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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사람을 만든다. 꿈꾸는 만큼 성장한다. 사람은 그가 마음에 생각하는 그대로의 사람이 된다. 인간은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인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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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황금 물고기

르 클레지오 저/최수철 역
문학동네 | 2010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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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으로 르 클레지오의 작품은 처음 접하게 되었다. 2008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이고 프랑스 현대 문단의 살아있는 신화라는 평을 받고 있는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화자는 의 뜻을 가진 라일라가 과거를 회고하는 구성으로 쓰였다. 예닐곱 살에 인신 매매단 에게 유괴당한 이 흑인 여자 아이를 랄라 아스마라는 여주인이 샀고, 밤에 들어왔다 하여 그 이름을 붙여준 것이다.

 

그 일은 차라리 꿈이랄까. 아득하면서도 끔찍한 악몽처럼 밤마다 되살아나고 때로는 낮에도 나를 괴롭힌다. 햇살에 눈이 부시고 먼지가 날리는 텅 빈 거리, 푸른 하늘, 검은 새의 고통스런 울음소리, 그때 갑자기 한 남자의 손이 나를 잡아 커다란 자루 속에 던져 넣고, 나는 숨이 막혀 버둥거린다.(P9)

 

 이 어두운 기억은 트라우마가 되어 평생 동안 따라다닌다. 어둠과 밤이 무섭고 거리를 무서워하게 된다. 밖에서 들려오는 온갖 소리와 큰 소리로 떠들어대는 남자의 목소리도. 마당을 벗어날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였으니 유괴에 대한 심리적 두려움이 얼마나 컸을까 짐작할 수도 없다. 그나마 랄라 아스마를 만난 것을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할까. 오로지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이 할머니, 마님뿐이다. 그녀를 위해 집안일과 심부름을 해 주는 대가로 읽는 법과 프랑스어와 에스파냐어로 쓰는 법을 배우고 암산과 수학을 그리고 종교에 입문하는 것도 배운다. 또 몸을 깨끗이 하고 항상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랄라 아스마는 항상 라일라의 편이 되어 주었지만, 며느리 조라의 학대와 아들 아벨이 뻗치는 추악한 검은 손에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방패막이가 되었던 랄라 아스마가 좀 더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늙고 지쳐서 더 이상 읽기도 공부도 시키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경련을 일으켜 쓰러지고... 의사를 부르러 갔다가 여인숙에서 산파인 자밀라 아줌마를 데려오지만, 간절한 라일라의 바램에도 불구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세상을 뜨게 된다. 이에 라일라에게 쏟아진 화살, 분노로 일그러진 조라를 피해 멜라의 저택을 빠져나오게 된다.

 

 수 년 동안 마당 밖을 벗어나지 못했던 라일에게 있어 이 사건은 어쩌면 극적인 장면이다. 깨끗하게 정돈된 랄라 아스마의 집과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사는 여인숙의 창녀들을 공주님이라 부르며 그 어느 때 보다 행복한 삶을 살아간다. 여태까지 받아본 적 없는 환대와 애정에 대한 보답으로 크고 작은 심부름을 하며 돌아다닌다. 억압으로 인해 가질 수 없었던 자유를 갖게 되어서인가. 도둑질과 거짓말에 재미를 붙이게 되고 이를 염려하는 자밀라 아줌마에 의해 기숙학교에 들어가지만, 오래지 않아 쫓겨나고 자유분방한 삶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또 붙잡혀가고 만다. 조라의 덫에 걸려든 것이었다.

 

 경찰에 붙잡혔던 라일라는 다시 조라에게 넘겨진다. 친절한 들라예 씨 부부를 만나게 되어 조라의 매질에 벗어났다고 안도하지만, 여지없이 검은 유혹은 계속된다. 사진을 찍는다는 핑계로 들라예 씨의 이상한 행동에 환멸을 느끼고 가능한 한 멀리 지구 끝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여기서부터는 한번 찾은 자유는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라일라의 강한 의욕을 엿볼 수 있다. 떠나야 할 때, 도망쳐야 할 때를 잘 포착하는 감각, 촉수가 느껴진다하도 당해서 단련되었을까 어리지만 강인한 성격이다. 대담하고 낙관적인 면도 보인다. 아직도 어린 나이에 험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갈 것인지 어느새 응원하는 마음이 된다.

 

 사람은 자신이 가장 힘들었을 때 도움을 준 사람을 먼저 찾게 마련이다. 여인숙 사람들이 라일라에게 있어 그런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다시 찾은 여인숙은 온데간데없고 자밀라 아줌마는 감옥에 갔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배를 타고 강을 건너 타가디르, 후리야를 만나고 감격에 젖어 뭉클해진다. 하지만, 이 곳 타브리케트 천막촌의 삶은 만만치 않다. 갇혀 있었으되 가난이라는 것을 경험하지 못한 라일라에겐 더욱 그렇다. 하나같이 기구한 인물들이다. 남편에게 학대를 당해 도망쳐 나온 후리야, 다리가 괴저에 걸려 썩어 들어가서 이제 일도 못하게 된 타가디르. 그래서였을까. 일자리를 찾아달라는 라일라에게 후리야는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한다며 프랑스어와 에스파냐어 영어로 된 책과 공책들을 사다준다. 우리처럼 돼서는 안 된다며 뭔가 중요한 일을 하는 변호사나 의사 같은 사람이 되라고. 타가디르도 한 마음으로 라일라를 다독인다. 피붙이도 아닌 이들의 애정에 라일라로선 감동할 수밖에 없다. 마을 도서관에서 많은 책을 읽어나가며 학구적인 일상이 계속된다

 

 후리야와 함께 밀입국을 계획하고 에스파냐를 거쳐 프랑스로 건너간다. 여기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그 관계 속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고 힘을 얻기도 한다. 집시들, 프로메제아 부인을 만나고 노노, 하킴과 하킴의 할아버지 엘 하즈, 시몬을 만난다. 영혼을 울리는 시몬의 노래 소리를 듣고 고향을 떠올리기에 이른다. 저항할 수 없는 그 음악은 라일라를 자신의 뿌리인 힐랄 족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시몬의 삶도 화려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상처로 가득하다. 자유가 없는 삶이다. 자신의 육신을 가졌음에도 남에 의해 운명이 결정되는 삶이다.

 

 무엇이 라일라에게 미래에 대한 꿈을 꾸게 했을까. 항상 가둬두려는 사람들에게 에워싸여 있었지만, 결국은 박차고 나왔다. 생애 처음으로 성공이라는 이름으로 음반 계약을 했고 숨어 살아야 했던 고통의 몸부림의 대가로 새로운 이름의 여권을 선물 받았지만, 그것을 뒤로 하고 떠나온 곳으로 회귀했다. 수많은 위험과 생명 담보를 무릅쓴 과정이었다. 아무리 통과제의라고 하더라도 너무나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세상은 그녀에게 호시탐탐 올가미를 씌우려 했지만 그에 굴복하지 않고 굳건히 일어섰다. 유괴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의 아름다운 성장소설이다. 한편 강자가 약자에게 군림하는 세태의 고발, 현대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이 자연을 얼마나 혹사시키고 있는가 묻는 메시지도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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