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흡기가 썩 건강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나쁘지도 않다.
어느 고등학교 담임 선생님은 반의 청소 감독을 하지 않았고,
그러자 아무도 청소를 하지 않기 시작했다.
그 때부터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는데,
눈물과 콧물을 물론 발작적인 재채기를 동반했다.
학교에 일찍 와 교실 바닥을 쓸고 닦으면 오전에는 그나마 무리없이 보낼 수 있었다.
그 이후에도 먼지가 많거나, 온도 차이가 크거나, 환절기가 오면 그 증상이 나타나곤 한다.
나는 어느날, 너는 더 이상 서울에서 살 수 있는 건강 상태가 아니니,
조금 더 공기가 청정한 곳에 가서 살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러니 대기 상태나 대기 오염을 불러일으킬만한 글에 예민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그렇다고 나보다 더 예민한 사람을 찾기 어렵지는 않고,
또 대기 오염을 이해하고 있지도 않았다.
대체 대기 오염이 무엇이기에, 이렇게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우리가 알지 못했던 대기의 특징, 대기 오염이 무엇인지, 대기 오염에서 우리는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담담하게 적어나가는데(리뷰에서 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겠다), 그에 앞서 초입에 이 문장이 있다.
28쪽.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이 너무 많이 이어지고, 대기 안에 있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에,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대기에 무엇이 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즉, 대기는 그저 아무것도 아닌 것 이상이라는 것을 이해하는 데 한참 걸렸다.
계절에 따라 날씨는 변하기 마련이고 특히 우리는 4계절이 뚜렷한 대한민국에 살다보니,
지금 이 차이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차이인지
아니면 지구 대기에 유의미한 문제가 생겨서 발생한 일인지 알기 어렵다.
그런데 어느 날 코로나 19가 전세계적으로 만연했다.
사람들은 대기 중에 바이러스가 있을 것을 염려하며 대기를 걱정하고,
각종 공장이나 운송 수단이 멈춤에 따라 무언가 이전과는 달라졌음을 알았다.
그 와중에 그 전에 생각하고 살았던 것과 다르게 사는 것을 경험하고 적응했다.
마스크를 쓰면서 적응한 시간보다 마스크를 다시 벗으면서 익숙해지는데 걸린 시간이 짧았지만,
코로나라는 바이러스의 특징을 이해하면서, 그 것을 기반으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205쪽.
내 전문 분야를 다루고, 잃을 것이 거의 없는 이런 논의에 들어가는 것이 내게는 쉬운 일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대에게 익숙하지 않은 주제를 설명해야 할 때, 바로 그 순간 내가 그 주제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게 된다.
일시적으로 강력하며, 주변에 감염자가 있어야 영향을 받는 코로나 19보다
매 초 몸안에 밀어넣고 있는 대기를 덜 중요하게 생각할 이유가 무엇이 있을까.
하지만 알지 못하면, 그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없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