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많은 책을 읽지만 무엇보다도 이 책은 저에게 오래 기억될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도 스스로가 우울증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생활하다보니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도 점점 소원해지고 하던 일도 잘 안되기를 반복하던 삶을 꽤 오래 지속했습니다. 심리상담도 받고 정신과에서 검사 및 약처방도 받았지만 경미한 기분부전이라는 진단만 받았을 뿐 일상생활이 크게 나아지진 않았습니다.
재정적인 문제 때문에 심리상담을 그만두고 스스로 변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나서 닥치는대로 책들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자기계발 서적들을 많이 읽기 시작했었는데 당시엔 뭔지 몰랐던 찜찜함이 항상 있었고 실질적인 변화엔 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아마 그런 실용적인 조언들이 저에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제 마음근력이 마련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책을 읽어갈수록 각자의 능력과 경험,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특정인의 에피소드 몇 개나 흔히 성공했다는 사람들의 방법론이 일말의 진실을 담고있을지언정 대부분 일반화할 수 없는 개인의 노하우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들이 온전히 언어로만 전달되고 이식될 수 없는 것들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저는 더 깊게 파고들어가서 심리학, 임상심리학, 신경과학, 뇌과학, 의학 책들을 집중적으로 읽으면서 인간을 더 근원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감정, 생각, 행동은 어떻게 생겨나는지 그리고 그것을 바꾸려면 어떤 방법이 효과가 있을지 많은 책들을 통해서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최근 2년 동안 집중적으로 책을 읽어오면서 심리학과 뇌과학을 기반으로 한 인간관이 나름대로 구축되기 시작할 때 쯤, 유튜브에서 김주환 교수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단번에 정말 깊게 공부하셨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내용이 깊으면서도 실용적이었습니다. 작년 말부터 꾸준히 유튜브에 올리신 강의를 모두 듣고 있었기 때문에 책이 나오자마자 바로 주문했습니다. 기대치 않게 교수님 사인이 있는 책을 갖게 되어서 선물을 받은 느낌입니다 ㅎㅎ
책을 고를 때 저자가 어떤 사람인가 항상 찾아보는 편입니다. 재작년 쯤 교수님의 전작 <회복탄력성>을 읽을 때는 주로 외국의 유명 심리학자나 뇌과학자들의 책을 읽고있던 터라 교수님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로 훌쩍 읽고 지나갔었습니다. 그러다가 2년만에 유튜브에서 다시 알게된 후 교수님의 이력에 대해 찾아보니 명상과 마음근력 영역에선 국내 학계 최전선에 계신 분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국내, 해외 최정상급 학자와도 논문을 내시고 현장 경험도 두루 갖고 계신 분들이 대중서까지 내주시면 독자의 입장에선 너무나 감사한 마음입니다. 특히 심리학이나 뇌과학 분야는 깊이 파고들면 복잡하고 오해의 소지가 있는 내용이 많아서 너무 쉽지도 않고 너무 어렵지도 않게 쓰인 책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느낍니다. 그런 와중에 국내에서 이 분야 최고의 전문가인 교수님께서 전문서적과 대중서 그 경계에 있는 수준으로 방대한 내용을 집필하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책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자면, 마음근력과 내면소통에 관한 방대한 내용이 잘 정리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앞에서 제 개인적인 얘기에 적어놓은 것처럼, 저는 생물학적이고 철학적인 관점에서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스스로 공부해가던 중이었는데 이 책은 그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우리가 평소에 의심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인간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나 편견, 그리고 통속심리학적 오해, 나아가서는 세계관에 대해서도 언급합니다. 과학적, 종교적, 철학적 사상의 향연이고 종합입니다. 김주환이라는 한 인간의 세계관이 담겨있다는 느낌이고, 그 세계관의 많은 내용이 제가 스스로 깨달아가던 내용과 합치되는 부분도 많았고 책을 통해 새로 알게된 내용도 많아서 읽는동안 많이 느끼고 배우게 되었습니다. 인용자료들은 최신 뇌과학/심리학/생리학/물리학 논문부터 샌더스 퍼스의 기호학, 사르트르, 포퍼, 프란시스코 바렐라, 다마지오, 칸트, 데카르트, 인도 철학, 불교, 기독교까지 광범위합니다. 철학적인 내용, 학문적인 내용, 실용적인 내용이 모두 얕지 않게 담겨있어서 내용의 충실성과 최신성이라는 기준으로 판단할 때 최근에 출판된 국내 저자의 책들 중 단연코 최고 수준입니다. 왠만한 해외의 대가들이 쓴 책보다도 내용과 구성 면에서 뛰어난 것 같아요.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통섭적이면서도 마음근력과 내면소통이라는 주제를 일관성있게 끝까지 밀고나가고 있기 때문에 여러 번 읽을 가치가 있는 정말 좋은 책을 만났다는 느낌입니다. 최근에 오강남 교수님의 저서를 통해 심층 종교의 개념을 알게 되었는데, 심층 종교의 관점에서 움직임과 명상 그리고 소통이 어떻게 개인을 건강하게 만드는지, 그리고 종교적 가르침의 어떤 부분들이 그와 연관이 되어있는지도 너무나도 잘 설명되어 있어서 더욱 뜻깊지않나 싶습니다. 철저한 과학의 영역과 철저한 종교의 영역을 잘 섞어놓은 책은 더욱이 찾기 쉽지 않으니까요. 종합적으로 오해와 편견이 많은 기존의 통속적 인간관에서 벗어나 과학적, 철학적, 종교적 내용을 통합한 새롭고 올바른 인간관을, 그리고 이에 바탕한 마음근력 훈련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인연은 참 우연이 많은 것 같습니다. 우연하고 적절한 때에 유튜브라는 매체에서, 그리고 책을 통해서 교수님의 가르침을 배우면서 인생의 깊은 의미에 대해서 많이 느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음 속의 스승님으로 생각하며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네요. 점점 더 복잡하고 불확실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과 소통하며 연결되고 나아가 주변 사람들과, 사회와 안전하고 건강하게 소통하며 서로를 배려하고 더 나은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분들이 모두 평화롭고 지혜로운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
같이 읽으면 좋은 책
-- 감정의 뇌과학
안토니오 다마지오 <스피노자의 뇌>
안토니오 다마지오 <데카르트의 오류>
리사 팰드먼 배럿 <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능동적 추론과 의식
아닐 세스 <내가 된다는 것>
-- 혼잣말과 내면소통
이선 크로스 <채터, 당신 안의 훼방꾼>
-- 정신건강과 몸
베셀 반 데어 콜크 <몸은 기억한다>
게이버 메이트 <몸이 아니라고 말할 때>
--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로버트 새폴스키 <STRESS 스트레스>
엘리자베스 스탠리 <최악을 극복하는 힘>
마샤 리네한 <인생이 지옥처럼 느겨질 때>
스티븐 조셉 <외상 후 성장의 과학>
-- 명상의 과학
아미시 자 <주의력 연습>
대니얼 골먼, 리처드 데이비드슨 <명상하는 뇌>
-- 운동과 뇌가소성
토드 하그로브 <움직임을 위한 가이드>
김주환, 김경희, 채정호 등 <바른 마음을 위한 움직임>
켈리 맥고니걸 <움직임의 힘>
노먼 도이지 <스스로 치유하는 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