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한때는 섬이었다가 다리가 놓여 섬이 아니게 된 곳에 다녀왔다. 사회와 단절된 듯한 장소는 숙소에 방문한 사람 외에는 없었다. 고운 모래로 가득한 호젓한 바닷가를 거닐었다. 섬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낯선 환경에서 마음을 새롭게 채우는 일이다. 쉽게 갈 수 없는 곳이기에 그리운 곳이 된다. 배를 타고 파도를 가르며 섬에 다가가는 일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킨포크는 소박하고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예술가들의 커뮤니티다. 푸드 에세이 『킨포크 테이블』과 가든 에세이 『킨포크 가든』, 여행 에세이 『킨포크 트래블』에 이어 섬에 관한 모든 것 『킨포크 아일랜드』가 출간되었다. 초현실적인 장소들과 이색적인 도시가 조성된 장소, 해안지대를 따라 느리게 걷는 여행인 책이다. 가는 방법과 볼거리, 관광명소, 묵을 곳, 알아두면 좋은 정보를 실어 여행을 계획한 여행자들에게 도움을 주었다. 섬을 소개하는 파트가 끝나는 장에는 에세이가 있어 섬 여행을 더 풍부하게 해준다.
아라비아해 예멘의 소코트라섬의 상징 용혈수와 초현실적인 식물군계를 볼 수 있는데, 특이한 모양의 바오밥나무가 눈길을 끈다. 다음은 발트해의 고틀란드와 포뢰섬이다. 포뢰섬은 스웨덴의 감독 잉마르 배리만이 <페르소나>를 찍은 곳이기도 하다. ‘침묵과 고독 속에서 휴가를 즐기고 싶은 사람, 숨 막히게 고요한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홀로 사색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고틀란드 섬과 포뢰섬에서의 여름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쁜 골목길을 걸으며 여름을 보낸다면 천국에 있는 느낌일 것 같다.
루이스 섬의 오두막집을 비롯해 갈라파고스 섬은 색다른 즐거움을 준다. 1976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되었으며 또한 기후 위기로 가장 위험해진 지역으로도 꼽히는 곳이다. 갈라파고스제도에서만 볼 수 있는 바다이구아나나 바다사자 또한 색다른 볼거리다. 캐나다의 몬트리올 섬에서는 커피와 문화를, 프랑스 코르시카에서는 레몬의 조상 시트론 향기에 취한다. 대표적인 시트러스 재배지로 시트론을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파는 곳이다. 섬의 고유한 특산품을 음미하며 섬을 여행하는 감동은 남다를 것 같다.
스리랑카 건축가 제프리 바와는 ‘트로피컬 모더니즘’이라고 불리는 스타일을 추구했다. 바와의 콜롬보 저택 투어를 따라가다 보면 사진 속 저택의 아름다움에 반하게 된다. 방문객은 예약을 통해 스위트 룸에 묵을 수도 있다. 제프리 바와의 스리랑카 저택에서 며칠 묵으며 천천히 걸으면 시름 따위 다 잊어버릴 것 같다.
탄자니아의 잔지바르, 스톤다운 지구를 걸어보자. 인도양식과 아랍양식의 조각문은 아름답다. 야시장에서 육두구, 정향, 시나몬 등의 향신료를 구경하고, 바다에 뛰어드는 주민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세 번째 파트는 쉼(UNWIND)이다. 『오디세이아』에 언급된 아이아이아섬으로 추정되는 이탈리아의 폰차섬을 비롯해 카나리아제도의 마지막 섬 라그라시오사섬은 아스팔트 길이 없다. 섬을 관광하려면 사륜 택시,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 다녀야 한다. 섬은 느리게 걸어야 하는 곳이다. 튀르키예의 뷔위카다섬은 과거 비잔틴제국과 오스만 술탄 일가의 망명지였다. 후기 바로크, 로코코, 아르누보풍의 정교한 장식물이 구경거리다. 섬의 절경을 바라보며 섬의 시간을 즐기는 일처럼 좋은 것도 없을 것이다.
완도의 청산도가 나온다. 완도항에서 50분 정도 배를 타고 들어가 천천히 걷는 청산도의 기억이 떠올랐다. 과거 영화 <서편제> 촬영장소이기도 했다. 노란 유채꽃 사이로 넓게 펼쳐진 들판과 여름날의 꽃양귀비, 돌담 사이로 걷는 골목길의 풍취는 느리게 걷기에 그만인 곳이다. 청산도는 전복으로 유명하여 어느 가게에서든 신선한 전복을 먹을 수 있다. 청산도를 나오는 배에서 전복에 소주를 마시다 보니 순식간에 도착했던 경험이 있다. 시간이 된다면 다시 방문하여 하룻밤을 머물며 청산도를 느껴보자고 생각했으나 아직 방문하지 못했다. 꼭 다시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다.
미지의 섬을 방문하는 건 다른 여행과는 다르다. 자주 가지 못하는 곳이기에 우리는 그리워하는 것 같다. 몇 달 전부터 계획을 세웠으나 풍향 때문에 가지 못한 적도 있었다. 기회가 될 때마다 가려고 하는 편이다. 외국의 섬은 더 쉽지 않다. 이국적인 섬의 풍경을 풍부한 사진 자료뿐만 아니라 여행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어 여행을 꿈꾸게 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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