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을 들고 거리에 나서겠다. 거리가 일어서 내 얼굴로 다가오겠다. 그 길을 길옆의 사물들과 인사하며 거닐겠다. 완보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거닐겠다. 길에 나서는 목적이 없어도 좋겠다. 그냥 웃는 웃음도, 좋고 사람들과 서로 지나치면서 나누는 눈웃음도 좋겠다. 웃음은 거리가 밝게 채색되도록 하리라 생각된다. 아마 무척 즐거운 걸음이 될 게다.
비가 부딪히는 우산을 몸 위로 치켜들고 하늘을 바라보겠다. 하늘은 자신의 진모습을 우리에게 드러내지 않겠지만 언젠가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놓지 않겠다. 가득히 내려온 하늘을 보면서 그 속에 안기고 싶은 마음이 일어도 좋겠다. 비와 꿈, 서로 어울려 잔치를 열어도 좋겠다. 그 잔치에서 내가 축가를 불러도 좋지 않을까?
비 내리는 하루, 뭔가 모를 가슴에 가득한 희열을 주체하지를 못하고 있다. 그렇게 그렇게 살아질 나를 보는 것도 기껍다. 비를 만나며 행복함을 마음에 새긴다. 그 원천이 되는 유년의 기억도 떠올려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