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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시대 리더십으로 본 조선왕 성적표』 by 신동준 | 2013년(122) 2013-12-30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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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G2 시대리더십으로 본 조선왕 성적표

신동준 저
인간사랑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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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시대 리더십으로 본 조선왕 성적표』에서는, 조선조 역대 군왕 가운데 난세의 시기에 재위한 인물을 선정해 그들의 리더십을 집중 분석하였다. G2 시대의 혼란스런 모습은, 조선조 역사에 등장한 왕조교체기의 혼란스런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동양 전래의 역사에 비춰 천하의 주인이 바뀌는 왕조교체기에 해당하는 21세기는 G2 시대이며, 저자는 이를 난세로 판단하여 3번의 G2 시대를 현명하게 이끈 기준을 판단으로 삼아 명군(明君), 용군(庸君), 암군(暗君)으로 분류했다. 미ㆍ중이 격돌하는 현재는 우리에게 위기이자 기회다. 한반도 통일이 달성될 가능성이 커지기도 했거니와, 최고통치자를 비롯해 경제전쟁에서 기업 CEO들의 현명한 대응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기도 하다. 21세기 동북아시대는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4강국이 치열한 각축을 벌였던 1세기 전의 상황을 방불케 한다. 

 

   

■ 최고의 리더십을 발휘한 명군 

 

  •  태조 : 위화도 회군의 결단으로 새 왕조의 창업주가 된 점에서 명군으로 뽑힌 태조 이성계는 급진개혁파인 정도전과의 합작품으로 쿠데타를 성공시켰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왕명을 거부한 비주체적인 사대주의 행보로 폄하하고 있으나 고려 말의 상황은 개혁을 절실히 필요로 했고, 시대적 흐름을 읽은 이성계는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는 위업을 이뤘다. 다만, 개국 후 불사이군(不事二君)의 명분을 내걸고 몸을 숨긴 고려의 유신들을 조정에 참여시키지 못한 점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  태종 : 원명 교체기에 놀라운 결단력과 지혜를 발휘해 조선조 건국의 기틀을 닦은 태종 이방원을 사실상의 창업주로 칭했다. 또한, 두 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을 일사천리로 진행시켰다. 조선조 개창 당시 최고의 개국공신은 말할 것도 없이 정도전이나, 이방원의 공 역시 이에 버금갈 정도로 컸다. 왕권에 대한 도전은 용납하지 않았으나 재상 등에 대한 탄핵은 적극 수용하고, 성향이 다른 인사들을 동시에 재상에 임명해 서로 견제하도록 만들어 세력화를 억제했다. 이는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새 왕조의 기틀을 다질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  세종 : 역사상 인류가 찾아낸 문자 가운데 최고의 문자로 평가되는 한글을 창제한 세종은, 문무 두가지 측면에서 조선조 5백년을 통틀어 최고의 성세를 구가했다. 패도로 일관한 부왕 태종과 달리 패도와 왕도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는 최고의 통치술을 발휘했고, 천성으로 타고난 총명과 호학(好學)에서 비롯된 '수불석권(手不釋卷)'의 자세와 중국의 문물에 사로잡히지 않은 강한 주체의식, 애민사상에 입각한 훈민정음 창제는 우리 민족문화유산의 위대한 업적으로써 조선조 최고의 명군으로 꼽힌다.
  •  세조 : 전광석화 같은 반격으로 신권 세력의 발호를 제압하고 완권을 튼튼히 함으로써 5백년 사직의 기초를 튼튼히 한 세조(수양대군)은, 제2의 창업주에 해당한다. 세조는 조선왕조 운영의 기본 틀이 된 '경국대전' 편찬을 비롯하여 역대 군주를 통틀어 부국강병책을 가장 강력히 펼친 군왕이다. 문종의 죽음과 함께 어린 세자 단종이 즉위하면서 불안정한 정세에서 막강한 신권을 제압하기 위해 계유정난을 일으켜 김종서과 같은 권신을 제거하지 않았다면 조선조는 이내 신하의 나라로 전락했을 공산이 컸다.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한 것 역시 사림 세력의 왜곡된 시각을 그대로 채용한 것으로써, 단종이 숙부인 수양대군에게 보위를 물려준 것으로 재해석해야 옳다.
  •  광해군 : 국가 패망의 위기에서 취해진 일종의 편법으로 부왕인 선조에 의해 왕세자가 된 광해군은, 조선조가 맞닥뜨린 두 번째 G2 시대인 명청 교체기 때에 놀라운 외교수완을 발휘해 나라를 보존하고 백성을 안녕케 하는 보국안민을 꽤했다. 차서자라는 이유로, 명나라로부터 세자 책봉을 거부당하고 명나라 사신마다 막대한 양의 은자를 수탈해 가는 관행까지 생겨 보위 계승의 정통성에 큰 상처를 입었던 광해군은, 연산군과 더불어 조선 5백년을 통틀어 신하들에게 쫓겨난 군왕이었다. 왕권강화를 위해 대규모 궁궐 건축 사업에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반정의 빌미가 되었고 몰락을 알리는 전조가 되었다.

 

 

■ 성군?! 재평가가 필요한 용군

 

  • 성종 : 세조가 가차없이 철폐시킨 집현전의 후신인 홍문관을 개설한 성종은, 후대 성리학자들로부터 명군이라는 칭송을 얻었지만 그들의 관점일 뿐이므로 재평가가 절실하다. 언론권을 장악한 신진 사림세력이 재상권의 주요 구성원인 훈구대신을 압도하고 명실상부한 신권세력의 주축이 된 것은 상대적으로 왕권 취약을 들 수 있다. 조선이 패망한 가장 큰 원인은 왕권국가에서 신권국가로 나아간 데 있다. 그 계기가 바로 사림세력의 효시인 김종직의 중앙정계 진출이며 그를 총애하여 도학군주를 염원했던 성종의 리더십은 결코 높이 평가할 수 없다.  
  • 중종 : 연산군은 미치광이 폭군이 아니었고, 한낱 일신의 안녕과 부귀영화를 위해 자신들을 총애한 주군을 내친 배은망덕한 소인배들에 의해 중종반정이 일어났다. 연산군을 폭군으로 매도하는데 결정적인 배경이 된 무오사화와 갑자사화의 근본 원인을 왕권에 대한 신권의 도전에서 찾을 수 있다. 중종에 대한 평가는 그가 사림세력의 우두머리인 조광조를 끌어들여 공신세력을 제거한 뒤 다시 이들 사림세력을 제거하는 '기묘사화'와 직결된다. 재위 8년 동안 자신을 보좌할 측근 한 사람 만들지 못했고, 시종일관 우유부단함을 면치 못했던 중종은, 시세도 파악하지 못할 뿐더러 신권 세력에게 휘둘린 용군에 불과하다.
  • 숙종 : 재위 46년 동안 네 차례에 걸쳐 환국을 단행한 숙종의 기형적인 통치는, 신권 세력 같의 갈등을 교묘히 이용해 강력한 왕권을 유지하기는 했으나 각 붕당 세력들은 언제 유혈 숙청의 대상이 될지 몰라 전전긍긍했다. 인현왕후와 장희빈을 비롯해 경종까지, 처자식을 왕권 보호의 도구로 이용한 점은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그들 모두가 환국정치의 희생양이었다. 환국정치는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군약신강을 더욱 부채질하는 꼴이 되고 말았다. 노론 세력에 의해 보위에 오른 영조가 자식까지 뒤주 속에 가둬 죽인 것이 그 증거다.
  • 영조 : 탕평은, 당파의 구분없이 모든 사람을 고루 등용하여 정치적 안정을 꾀하고자 함에 있다. 영조에게 탕평은 노론을 제압하기 위한 명분일 뿐 아니라 왕권을 강화하는 유일한 방안이었다. 영조의 탕평은 완벽한 탕평이 아닌 외척과 연결된 '완론탕평'의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었다. 영조의 탕평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음은, 척족 세력이 함부로 날뛰는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탕평정치는 정조가 죽은 후 19세기 세도정치로 변질되어 정치적 혼란기를 맞이하였다.
  • 정조 : 정조는 경서와 사서를 막론하고 모든 분야에 걸쳐 최고의 인문학적 소양과 학문적 수준을 과시한 것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도학의 적통을 이어받았다는 취지에서 '군주도통론'을 주장하고 이를 왕권강화의 상징으로 삼고자 했으나, 이러한 학문적 결실은 현실정치에서는 착각이었다. 실제로 그는 군주도통론으로 인해 신권세력의 반발을 자초했고, 학문적 권위로 신권세력을 제압코자 했던 '군사론' 역시 더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노론 벽파를 포함한 신하들을 일거에 제압할 수 있는 결단력도 부족했고, 결정적인 순간에 결단하지 못한 채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는 정조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할 수 없다.

 

 

■ 나라를 위기와 혼란에 빠트린 최악의 왕

  • 선조 : 선조는 보위에 오르자마자 최고의 사림이 되기 위해, 내관의 수를 줄이고 본업인 제왕학 연마를 뒤로 한 채 문을 닫고 늘 책만 읽었다. 사림세력이 선조의 행보에 극찬을 아끼지 않은 이유이며, 중앙 정계를 사림이 독점한 연유다. 조선조의 패망은, 주변국의 변동상황을 외면한 채 성리학자인 퇴계와 율곡을 전면에 앞세워 권력투쟁을 일삼은 후기 유학자들의 책임이다. 왜란을 미연에 방지했거나 그로 인한 폐해를 극소화할 수도 있었지만,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일본을 곁에 두고도 현실과 동떨어진 명분주의에 빠져 오로지 성리학만을 추구했다. 문제는, 왜란을 패배로 인정하지 않는 조선이 전혀 반성할 필요를 느끼지 않은데 있었다. 현재까지도 선조의 처세를 ‘목릉지치’라 하며 명군으로 평가하는 것은, 자신이 범한 과거의 역사에 대한 반성을 결여한 처사다. 결과는, 3백 년 뒤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하는 참사로 이어졌다.
  • 인조인조정권이 정묘호란 당시에 맺었던 '형제지맹'의 약속을 어느 정도 이행키만 했어도 병자호란은 능히 막을 수 있었으나, 척화파들은 형제지맹 파기를 요구하면서 부모의 나라인 명을 대신해 청과 결전을 치를 것을 주장하고 나섰다. 청의 요청을 거부하며 명의 군사에게 식량지원을 해놓고선 대비책도 없이 전쟁을 자처했다. 군주는 물론 나라와 백성조차 안중에도 없는 성리학에 함몰된 조선조 사대부들의 정신상태를 짐작케 한다. 숙부인 군주 광해군을 내쫓고 아들인 소현세자와 며느리에 손자들까지 잇달아 죽인 어리석고 비정한 군주의 시호가 인조인 것은, 그와 함게 반정을 도모한 서인들이 권력을 함부로 사용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인조의 '친명사대'는 이후 조선의 군신으로 하여금 '소중화'를 내걸고 자폐의 길로 나아가도록 만들었다는 점에서 조선조 역대 군왕 가운데 최악의 군주로 꼽을 만하다. 반정의 주역인 인조는 왜란을 초래한 선조와 함께 암군의 전형이다. 땅에 떨어진 군위(君威)를 완전히 박살낸 장본인은 인조였다. 명분도 없이 광해군을 보위에서 끌어내고 쿠데타를 합리화하기 위해 대명 사대외교를 명분으로 내걸었다가 두 차례의 호란을 자초했다. 소현세자를 제거함으로써 정조 때까지 이어지는 심각한 정통성 문제까지 촉발시키는 우를 범했다. 이에 인조를 조선왕조 사상 최악의 군주로 임명한다.
  • 고종 : 고종 44년의 재위기간 중 시기별로 매우 다양한 모습을 보여왔기에 그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어느 한 가지 관점에서만 파악하는 것은 적잖은 논란이 된다. 자주독립을 겨냥한 일련의 개혁정치였던 '광무개혁'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그 성과에 비춰볼 때 나름 평가할 가치가 있다. 고종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광무개혁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전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개혁이 진행되는 동안 열강의 이권침입은 더욱 극성을 부렸고, 개혁 자체도 열강에 의존하였으며, 가장 큰 문제점은 군도의 요체인 결단력이 부족하다는 점에 있었다. 고종의 광무개혁이 오랫동안 주목 받지 못한 것도 이런 맥락에 있다. 그러나 사상 최초로 동서의 패권국이 서로 맞붙는 G2 시대의 난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나라를 패망의 위기로 몰아간 것에 대한 책임을 면피하기는 어렵다. 특히 대원군이 제거한 망국적인 세도정치를 부활시킨 점은 최대 실책에 해당하며, 이것이 조선 패망의 근본 원인이 되었다.

 

 

 원래 '조祖'는 창업주에 버금하는 대공을 세운 군왕에게만 부여하는 것이 원칙이다. 창업주인 태조 이성계와 강력한 왕권을 토대로 국세를 떨친 세조를 제외한다면, 선조, 인조, 영조, 정조, 순조 모두 '조'보다는 '종'의 묘호가 적합하다. 영조와 정조는 나름 업적도 있어 넘어갈 수 있다지만 선조와 인조의 경우는 완전히 어긋난 결과다. 두 사람의 공통점은, 왜란과 호란을 초래해 나라를 패망 위기로 몰아간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영조 때 붕괴됐던 4색 당파가 선조 때 다시 형성되는 빌미를 제공했고, 그의 묘호가 선종에서 선조로 승격된 것은 명분주의에 함몰된 조선조의 사대부들이 만들어낸 역사왜곡에 지나지 않는다. 선조의 치세는 한마디로 붕당정치로 요약된다. 그의 치세에 들어와 사림세력들이 거대한 붕당을 형성해 왕권을 위협하는 막강한 신권세력으로 부상했다. 후기에 들어와 군약신강의 신권국가로 치달은 이유다. 선조 때 시작된 붕당정치, 조선이 신권 우위를 기초로 한 성리학의 왕도를 유일한 통치 이념으로 삼은 데 있다. 당시 선조가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신권세력을 제압한 가운데 위엄을 보였어도 임진왜란 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조선왕조 5백년을 돌아보면, 나라를 다스리던 사대부 지식인들이 나라의 안녕과 민생은 아랑곳없이 오직 정적만 제거하는데 열중한 당쟁의 후과였다. 현재의 한국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위기는 역대 정부가 합작으로 빚어낸 실정의 결과물에 다름아니다. 고금의 역사가 보여주듯 반란이 성공하면 새 왕조의 창업주가 되고, 실패하면 만고의 역적이 된다. 암군들은 거시적 차원의 통치에 어두워서 주변 정세의 흐름에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 상대의 의도를 읽었다면 주어진 상황에서 나름대로 최선의 방안을 강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넓은 관점에서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지혜가 필요했다. 왕권강화에 목을 매면서도 결국 신국의 통치 속으로 들어간 조선의 왕들.. 자고로 나라의 최고 통치자는 전체적인 밑그림 먼저 그릴 줄 아는 배포가 있어야 할 것이다. '선조'처럼 사소한 일에 집착하게 되면 대의를 그르치기 마련이다. 조선시대의 사대부들은 소모적인 논쟁으로 시간만 허비했을 뿐, 보다 더 시급한 우선적 과제에 열중하지 않았고, 발전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여지조차 간과하는 실수를 범했다. 

 

 조선조 사대부들에 의해 성군의 칭송을 받은 성종과 중종, 숙종, 정조 등은 엄밀한 재평가를 요했다. 성종은, 모후인 인수대비에게 휘둘려 국가를 문란케 만들고 사람을 중용해 붕당정치의 길을 열어 '신하의 나라'로 변질되는 단초를 제공했다. 사대부들이 일으킨 최초의 반정으로 얼떨결에 보위에 오른 중종은 대책도 없이 기회주의로 일관하다가 기묘사화의 유혈참사를 빚었다. 이는 군왕을 압박하며 극단적인 명분론을 펼친 조광조가 명신으로 떠받들어지는 빌미가 됐다. 숙종은, 처자식까지 당쟁의 희생양으로 삼아 유혈당쟁을 자초한 장본인이다. 21세기 현재 세종과 더불어 최고의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정조의 경우는 신하들과 재치를 다투는 식으로 나라를 다스린 점에서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모두 군도가 아닌 신도의 길을 걸었다는 점에서 결코 명군으로 평할 수 없으며, 평범한 군주를 뜻하는 용군으로 분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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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이야기』 by 폴린 레아주 | 2013년(122) 2013-12-24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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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O 이야기

폴린 레아주 저/성귀수 역
문학세계사 | 2012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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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이야기』 전에 『스토리 오브 엑스(Story of X)』를 읽은 기억이 있다. 이 책을 언급한 이유는, 내용이나 배경, 심지어 제목까지('Story of X'를 우리말로 해석하면 'X 이야기'다) 상당 부분 유사하기 때문이다. ‘주인님’이 된 남자에게 절대복종과 채찍을 휘두를 것을 기다리면서 마냥 행복한 성의 노예가 되고, 남녀평등주의의 정서관을 버리게 한 점이 그러하며, 예술성을 지닌 고딕 건축물 대신 한적한 루아시라는 마을의 어느 저택에서 벌어진 고문에 가까운 채찍질과 철저한 유린 현장이 그렇다. 『스토리 오브 엑스』는, 미스테리한 종교의식을 통해 단계별로 수위를 높여가는 과제들 속에서 주인공 둘의 사랑이 깊어가고, 양분화되었던 육체적인 쾌락과 정신적인 구심점이 합일화되는 등 절대적인 사랑을 향해 나아가고 있기에 퇴폐적이라는 느낌이 덜하다. 하지만 『O 이야기』는, 애당초 순애보를 거부한다. O는 대놓고 공식적인 창녀가 되고 있으며 그녀는 그것을 즐긴다. 두 책은 모두 위험하고 도발적이며 변태적 성욕이 주는 혐오감도 짙지만 물밑 수위는 『O 이야기』가 한층 깊다고 할 수 있겠다. 보도자료를 보면, 여성작가가 여성의 시각에서 쓴 『O 이야기』라고 소개하고 있는데 오해하지 마시라. 그야말로 순억지 주장이다. 여성작가가 쓴 것은 맞을지언정, 여성 모두를 대표하는 것이 아닌 폴린 레아주 개인이 가진 판타지일 뿐이기 때문이다. 생텍쥐베리의 『어린 왕자』 이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읽힌 프랑스 현대문학의 대표작 중 하나라는 진실이 쇼킹할 따름이다. 

 

 

 

애인의 뜻을 충실히 배려하는 O라는 여성의 의무는 불순물을 받아내는 그릇이자 시궁창 그 자체였다. 집요하게 유린당하고 은밀한 신체 부위들은 루아시 저택에 속한 남성들로부터 무조건적인 복종과 함께 쾌락의 공공도로가 되고 훼손당한다. 어이없는 건, O의 애인이라는 르네가 그들 성(城)의 사교클럽에 정식 소속된 자들(모두 그날 처음보는 남성들임에도)에게 공유하기로 약속했다는데 있었고, 르네를 비롯한 소속된 자들 역시 O를 소유하고 향유하는 자들이라는 점이었다. 성(城)관리자쯤으로 여겨지는 남자가 '금테가 둘러지고 쇠로 만들어진 문장 반지'를 O에게 권하는데, 그 반지가 상징하는 것은 성(城)의 사교클럽 정식 회원들에게 언제나 맹목적인 그릇이 되라는 의미, 일종의 공공노예의 증표였다. 또한, 일상에서도 열려있는 즉각적인 가용 상태(속옷을 착용하지 않은 채 항상 다리를 벌리고 입을 반쯤 벌리고)를 유지해야 한다. 이런 완벽한 노예가 있을까?

 

 이 책에 대한 혐오감을 피력한 가장 큰 이유는, 애정 없이 육체가 먼저 앞서가는 측면도 있겠지만 그보다도 애인 르네의 것은 언제나 자신의 것이기도 했다던 '스티븐 경'의 등장이다. O의 육체를 사용할 권리, O묶을 권리, O의 잘못을 응징할 권리, O에게 채찍질을 가할 권리, O 고통스러워 비명을 지른다해도 전혀 개의치 않을 권리 등 스티븐 경과 르네는 그러한 비도덕적 권리를 공유한다. 하지만 모델 자클린에게 홀딱 빠진 르네는, 아주 쿨하게 스티븐 경에게 O를 완전하게 양도한다. O를 이해할 수 없는 건, 언제라도 이 상태를 거부할 권리가 살아 있다는 점이다. 자신의 사랑과 노예 취향이 아니라면 노예 상태를 강제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벅지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길이의 고문기구같은 링이 종의 추처럼 달게 하고, 1센티미터 깊이의 살점을 인두로 지진 스티븐 경의 이니셜을 새기게 한다. 그것을 두고 O는 오히려 자랑스러워 한다. 스티븐 경의 횡포 역시 애정 어린 시선, 감미롭고 안락한 행복감에 마냥 젖어있다. 결말 부분으로 가면, 피어싱된 링에 체인(개줄)을 달아 알몸 상태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장면까지 묘사된다.  

 

◆ 발췌 : 1954년 세상에 나온 『O 이야기』는, 출간 이듬해 저자의 정체가 오리무중임에도 불구하고 가능성 있는 젊은 작가를 대상으로 한 ‘되 마고 상(Prix des Deux Magots)’을 수상하면서 일약 화제가 되었으며, 여러 지식인들로부터 극단으로 갈리는 평가를 받았다. 프랑수아 모리악은 “구토를 불러일으킨다”고 악평한 반면, 조르주 바타이유와 그레엄 그린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애초 이 작품이 논란의 대상이 된 데엔 과격한 성애장면보다도 그 속에서 드러나는 여주인공 O의 태도 자체가 큰 몫을 차지한다. 자기해체에 이를 정도로 남성의 욕망에 몰입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놓고, 페미니스트들의 반발이 거세었으리라는 점은 타당하다. 남성중심주의적인 망상의 극악무도한 경지로 지목되면서, 여성으로서의 성적 존엄성을 철저히 배반한 소설로 치부되기도 했다. 훗날 저자임을 스스로 밝힌 도미니크 오리는 이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더없이 간명하게 피력했다. “글쎄요… 제가 아는 건, 그 소설의 모든 것이 저 개인의 순전한 환상이라는 사실입니다. 남성중심이든 여성중심이든 그런 건 상관하지 않아요… 그 속에 실재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세상 그 누구도 O와 같이 다루어지는 걸 견뎌낼 사람은 없지요. 모든 것이 저의 사춘기부터 존재해온 환상일 뿐입니다.” 

 

 흔히 현대 에로티시즘 문학의 걸작이라 불리는 이 소설을 막상 저자 자신은 연인에게 보내는 ‘연애편지’로 애당초 규정했었다. 그렇게 흐른 세월이 어언 40여 해, 1994년 여든여섯 살 할머니가 되고서야 공식적으로 자신의 정체를 밝힌 저자의 변이다. “(그를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당시 나는 젊지도 않았고, 예쁘지도 않았답니다. 그래서 다른 무기를 찾아야 했어요. 육체가 전부는 아니었으니까요. 무기는 정신 속에도 존재하니까 말입니다.” 이 소설은 연인을 향해 쓸 수 있는 가장 절절한 연애편지일는지도 모른다. 이 책 속에 난무하는 사도-마조히즘적 담론들은 단순히 성적 쾌락의 수행으로 읽히기보다는 어떤 극한의 추구, 절대를 향한 자아의 완전한 헌정(獻呈) 의지로 해석된다. 마치 노예처럼, 용해되는 원소처럼 연인이라는 존재에, 사랑 자체에 완전히 속해버리고자 하는 작가의, 아니 O의 연애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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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골라 뜨는 『손뜨개 패턴 500』 by 고세 지에 | 2013년(122) 2013-12-23 2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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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손뜨개 패턴 500

고세 지에 저/배혜영 역
진선아트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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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골라 뜨는 『손뜨개 패턴 500』에서는, 매력적인 손뜨개 패턴 500가지를 소개한다. 이 책의 저자 고세 지에는 1965년 연구를 위해 로마에서 유학할 때 북유럽 손뜨개의 진수를 맞본 뒤 손뜨개를 일생의 업으로 삼게 된 손뜨개 디자이너다. 저자의 수많은 경험 속에서 가장 애착을 느끼는 패턴 500가지를 엄선하여 수록했다. 500가지의 뜨개 패턴이 한 컷 한 컷 모두 컬러 사진에 담겨져 있는데다가 옆에는 흑백 도안을 함께 실어 뜨개질법을 쉽게 배우고 활용할 수 있다. How to make & Basic Technique 에서는, 아래 여섯 가지 무늬뜨기를 응용한 기법과 작품들을 여럿 소개하고 있다.  

 

 


 

 

Ⅰ. 겉뜨기와 안뜨기 
대바늘뜨기의 기본인 겉뜨기와 안뜨기를 한 코 한 코 조합해서 무한한 뜨개바탕을 만들 수 있다.
겉쪽과 안쪽에서 느낌이 전혀 다르다.
각각의 분량과 배열 방법에 따라서 신축성이 뛰어난 뜨개바탕을 만들 수 있다.



 
Ⅱ. 교차뜨기 
코와 코를 교차시켜서 무늬를 만드는 방법이다.
2코×2코, 3×3코 또는 오른코 위, 왼코 위와 같이
콧수와 교차 방향을 다양하게 조합해 무늬를 만든다.
안뜨기 바탕 안에서 겉뜨기를 코로 교차시켜 음영이 있는 입체적인 무늬를 표현할 수 있다.
교차 무늬는 실로 만드는 조각과도 같다.
꽈배기 무늬는 교차뜨기의 특성을 잘 살린 무늬이다.

 

 

 

Ⅲ. 비침무늬뜨기

걸기코와 코 줄이기로 만든다.

두 방법을 다양하게 조합하면 복잡한 레이스 무늬를 뜰 수 있다.

가늘 실로 뜨면 가볍고 화려한 뜨개바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Ⅳ. 코바늘뜨기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즐긴 패턴이다.
 사슬과 짧은뜨기, 긴뜨기, 한길긴뜨기, 두길긴뜨기를 조합해서 무늬를 만든다.
짧은뜨기가 많으면 뜨개바탕이 두꺼워지고
사슬뜨기가 많으면 완만한 곡선이나 가벼운 뜨개바탕이 된다.
대바늘뜨기와 달리 겉쪽과 안쪽의 구별이 없다.
 
 
Ⅴ. 끌어올려뜨기와 걸러뜨기
코를 세로 방향으로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2색 이상의 실을 사용해 무늬를 표현하고 싶을 때,
입체감이 있고 변화가 풍부한 뜨개바탕을 만들 수 있다.
걸러뜨기는 코를 뜨지 않고 왼쪽 바늘에서 오른쪽 바늘로 옮기는 방법으로
코가 아랫단에서 끌어올려지고 뒤쪽에 실이 수평으로 걸쳐져 신축성과 탄성이 있는 뜨개바탕이 된다.
 

 

 

Ⅵ. 테두리뜨기
천 테두리를 장식하려는 목적에서 생겨났으나
차츰 레이스뜨기의 테두리 장식과 니트의 트리밍에 쓰이게 되었다.
뜨개 작품에서 테두리를 안정시키거나 긴장감을 주기 위해 매우 중요한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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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by 기욤 뮈소 | 2013년(122) 2013-12-20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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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내일

기욤 뮈소 저/양영란 역
밝은세상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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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단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기욤 뮈소의 작품을 접하게 되는 영광을 누렸다. 작가는 두 가지 차원에서 소설을 쓴다고 한다. 첫 번째는 확실한 오락적 차원에서, 두 번째는 작가 스스로가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주제라는 차원에서. 그런 의미에서 소설 『내일』은,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킨다. 처음엔 이야기를 정립시키고 뿌리내리는 시간으로 발효 숙성되듯 읽히다가 어느 한 순간 거센 풍랑을 만난 듯 가파른 서스펜스적 구성과 섬세한 필치로 거장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놀라운 가독성을 보여준다. 마치 3차원 입체화면을 보는듯한 생생한 장면 구성과 빠른 전개는 호흡까지 멈추게 할 지경이고, 비주얼한 사건들의 결합 방식은 동적으로 요동치다가 긴장감 끝으로 가슴 뿌듯한 감동까지 있다. 이 책 한 권을 두고 평가한다는 것이 우습지만, 다수의 독자들이 기욤 뮈소에게 열광하고 빠져들게 되는 원동력이 여기에 근거하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본다.

 

 

 

 

 

1년 전, 불의의 교통사고로 사랑하는 아내 케이트를 잃은 매튜는 혼자서 어린 딸 에밀리를 돌보며 하버드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다. 그리고, 유부남들에게만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엠마는 조울증 환자처럼 심한 정서불안을 지녔지만 뉴욕 최고급 식당의 와인감정사다. 매튜는 엠마가 사용했던 중고 노트북을 벼룩시장을 통해 구입하게 된다. 하지만 두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체인 맥북은, 1년의 시차가 존재하고 둘의 만남은 불가피하다. 대신 1년을 앞서 살아가고 있던 매튜에게는 아내를 되찾을 기회가 열린다. 엠마는 과연 케이트를 죽음으로부터 건져올릴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과정에서 케이트의 놀라운 비밀이 벗겨진다. 유서깊은 대학병원 심장센터 전문의였던 그녀는 사랑과 광기 사이의 경계를 과감하게 벗어던진다. 반드시 끝을 보는 성격에 사랑이라는 약점을 가진 케이트는, 희귀 혈액형인 헬싱키 그룹에 속한 매튜를 알아보고 치밀한 계획을 진행시킨다.

 

 『내일』은 타임슬립을 다룬 소설이다. 과거의 특정 어느 시간 속으로 되돌아가 오류를 바로 잡고자 인간의 상상력에 의해 생성된 타임슬립은, 헛된 욕망의 소산일 것이다. 실존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아나스타시스(그리스인들이 죽은 자들의 부활을 일컬을 때 사용하는 어휘)가 실현될 수 있을까? 시간을 되돌리는 일이 가당키나 할까? 그 점을 소거한다면, 이 소설은 현실에서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충분히 열어둔 채 끔찍한 파장을 몰고온다. 과거로 돌아가 의외의 매튜의 본성을 발견해서 살짝 실망도 했지만 운명의 계획에 판도를 바꿔 권선징악(?)이라는 주제 유형을 반영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이 『내일』인 이유는, 절박한 가운데서도 내일을 희망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천재지만 대인기피증이 심한 로뮈알드에게 엠마가 한 말, "너를 키워준 분들이 네 진짜 부모님들이야. 이제 네 생물학적 엄마가 누군지 알았잖아. 이젠 앞만 보고 가는 거야. 절대로 뒤를 돌아봐서는 안 돼." -P338 

매튜 집에 세 들어 사는 동성애자 에이프릴이 매튜에게 한 말, "이봐, 나에 대해 알아?" "죄다 내가 당신한테 말해준 것들뿐이잖아. 당신이 나에 대해 알고 있는 이야기들은 진실과는 거리가 멀어." '사람은 앞을 보고 나아가야 하니까. 과거는 이미 지나갔어." "사람들은 흔히 겉모습만 보고 상대를 판단하지. 케이트의 진실이 뭐였건 이미 죽은 목숨이라 돌이킬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친자 확인 검사를 해서 뭐하게? 케이트의 과거를 뒤지고 다녀봐야 고통과 불신만 가중될 뿐이야. 당신을 더욱 고통스럽게 하는 일이야. 이쯤에서 인생의 페이지를 내일로 넘겨." -P270~272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웠던 시간들이 속임수에 불과하다면 그 비극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가장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한 이후, 사람으로부터의 신뢰를 다시 되찾을 수는 있을까? 그러고 보면, 진실은 때로 치명적인 상처를 가져다준다. 과거를 무작정 덮는 주의는 안된다. 때로는 상처를 입더라도 정답에 대한 온전한 대가는 지불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지 않은가!

 

* 타임슬립(Time slip) : 1994년 일본의 무라카미 류의 소설 <5분 후의 세계>에서 처음 등장한 신조어. 시간이 미끄러진다는 뜻으로 타임머신과 같은 기계적인 시간 여행이 아닌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연스럽게 오고가는 시간여행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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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미술치료』 by 미미 파렐리-핸센 | 2013년(122) 2013-12-20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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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영성 미술 치료

Mimi Farrelly-Hansen 저/류정자,심상욱 공역
가나북스 | 2014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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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치유력은 언어적 방어를 우회할 수 있게 해주고 평범한 의식을 훨씬 뛰어 넘어 감정을 직접적으로 원활히 소통할 수 있게 해주는 능력에 있다. 비언어적 표현을 통해 자신의 문제와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미술형식은 의식적으로 찾아나서지 않아도 놀이를 통해 자발적으로 생겨나므로 미술치료 중 경험될 가능성이 더 높다. 미술치료는 심장과 영혼의 언어라 한다. 미술치료 과정을 경험한 사람들은 우리 내부와 우리 밖에 존재하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영적 진실을 드러내는 신비로운 이미지를 접하게 된다. 『영성 미술치료』는 이러한 미술치료에 종교가 결합하여 영적인 것을 더했다. 하지만 서론부터 난해하다. 미술치료에 관심은 있지만, 접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나 같은 문외한에게는 그야말로 '소 귀에 경읽기'에 불과하다. 미술치료를 전공으로 하는 전문가들이나 종교와 신앙에 심취한 영성 치료자들에게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영성 미술치료』는, 미술치료와 기존의 다섯 분파의 영성 전통과의 관계를 다루는 다섯 개의 장으로 시작한다. 기독교, 불교, 유대교, 요가, 켈트교를 중심으로 읽다 보면 독자들은 이미지가 갖고 있는 변신가능성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게 된다고 안내한다. 사람들의 경험이 세상을 지루하고 혼란스럽고 걱정과 슬픔으로 가득하고 정신적으로 병이든 보다 극단적인 세상이든 혹은 우울하고 갈 곳 없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으로 가득 찬 세상이든지 어떻게든 이해해보려고 애쓰는 사람들의 경험에 관한 이야기들이라 일컫는다. 여기에 실린 각각의 글들은 명상, 휴식, 기도, 순례, 임상, 공동체, 땅과 같은 주제들이 어떻게 드로잉, 페인팅, 사진, 콜라주, 점토를 통한 작업들과 관련이 되는지를 집중적으로 실례를 들어 보여준다.

 

영성은 생명력을 띠는 것이고,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지만 우리들 모두에게 내재해 있기 때문에 상담이나 심리치료 과정 중에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한다. ‘삶과의 연결’이라는 부제는 이 패러다임의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성격을 보여준다. 내담자들을 대상으로 미술을 이미 활용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 안에서 가능성을 찾고자 하는 전문가들에게,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는 참고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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