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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시를 읽는 마음으로 세상을 보다! |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2023-09-0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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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 나무가 되지요

문태준 저
마음의숲 | 2019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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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시인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 에세이집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접하는 사물과 겪는 일들을 통해 끊임없이 생각이 솟아나지만, 그것을 표현할 기회를 얻는 것은 쉽지 않다. 그때마다 메모를 해두면 나중에라도 말이나 글을 통해 당시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만, 대부분 순간의 감정이나 생각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희미해지거나 사라지고 말 뿐이다. 그런 까닭으로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운 수필이라는 갈래가 생겨났다고 하겠다. 그렇게 생성된 생각들을 갈무리하여 엮은 글들을 저자는 세상이라는 탁자에 생화처럼, 유리잔처럼 놓이기를 바라면서 그때마다 자신이 쓴 글들을 엮어 책으로 출간했음을 밝히고 있다.

 

각각의 글들이 짧은 형식을 취하고 있기에, 시간이 날 때마다 한편씩 혹은 분량을 따로 정하지 않고 읽어낼 수 있었다. 저자는 평소 자신이 읽은 시에 대한 감상과 혹은 시를 쓰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가를 토로하기도 한다. 지극히 감성적인 내용의 글들이 시인의 마음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부터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대한 감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그저 저자의 붓 가는 대로 쓰는 수필(隨筆)’로 펼쳐져 있다. 내 경우는 대체로 평소 생각나는 바를 그저 흘리는 경우가 많다면, 저자는 그것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가 한 편의 글로 완성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하겠다.

 

전체 5개 항목으로 구분된 목차를 통해서, 일상을 살아내면서 담아낸 마음씨들을 짐작할 수 잇을 것이라고 하겠다. ‘꽃은 맑게 준비되어 우아함을 내밀었다라는 1부의 제목은 주변의 자연을 통해서 생각나는 바를 저자의 관점에서 풀어낸 글들이라고 하겠다. 2부의 웃음으로 서로 바라볼 뿐이라는 항목에서는,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이들과의 정서적 교감을 드러내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래에 대한 저자의 희망을 또 다른 내일이 온다3부에서 갈무리하고 있으며, ‘나는 문득 그대의 얼굴을 만난다라는 제목의 4부에서는 저자가 읽은 시와 책 혹은 작가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여 소개하고 있다. 마지막 5부에서는 가만히 내 마음 옆에 서서라는 제목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마음을 다잡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다. 책을 읽는 동안 세상에 거스르지 않고 자연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시인의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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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 창자 이화중선의 삶을 느끼다! |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2023-08-2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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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리 아리 아라리요

김양오 글/김영혜 그림
빈빈책방 | 202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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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 독립을 노래한 소리꾼 이화중선이라는 부제에서 보듯. 이 책은 일제 강점기에 판소리 창자로 활동했던 명창 이화중선(1898~1943)의 생애를 다루고 있다.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이 우리의 정신을 담아낸 노래로 알려져 있기에, 그 후렴 가락을 제목으로 삼아 이화중선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우연히 남원에서 활동하는 향토사학자에게서 이화중선의 이야기를 듣고, ‘1년 넘게 배우고 찾아다닌 뒤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당시 예술인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판소리도 배우고’, 전통무용도 익히면서 자료 조사를 병행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저자의 의해 이화중선의 삶을 재구하여 사실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팩션(faction)으로 결실을 맺은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주지하듯이 판소리는 장단을 맞추는 고수와 함께 소리꾼이 창과 아니리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우리의 전통 예술이다. 지금은 보존해야할 문화유산의 하나로 여겨지지만, 전통 시대에는 그저 천한 이들이 하는 기예로 인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소리 창자들은 자신의 기예를 발전시키기 위해 깊은 산속의 폭포 옆에서 쏟아지는 물줄기의 웅장한 소리를 이기기 위해서 끊임없이 수런했고, 그 과정에서 목이 상해 온갖 민간요법으로 그 목을 다스리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대체로 판소리 창자들의 목소리가 탁한 음성이 되는 것은 그러한 피나는 수련의 결과라고 할 것이다. 그렇게 힘겨운 수련 끝에 일정 경지에 도달하면 득음(得音)을 했다고 표현했으며, 마침내 소리가 청자들에게 사랑받는 명창의 반열에 올라설 수 있었다고 한다.

 

이 책에서도 이화중선이 득음을 위해 날마다 폭포 옆에서 수련을 하는 과정이 나오고, 그 과정에서 목이 상하자 민간요법으로 맑은 똥물을 마시며 치료하는 모습이 등장한다. 이화중선의 실제 수련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당시 판소리 창자들의 보편적인 수련 과정을부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이해된다. 또한 무대를 벗어나면 천대를 받던 직업이었던 만큼, 판소리는 가업으로 계승되거나 가족들이 함께 소리꾼과 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화중선의 경우도 동생 이중선은 판소리 창자로 활동했으며, 남동생인 이화성은 판소리 장단에 맞춰 북을 치는 고수로서 함께 공연을 다녔다고 한다. 특히 일제 강점기에는 극단을 조직해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판소리를 들여주는 활동을 했던 것이다.

 

이 책은 강제 징용으로 끌려간 조선인들을 위해 일본으로 공연을 떠나는 이화중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숙소를 구할 수 없어 험한 파도에 배를 타고 섬으로 가다가 사고를 당하는 장면이 제시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일제 강점기 비참한 생활을 견뎌야 했던 조선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전통 예술인들의 활동 등이 실감나게 그려지고 있다고 하겠다. 특히 독립자금을 전달하기 위해 나서는 이화중선의 일화를 삽입함으로써, 소릿꾼으로 활동하면서도 독립을 위해 애썼던 그녀의 삶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하겠다. 여전히 누군가는 당시의 친일 행위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빼앗긴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싸웠던 독립지사들과 그들을 음으로 양으로 도왔던 많은 이들의 행적은 앞으로도 반드시 오래토록 기억되어야만 할 것이다.(차니)

 

*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을 바탕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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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사대부 문화의 일단을 엿보다! |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2023-08-14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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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대부 소대헌 호연재 부부의 한평생

허경진 저/김성철 사진
푸른역사 | 200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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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양반가에서 살았던 한 부부의 삶을 21세기의 시점에서 살펴본다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대가족을 이끌며 살아야 했던 당시와 생활 방식과 지금은 크게 달라졌고, 남녀의 사회적 역할도 이미 큰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남성 중심의 가부장 사회가 유지되던 조선시대의 관념에서 바라본다면, 21세기의 독자들은 이 책의 내용을 그저 하나의 풍속사처럼 받아들일 수도 있다고 하겠다. 당쟁이 치열하던 시기 노론의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하나인 송준길의 증손이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소대헌 송요화(宋堯和;1682~1764)이다. 그와 혼인을 맺었던 인물 역시 노론으로 분류되던 장동 김씨 집안의 호연재 김씨로, 이들은 당시의 관례에 따라 학연(당파)에 따른 혼인을 했다고 하겠다.

 

이 책은 그들이 살았던 대전 송촌동의 소대헌과 호연재 부부의 옛집을 답사하고, 여러 기록들을 참고하여 17세기 당시 그들 부부의 삶과 현재의 모습을 아울러 소개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조선시대 양반가의 풍습과 가문 의식, 그리고 그들이 남긴 유물들을 통해 조선시대 풍속사의 일면을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제 그들이 살았던 집은 한옥과 전통적인 주거생활을 답사하는 현장이 되었고, 사용했던 물건들은 따로 보존하여 선비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고 한다. 아파트가 보편적으로 주거하는 양식이 되었고, 단독 주택의 형식도 더 이상 한옥의 형태를 취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그렇기에 여전히 조선시대 사대부 가옥의 본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온다고 하겠다.

 

이 책에서는 소대헌과 호연재 부부가 혼례를 치르고 송촌가옥에 정착하는 과정부터 소개하고 있다. 대가족이 모여 살던 시절이니만큼 자식이 결혼하면 따로 살림집을 지어주는 것이 당시 양반들의 관례였기에, 어른들이 사용하던 동춘당과는 별도로 부부를 위해 별채를 짓고 각각 부부의 당호이기도 한 소대헌과 호연재가 자리를 잡았다. 당시 그들이 사용하던 물건들은 그대로 남아, 지금은 선비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결혼과 함께 부부가 되고, 호연재는 30여 명의 노비를 거느리고 대가족을 이끌어나갔을 것이다. 그들의 생활상은 당시의 호적에 그대로 반영되어 있으며, 지금까지 전하는 호패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조선시대 양반들의 경우 남편이 생활하는 사랑채와 부인이 사용하는 본채로 구분되었는데, 이 역시 대외활동이 자유롭지 못했던 조선시대 여성들의 처지를 반영하는 구조라고 하겠다. 그럼 점에서 남편인 소대헌의 하루 또는 연중 생활안방마님 호연재의 하루 또는 연중 생활을 구별하여 소개하고, 당시 남성들의 배움의 과정을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다. 특히 부인인 호연재의 경우 친정 식구들과 주고받은 편지와 한시가 전하고 있어, 문학적 재질을 지녔던 여성들의 배움의 과정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전해지는 놀이 용품을 통해서 당시 부부가 즐겼음직한 전통 놀이들에 대한 설명이 있으며, 음직(蔭職)으로 관직에 진출하기도 하는데 소대헌 송요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음직이란 특별한 인물이나 가문의 후손들을 과거를 통하지 않고 관직에 임용하는 것을 일컫는다.

 

조선시대 여성들은 한글로 편지를 부도받기도 했으며, 소설을 베껴 읽고 보관하기도 했다. 호연재 김씨처럼 특별한 경우 친정 식구들과 한시를 주고받아 후손들에게 전해지는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전해진 글들을 모아 후손들에 의해 <호연재집>으로 묶여졌으며, 이를 통해 조선시대 여성 작가의 목록에 한 사람이 추가될 수 있었던 것이다. 호연재 김씨는 남편보다 먼저 죽어 무덤에 묻혔다가, 남편이 죽은 후에 42년 만에 남편과 합장을 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는 이처럼 부부 가운데 누군가 먼저 죽더라도 나중에 합장하여 모시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다. 대전 송촌의 종가를 답사하고 다양한 자료를 구하여 조선시대 양반의 생활상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는 점에서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 책이라고 할 수 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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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노비 출신인 반인들과 쇠고기와의 관계를 설명하다! |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2023-07-24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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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노비와 쇠고기

강명관 저
푸른역사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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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라는 말과 더불어 이팝에 고깃국이라는 표현은 과거 사람들의 현실과 소망을 대변하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가을철 수확한 곡물이 다 떨어지고, 보리가 채 아물기 전인 봄철에 배고픈 시기를 넘길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보릿고개라는 말로 표현했다. 이에 반해 명절이나 생일에 흰 쌀밥에 고기를 넣어 끓인 국을 마음껏 먹어보고 싶은 욕망을 이팝에 고깃국이라는 표현으로 표출했던 것이다. ‘이팝은 곧 흰쌀을 뜻하는 입쌀이라는 단어가 결합된 표현으로, 봄철에 멀리서 보면 한 무리로 피어있는 꽃의 모양이 마치 쌀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나므에도 이팝나무라는 명칭을 붙이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서 고깃국은 쇠고기를 넣어 끓인 국을 일컫는다.

 

조선시대의 주된 산업 기반은 농업이었고, 그에 따라 집집마다 기르는 소는 농사의 주된 수단이자 중요한 재산이기도 했다. 그리하여 공식적으로 먹기 위하여 소를 잡을 수 없었으며, 특별한 경우에만 허가를 받아 소를 잡아 쇠고기를 먹을 수 있었던 것이다. 대개는 제사 혹은 결혼이나 회갑 등의 잔치에 사용하기 위해 관의 허가를 받아서 구입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러한 정책을 일컬어 소를 함부로 잡는 것을 금하는 우금(牛禁) 정책이라고 했지만, 실상 조선시대에도 양반들은 쇠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고 한다. 특히 한양에서 소를 잡아서 팔 수 있었던 이들을 일컬어 반인(泮人)’이라고 칭했는데, 이 책은 바로 이들의 존재와 사회적 의미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조선시대 국립대학으로 역할을 했던 성균관을 반궁(泮宮)’이라 일컬었고, 성균관에 머물던 이들은 나라에서 공짜로 공부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였다. 하지만 국가에서 성균관에 제공하던 물품은 쌀에 한정되었고, 반찬과 기타 공부에 소용되던 물건들은 성균관의 하인들이 머물던 반촌(泮村)’에서 공급했다고 한다. 고려 말 성리학을 들여왔던 안향이 성균관을 재정비하면서 자신의 사노비와 녹봉을 성균관에 바쳤다고 한다. 이러한 전통은 조선시대까지 이어져 태종을 비롯한 왕들도 성균관에 노비를 하사하였고, 이들은 당연히 성균관 근처에 집단을 이루어 살게 되었으니 이들의 거주지를 반촌(泮村)’이라고 불렀다. 반촌반인들은 성균관의 운영을 위해서 봉사하는 노비들을 지칭하는 용어였으며, 학생들이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반촌에서 성균관의 모든 물품을 공급했던 것이다.

 

적게는 80명에서 많을 때는 수백 명이 성균관에서 기숙했던 바, 이들의 생활을 돌보기 위해 성균관의 노비인 반인들에게 소고기를 도축하고 판매할 수 있는 특별한 권한을 부여했다고 한다. 조선시대의 법으로는 공식적으로 소를 도축할 수 없었지만, 성균관의 운영을 위해서 특별히 반인에게 소를 도축하고 팔 수 있는 권리를 부여했다고 한다. 소를 잡기 위해서는 사전에 관청에 신고를 하고, 소정의 세금을 납부해야만 했다. 그로 인해서 쇠고기를 구입하려는 이들은 자연스럽게 발길을 반촌으로 향했으며, 정육점에서 볼 수 있는 풍경과 같이 소를 고리에 매달아 팔았기 때문에 이들의 가게를 현방(懸房)’이라고 지칭했다고 한다. 이로부터 자연스럽게 반인은 쇠고기를 잡고 판매할 수 있는 이들을 지칭하는 의미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들은 동물을 도축하던 천인 신분의 '백정과 하는 일은 같았지만, 사회적으로는 전혀 다른 존재들로 여겨졌다.

 

한양에서 사람들이 즐겨 찾던 쇠고기를 독점 공급하면서 반인들은 경제력을 획득하고, 나름대로 부자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로 삼기도 했다. 그 반면에 소의 도축과 판매는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금하던 일이었기에, 그것을 틈타 반인들을 수탈하던 기관이 존재했다고 한다. 오늘날의 검찰과 같은 역할을 하던 사헌부와 법을 집행하던 형조그리고 한양의 치안을 담당했던 한성부를 일컬어 저자는 법을 집행하던 세 개의 기관이란 의미로 삼법사라 지칭한다. 삼법사에 소속된 관원들이 반인들의 현방에서 수탈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그들 관원들의 녹봉(월급)을 국가가 지급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도록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따라서 반인들은 소의 도축과 쇠고기 판매로 얻은 이익에서 성균관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것 이외에, 삼법사라 지칭되던 기관의 운영비까지 일부 부담했던 것이다.

 

이 책은 실록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들을 통해서, 성균관과 삼법사로 지칭되던 기관들의 반인에 대한 수탈 구조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반인들의 영업이 항상 안정적이었던 것이 아니었던 만큼, 때로는 가축들의 전염병인 우역(牛疫)’으로 인해 반인들의 현방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반인들은 성균관의 운영을 위해 물품을 보급해야했고, 삼법사에서도 기존의 관례데로 끊임없이 수탈을 자행햇다고 한다. 그로 인해 과도한 수탈을 감당하지 못해 자살을 하는 이가 생겨나기도 했으며, 조선 후기로 갈수록 왕실에 소속된 궁방 등 다양한 기관에서 소를 도축하여 반인들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들도 발생했다고 한다. 반인들이 성균관의 존속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했기 때문에, 성균관을 거쳐갔거나 담당하는 소임을 맡은 관리들은 반인들의 권리를 확보하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던 것이다.

 

7백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실록 등 관련 자료에 나타나는 기록들을 주석으로 제시하고, 성균관과 반인은 물론 주변의 정황과 조선 후기 경제 상황을 조망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어 있어 조금은 지루하지만 유용한 성과물이라고 여겨진다. 물론 반인들의 수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고, 때로는 수탈 기관에 맞서 성균관 출신의 관리들을 움직여 적절한 대응을 하거나 가게를 닫고 저항하는 반인들의 상황을 소개하기도 한다. 나아가 19세기 말에 접어들면서 공식적으로 신분제가 철폐되면서, 반인들은 자신의 경제력을 기반으로 경제 주체의 하나로 성장하기도 했다. 일정한 지역에 몰려 살면서 결속력이 남달랐기에 뜻있는 이들의 노력으로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신분적으로는 노비에 불과했던 반인들의 삶의 조건과 한양에서 쇠고기를 독점 판매하며 부를 축적하면서 과도한 수탈에 맞섰던 이들의 생활을 구체적으로 살필 수 있는 기회였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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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경험과 감정을 떠올리다! | 여중재리뷰(에세이/한국문화/한국사) 2023-07-22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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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연애의 실험

이기진 저
진풍경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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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자인 저자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연애에 대한 기억과 생각들을 풀어놓는 내용이라는 것을 이 책의 성격으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이질적인 것처럼 보이는 요소들이 결합되어 한 권의 책으로 묶어졌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자연과학의 기초를 이루는 물리학을 전공하고 있지만, 저자에게 그림은 또 다른 우주였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림에 대한 저자만의 열정이 학자로서의 긴장을 풀어주는 수단으로 작용했을 터이고, 그에 못지않게 연애를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하나하나 책의 내용을 엮어나갔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그리하여 연애하는 상대를 만나는 시간처럼그림을 그리고, 그에 맞는 생각들을 채워나간 글의 내용도 담담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아마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정리된 생각일 터이지만, 저자는 연애란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한 만큼 아름답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는 과정이라고 단언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순간에는 모든 상대방의 모습과 모든 행동이 아름답게 보이지만, 연애 기간이 길어지면서 두 사람 사이에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실망했던 기억들을 떠올려 본다. ‘상대방이 보여준 매력의 한 조각만을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비이성적으로 믿고 바라보는 것이 연애의 본질이면서 동시에 연애의 비극이라는 지적에 기꺼이 동의할 수 있다고 하겠다. 연애의 결과가 이별이라는 현실로 다가왔을 때, 시간이 흐르면서 힘들었던 경험보다는 서로 좋아했을 때의 아련한 기억만이 추억으로 남게 되기도 한다. 물론 이별 당시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견딜 수 없는 슬픔과 그로 인해 삶의 의욕조차도 꺾일 정도로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기도 할 것이다.

 

그리하여 첫눈이 오는 날에도 아련한 기억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상대에게 해주었던 사소한 이벤트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이미 격정을 시간을 보낸 저자는 제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해주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은 비극이고 불행이지만, 항상 처음 같은 사랑은 기다리고 있으며 마지막 같은 사랑 역시 기다리고 있다.’ 이 말은 결국 추억을 추억일 뿐 과거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현재의 시간과 사랑하는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라고 이해된다. ‘세상엔 노력만으로는 안되는 것이 있으며, ‘서로 예의를 다해 사랑을 다하고 끝을 낸 상황에서 뒤늦게 불을 지피러 혼자 무대 위로 올라가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에 미련 없이!’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항상 강단에서 20대의 젊은 청춘들을 만나는 직업인지라, 저자는 제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젊은 시절의 모습을 떠올려보기도 한다. ‘여자친구의 부모님을 찾아뵙고 어색한 시간을 보냈던 제자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서툴고 위험하고 무모했던 연애에 대한 추억을 떠올려보는 저자의 모습이 그려지기도 한다. 항상 같이 있지는 않더라도 가을 햇살 속 테라스에 앉아 그 사람을 기다리면서 느끼는 가을바람 같은 외로움을 떠올릴 만큼 이제는 연애의 감정조차도 여유롭게 되돌아보는 것이다. 연애에 대한 다양한 상념들을 정리하면서 저자는 이 책에 추상화 같은 사랑의 모든 풍경이라는 부제를 덧붙이고 있다. 그 구체적인 모습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연애를 하고 또 겪었던 경험과 기억만큼은 독자들 역시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겠다.(차니)

 

*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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