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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 돌아본 지난 겨울의 포근함 | 기본 카테고리 2023-12-08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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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설 보다 : 겨울 2022

김채원,성혜령,현호정 저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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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찾아서 읽고 있는 책이지만, 이번에는 뒤늦게 지난해 가을 시리즈와 겨울 시리즈를 찾아 읽었다.
시간이 훌쩍 지나 지난 겨울 시리즈를 다 읽게 돼 약간의 생경함(왠지 ‘겨울’이라는 어감이 주는 쓸쓸함과 외로움 등의 느낌 탓이리라)도 있지만, 그럼에도 읽고 나서의 느낌은 푸근함과 따뜻함이 더 어울리는 것 같다.

그리고 매번 ‘보다’ 시리즈를 읽으면서 느끼지만, 책의 두께에 비해 독서의 속도가 생각보다는 나가지 않는 것이 늘 의문이다. 생각보다는 스피드있게 읽어내리지 못하고, 온전히 책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관심을 돌리게 되며 다른 책들의 독서에 비해 체감되는 심리적 버거움이 늘 따라오는 것 같다.

수록 순서에 있어 큰 의미를 부여하거나 순위를 매겨놓지는 않았겠지만, 왠지 수록 순서대로 1-2-3등이 주어지는 느낌을 가지고는 있지만, 이번 시리즈에는 가장 마지막에 수록된 현호정 작가의 ‘연필 샌드위치’가 주목을 끌었다.

생경한 소재와 의식의 전개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독서 자체를 방해할 만큼의 요소는 아니었다. 작품 속의 화자가 느끼는 감정과 의식의 흐름이 바로 ‘연필 샌드위치’를 먹었을 때의 상상되는 맛일 것이고, 그러한 생경함과 이상함과 부자연스러움을 당연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화자의 의식과 행위들이 바로 현실 세계에 느끼는 생경함과 부자연스러움일 것이다.

샌드위치 사이에 연필을 ‘빽빽하게’ 끼워넣어 먹는다는 상상의 행위가 실제 현실에서의 불합리하다거나 불편하게 만드는 것들을 견뎌내면서도 겉으로는 그런 표현을 할 수 없는 상황들에 대한 비틀기라고 생각된다. 말이 되어 나오지는 못하지만 ‘너무 맛있어’의 이면에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맛이 하나도 없어 못먹겠어”라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엄마-나’로 이어지는 누군가 누군가를 챙길 때 (먹고 먹이는) 누군가는 말라가고 누군가는 너무 많이 먹는 반복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통해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게 되는 것 같다. ‘나는 다른 사람을 통해 나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인식하게 된다’는 말처럼, 할머니와 엄마의 관계, 엄마와 나의 관계 또한 누군가 일방적을 희생하는 관계가 아닌, 그 과정 속에서 삶의 의지를 다지게 되는 그러한 관계의 연장일 것이다.

자살한 딸의 아이(손자)를 키우며 규칙적으로 살아가며 손자의 장애(언어 장애)를 치료하며 생활해 가는 노인의 생활을 보여 주고 있는 김채원 작가의 ‘빛 가운데 걷기’.

자식을 키우는 엄마임에도 자살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딸의 아픔을 달래기도 전에 남겨진 손자를 키우며 어떻게든 현실에서의 절망감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그리고 죽어버리고 싶은 마음임에도 언젠가는 죽게 될 것이지만, 결국 삶을 포기하지 않고 살아나가고 있는 모습에서 아픔을 체화하며 덤덤하게 삭히며 사는 ‘담담함’을 느껴본다. 불행이 반복되는 과정에서 백번이고 천번이고 삶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지만 (남겨진 손자를 키워야 한다는 당위보다 더 크게) 기쁨과 슬픔이 반복되는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고 내게 주어진 ‘그대로’ 살아가는 행위야 말로 삶을 견뎌내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빛이 있는 곳’이라면 건강해 질 수 있다는 표현처럼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며 버텨가면서도 빛이 있는 곳으로 ‘빛 가운데로’ 걸어가는 모습의 여운이 오래 남을 것 같다.

절친한 사이지만 풍요롭게 주어진 (다만 과정은 부모님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으로 주어지게 된) 친구를 두고 한 순간도 아둥바둥하지 않았던 시간이 없었던 주인공이 명의도용 피해자가 되어 그 아버지를 만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는 성혜령 작가의 ‘버섯 농장’.

깊은 관계라고 할 수 있는 전 남자친구의 무신경한 행위(배려라고는 없고, 그래서 헤어졌을 것인)로 인해 명의 도용 피해를 입게 된다. 가해자와는 연락 자체가 되지도 않아 그 아버지를 찾아가게 되지만 그 아버지 또한 아들과는 별개의 삶이고, 아들에게 할 만큼 다 했기 때문에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내 어머니에게만 신경쓰겠다는 어쩌면 非현실적이리만큼 무책임한 가해자의 아버지의 모습이 전형적인 사기치는 집안의 전형처럼 생각됐었다.

가해자의 아버지 또한 그 나름의 사정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들의 행위나 아버지의 무책임한 방관이 정당화 되는 것은 아니리라. 가해자의 아버지를 찾아가면서도 ‘참외’를 사가는 주인공의 행위 또한 생경하지만 삶에 여러 장애들로 치일만큼 치이고 지친 사람에게는 늘 자신을 ‘상식적이고 교양이 있는’ 사람으로 비춰지게 하는 것 또한 중요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아울러, 가해자의 아버지가 갑자기 돌연사(심장마비)하게 되고 또한 사체를 훼손하는 주인공과 친구의 모습은 뭔가 쉽게 이해되지 않고, 특히 애초에 살인을 염두에 두고 찾아간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도 들게 했지만, 결국에는 아무 희망이라고는 없는 현실에서 ‘정의’와 ‘선의’에 대한 물음과 함께 ‘책임’의 화두도 던져준다고 느껴본다.

하나의 큰 숙제까지는 아니지만 미뤄두고 있었던 해야할 일을 했다라는 안도감이 찾아왔다. 다른 자극적인 유혹들(게임, TV 등)에 쉽게 허물어지는 요즘 나 스스로의 마음가짐도 많이 나약해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시금 내가 계획하고 실천하고자 했던 나의 ‘절제’를 하나씩 하나씩 회복해 보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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