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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공 하늘 아래』 by 신현수, 최정인 | 2021년 2021-09-22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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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이공 하늘 아래

신현수 글/최정인 그림
스푼북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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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전쟁은, '베트콩'으로 불리는 민족 지도자 '호찌민'을 지지하는 '남베트남 민족 해방 전선'이 미군의 든든한 지원을 받는 남베트남 정권에 맞서 싸운 전쟁이다.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 편에 서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국가 중 하나였다. 우리 한국군은 베트남에 파병돼 베트콩을 무찌른 한편, 베트남 국민들을 대상으로 여러 대민 사업에도 앞장섰다. 하지만 전쟁 과정에서 마을을 파괴하거나 일반 시민들을 죽이기도 했으며, 베트남 전쟁에 협력한 대가로 미국의 원조를 받기도 했다. 『사이공 하늘 아래』는,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당시 베트남에 파병된 한국군 '김수동 병장'과 남베트남 소년 '뚜언'의 인연을 이야기한다. 남베트남 사람들과 한국군, 비록 가상의 인물들이지만 그 시대를 대표하듯 그들이 겪었을 안타깝고 혼란스러운 상황에 절로 감정이 이입된다. 베트남 전쟁이 무엇인지 명쾌하게 정리한, 한편으론 마음이 아픈 창작동화다.

 

남베트남 정부가 남베트남 민족 해방 전선을 대상으로 전쟁이 한창일 때 뚜언네 마을에 한국군이 온다. 그들은 구호 물품을 나눠주고, 의료 봉사를 하고, 농촌 일손을 거들고, 다리를 놓고, 학교와 집을 세우는 등 여러모로 도움을 주지만 어쩐지 어른들의 눈빛은 호의적이지 않다. 한국군이, 해방 전사들을 죽이고 잡아가는 미군을 도우러 온 것이 진짜 임무란 것이다. 이런 상황이 어리둥절한 뚜언에게 어느날, 한국군 김수동 병장이 고향에 있는 동생들과 닮았다며 자신과 여동생 하이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온다. 그러던 중 큰집 마을이 온통 불에 타고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 죽어버린 참혹한 광경과 마주한다. 운좋게 살아남은 고모는 큰집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든 게 한국군이라고 했다. 이내 뚜언은 한국군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고 그것은 김수동 아저씨에게로 향한다.

 

그러던 어느날, 뚜언이 망고밭 옆을 지나갈 때 전갈에 쏘이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지나던 군용 지프에서 김병장이 내렸고 응급 치료를 잘 해준 덕에 위기를 모면했다. 졸지에 한국군은, 뚜언에게는 생명의 은인이었지만 큰집 마을 사람들을 죽인 원수이기도 했다. 뚜언은 파파야 나무 아래에서 습득한 김수동 아저씨의 동생들 사진과 편지를 돌려준다. 한때 미움과 원망으로 가득해서 찢어버리려고까지 했던 것들이었다. 그리고 얼마 뒤, 김수동 아저씨는 작은 상자 속에 한통의 편지와 검은 렌즈가 달린 기다란 망원경, 어머니께 드리라는 인삼 몇 뿌리까지 담아 선물하곤 고국으로 돌아갔다. 편지에는 베트남에서의 임무가 끝났기 때문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며,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뚜언과 하이와 김병장 세 사람이 나온 사진도 함께 동봉했다.

 

베트남 전쟁과 한국 전쟁에는 공통점이 있다. 두 나라 모두 자국이 원해서 일어난 전쟁이 아닌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체제로 나눠진 미국과 소련 간의 힘겨루기라는 냉전 시대의 전쟁이란 점이다. 한마디로, 두 나라의 욕심으로 남과 북이 갈라져 같은 민족끼리 총칼을 겨눈 전쟁이란 점이다. 다른 점이 있다면, 베트남은 이미 통일을 이뤘지만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통일을 이루지 못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과 북이 분단된 나라이기도 하다.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라는 우리나라의 오명이 하루속히 통일로 치환되기를 희망한다.

 

#사이공하늘아래 #신현수 #최정인 #스푼북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어린이소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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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미술관』 by 진병관 | 2021년 2021-09-19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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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기묘한 미술관

진병관 저
빅피시 | 2021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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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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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길이 막히기 이전에 회사 동료들과 일주일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일정이 미술관 내지는 박물관 투어였는데 휴식 시간이 간절할 정도의 강행군이었다. 그러다 보니, 예술품 앞에서 '감상'이 아닌 '감정'만 깃들고 피로만 누적된 채 귀국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참으로 어리석은 경험이었다. 『기묘한 미술관』을 읽은 직후 여행을 준비했었다면, 적어도 미술관 투어에 앞서 기본 학습은 되어 있었을 텐데 후회막급이다. 자고로,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다(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 처음 등장했던 말). 이에 대해 반박하는 분들도 일부 있겠지만,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전문가의 지식을 미리 익혀야 하지 않겠는가. 학창시절, 예습을 하고 수업을 듣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를 유추해 보면 쉽게 비교할 수 있으리라.

 

 

그간 미술 관련 서적을 몇 권 읽은 바 있지만 이번 『기묘한 미술관』은, 가장 흥미로운 도서다. 13년간 파리에 살던 저자는, 미술관에서 거의 살다시피 할 정도로 미술에 대한 사랑이 극진했다. 그러니 미술관 출입을 1500번은 훌쩍 넘을 정도였다고 자부하고 있다. 이 책 속에는 다섯 개의 관으로 나눠 작품의 탄생과 배경, 화가의 삶과 죽음, 역사적 배경이나 시대 상황, 작품에 대한 해석이나 사조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은 예술품까지 다채로운 각도에서 조명한다. 특히 그림에 대한 본문 해석에서 좀더 확장된 스토리를 담은 페이지 《깊이 읽는 그림》을 통해 당대 사회적 이슈와 그림과 관련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입체파 화가들에 의해 콜라주 기법을 발전시킨 세간원 화가 '앙리 루소',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 이후 계절별 화사한 꽃들을 모두 담은 '한스 볼롱기에르'의 <꽃이 있는 정물화>, 자신이 본 것만을 그린 <올랭피아> 스캔들을 통해 서양 미술사의 가장 큰 획을 그은 '에두아르 마네', 세상 불편해 보이는 가족 초상화를 비롯해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숨겨진 이면의 이야기를 담으려 했던 '에드가르 드가', 어릴 적 화가를 꿈꿨던 20세기 가장 끔찍하고 잔인한 미술 컬렉터인 '아돌프 히틀러'가 좋아한 화가 '요하네스 페르메이르'를 통해 화가들의 취향을 들여다 보았다.

 

 

현재 인터폴에 도난당했다고 등록된 미술품만 3만 점에 이르는데 세기의 미술품 도난 사건을 논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떠올릴 정도다. 경매에 나온다면 40조 원의 가치라는 해석이 따른다. 1545년 피렌체 미디치 가문의 코시모 공작이 프랑스 국왕에게 보낸 '아뇰로 브론치노'의 <비너스와 큐피드의 알레고리>는 여러 제목으로 불리면서 상당히 복잡한 해석이 들어간 그림이다. 기득권을 비판하는 정치 풍자 캐리커처로 유명했던 '오노레 도미에'는 서민들을 보는 시선을 따뜻했다. 기원전부터 금색은 가장 높은 권력이나 빛을 상징하는데 쓰였으나, 12세기 들어 푸른색이 성모마리아의 색이 되면서 유력 가문과 왕과 교회는 더 많은 푸른색(울트라마린)을 얻기 위해 금보다 더 비싼 가격에 거래되었다.

 

 

입체파와 야수파가 주류로 자리 잡은 20세기 초 현대 미술계에서, 파스텔 톤의 몽환적인 자신만의 스타일을 보여준 최초의 여성 화가 '마리 로랑생', 암스테르담에서 가장 성공한 화가 '렘브란트 판레인'은 단체 초상화 <야경>으로 인해 추락하고 끝내 파산한다. 잔 앙투아네트 푸아송이라는 여인은, 루이 15세의 정부로 살다간 퐁파두르 부인으로 불렸다. 프랑스 왕실을 기울게 한 것은, 그녀가 쥐고 있는 추후 프랑스 혁명을 주도할 백과사전 때문이다. 16세기 유럽 사회에서 여성과 비기독교인은 비주류였으나, 세기의 지식인을 한자리에 모아 그린 '라파엘로 산치오'의 <아테네 학당>에서는 최초의 여성 철학자 '히파티아'와 무슬림 학자 '이븐루시드'가 발견된다.

 

 

오베르에서 머문 고흐의 마지막 70일간 행적에서 자살의 이유를 찾기 힘들다. 그의 미스터리한 죽음에 관한 주장들은 <까마귀 나는 밀밭>에 모두 묻혀버렸다. 무능한 선장의 과욕이 부른 대참사로 무고하게 희생된 선원들의 비극을 알린 '테오도르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뗏목>은 병원 영안실의 시체까지 찾아다니며 그린 기념비적인 대작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선천적 장애나 다모증을 가지고 태어나면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고 궁전의 구경거리나 왕의 소장품이 되었다. 화가 '페르디난트 호들러'의 삶에는 늘 죽음이 따라다녔다. 인간 내면을 강조하고 풍경의 본질을 표현하는 상징주의와 병렬주의는 그의 작품의 핵심이다. 스페인 왕실 궁정화가였으나 계몽주의와 함께 변화를 꿈꾼 스페인 회화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인생을 살았던 '프란시스코 고야'의 <검은 그림> 시리즈는 그의 죽음만큼 쓸쓸해 보인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순수 혈통을 보존하기 위해 근친혼을 했다고 전해진다. 이에 유전적 결함을 안고 태어나는 아이들이 많았다. 프랑스의 유명 미술 비평가 테오필 고티에로부터 '대지의 화가'로 평가받은 '장 프랑수아 밀레'는 노동을 신성하게 여겼다. 사실주의와 인상주의를 연결하는 그의 작품은 고국 프랑스가 아닌 미국에서 먼저 알아보았다. 15세기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는 서양 미술사에서 가장 미스터리하고 베일에 싸인 결코 교회에 걸릴 수 없었던 제단화이자 후대 학자들이 임의로 정한 제목 <쾌락의 정원>을 그렸다. 수많은 수수께끼가 담긴 '한스 홀바인'의 <대사들>은, 왜상기법을 응용해 3D 홀로그램처럼 떠오르는 두개골로 유명하다. 15세기 유럽에서 열 발의 화살을 맞고도 살아남았던 성인 세바스티아누스의 인기는 엄청났다. '안드레아 만테냐'의 <성 세바스티아누스>는 그의 그림으로 전염병이 사라졌다는 믿음과 해부학 연구를 위해 그려졌다.

 

 

#기묘한미술관 #진병관 #빅피시 #예스24 #YES24리뷰어클럽 #YES24 #리뷰어클럽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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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유서』 by 요슈타인 가아더 | 2021년 2021-09-10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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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밤의 유서

요슈타인 가아더 저/손화수 역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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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를 견인한 『소피의 세계』의 저자 요슈타인 가아더가, 또다시 소설 형식을 취한 『밤의 유서』를 통해 시한부 판정을 받은 자의 고뇌와 성찰을 이야기한다. 분량은 196쪽에 달하는 가벼운 무게지만, 그 속에 담긴 언어는 묵직하다. 그 메시지는 직접적이거나 직선적이 아닌 우회적으로 숙고하게 만들며, 죽음에 직면한 주인공을 통해 절제된 삶이라는 교훈을 담고 있다. 그 행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육신을 의탁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계속 함께 있고 싶은 마음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을 만나게 된다.

 

주인공 알버트에게는 현재 사랑하는 아내 에이린, 아들 크리스티안, 며느리 유네, 손녀딸 사라가 있다. 하지만 주치의 마리안네로부터 불치병에 걸렸다는 통보를 받고, 에이린과의 추억이 깃든 오두막을 찾는다. 오두막에는 삼십칠 년의 추억이 쌓인 곳이다. 오슬로 대학의 신입생이었던 알버트가 에이린을 처음 보았을 때, 첫눈에 서로가 운명임을 깨달았다. -당시 의대생이었던 마리안네(지금의 주치의)를 사귀고 있었다.- 그래서 두 사람은 '아주 긴 드라이브'를 즐겼고, 인적이 드문 오솔길 끝에 자리한 반짝이는 호숫가 '글리트레'에 자리한 '동화 속의 오두막'을 발견한다. 주인 몰래 들어간 오두막에서 빨간 스웨터를 입고 금지된 쌀죽을 먹는 갈색 머리의 에이린은 흡사 영국 동화의 '골디락스'를 연상케 했다.

 

처음 오두막을 발견한 날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어느 날, 신문광고를 통해 오두막을 구입했다. 알버트는 이미 에이린과 결혼해 아들 크리스티안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때였으나, 그들의 관계는 원만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러나 오두막을 구입한 뒤로 그들은 예전의 관계를 다시 회복하게 됐다. 그만큼 오두막은 매우 특별한 가치가 있는 곳이었다. 오두막에는 삼대가 적은 글과 그림들이 담겨 있었고, 알버트는 남은 방명록에 유서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빅뱅과 우주라는 거대한 차원으로 시작해 작은 먼지처럼 고독한 종말이 된 우주론적 사변은 알버트의 마음을 위로하고, 아내 에이린과의 사랑을 소환하면서 오두막은 더이상 사랑의 종착지가 아닌 시작점이 된다.

 

몸은 내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데 정신만은 멀쩡한 상태에서 생을 유지한다는 것이 죽음보다 못한 삶일 수 있다. 그것이 알버트가 오두막을 찾은 이유이고 자살을 결심한 계기다. 죽음은 신체의 절대적 한계이며 삶으로부터의 절대적 단절이나, 삶과 죽음은 딱 잘라 결정할 수 있는 명쾌한 정답이 될 수는 없다. 그래서 주인공은 이틀 간에 걸친 번뇌 끝에 선택한다. 과연 그는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사족이 될 수 있겠으나, 과거 오두막 주인 '크눗 에스페가르드'의 등장은 뜻밖에도 희망이었다.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을 알고자 한다면, 이 책이 천연 신경안정제가 되리라.

 

#밤의유서 #요슈타인가아더 #알에이치코리아 #RHK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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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지 터너 『나의 수호신 크리커』 by 이송현 | 2021년 2021-09-0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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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의 수호신 크리커

이송현 저
자음과모음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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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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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수호신 크리커』는, 소설적 재미는 물론 학폭을 둘러싼 첨예한 문제의식과 청소년기에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을 풀어내는 솜씨가 가히 천부적이다. 위트 넘치는 문장력과 연애 세포를 깨우는 말랑한 분위기는 절묘하고, 수호신이라는 판타지적 요소를 집어넣었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설정으로 더 애정이 간다. 또한, 일진과 왕따의 고정관념을 허물고 서로가 친구가 되는 드라마틱한 과정도 상당히 흥미롭다. 그렇다면 수호신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특별한 능력이 잠재돼 있어 위기의 순간 괴력을 발휘해 악당들을 모두 물리칠 것 같지 않은가? 생김새는 천사 내지는 요정의 모습으로 둔갑술도 가능할 것 같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수호신은, 주인공과 동갑으로 친화력 갑인 대한민국 평범한 십대 소녀일 뿐이다. 덕분에 한껏 인간적이고 더욱더 사랑스럽기까지하다.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 신세까지 졌던 한조는, 건강에 유난히 신경을 쓴 엄마 덕분에 몸으로 하는 운동이란 운동은 모두 섭렵해 중학생이 되면서 어려움에 처한 주변 사람을 돕는 것으로까지 확대된다. 하지만 그것은 한조에게 불운의 전조였다. 같은 반 아이가 이유 없이 당하는 폭력을 외면하지 못해 뛰어든 싸움으로 인해 학폭위가 열렸고,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싸움의 유일한 증인이었던 그 애는 자신을 도운 한조를 외면했고, 그 애를 설득하겠다고 집을 나선 엄마는 그 길로 교통사고 뺑소니로 생을 마감했다.

 

 

2년 뒤 고등학생이 된 한조는, 2학년 선배 일진까지 제압한 권승재와 같은 반이 된다. 어느날, 권승재와 그를 추종하는 무리는 한조의 목걸이에 매달린 '크리커'를 빼앗으려 했고 주먹 세례를 날린다. 활을 쏘는 사람이 자신이 당겨 놓았던 만큼을 알려 주는 장치인 크리커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의 십대를 위해 엄마가 만든 안전장치였고, 엄마가 열네 살 생일을 맞은 한조에게 남긴 유일한 유품이자 행운의 부적처럼 아끼던 펜던트였다. 집단폭력으로 한순간 정신을 잃은 한조가 눈을 뜬 순간, 낯선 소녀의 무릎에 누워 있었으니 그녀가 바로 수호신 '크리커'였다.

 

 

수호신 크리커는, 권승재 무리에게 두들겨 맞는 한조를 외면할 수가 없어서 나타났다. 그러나 한조는 크리커가 마냥 귀찮기만 하다. 십대의 수호신은 그 보호 대상이 아끼는 사물에 깃들어 있고, 퍼즐(그림자)을 채울 때까지 원래 대상으로 돌아갈 수가 없단다. 퍼즐은 한조가 성장할 때마다 하나씩 채워지며 다 채워야만(그림자로 온전히 드러나야만) 원래 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다고 했으니, 엄마가 남긴 크리커를 되찾으려면 '크리커'가 하루빨리 퍼즐을 찾도록 손을 써야만 했다.

 

 

갈 데도 없고, 배도 고프다는 크리커를 집으로 데려가 아빠와 셋이서 저녁을 같이 먹고 한 집에서 잠까지 잔다. 다음날 엄마의 절친인 일각암 보현 스님에게 맡겼더니, 같은 학교 심지어 같은 반으로 전학을 왔다. 일가 친척도 없다는 재미 교포가 한국에서 살게 된 이유가 오로지 '한조' 때문이었다는 크리커의 선포에 한조는 졸지에 공개 연애(?)까지 하게 됐다. 한조는 크리커를 돌려보내기 위해 과거의 자신을 되찾기 시작한다. 엄마의 죽음이 타인에 대한 관심이었던 탓이었으나 점차 크리커를 통해 무심했던 주변의 어려운 상황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그것은 일진 권승재, 왕따 지승현, 방관자 양해윤의 마음까지 돌려놓는 효과를 발휘한다.

 

 

크리커는 초자연적인 인도자는 못될지언정, 시종일관 유쾌하고 좋은 성품으로 주인공과 관련된 모든 사람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있는 힘껏 응원해주는 엄청난 능력자라는 점이다. 비록 핵심적인 문제점을 직접 나서서 처단하지는 않지만, 각자에게 주워진 문제를 스스로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원동력을 준 것이다. 비록 내가 십대가 아닌 십대의 자녀를 둔 엄마이긴 해도, 나에게도 나의 성장을 응원해주는 든든한 수호신이 있었으면 참 좋겠다.

 

 

#나의수호신크리커 #이송현 #장편소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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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도플갱어』 by 최이든, 여우지니 | 2021년 2021-09-02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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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라진 도플갱어

최이든 글/여우지니 그림
이지북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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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 살 태현은 언제부턴가 자신의 주변에서 악행을 일삼는 도플갱어를 찾아내기 위해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루팡에게 사건을 의뢰한다. 자신의 얼굴을 하고 나쁜 짓을 하면서 돌아다니는 놈을 꼭 잡고 싶다.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는 루팡은, 태현과 같은 학급의 회장인 해원이다. 해원은 미국 FBI의 존 더글라스처럼 범죄심리를 분석해 범인을 가려내는 프로파일러라는 꿈을 갖고 있다. 그런 해원에게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도플갱어 찾기라는 사건 의뢰가 익명(그림자)으로 들어온 것이다.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사건, 반드시 해결하고 싶다! 유치원 시절부터 해원과 절친이었던 같은 반 호진은, 비밀리에 부쳐진 카페의 운영자 루팡이 해원이란 점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사람으로, 그녀의 사건을 함께 고민하며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 메이커다.

 

 

평소 태현은 반 친구들에게 까칠하게 행동하며 심리적 거리를 두어 친구를 사귀지 않는 아이다. 지난 2년 동안 힘들고 외롭게 보낸 캐나다 어학연수 탓이 크다. 태현은 그곳 친구들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과 왕따를 당했고, 그러던 중 떠돌이 강아지 쿠퍼를 만나 힘든 학교생활을 지탱할 수 있었다. 하지만 유일한 버팀목이었던 쿠퍼는 예기치 않은 사고로 눈앞에서 죽고 만다. 심지어 엄마는 그런 자신의 속사정을 이해하려고도 들지 않았으며, 사랑하는 아빠와는 두 사람의 이혼으로 인해 준비 없는 생이별을 감수해야 했다. 그렇게 귀국한 한국에서의 시간은 색다르게 고달프다. 아빠와의 추억이 있는 팥빙수 가게, 학원을 빼먹고 간 극장, W완구몰 등에서 자신과 똑닮은 도플갱어를 목격했으니 말이다.

 

 

헌데 도플갱어가 출몰한 곳은 모두 태현이 아빠와의 추억이 있는 곳이다. 왜 아빠 생각이 날 때마다 도플갱어가 나타나는 것일까? 한편, 해원은 태원과 함께 도플갱어의 흔적을 추적하던 중 태현이 유기견 쿠퍼와 캐나다 어학원, 아빠와 관련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우연히 태현의 뒤를 밟게 된 해원은 태현과 마주한 도플갱어와도 마주치게 되는데...

 

 

도플갱어란 독일어로 '이중으로 돌아다니는 자'라는 뜻이지만 간단하게 그냥 더블(Double : 분신, 복제)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것은 '또 하나의 자신'을 만나는 일종의 심령 현상인데.... (P24-26)

 

 

도플갱어를 만났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망상과 환청을 겪고 있다. 이런 양상은 보통 심리적 충격과 정신적 갈등을 겪는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원인으로 보였다. (P189)

 

 

『사라진 도플갱어』는 얼핏 보면, 탐정소설 내지는 스릴러로 비치지만 실은 상처받은 마음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이다. 도플갱어와 비슷한 해리성 장애가 절로 떠오르기도 했는데 이 또한 한 사람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인격 상태가 존재하는 것을 뜻하는 정신적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모두 심리적 학대를 경험했을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문제는 이 모든 학대의 중심에 어른(부모)이 있다는 데 있다. 그 누구도 내 편이 아닐 때 부모만큼은 내 편이 되어야 한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아프게 깨닫는다. 어른의 행동이 아이에게 당근이 될지, 채찍이 될지, 또는 비수로 꽂힐지 심사숙고가 필요하겠다.

 

 

#사라진도플갱어 #최이든 #여우지니 #이지북 #컬처블룸 #컬처블룸리뷰단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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