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를 지냈던 최명 교수가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모아 책으로 엮은 에세이집이다. 재미있는 것은 본인 블로그가 아닌 산남(山南) 김동길(金東吉) 선생님 블로그에 올렸던 글이라고 한다. 나비 넥타이 매고 “이게 뭡니까”라고 외치던 김동길 교수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김동길 교수의 부탁을 받고 그의 홈페이지 ‘석양에 홀로 서서(www.kimdonggill.com)’에 매주 월요일 마다 2년 반 동안 글을 올렸는데 이를 모아 책으로 출판했다.
그때 그때 생각나는 것들을 올리다 보니 동서고금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평소 저자와 인연이 있던 분들의 이야기와 함께 여러 편의 글과 책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펼쳐간다. 그래서 책 제목도 <이 생각 저 생각>이다. 교수로서 키워온 다양한 식견과 지적 편력이 오롯이 담겨 있다.
500쪽이 넘는 이 책에는 말 그대로 다양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삼국지 이야기에서 시작해 양주동과 변영로의 술 이야기, 후지와라 데이가 쓴 <흐르는 별은 살아있다>의 국내 번역서인 <내가 넘은 삼팔선>, 후지와라 마사히코의 교육론, 데일 카네기의 <우도(지금은 인간관계론으로 번역됨)>로 이어진다. 자칭 국보(國寶)였던 무애 양주동의 이야기 중에 술(酒) 이야기는 재미있다. 데일 카네기의 <우도>는 책 전체의 내용이 거의 요약되어 160쪽 정도로 소개되는데, 얼마전에 읽었던 <인간관계론>을 다시 읽은 기분이다. 원래 책에 있는 사례외에 관련있는 동양의 사례가 저자의 해석하에 포함되어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이 책은 10년 이상 블로그를 운영해 온 나에게 평소에 글을 많이 써 두어야 책을 엮어 내기 쉽다는 진실을 다시 들려주는 듯하다. 책의 분량은 꽤 되지만 쉽게 읽혀지는 장점이 있다. 물론 한자 공부를 하지 않는 세대에게는 조금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큰 부담없이 봄꽃 구경 하는 가운데 재미있게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