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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재리뷰(현대시/시집)
빗나간 예상으로 독자들과 가까워질 수 있기를... | 여중재리뷰(현대시/시집) 2023-09-24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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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라지는 것들을 통과하는 여름이 있다

조성희 저
꿈공장플러스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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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나간 예상으로 시를 씁니다. 예상이 빗나갈 수 있어 다행이에요.”

 

시집의 서두에 첨부한 시인의 말에 수록된 이 구절이 유난히 마음에 와 닿았다. 그 앞부분에 날씨는 예상할 수 있고, 세상은 빗나갈 수 있고라는 구절로 보아,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는 일들은 모두 빗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하겠다. 아울러 이것을 저자의 사례에 비추어 본다면, 좋아서 쓴 자신의 작품이 책으로 출간된 것을 일컬어 빗나간 예상이라고 한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시집을 일별하면서, 자신의 일상과 생각들을 바탕으로 그 감정의 흐름을 작품으로 담아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모두 3부로 구분하여 수록된 작품들에 자신의 일상과 교감하는 다양한 생각들을 글로 펼쳐내고 있었다. ‘하루는 너를 생각하고라는 제목의 1부에서는 14수의 작품이 수록되어, 시인이 마음에 품은 라는 대상을 향해 나직한 목소리로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담아냈다. 다만 시의 내용으로 보건대, 독백으로 일관하고 있는 시인의 생각은 아마도 그 상대에게 전해지지는 않을 것이다. 혹시 시인이 라고 상정한 대상조차 작품에서 지칭된 가 자신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집에 수록된 첫 작품(사과는 사과)사과이고 사과가 아닌 것은 사과들만이 안다 / 사과 한 알이 데구르 구르는 동안 / 나는 눈을 뜨고 / 저만치 굴러간 사과를 바라본다는 구절이 이 시집의 특징을 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고 여겨졌다. 이 시집의 독자들 역시 저만치 굴러간 사과처럼 시인의 마음을 헤아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시를 쓸 때는 그동안 간직해 온 시인의 마음을 조심스럽게 풀어놓는 과정이 필요하다. 적어도 자신의 작품을 읽어줄 독자들을 생각한다면, 그 마음이 상대에게 닿을 수 있도록 교감하려는 내용이 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시집에 수록된 작품을 읽으면서 독자인 나에게는 오로지 시인의 독백만이 들려올 뿐이었다. ‘벤치와 구두 밑창의 버찌라는 2부의 작품들과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3부의 작품들 또한 적어도 나에게는 의미가 명료하게 와 닿지를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 이러한 반응 역시 시인에게는 빗나간 예상이라고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것이다. 시인의 감성이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고 여겨지지만, 이제는 자신의 작품을 읽어줄 독자들과 교감하려는 내용을 담아내야 하지 않을까? 읽는 동안 쉽게 이해되지 않는 작품들에 내재한 모호한시인의 마음을 독자로서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사실만큼은 굳이 밝히고자 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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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기억을 더듬어 시로 풀어내다! | 여중재리뷰(현대시/시집) 2023-09-11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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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낮은 데서 시간이 더 천천히

황화섭 저
몰개 | 202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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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 저자 소개를 접하면서, 60대 나이의 치과의사가 쓴 시집이라는 점이 흥미롭기 다가왔다. 생각해 보니 주변의 의사들이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다재다능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느껴졌다. 진료가 없는 주말마다 카메라를 들고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했었던 친구, 혹은 어려서부터 프라모델을 만지면서 지금까지 조립했던 수많은 작품들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지인도 있었다. 비단 의사만이 아니라, 많은 이들이 자신의 직업 혹은 전공과 상관 없는 취미에 몰두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하겠다. 아마 매일 환자들을 접하면서 그들의 고충을 듣고 해결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쌓인 스트레스를 자신만의 취미로 풀어내려는 방법일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저자에게는 시를 쓰는 것이 취미 생활이었을 터이고, 그렇게 모아 둔 작품들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하고 시집까지 출간했을 것이라고 이해된다. 일단 제목에서부터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연륜이 잘 드러나고 있다고 느껴졌다. 나부터 힘들고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더디다고 느낀 경우가 적지 않다. 시선을 사회로 확장시켜 보더라도,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는 하루하루를 견뎌내는 것이 쉽지 않고 시간조차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여겨질 것이라고 이해된다. 시인은 그렇게 흘려보낸 시간의 기억들을 소환하여 자신만의 방식으로 형상화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책 앞부분에 기록한 시인의 말을 통해 저자는 까마득한 어린 시절로부터의 기억을 떠올리면거, ‘환갑 나이에 첫 시집을 내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시를 쓰는 것과 그것을 모아 시집을 엮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수록된 시들을 읽은 결과 시인의 문학적 역량이 응축되어 빚어낸 작품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인은 이 시집이 어쩌면 기억의 마지막일 수 있다고 표현했지만, 작품을 접해 본 결과 그러한 표현은 겸사에 불과하다고 생각된다. 물론 기억은 언제나 희미해지기 마련이고, 그로 인해서 새롭게 지을 작품의 수효는 줄어드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시인의 삶 속에 깊이 자리 잡은 추억들은 다시 새로운 작품으로 소환되어 독자들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된다.

 

전체 4부로 이뤄진 목차에서 3부까지 수록된 작품들은 대체로 시인의 추억을 통해 형상화된 것들이다. 추억을 통해 떠올린 인물이나 사건들에 관해서 하고싶은 말이 너무도 많았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시집에 수록된 작품들 대부분이 추억에서 찾은 시적 관조’(이동순 시인의 해설 제목)라는 해석에 공감할 수 있었으며, 그 기억을 더듬어 창작한 작품이기에 산문처럼 길고 장중하게 표현되었을 것이다. 이미 작고하신 어머니와 아버님을 추억하며, 시인과 인연을 맺었던 이들을 기억하는 목소리는 매우 정감 있게 그려지고 있다. 하지만 앞의 작품들과는 달리 짧은 형식으로 구성된 4부의 작품을 통해서, 앞으로 시인의 생각이 보다 응축되어 표출될 수 잇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이 시집을 읽는 동안 독자로서 나는 내 자신의 추억을 떠올리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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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감성을 시로 노래하다! | 여중재리뷰(현대시/시집) 2023-07-0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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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참으로 오랜 여정을 함께했지요

정연승 저
꿈공장플러스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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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글로 남기는 것은 어쩌면 순간의 기억을 영원히 기록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할 것이다. 일기 쓰기가 남에게 보여주지 않고 혼자만의 기억을 기록하는 것이라면, 시나 에세이를 쓰는 것은 그 기록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단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이 쓴 시를 읽으면서 화자의 감정에 공감하기도 하고, 때로는 조금 거리를 두고 화자의 감정을 읽어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한번 읽었음에도 오랜 동안 여운이 남는 작품은 시를 읽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선물처럼 여겨진다. 더욱이 행간에 숨어있는 의미를 탐색하도록 만드는 작품은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여, 시에 더욱 빠져들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고 하겠다.

 

저자는 어느새 큰 강줄기 되어 이제는 나를 지탱하게 하는 유일한 치유인 나의 시를 모아 훤 권의 시집을 엮어 펴냈다고 밝히고 있다. 이름이 낯선 시인의 시를 읽는 동안 작품 속에 드러난 화자의 감성이 어느 정도 느껴지기도 했다. 아마도 연극의 무대를 상정한 듯 이 시집의 구성은 1/ , 그리고 밤2/ 별빛, 그리고 꿈이라는 두 개의 항목으로 이뤄져 있다. 하지만 나로서는 각각의 항목에 배치된 작품들은 감성이나 내용에 있어 큰 차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더욱이 전체적으로 저자의 그리움과 슬픔 그리고 누군가를 향한 애틋한 감성이 드러나 있을 뿐, 독자로서 화자의 감성에 공감하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고백해야겠다.

 

시집의 제목에서 오랜 여정을 함께 한 누군가와 더불어 우리라고 지칭하고 있지만, 아마도 지금은 기억이라는 어제의 슬픔과 / 마음이라는 현재의 이야기로 드러나는 좌절’(이상 어떤 기억중에서)만이 화자에게 남아있다고 이해된다. 그러나 이별과 그로 인한 슬픔의 정서가 짙게 드러나지만, 화자는 단지 그러한 감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그저 머물러 있을 뿐이다. 때로는 과거의 기억을 정리하기 위해 또 한 번 고요하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 정리했던 것들을 무던히 바라보던’(‘정리중에서) 시선을 말하기도 하지만, 정작 작품들에서 화자는 과거의 기억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정리되지 못한 감정만을 토로되고 있을 뿐이다. 아마도 시집에 수록된 대부분의 작품들의 감성이 비슷하게 느껴졌기에, 나로서는 쉽게 작품의 내용에 공감하기 힘들었던 것이라고 밝히고 싶다. 앞으로는 막연한 감성에서 벗어나, 정작 시인이 하고 싶은 말을 보다 당당하게 새로운 작품으로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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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을 품고 있는 이들의 마음에 공감하며 쓴 시편들! | 여중재리뷰(현대시/시집) 2023-05-19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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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진은영 저
문학과지성사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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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누군가의 슬픔에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세상을 향해 마음이 열려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진은영의 시집을 읽으면서, 누군가의 아픈 마음을 위로하면서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시를 쓰고 있는 시인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이제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조금은 희미해진 9년 전 남쪽 바다에서 일어났던 세월호를 기억하고, 여전히 아픔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족들의 마음을 안아주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시집 목차의 하나를 한 아이에게라는 제목을 붙이고, 세상에 없는 아이의 목소리를 담아 시로 아빠와 엄마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전하는 편지를 전하고 있다.

 

엄마 아빠, 그날 이후에도 더 많이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아프게 사랑해줘 고마워

엄마 아빠, 나를 위해 걷고, 나를 위해 굶고, 나를 위해 외치고 싸우고

나는 세상에서 가장 성실하고 정직한 엄마 아빠로 살려는 두 사람의 아이 예은이야

나는 그날 이후에도 영원히 사랑받는 아이, 우리 모두의 예은이

(‘그날 이후부분)

 

이미 들을 수 없는 자식의 목소리이지만, 시인의 목소리를 통해서 대신 전하는 시를 통해 아마도 가족들은 아이의 진심을 충분히 느꼈을 것이라고 짐작된다. 진실보다는 오로지 정치적 득실만 따지면서 가족들을 폄하하고 모욕하던 난폭한 자들의 행태를 목격했던 부모들에게는 자신들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시인의 목소리에서 얼마간의 위안을 받았을 것이라 짐작된다. 무엇보다 이 시를 쓰기 위해 아이의 마음에 닿으려고 노력했던 시인의 절실함이 충분히 느껴지기도 했다.

 

어언 세월호로부터 9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고, 그 책임 또한 명확히 규명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을 돌아보면, 여전히 그들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음에도 세상은 까마득하게 잊은 듯이 시간을 흘려보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시인은 아빠의 목소리를 빌어 잔실이 어서 세상으로 나오기를 / 갈비뼈를 부수고 튀어나온 심장처럼”(‘아빠부분) 간절한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진실과 상관없이 위선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시인은 우리가 절망의 아교로 밤하늘에 붙인 별 / 그래 죽은 아이들 얼굴 / 우수수 떨어졌다 / 어머니의 심장에, 단 하나의 검은 섬에”(‘그러니까 시는부분)와 같은 현실을 목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비정한 세상에서 시인은 자신의 시를 통해서 남은 이들을 위로하고, 그들의 슬픔에 공감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시집을 읽는 동안 몇 번이나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멈추어야만 했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시를 써야만 했던 시인의 마음을 충분히 느끼고 공감할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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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의미를 재발견하여 시로 형상화하다! | 여중재리뷰(현대시/시집) 2022-11-01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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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누가 뭐라든 당신 꽃을 피워 봐요

재발견생활 저
훨훨나비 | 2022년 0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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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반복되는 듯한 일상이지만, 사실 우리는 매 순간을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제와 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일과로 출근을 준비하고, 같은 교통수단으로 출근하고 어제와 같은 일과를 겪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곰곰이 따져보면 같은 일은 반복되지 않고, 매일 새로운 환경을 맞이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재발견생활이라는 별명으로 시집을 출간한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가만히 나의 일상을 되돌아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아마도 저자가 재발견생활이란 용어를 자신의 별명으로 채택한 것도 우리의 일상(생활)이 마냥 비슷한 듯해도, 매번 다르다는 것을 자각하고 독자들에게 인식시키고자 한 때문이라고 여겨졌다. 저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시와 손글씨 일러스트를 게재하고, 그 것을 모아 시집으로 엮어냈다고 밝히고 있다. ‘국문학 전공자이면서 카피라이터, 전업주부, 디자이너로 젊은 날을 보냈던 저자가 바쁜 생활 속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자신의 시선으로 재발견하여 시와 일러스트로 표현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이라고 할 것이다. 자신이 쓴 글에 직접 그림을 그렸기 때문에, 읽으면서 글과 그림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재발견하려는 저자의 심정에 공감할 수 있었기에, 시로 표현된 재발견생활의 면모도 또한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고 하겠다. 이 책은 크게 두 개의 항목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꽃 나무의 재발견이라는 제목으로 모두 17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는 <어린왕자>의 구절을 떠올리며 일상의 꽃들과 비교하기도 하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나 등나무혹은 제비꽃이나 개나리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고 있다. 각각의 작품들에 형상화된 내용은 저자가 겪었던 삶의 고민과 깊이가 충분히 반영되어 있다고 이해되었다.

 

꼬이고 꼬인 인생길 줄기 삼아

나 여기까지 왔소

 

이제 와 생각하니

누구 잘못 따질 것 없이

얽히고설켰더이다

 

지난 세월

허물이야 왜 없겠냐만

 

오월,

세상에 나가 실패할까 두려운

당신의 그늘 될 수 있다면

가까이 고개 숙여

내 모든 꽃 바치리라

(‘등나무전문)

 

흔히 서로 생각이나 처지가 달라 맞부딪치는 현상을 갈등(葛藤)’이라고 하는데, 그것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얽혀 쉽게 풀리지 않는 ()’등나무()’의 관계에서 유래한 것이다. 이 작품은 등나무의 얽힘에서 꼬이고 꼬인 인생길을 이끌어내고, 이제 세상 사람들에게 누군가의 그늘로 역할을 하는 오월에 활짝 핀 등나무 꽃의 의미를 재발견하고 있음을 형상화하고 있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꽃이지만, 저자는 그들을 자신의 시각에서 재발견하여 나름의 관점에서 해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생활의 재발견이라는 2부에는 23작품에 수록되어 있는데, 저자가 마주하는 일상들을 재발견하여 형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연히 발견한 낮달이나 밤산책에서 마주친 모습들이 그려지기도 하고, 밥상에 오른 열무김치에서는 친정 어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아버지의 편지가 그대로 시로 옮겨지기도 하고, 친정 어머니의 마지막을 회상하며 어머니의 유언을 담담하게 들려주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의 삶을 살아오면서 느끼고 생각했던 바를 시와 일러스트를 통해서 형상화하고 있는데, 그 내용이 독자들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되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역시 일상에서 마주친 사물 혹은 풍경의 의미를 곱씹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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