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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소설과 간격 좁히기 | 기본 카테고리 2018-10-15 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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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카미 미에코 공저/홍은주 역
문학동네 | 2018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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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인터뷰집.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1장은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이후, 2, 3, 4장은 <기사단장 죽이기> 이후 이루어진 인터뷰 내용이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그의 작품, 그리고 그가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다. 인터뷰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호흡과 인터뷰어의 인터뷰이에 대한 지식, 질문의 완성도, 집요함 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서 그런 것들을 만족하는 인터뷰어를 찾을 수 있었다. 질문을 하는 인터뷰어와 대답을 하는 인터뷰이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책이다. 어쨌든 인터뷰를 통해서 이렇게 책 한권을 만들어 냈으니.

책 제목 <수링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를 봤을 때, 왜 이런 제목이지 했는데, 인터뷰 내용을 들여다보니 <기사단장 죽이기>에서 수리부엉이가 등장했던 것을 잊고 있었다. 책의 2장부터 4장까지가 <기사단장 죽이기>를 주로 다루고 있기에, <기사단장 죽이기>를 보면서 느꼈던 난해했던 것들에 대해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이데아'니 '메타포'니 이런 것들, 그리고 등장인물들에 대해서.

<기사단장 죽이기>를 보면서 이제는 조금 하루키의 소설이 쉽게 읽혀진다라고 썼더랬다. (http://blog.yes24.com/document/10317920) 그런데, 사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처음부터 그의 이야기들을 쉽게 쓰려 했던 것 같다.

(무라카미) 네. 일단 눈앞의 사람에게 말을 거는 거죠. 그러니 늘하는 말이지만, 뭐가 됐든 알기 쉬운 말, 읽기 쉬운 말로 소설을 쓰려 해요. 최대한 쉬운 말로 최대한 어려운 이야기를 하자, 마른오징어처럼 몇 번이고 곱씹을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려 하죠. 한 번에 '흠, 이런 거군'하고 씹어삼키는 게 아니라 몇 번이고 곱씹고, 씹을수록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을 떠받치는 문장은 어디까지나 읽기 쉽고 순수한 것을 사용하고 싶어요. 그게 제 소설 스타일의 기본입니다. (p.105)

그의 책을 읽는 독자인 '내'가 그의 단어, 문장의 사용을 어렵게 받아들였기에, 더 어렵게 느꼈던 것은 아니었을까?란 생각을 해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야기를 쓸 때, 정확한 구조, 결말 등을 잡아놓지 않고 쓴단다. 예전에 학교에서 배울 때는 서론, 본론, 결론의 구조를 잡고 그 틀에 맞추어 글을 쓰게 했는데, 하루키는 제목이 나오면(이것도 그냥 갑자기 생각나서) 그 제목에 맞게 의식의 흐름을 따라 글을 쓴다고 한다. 쓰여진다고 해야할까? 긴 시간에 걸쳐, 글이 이끄는 방향으로. 빨간 책방에서 김중혁 작가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맞는 말 같기도. 틀에 박힌 결말이나 전개를 뛰어넘을 수 있는 방법같기도 하고. 작가는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닌가보다. :)

<기사단장 죽이기>에 등장한 단어 '이데아'와 '메타포'에 대한 작가의 설명.

(무라카미) ... 이 책에서 제가 말하는 '이데아'는 이른바 사전적 의미의 이데아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이데아라는 단어를 던져올리면 공중에서 여러 가지가 철썩철썩 달라붙는데, 뭐가 얼마나 달라붙는지는 던지는 사람에 따라 다르거든요. 그리고 제가 쓴 이데아는 많은 것이 더 쉽게 달라붙는, 보다 관용적이고 제너러스한 의미의 이데아라고 보면 됩니다.
즉 사전에서 '이데아 관념'이 이러저러하다고 설명하는 뜻과 다르게, 확실히 관념적이기는 해도 가동 범위가 대단히 넓어요. 만약 이데아 대신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썼다면 그런 가동 범위의 의미가 감쇠해버리겠죠. 그러니까 어디서나 접할 수 있는 기성의 단어, 좀더 말하자면 제법 손때가 묻은 이데아라는 단어를 도구로 쓰고 싶었어요. 그러는 편이 오히려 자유로워질 것 같았죠.
'메타포'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래의 '은유'라는 의미만이 아니라 더 넓은 범위의, 자력을 지닌 무언가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런 흡입력을 지닌 무언가, 그러니 제가 이 단어를 떠올릴 때도 큰 거부감이 없었어요. 기사단장과 '긴 얼굴'은 각각 "나는 이데아야" "저는 메타포입니다"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자진신고한 신분은 통상적인 의미의 이데아와 메타포와는 상당히 다른 것일테죠. (pp.331-332)


인터뷰에서는 <해변의 카프카>에서 나왔던 '메타포'와는 또 다른 의미의 '메타포'란 이야기도 한다. 기존의 단어에 집착하지 않고, 이야기 안에서의 의미를 찾아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을 계속 찾는 것은 그런 수고로움보다 더한 것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를 평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회사 생활에서도 마찬가지고. 하루키는 평가, 평론에 대해서 그다지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 본인 자신도 평론을 하지 않기도 하지만. 하루키는 평가, 평론보다는 그냥 자신의 생각을,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방법으로 이야기하고자 한단다.
"싸우자" 이런 방법이 필요할 때도 있겠지만, 사실 그런 것보다는 서로 웃으면서 기분 상하지 않게 이야기하는 편이 어디에서나 필요하기에 다음의 하루키의 이야기는 새겨둘만 하다.

(----) 그렇다면 호오를 떠나, 너무 평가가 낮은 것을 언급하는 글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무라카미) 필요하죠, 물론. 그러나 그럴 때는 일종의 유머감각이 필요합니다. 너그러움이랄까, 능란하게 한마디 슥 찌르고 지나갈만한 여유가 있어야 해요. 어깨를 쿵 부딪치면 안 됩니다. (p.342)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에 나오는 "졸리지 않는 밤은 내게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만큼이나 드물다."와 비슷한 문구.

챈들러가 쓴 비유 중에 "내가 잠 못 이루는 밤은 뚱뚱한 우편배달부만큼 드물다"라는 게 있어요. (p.227)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을 읽고 이 책을 읽으면 더 좋았겠지만, <기사단장 죽이기>만 읽고 읽어도 괜찮은 책이다. 아직 읽지못한 하루키의 책이 조금은 쉽게 읽혀지길 바라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해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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