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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생각과 물음을 던져준 한편의 영화(바더 마인호프) | 기타(영화,공연 등) 2009-08-03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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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바더 마인호프

울리 에델
독일, 프랑스 | 2009년 07월

영화     구매하기

처음으로 혼자 극장에 갔다.

낯짝 두꺼운 내가 유독 영화관은 혼자 가길 꺼려했었는데...

어라. 생각보다 이거 괜찮다.

어쩌면 나도 개봉관 영화랑 친해질 수 있을 것 같다.

 

각설하고...

바더 마인호프. 원제는 The Baader Meinhof Complex 다.

독일의 나치 잔재 청산과 반자본주의, 반제국주의를 기치로 폭탄테러와 방화, 납치, 테러 등을 행한 역사상 가장 급진적이고 파괴적인 테러단체로 손 꼽힌 적군파(RAF_Red Army Faction)의 실화를 영화한 것으로, 테러가 가장 효과적인 '저항'이라 믿는 행동파 리더인 '바더'와 진보진영을 대변하는 좌파 저널리스트인 '마인호프'의 이름을 따서 '바더-마인호프 그룹' 혹은 '바더 마인호프 갱' 이라 칭하며 일본 적군파와 구별하여 불리기도 한다.

 

장장 2시간 30분에 걸친 영화는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마치 무거운 주제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각종 자료화면과 함께 객관적 사실에 입각한 내용이 전개되고 있으며, 조금 특별해 보이는 점은 감독이 각 인물들에 대한 별도의 해석을 하지 않고, 또한 감독의 주관을 인물들을 통해 내비치지 않으려 하는 것, 다시말해 그들의 입장 내지는 그 반대편의 입장 등 그 어느 편도 대변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이 점이 더 좋게 느껴졌고 어쩌면 감독이 그들 혹은 다른이들의 어떠한 입장을 대변하는 순간, 바로 그래, 이건 영화일 뿐이겠지~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여러 가지 생각해 봄직한 꺼리를 제공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목적 달성을 위해 행해진 방화,살인, 심지어 비행기 납치 등의 폭력적 테러리즘의 수단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보다는 소위 '혁명'을 진행함에 있어 각 인물들에 대한 위치와 어떻게 이러한 끔찍하고 충격적인 사실들이 행해질 수 있었는지, 또한 이를 통해 그들은 목적달성까지는 아니라 할 지라도 얼마나 그에 부합하는 실제적 결과물을 쟁취하고 이로인해 어떠한 사회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러니까 내 생각의 무게중심은 전세계에 커다란 충격을 일으킨 독일 적군파가 독일 사회 내지는 세계사에 어떠한 의의를 지니는가에 대한 문제로 확대 해석해 본다는 것이다.

 

먼저 말이 나왔으니 혁명을 위한 폭력의 정당성 문제에 대해 언급하자면, 이는 그 시대에 행해진 수많은 테러 사건들. 숭고한 목적 달성을 위해 자행된 그 폭력이 과연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의 그 자체만을 평가하는 것은 커다란 의미가 없다고 생각된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은 교과서적이다.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없어야 하며, 그 방법은 효과적일 수 있겠으나 옳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문제는 기술한 바와 같이 그 자체만을 평가하고 멈춘다면 평가를 위한 평가 이외에 더이상 생산적인 담론을 이끌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그렇다면 과연 현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의 문제이며, 이에 대한 언급은 자연스레 다음 주제와 함께 기술하도록 하겠다.

 

두번째, 혁명조직을 이끄는 리더쉽과 인식과 실천 사이에 고뇌하는 지식인의 모습을 논하고 싶다. 바더-마인호프 그룹의 리더인 바더가 실제로 그러했는지 모르겠지만(감독이 전개하는 영화의 흐름상 아마 실제로도 그러했을 것이라 추정됨), 물론, 조직의 리더는 강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확고한 사고로 조직원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버팀목의 역할을 해 주어야 하며, 때로는 억지로라도 그러한 역할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느낀 바더는 히피문화의 옹호자이어서인지 모르겠지만, 너무나 자유분방하며 너무나 강직한 나머지 다소 유연성이 떨어진다. 이는 아랍조직과 함께하는 훈련장면에서 그대로 나타나는데, 그러한 유연하지 못한 사고는 자칫 잘못된 의사결정마저도 강행될 수 있는, 그로인해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하다. 이와 반대로 마인호프의 사고는 매우 합리적이며 현실적이다. 내가 언론인 마인호프에 대해 정이 듬뿍가는 이유는 비단 이러한 현명한 사고의 소유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녀는 이미 딸 둘이 있는 어머니이며, 나름 잘나가는 진보적 언론인으로 이른바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사회적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인식과 실천의 문제에 있어 주저없이 그 일치감을 보인다. 두 딸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되었음에도 말이다.

링 밖에서 그 안을 바라보며 레프트, 훅.을 주문하는 것은 링 안으로 직접 들어가 레프트와 훅을 날려보는 것과 비교할 바가 못된다. 마인호프.. 그녀는 링안에 들어가 레프트와 훅. 그리고 라이트와 어퍼컷까지 날려버린 위대한 인물이다.

 

세번째, 정말 어떻게 그들은 지하에서 수많은 테러, 급기야 비행기 납치까지 행할 수 있었는가와 과연 독일 적군파의 역사적 의의는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 던져보지 않을 수 없다.

독일 적군파는 1998년 공식적으로 해체를 선언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많은 테러가 벌어진 1968년의 상황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왜 1998년 처럼 1968년에 해체되지 못했던 것일까? 나는 이 의문점을 바로 그 안에 함께하고 있는 '독일민중'들에게서 찾는다. 당시의 추악한 전쟁이었던 베트남전에 대한 보편타당한 모두의 반전사상을 공유할 수 있었기에, 반제,반미의 정당성과 나치의 잔재청산에 대한 요구가 뒤따랐기에, 비록 전쟁세대가 사회적으로 안정된 위치에 포진해 현실적 사회참여가 힘들었을지라도 '양심'의 이름으로 보낸 묵시적 지지가 이들 조직의 생명력을 지탱해 준 것이 아닌가 싶다. 또한, 역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근원적 목적의 본질 보다는 사회적으로 행해지는 잔혹한 테러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더이상 예전과 동일할 수 없었기에 역시 자연스레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것이라 생각된다.

 

그렇다면, 그저 무모하고 쓸모없는 행동들이었을까? (여기서 고귀한 생명의 죽음은 일단 배제하고 논리를 전개한다.)

답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충분히 의미있는 결과물의 산출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들 적군파 1세대 주동자들은 모두 감옥에서 죽어나가거나 자살했다. 그 자살의 의미가 무엇이었는가는 굳이 분석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숭고한 혁명사상이었건, 패배주의로 인한 죽음이었건 간에 말이다.

프랑스의 68혁명이 드골 대통령을 물러나게 만들었으나 다시 반동세력에 정권을 내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해서 이를 단순히 혁명의 실패로 볼 수는 없다. 1987년 우리사회의 노동자대투쟁, 민주화혁명 당시 6.29 선언으로 인한 대통령 직선제의 결과가 노태우 군사정권의 연장으로 이어졌다고 해서 87년 민주화혁명이 패배한 혁명으로 여겨질 수 없듯이 말이다.

독일 적군파의 혁명적 운동은 비록 테러에 의한 비판받아 마땅한 폭력적 방법론을 취했지만, 결과론적으로 독일 민중과 전세계 민중들로 하여금 보다 양심적인 사고를 토대로 역사를 인식하는 씨앗을 제공했다 할 것이다. 또한 독일의 위정자들에게는 혁명적 불씨는 결코 주동자 하나만을 제거함으로 꺼지는 것이 아니라, 사태의 본질, 그러니까 무엇 때문에, 어떤 이유로 인해 발생한 것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게 함으로써, 향후 보다 인간적인 사회통합을 이룰 수 있는 나침반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도 해본다.

 

마지막으로 다시 앞에서 언급한 현재의 문제를 살펴보며 장문의 영화평을 마치고자 한다.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의 문제는 현재 한국사회의 틀 안에서 어떠한 방법론으로 보다 나은 사회를 건설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혁명'이라는 용어 뿐 아니라 변혁과 개혁에 있어서도 모두 마찬가지의 전제조건을 수반한다. 그것은 역시 '대중의 지지'가 어떠한 수위에 올라와 있느냐에 기인하며, 당연히 현재 한국 사회에서의 변혁과 개혁은 '프롤레타리아 폭력혁명론'을 그 방법론으로 거론할 수 없다. 동일한 논리에 따라 이는 절대로 '대중적 지지'를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 좋은 사회, 새로운 사회 건설을 위한 우리의 방법론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의회'를 통한 사민주의의 실현일 것이며, 현재의 진보정당의 역할론이 매우 중요하게 부상되는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이다.

 

두서없이 무진장 길게 써 내려 온 글이 많이 부담스럽다.

한편의 영화를 보며 머리 속에 맴돌던 생각이 이토록 긴 글을 쓰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

아무튼, 굳이 좋은 영화라기 보다는 많은 생각을 내게 던져 준 영화.

영화에 특별한 관심이 없는 내게 누군가의 권유가 없었다면 그냥 지나쳤을 뻔한 영화.

많은 생각과 함께 두서없지만 생각의 정리까지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 주신 분께 이 글을 빌어 감사의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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