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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바늘 끝에 사람이 | 기본 카테고리 2023-05-2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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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저
한겨레출판 | 2023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현실을 담아내는 문학은 그 자체로 어떤 힘을 가진다. 쓰여야만 하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혜진 작가는 현실에 대해, 그 어려운 투쟁에 대해 날카롭게 담아낸다. 그런데 장르가 다르다. SF, 고전설화, 호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단단하고 뾰족하다. 오히려 다른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실의 이야기라서, 현재에서 되짚어보는 과거의 이야기라서 더 와닿는다.

아픈 역사를 담아내는 소설이지만 그 속에서도 보이는 작은 틈이 인물들을, 독자를 숨쉬게 한다. 표제작 <바늘 끝에 사람이>에서 아무런 지원도 없이 홀로 먼 우주 속에 갇힌 채로 투쟁을 이어가는 주인공은 '티가 나지 않을 만큼 아주 잠깐 틈을 만들어주는 누군가의 호의'를 상상하며 힘을 낸다. <안나푸르나>에서 교사로 일하는 윤선과 영희의 대화에는 아무리 핍박당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바꿔나가려는 강한 마음이 스며 있다. 이러한 장면들은 독자와의 연결을 단단히 한다. 쉽게 끊어지지 않을 연대를 말하는 소설인 것 같다.

이 책을 쓰면서 작가가 얼마나 조심스러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입장으로서 말 한 마디 얹는 것조차 조심스러운데 말이다. 이러한 고민은 작가의 말에 담겨 있었다.

"신의 힘을 빌어도 복수에 성공하지 못하고, 처벌도 원껏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너무 무기력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늘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어떤 것들은 이야기되어야 하기에 일단 세상에 내놓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나의 부족함 때문에 죄송해한다. 가끔은 별일 없이 사는 듯 하다가도 미안합니다, 하고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런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고민되고 조심스럽고 부끄러워도, 세상에 내놓고자 하는 일념으로 쓰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쓴 소설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소설 속 인물들은 세상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낸다. 인물들은 서로 힘을 북돋아주고 포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연대하고, 작가는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손을 내미는 방식으로 연대한다. 이런 목소리와 연대는 소설이 끝나도 멎지 않고 계속될 거라 믿게 된다. 오래 남았으면 하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이야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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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바늘 끝에 사람이 | 기본 카테고리 2023-05-23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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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늘 끝에 사람이

전혜진 저
한겨레출판 | 2023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현실을 담아내는 문학은 그 자체로 어떤 힘을 가진다. 쓰여야만 하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혜진 작가는 현실에 대해, 그 어려운 투쟁에 대해 날카롭게 담아낸다. 그런데 장르가 다르다. SF, 고전설화, 호러, 스릴러 등 다양한 장르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단단하고 뾰족하다. 오히려 다른 세계에서 일어나는 현실의 이야기라서, 현재에서 되짚어보는 과거의 이야기라서 더 와닿는다.

아픈 역사를 담아내는 소설이지만 그 속에서도 보이는 작은 틈이 인물들을, 독자를 숨쉬게 한다. 표제작 <바늘 끝에 사람이>에서 아무런 지원도 없이 홀로 먼 우주 속에 갇힌 채로 투쟁을 이어가는 주인공은 '티가 나지 않을 만큼 아주 잠깐 틈을 만들어주는 누군가의 호의'를 상상하며 힘을 낸다. <안나푸르나>에서 교사로 일하는 윤선과 영희의 대화에는 아무리 핍박당할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바꿔나가려는 강한 마음이 스며 있다. 이러한 장면들은 독자와의 연결을 단단히 한다. 쉽게 끊어지지 않을 연대를 말하는 소설인 것 같다.

이 책을 쓰면서 작가가 얼마나 조심스러웠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실제로 일어난 일에 대해 당사자가 아닌 입장으로서 말 한 마디 얹는 것조차 조심스러운데 말이다. 이러한 고민은 작가의 말에 담겨 있었다.

"신의 힘을 빌어도 복수에 성공하지 못하고, 처벌도 원껏 할 수 없는 이야기들이 너무 무기력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늘 걱정한다. 그러면서도 어떤 것들은 이야기되어야 하기에 일단 세상에 내놓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언제나 나의 부족함 때문에 죄송해한다. 가끔은 별일 없이 사는 듯 하다가도 미안합니다, 하고 말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다. 그런 부끄러움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고민되고 조심스럽고 부끄러워도, 세상에 내놓고자 하는 일념으로 쓰는 마음. 그런 마음으로 쓴 소설을 지지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소설 속 인물들은 세상에 저항하는 목소리를 낸다. 인물들은 서로 힘을 북돋아주고 포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연대하고, 작가는 독자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손을 내미는 방식으로 연대한다. 이런 목소리와 연대는 소설이 끝나도 멎지 않고 계속될 거라 믿게 된다. 오래 남았으면 하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이야기.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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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 기본 카테고리 2023-05-1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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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공포와 광기에 관한 사전

케이트 서머스케일 저/김민수 역
한겨레출판 | 2023년 05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다양한 공포증과 강박의 원인, 현상, 치료법, 일화, 관련 실험이나 증명 등에 대해 다루고 있는 책이다. 사실 책에 관한 설명과 제목만 들었을 때는 무게감 있는 표지를 가진 양장본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생각보다 깜찍한 책이 와서 조금 놀랐다. 덕분에 앞부분(거미공포증, 뱀공포증, 곤충공포증 등이 나오는데 정교한 삽화가 작게 그려져 있다)을 읽을 때 덜 무서웠던 것 같다. 또한 책 자체가 그렇게 무겁거나 지루한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지 않고 친절한 설명으로 구성된 작은 사전의 느낌이어서 일부러 밝은 표지를 택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평소에 궁금했던 광장공포증이나 발표공포증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 수 있어 좋았다. 특히 발표공포증에 관한 실험에서, 본인의 강력한 감정이 새어나가 다른 사람 눈에 보일 거라고 믿는 '투명성 착각'과 그 진실에 대해 툭 던지듯이 간단한 방식으로 설명해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저마다 강도는 다를지라도 발표공포증을 가진 사람은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검증된 실험 결과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는 챕터인 것 같아 추천하고 싶다.

책에는 특정 기법을 통해 공포증을 치료한 실제 사례와 같은 일화들이 함께 담겨 있어 이해가 쉬웠고, 이론 설명에서 그치지 않고 한 단계 나아가는 방식이어서 좋았다. 수많은 괴로움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일화를 보며, 두려워하는 것들과 끝끝내 공존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더 큰 두려움을 낳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타인이 가진 강박이나 공포를 그저 별거 아닌, 쉽게 극복해낼 수 있는 것으로 간단하게 결론짓는 일의 폭력성에 대해 생각했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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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별일은 없고요? | 기본 카테고리 2023-05-0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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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별일은 없고요?

이주란 저
한겨레출판 | 2023년 04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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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 이후를 살아가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한 인터뷰에서 이주란 작가가 한 말이다. 소설집 <별일은 없고요?> 역시 이러한 마음에 관한 이야기인 듯하다. 잠시 도망치더라도 계속해서 이어지는 삶을 지탱하는 인물들. 모든 걸 끝낼 것처럼 이별을 고하고도 그 다음을 살아가는 마음. 작가는 담담하면서도 섬세하게 인물들의 삶을 그려낸다. 수록된 이야기들은 어떠한 폭력도 없이 맑고 단단하다. 순하지만 강인한 이야기들. 그중 표제작이 가장 좋아서, 구구절절하게 감상을 늘어놓고자 한다.

'별일은 없고요?'는 주인공 수연이 자신을 힘들게 하던 것들로부터 벗어나 내려온 곳에서 새롭게 일구어나가는 일상이 담긴 단편이다. 수연은 그곳의 사람들로부터 적당한 호의를 받고, 별일 아닌 적당한 오해도 받으며 살아간다. 또한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일을 하며 적당한 뿌듯함을 느낀다. 하던 일을 그만두고 살던 집을 정리하고 왔음에도 '별일'로 치부할 만한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엄마의 심부름으로 철물점에 다녀오고 어느 날은 과실주를 담그고 카페에서 그림을 그리는 평화로운 일상이 계속된다. 자신을 보러 내려온 친구 K와 함께 간 성당에서 수연은 소원을 빈다.

p.36
대단한 소원은 아니었고 달라지는 나 자신을 알아가기를, 나끼리 매일 싸우지 않기를, 싸웠다면 화해하기를 빌었다.

소설은 상처 입고 지친 인물이 안온한 일상 속에서 점차 치유되어가는 과정을 그린다. 수연이 새롭게 구축한 일상에는 엄청난 기쁨과 완전한 행복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조금 더 웃고, 밥을 잘 챙겨먹고, 잠을 잘 자는 식의 행복이 있을 뿐이다.

무너진 사람이 일어서기 위해서는 가장 안쪽부터 다시 쌓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 소설이 그 과정을 차분히 보여주는 것 같아 좋았다. 혼자 감당하기에는 지나치게 버거운 일들로부터 벗어나 별일 없이 적당하게 좋은 날들을 살게 된 인물의 모습이 좋아보인다. 얼굴이 훨씬 좋아진 게 종이 너머로도 보이는 느낌이다.

고된 일상과의 단절을 택한 인물이 새로운 일상과 새로운 관계로 또 다시 연결되는 이야기는 많을수록 좋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고된 일상과 자신의 삶을 동일시하지 않기를 바란다. 자신을 포기하는 대신에 자신을 힘들게 한 일상을 포기하고 새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택해보면 좋겠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소설을 읽으니 어쩐지 용기가 생기고 다 괜찮을 것만 같다.

어떤 소설은 단단한 낙관을 심어주며 하루 더 살아보라고 말한다. 이주란의 소설이 그런 듯하다. '다음이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볼 것을 권하는 이야기들. 그 문장들이 참 다정하고 강하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한겨레출판 #별일은없고요 #이주란 #하니포터 #하니포터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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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 기본 카테고리 2023-05-0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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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구름관찰자를 위한 가이드

개빈 프레터피니 저/김성훈 역
김영사 | 2023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위 상품을 구매하면, 리뷰등록자에게 상품판매대금의 3%가 적립됩니다. (상품당 최대 적립금액 1,000원) 애드온 2 안내

밤하늘에 뜨는 별이나 달을 제대로 관측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과 장비가 필요하다. 하지만 구름은 어떨까? 일단 하늘이 밝기만 하면 맨눈으로도 쉽게 관찰할 수 있고, 보이는 모양에 따라 어떤 구름인지도 분류할 수 있다. 구름은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평등한 자연이다. 따라서 누구든 차분하게 구름을 바라보며 다양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전문적 지식도, 최고급 장비도 필요하지 않은 고마운 취미이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이 책은 '구름이 보여주는 별나고 즐거운 온갖 특성들을 안내해주는 길잡이'이자, '아무런 걱정도, 목적도 없이 그저 끊임없이 삶을 긍정하며 즐기는 취미 활동인 구름관찰에 바치는 찬사'이다. 책은 구름을 종류별로 설명하고 각각의 특징에 대해 관련 있는 예시나 일화를 곁들여 어렵지 않게 풀어낸다. 중간중간 피식 웃게 만드는 저자의 유머도 즐거운 요소가 된다. 아무런 걱정 없이 그저 구름만을 생각하며 행복해질 수 있는 책이다.

구름은 수없이 많은 물방울의 표면이 빛을 사방으로 산란하기 때문에 하얗고 넓게 흩어진 모양으로 보인다고 한다. 빛을 사방으로 산란하며 희게 떠있는 구름이라니, 그 존재만으로도 소중하고 환상적으로 느껴진다. 책을 읽으면서 정해진 내 '최애 구름'은 역시나 적운(뭉게구름)이었다. 쉽게 볼 수 있을뿐더러 늘 풍성한 모양새로 반겨주는 모습이 듬직하게 느껴지기까지 한다.

'모닝글로리' 구름에도 매료되었다. 구름이 지나가며 불러일으키는 들뜨고 기쁜 마음을 전하는 이름이라고 한다. 모닝글로리를 보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날아간 저자의 열정도 인상적이었고, 마침내 만난 모닝글로리에 관한 아름다운 묘사에는 경탄이 절로 나왔다. 구름을 타고 솟아오르는 비행이라니, 이만한 낭만이 또 있을까.

'클라우드나인'의 유래도 알게 되었다. 연구자들이 구름을 분류할 때 아홉 번째로 분류된 적란운에게 붙여진 이름으로, 가장 높은 구름 위에 있는 것처럼 좋은 기분, 행복의 절정을 뜻하는 말이었다. 원래는 그저 '구름 위를 걷는 듯한 기분' 정도로 해석했었는데, 적란운에 대해 알고 나니 더 매력 있는 어휘로 느껴졌다.

읽는 내내 구름에 대한 저자의 애정과 믿음이 느껴져 행복했다. 어떤 존재를 사랑하는 일은 이토록 아름답다. 저자는 구름에 대한 사랑으로 '구름감상협회'를 만들었고, 수많은 회원들은 각자 찍은 구름 사진들을 올리며 구름관찰을 계속하고 있다. 책에는 저자뿐만 아니라 회원들이 찍은 구름 사진도 가득하다. 구름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의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그 애정을 대신 받은 것처럼 충만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책에 실린 구름감상협회 선언문의 마지막 부분과 함께 글을 마무리짓고자 한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라.
그 덧없는 아름다움에 경탄하라.
그리고 구름 위에 머리를 두고 사는 듯,
공상을 즐기며 인생을 살라."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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