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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미술관_ 미술관에는 없는 흥미로운 미술 이야기 | 나의 서재 2023-05-19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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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벌거벗은 미술관

양정무 저
창비 | 2021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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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의 이면을 비추는 책이지만 그래서 미술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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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와 미완성, 고뇌와 좌절의 역사로 바라본 예술의 세계!

미술의 이면을 비추는 책이지만 그래서 미술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책!

 

 

 

 

  “ET IN ARCADIA EGO(나도 아르카디아에 있다).” 프랑스 출신의 화가 니콜라 푸생의 작품 <나도 아르카디아에 있다>는 한 무리의 목동들이 돌로 된 석관에 쓰인 글을 읽고 있는 장면을 담고 있다. 이들이 사는 아르카디아는 곧 낙원, 죽음이나 고통이 없어야 마땅한 곳이나 어찌된 일인지 이 축복의 땅에서 무덤이 발견되었으니 모두 충격에 빠질 만하다. ‘나도 아르카디아에 있다라는 말은 너희도 나처럼 죽을 것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래서 이 작품은 우리에게 삶 속에 죽음이 존재하니, 행복 속에서 불행을 대비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벌거벗은 미술사의 저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의 양정무 교수는 <나도 아르카디아에 있다> 속의 메시지처럼, 생명 속에 죽음의 그림자가 있고 에덴의 동산에 선악과가 있듯이 아름다운 미술에도 그늘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이 책은 여느 그림에세이와 달리 그간 고상한 취미나 교양으로 포장되곤 했던 미술의 또 다른 얼굴, 즉 시대의 영광과 몰락, 인류의 도전과 좌절, 영욕의 인류사를 담은 미술의 생생한 실체에 다가가려 한다. ‘라는 개념의 허상을 걷어내고 완벽과는 거리가 먼 미술의 이면을 비춰보는 이러한 여정은, 미술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생물 같은 속성을 경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시간이 되어줄 것이다.

 

 

 

를 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간

 

 

  우리는 흔히 고전미술하면 <벨베데레의 아폴로>, <밀로의 비너스>처럼 순백색의 대리석에 아름다운 몸의 곡선과 균형미가 두드러지는, 고전시대의 모든 아름다움을 집약한 듯한 조각품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흐름을 주도한 사람은 빙켈만이라는 독일 출신의 고전주의자였다. 그는 고귀한 단순과 고요한 위대라는 개념을 통해 그리스 미술을 찬양하며 유럽의 지배층들을 열광시킨 바 있다. ‘우리의 조상은 누구이고 어디서 왔을까?’에 관한 유럽인들의 궁금증에 대해 빙켈만 같은 이들은 그들의 뿌리를 아폴로같이 이상화된 신의 얼굴을 한 그리스 조각들에서 찾음으로써 그들의 우월함을 수사화한 것이다. 이는 서양 근대미술에도 영향을 주어 고전미술로 집약되는 절대적인 의 세계가 있다는 신념하에 지금까지도 여기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려는 시도로 이어지고 있다. 근대미술의 수용 과정을 거친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처럼 저자는 고전미술이 신비화되는 과정을 짚어냄으로써 우리가 품고 있는 미에 대한 고정적인 생각이 착각이거나 허상일 수 있음을 생각해보게 한다. 미란 인간의 감정에 광범위하게 관계하기 때문에 단지 몇몇 개념이나 조건으로 단순화할 수 없음을, 마찬가지로 우리는 미술 역시 열린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 시기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에서 미술교육의 중심은 바로 드로잉이었습니다. 드로잉은 선을 통해 이미지를 그려내는 방식으로, 프랑스어로 하면 데생이죠. 고전 조각이나 그것의 석고상을 따라 그리는 데생 훈련은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 퍼져 근대 미술교육의 핵심이 되었고, 이 미술교육 방식이 아시아까지 건너왔던 겁니다.

혹시 고전미술을 오래되거나 우리와 관계없는 낯선 예술이라고만 생각하셨나요? 고전미술을 중심으로 짜인 교육과정은 20세기 초까지 서양미술 전반에 영향을 미쳤고, 한국의 근대 미술교육 역시 여기서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수많은 예비 작가들이 고전미술의 석고상 그리는 법을 암기하듯 훈련했고, 이 때문에 고전미술은 지난 20세기 내내 우리의 미감을 좌우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 18p

 

 

그리스 조각에 대한 관심이 샘솟던 르네상스 시기부터 유럽 사람들은 그리스 조각이 원래 채색되어 있으리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복제본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도 한참 후의 일이니까요. 이런 이유로 르네상스 이후 조각 하면 순백색 대리석 조각을 이상적인 피부의 재현으로 미화하려는 움직임까지 나오게 됩니다. 인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이 시기에 새하얀 대리석 표면은 맑고 깨끗한, 질병 없는 백인의 신체를 연상시켰나봅니다. / 25p

 

 

다시 말해 육체의 파시즘 사회였던 것입니다. 전사를 끊임없이 육성해야 했던 그리스에서 건강한 신체를 선전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생존강령이었겠지만, 다른 한편 신체적으로 약하거나 뒤떨어진 사람들은 살아나기 힘든 사회였다고 봐야겠죠.

미술사적으로 살펴본다면 육체를 숭배한 그리스 사회는 미술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기도 했습니다. 남성 육체를 충분히 관찰할 수 있었기에 이를 기초로 미술에서 남성 몸 보여주기역시 가능했거든요. / 63p

 

 

 



 

 

 

 

  1장이 고전미술의 신비화 과정과 그 안의 허상을 들여다본다면 2장에서는 왜 초상화에는 웃는 얼굴이 드물까?’ 하는 호기심에서 출발한다. 이 장에서는 미술과 웃음의 관계를 추적하면서 고대-중세-르네상스-근대-현대의 시대정신과 각 시대의 문명을 대표하는 표정을 탐구해본다. 이러한 과정은 미술이 어떻게 문명을 비추는 거울로 효과적인 도구가 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작업으로, 종교와 경제, 정치 등 삶의 전 분야를 넘나드는 미술사의 진면목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석조 조각의 가장 큰 미덕은 죽어 있는 돌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입가의 미소는 조각에 생명의 충만함을 추가하려는 시도에서 비롯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어로 웃음을 가리키는 겔로스는 건강을 의미하는 단어인 헬레에서 유래했죠. 삶의 충만함을 추구했던 고대인들에게 미소는 신성함을 표현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 86p

 

 

누가복음625절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너희 지금 배부른 자여 너희는 주리리로다. 너희 지금 웃는 자여 너희가 애통하며 울리로다.” 교리를 충실히 따랐던 중세인들에게 웃음이란 경박하고 죄스러운 것으로 여겨졌고, 이 때문에 중세 사회 속에서 웃음이 허용되기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 100p

 

 

20대부터 성공을 위해 거침없이 살아왔던 그가 유행의 변화에 뒤처지면서 거듭된 투자 실패, 가족의 잇단 죽음, 극심한 경제난 등으로 인해 처절히 변해가는 모습을 제 손으로 그린 자화상을 통해 냉정히 보여줍니다. 한편 렘브란트의 경제적 실패는 당시 네덜란드 경제의 쇠퇴와도 맞물려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네덜란드와 영국이 1652년부터 1667년까지 두 번에 걸쳐 벌인 전쟁은 네덜란드 경제를 점차 위축시켰고, 이 과정에서 렘브란트는 경제적 파국을 맞이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렘브란트의 자화상들은 화가 개인을 넘어 17세기 네덜란드 사회를 대표하는 표정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 126p

 

 

 

  3반전의 박물관편에서는 길면 300, 짧게 잡으면 200년 남짓한 시간 속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여온 박물관과 미술관의 역사에 대해 살펴본다. 놀랍게도 박물관의 시작점이 혁명과 약탈의 서사, 치열한 국가적 경쟁으로 점철되었던 패권주의·제국주의와 맞물려 있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나폴레옹의 원정대가 이탈리아 전역을 평정하며 수많은 미술품을 파리로 옮겨온 것이 박물관의 근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누가 고전을 중심으로 세기의 명작을 차지하는가가 곧 유럽의 정신적 뿌리를 차지하는가의 문제로 직결되었음을 시사한다. 이후 영국을 비롯해 독일에서도 박물관 건립의 붐이 일었던 것을 보면, 박물관의 위상을 통해 자신들의 권위를 발휘할 정통성과 군사적 승리를 인정받으려 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박물관은 침탈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썩 유쾌하지는 않으나 더 이상 미술품을 사치품이 아닌 문명화된 삶의 본질로 삼으려 했다는 점, 지속적으로 인류의 문화를 지키고 계승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마땅할 듯하다.

 

 

 

이 칙령의 다른 대목을 보면 혁명에 성공한 프랑스는 위대한 국가인 반면 봉건 체제에 머물러 있는 이탈리아는 나약한 국가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탈리아 대신 프랑스가 자유의 조국을 수호하면서 미술을 통해 그 위대함을 보여줘야 한다는 논리를 펼칩니다. 그리고 그것의 중심에 국립 박물관’, 즉 루브르가 있으며 이곳을 약탈한 미술로 채워나가는 것을 주저하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 포고령 속에는 인류의 유산을 보호하여 널리 알린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가 앞서 살펴본 오늘날의 박물관 개념과 맥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폴레옹의 프랑스는 보호라는 미명하에 타국의 미술품을 무자비하게 약탈하는 일을 저질렀습니다. / 154p

 

 

최초의 공공 미술관이라는 타이틀을 루브르에 부여하는 까닭은 이곳이 바로 프랑스혁명과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구체제의 심장이었던 왕궁을 모든 시민들에게 열린 공간으로 개방한다느 것은 가히 혁명적인 발상이었고, 이곳을 과거의 지배층으로부터 몰수한 미술품으로 채운다는 것도 놀라운 결단이었습니다. 당시 프랑스 시민들은 미술관으로 개방된 루브르 궁전의 회랑을 걸으면서 새로운 세계가 왔다는 것을 충분히 느꼈을 겁니다. 왕실의 권위를 과시하기 위해 건설된 웅장한 회랑이 이제 시민들의 공간이 되었고, 지배층만이 누려왔던 미술품들을 시민들도 직접 보고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온 겁니다. / 161p

 

 

영국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같은 공공 박물관과 미술관은 세계의 주인공이 귀족과 소수 엘리트 집단에서 시민사회로 교체되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금석입니다. ‘내셔널 갤러리의 명칭을 그대로 풀면 국민의 미술관이 되는데, 소수 지배층과 대다수 국민 사이의 오래된 투쟁의 추가 국민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뚜렷한 증거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 당시의 정치가 토머스 와이즈는 미술이 사치가 아니라 문명화된 삶의 본질이라고 주장하면서 미술을 강력한 만큼 보편적인 언어로 보았습니다. 이 때문에 그는 미술이 몇몇 소수의 특권층에 한정된 세계가 아니라 모든 국민에게 되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죠. / 184p

 

 

 



 

 

 

 

  이외에도 책은 팬데믹 시대에 따라 화려한 미술 속에 담긴 질병의 그림자까지 함께 살펴봄으로써 미술이 단순히 미적 가치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사유하고 개인과 시대적 고민에 끊임없이 맞서 싸운 도전의 역사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덕분에 예술은 넓게 보면 완벽과는 거리가 먼 오류의 세계이며 그래서 가장 인간적인 매력을 지닌 산물임을 느끼게 해준다. 미술의 이면을 비추는 책이지만 그래서 미술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미술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안목을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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