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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의 향기 가득한 이윤기의 교양산문 | 고전/문학 2023-10-01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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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려올 때 보았네

이윤기 저
비채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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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싱가포르 여행하면서 읽은 책이다. 하나 하나의 산문들로 이루어진 글이라 토막토막 끊어 읽기도 적합하고, 다루는 주제도 다양해서 여행하면서 떠오르는 이런저런 생각들과 버무려 우리의 삶을 반추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연배가 있는 분이 쓴 다양한 분야의 글이라 내용이 조금 어려운 곳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읽힌다.

 

크게 5부문으로 이루어진 산문집은 역시 말과 글로 한평생을 보낸 저자의 주된 관심사인 글살이, 책살이의 문제를 첫 주제로 다루고 있다. 번역가로서 느끼는 애환에서부터 평생 학습을 위한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를 진솔하게 풀어낸다. 2부에서는 환경과 평화를 생각하며 한중일 삼국을 순회하는 ‘피스 앤드 그린 보트’에서 만난 일본인들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한일 관계를 조망한다. 과거의 닻에 매여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는 관계에서 벗어나 미래를 보며 문화라는 돛을 올리자고 역설한다.

 

3부에서는 저자의 베트남과 인연을 소개하면서 감상에 빠져 보기도 하고, 4부에서는 시골에서 나무 심고 농사 짓는 일의 힘겨움과 그 희망을 이야기한다. 마지막 5부에서는 ‘명창들’ 앞에서도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사연을 비롯해 일상의 여러 측면에서 떠오르는 단상들을 풀어놓고 있다. 산문집 제목에서인용하고 있는 고은 시인의 <꽃>을 이야기하면서 고은과의 개인적 인연들도 소개하기고 하고 자신은 아직 시인의 까마득한 오도송을 흉내조차 내지 못한다고 겸손해 한다.

 

인생의 경륜이 바탕에 깔려 있는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우리의 삶이란 누구를 모망하는 것이 아닌 바로 자신만의 노래를 명창들 앞에서도 주늑들지 않고 부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하루 하루 살아가는 우리의 삶에 진실과 도전과 올바른 가치관이 함께 담겨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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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곶자왈 환상숲 이야기 | 고전/문학 2023-08-20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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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숲스러운 사이

이지영 저
가디언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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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는 곶자왈이라는 지형이 있다. 한라산 동부와 서부 북부 등 넓은 지역에 분포하는 곶자왈은 가시덩굴이 우거진 황무지(자왈)에 생긴 나무숲(곶)이다. 생태계의 허파 역할을 담당하는 곳으로 이끼류, 양치류, 화초류, 수목과 습지가 발달되어 있다. 사계절 내내 일정한 온도가 유지되어 다른 지역에 비해 여름은 시원하고 겨울은 따뜻하다.

 

이 책은 곶자왈 중 하나인 환상숲에서 해설사로 활약중인 저자가 곶자왈의 사계절을 소개하는 에세이집이다. 몇년 전 나도 이곳 곶자왈 환상숲 공원을 방문해 숲체험과 함께 발마사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부러진 나뭇가지를 모아 '환상숲'이라는 간판을 만든 모습도 생각나고, 2010년경부터 이곳을 개발한 저자 가족들 이야기도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하루도 빠짐없이 같은 공간을 찾아서 낮선 방문객을 상대로 숲해설을 하는 단조로운 일상의 반복이 다소 지루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곳 환상숲이 하루하루, 또 해마다 새롭다고 한다. 숲을 이루는 식물과 나무, 동물, 하늘과 바람 어느 것 하나도 같은 날이 없고, 무엇보다 숲을 찾는 방문객들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환상숲의 사계절에 얽힌 이야기와 자신의 생각들을 들려준다. 곶자왈이라는 특수한 자연 이야기와 함께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과의 인연과 잊혀지지 않는 사연들을 소개한다. 큰 울림과 감동을 주는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서는 따뜻함이 배어난다. 이곳의 주인공인 식물들이 벌이는 치열한 생존경쟁의 모습도 저자의 애정을 담아 전해준다.

 

서로 반대방향으로 얽혀서 자라는 칡과 등나무는 갈등(葛藤)의 의미를 온몸으로 보여주고, 천혜향보다도 더 짙은 향기를 풍기는 탱자의 존재를 알려주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햇볕을 더 받기 위해 높이 경쟁을 벌이는 침엽수도 있고, 새순이 올라올 때 애벌레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억센 가시를 돋워낸 꾸지뽕나무도 함께 살아간다. 작은 공기 중에 있는 습기라도 빨아들이기 위해 자신의 뿌리를 공중으로 뻗어 마치 털이 난 것처럼 보이는 송악 덩굴 등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만날 수도 있다.

 

책을 읽으면서 몇년 전에 방문했던 이곳 곶자왈 외에도 제주 올레길을 완주하며 만난 또 다른 곶자왈의 모습이 떠오른다. 진한 향기를 뿜었던 하얀 백리향 꽃도 보고 싶어진다. 앞으로 제주의 독특한 생태계를 보여주는 이곳이 잘 보존되어 많은 이들에게 학습의 공간, 힐링의 공간이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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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예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쓰기 | 고전/문학 2023-08-0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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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꿀벌의 예언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열린책들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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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에서는 여러 가지 일들이 병렬적으로 전개되다가 마지막 부문에서 그 연결고리가 제시되고 독자들에게 하나의 교훈을 주는 방식으로 정리된다. 이 소설에서도 <꿀벌의 예언>이라는 예언서를 찾는 모험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된다. 크게 4가지 측면에서 이 소설을 접근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역사적 측면이다. 므네모스('잊혀진 기억'이라는 뜻) 제목으로 시작되는 이야기에는 출애굽기에서 시작되어 다윗과 솔로몬의 전성기를 지나 멸망과 디아스포라로 이어지는 유대인들의 역사가 간결하게 설명된다. 이와 동시에 사라진 예언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십자군 전쟁을 비롯한 중동의 역사적 사실들이 동원된다. 둘째는 종교적 측면이다. 유럽에서 기독교가 탄생해 자리잡는 과정에서 유대교와 이슬람교도간의 관계가 투쟁의 역사속에서 조명된다. 모두가 하느님이 자신들이 하는 일을 바라신다고 주장하며 이교도들을 죽이는 모습에서 정말 하느님은 무엇을 원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세 번째는 모험과 서스펜스이다. 스토리 전개의 대부분은 <꿀벌의 예언>이라는 예언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험을 주로 다룬다. 명상체험이라는 도구를 통해 과거로의 시간적 이동을 하기도 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에서 역사적 장소를 찾아가며 예언서를 찾으려는 모험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독립적인 존재가 아닌 서로 연결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는 환경이다. 꿀벌이 없는 세상은 나아가 인류가 생존할 수 없는 자연 환경의 파괴가 있다는 상징적 표현이기도 하다. 미래 사회에 일어날 지구온난화의 다양한 문제들을 언뜻언뜻 보여주면서 결국 <꿀벌의 예언>이라는 책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는 환경재앙을 예방하려는 작은 노력들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재미와 함께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메시지를 동시에 던지는 작품이다. 농약과 기후온난화, 말벌 등으로 인해 꿀벌의 개체수가 엄청난 속도로 줄어들고 있는데 인류의 대응은 느리기만 하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인류의 동참을 촉구하는 소설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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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져 멸종을 앞둔 인류의 미래 | 고전/문학 2023-08-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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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꿀벌의 예언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저/전미연 역
열린책들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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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인 <꿀벌의 예언>에서 두 가지가 느껴집니다. 먼저 '예언'이란 말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많은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시간 여행의 문제가 다시 등장할 것 같고, 꿀벌이라는 소재에서는 최근 꿀벌 개체수 감소와 연관하여 기후 온난화 이야기가 다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을 짐작해 봅니다.

 

이야기 서두에서 저자는 '꿀벌이 지구상에서 사라지면 인간에게 남은 시간이 4년뿐'이라는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합니다. 농약 사용의 증가, 천적인 등검은말벌의 등장과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꿀벌은 인류의 디스토피아적  미래에 대한 상징물로 보입니다. 이 소설은 꿀벌이 사라진 30년 뒤의 세상을 엿보고 나서 이를 막기 위해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문제해결을 하려는 주인공 르네의 모험이 실감나게 그려집니다.

 

<기억>에서 퇴행 최면을 통해 과거를 오갔던 르네가 이번에는 선행 최면을 시도해서 미래를 다녀오는 데 성공합니다. 한겨울인데도 43도가 넘는 이상 기후, 극심한 식량난, 거기에 제3차 세계 대전의 발발까지 끔찍한 모습을 보고 온 미래의 르네는 현재의 르네에게 <꿀벌의 예언>이란 예언서에 인류의 미래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르네는 최면요법을 이용해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납니다. 놀랍게도 예언서와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던 전생은 1천 년 전, 예루살렘을 탈환하기 위해 출정한 십자군 기사였네요. 르네는 전생의 자신과 함께 예언서에 얽힌 거대한 모험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들어가는데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 미래를 끊임없이 오가면서 전개됩니다. 결국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미래를 구할 힘은 현재의 바로 이 순간에 있고, 미래를 이해하고 대응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기억해야 한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근의 집중 호우와 엄청난 폭염 등 지구온난화를 실감하는 상황이라 저자가 제시하는 정답이 무엇일까 하는 궁금증을 가지며 읽을 수 있습니다. 꿀벌에서 인류의 미래를 보고, 그 해결책에 대한 독자의 궁금증에 기대어 스토리를 전개하는 작가를 보면서 2권에서 제시하는 저자의 정확한 처방이 무엇일지를 미리 짐작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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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속에 숨겨진 우리의 역사 | 고전/문학 2023-08-01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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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글자전쟁

김진명 저
새움 | 2015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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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문제의식과 치열한 논증을 바탕으로 우리의 역사 속에 담긴 진실을 찾으려는 김진명의 소설은 항상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비록 허구라는 장치를 사용하지만 드러난 사실보다 더 깊은 수면 아래의 진실을 캐내는 과정에서 우리가 잊고 있었던 점을 일깨워 주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글자전쟁>은 한자(漢字)의 기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한자가 갑골문자에서 나온 것인데 갑골문자는 은(殷)나라 것이고, 그 은이 한족이 아닌 동이족이 세운 나라이니, 한자는 우리 글자라는 인식에 바탕을 둔 이야기이다. 임어당이 지적했듯이 동이(東夷)가 우리의 뿌리라는 점에서 문제를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스탠퍼드 대학을 졸업한 국제무기중개상 이태민이다. 수재인 그는 일신의 명예보다는 오로지 500억의 커미션을 챙겨 안락한 인생을 살고픈 욕망으로 가득 차 있다. 비상한 머리와 국제정세를 꿰뚫는 날카로운 식견을 바탕으로 무기제조업체 ‘록히드마틴’에 입사한 지 2년도 안 되어 헤비급 사원이 된다. 하지만 무기중개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법의 그물에 갇히게 되고, 궁지에 몰린 그는 검찰 출석 하루 전날 중국으로 도피한다.

 

중국에서 태민은 비밀에 싸인 남자 ‘킬리만자로’에게 USB 하나를 받게 된다. 그날 밤 킬리만자로는 살해당하고 의문의 죽음 앞에 남겨진 USB의 파일 속에 담긴 소설을 읽으면서 역사의 숨겨진 사실을 하나씩 파악하게 된다. 한자는 모두 중국이 만들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 중국에는 논을 뜻하는 ‘답(畓)’ 자가 없다. 또 한자를 자전에 있는대로 발음하면 곧 우리말이 된다. 이런 문제의식 속에 담긴 참된 역사를 파악하기 위한 태민의 활약이 펼쳐진다.

 

중국의 동북공정을 통한 역사왜곡의 한 장면에 대한 작가의 외로운 도전으로 이해된다. 우리의 음식과 문화, 심지어 고구려 역사까지도 중국의 역사에 포함해 설명하려 시도에 대한 이유있는 반론이 아닌가 싶다. 소설에서도 태민은 중국의 역사가들 앞에서 한자의 기원에 대한 자신의 논리를 설파하고 나서, 한국으로 귀국해 검찰조사를 받게 된다. 개인적 문제보다 국가의 문제를 앞세운 그런 포석으로 풀이된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은 글이 잘 읽히지 않을 때 다시 책으로 돌아오게 만드는 신비한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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