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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슈의 발소리 | 서평 2023-09-26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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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젠슈의 발소리

사와무라 이치 저/이선희 역
arte(아르테) |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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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괴담과 호러 작품을 좋아했던 저자는 오사카대학을 졸업한 뒤 출판사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부터 본격적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015년 '사와무라 덴지'라는 이름으로 응모한 "보기왕"이 독특한 문체와 뛰어난 구성으로 심사위원들의 절찬을 받으며 제22회 일본 호러소설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으며, 이 작품은 같은 해 "보기왕이 온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이후 "즈우노메 인형", "시시리바의 집", "나도라키의 머리", "젠슈의 발소리"를 시리즈로 출간했고 "보기왕이 온다"를 원작으로 한 영화가 제작되었습니다. 그 외 "공포소설 기리카", "예언의 섬", "아름답다 추하다 당신의 친구" 등을 썼습니다. 그럼 <젠슈의 발소리>를 보겠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는 30년 전 쌍둥이 형제가 산에 놀러 갔다가 동생 겐타로만 돌아온 기사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오컬트 기자인 노자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10년 전 남편과 결혼한 기요코는 2년 전 시어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간병이 필요한 상태라 함께 살게 됩니다. 그러다 1년 전 남편이 회사에서 해고된 후로 취직이 힘들자 집안일도 어머님 간병도 손을 놓았고, 모르는 사이에 어머님은 치매가 진행되었습니다. 기요코는 일도 간병도 집안일도 이를 악물며 버텼으나 결국 쓰러져서 입원을 했고, 퇴원한 날 남편과 시어머니의 태도에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날 저녁 모든 의욕이 사라져 울고 있자 남편이 그녀를 위로하며 형이 있었다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라며 30년 전 쌍둥이 형 데루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무리에게 끌려 갔다고 말합니다. 마음속으론 요괴의 소행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린 자신의 말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았고 그렇게 실종인 상태로 시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출근하려고 문을 열자 남편과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머리 모양에 상하 트레이닝복을 입고 샌들을 신은 남자가 있습니다.

 

다섯 번째 이야기 '젠슈의 발소리'는 휴대폰 소리에 정신을 차리는 노자키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육교가 흔들리면서 문득 노자키는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이 납니다. 닷새 전 마코토와 결혼한 내게 결혼식과 피로연을 치르고 마코토의 언니 고토코가 축하한다며 돈 봉투를 건넵니다. 거절하다가 넘어졌고 마코토는 왼발을 삐었습니다. 마코토는 아르바이트로 고엔지의 작은 바에서 이상한 일이 생긴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고 있는데 고토코가 대신 나갑니다. 요 근래 7명에게 오전 0시에서 5시 사이 인적이 없는 어둠 속에서 옷이나 가방이 잡혀 질질 끌려다니거나 내동댕이쳐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뉴스에 따르면 피해자 사이에는 공통점이 없고 수사도 진전되지 않아 뉴스에서는 묻지마 범죄처럼 보도했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피해자 중 어느 누구도 가해자의 모습을 보지 못했고, 짐승의 발톱이 아스팔트를 긁는 듯한 발소리를 들었다고 합니다. 이 일련의 사건이 오컬트 영역으로 소문이 났고 고토코가 노자키와 함께 조사를 시작했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습격을 당했습니다.

 

실종된 남편의 형이 30년 만에 나타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의 정체는 무엇인지, <젠슈의 발소리>에서 확인하세요.

 

 

사랑하는 아이가 곧 태어날 예정인 다하라 히데키가 거래처의 높은 분의 아들 결혼식에서 이상한 느낌의 거울을 보게 된 이후에 기묘한 경험을 하는 '거울', 고등학생인 아스카는 오컬트 잡지의 편집 일을 하는 이모에게 여장 남자인 레이지 씨의 기묘한 이야기를 했고 그 이야기가 사실에 기반이 되었음을 알게 되는 '우리 마을의 레이코 씨', 아픈 시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함께 살면서 기요코는 몸도 마음도 지쳐가던 중 30년 전 실종된 남편의 쌍둥이 형이 나타나면서 겪게 되는 '요괴는 요괴를 낳는다',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지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슌스케는 같은 병실 사람들이 만나러 가는 빨간 학생복의 소녀를 자신도 찾아가며 겪게 되는 '빨간 학생복의 소녀', 노자키와 마코토의 결혼식을 축하하러 온 언니 고토코는 다친 동생을 대신해 의뢰받은 사건을 조사하면서 경험하는 '젠슈의 발소리'까지 <젠슈의 발소리>는 다섯 편의 단편이 들어 있습니다. "나도라키의 머리"에서 마음이 통하게 된 노자키와 마코토의 결혼식도 엿볼 수 있고, 마코토와 언니 고토코, 노자키의 활약도 골고루 실려 있습니다. 단순한 호러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문제와 도시 전설이 생겨난 이유도 생각해 보게 합니다. 무섭다, 끔찍하다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등장인물이 사와무라 이치 작가가 그리는 호러 미스터리입니다. 다음 작품에는 히가 자매와 노자키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기대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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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의 나의 집 | 서평 2023-09-2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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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녹색의 나의 집

오노 후유미 저/남소현 역
북플라자 |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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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일본 오이타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오타니대학 재학 당시 교토대학 추리소설 연구회에서 활동하며 소설 작법을 배웠습니다. 1988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해 "악령" 시리즈로 큰 인기를 얻었습니다. 이 시리즈는 이후 내용을 대폭 수정해 "고스트 헌트"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되었으며, 만화책 및 TV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판타지 소설 "십이국기" 시리즈, 기담 소설 "동경이문", 호러 소설 "시귀", 미스터리 소설 "흑사의 섬" 등이 있습니다. 2013년 "잔예"로 제26회 야마모토슈고로상, 2020년 "십이국기" 시리즈로 제5회 요시카와에이지문고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럼 저자의 <녹색의 나의 집>을 보겠습니다.


 

주인공 16살 아라카와 히로시는 반년 전 엄마가 교통사고로 죽고 장례식을 치를 때부터 엄마의 고등학교 동창 나오코 아줌마가 살림을 봐주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히로시 집에 머물다가 아버지와 재혼을 했고, 배신감이 든 히로시는 그곳에서 벗어나고파 전근이 잦았던 아빠 때문에 초등학생 때 1년 정도 살았던 이곳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일방통행인 상점가, 편의점과 비디오 대여점 사이로 난 좁은 50미터 남짓 되는 막다른 골목 안 끝에 자리한 흰색 건물에 녹색 문의 하이츠 그린 홈에 살게 되었습니다. 사정상 발품을 팔 여력이 없어서 부동산에 맡겨서 살게 된 첫 자취방이지만 상주 관리인인 노자키는 1호실, 히스테리를 부리는 5호실 타카무라, 처음 볼 때부터 이상한 말을 하는 히로시와 비슷한 나이의 6호실 이즈미 사토루, 갓난아이와 함께 사는 7호실의 음침한 인상의 카가와 부부,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악의를 보이는 옆방 8호실 오오바야시까지 입주민들은 전부 불쾌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하지만 히로시는 돌아갈 집이 녹색 문의 9호실 이곳뿐이고, 이사를 가려고 해도 아버지께 사정하기가 싫어서 그냥 지내기로 합니다.

 

우편함엔 히로시의 이름만 적혀 있고, 뒷장 모서리 부분에 빨간 지문이 묻어 있는 빈 편지가 있습니다. 언젠가부터 노란색 원복을 입은 남자아이가 쪼그리고 앉아 노란색 분필로 무언가를 가득 그리고 있는데, 그림을 자세히 보니 다양한 형태로 피를 토해 내는 사람들이 층층이 겹친 그림입니다. 전학 간 학교를 마치고 집에 들어왔는데 아이가 그린 낙서는 5호실 현관문 바로 앞에서 끊겨 있습니다. 한 덩어리로 뭉쳐진 낙서 중에서 딱 하나 삐져나온 그림대로 5호실 입주자가 죽었습니다. 게다가 창밖으로 보이는 신사를 보면 알 수 없는 공포와 불길한 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또한 전화를 개통한 날부터 아무 말도 없는 전화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납니다.

 

여기로 이사 온 후부터 기분이 나빠진 히로시는 초등학교 동창을 만나 이곳에서 지냈을 때의 일이 떠오르기 시작합니다. 하이츠 그린 홈에서 생기는 기괴한 일과 어릴 때의 일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녹색의 나의 집>에서 확인하세요.

 

 

집이란 공간이 주는 느낌은 모두에게 다를 것입니다. 하지만 대부분 집은 가족이 함께하는 공간이며, 따뜻하고 행복한 곳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진 않습니다. 집이 무섭고 힘든 곳이 되어버리면 마음의 휴식처가 사라지게 되어 몸도 마음도 떠돌게 됩니다. <녹색의 나의 집>은 아버지의 재혼을 계기로 혼자 자취를 하게 된 16살 아라카와 히로시의 이야기입니다. 음침하고 기분 나쁜 이웃들, 매일같이 걸려오는 말 없는 전화,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없는 편지, 한밤중에 나타나 땅바닥에 죽은 사람들을 그리는 남자아이에 여기를 떠나라는 소년까지, 무섭지만 돌아갈 집이 없는 히로시는 이곳에 계속 있습니다.

 

나에게는 이제 집이 없었다.
아무리 기분 나쁜 공간이라 할지라도 내게는 돌아갈 곳이 필요했다.
(p. 27)

 

읽으면서 나이가 어리든, 많든 누구라도 마음을 놓이고 쉴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함을 절실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난 그런 공간이 될 집을 자녀에게 느끼게 해주었는지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마지막까지 감동과 깊은 여운을 느끼게 하는 호러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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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습기 | 서평 2023-09-19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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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지금 이 시대를 잘 반영하는 작품이라 더욱 섬뜩하고 찝찝한 기분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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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기 | 서평 2023-09-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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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습기

마태 저
해피북스투유 | 2023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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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어렸을 때부터 음습한 이야기만을 좋아했고,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고 나서도 그런 이야기들을 계속 읽었습니다.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 읽을 수 있는 작품을 계속해서 쓰는 것을 목표로, '장르문학 IP 공모전 리노블 시즌1' 대상 수상작인 <습기>를 계기로 본격적인 집필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럼 내용을 보겠습니다.


 

미연은 신도시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어 잔금을 치르기 위해 마이너스 통장도 만들고 시어머님께도 큰돈을 빌렸습니다. 경기 남부의 신도시인 동명시는 주위에 대형 쇼핑몰이니 산업단지니 하는 개발 호재로 언론에도 자주 등장했던 곳으로, 기자인 남편과 자신의 연봉을 몇 년간 고스란히 모아도 이사 가기는 불가능한 곳입니다. 그런 곳에 청약 당첨이 되어 이사를 가게 되는 날, 미연은 예전보다 직장과의 거리가 훨씬 멀어져서 1시간 반 정도 걸리지만 그것마저도 기꺼이 감수할 마음입니다. 이사하면서 경비실에 들린 미연은 무서운 표정과 생김새의 경비원에게 불쾌한 느낌이 들었고 어딘지 모르게 찝찝했습니다. 대충 이사를 마치고 근처 쇼핑몰에 가서 저녁을 해결하고 키즈카페에서 정우를 놀리던 중 정우와 같은 나이의 채윤과 채윤엄마를 만났습니다. 미연이 드림힐 아파트에 산다고 하니 채윤엄마는 놀라서 굳은 채로 잠시 있다가 당황한 듯 횡설수설합니다. 이상한 기분을 가진 채로 집으로 들어가려는데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여자가 갑자기 튀어나와 차를 가로막고 기괴하게 웃습니다. 집으로 들어와 불안한 마음을 다독이며 다음날 출근을 했습니다.

 

전학 첫날 지호는 키즈카페에서 만난 채윤이 덕에 친구를 많이 만들었습니다. 준서, 시후, 영희였는데, 다들 동명시로 이사 왔고, 영희는 지호 윗집에 살고 있었습니다. 엄마들 채팅방에 미연을 초대했고 영희엄마는 미연에게 집에 놀러 가도 되냐며 개인 메시지를 보내면서 부담스럽게 합니다. 며칠 후 미연은 반차를 내고 지호와 등교를 했고, 채윤엄마와 영희엄마를 만납니다. 영희엄마의 얼굴은 60대에 가까워 보였지만 옷은 몸에 붙은 붉은 원피스를 입고 얼굴엔 진한 메이크업과 머리카락은 탈색을 했는지 지나치게 밝은 갈색입니다. 미연은 거부감이 들었지만 영희엄마가 팔짱을 끼며 친근하게 행동하자 어쩔수 없이 함께 카페에 갑니다. 점심시간에 맞춰 출근하기 위해 나가는데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주말에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집 구경하러 왔는데, 시누이가 옛날에 이곳에서 유괴사건이 있었다는 말을 합니다. 시어머니와 시누이가 떠난 뒤 알아보니 지난 주말에 실화를 기반으로 한 범죄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서 동명시에서 일어난 연쇄 아동 실종사건에 대해 다뤘습니다. 간혹 혼자 있을 지호가 걱정되는 미연은 회식으로 늦어 대신 데리러 가기로 한 정우마저 일이 생겨 못 갑니다. 지호와 연락이 안 된다는 정우의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집으로 가니 영희네 집에서 밥 먹고 놀았다고 신나하는 지호와 만납니다.

 

제물을 바치고 기도를 하는 혜미는 실패로 끝났다며 울부짖습니다. 상제님의 말씀을 전하는 교구장 진숙은 혜미의 엄마이고, 믿음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그녀를 빗자루로 때립니다. 다음 제물을 구해 오라는 진숙의 말에 혜미의 눈은 광기를 띠기 시작합니다.

 

이곳에서 일어난 연쇄 아동 실종사건과 제물을 구해오라는 만세교의 정체는 무엇인지, 자세한 이야기는 <습기>에서 확인하세요.

 

 

누구나 꿈꾸는 신도시 아파트의 청약 당첨, 로또에 당첨되는 것보다 더한 행운이라고 다들 말합니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낸 주인공 미연은 기대에 부풀었지만, 이사 첫날부터 이상한 일들을 마주하고 섬뜩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게다가 불쾌한 윗집 영희엄마가 맞벌이로 혼자 있는 외동아들 지호를 챙겨주는 것도 싫습니다. 하지만 대안은 없고 그저 별일이 없기를 바라는데, 이곳에서 벌어졌던 연쇄 아동 실종사건을 알게 되어 미연은 더욱 불안해집니다. 불안한 마음과 호기심으로 실종사건을 알아볼수록 그녀에게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고, 그 끝의 실체는 미스터리 스릴러 소설이 그러하듯 반전을 선사합니다. 마지막까지 독자들로 하여금 찝찝함을 남기게 하는 <습기>는 이단이라는 중요 소재 외에도 맞벌이 부부의 현실적인 문제를 실감 나게 그렸습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를 마치고 부모가 돌아올 때까지 아이를 여러 학원에 다니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혼자 집에 있게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엄마 같은 마음으로 주변의 엄마들이 아이를 간혹 돌보면 좋겠지만, 그런 일은 요원합니다. 재작년에 입주한 아파트 근처에 이단교회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하고 성인만 있는 전 그렇구나에 그쳤지만, 어린아이들을 둔 아파트 단지 내 엄마들은 걱정이 많았습니다. 이런저런 것으로 아이들을 꼬셔서 그곳에 다니게 한다는 것입니다. 맞벌이가 늘고, 그로 인해 여러 가지 우려스러운 점들이 생기지만 그렇다고 뽀족한 수가 없는 지금 이 시대를 잘 반영하는 작품이라 더욱 섬뜩하고 찝찝한 기분이 남습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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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 서평 2023-09-14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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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저
다산책방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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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쓰고 폴란드 문학과 동유럽 문학 작품을 번역하는 저자는 2022년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최종 후보에 선정되었습니다. "붉은 칼", "죽은 자의 꿈" 등의 장편소설과 "저주토끼", "아무도 모를 것이다", "여자들의 왕" 등의 소설집, 연작소설집 "한밤의 시간표"를 펴냈습니다. 그럼, 저자의 4년 만의 신작 장편소설, <고통에 관하여>를 보겠습니다.


 

국제통증학회의 정의에 따르면, 통증은 '조직 손상이 있거나 있었다고 생각되는 사건에 연관되어 나타나는 감각적 또는 정서적 불유쾌한 경험'으로 정의됩니다. 몸에 손상이 일어나면 신경계에서 통증을 감지하여 뇌로 전달합니다. 그러므로 통증을 없애기 위해서는 말단 감각체가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하는 방법과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지 못하게 막는 방법이 있습니다. 회사는 마약성 진통제를 대체할 새로운 약물을 연구하고 개발했고, NSTRA-14는 통증 신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면서도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중독성이 없다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었습니다. 정부 당국도 감시 및 관리했고, NSTRA-14의 안정성이 입증되고 중독성이나 내성이 없다는 사실이 오랜 세월에 걸쳐 확인되자 규제를 풀기 시작했습니다. 특허 기간이 끝난 뒤에 같은 성분이지만 용량과 종류에 따라 일부 제품은 처방 없이도 약국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교단은 고통이 없는 삶은 자신의 영혼을 자각하지 못하는 삶이라 결론지었고, 이런 철학적 결론을 바탕으로 고통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신도들은 고립되어 고통받았고, 고통을 견디는 과정에서 고립되었으며, 그 고통의 끝에 그들의 삶에는 교단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었습니다. 태와 한은 어릴 때 부모와 헤어졌고 교단에서 자랐습니다. 태는 고통을 없애는 약을 개발한 제약회사 본사의 건너편에서 폭발물을 설치한 드론을 조종해 본사 사옥 최상층을 폭발시켰습니다. 그로 인해 사장과 연구최고이사가 죽었고, 이들은 경과 오빠 효를 생체실험 대상으로 사용한 부모입니다. NSTRA의 뒤를 이어 고통을 없애기 위해 개발 중이던 약에 고통을 증폭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교단 사람들은 그 약물을 빼돌려 교단의 종교 행사에 사용했습니다. 소모임 형식으로 열렸던 교단의 기도회에서 NBOLI-730을 복용한 일부 열성 신도들이 고통을 겪다가 견디지 못하고 사망하는 사건이 일어났고, 경찰이 수사를 시작하면서 교단 관련자들을 체포했습니다. 이 기도회 사건에 앙심을 품은 교단이 1년 뒤 폭탄 테러를 저질렀을 것이라 경찰은 결론지었습니다.

 

그로부터 12년 후 종교단체의 지도자들이 하나둘 시신으로 발견되는데, 시신 옆에는 '죽은 자는 이미 구원받았다'라고 프린트된 문구가 놓여 있습니다. 그들의 몸에는 고문의 흔적이 있었으며 부검 결과 기도회 사건 당시의 약물이 검출되었습니다. 륜과 순형사는 단서를 얻기 위해 교도소에 수감 중인 태를 찾아왔고, NBOLI 약물을 묻기 위해 경을 찾았습니다. 경이 회사를 떠난 후 권리를 물려받은 법적 배우자 현이 폐쇄된 실험실까지 가는 편의를 제공하겠다고 했고, 태의 상담의사도 함께 합니다. 시간이 지나 교단 지도자들을 살해한 사람은 누구이며,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고통에 관하여>에서 확인하세요.

 

 

고통은 무엇일까요. 고통이란 단어를 들으면 아프다가 함께 연상이 되니 몸이나 마음이 아픈 것을 뜻합니다. 누구나 아픈 것은 싫어하고 되도록이면 피하고 싶습니다. <고통에 관하여>에서 중독되지 않고 내성이 생기지 않는 강력하고 안전한 진통제가 등장합니다. 이로 인해 고통의 개념, 통각의 문화가 바뀌게 됩니다. 통증은 참는 것이 아니라 조절하거나 퇴치하는 것으로 변합니다. 이런 약이 있다면 정말 좋은 걸까요. 보통 몸이 아프면 처음엔 참아보다가 진통제를 먹고, 그래도 더 아프면 병원을 찾아가 몸에 문제가 있는지 살펴봅니다. 이처럼 고통은 병의 전조증상을 일깨웁니다. 그래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몸속의 상태를 짐작하게 합니다. 그런데 책의 약은 이런 통증을 느끼게 해주질 않습니다. 희귀 난치성 질환인 선천성무통각증은 통점, 냉점, 온점 등의 감각을 뇌에서 인지하지 못하는 질환으로 뜨거움과 차가움도 못 느껴 체온조절도 하지 못하며, 통증을 느끼지 못해 상처가 많고 감염의 위험이 크다고 합니다. 필요 없다고 생각한 통증이 이처럼 우리 몸을 보호해 주는 것인지를 책을 읽으면서 느꼈습니다. 게다가 고통받는다는 것은 몸의 통증뿐만 아니라 괴로움, 상실 같은 마음의 통증도 견딘다는 뜻입니다. 그렇기에 고통받고 있을 땐 이런 고통을 없애고 싶지만, 막상 고통이 없다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고통 뒤에 찾아오는 평안, 감사, 사랑, 행복 같은 것들을요. 세상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통이 존재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카페 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받고 쓴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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