단 말인가,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려보기로 했다.

그림 작업실을 가지고 있는 형에게 도움을 구했다. 종이를 얻었다. 다양한 물감과 붓과 펜도 빌렸다. 펭귄뉴스니까 펭귄을 그려야지. 펭귄을 그리기 시작했다. 입을 그리고 눈을 그리고 몸을 그리고 날개 비슷한 걸 그리고, 깃털을 그리고 발을 그렸다. 한 장 더! 펭귄의 입과 눈과 몸과 깃털을 그리고, 한 장 더! 그리고 그리고 그렸다. 3일 동안 계속 펭귄만 그렸던 것 같다. 나중에는 어떤 펭귄이 더 나은지 구분하기도 힘들었고, 내가 그리고 있는 게 펭귄인지 까마귀인지 수달인지 알 수 없었다. 다행히 디자이너는 내 그림을 마음에 들어했고, 표지에 들어가는 영광을 누리게 됐다. 나는 지금도 내 그림이 들어가 있는 『펭귄뉴스』 표지를 무척 사랑한다.

첫 책을 그렇게 시작해서인지, 이후에도 내 책의 디자인에 참여할 기회가 자주 생겼다. 『뭐라도 되겠지』와 『미스터 모노레일』의 표지 그림과 제호를 직접 그렸고, 디자인 작업에 소소한 의견을 더하기도 했다. 때로는 편집자와 디자이너가 귀찮기도 했을 텐데, 내 의견을 적극 반영해주었다. 책표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은 내가 책을 사랑하는 방식 중 하나다.

"작가님은 그림을 잘 그리시니까 그런 게 가능하죠."

라고 얘기한 사람도 있었다. 내가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한 번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못 그리는 편은 아니지만, 막 소름끼치게 잘 그리는 그림은 또 아니다. 막 소름끼치게 잘 그렸으면 오히려 책표지 작업에 뛰어들지 못했을 것이다.

프란츠 카프카는 『변신』을 출간할 때 북디자이너에게 이런 편지를 썼다.


"그러지 마십시오. 제발 그러지 마십시오. 

벌레 자체는 무엇으로도 표현될 수 없습니다. 멀리 있어서 보이지도 않습니다."

_『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 피터 멘델선드 지음


책 표지에 벌레를 그리지 말아달라는 간절한 부탁의 편지였다. 책을 읽는 사람의 마음속에 벌레가 나타나려면 실제 모습은 보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저런 편지를 썼을 것이다. 펭귄이 등장하지 않는 『펭귄뉴스』의 표지를 상상해보곤 한다. 독자들의 마음에 펭귄이 나타나려면 표지에는 없는 편이 나았을까? 세상에 공개된 책표지는 하나지만 내 머릿속에는 무수히 많은 버전의 책표지가 지금도 둥둥 떠다니고 있다.



펭귄뉴스
펭귄뉴스
김중혁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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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플레이리스트를 듣다가] 청소, 식탁, 마감,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핑계 - 워크룸프레스 편집부 | 멋진 글 모음 2023-05-10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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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ch.yes24.com/article/view/54202

오늘의 기분에 맞게 적당한 제목을 가진 플레이리스트를 골라 두세 곡을 듣다 보니 갑자기 책을 읽고 싶어진다. 작가가 들려주는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이 이야기에 어울릴 만한 또 다른 음악을 떠올려본다. 다음에 이어서 읽을 책은 플레이리스트 영상에 달린 추천 댓글을 보며 결정한다. 음악이 있는 우리의 모든 순간에 독서가 있다.


"음악에 집중하기는 싫지만, 배경 음악(BGM)은 필요할 때가 있다."

『마감하면서 듣는 음악』의 한 구절은 요즘 음악 감상자들이 가지고 있는 욕구를 잘 보여준다. 하나의 키워드를 놓고 흘러가는 듯 귓가에 걸린 배경 음악을 붙들어 자신을 들여다볼 저자를 발굴하는 일. 『청소하면서 듣는 음악』, 『식탁에서 듣는 음악』, 『마감하면서 듣는 음악』을 펴낸 워크룸프레스 편집부와 이야기를 나눴다.


『청소하면서 듣는 음악』

    ♬ Diana Ross — Why Do Fools Fall in Love

      ♬ Youth Lagoon — The Year of Hibernation


'~하면서 듣는 음악'(이하 '듣는 음악') 시리즈는 어떻게 시작됐나요?

처음부터 시리즈로 기획된 건 아니었어요. 스튜디오 에프엔티(studio FNT)의 이재민 실장이 SNS에 비정기적으로 올리는 음반에 대한 짧은 글을 즐겁게 따라 읽다가 『청소하면서 듣는 음악』 출간 제안을 한 것이 시작이었죠. 이재민 실장이 가지고 있는 음반이 워낙 많았고, 마침 FNT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던 스튜디오 텍스처 온 텍스처(texture on texture)가 책에 수록될 음반을 촬영하면서 글의 분량과 이미지 작업 방식 등을 포함한 책의 전체 형식이 결정되었어요.

이 시리즈에 참여한 이재민 디자이너, 이용재 음식 평론가, 전은경 디자인&브랜드 디렉터는 바이널과 CD로 음악을 감상하는 게 자연스러운 시대를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시리즈의 저자들은 바이널로 음악을 들은 마지막 세대이자 40대입니다. 그렇다고 이 시리즈를 이어가면서 음악 저장 매체의 물리적 형식에 구애받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앞으로 책 속에 실린 음반 사진 자리에 애플뮤직이나 스포티파이 이미지와 음원 링크가 들어갈 수도 있을 테고요.

『청소하면서 듣는 음악』에 "글에 등장한 음반 중 청소를 하면서 들은 건 사실 별로 없다"라거나 『마감하면서 듣는 음악』에 "나는 원고를 쓰거나 잡지 마감할 때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 등 저자들이 제목의 키워드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의외의 고백이 있습니다.

청소, 식탁, 마감은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치에 가깝습니다.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한 핑계 정도랄까요. 모두가 음악을 듣잖아요. 자신만의 플레이리스트도 하나씩 있을 테고요. '듣는 음악' 시리즈의 차별점은 음악에 대해 전혀 전문적이지 않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과 엮어 글로 풀어낼 수만 있다면, 누구든 이 시리즈의 저자가 될 수 있어요.


『마감하면서 듣는 음악』 

                                              ♬ Joy Division — Unknown Pleasures

                                              ♬ Max Richter — Sleep

                                              ♬ Charlie Haden — Nocturne


『마감하면서 듣는 음악』은 잡지 편집장 출신 전은경 작가의 첫 책입니다. 집필을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전은경 작가는 18년간 디자인 분야의 잡지를 마감해 왔는데요. 디자인에 관한 책이 아닌 음악, 예술 분야에 대한 책을 제안하니 응해 주시더라고요. 이 책에서는 "반복적으로 들리는 음계를 따라가다 보면 적당한 긴장감이 생기고 그것이 마감을 독촉하는 것처럼 들린다"라며 마감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스티브 라이히의 '18인의 음악가를 위한 음악' 같은 음악을 소개하고 있죠.

그럼 마감을 하지 않는 사람도 이 책을 공감하며 읽을 수 있을까요?

마감이 잡지 만드는 사람에게만 있는 건 아니죠. 세상은 결국 마감이 있어야 제대로 굴러가는 거니까요. 어떤 일이든 마치고 난 후, 5분에서 10분 정도 음악을 듣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좋아하실 거예요. 음악처럼 글도 잠시 환기를 위해 읽히기를 바라며 길지 않은 분량으로 배치했습니다.

음악에 관한 책인데도 시리즈의 표지 사진에 스피커, 헤드폰 등 음악 관련 소품이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앞표지에는 저자가 무언가를 하고 있는 도중의 장면을, 뒤표지에는 무언가를 하고 난 후의 모습을 담았어요. 고가의 스피커가 등장할 수도 있었겠지만, 저자가 '오디오 덕후'처럼 보이지 않기를 바랐어요. 가끔 오디오 이야기를 하면 자신이 아는 걸 드러내기 위해 거침없이 달려드는 이들이 있는데 '듣는 음악' 시리즈는 그런 분들을 위한 게 아니에요. 오히려 컴퓨터의 내장 스피커나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며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책이죠.


                                                               『식탁에서 듣는 음악』

                                                           ♬ Def Leppard — Hysteria                                           

                                                           ♬ Lumiere — Diary


『식탁에서 듣는 음악』의 본문에는 빨대, 포크, 맥주병, 후추통처럼 음식 관련 오브제와 음반이 함께 배치된 사진이 등장합니다. 사진 작업을 담당한 정멜멜 작가와의 협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졌나요?

음식 관련 오브제들은 모두 정멜멜 작가의 아이디어였어요. 시안을 받아보고 기분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정멜멜 작가와의 협업은 대체로 말없이 조용히 진행되는 편이에요. 간단한 의견을 나누고 나면 어느새 끝이 나 있는 식이죠. 서로가 잘하는 부분을 알기 때문에 참견하거나 의견을 덧붙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그럴 때 가장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마련이더라고요.

'청소'는 누구나 일상에서 하는 일을, '식탁'과 '마감'은 음식 평론가와 잡지 편집장으로 일해 온 저자들의 직업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앞으로 이 시리즈는 어떤 방향을 향해 나아갈까요?

다음 책에서는 저자의 주요 활동과 상관없는 제목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1년에 한 권 나올까 말까 한 책이라서 나아갈 방향에 대한 구상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는데, 마음 같아선 열 권 정도까지는 내고 싶다는 바람 정도가 전부예요. 아직 실현되지 않은 책 중에 '대기하면서 듣는 음악'이 있는데, 만일 이 책이 출간된다면 정말 대기하면서 듣는 음악의 목록이 되겠죠?



*워크룸프레스

2006년 12월 서울 창성동에서 시작한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2013년부터 임프린트 작업실유령도 함께 운영한다. 동시대 시각 문화와 예술, 문학, 인문, 실용 등에 관심을 두고 책을 펴낸다.




청소하면서 듣는 음악
청소하면서 듣는 음악
이재민 저
workroom(워크룸프레스)
마감하면서 듣는 음악
마감하면서 듣는 음악
전은경 저
workroom(워크룸프레스)
식탁에서 듣는 음악
식탁에서 듣는 음악
이용재 저
workroom(워크룸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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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플레이리스트를 듣다가] 지금, 이 책을 플레이하세요! | 멋진 글 모음 2023-05-1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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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기분에 맞게 적당한 제목을 가진 플레이리스트를 골라 두세 곡을 듣다 보니 갑자기 책을 읽고 싶어진다. 작가가 들려주는 새로운 세계를 상상하고 이 이야기에 어울릴 만한 또 다른 음악을 떠올려본다. 다음에 이어서 읽을 책은 플레이리스트 영상에 달린 추천 댓글을 보며 결정한다. 음악이 있는 우리의 모든 순간에 독서가 있다.


책의 표지를 넘겨 보는 건 마치 음악의 재생 버튼을 누르는 일을 닮았다. 음악이 세상과 연결되는 일에 관해 들려주는 도서 네 권을 모았다.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어떤 이야기가 시작될지 기다려보자!


『플레이리스트』

김호경 저 | 작업실유령



노래를 1분도 듣지 않고 다음 노래로 넘겨버리는 건 냉혹하다기보다는 한없이 자연스럽다. 이를 "환승을 위해 선 승객과도 같은 모습을 한 현대의 음악 감상자들"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리스트』는 「스트리밍 시대 새로운 음악 감상 방식의 출현과 그 의미 연구」라는 논문의 저자 김호경이 이를 단행본의 호흡으로 다듬어 출간한 것이다. 미디어 연구를 하면서 대중음악 작사가로 살아가는 김호경은 유럽 전통 음악 이론을 공부하고 공연 예술 전문지에서 클래식 음악가를 취재하는 시간을 지나쳐 왔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음악가가 곡을 만든 의도를 파악하는 데에만 집중하느라 감상자의 생각과 느낌은 쉽게 소외되었던 유구한 과거를 향해 있다.

이 책의 전반부에는 유튜브,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매일 이용하는 사람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다. 음반이 아닌 플레이리스트를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받아들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첫 곡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더 들어볼 것도 없이 그 플레이리스트의 감상을 중단하는 사람도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 싶어 하는 음악을 추천하는 알고리즘과 큐레이터에게 의존하지만, 그렇다고 수동적인 음악 감상자로 불리기는 싫어한다. 해리 스타일스의 '애즈 잇 워즈(As It Was)', 빌리 아일리시의 '배드 가이(bad guy)' 같은 최신 팝송을 듣던 사람이 1980년대 강변가요제 음악에 갑자기 빠져드는 일은 그런 식으로 얼마든지 생겨난다. 모순된 행동과 마음이 이 책의 부제처럼 '음악 듣는 몸'의 구성 요소가 된다. 책 후반부에는 미디어 연구자의 관점에서 살펴본 학술적 자료가 충실하게 채워져 있어 새로운 음악 듣기 방식에 대한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뮤직 포 시티 트래블러』

박정용 저 | 노웨이브



목차를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런던과 삿포로가 있는데, 신당동도 있고, 동성로도 있기 때문. 왜 서울과 대구가 아니라 신당동이고 동성로일까. 지엽적인 동네와 그보다 더 넓은 범위의 도시 사이를 오가는 『뮤직 포 시티 트래블러』는 저자 박정용이 좋아하고 즐겨 찾던 열두 곳을 걷는 모습을 상상하며 고른 음악과 그 이유를 담은 책이다. 격변의 시대에 홍대 앞에서 음악이 있는 공간 벨로주를 운영하며 그는 '홍대 앞'이 단지 홍익대학교 앞 거리를 뜻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젠트리피케이션(임대료가 오르면서 원주민이 내몰리는 현상)의 산증인'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그러므로 어느 골목을 걸어 다니든 홍대 앞에서 공간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로서의 정체성을 데리고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골목을 돌아 돌아 마주친 간판을 보며 그는 소리 없이 질문하는 듯하다.

'이곳은 어떻게 살아남고 있을까?'

그리고 자영업자의 감각에 음악 애호가의 감각이 더해지면 『뮤직 포 시티 트래블러』 같은 책이 나온다. 플레이리스트 가이드북 시리즈를 세 권째 펴내고 있는 그는 "이 음악이 어디에서 온 음악인지를 아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같은 음악을 서울에서 들을 때와 다른 도시에서 들을 때 다르게 들릴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닫는다. 이 책에 가장 먼저 등장하는 도시는 삿포로인데, 그가 노래를 고르는 기준은 "서울의 짜릿하지만 절박한 시간이 주는 내 주위의 피곤한 삶에 대한 반작용"이다. 삿포로 거리에서 연상되는 노래로 미국 컨트리 가수 케니 로저스의 '유어 마이 러브(You’re My Love)'와 캐나다 록 밴드 칠리왝의 '빌리브(Believe)' 같은 올드 팝이 선곡된 이유다. 이 책에는 저자가 여러 번 들른 열두 도시의 단골 가게들도 함께 기록되어 있다. 음악이 모여 플레이리스트가 만들어지듯, 터를 잡아 자리를 지키는 가게들을 중심으로 도시는 계속된다.



『제법, 나를 닮은 첫 음악』

권민경, 김겨울, 김목인, 나푸름, 민병훈 저 외 5명 | 테오리아



언젠가부터 나만의 '새해 첫 곡'을 고르는 의식이 유행 중이다. 새해 처음으로 듣는 노래가 그 사람의 그해 운세를 결정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에 맞는 음악이 아니라, 희망차고 긍정적인 기운을 가진 음악을 매해 1월 1일이 되자마자 듣는다. 대표적으로 걸 그룹 우주소녀의 '이루리'는 소원을 빌면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 이루어지리라는 노랫말을 가진 곡이다. 2019년에 발표된 이 노래는 이듬해부터 1월 1일이면 스트리밍 사이트 음원 차트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새해 첫 곡으로 '소원이 이루어지리라'는 노래를 듣는 건 지난해를 고단하게 보낸 이가 자신을 위해 정교하게 짜놓은 계획의 일부다. 그 외 대부분의 처음에는 운명이 끼어들 여지가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일 또한 단순히 우연의 문제가 아니었다는 건 처음으로부터 조금 멀어진 후에 비로소 알게 된다.

이 책에선 소설가, 시인, 뮤지션, 그래픽 디자이너 등 열 명의 작가가 각자의 '첫 음악'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먼저 송지현 시인은 세상과의 첫 만남이 곧 음악과의 첫 만남이었다.

"산부인과에서 나를 데려와 아빠가 제일 먼저 한 일은, 헤드폰으로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음악을 들려준 것이었다."

그는 비상한 기억력에 기대는 대신 누군가가 카메라를 통해 담아준 사진을 통해 과거의 한 장면을 회상한다. 한편 김겨울 작가는 첫 자작곡 'Seaside(해안길)'의 데모 버전을 들어보며 "너무 기뻐서 세 번쯤 텀블링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고 회상한다. 우리가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때 보는 별은 이미 수천수만 년 전에 죽은 별이라는 것처럼, 음악에 관해 쓰는 것은 필연적으로 언젠가 재생한 적 있는 그 음악 속에 붙들린 과거를 돌아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줄곧 희미하게 들려오는 어떤 노래 한 소절의 환청과 함께한 시절이 오롯이 복원되곤 한다"는 걸 열 명의 작가는 외면하지 않았다. 



『일요일의 음악실』

송은혜 저 | 노르웨이숲



전작 『음악의 언어』에서 "인생에 선생님이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고 했던 송은혜가 『일요일의 음악실』에서 선생님을 자처했다. <채널예스>에 연재된 동명의 칼럼을 엮은 이 책의 부제는 '우리가 음악으로 연결되는 쉰두 번의 음악 수업'이다. 

아무리 성실한 선생님이라도 두 번의 민족 대명절이 끼어 있으면 휴강할 법도 한데, 쉰두 번의 일요일을 착실하게 채운다. 그는 빠른 답변을 원하는 수강생들이 원하는 답을 내어주지 않는다. 클래식 음악과 더불어 산 지 마흔 해가 지났음에도 클래식 음악을 추천해 달라는 질문이 왜 막연하게 들리는지 짚는다. 그건 "타인이 맥락 없이 추천하는 음악, 작곡가, 연주자는 내가 생생히 겪고 있는 삶에 연결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건반 악기 버지널(virginal)을 영국 작곡가 올란도 기번스가 연주하는 곡은 다음과 같이 소개되어 있다. 

"잠자리 날갯소리가 들릴 정도로 숨을 죽이고, 자세히 들어보세요. 공기의 흐름을, 여러분의 침묵을요."

 『음악의 언어』에서 음악가들이 무대 위에서 연주를 시작하기 직전의 적막을, 관객과 다 함께 숨을 삼키는 고요의 순간을 전한 것처럼 그는 이번에도 침묵의 가치를 말한다.

쉰두 번 중 가장 감동적인 수업은 초등학교 2학년이 된 조카 하윤이에게 들려주는 음악 동화 『피터와 늑대』에 관한 것이다. 초등학생의 눈높이에 맞게 구어체로 쓰여 있지만, 클래식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와 어른 할 것 없이 사려 깊은 선생님의 가르침에 힘입어 악기의 소리를 구분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본문 곳곳에 등장하는 QR코드를 통해 직접 음악을 들어보면서 입체적으로 수업을 따라갈 수 있다. 19세기 낭만파 시대의 작곡가 남매를 배출한 멘델스존 가문은 사교계의 인사들이 모여드는 '일요 음악'를 정기적으로 열었다는데,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도 이 책 덕분에 그에 비견하는 음악실이 생긴 것이다. 무엇보다 331쪽부터 펴서 이 곡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너무나 아름다운 오월, 떨리는 사랑 고백과 지독한 우울의 만남, 바로 슈만의 연가곡 '시인의 사랑'입니다." 



플레이리스트: 음악 듣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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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경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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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포 시티 트래블러 (Music For City Trav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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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나를 닮은 첫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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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의 음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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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배명훈 "『미래과거시제』, 제 대표작이 될 거라 생각해요" | 멋진 글 모음 2023-04-25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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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작가의 세 번째 소설집이 독자를 찾아왔다. 『예술과 중력가속도』 이후 7년만이다. 우리가 배명훈의 소설 속으로 들어갈 때 기대하는 것들, 이를테면 촘촘하게 쌓아 올린 세계의 놀라움과 예리한 현실 인식과 특유의 유머와 경쾌함과 순도 높은 마음은 여전히 이어진다. 하지만 이것은 '변함없는' 이야기라기보다 '늘 새로운' 이야기다. 언어와 시간에 대한 실험이 펼쳐지고, 낯선 감각들이 쏟아진다. 배명훈 작가는 『미래과거시제』가 자신의 새로운 대표작이 될 것을 예감했다.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느껴요

최근에 인터뷰하신 내용을 봤어요. 이번 소설집이 대표작 중 하나가 될 거라고 생각하신다고요. 

네, 제 감으로 그래요. 글을 계속 써오고 봐온 감으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수록된 단편들의 완성도가 조금 높았던 것 같고요. 저는 작업하면서 '좋은데? 글이 계속 좋아지는데? 점점 더 발전하고 있는 게 보이는데?'라는 느낌을 계속 갖고 있었어요. 그 결과물인 것 같고, 그래서 자신 있는 글인 것 같아요. 언제까지 계속 좋아질지 모르겠는데, 지금은 계속 좋아지고 있는 단계예요.

작가 노트에서 소설을 '별'에 비유셨어요. "소설집에 실린 단편소설들은 별자리처럼 한데 모여 있는 것 같지만 실은 하나하나가 다 다른 시간에 최초의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고 쓰셨는데요. 『미래과거시제』를 보실 때 느낌이 어떠신가요?

개별 지면에 따로따로 발표했을 때는 작품을 보면서 "무슨 이야기지? 좀 신기하긴 한데?" 하는 반응이라면, (소설집에서) 작품들이 붙어 있으면 맥락이 더 생기잖아요. 그런 게 재밌어요. 예를 들면 「차카타파의 열망으로」가 혼자 있을 때랑 「미래과거시제」, 「임시 조종사」와 같이 있을 때랑 맥락이 다르잖아요. 그리고 「접히는 신들」과 「미래과거시제」는 일부러 붙여놨는데, 「접히는 신들」이 꼭 앞에 와야지, 순서가 바뀌면 안 되잖아요.(웃음)

맞아요, 읽고 나면 왜 그렇게 배치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웃음)

그런 효과가 있죠.(웃음) 그리고 교정, 교열 작업을 하다가 발견했는데, 세 작품 정도에서 15년이 지나는 장면이 (공통적으로) 나오더라고요. '왜 15년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것도 작품들이 같이 묶여 있으니까 보이는 것 같아요. 

등단 15주년 즈음에 쓰신 작품들 아닌가요? 

아, 그런가요? 데뷔하고 15년이면... 그쯤이겠네요. 그걸 생각한 건 아니었는데, 소설에서 보면 어느 정도 사람이 변했을 만큼의 긴 시간이 지났을 때잖아요. 저는 그 시간이15년이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등단 이후의 15년은 작가님을 어떻게 바꿔놨나요?

많이 변했죠. 일단 기술적으로 지금도 발전하고 있는 건 맞아요. 저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고 느껴요. 몇 년 전에 쓴 소설들을 출간하거나 개정판 작업을 할 때 다시 원고를 들여다보면 고칠 게 많다는 게 너무너무 느껴져요.(웃음) 그런데 다행이죠. 몇 년 전에 쓴 글이 지금보다 더 좋으면 큰일이잖아요. 비어있는 데가 보여서 다행이에요. 그래서 점점 좋아진다는 걸 체감하고 있는 거예요.

『미래과거시제』에서는 작가님이 무엇에 대해 쓰고 실험하시는지 더 또렷하게 보이는 것 같아요. 

작가 노트를 정리하면서 '아, 내가 언어를 계속 다루는구나'라는 걸 깨달은 것 같아요. 물론 그 작업을 의식적으로 지속한 건 맞지만, 이렇게까지 계속하고 있었다는 건 좀 뒤늦게 깨달은 것 같아요. 사실은 세계 이야기를 제일 많이 하죠. 세계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다른 작가들과 약간 다른 포지션이라고 생각하고요. 특히, 이 책의 추천사들이 되게 좋았던 게, 제가 소설을 좀 쉽게 쓰라는 메시지를 자주 듣거든요. "난이도를 높여서 더 발전해라, 더 어려운 걸 시도해라"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추천사를 보고 '그래도 동료 작가들은 그런 걸 알아봐주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인터뷰에서 "소설을 쓰며 새로운 시도를 해보려는 마음과 사람들이 읽기 좋게 쓰려는 마음 사이에서 고독해질 때가 있어요"라고 말씀하셨죠. 비슷한 맥락일까요?

네, 그런 거죠. 특히나 한국에는 SF 전문 편집자가 없는 것 같아요. 창작 SF를 다뤄본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그래서 더 다음 단계를 쓰려고 할 때 조언해줄 사람이 없거든요. 제가 시도한 걸 봐주면서 완성도를 높여줄 사람도 없고. 그래서 기본적으로 고독한 작업이에요.



독자와 통했으면 된 거죠

「임시 조종사」는 판소리 SF입니다.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파열음이 사라진 시대의 한국을 그리고 있어서, 작품에  'ㅊ, 'ㅋ', 'ㅌ', 'ㅍ', 'ㄲ', 'ㄸ', 'ㅉ', 'ㅃ'이 나오지 않아요. 두 작품 모두 용감한 시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입장에서는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실험은 아니었어요. 데뷔작 「스마트D」에도 'ㄷ'이 안 들어간 문장으로 소설 쓰는 사람이 나오잖아요. 그 작품을 쓰면서 이미 그 스타일은 쓸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완성돼 있는 스타일로 쓰는 거에 가깝다고 생각하고, 그 자체로 모험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임시 조종사」는 약간 '이건 나도 좀 어렵고 독자도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어요.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의 오타를 제보하는 전화가 많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요.(웃음) 「임시 조종사」와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를 쓰시면서 '독자들이 내가 의도한 대로 잘 따라와 줄까'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그렇죠, 항상 그 고민을 하죠.

독자들이 잘 읽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나요?

그렇죠. 「차카타파의 열망으로」는 규칙을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서 더 재미있지만 더 어려워질 수도 있었는데, 가독성을 생각해서 조정했어요. 표기법을 봤을 때 이해가 되도록. 규칙을 더 적용하면 이상해질 수 있었는데 그렇게는 안 했어요.(웃음) 독자들이 "오자가 너무 많은 것 같아서 출판사에 제보하려고 했다"는 이야기도 많이 하지만, 반면에 그 규칙대로 리뷰를 쓰는 분들도 되게 많아요. 그 규칙을 완전히 소화하고 재밌다고 느끼시는 거죠.

그럴 때는 독자들과 뭔가 통한 느낌이 드시겠어요.

네, 그럼 된 거죠.

「차카타파의 열망으로」의 처음 두세 문단은 반복해서 읽었어요. 오자를 의심하면서요.(웃음) 재밌는 경험이었어요.

그게 말하자면 SF에서 이야기하는 '인식의 전환'이고 '소설 안에 들어 있는 세상이 그 세상이 아니네'라는 걸 깨닫는 그 순간의 느낌 같은 것도 중요해요. 그것도 경이감을 일으키는 요소 중에 하나거든요.

「임시 조종사」는 어땠나요? 독자들이 잘 따라와 줄 거라고 생각하셨나요?

대중들이 잘 따라올 거라고 생각을 안 했고, 지금도 안 하고, 그래서 표제작으로 안 썼어요.(웃음) 그래도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임시 조종사」는 전문가 독자들이 알아봐줬으면 하는 소설이에요. 주변 사람들 중에서도 국문과 출신들이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런 분들이 알아봐주고 좋아해주는 게 맞죠. 그런 맥락에서 정보라 작가님도 알아봐주신 것 같아요.(웃음)

"판소리 SF를 쓰게 된 계기는 단순하게 말하면 내가 소리꾼 이자람의 팬이기 때문이지만, 창작자로서의 동기는 훨씬 복잡하다"고 쓰셨습니다. 이자람 님과 함께 무대에 선 적도 있으시죠?

네, 그때 제가 장단에 맞춰서 글을 낭독했죠. 원래 장단 따로 치고 저는 그냥 낭독을 하라고 하셨는데, 오히려 그렇게 잘 안 되더라고요. 그래서 나름 장단에 맞춰서 썼으니까 그대로 읽었어요. 지금은 몰입에서 나와 있어서 잘 모르겠는데, 그때는 몰입이 돼 있는 상태니까 그렇게 했죠.

「임시 조종사」는 아니리, 창조, 진양조, 중모리 등 판소리 장단에 맞춰서 쓴 소설인데요. 메트로놈을 틀어놓고 쓰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지금도 휴대폰에 메트로놈 앱이 있어요. 다른 장단은 4음보인데 세 글자로 되어 있는 12칸에 집어넣는다고 생각하면 되는데, 진양조는 달라요. 네 마디가 아니라 여섯 마디인 거예요. 보통 느린 장단부터 시작해서 쭉 이어지니까 진양조가 가장 먼저 나오는데, 이게 이해가 안 가는 거예요. 그래서 공부를 안 할 수가 없었어요.(웃음)

지금 메트로놈 앱을 실행해서 들려주셨는데요. 작가님이 혼자 장단을 들으며 글을 쓰고 고치셨을 생각을 하니까, 되게 외로운 작업이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맞아요. 엄청 오래 걸리고, 너무 힘들고, 어디 물어볼 데도 없고.(웃음) 그래서 공이 엄청 많이 들었어요. 누군가 알아봐줬으면 좋겠지만 대중이 알아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전통 시가, 가사, 이런 리듬에라도 익숙해야 눈에 딱 들어오는 글이라서요. 국문학 전공하신 분들이 제일 먼저 알아보시는 이유도 그래서인 것 같아요.

가장 애정이 가는 작품은 「임시 조종사」라고 하셨죠?

네. 판소리 형식의 소설이다 보니까 판소리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데, 그냥 소설로 써도 내용이 되게 재밌을 이야기예요. 그런데 그 이야기는 아무도 안 해요.(웃음) 그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소설을 '양떼'에 비유하신 적이 있어요. 자식보다는 '유목하는 양떼' 같다고요. 말하자면 「임시 조종사」는 '내가 가장 애정하지만 모두에게 사랑 받지는 않을 양'인 건데요. 작가님의 마음은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어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SF 중에서는 제가 그래도 꽤 쉽게 쓰는 편이에요. 난이도를 낮춰서 이해하기 쉽게 쓰고 아주 어려운 건 그냥 안 쓰고 쉬운 걸 쓰는 편인데, 그래도 어렵다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는 해요. 쉽게 쓰는 편이지만, 그래도 내가 발전하기 위해서 써야 되는 건 있잖아요. 더 깊이 들어가야 되는 것들이 있죠. 이번 책에는 그런 것들도 넣었어요. 좋다 싶으면 그냥 넣고, 빼려고 고려하지 않았어요.

작가에게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 것 같아요. 내가 발전하고 있다는 기분을 느끼는 것. 

발전해야죠. 기술적으로 계속 좋아져야죠. 그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독자들과의 공감도 당연히 중요하죠. 그렇지만 5년 정도 지났을 때 내가 지금 쓴 글을 보고 마음에 안 들어야 되잖아요. 그런 발전은 있어야죠.



언어를 들여다보는 순간

소설집에 첫 번째로 실린 단편은 「수요곡선의 수호자」입니다. 처음에 배치하신 이유가 있나요?

맨 앞에 놓기 제일 좋기도 하죠. 언어적 실험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일단 유쾌하게 시작하잖아요. 저는 앞쪽에는 좀 즐겁게 시작하고, 뒤쪽에는 좀 감동적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앞쪽은 좀 깔끔한 느낌, 가벼운 느낌, 유쾌한 느낌의 글들이 실리고 뒤쪽은 여운이 남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수요곡선의 수호자」는 '독자'라는 존재를 떠올리게 되는 소설입니다. 「홈, 어웨이」도 그런데요. 두 작품 모두 2021년에 쓰셨어요. 우연의 일치인가요? 아니면, 이 시기에 소설가와 독자에 대해 생각하고 계셨어요?

감탄하는 것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사람이 감상하고 감탄하는 법을 잊으면 안 되고, 그래야 좀 풍요롭게 사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수요곡선의 수호자」의 '마사로'는 소비하는 로봇이기도 한데 감탄하는 존재잖아요. 「홈, 어웨이」도 그런 관점이기는 하죠. 소설에는 단순한 어플이 등장하는데, 그래도 그게 창작자한테는 감탄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 느낌이니까요. 그런 건 중요한 것 같아요.

항상 "SF 비평이 필요하다, 더 많아져야 한다"는 말씀을 하시는데요. 한편으로는 감탄에 대한 갈증이 있는 걸까요?

네. 더 좋은 걸 시도해도 그것에 대한 언급이 없으니까, 그냥 시도만 하고 기록으로만 남겨놓는 느낌이에요. 「임시 조종사」도 처음에 『오늘의 SF #2』에 발표했을 때 반응이 거의 없었어요. 모든 문학이 가독성으로만 평가할 수 있는 건 아닌데, 그런 건 좀 아쉽죠. 어떤 건 더 높은 단계로 가려고 쓴 작품이고 어떤 건 대중적이려고 쓴 작품인데, 항상 반응은 대중적으로 쓴 작품에만 있어요. 사실 더 쉬우니까 언급하기 좋아서 그런 거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그것만 있는 건 좀 아쉽죠. 아마 다른 작가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해요. 전체적으로 발전하려면 작가들의 작품을 분류만 하는 것에서 끝나면 안 되고 이 작가가 무엇을 시도하고 있는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잘 가고 있는지 이야기해줄 사람이 필요하죠.

출판사에서 제작한 이번 소설집의 인터뷰 영상을 봤습니다. 고래상어 변신 로봇을 보여주셨죠. 「수요곡선의 수호자」에 영향을 줬다고요.

네, 지금도 집에 있어요.(웃음) 소설 쓰기 전부터 갖고 있었던 거예요.

어떤 오브제가 소설에 영감을 줄 때도 있나요?

그런 것 같아요. 「인류의 대변자」에는 더 많이 나와요. 그 경로가 제가 예전에 살던 집에서 내려와서 잠실 롯데타워로 가는 길이에요. 치킨집 앞에 살고 있던 고양이도 일부러 실제 그대로 묘사를 했어요. 실제 우리 주변의 모습을 집어넣는 기술 같은 게 제 스타일인 것 같아요. SF 팬들이 보기에 익숙하지 않고, 오히려 순문학 독자들이 보기에는 좀 익숙한, 그런 영역이겠죠. 지금 생각해 보면 SF 독자들이 보기에는 '이건 뭐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저는 SF 마니아로 (소설 쓰기를) 시작한 게 아니어서, 그냥 제가 쓰고 싶은 대로 썼던 것 같아요. 의도하고 쓴 건 아닌데, 지금에 와서는 그것의 효과를 알 것 같아요. 그래야 훨씬 생생하고 잘 쓸 수 있잖아요. 

언어 문제도 거기에서 처음 걸리기 시작했는데, 예전에는 한국 SF 작가들이 공통적으로 걸리는 문제 중에 하나가 '등장인물 이름을 한국 이름으로 해도 되나' 하는 거였어요. 그리고 또 하나는, 예를 들어 우주에 나가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 쓰는데 한두 명만 한국인이라고 하면 '등장인물들이 어떤 언어로 대화할 것이냐' 하는 거였어요. 저는 결국 한국말로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는) 영어로 대화했지만 작가가 한국말로 쓰고 있다, 라고 하면 이미 해상도가 떨어지잖아요. 언어 문제가 거기에서부터 처음 시작된 것 같아요. 언어의 해상도를 얼마나 높일 수 있느냐의 문제잖아요. 언어에 다른 질감을 넣을 수 있냐의 문제이고.

"내가 아는 SF는 생각보다 자주 언어에 관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고 쓰셨죠. 같은 맥락인 것 같네요.

그런 것 같아요. 옛날 SF의 문제는, 이게 제국의 장르여서 강대국들이 쓰기 훨씬 편하고 좋은 장르이고, 그래서 한국 사람이 쓰기에 되게 오글거렸던 지점이 있어요. 예를 들면 화성에 가 있는 사람들이 다 한국말로 이야기한다고 쓰면 독자들이 먼저 오글거린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당연히 작가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해도 되나?' 계속 고민하면서 써온 게 지금의 한국 SF이기는 하거든요. 결국 작가는 언어로 세계를 표현하는 수밖에 없고, 더 좋은 언어로 표현해야 되잖아요. 언어를 매체로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어쩔 수 없이 언어 자체를 들여다봐야 되는 순간이 생겨요. 더 좋은 질감을 내는 말을 쓰고 싶으니까. 그래서 계속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외교부의 의뢰를 받아 '화성의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해 연구하셨죠. 연구 내용으로 연작 소설도 쓰셨고요. 그 소설들이 묶여서 출간되나요? 차기작이 될까요?

아마 다음 책이 되겠죠? 지금까지 네 편을 써서 발표해뒀고, 두 편만 더 쓰면 돼요.

에세이 『SF 작가입니다』를 출간하셨을 때 <채널예스>와 인터뷰하셨어요. "제 작품 중에서는 뭔가 재치 있고 유머러스한 글이 주로 지면에 실리지만, 모든 작품이 그런 건 아니"라며 "저를 생각할 때 떠올리는 이미지는 사실 지면이 선택한 이미지가 아니었나 싶어요"라고 하셨는데요. 지면에 선택 받지 않은 작가님의 이미지는 어떤 건가요?

「수요곡선의 수호자」은 보통 '마사로'의 이야기로 기억되지만 '유희'의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저는 유희의 이야기도 계속 쓰고 있는 사람이에요. 『안녕, 인공존재!』가 그 이야기이고 「타클라마칸 배달 사고」도 마지막에 왠지 열반해야 될 것 같은 이야기이고... 제가 열반하고 해탈하는 이야기를 되게 많이 쓰고 있기도 해요. 그런데 그걸로 언급되지는 않는 것 같고, 따스하고 유머러스하고 재치 있는 이야기로 기억되는 것 같기는 해요. 그런데 마사로도 뭔가 깨달음을 얻고 해탈하게 되잖아요. 그런 이야기가 제가 꾸준히 쓰고 있는 이야기죠. 어떤 방식으로 해탈한 이야기, 딴 걸 하러 갔던 사람이 갑자기 해탈하게 되는 이야기, 그런 걸 되게 많이 썼던 것 같아요.

작가님에게 열반, 해탈은 왜 중요한가요?

글쎄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해서 그럴까요? 저의 고민이기도 해요. 나의 존재에 대한, 실존적인 고민이라고 해야 되나요. 그런 걸 저는 문학을 통해서 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잘 잊는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계속 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 소설에 순수한 사랑 이야기도 나오는 거죠. 현실에 있는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하고 조금 다른, 나의 본질에 가까운 나와 저 사람의 본질이 서로 인사하는 장면 같은, 그런 것들을 계속 쓰고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이번 책에 실리지 않은 작품군 중에 「알람이 울리면」과 약간 비슷한 작품군이 있어요. 서술자가 객체화되어 있고 서술의 임무에 대한 내용도 있는 작품들인데, 따로 묶으면 좋을 것 같아서 빼놨어요. 서술자가 절대적인 목소리를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어떤 제품이거나 어떤 문화적인 결과물이어서, 내가 서술하는 것에 편향이 있다는 걸 가정하고 쓰는 작품들인데요. 이 방식을 통해서 결국 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존재의 문제예요. 대중 소설 엔터테인먼트 소설로서 쓰는 건 아니고, 제가 계속 갖고 있는 주제인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는 언급이 잘 안 되더라고요.(웃음)



*배명훈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대학문학상'을 받았고 2005년 「스마트D」로 SF 공모전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3인 공동 창작집 『누군가를 만났어』를 비롯해 『판타스틱』 등에 단편을 수록한 바 있다. 2010년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주류 문학과 장르 문학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작가로 평가받으며 한국 문학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미래과거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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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 저
북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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