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블로그 | 랜덤블로그 쪽지
윾나
https://blog.yes24.com/bcyjy015
태그 & 테마링 | 방명록

전체보기
채식주의자 (한강) | 책장 2024-01-30 14:58
https://blog.yes24.com/document/19230475복사Facebook 보내기 트위터 보내기
북클러버 리뷰 제출 참여

[도서]채식주의자

한강 저
창비 | 2022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연민, 욕망, 고통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고통 3부작으로 불리는 책을 읽었다. 꿈을 꾼 이후 채식을 하게 된 '영혜'를 중심으로 이뤄진 세 장편은 그의 남편과 동서와 언니의 시선으로 서술된다. 내가 읽기에 화자 셋의 고통이라기 보단 영혜, 영혜의 주변, 언니의 고통이라고 생각된다. 직접적인 고통과 간접적으로 겪게 되는 고통의 느낌을 표현한 것만 같다. 실제로 없을 법한 것도 아닌지라 이해가 가는 것과 동시에 불쾌하다. 개중 두 번째 소설인 몽고반점은 한 번 읽고서 다시 돌아보지 않았다. 작가가 무엇을 적고자 했는지 전달은 되지만 그렇기에 다신 보고 싶지 않다. 

 

채식주의자

아직 내 옷에 피가 묻어 있었어. 아무도 날 보지 못한 사이 나무 뒤에 웅크려 숨었어. 내 손에 피가 묻어 있었어. 내 입에 피가 묻어 있었어. 그 헛간에서, 나는 떨어진 고깃덩어리를 주워먹었거든. 내 잇몸과 입천장에 물컹한 날고기를 문질러 붉은 피를 발랐거든. 헛간 바닥, 피웅덩이에 비친 내눈이 번쩍였어.

20p

그렇게 생생할 수 없어, 이빨에 씹히던 날고기의 감촉이. 내 얼굴이, 눈빛이, 처음 보는 얼굴 같은데, 분명 내 얼굴이었어. 아니야, 거꾸로, 수없이봤던 얼굴 같은데, 내 얼굴이 아니었어. 설명할 수 없어. 익숙하면서도 낯선…… 그 생생하고 이상한, 끔찍하게 이상한 느낌을.

21p

 

 문장 하나하나, 글자 하나하나 읽고 또 읽었다. 마치 내가 꾼 꿈 같아서, 내가 겪은 실제 일만 같아서. 그 감각과 두려움이 너무나 생경해서 구토를 할 것만 같았다. 영혜는 이러한 꿈을 겪기 시작하면서부터 달라졌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온전히 자신만 느끼고 두렵기 시작한 꿈을 어떤 사람이 멀쩡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삼분의 일 가량은 영혜만큼은 아니더라도 어렵지 않을까. 극단적이지 않았더라면 영혜가 정상의 범주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피웅덩이에 비친 내 눈이 번쩍였어.

 

 영혜의 변화는 이 문장에서부터 시작되고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날고기를 씹던 것은 사람이었을까 아니면 짐승이었을까. 내가 그랬나. 나는 그럼 사람인가 짐승인가. '채식주의자' 속에서만 바라본다면 영혜가 변하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독자인 나조차도 저순간만큼은 내가 역겨웠다. 그리고 알고 싶었다. 나는 결국 무엇인지. 

 

한번만, 단 한번만 크게 소리치고 싶어, 캄캄한 창밖으로 달려나가고 싶어. 그러면 이 덩어리가 몸 밖으로 뛰쳐나갈까. 그럴 수 있을까.

아무도 날 도울 수 없어.

아무도 날 살릴 수 없어.

아무도 날 숨쉬게 할 수 없어.

72p

 

  영혜는 숨쉴 수 있게 되었을까? 그렇다면 영혜의 선택은 옳은 것이었을까? 적어도 영혜 자신만으로 본다면 결코 영혜는 미치지 않은 것이다. 숨쉬고자 하는 마지막 변화였다고 생각한다.

 

 

몽고반점

십여년 동안 자신이 해온 모든 작업이 조용히 그에게 서 등을 돌리고 있었다. 그것은 더이상 그의 것이 아니었다.

98p

 

 외골수인 형부가 무엇을 찍고 싶었는지, 무수한 꽃과 잎들 속에서 어떠한 장면을 담고 싶었는지 이해가 간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것을 벗어난 형부의 욕망은 더욱 더럽고 추악하다. 어쩌면 전부 내던질만큼 모든 것을 얻고 동시에 모든 것을 잃은 형부는 어떤 마음일지 궁금하기도 하다. 그러나 아내에게 들키지 않았더라면, 예술을 앞세워 채운 성적 욕망은 계속 되었을 것이라 확신한다.

 

 

나무 불꽃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그런 순간에, 이따금 그녀는 자신에게 묻는다.

언제부터 이 모든 일이 시작되었을까. 아니, 무너지기 시작했을까.

198p

 

 영혜를 이해하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 너무나도 잘 표현되었다. 미친 사람이 영혜였기에 더욱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그리고 그런 영혜로부터 가장 많은 변화를 겪은, 겪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자식인 지아가 방어기재가 되지 않았더라면 언니도 영혜처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미치고 말았을 것이다. 그 사실을 언니 또한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두려운 것이다. 어쩌면 자신이었을지도 모르는 영혜의 모습이.

 

그녀는 이미 깨달았었다. 자신이 오래전부터 죽어있었다는 것을. 그녀의 고단한 삶은 연극이나 유령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의 곁에 나란히 선 죽음의 얼굴은 마치 오래전에 잃었다가 돌아온 혈육처럼 낯익었다.

242p

 

  주변으로부터 온갖 멸시와 환멸, 더러운 것을 보는 듯한 시선과 극단의 조치를 받으면서도 영혜는 자신의 원하던 것의 답을 찾았다. 해방의 길을 얻었다. 그와 반대로 언니는 혼돈 속으로 집어던져졌다고 생각한다.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읽고 나면 곱씹어 생각하게 된다. 누가 가장 '고통'인가. 그건 아무런 해답을 얻지도 표면적인 방어기재로 인해 찾지도 못하는 영혜의 언니이지 않을까.

 

 고통에 찬 확신이 마치 오래 준비된 것처럼,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그녀의 앞에 놓여있었다.

241p

이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

더이상은 견딜 수 없다.

더 앞으로 갈 수 없다.

가고 싶지 않다.

242p

 

  영혜의 언니가 '정상'이라는 범주 속에서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고통이라는 숲속에서 방향을 잃지 않길 바란다. 

이 글이 좋으셨다면 SNS로 함께 공감해주세요.
댓글(16) 트랙백(0)
이 리뷰를 | 추천 26        
유나
be my forever only
프로필 쪽지 친구추가
2월 스타지수 : 별1,282
전체보기
나의 리뷰
책장
태그
내용이 없습니다.
오늘 44 | 전체 611
2022-08-31 개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