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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소통하는 자를 내세운 제국의 이야기/ 사유와 공감 | 문학 서적 2023-03-2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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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香君 : 향기의 소리를 듣는 자 (上)

우에하시 나호코 저/임희선 역
사유와공감 | 2023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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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사람의 이야기를 특별한 내용으로 담았다. 서정적 판타지라고 구분하고 있는데, 그 특별함이 이유가 되는 모양이다. 글의 중심축을 이루는 것은 향기를 맡는데 특별한 감각을 지닌 소녀다, 그 소녀가 만나는 모든 일들이 특별한 일이다. 향기의 소리를 듣는 소녀 아이샤, 그녀의 이야기가 제국을 둘러싸고 거대하게 펼쳐진다. 규모가 대단한 내용으로 전개된다. 제국의 생존과 패망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소녀가 거기에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그려나가고 있는 글이다. 그 모든 일들이 인본에 근거해 있다. 인간의 생존, 인본이 가장 중요한 문제임을 왕조 시대를 배경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 마음을 많이 움직이게 한다.

 

태어날 대부터 아이샤는 살아있는 존재들이 풍기는 냄새와 그 냄새에서 알 수 있는 다양한 일들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그래서인지 아이샤는 사람이 하는 말을 들을 때처럼 풍겨오는 냄새에서 의미를 알아차릴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짐승이나 식물이 사람의 말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무가 벌레에게 나뭇잎을 먹힐 때 풍기는 냄새를 아야, 아야, 벌레가 나를 먹고 있어!” 하는 말처럼 느낄 수 있다는 말이다. p51 아이샤의 능력을 말해 주고 있는 부분이다. 아이샤가 가진 능력은 냄새와 교통을 이루는 일이다. 그러기에 냄새는 곳곳에 있고 그 냄새를 통해 사물을 분별할 수 있게 된다. 향군궁에서 향군을 만나러 가는 길에 청향초의 냄새를 따라가는 일은 그녀의 능력을 잘 말해 준다. 그 사실을 통해 향군궁의 모든 사람들이 아이샤의 진면목을 알게 되지만 말이다. 이 글에서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이 그녀의 이 능력이다. 그러기에 제목도 향군으로 되지 않았나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녀는 서칸달 번의 왕의 손녀다. 할아버지가 제국과 백성들의 노여움을 입어 권력을 내려놓게 되고, 그의 가족은 쫓기는 신세가 된다. 할아버지는 제국이 번을 지배하는 수단인 오아레 벼를 심지 않겠다고 함으로 그런 결과를 가져오는 상황을 만든다. 아이샤의 가족은 쫓기다가 그래도 할아버지의 정책을 지지하는 산간 마을로 간다. 그곳에서 생활하면서 성장하다가 발각되고 다시 새로운 번왕과 제국의 감찰관에게 쫓기게 된다. 결국은 어린 동생 미르차와 함께 사로잡힌다. 이야기의 첫 부분이다. 그리고 이야기는 역순행적으로 그려지며 사건의 개요를 쫓아간다. 그들은 서칸달의 새로운 번왕으로 등극한 주쿠치 앞에 선다. 주쿠치는 후환을 없애기 위해 그들을 죽이려 한다. 그것을 제국에서 나와 있던 감찰관 마슈 카슈가가 잠시 죽은 체할 수 있는 독을 먹여 죽음을 위장하고 그들을 구출한다. 그리고 그들을 데리고 우마르 제국으로 간다. 뭔가 필요가 있어서 그들을 살린 것일 게다. 이야기를 읽어나가다 보면 그 이유가 밝혀진다. 그 후 마슈의 도움으로 동생은 어느 농원에서 성장하게 되고, 아이샤는 향군궁으로 가서 제국의 생존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산다.

 

배경이 되는 번은 일본의 막부시대 각 지역의 번과 같은 이미지로 내게는 다가왔다. 번을 다스리는 영주가 있고 그것을 통합한 막부가 있는 일본의 막부시대의 시대적 상황으로 생각하면서 읽으면 번과 제국의 관계가 잘 이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자가 일본인이라서 그렇게 선입견을 가진 듯하다. 번은 자체적으로 생존이 가능하지만 막부에 의해 통제받고 있는 존재다. 번이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은 무력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그 무력에 해당하는 것이 오아레 벼로 대표되는 경제다. 이 벼는 백성들의 생활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벼다. 그런데 이 벼가 가지는 특성이 문제다. 벼는 많은 수확을 올릴 수는 있어도 그 모종은 제국에서 주지 않으면 어떻게 할 수가 없다. 번에서 난 오아레 벼는 싹을 틔울 수가 없다. 아니 번에서는 싹을 틔울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오아레 벼를 심는다는 것은 번이 제국에 종속되고 무조건 복종해야 함을 의미한다. 벼를 통해서 제국에 절대적 복종을 강요하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또 오아레 벼에 문제가 많다. 읽으면서 한 때 우리나라에도 많이 심었던 통일벼, 수확량은 많지만 맛이 별로였던 통일벼를 떠올리게 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말이다. 번왕국에서 싹을 틔울 수 없는 외에도 오아레 벼는 생장력이 너무 강해 주변에 다른 작물들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강한 힘이 있다. 오아레 벼를 심는다는 것은 만일 그것이 잘못되는 날에는 그 지역은 아무런 작물도 없게 되고, 아사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생산 구조를 가지게 된다는 말이다. 이런 것을 아는 아이샤의 할아버지는 자신의 번왕국은 오아레 벼를 심을 수 없다고 강하게 얘기하다가 제국과 우선 눈앞의 이익을 탐하는 번의 다른 세력들에게 쫓겨 낙마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제국의 감찰관이었던 마슈는 오아레 벼가 제국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아이샤를 죽음에서 살렸다고 보인다. 그녀가 향기의 소리를 듣는 자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제국에는 전설이 전해 온다. 오래 전에 황제의 집안과 카슈가의 집안이 굶주림으로 어려운 자신들의 무리에게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여인과 오아레 벼를 가져오면서 나라의 기반이 튼튼해지고 주변을 복속하여 큰 나라를 만든다. 그리고 지금은 많은 번을 거느린 제국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자를 향군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처음은 향군과 왕이 오아레 벼를 통해 다스리는 나라였다. 하지만 향군이 바뀌고 시간이 흐를수록 향군은 상징적인 존재가 되며 황제가 다스려나가는 나라가 되었다. 최초의 향군이 있었을 때, 오아레 벼는 재배에는 많은 제약 조건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제국의 지도자들은 그것을 없애면서 통치권을 강화하는 도구로 사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오아레 벼가 가지는 속성 중 고온 다습할 때 해충 요마가 붙으면 그 일대는 벼 생산을 하나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한다. 초대 황제 때 그런 일이 있어 황제가 너무 놀랐고, 그것을 향군마마가 많은 제약을 걸면서 오아레 벼의 위기를 모면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후 시간이 흐르면서 큰 일이 있었고 향군마마가 기록한 오아레 벼 생산을 위한 여러 조치들을 기록한 책이 사라진다. 그런 후 제국은 해충의 위험성은 망각하고 번왕국을 제압하는데 오아레 벼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바뀐다. 나중에 알게 되지만 해충 요마는 우리들이 알고 있는 구제역의 모습으로 생각해도 될 듯하다. 생기면 모든 것을 소각해야 하는 상황까지 된다.

 

제국에는 카슈가 집안의 두 세력이 있다. 신카슈카 집안은 부국대신을 맡아 나라의 전권을 황제와 나눠가지는 집안이고 구카슈가 집안은 향군 쪽 일을 감당하고 있다. 두 집안이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제국이 번성을 해나가는 구조다. 그런데 구카슈가 집안은 오아레 벼의 문제점이 제국을 망칠 수도 있다는 선견지명을 가진다. 그래서 그것을 벗어날 수 있는 방도를 연구한다. 오아레 벼를 기르는 비료를 적절하게 조절하여 다른 작물을 같이 심을 수는 없는가를 연구도 하고, 성과도 낸다. 그것은 구카슈가 당주의 형제인 다쿠 일가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다.

 

마슈는 구카슈가와 생각을 같이 하는 신카슈가에 양자로 들어간 사람이다. 그러기에 감찰관도 되고 향사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런 그였기에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아이샤를 향군궁으로 데리고 간다. 그곳에는 향군마마인 올리애가 있다. 올리애는 실제적으로는 향기를 맡을 수 없지만 선택에 의해 상징적으로 향군마마로 있는 사람이다. 향군마마는 백성들에게는 정신적 지주다. 그런 향군마마에게 향기를 맡을 수 있는, 향기로 말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향군인 아이샤를 붙인다. 그들 둘은 죽이 잘 맞다. 같이 생활하면서 서로의 능력을 알게 되고 아이샤가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아이샤가 향사가 되게 한다. 그 전에 다쿠 일가의 농원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아이샤는 제국의 상황을 알게 되고 오아레 벼가 일으킬 문제도 알게 된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예전에 아버지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제국의 수도에 있는 향군궁에 사시는 살아있는 신령님은 몸이 늙게 되면 그 몸을 버리시고 가장 좋은 여인의 태에 깃들어 새로운 몸을 입고 다시 태어나신다는 이야기였다. p109 올리애가 향군이 되게 된 근거가 되는 얘기다. 판타지적인 요소가 짙다. 여기에서 올리애가 어떻게 향군이 되고 어떤 역할을 맡으며 어떠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지를 짐작할 수가 있다. 향군의 존귀한 신분은 그대로 유지하되 능력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기에 제국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제정분리의 상황에서 제정일치의 상황으로 국가가 나아가는 상황의 한 쪽으로 보면 되겠다. 거기에 실질적인 능력을 가진 아이샤가 보강된다. 이것은 획기적인 일이 되고 앞으로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해질 수 있는 요소가 된다.

 

오아레 벼의 문제점 연구, 아이샤의 향군궁 거주, 황제의 권력 다툼 등이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바다를 끼고 있는 오고다 번국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비료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사용하면서 제국의 권위에 도전하더니만, 거기에 연유해 해충 요마가 들끓어 오아레 벼를 수확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그러면서 그 지역에 아사자들이 많이 나오게 된다. 제국에서는 감찰관을 파견해 조사를 하게하고 오아레 벼를 모두 불 태우게 한다. 그런 가운데 아사자들은 더욱 넘쳐나게 되고 번국은 생지옥으로 변한다. 하지만 한 지역에서는 아사자가 나오지 않는데, 그 지역은 중심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다. 그곳은 오아레 벼의 문제점을 극복한 다쿠 일가의 성과에 구카슈가 집안의 노력이 가미되어 오아레 벼대신 요기보리, 요기메밀 등을 심게 한 곳이다. 이것을 제국에서 알면 안 되는 일이다. 그 일을 아이샤가 많이 관여한다. 이 일은 신카슈가에게는 충격적으로 다가가게 되고 그것을 오고다에 간 부국대신의 아들은 조사를 하게 된다. 조사하는 과정에서 향사 한 명이 <오고다의 새벽>이라는 조직에 잡힌다. 그 향사를 구하기 위해 냄새로 근거를 찾아가던 아이샤는 다른 사람을 구출하기 위해 싸우다가 자신도 잡힌다. 그리고 <오고다의 새벽> 본부인 섬으로 끌려가 오고다의 새벽 조직을 만든 장본인을 만나게 된다. 오고다 번왕의 어머니가 되는 사람이다. 여기에서 아이샤가 어떤 역할을 할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하권에 제시될 내용이다.

 

제국과 번의 왕, 제국 대신과 감찰관, 제의 성격을 지닌 향사들의 활동, 거대한 나라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글, 스케일이 무척이나 큰 이야기다. 사고력이 대단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옛날 할머니들이 들려주던 신묘한 이야기가, 꿈을 담은 이야기가 들어있는 글이다. 우리는 이 글을 통해 재미를 느낄 수 있고,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으며, 영웅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또한 자연과 대화를 해나가는 이야기를 통해 자연 사랑을 체득할 수도 있다. 흥미롭게 읽히는 글이다. 이제 하권을 읽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강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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