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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금 여기에 현존하라

레너드 제이콥슨 저/김윤 역
침묵의향기 | 2020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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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들추어 보며 의식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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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서 명상을 접하고 마음공부를 주제로 하는 채널을 듣다 보니 자연히 마음과 감정을 다루는 책에 관심이 생겼다. 지금까지 읽었던 여기가 끝이 아니다』『네빌 고다드 5일간의 강의, 감정 연습, 옴니등이 그렇고 이 책도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 현재를 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준다. 부제가 자유와 평화, 참된 자기로 깨어나는 마스터키로 되어있다. 저자는 우리가 지금을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자신의 경험과 함께 모임에 참여한 내담자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얘기해 주고 있다. 사람의 마음속은 과거와 미래를 쫓아다니며 헤매는 삶이고 거기서 헤어나지 못하면 현재를 충실히 살 수 없다고 한다. 어떤 일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답답해지는 상황을 겪어본 이라면 충분히 공감하고도 남을 주제의 이야기다.

 

 

 

저자인 레너드 제이콥슨은 1979년까지 변호사로 일하다가 진린 탐구를 위한 긴 여행을 하고 1981년부터 신비한 영적 깨어남을 경험한 후 구도자들을 깨우치고 인도하는 영적 지도자의 삶을 살고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가장 단순한 방식으로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법과 삶의 진실 안에서 완전히 현존(現存)하며 깨어 있는 법, 그리고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근본적으로 현존할 수 있도록 마음과 에고에 통달하는 법을 알려준다. 먼저 이 책을 주의 깊게 끝까지 읽은 다음 마음 내키는 대로 펼쳐 볼 것을 권하고 있다. 깨어남을 방해하는 에고나 감정, 신의 존재, 죽음이라는 주제까지 얘기하고 있다. 경어체로 쓴 글이라 강의를 듣거나, 명상을 듣는 느낌도 들었다.

 

 

진실로, 지금 이 순간 바깥에는 삶이 없습니다. 진실로, 당신은 지금 이 순간 바깥에 존재하지 않으면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거의 모든 사람은 그것이 실재한다고 믿습니다. 그것은 마치 우리가 깊이 잠든 채 꿈같은 삶을 사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이 꿈에서 깨어나야 합니다.

 

영적 깨어남 혹은 깨달음이란 마음의 과거와 미래 세계에서 지금 이 순간의 진실과 현실로 깨어나는 것입니다.’(P17)

 

 

 

과연 그렇다. 한번 생각에 빠지면 과거에 일어난 일에 대해 이렇게 해야 했는데 저렇게 해야 했는데 하며 시나리오를 쓰며 자신을 괴롭힌다. 이미 지나간 과거나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일을 걱정한들 해결할 수 있겠는가.

 

 

마음의 세계에 빠져 있을 때, 당신은 에고로서 살아가며 에고의 통제를 받게 됩니다.’(P19)

 

 

마음속에 있을 때 우리는 분리된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라고 한다. 에고가 세상에서 활동할 때 보이는 기본 태도와 자세는 !, 내 것!, 내가 옳아, 내가 이것을 어떻게 이용할 수 있지?, 그것이 내게 어떤 이익이 되지?”라는 말로 온통 에게만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를 떠나 살 수 없는 현대인에게 있어 이러한 사고와 태도는 불협화음을 초래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삶을 살 때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 걸까.

 

 

현존 안에서 걸을 때, 당신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평화와 사랑, 그리고 가장 깊은 수준의 침묵을 느낄 것입니다. 순간순간 알아차리는 모든 것에 대한 깊은 존중을 느낄 것입니다. 만일 마주치는 모든 것과 함께 온전히 현존한다면, 당신은 차고에서 부엌까지 걸어가는 동안 깨어난 존재일 것입니다. 그것은 신성한 여행일 것입니다.”(P32)

 

 

 

내가 마음공부 수업에서 알게 된 것은 마음공부가 단순히 마음만 편안해지는 공부가 아니라 행복과 성공, 부자가 되는 길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를 혐오하거나 주위 사람과 경쟁하고 비교하며 위축되는 등 자존감이 낮은 태도에서는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자기 자신이 먼저 지치고 말 것이다. 아픔이나 고통의 감정을 얘기하는 부분에서는 새로운 배움을 얻게 되었다. 무조건 억누르지 말아야 하며 오히려 그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고 문제의 상대에게 직접 하는 것은 좋지 않으며 혼자서 그 감정을 충분히 느껴야 한다고 했다. 저자의 말을 그대로 인용하자면, ‘그런 기억과 감정이 표면으로 떠올라 의식되고 책임 있게 표현되도록 허용해야한다는 것이다. , 슬픔, 병으로 인한 통증 등도 마찬가지다. 이것은 아픔을 치유하려면 그 아픔을 인정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다. 화를 인정하고 두려움을 인정해야 거기서 해방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우리 인간은 결핍감, 상처, 슬픔, 화 같은 아픈 감정과 느낌을 억압하는데 몹시 열중한다고 했다. 게다가 주요 종교들은 아픈 감정을 느끼는 것이 왜 중요한지 얘기하지 않으며 마치 아픔을 회피하기 위해 공모하는 듯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든 아픔의 핵심에는 아무도 진정으로 현존하지 않는 분리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아픔이 있다고 했다.

 

 

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한다.

 

 

종교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에고는 현존의 진실대로 살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오직 현존 안에서 깨어 있는 사람만이 현존의 진실을 살 수 있습니다. 에고는 결코 지금 이 순간을 알 수 없으며, 언제나 분리 속에서만 존재할 것입니다.

 

불교인이 되지 마세요. 붓다로 존재하세요.

기독교인이 되지 마세요. 그리스도로 존재하세요.’(P230)

 

 

 

마음공부 수업에서도 앞으로 종교의 힘은 점점 약해질 거라는 얘기도 들었다. 여러 성인이 하는 말씀의 핵심은 신이 곧 이며 내가하나님이라는 말도 들었다. 우리 현대인들은 많은 스트레스 속에서 살아간다. 개인의 삶이 자의든 타의든 노출되는 시대에서 비교하고 경쟁하는 심리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마음의 세계는 허상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아가는 법을 배울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거기서부터 행복과 성공의 길이 시작된다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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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바나 뜨개에 미치다! | 시/에세이/만화/예술 2023-06-17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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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뜨개는 우리를 들뜨게 하지

바나 저
브레인스토어(BRAINstore)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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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하고 즐거운 뜨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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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있고 소파에 앉아 대바늘뜨기를 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오렌지빛 표지와 어우러져 따뜻한 겨울밤의 사랑방을 떠올리게 한다. 어쩌면 그렇게 책 제목도 잘 지었는지! 작가의 뜨개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단숨에 읽었다. 아일랜드인 남편과 함께 더블린에 살면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바나의 뜨개 라이프 에세이다. 어려서부터 손으로 꼼지락거리는 것을 좋아해서 십자수, 프랑스 자수, 건담 피규어, 퍼즐, 그림 그리기 등 여러 경험을 했지만, 평생 하고 싶은 것은 코딩이었고 그것이 직업이 되었다 한다. 개발자는 반복을 싫어한단다. 그런데 어떻게 같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해야 하는 뜨개를 하게 되었을까.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코로나19는 우리의 일상과 세상을 바꾸어 놓았다. 그것은 작가의 일상도 변화시켰다. 바로 코로나 락다운으로 재택근무를 하게 된 상황에서 노동요를 고르다가 대바늘로 뜬 스웨터를 보고 니터들의 커뮤니티 라벌리(Ravelry)’의 세계에 들어갔다가 뜨개에 푹 빠지고 만다. 뜨개는 공방에서나 삼삼오오 모여 뜨개를 한다는 편견을 갖고 있던 바나에게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게 2년 정도 되었을 때 뜨개 이야기를 책으로 내보자는 출판사의 제안을 받았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뜨개를 경험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쓰게 되었다. 예전에 가방 하나와 조끼 하나를 겨우 떠보고 난 후 뜨개와 멀어졌던 나로서는 전문가 수준으로 성장한 그녀가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게 생각되었다.

 

 

뜨개 도구가 그렇게 다양하다는 것도 또 낯선 전문용어나 이 분야의 디자이너도 언급되고 있어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전문적인 예술의 분야이며 다양한 국적의 니터들이 뜨개를 사랑한다는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원래 시간을 때우려고 시작했던 뜨개가 이제는 평생 취미가 되었다고 한다. 뜨개옷은 왠지 촌스럽다는 고정관념이 있었지만 바나는 뜨개로 자신의 옷을 만들어 입으며 자존감이 높아지고 이전보다 삶이 더 나아졌다고 한다. 술집과 맛집을 순례하던 그녀가 뜨개의 고수로 변신하고 미래의 꿈을 다시 쓰는 모습이 흥미롭고 멋져 보였다.

 


 

종일 앉아서 손을 놀리며 한 코 한 코 뜨면서 정성과 인내심이 필요한 뜨개 작업을 어떻게 단시간에 전문가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었을까. 바나는 그것을 함뜨’(함께 뜨개)의 공으로 돌린다. ‘뜨친’(뜨개 친구), ‘문어발’(뜨개를 하다 완성하지 못한 것), ‘뜨친놈’(뜨개에 미친 놈) 등 그들끼리 통하는 재미있는 줄임말을 접하며 폭소가 터졌다. 뿐만 아니라 뜨개하며 먹는 간식 이야기, 코를 빠뜨리거나 잘못 떠서 아까운 실을 풀어서 몽땅 버렸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뜨개에 진심인 지인들 이야기가 뭉클한 감동을 준다. 왠지 고루하고 다소곳하고 나이 지긋한 할머니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뜨개를 이렇게 즐겁게 할 수 있다니. 다양한 직업의 여성만이 아니라 실 가게를 운영하며 뜨개를 하는 남성의 이야기도 나온다. 16세기 말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는 남자라면 누구나 필수적으로 뜨개 스타킹을 가지고 있어야 할 만큼 뜨개가 유행하였고, 1400년대부터 뜨개의 예술성을 발전시키고 뜨개의 질을 향상시켜 더 부유한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남성만을 위한 뜨개 길드가 만들어졌다는 역사적 사례도 흥미로웠다. 어린 시절 우리집에 놀러오셨던 고모부가 아랫목에 앉아 뜨개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신기했던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다.

 

 

AI가 여러 분야에 도입되며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뜨개는 어쩐지 잊고 있던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 하지만 실값과 뜨개 작업에 드는 시간을 환산하면 오히려 가성비 좋은 기성복을 사 입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런데도 왜 니터들은 뜨개를 하는 걸까. 육아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여성, 매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목격하며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의사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줌이나 카톡에서)뜨개를 하면서 마음의 평화는 물론 도전과 성취감을 맛보면서 삶의 활력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뜨개는 요가이자 명상이라며 뜨개 예찬을 멈추지 않는다. 함께 그런 시간을 보내며 당연히 우정도 깊어졌을 것이다.

 


 

바나는 뜨개 유튜버가 되고 40개의 아보카도를 까서 염색에 도전하는 등 도안을 출시하기에 이른다. 그녀 지인의 말대로 미쳐도 아주 잘 미친결과물이 이 책으로 나온 거였다. 감히 흉내도 낼 수 없을 것 같은 고난도의 패턴을 가뿐히 소화한 완성작 사진들을 보며 저절로 감탄사가 나왔다. 그리고 아일랜드의 풍경을 담은 사진들, 동그란 색색의 탐스러운 실타래들, 한 코 한 코 엮어가는 시간이 쌓이고 완성된 옷을 보며 느끼는 그들의 뿌듯한 성취감이 내게도 전해져왔다. 바나처럼 몰두할 수 있는 취미가 있다면 어떨까. 밋밋한 일상에 신선한 즐거움을 선사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평생의 취미가 되어 미처 몰랐던 재능을 찾아내고 좀 더 나은 삶이 될지도 모른다. 나를 들뜨게 하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바나의 통통 튀고 재미있는 뜨개 이야기를 읽다 보면 그 해답을 얻을지도 모른다.

 

 

 

 다시 도전해도 못하겠으면 또 잠시 치워 두고 할 수 있는 다른 걸 뜨면 된다. 꼬불꼬불 라면처럼 말린 실은 스팀을 주면 되니, 내가 잃을 건 시간 정도밖에 없다. 하지만 그 시간 역시 결코 낭비한 건 아니다. 결국은 그런 경험들이 모여서 내공이 쌓이고 언젠가는 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우리는 지금 점을 찍는 거라고 생각하고, 할 수 있을지 없을지 걱정할 시간에 일단 도전해보기를 바란다.(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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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독서 | 시/에세이/만화/예술 2023-06-11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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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프루스트의 독서

마르셀 프루스트 저/백선희 역
마음산책 | 2018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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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루스트의 문학에 대한 감수성을 다시 한번 느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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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136쪽의 얇은 책인데 예상대로 금세 읽지 못했다. 프루스트가 쓴 글이 아닌가. 이 책에는 세 편의 서문이 들어있다. <독서에 관하여>는 영국 작가 존 러스킨의 책을 번역하고 쓴 역자 서문이다. 나머지 두 편 <침울한 주거지에 행복을><달콤한 비축품>은 지인들을 위해 쓴 서문이다. <독서에 관하여>99쪽이나 되는 이 책의 대부분을 차지할 만큼 긴 이야기다. 러스킨의 작품에 대한 언급은 거의 없고 프루스트 자신의 어린 시절의 독서 기억을 떠올리며 독서에 대한 흥미로운 성찰을 펼쳐나간다.

 

 

아마도 우정은, 개인을 상대로 한 우정은 변덕스러운 무엇인데, 독서는 하나의 우정이다. 그러나 적어도 진지한 우정이다. 독서가 죽은 이를, 부재한 이를 상대한다는 사실이 독서에 사심 없는 무언가를, 거의 감동적인 무언가를 부여한다. 게다가 독서는 다른 우정들을 추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벗어버린 우정이다.’(P78)

 

 

박웅현의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 발견한 문장을 프루스트의 이 글에서 다시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책과 나누는 우정은 사람들 사이에서 나누는 우정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진지한 우정이라는 말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독서 속에서 우정은 돌연 본래의 순수성을 되찾는다. 책과 나누는 우정에는 상냥한 말이 필요 없다. 이 친구들과 우리가 저녁 시간을 같이 보내는 건 정말 그러고 싶기 때문이다. 적어도 우리는 그들과 헤어지는 걸 대개 아쉬워한다. 우리가 그들 곁을 떠나고 나서도 우정을 망가뜨릴 이전 생각들은 전혀 들지 않는다.’(P79)

 

 

책에 대한 기호가 지성과 함께 커진다면, 우리가 보았듯이 그 위험은 지성과 함께 감소한다. 독창적인 정신은 독서를 자신의 개인적 활동에 종속시킬 줄 안다. 그에게 독서는 그저 가장 고결한, 무엇보다 가장 고상한 소일거리일 뿐이다. 독서와 지식이 정신의 우아한 예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감성과 지성의 힘을 우리는 우리 자신 안에서만, 우리의 정신적 삶의 깊이에서만 기를 수 있다. 그러나 정신의 태도교육이 이루어지는 건 다른 정신들과의 접촉 안에서, 다시 말해서 독서 속에서다.’(P85)

 

 

‘(중략) (Beaune)같은 도시를 거닐면서 느끼는 작은 행복, 우리는 라신의 비극이나 생시몽의 책 한가운데를 배회하면서도 이 같은 행복을 느낀다. 이 작가들의 책이 사라진 언어의 모든 아름다운 형태를 간직하고,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관습이나 느끼는 방법들에 대한 기억을, 현재의 그 무엇과도 닮지 않은 과거의 흔적들을, 시간이 훑고 지나면서 색채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 과거의 완강한 흔적들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다.’(P90)

 

 

오래도록 어린 시절의 독서의 기억과 독서에 대한 성찰이 이어진다. 독서와의 우정을 논하는 부분은 감동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프루스트의 글을 읽다 보면 헤매기 일쑤다. 문장을 따라 읽다 보면 도대체 끝이 어디일까 확인하게 된다. 이 글은 그의 대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예고하는 글이라고 했다. 존 러스킨의 책에 쓰는 서문인데도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끝도 없이 쏟아놓는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시간이 지나면 점점 기억에서 희미해진다. 프루스트가 책을 대하는 자세를 배워야 할까. 그는 작품을 창조한 정신이 그 작품에 담아낸 아름다움만 우리를 위해 품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훨씬 더 감동적인 다른 아름다움도 받아들이는데, 그것들의 재료와 쓰인 언어가 삶의 거울과 같다는 사실에서 오는 아름다움이라고 말했다. 후루룩 읽고 잊어버리는 보통의 독자와 다르지 않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관습에 대한 향수, 기억과 지나간 시간의 흔적은 프루스트의 작품에 잘 드러나는 주제다. 프루스트의 글은 음미하며 반복하여 읽지 않으면 문장속에서 헤매다가 허우적거리게 된다. 그래서 손바닥만한 책이지만, 프루스트를 애정하는 독자가 아니고서는 읽다가 덮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20세기 소설의 혁명”, “소설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이라고 평가되는 잃시찾 시리즈에 도전하고 싶은 독자라면 프루스트의 독서관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으면서 프루스트의 문학에 대한 감수성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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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개의 단상 | 시/에세이/만화/예술 2023-01-0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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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300개의 단상

세라 망구소 저/서제인 역
필로우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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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없는 분량의 결코 가별지 않은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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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읽은 세라 망구소의 망각 일기와 세트로 나온 책이다. 이 글들은 짧은 생각을 표현한 300개의 단상을 모은 글이다. 역자의 말에 의하면 200개의 글은 15년 동안 쓰려고 애쓰던 다른 책의 집필을 미루는 과정에서 쓰였다고 한다. 여기에 100개의 단상이 더해져 이 책이 된 셈이다. 주제는 대략 자아, 타인들, 욕망, 예술, , 실패, 죽음이라는 일곱 가지 주제로 분류할 수 있다. 유머와 재치가 느껴져 공감할 수 있는 문장도 있지만 당혹스러운 얘기도 만날 수 있다. 또 한 번 읽는 것으로 의미가 선명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도 있다. 어쩌면 약간은 격언처럼 들리는 강렬한 글도 있어서 그런 문장은 따로 적어두고 되새겨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내게 좀 더 다가왔던 문장들을 소개해 보겠다.

 

 

우리 집 근처에 사는 물새들은 마치 중학생 같다.

검둥오리들은 목소리가 갈라졌고, 갈매기들은 오리들을

못 살게 굴고, 방금 치아 교정기를 낀 듯한 백로는 자존심

상한 얼굴로 혼자 서 있다.’(p8)

 

 

우리가 지닌 최악의 모습을 남들에게 보일 때의 문제는 그 모습을 남들이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이 기억하게 된다는 사실이다.’(p25)

 

 

두려움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서 놓여나자 내가 가진 두려움들은 더 이상 짐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들을 짐이 되게 만든 건 희망이었다.’(p25)

 

 

나는 글쓰기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글쓰기를 통해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문제를 갖는 일을 사랑할 뿐이다.’(p27)

 

 

천천히, 천천히, 나는 문장들을 쌓아 올린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 그렇게 쌓아 올리다 보면 갑자기 이야기가 거의 완성된 상태로 모습을 드러낸다.’(p28)

 

 

우리가 처음으로 들은 아름다운 노래는 시간이 흘러도 아름답게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아름다움은 어디에나 있지만, 그보다 좋은 건 처음으로 아름다움을 발견한 기억이기 때문이다.’(p31)

 

 

나는 사관학교 학생들이 게이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들은 그저 두려움 없이 사랑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전쟁에 나가려고 준비 중인 그들은 낭비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그들이 하는 말은 모두 진심이다.’(p39)

 

 

적응을 잘하는 사람들은 두려움을 자기 삶 한구석에 지니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삶 여기저기로 골고루 분배한다. 그래서 두려움이 사라지는 것 같다.’(p41)

 

 

친구는 선택할 수 있지만 친구와 어떤 관계가 될지는 선택할 수 없다.’(p45)

 

 

의지가 있으면 우리는 어떤 일을 성취할 수 있다. 다만 의지를 쏟을 만한 일이 어떤 일인지 알아내는 데 의지를 다 써버리게 된다.’(p74)

 

엄마가 되고 나서 나는 더 외로워지는 동시에 덜 외로워졌다. 내가 덜 외로울 때는 이 특별한 외로움을 함께 느껴온 이름 없는 타인들, 알려지지 않은 수십억 명의 여성들을 떠올릴 때다.’(p99)

 

 

우정, 결혼, 부모 됨, 자기 자신의 삶, 이런 것들처럼 끝나는 지점이 어딘지 알려져 있지 않은 일에 대한 헌신이야말로 가장 위대한 헌신이다.’(p103)

 

 

인용 문장에서 보듯이 세라 망구소는 다양한 주제의 단상을 글로 썼다. 그중에서도 사물을 보고 느낀 생각은 물론 글쓰기에 대한 생각, 기억에 대한 생각, 여성으로서 삶을 꾸려가며 느낀 통찰은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내가 읽었던 계속 쓰기의 작가 대니 샤피로 등 여러 작가들과 매체의 추천의 말도 실려 있다. 이런 글쓰기도 책이 될 수 있구나, 참신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편안한 에세이를 원하는 독자에게는 약간의 호불호가 있을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요즘은 유튜브 등 영상의 발달로 인해 긴 글을 읽기 어려운 시절이기도 하다. 곁에 두고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도 부담이 없는 분량의 책이다. 물론 거기에 담긴 단상은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을 기꺼이 즐기려는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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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각 일기 | 시/에세이/만화/예술 2022-12-29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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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망각 일기

세라 망구소 저/양미래 역
필로우 | 2022년 1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기억하기 위해 쓰고 잊기 위해 쓴다. 일기에 대한 다른 개성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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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 위해서 쓰는 것이 일기가 아닐까. 그런데 망각 일기라고? 망각 일기란 어떤 일기를 의미하는 걸까. 25년 전부터 일기를 썼다는 세라 망구소의 망각 일기에 대한 에세이다. 이 책을 읽기 전 흔히 보통 사람들이 쓰는 일기를 떠올렸었다. 하지만 읽어나가면서는 통념적인 일기와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된다. 나 또한 초등학교시절부터 오랜 시간 일기를 써왔고 기록하는 일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기에 공감하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녀가 강박적으로 치열하게 써왔던 일에 대해서는 의아하고도 어떤 열정마저도 느껴졌다.

 

 

일기 없는 삶을 상상하면, 단 일주일이라도 일기 없이 사는 삶을 상상하면 순식간에 공황 상태에 빠져들었고, 그럴 바에는 차라리 죽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다.’(p7)

 

 

이 정도면 일기 쓰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넘어 집착하고 목숨을 걸었다고 볼 수 있겠다. 그녀는 왜 이런 생각까지 하면서 일기 쓰기에 사활을 걸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읽어나갔다.

 

 

일기를 써도 소용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그렇다고 쓰기를 그만둘 수는 없었다. 쓰지 않고는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을 단 한 가지도 떠올릴 수 없었다.’(p8)

 

 

일기 쓰기는 무엇을 생략할지, 무엇을 잊을지를 솎아내는 선택의 연속이다.’(p10)

 

 

어쨌든 일기를 계속 써나갔고, 계속 쓴 이유는 일기를 쓰지 않는 편이 더 힘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나의 악습인 셈’(p14)이라고.

 

 

잊지 않기 위해서 쓰는 일기지만 오래전에 쓴 일기를 들여다보는 일은 자주 없다. 그런데 망구소는 전에 쓴 일기를 다시 읽으며 고쳐쓰기도 했단다. 시간 속에서 길을 잃지 않으려고 일기를 썼다. 흔히 나를 포함하여 보통 사람들이 쓰는 일기란 쓰다 보면 넋두리가 될 때도 있다.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도 묘하게 마음이 가벼워지는 기분을 느낄 때도 많다. 그래서 쓰지 않는 것보다 계속 쓰는 편을 택했던 망구소의 말에 공감하는지도 모르겠다.

 

 

일기를 통해 나는 흘러가는 시간을 꼭꼭 씹어 소화하고 차곡차곡 정리해. 그 시간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만일 내가 모든 시간을 과거에 대해 생각하는 데 써버린다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다, 라는 문장을 쓴 적이 있다.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계속 나아갈 것이다. 나 자신이 생각만으로 시간을 멈출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니, 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믿음인가.’(p89)

 

 

강박적으로 써나갔던 일기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조금은 완만한 여유를 찾은 듯 보인다. 임신과 출산으로 변화의 시기를 겪기도 한다. 보통 일기라 하면 지극히 사적인 고유의 영역을 떠올리기 쉬운데 이 에세이는 더 폭이 넓다. 출생, 결혼, 질병, 애도, 모성, 예술 등 삶과 죽음 등을 아우른다. 작가에 대한 어떤 고백록이나 회고록 성격의 감성 일기를 만나게 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뒷부분에 <추천의 말> 들에서는 이 에세이의 성격에 대해 잘 대변해주고 있다.

 

 

망각 일기는 일기 쓰기를 실천하는 일에 대한 명상이다. 세라 망구소는 무언가를 기록하고자 하는 욕망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추적한다. 망구소의 예술은 적은 단어로 많은 의미를 내포한다는 점에서 시적이다. 그는 문장에 대한 어떤 종류의 믿음을 가지고 있다. - 가디언’(p111)-추천사

 

 

일기 쓰기를 실천하는 일에 대한 명상이란 말에 무척 공감할 수 있었다. 앞에서도 인용했지만, 일기는 무엇을 생략할지 무엇을 잊을지 솎아내는 일의 연속이라고 했다. 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의 일기 쓰기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다. 어쩌면 지극히 개인적이고 단편적인 기록만 계속하고 있는 건 아닌지. 조금씩 시야를 밖으로 돌려 확장의 시선을 갖고 다른 테마의 글쓰기를 추가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지금은 무엇이든 쓰는 시대다. 글쓰기가 브랜딩이 되는 시대이다. 다른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쓰며 살고 있을까, 궁금하고 배우고 실천하고 싶은 독자들이 읽으면 기록하는 일의 나아갈 방향을 안내해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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