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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서평단 모집]★김애란★『잊기 좋은 이름』 | 알콩달콩 책이야기 2019-07-08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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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기 좋은 이름

김애란 저
열림원 | 2019년 06월


신청 기간 : 79 24:00

서평단 모집 인원 : 5

발표 :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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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비행운』, 『바깥은 여름』 저자 김애란의 첫 산문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다 드물게 만난 눈부신 순간

사람의 이름, 풍경의 이름, 사건의 이름……

작가 김애란의 한 시절과 고민, 마음이 담긴 이야기들


소설을 통해 내면의 모순을 비추어보며 사람에 대한 성찰을 완성해온 작가 김애란이 소설가, 학생, 딸, 아내, 시민, 인간으로서의 자신의 삶을 고백한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들』이 열림원에서 출간되었다. 김애란은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과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을 통해 명랑한 상상력이 넘치는 생동감 있는 작품으로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왔다. ‘1부 나를 부른 이름’은 작가의 성장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이다. 어린 시절부터 대학 시절, 문학청년 시절, 성장기 환경에 대한 사연들로 가득하다. ‘2부 너와 부른 이름들’은 작가가 주변 인물들과 타인에 관해 쓴 글이다. 동료 문인들을 비롯하여 작가 자신의 주변에 대한 깊이 있는 눈길을 담아낸다. ‘3부 우릴 부른 이름들’은 문학 관련 글과 개인적인 경험담을 모았다. 작가가 지나쳐온 여행과 인생의 순간들에 대한 비망록이 돋보인다.


작가 자신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그 자신의 이야기에는 때로 서러운 음색으로, 때로 구성진 입담으로 다가온다.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그 자신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한 이야기인 동시에, 잊은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김애란은 특유의 섬세하고 따스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2002년 등단한 이후 만 17년여라는 시간 동안 김애란이 기록해온 김애란의 다채로운 진면목이 속속들이 담겨 있다. 김애란은 말한다. 어디 먼 데 가지 말고 우리 삶에서부터 살펴보자고, 우리가 잊어버린 것들은 어디 엉뚱한 데 있는 게 아니라고. 당연하다는 듯이 잊어버리고 만 김애란 작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우리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고서야 김애란은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한다. 모두 기억되어야 할 이름으로 문학을 쓰고 삶을 살아간다고,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고.


김애란이라는 여름

우리가 체험해야 할 새로운 계절의 온도


여름을 닮은 작가, 김애란의 첫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이 뜨거운 여름의 문턱에서 출간되었다. 김애란은 2002년 등단 이후 지금까지 복잡다단한 현대 사회 속에서 각양각색으로 바뀌어 가는 가족의 변화와 그 속에 깃든 ‘나’의 목소리를 발굴해왔다. 가족에의 사랑이나 청춘의 성장 및 애환과 같은 보편적인 주제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것은 물론 소수자 문제라든가 존재의 고독처럼 무게감 있는 주제도 서슴없이 꺼내놓았다. 그의 소설에서는 인간에 대한 따뜻하고 웅숭깊은 눈길이 구성진 입말의 문장들로 배어나고 통찰력 있는 직시가 무거운 이야기들로 풀어져 나오기도 한다. 현실에 대한 살펴보는 날카로운 시선과 새로운 가족의 형태를 상상하는 자아의 마음을 따뜻하게 드러내는 소설들을 통해, 김애란은 한국 문학의 가장 열렬한 온도가 되었다.


「달려라, 아비?에서 독자들에게 명랑한 상상력을 보여줬던 주인공, 물결치는 파란 바다를 연상케 하는 『비행운』의 푸른 겉표지는 모두 때로 싱그럽고 때로 뜨거운 생동감으로 넘쳐난다. 『바깥은 여름』에서는 아예 제목부터 여름을 드러내놓고 걸어두었다. 『잊기 좋은 이름』에 실린 작가 김애란의 글들 역시 뜨겁고 싱그러운 기운으로 넘쳐난다. 이번 산문집에서 작가는 사람들이 쉽게 볼 수 있었던 소설가로서의 얼굴 너머 소녀로서의 얼굴, 학생으로서의 얼굴, 딸로서의 얼굴, 아내로서의 얼굴, 시민으로서의 얼굴, 인간으로서의 얼굴 등 다양한 면모들을 기록했다. 김애란의 소설 세계를 관통해온 독자들은 잘 알 것이다. 그녀가 그동안 펼쳐온 이야기들마다 사람들을 감싸 안는 따스함과 그 속에 감추어진 뚜렷한 문제의식과 당찬 목소리를. 그 뜨거움으로 한국문학은 지금, 여기서 한창 달아오를 수 있었다. 이제, 김애란이 그동안 꺼내본 적 없는 이야기들을 이곳에 풀어놓는다. 우리가 한 차례도 겪어본 적 없는 계절이, 그 온도가 여기에 스며들고 있다. 



사람에 대한, 사람에 의한, 사람의 이야기……

김애란을 이루는 무수한 사람들의 사연들


김애란은 소설을 통해 내면의 모순을 비추어보며 슬퍼하는 깊이 있는 시선을 바탕으로 사람에 대한 성찰을 완성해내곤 한다. 어찌할 수 없는 사람의 필연과 우연 사이, 그 서글픈 심정들을 들여다보는 눈길을 가지고 이야기의 옷감을 한 땀 한 땀 기워 입는 솜씨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랬던 김애란이, 이번에는 자신의 삶을 고백한다. 나지막한 목소리도 있는가 하면, 서러운 음색도 들리고, 구성진 입담도 있다. 유년 시절 또는 대학 시절의 추억담을 풀어놓기도 하고, 일상 속에서 겪은 부모님과의 이야기나 가족들과의 이야기를 솔직담백하게 꺼내놓기도 한다. 이제 만 17년 경력의 소설가답게 시와 소설을 비롯한 문학에 대한 사유를 천착하거나 우리말에서 눈여겨볼 만한 어휘에 대한 단상을 적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주변의 시인이나 소설가 들을 깊이 들여다본 글들도 있다. 

나를 둘러싼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자, 나라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들에 의한 이야기인 동시에, 잊은 사람들의 이야기, 그 속에서 김애란은 특유의 섬세하고 따스한 목소리로 읊조린다. 그러니까 이 책은, 김애란이라는 사람에 관한 책이면서 김애란의 사람들에 관한 책이다.



수많은 이름 중 유독 잊을 수밖에 없었던 단 하나의 이름

‘나’를 이야기하려 먼 나라, 먼 타인, 먼 기억들을 에둘러 간다


김애란이 꺼내는 사람들은 독특한 개성을 가지고 있다. 아니, 김애란에 의해 개성을 부여받는다. 그러나 김애란은 자신의 은총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누구나 저마다 원래 타고난 개성이 있다고, 그 사연을 끄집어내는 역할을 해줄 뿐이라고 나직이 말한다. 오죽하면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까지도 특별히 바라볼 줄 아는 법을 보여줄까 싶을 정도다.


고대 황진구 씨는 그해 무사히 졸업했을까? 그리고 두 사람은 그 뒤로도 계속 만났을까? 헤어졌을까?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조금 감상적인 충동이 일었다. 그리고 그 충동은 이내 이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싶다는 철없는 만용으로 변했다. 수강신청서 하단에 두 사람의 집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좀 고민했다. 자칫 무례하고 이상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어서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건 무례하고 이상한 짓이 맞았다. 그런데 그땐 혼자 드라마틱한 상상에 취해서인지 치기 탓인지 그들 중 누군가에게 ‘내가 우연히 10년 전 당신들 수강신청서를 발견했는데 원한다면 우편으로 돌려드리겠다’라는 얘기를 전하고 싶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말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아무튼 나는 먼저 황진구에게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신호음이 가자 가슴이 뛰었다. 

―「여름의 풍속」, p69~70


그러나 역시 김애란의 통찰력은 가장 가까운 이들(가족)에서 빛난다. 가슴을 뜨겁게 하는 이름인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와 나누는 수십 수백 마디의 대화들이 등장한다. 그 순간순간은 자그맣고 사소하지만, 김애란의 깨달음은 친숙한 사람들을 거치고 난 것이라서 더더욱 달고 농밀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의 깨달음을 나누는 가족들과의 소통을 김애란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시상식을 마친 날, 어머니는 살짝 취기 어린 얼굴로 기분 좋게 말씀하셨다.

- 애란아, 내가 서울 가서 뭘 느낀 줄 아냐?

나는 어머니가 대처에서 무엇을 느끼셨는지 참으로 궁금하였다.

- 우리 친목회에선 배운 사람일수록 목소리를 크게 하고 발언을 많이 하는데 거기선 모두가 목소리 삼분지 일만 내고서도 대단한 말들을 하더라. 확실히 지식인들이라 다른 모양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데 맞는 말인가 보다. 그래서 앞으로 나도 목소리를 작게 내야겠다고 결심했다. 

―「현수막 휘날리며, p82~83


김애란은 자신이 태어난 근원에서부터 가족사적인 내력까지 훑어보는 진득한 눈길을 우리에게 돌린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로맨스는 물론이고, 형제자매 간의 우애와 혼자 독립하며 끈끈한 가족의 정을 깨우치던 시간까지, 빠짐없이 그녀의 기록에 고스란히 담긴다.


오래전 한 처녀가 한 총각과 헤어진 뒤 혼자 들어간 길을, 그날 다섯 식구가 함께 걸어 나왔다. 언제나 비슷한 문제로 싸우고 비슷한 문제로 연민하며 비슷한 문제로 헤어지지 못한 채 살아가는 부부와 많이 울고 많이 먹고 자란 세 아이가. 비도 오지 않고 천둥도 치지 않는 맑은 가을밤을 그렇게 걸어 나왔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진 밤이었는지 아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추석이었으니 가장 커다란 달이 뜬 밤이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흰 꽃처럼 흐드러졌을 달빛들. 길, 그리고 이야기의 번식. 들어가는 길과 나오는 길이 같다는 이상함. 

―「안아볼 무렵, p120~121


이 기록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과 전혀 무관한 사람들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누릴 때의 가치를 이야기하곤 한다. 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그녀의 목소리에는 진심 어린 공감과 잔잔한 위로가 깔려 있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들을 떠올리는 그녀의 기억에는 참혹한 현실에 대한 용기 있는 저항이 담겨 있다. 강원도 인제의 만해문학관에 머물며 동료 문인들과 어우러져 지내다가 합창단의 노래를 현장에서 전해 듣던 일화를 읊어주는가 하면, 대학에서 가르칠 때 어느 학생으로부터 받았던 연필 한 자루를 통해 타인과의 ‘이해’를 좀 더 곱씹어본다. 결국, 나를 떠나와 멀리 가더라도, 끝내는 나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톺아보아야 깨달을 수 있는 세상살이의 간단한 이치가 있는 것이다.


연필 쥔 손에 힘을 주면 책에 흐릿한 홈이 파인다. 그 홈에는 내가 어느 문장에 줄 그은 순간 느낀 시간과 감정이 고인다. 그래서 가끔 그 홈이 물고랑 밭고랑 할 때 ‘고랑’처럼 느껴진다. 나와 나 자신을, 현재와 과거를, 우리와 타자를 잇는 먹 고랑처럼.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그 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이야기도 언젠가 두보의 시구처럼 누군가의 삶과 만나게 될까? 그럴 수 있다면 좋겠다. 그 스침이 혹 꽃잎 한 장의 무게밖에 갖지 못한다 해도. 이야기의 이어달리기, 이야기의 배턴터치가 계속되길 빈다. 대부분 연필이 길고 둥근 이유도 실은 그 때문이지 않을까 상상하면서. 

―「점, 선, 면, 겹, p254


그러니까 김애란은, 어디 먼 데 가지 말고 우리 삶에서부터 살펴보자고, 우리가 잊어버린 것들은 어디 엉뚱한 데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다. 당연하다는 듯이 잊어버리고 만 김애란 작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우리들의 이름을 일일이 불러주고서야 김애란은 낮고 단단한 목소리로 힘주어 말한다. 모두 기억되어야 할 이름으로 문학을 쓰고 삶을 살아간다고, 잊기 좋은 이름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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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삶의 태도는 정말이지 존경스러웠다 | 책 리뷰 2018-12-14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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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최현숙 저
글항아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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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런 책이 있다. 별 감흥 없이 읽었는데, 리뷰를 쓰려고 기억을 정리하다 보면 근사하게 변하는 책. <삶을 똑바로 마주하고>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었다.

<당신이 반짝이던 순간>에서 처음 알게 된 최현숙 작가. 이진순 작가의 인터뷰를 통해 최현숙 작가를 알게 됐다. 그녀의 이력만으로 호기심이 생기기 충분했다. 그래서 이 책에 자연스럽게 손이 갔는지 모르겠다.

작가의 나이 62. 태어나서 24년 동안 부모님과 함께 지냈고, 결혼 생활 24년간 아들 둘을 낳아 살았다. 어느 날 자신의 성정체성을 깨닫고 이혼하여 지금까지 홀로 살아가고 있다. 2008년에 18대 국회의원 선거에 진보신당 후보로 종로구에 출마해 낙선한 이력이 있으며 현재는 독거노인생활관리사와 생애구술기록자 일을 하고 있다. 독거노인생활관리사를 하며 먹고 살 돈을 벌고 종종 글쓰기 강의를 하며 책을 쓴다. 

여기까지, 이력을 보면 궁금해질 것이다. 도대체 작가의 인생은 왜 이렇게 스펙타클한 걸까 하고 말이다. 궁금해서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서두에서 적었지만, 처음 이 책을 읽고 시큰둥했다. 인생에 ABC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예측불허한 인생이었다. 일단 읽어나갔지만 공감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인생은 항상 투쟁이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맞서 싸우는, 돈키호테 같다고나 할까?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24년을 살다 문득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깨닫고 이혼을 결심하는 것도 그렇다. 사실 이혼은 쉽다. 하지만 가족들은 타의에 의해 아무 이유도 모른 채 받아야 할 그 상처는 결코 치유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는 남편과 자식들에게 이유를 말하고 이혼을 한다. 그 후 남편과 아들 둘은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저자는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글에선 말이다.

 

'나는 무엇으로 행복한가?'를 명확히 해 그 행복을 추구하며 살고 있으면 된다. 


​그 뒤 낙선할 게 뻔히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동성애자로는 최초로 국회의원에 출마, 낯선 직업인 생애구술기록자가 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 일한다. 만약 나였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일들이다. 하지만 작가는 주저 없이 박차고 나가 자신이 선택한 길을 걷고 있다. 놀라움의 연속이다. 아슬아슬하게 외줄을 타는 것만 같았다. 왜냐하면 난 작가가 가는 길을 죽어도 못 갈 테니까 말이다.  

'피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오는 나이 듦에 대해 불호를 논할 일이 아니다. 피할 수 없으면 최대한 즐기든가,

그게 안되면 오는 대로 겪으며 견딜 일이다. 어차피 미래란 불확실한 것.

 

그래서였을 것이다. 다른 길로만 빠지는 작가를 보고 이해할 수 없었던 나의 마음이.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조금씩 이해하게 됐다. 그리고 점차 작가의 선택에 박수를 보내게 됐다. 망설임 없이 선택한 그 용기에 말이다. 그녀의 삶은 내게 있어 절대 따라갈 수 없는 벅찬 것이지만, 삶의 태도는 존경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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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 책 리뷰 2018-10-1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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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이진순 저
문학동네 | 2018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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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순 작가는 한겨레신문 토요판에 이진순의 열림이라는 코너를 통해 지난 6년 동안 122명의 사람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 책은 그중 12명의 인터뷰를 묶은 책이다.

 

외과의사 이국종, 고 김관홍 잠수사의 아내, 작가 황석영, 성소수자부모모임 활동가 등 이름이 알려진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평범한 사람들이다. 평범하다기보다는 나와 접점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그래서 더 궁금했다. 이들이 어떤 얘기를 들려줄지 말이다.

 

인터뷰집의 매력은 현장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지는 글맛이 아닐까 싶다. 순간 당황이 앞설 수 있는 질문에 어떻게 답을 하는지, 반대로 핵심을 피해 두루뭉술하게 돌아오는 답에 대해 질문자는 어떤 방식으로 다시 질문을 하고 풀어낼지. 그 과정이 인터뷰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것을 나는 밀당이라 부른다. 독자들은 밀당하는 그 찰나를 읽어내고 웃음 짓는가 하면 숨을 죽이고 다음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아무런 배경지식 없는 독자를 연극 무대 객석에 앉힌다. 그리고 이어지는 등장인물 소개. 쉴 새 없이 그들의 삶이 펼쳐진다. 독자들은 낯선 이의 얼굴에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그들의 삶 속 깊이 들어서게 된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이면 이제 서로 친해진 느낌이다. 마치 현장에 같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진순 작가는 인터뷰이가 정해지면 그 인물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렇게 자료 조사가 끝나면 어떤 질문을 할지 정리한다. 그 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동안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모두 동일한 선상에 놓고 진행했다는 것이다. 유명하다고 해서 특별하게 대우를 해주지도 않고 뻔한 질문들은 과감히 생략한다. 예능처럼 과도한 msg를 뿌리지도 않고, 상대방이 민감하게 생각한다고 해서 한 발짝 뒤로 빼지도 않는다. 인터뷰한 내용과 작가의 느낌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갓 뽑아낸 생맥주를 마신 것처럼 청량하고 깔끔했다

 

6년간 122명을 만나 인터뷰를 한 이진순 작가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의 인생도 완벽하게 아름답지만은 않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한 방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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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최고의 소설! | 책 리뷰 2018-08-21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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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

리처드 플래너건 저/김승욱 역
문학동네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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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맨부커상 수상작이 올해 출간됐다. 국내엔 처음 소개되는 작가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이다. 큰 상을 받았다고 해서 재미를 보장하진 않지만, 이 작품은 달랐다. 역사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 역동적이고 재밌었다. 이 소설이 나오기까지 무려 12년 걸렸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스토리가 탄탄했다. 마지막 장까지 마약처럼 흘러갔다이렇게 재밌는 소설이 왜 이렇네 늦게 나왔을까...+_+

 

이 소설은 외과의사 도리고의 파란만장한 인생 스토리를 들려준다. 2차세계대전에서 전쟁 포로 생활에서 살아남아 현재는 화려한 전쟁영웅이자 인기 있는 외과의사 도리고. 그에겐 전쟁의 아픈 기억이 있지만 그보다 더 가슴 아린 것이 존재했다. 바로 사랑이었다. 그가 전쟁 전에 사랑하면 안 되는 사람을 사랑하게 되면서 가슴 아픈 사랑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리고는 의사가 되고 얼마 후 의무장교로 2차세계대전에 참전하게 된다. 전쟁 투입 전, 훈련을 받는 중 부대 근처에 고모부가 호텔을 운영한다는 소식을 듣고 잠깐 들르게 된다. 그곳에서 만난 고모부 부인 에이미. 서로가 어떤 사이인지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게 된다. 휴가를 나오면 제일 먼저 에이미를 만났고 둘은 연인처럼 지낸다.

 

예고도 없이 도리고는 전쟁에 투입되고 일본군의 포로로 잡혀 철도건설 작업장에서 매일 죽음의 공포에 시달린다. 굶주림과 죽음의 공포 속에 하루하루를 보내는 도리고는 에이미를 생각하며 견딘다. 일본군 포로가 된 것도 모르고 군대에선 도리고가 죽었다고 판단했고 그의 죽음 소식이 본국으로 전달된다. 사실 고모부는 도리고와 자신의 부인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넌지시 도리고의 죽음을 에이미에게 알려주게 된다. 전쟁이 끝나고 도리고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린 에이미는 충격을 받는다. 도리고는 에이미를 기다리고, 에이미는 도리고를 기다리지 않는 이 상황에서 과연 이들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은 내용이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하나는 도리고가 일본군 포로로 잡혀 지내는 전쟁의 참혹한 현장이고, 또 하나는 에이미와의 사랑 이야기다. 음식으로 비유하자면 단짠단짠의 환상의 조합이라 할 수 있다. 전쟁 이야기 중에는 조선인도 등장한다. 가난해서 돈을 벌고자 일본군이 된 남자, 일본인에게 속아 위안부가 된 사연도. 너무 가슴 아파서 말을 다 옮기지 못하겠다. (잔인한 장면들도 많으니 이 부분 참고하시길)

 

난 도리고와 에이미의 사랑에 더 주목했다. 웬만한 연애소설보다 더 슬프게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공감되는 부분도 있어 더욱 그랬다. 특히나 마지막 그 장면은......스포가 될까 말은 못하지만 정말 눈물이 날 정도로 가슴이 찢어졌다. 흐흑

 

생각보다 담고 있는 내용이 많다. 그만큼 느끼는 부분도 적지 않고 배울 부분도 있었다. 특히 작가의 문장이 훌륭했다. 필사를 해도 좋을 것이다.

올해 내가 읽은 소설 중 최고라 생각한다. 죽기 전에 이 책을 읽은 게 다행이다 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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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에서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 책 리뷰 2017-11-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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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독한 하루

남궁인 저
문학동네 | 2017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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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의학과 의사 남궁인의 에세이 <만약은 없다>는 작년에 읽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 <지독한 하루> 역시 나오자마자 읽어버렸다.


7월에 읽고 지금 리뷰를 남긴다. 그 사이, 4달이라는 시간 동안 내용은 까먹었을지 몰라도 당시 느낀 감정들은 성숙되어 글로 나올 준비를 마쳤다. <만약은 없다>를 읽었을 때 이 작가를 알게 됐다. 나에겐 생소했던 응급의학과 의사. 응급실에 있는 의사들은 각 과에 있는 의사들이 돌아가면서 서는 당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남궁인 작가를 알고부터는 응급의학과 의사가 따로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뿐이랴?

응급의학과 의사는 일주일에 2~3번 출근하며 24시간 동안 근무한다. 24시간 동안 응급실에서 오는 환자들을 다 케어한다고 보면 된다. 생명이 위독한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아닌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어찌 됐든 응급실에 오면 응급의학과 의사를 만나게 되고 진단을 내리거나 응급처치를 하면 그의 역할은 끝난다. 그에게 24시간은 긴장을 놓지 말아야 할 응급 사항이다. 혹시나 실수를 하지 않을까 긴장해야 하며 사소한 것까지 예민하게 신경 써야 한다. 그렇게 24시간 동안 생명의 끈을 부여잡고 놓지 않아야 하는 사람, 바로 의사 남궁인이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일이지만 저자에겐 직업이다. 진상을 만날 수도 있고 뜻하지 않는 사고가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의사이다 보니 직업상 겪는 일들을 편하게 말할 수가 없을 것이다. 생명을 살리는 의사가 오늘은 참 지독하게 힘들었다고 하면 뭔가 뉘앙스가 이상하지 않을까. 하지만 <지독한 하루>를 읽게 되면 제목의 뜻을 이해가 될 것이다. 왜 지독한 하루인지를.....

응급실에서의 하루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사고로 불에 탄 사람들이​ 응급실로 실려와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차라리 자기를 죽여달라고 애원하는 사람도 있고, 2달 된 아이를 리모컨과 발로 때려 뇌에 손상을 입힌 뻔뻔한 아동학대범도 있고, 칼에 찔린 조폭을 치료하려는데 조직원들이 막무가내로 폭행하는 경우도 있고, 한여름에 아빠의 실수로 아들을 차에 몇 시간 동안 방치해 일사병에 걸려 죽을 뻔한 아이를 치료하기도 한다.

이런 사건들을 겪는다고 상상만 해도 그의 직업상 스트레스가 어떤지 가늠할 수 있으리라. 보통의 사람이라면 이 직업을 선택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견딜 수도 없었을 것이다. 


<만약은 없다>를 읽었을 때는 작가보다 내용에 집중했고 <지독한 하루>를 읽을 때는 내용보다 작가에 집중했다. <만약은 없다>를 읽었을 때보다 <지독한 하루>를 읽었을 때가 좋았다. 작가의 입장에서 읽다 보니 머리보다 가슴이 먼저 움직였으니까. [기내 난동 사건을 마주하며]를 읽을 때 나도 화가 났고, [‘매끄러운 뇌’를 가진 열한 살 아이]를 읽었을 때는 슬퍼서 눈물을 흘렸고 [땡볕에 갇힌 아이]를 읽었을 때는 감동했다. 의사 남궁인도 글을 쓸 때의 심정이 나와 같지 않았을까?


책을 읽는다는 것, 작가를 알아간다는 것, 그리고 책과 작가를 이해한다는 것.

그것이 독자로써 최고의 기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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