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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 따뜻한 사람들과 순수, 긍정의 느낌을 나누고 싶다. 맑고 고운 삶이 되기를 소망하는 공간이다. 책과 그리움과 자연과 경외를 노래하고 싶다. 감나무, 메밀꽃 등이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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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8-28 개설

문학 서적
다양한 시선들을 만나면서/문힉동네 | 문학 서적 2023-08-01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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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이미상,김멜라,성혜령,이서수,정선임,함윤이,현호정 저
문학동네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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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력적인 작품집을 읽고 있다. 이 시대를 이끌어 나갈 신예작가들의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신선함을 가질 수 있는 일이다. 새로운 언어를 만나고, 특별한 생각들을 보면서 앞으로의 시간들을 에견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이런 작품집이 마음에 많이 남는 것은 아무래도 기발한 생각들과 경험이 충격적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이 작품집을 읽으면서도 그런 충격에 휩싸이는 시간을 가진다. 난 이제 세상을 많이 살아온 사람으로 보수적인 색깔을 진하게 가지게 되는 연령대다. 변화가 힘들고 새로운 것들이 마음에 와닿지 않을 수가 있는 그런 때다. 새로운 일을 계획하지 않는다. 새로운 기회를 찾고자 하지 않는다. 주어진 것에서 확인하고, 답을 찾고, 그리움을 만나고, 인정을 한다. 새로운 것들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는 경우가 별로 없다.

 

그런데 이 책들은 그것을 무너뜨리게 한다. 새로운 것들을 생각하게 하고 새로운 세계를 머리 속에 가지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난 특별함이란 말을 마음에 많이 가지게 되었다. 내게 다가오는 모든 언어들이 특별하다. 기이한 생각들을 담은 언어도, 기존과 다르게 표현된 언어도 그렇다. 나에겐 이들의 모든 것들이 특별하다. 그 특별함이 아련한 긴장감으로 다가온다. 긴장감을 별로 선호하지 않지만 주어진 긴장감을 즐길 줄은 안다. 그 즐김의 시간으로 이 책이 나를 인도한다

 

이미상의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헙

김멜라의 제 꿈 꾸세요

성혜령의 버섯 농장

이서수의 젊은  근희의 행진

정선임의 요카타

함윤이의 자개장의 용도

현호정의 연필 센드위치

 

등이 들어 있는 책이다. 제목도 작가도 나에겐 무척 낯설다. 이쪽을 조금 떠나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주어지는 모든 것들이 싱그럽다. 일면식도 없는 언어들이 공감의 선에 서기엔 특별함이 한 몫을 한다. 그렇게 이 언어들이 내 곁에 왔다

 

언어의 낱낱을 점검하는 일은 다른 색깔이다. 하지만 난 이들을 한꺼번에 만나고 있다. 기발한 착상이  처음부터 나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정신없이 따라게게 만들고, 그 끝 지점을 알려주지 않는다. 스스로 그 지점을 찾고 물러나야 한다. 그렇게 언어의 빛깔을 만지막거리며 기꺼워해야 한다. 하지만 적응이 잘 안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정신의 세계를 그려나가는 내용은 더욱 그렇다. 우리가 만나지 못한 세상을 표현하기 때문에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가다가 혼자의 생각 속에 머물며 책의 언어에서 이탈하기도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걸쳐 책을 읽었다. 읽고 있다. 조금만 만나고 다시 많은 시간을 비우고 있다. 그러다 다시 만난다. 그 만남은 즐거움이기보다 책무가 될 때도 있다. 하지만 책무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놓아버리는 때가 많다. 그렇게 언어가 스스로 살을 만들고, 살이 재생의 기운을 내면서 내 안에서 자생하는 것을 많이 본다. 이 책은 그렇게 내 언어에 자생하는 언어들의 기이한 모습을 끄집어내고 다시 넣고 하는 일련의 시간을 가진 내 소중한 보물이다. 난 그 보물에 입맞춤을 한다. 감사를 전한다.

 

기이함과 놀라움으로 만난 7편의 작품들, 그들이 내게 전해주는 이미지와 선율은 진한 감동의 노래다. 곰국이 끓일수록 맛을 내듯 작품들이 오래 내 안에 거할 때 기대감을 충족시키는 언어들의 향연이 된다. 그 향연의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나는 많은 시간을 언어들과 함꼐 하고 있다. 이해와 기막힘의 한 자락을 넘나들면서 그들이 주는 신기함을 마음에 담고 있다. 확실히 생각의 폭이 넓어져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구만리 창공을 저기면 날리로다>한 생각의 흐름을 이 이야기를 통해서 본다. 무한한 세계의 빛나는 길을 스스로 찾지 않아도 이렇게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 그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의 마음이 되어본다. 하나씩 만나지는 의미는 더욱 진해진다. 그 길을 더욱 깊이 들어가볼 작정이다. 진한 이야기가, 질곡의 이야기가, 금단의 이야기가 언어의 날개를 달고 곳곳에서 날아다니고 있다. 그것을 잡아보고픈 마음이 간절해 지는 시간에 이리 새로움이라는 것을 마음에 담고 있다. 새로운 언어의 향연이라는 말은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해 보는 어구다. 젊은 힘을 마음에 깊이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언어가 가져다 주는 지혜, 혜택, 사랑을 마음 깊이 느끼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은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나에게 다가와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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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위로가 되고 지혜가 되는 언어들/ 스테이블 | 문학 서적 2023-07-2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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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안아주는 말들

사이토 시게타 저/마루 역
스테이블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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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간 폭우가 쏟아졌다. 산사태와 지하 차도 침수로 많은 인명 피해가 났다. 그 일로 시간이 꽤 지났지만 지금까지 뉴스에 아픔이 지속되고 있다. 아마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지금도 치를 떨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들에게 우선 무슨 위로의 말이 귀에 들릴까? 그것보다는 나라에서 행해 주는 보상이 가장 마음에 와 닿지 않을까? 그것을 보면서 당면한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길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해본다. 직접적인 해결책이 강구되기 전에는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로란 말을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마음의 위로는 슬픔과 아픔이 있을 때 타인으로부터 자신에게 주어지는 행위로 일어나는 심리적 상황이다. 아픔을 겪는 사람의 사정을 잘 알고 거기에 적당한 처방을 해주면서 이뤄지는 위로는 실속이 있을 수도 있다. 도움이 되고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게 하는 수도 있다. 하지만 언어로 위로할 때, 그 위로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그 한계를 넘어서는 것이 마음으로 다가가는 일일 것이다. 마음과 마음이 교차를 할 때 진정한 위로가 이루어지고 마음이 포근해질 수가 있으리라 생각된다.

 

비가 와서 무척이나 힘들 때, <비 온 뒤의 무지개를 상상한다>는 말을 떠올릴 수 있다. 지난한 아픔과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리 스스로에게 할 수 있는 긍정의 말이다. 시간은 많은 것을 해결해 준다. 시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것은 거의 없다. 아무리 아픈 일일 지라도 시간이 지나면 조금은 상쇄되는 것을 우리는 본다.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라도 그것이 지속만 되는 것은 아니다. 뭔가 하다보면 그것이 큰 기쁨을 가져와 무지개가 되는 수도 있다. 우리는 그것을 마음에 새기면서 주어진 문제를 만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도 생각된다.

 

책은 단출하게 꾸며져 있다. 책 속에 담긴 짧은 글들은 7개의 장으로 짜져 있다. <괴로움은 이겨내는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 <멈추고 바라보기-지금의 고민을 시간에 맡기다>, <나에게 상냥해지기-자기 돌봄의 습관>, <아울리고 기대고 받아들이기-건강한 인간관계>, <감정의 파도 다스리기-불안과 우울>, <마음의 면역력 기르기>, <80퍼센트 심리학-완벽을 버리자 찾아온 변화들> 등의 소제목으로 만들어진 7장이 그것이다. 소제목의 내용을 봐도 이 글의 방향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은 부분적인 찾음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말이다. 난 우선 이 소제목들을 통해서 약간의 선지식을 지녔다. 그리고 그 선지식에 맞춰가면서 글을 읽었다. 선지식과 그려진 내용이 서로 공감과 상충을 일으키며 내 뇌리에 머물렀다. 내용이 무척 따뜻하게 흡수되었다. 충분히 내 내면에서 자아를 재생해보는 기회가 되는 시간들이었다. 내 현재의 삶에 맞춤형으로 다가온 내용들이 많았다.

 

우리들은 삶 속에서 고민하고 아파하는 일들을 많이 만난다. 그러면 그 속에 파묻혀 주눅 들고 일어서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 문제들이 늘 마음에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것이 필요하다. 그 주문에 해당하는 말들을 이 책은 많이 제공해 주고 있다. 아픔과 좌절에서 그 문제를 직시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는 말들을 우리는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그 말들을 건져내어 곁에 가져오는 것이 책을 읽은 방법이 되리라 생각한다.

 

*성실하기 때문에 고민하는 겁니다. 자책할 필요가 전혀 없어요.

*슬픔을 잘 느끼는 사람이 기쁨도 잘 느낍니다.

*괴로울 때야말로 내가 진정 소중히 여기고 원하는 것이 보입니다.

*문제가 해결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 것이 당연합니다.

*어떤 기다림은 머지않아 다가올 기쁨의 시간을 뜻합니다.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말고 약간의 무모함과 용기를 가지세요.

*콤플렉스를 싫어하면 상처가 되지만 인정하면 개성이 됩니다.

*완벽한 사이란 없습니다. 적당히 마음이 맞으면 기뻐하고 소중하게 대해주세요.

*용서하는 사람은 용서받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사랑받습니다.

*소중한 사람의 부재 앞에서는 실컷 슬퍼해야만 다시 일어설 힘이 생깁니다.

이미 당신 곁에는 상냥하고 따뜻한 말을 건네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남에게 기대는 것도 용기 있는 행동입니다.

*좋아하는 취미가 생기면 잡념이 사라지고 마음이 개운해집니다.

*감정을 문장으로 정리하면 신기하게도 마음이 진정이 됩니다.

*긍정적인 혼잣말로 자기암시를 하면 상황은 분명히 달라집니다.

 

화가 많은 사람은 상황에 따라 성질을 죽이기가 쉽지 않다. 아마 자존심이 강한 사람들도 마찬가지가 되리라 생각한다. 저자는 말한다. 아내가 하는 쓴 소리나 잔소리를 수접에 적는다고. 그리고 그곳에 내 감상과 의견을 적어본다고. 그러면 희한하게도 강하게 끓어오르던 감정이 정리가 되고 희석된다고. 나도 그런 경우를 많이 만난다. 어떤 일에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있다 보면 마음이 침잠되고 힘들어진다. 그런데 그것을 언어로 기록하면서 정리를 하다보면 긍정적인 마음이 회복된다. 나는 그것을 언어가 가지는 마력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사건도 마음에 답답함으로 다가오는 것이 많다. 그것을 그대로 두면 악감정만 스스로에게 부담으로 남는다. 그것을 나름의 생각으로 정리하고 방향을 제시해두는 글을 쓸 때, 책임을 다한 듯한 생각이 들고 위안이 된다. 언어가 무척이나 삶의 지혜가 된다는 말이다. 글을 읽으면서 공감하는 생각을 많이 가진다.

 

<안아주는 말들>이라는 제목이 이미 글의 성격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어려운 삶에 위로가 되고 도움이 되는 말들을 그려낸다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것을 저자가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얘기를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가지는 생각과 조금 다른 언어로 조언을 하고 있다는 정도다. 그 언어들이 마음에 다가오는 것은 독자의 삶이 얼마나 저자의 마음과 공유하느냐에 달려 있을 것이다. 같은 상황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온 마음으로 다가갈 것이고, 동질적인 상황을 겪지 않은 사람들은 피상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교적 보편적인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찾을 수 있는 말들이 아닐까 한다. 또 용기 있고 개성적인 생각도 더러 담고 있다. 솔직하고 거침없이 자신을 드러내라는 말은 보편에서는 조금 멀어져 있는 내용일 수도 있다. 주위를 의식하고 상대를 배려한다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쉽게 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는 용기를 가질 것을, 감정대로 행동할 것을 우선적으로 말하고 있다.

 

우리는 말들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 말들이 모두 우리들에게 맞은 것은 아니다. 이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말들도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더러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생각을 담고 있는 말들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보편성이란 것이 있다. 개성적일 지라도 보편을 담고 있을 경우가 있다. 문학작품에서 고전이라는 것이 그런 것이다. 새로운 것인 것 같으면서도 옛것을 되살리고 있는 내용, 저자의 말들도 그런 맥락에 놓여 있다. 마음에 끌림으로 다가드는 말들이 많이 있다. 공감하면서 이 책을 많이 읽기를 권해보고 싶다. 책을 읽으면 문장이 우리의 마음에 쌓이고 마음이 평안해지면서 따뜻해진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을 나는 안다. 행복은 바로 가까이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행복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확실히 이런 글을 읽는다는 사실 자체가 소확행의 한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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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빛깔로 나타난 삶의 치유를 만난다/ 꿈공장플러스 | 문학 서적 2023-07-20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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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우리는 참으로 오랜 여정을 함께했지요

정연승 저
꿈공장플러스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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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한 언어를 대한다. 일상적인 언어가 고운 빛깔을 만들고 아름다운 선율로 태어나 우리 곁에 머물고 있음을 느낀다. 그리 현란하지가 않다. 그리 강한 상징의 표현도 보이지 않는다. 다가드는 대로 읽으면 된다. 읽다보면 은은한 향기가 느껴진다. 그것은 현란한 색조를 띄고 있는 것이 아니다. 동양화처럼 여백의 미로 다가온다. 비워진 공간이 더욱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노래다. 작품들을 만나다 보면 꿈결처럼 아련히 일상들이 스며든다.

 

그저/ 눈으로 보고, 마음에 담고, 시를 쓰고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너무나 행복해서

 

시인의 언어가 색깔을 지니는 이유가 잘 드러난다. 언어를 가지고 조각을 한다는 것은 삶의 행복이다. 희미하던 것들의 모습을 분명하게 떠오르게 하고 무에서 유를 찾아가게 하는 신비한 마력을 지니고 있다. 그 삶의 모습을 언어를 통해 만나는 일은 삶의 희열이다. 그러기에 언어가 스스로 살아 시인에게 삶의 부분을 이루게 된다. 살아가는 이유가 된다.

 

삶이 비록 공허와 외로움으로 물들어 있을 때도 살아내야 하기에 추억과 이상으로 버티며 견뎌내고 있다. 그들이 절망으로 나타날 때도 잊으며, 견디며, 인내할 수 있는 것도 언어가 가져다주는 날개를 만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리라. 세상이 어둠과 무거움으로 짙게 물들어 있을 지라도 이길 수 있는 것 또한 언어의 향연 때문이리라. 시인의 가슴에 알알이 맺힌 시의 열매가 세상을 이기고 희열을 가질 수 있게 만들어간 흔적을 이 책을 통해 읽는다.

 

자신의 삶을 언어에 담아나가는 일은 정리와 결실을 가져온다. 그 자체가 공허를 안고 가는 무거운 발걸음에 청량제가 된다. 만남도, 그리움도, 꿈도, 삶의 여정도 리듬 위에 담긴 언어가 되면 노래가 된다. 노래가 다양한 색깔을 지녀도 부르는 사람들에겐 위안이 되고 마음의 평안을 가져다준다. 시인의 언어도 마찬가지 기능을 하리라 본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견할 수 있는 언어의 향연을 만나는 것이 이 글을 읽고 있는 나의 걸음이다.

 

끝이 없는 기다림이라는 마음속의 어떤 기억은

스스로를 옥죄어 가고 있네, 여전히

 

어떤 기억들은 스스로의 사슬이 되고 있음도 본다. 살아가는 길은 언제나 빛나는 길만은 아니다. 짙은 어둠이 존재하는 길일 수도 있고, 별빛으로 걸어야 하는 길일 수도 있다. 그 길들에서 만나는 일상들은 스스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그 부담은 또한 시간과 함께 추억이 된다. 그런 일들이 스스로를 가위 눌리게도 하고, 아픔이 되기도 한다. 끝이 없는 기다림의 시간을 만들기도 하고, 결과를 예측할 수 없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언어와 함께 그리움으로 채색되기도 한다. 삶은 무거운 무게를 지닌 것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언어를 통해 낱낱이 만나게 만드는 것은 치유의 길을 열기도 하는 상황을 만든다.

 

난 언어가 스스로를 다스리는 명약이라고 생각한다. 시 속에 나타나는 이별, 그리움, 기다림, 가난함, 공허, 어둠 등이 푸른 꿈일지라도 언어로 표현됨으로 현실화 되고 있음을 본다. 그리움이 언어로 표현되고 나면 그리움이 아니다. 이미 현재화된 모습으로 나타난다. 마찬가지로 삶의 악조건들이 언어로 채색되고 나면 그것이 즐거운 노래가 된다. 그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아픔에서 벗어나고 있는 자신을 만날 수가 있다.

 

조금의 짓눌림도/ 숨이 막힐 정도로 견디기 힘든/ 삶의 무게가 되어/ 점점 굽어져 가는 작은 마음//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결국엔/ 참아내는 법뿐// 그래서 이 지극히도 고요한 강에서/ 그저 영롱한 물빛을 바라보며/ 뜻 모를 푸른 숨을 내쉰다.

 

고요한 강에서 흐르는 물빛을 바라보면서 삶의 무게를 씻고 있는 시적자아의 인내가 보여 진다. 그것은 깊은 한숨이 된다. 그 한숨이 언어가 되고, 언어는 날개를 단다. 언어가 훨훨 날아 별빛이 된다. 치유와 다스림의 삶이 채색된 언어 속에서 빛을 발하게 될 때, 한숨도 그 무게가 많이 가벼워질 것이라 여겨진다. 그 가벼움을 위해 언어는 무지개 빛깔을 자신의 삶 안에 심고 있다.

 

다양한 삶의 흔적이 여러 색조로 표현되고 있다. 그들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되고 그리움이 되면서 치유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언어들의 조합 때문이다. 시적자아는 만난 많은 어둠의 삶을 말하고 있다. 그것이 가지는 아득한 무게를 만나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작은 불빛이라도 찾고 있다. 그것이 언어라는 매개로 빛이 되면서 스스로의 마음에 그리움을 만들고 있다. 아픔과 고통, 안타까움 등이 늘 그대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언어로 채색되어 빛으로 화하는 것을 우리는 이 책에서 시적자아와 공감하면서 만나볼 수 있다.

 

한 편의 시를 읽어본다. 시인의 삶이 오롯이 담긴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 글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 시작자아의 내면을 읽어볼 수 있고, 언어를 통해 만나고 있는 세계를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아득한 공간이 현상화한 모습을 그리면서 치유의 자리를 열고 있는 시적자아의 모습이 보인다. 아니 글 속에 몰입하고 있는 내가 보인다. 사색의 깊은 문 앞에 서서 공감을 하면서 언어의 한 조각, 냄새를 맡아본다. 진한 라일락 향기가 느껴져 온다. 그것은 스스로 만나는 자신을 위한 자유가 되리라 믿는다.

 

지극히도

모든 것이 드러나지 않은

기억 같은 공간

 

고른 숨을 내쉬고

야윈 창밖을 바라본다

 

행복을 함께 소망하고픈

그런 사람이 떠오르면

 

하늘과 바다처럼

맞닿을 수 있길

 

스치듯 재회한 인연은

신비한 선율처럼

깊은 치유이길

 

어느덧 고요는, 파동을 따라

나직이

마치 울릴 듯이 이 방 가득 차면

 

눈을 감고

몰아치는 생각의 잔향을

새긴다

 

그렇게 하나의 짧은 글을

건넨다

여전히 그리운 이 꿈속에서

 

-명상의 방(P78)

 

이 시집은 많은 시편이 들어있다. 일상의 삶들이 많은 색깔을 지니고 들어있다. 많은 시간을 더불어 살아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어있고 그들을 향한 색조가 무게감을 지니고 나타나고 있다. 그들이 언어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풍선처럼 시적자아의 내면에서 팽창하여 터져버리는 결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그것이 언어라는 도구를 통해 각색되고 정리되며 변화하는 결과로 표현된다. 무척이나 동양화 같이 은은한 그림으로 다가오는 시적자아의 삶이 언어를 통해 그림이 되며 노래가 되고 있다. 빛깔 고운 시집 한 권들 들고 내 기억의 파편을 줍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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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 식들과의 대화/문학동네 | 문학 서적 2023-07-0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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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식물적 낙관

김금희 저
문학동네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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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식물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모아 놓고 있는 책이다. 소설가의 화술은 역시 대단하다. 이 책의 자자는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에서 만난 김금희 작가다. 이야기를 만들고 서술해 나가는 솜씨가 역시 작품의 흔적을 기억하게 한다. 책은 많은 식물들이 등장한다. 저자가 애장품으로 간직하고 있는 식물들이다. 그들이 스스로 자생적으로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는 것을 경이로운 눈으로 바라보면서 저자는 말하고 있다. 식물들이 인간의 손에 의해 어떤 곳에 놓여 있지만 그것으로 끝난 것이 아니고 스스로의 자리를 찾아 놓이고 생존해 나가는 것을 담담하게 서술하면서 경이로운 생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의 발코니에서 식물을 가꾸는 일화가 소개되고 있다. 식물들이 모두 한쪽으로 방향을 잡아 균형이 이지러지는 것을 보고 화분을 돌리고 조정하는 일을 하면서 식물들의 자생적인 모습을 보좌하는 행위를 한 일을 얘기한다. 식물들이 일향성을 가진다는 것은 당연하다. 모두 해가 비치는 쪽으로 자신의 몸을 가져가길 원한다. 그것이 저자가 자의적으로 균형을 만들며 발코니에 놓은 식물들이 스스로 반응하는 모습이다. 식물에 관한 모든 일들이 인간 위주가 아니고 식물 위주가 되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있는 장면이 그려진다. 식물들뿐만 아니라 무생물까지라도 존중해 주는 관계가 될 때 조화로운 삶의 모습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볼 수 있게 한다.

 

저자의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지극하다. 식물들을 자식처럼 여기면서 돌보고 있다. 그들을 두고 여행을 떠나야 할 때는 식물들을 돌봐줄 사람까지 찾는 모습도 보인다. 식물을 맞길 것을 나누고 그것을 경비를 들여서라도 보관하길 원한다. 어떤 경우는 나이가 많은 엄마가 돌보아 준다는 어려운 약속 속에 여행을 떠나는 것도 볼 수 있다. 식물에 그렇게 정성을 들이지 않은 나의 입장에서는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면서도 법정의 무소유가 떠오르기도 했다. 가지면 가질수록 힘겨움이 가중되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난초를 예로 들어 이야기한 내용이라고 알고 있다. 그 생각도 어찌 보면 옳다. 하지만 가꿀 수 있다면 가지는 것이 더욱 낫지 않을까 생각도 된다. 식물과 함께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든 정신적인 풍요를 가져오니까 말이다. 너무 집착하지 말고 마음을 내어 놓으면 식물들이 자생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인데 하는 생각도 했다. 하지만 몇 개 되지 않은 화분도 다 죽이는 나의 입장에서는 방코니에서 그렇게 많은 식물들을 기르는 일이 경이롭고 귀하다는 생각도 든다. 어떻게 그렇게 식물들을 아끼고 정성을 기울이는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저자의 식물 사랑에 경의를 표하고도 싶다.

 

책은 4개의 부분으로 나눠 이야기가 전개된다. <1부는 여름 정원에서 만나면>, <2부는 이별은 신선한 바람처럼>, <3부는 겨울은 녹록하게>, <4부 그런 나무가 되었다> 등으로 꾸며놓고 있다. 중간 제목에는 계절이 녹아 있다. 계절에 따라 식물들이 저자와 만난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다. 대단한 식물들의 모임이 눈에 선연하게 다가들게 만들고 있다. 식물들이 저자와 나누는 대화가 책을 읽으면서 들려오는 듯했다. 베란다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성장을 하면서 기르는 이에게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식물들, 저자는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충분히 그들과 교감을 나누고 있다. 자연과 인간 사이에 오가는 사랑의 마음이 곡진하게 전해진다.

 

여름 이야기에서는 내 방의 여름 군락지내용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발코니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이 스스로의 의지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그려낸다. 그들의 자생적인 모습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너무 인위적인 행위를 가하지 않고자 하는 저자의 마음이 엿보인다. <제주행 일기>란 글에서는 제주에서 만난 선인장을 얘기한다. 몰론 자신의 집에도 선인장이 있다. 하지만 제주 올레길에서 만난 선인장은 새롭게 다가옴을 얘기한다. 군락을 이룬 선인장의 자생 속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아야 할 세월호에 관한 얘기도 끄집어내고 있다. 식물과 삶의 다양한 모습이 곡진하게 우리들에게 다가오게 만드는 저자의 호흡을 잘 느낄 수 있다. 사실과 생각이 적절하게 조화된 이야기가 가슴에 스며든다. 괭이밥, 여름휴가와 발코니의 식물에 대한 안타까운 이야기도 그려진다.

 

저자는 식물을 직접 구입하기를 좋아한다고 한다. 그래서 가게에 들르는 일이 많고 하나를 구입했을 때는 그 다가오는 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다고 얘기한다. 스스로 삶을 살아가는 식물들의 소리, 저자에겐 화합의 소리로 들려온다. 여행 후 엄마가 챙겨줬음에도 불구하고 상태가 좋지 못한 몇 개의 식물들이 마음이 써졌다. 그들을 갈무리하면서 떠나보내는 안타까운 마음도 느껴보고 있다. 식물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세컨드 스텝>이라는 말도 알게 한다. 순이 하나 더 자란다는 것은 식물이 잘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그 식물에 대한 안심을 할 수 있게 만든다. 그 안심의 중심에 새로운 줄기 <세컨드 스텝>이 있다.

 

겨울에 식물들을 보호해야 하는 일들에 대해서도 얘기를 한다. 발코니에 가득 찬 식물들의 온도에 대해서도 얘기를 하고 구체적인 식물들의 겨울 보호에 대해서도 보여준다. 겨울에도 발코니로 들어오는 햇살을 이용해 자라는 식물들을 바라보는 즐거움은 매우 큰 것이다. 저자는 그런 겨울 식물에 대해서도 말한다. 자신이 만나고, 겪고 있는 상황을 자세하게 들려준다. 무척 마음이 끌려드는 저자의 발코니다. 그 속에 마음을 담고 저자를 따라 식물들을 가꾸고 있는 우리들을 볼 수 있게 만드는 책이다. 크리스마스 트리도 얘기 속에 담고 있다. 겨울 식물들의 호흡을 느껴볼 수 있게 우리들을 이끌어 준다.

 

봄이 오는 길의 식물들에 관해 얘기한다. 보통 봄이라면 죽었다고 생각되는 식물들도 살아나 잎을 달고 꽃을 피우는 때다. 봄이 되어 다시 피어나는 잎을 보는 것은 충격적인 즐거움이다. 저자도 그런 경험을 얘기한다. 이제는 안 되겠구나 하는 나무에서 잎들이 솟아날 때, 그 즐거움을 말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모든 식물들이 잘 자랄 수 있게 많은 얘기들을 찾으며 도와준다. 그 가운데 동백도 있다. 화원과 내 집 발코니, 그들의 사랑이 서로 어울려 피어나고 있는 봄의 모습은 장관이다. 그들을 위해 늘 기도하는 저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이팝나무에 대한 경험도 얘기한다.

 

식물에 대한 경험담이 낱낱이 서술되고 있다. 그들의 삶 속에 저자의 삶도 담고 있다. 또한 그 얘기를 개인의 얘기로 머물게 하지 않고 일반화하고 있다. 그러면서 개인의 발코니가 모든 독자들의 발코니가 되고, 저자의 식물들이 모든 사람들의 식물이 되고 있다. 그 속에 사랑의 마음으로 모든 것들을 바라보고 있다. 아쉬움과 안타까움, 희열과 즐거움 등이 식물들을 통해 구체화되어 우리들의 삶에 녹아들고 있다. 나에겐 조금은 낯설게 여겨지는 발코니에 가득한 식물들이지만 어디서든 만나는 화분이나 나무들을 생각하면 저자의 얘기에 공감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나무와 꽃은 어떤 상황에서도 진한 의미를 던져주는 요인이 된다. 이 책에서는 개인의 발코니에, 마음속에 자라는 식물들을 많은 사람들이 더불어 나눠볼 수 있게 만든다.

 

책을 읽으면서 식물과 함께하고 있음에 감사하는 시간을 많이 지녔다.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식물에 대한 얘기를 계절에 따라 만난 사연과 더불어 서술하고 있다. 무척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식물이 소재가 되어 있기 때문에 그렇지 않나 생각한다. 자연은 우리들에게 싱그러운 느낌으로 다가오는 소재다. 이 글도 발코니에 갇힌 나무들의 얘기지만 나무이기에 그가 가진 속성으로 풍성하고 아름답다. 자자의 나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따라가 보는 것도 무척 즐거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식물에 대한 자연스러움과 사랑이 낙관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고 보이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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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자식 곁에 있고 싶은 절절한 마음/문학동네 | 문학 서적 2023-05-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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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이꽃님 저
문학동네 | 2018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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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아리고 예쁜 이야기를 한 편 읽었다. 아름다운 구성으로 극적인 긴장감을 가질 수 있게 이끌어나간 멋진 화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서로의 소식을 나누는 편지가 이야기의 끈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기이한 상상력이 아닌가 한다. 상상력의 폭이 대단하고, 그 상상력을 엮어나가는 솜씨가 뛰어나다. 마지막 반전은 가슴 뭉클하게 하는 연출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이야기는 제 8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작품이다. 충분히 마음에 공감으로 와 닿는다.

 

책은 은유가 은유에게 보내는 편지로 되어 있다. 1982년의 10살 먹는 은유와 2016년의 14살이 된 은유를 연결해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 이야기 연결의 매체가 되는 것은 느리게 가는 우체통이다. 과거의 한 해가 현재엔 1달 정도로 흘러간다. 그러니 과거의 은유가 편지가 거듭됨에 따라 동생에서 언니로, 언니에서 이모로 그 호칭이 변해 간다. 그것은 다르게 흐르는 시간이 만들어 내는 결과다.

 

은유는 자신이 살고 있는 시간을 증명하기 위해 86년 아시안 게임, 87년 노태우 대통령 당선, 88년 올림픽 등을 과거의 은유에게 제시한다. 그리고 과거의 정보를 알려 줄 수 있음을 말한다. 그러면서 편지 때마다 과거의 정보를 준다. 그것으로 과거의 은유가 자신을 믿도록 한다. 이 편지들은 과거의 은유가 미래를 생각하면서 살도록 만든다. 미래의 얘기는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겐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얘기들이다. 그래서 과거의 은유는 조금은 이상한 아이 취급을 받는다.

 

은유는 아버지와 둘이 살아가는데, 아버지와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리고 항상 독립을 얘기한다. 그의 독립은 1년 동안 지속해온 계획으로 집을 떠나서 살겠다는 것이다. 그것이 어느 아줌마와 결혼을 하겠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로 더욱 구체화 되어 간다. 은유는 그 독립을 과거의 은유에게 편지로 보낸다. 과거의 은유는 성장해 나가면서 15살이 되고, 16살이 되면서 은유와 관계가 변해 간다. 동생에서 언니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거의 은유는 은유에게 가출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충고를 하는 관계가 되어 간다. 그것이 은유는 자신을 잘 알지 못하면서 간섭한다고 매우 못마땅해 한다. 편지가 오가면서 서로는 자신의 사정을 얘기하고 마음을 맞춰 나가는 모습도 보인다.

 

둘의 대화는 주로 가정의 얘기가 주류를 이룬다. 미래의 은유가 독립을 하겠다는 이유에는 엄마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은 아버지와의 거리, 그리고 아버지 곁으로 온 이상하게 여겨지는 아줌마 등이 있다. 은유는 아버지에 대해 앍기를 원하고 엄마에 대해 그리워한다. 그 사실을 안 과거의 은유가 알아보겠다고 하면서 정보를 요구하고, 은유는 아빠의 용모에 대해 그리고 다닌 대학에 대해 전해준다. 아버지가 과거의 언니 세대이기에 찾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과거의 은유도 성장해서 대학에 들어가게 되고, 은유 아버지의 과거와도 연결이 된다. 과거의 은유가 은유 아버지를 대학에서 수소문해 찾게 되고 둘의 관계가 자연스러워져 간다.

 

이 책은 과거의 시간들을 담고 있기에 시대적인 문제도 약간씩 언급되고 있다. 문제가 되었던 성수대교 붕괴 사건, IMF가 찾아왔던 일 등을 언급하면서 아팠던 시대적 상황을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새 천 년의 출발점에 서서 당혹스러워 하던 사람들의 모습도 언급한다. 시대적 상황을 제시하는 것은 이 책의 양념에 해당하는 요소가 되리라 여겨진다. 아픈 기억들을 재생하면서 인물들의 새로운 관계를 암시하는 것으로 봐도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편지는 과거의 은유가 성장하면서 은유 가족들을 찾는 얘기로 이루어져 간다. 결국 얘기는 종점에 가까워져 간다. 그러면서 은유가 주변의 사람들에 대해 적대적인 마음을 지워나가는 얘기들로 이루어져 간다. 아줌마에 대해서, 아버지에 대해서, 엄마에 대해서 등 가족들의 문제에 대해서 재인식을 해나가는 시간을 만들어 간다. 가출에 대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기회가 설정된다.

 

마지막에 제시된 아버지의 편지는 모든 이야기가 종결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편지는 아버지의 마음과 딸에게 전해 주는 사연들이 곡진하게 들어 있다. 그것을 읽는 독자들은 가슴 아픈 사연에 눈시울을 붉히지 않을 수 없으리라. 가슴 아픈, 자식을 위해 자신의 몸까지 불태운 따뜻한 사랑이 그려진 글이다.

 

이 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로 아줌마가 있다. 아줌마는 과거와 현재에 모두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 과거엔 청년으로 은유 아버지 옆에 있었던 사람이고 현재는 문제 청소년 상담의 경찰관으로 은유 아버지 옆에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현재 아버지의 결혼 대상자가 되어 은유에겐 애증의 대상이 되어 있는 인물이다. 이 글의 포인트가 되는 느리게 가는 우체통의 이야기는 은유를 위한 아줌마의 제안으로 이루어진 재료라고 얘기되고 있다. 그래서 현실감을 자아내게 만들고 있다. 이 얘기가 비현실적인 황당함으로만 흐르지 않게 하는 기능을 한다. 참 매력적인 소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책은 청소년들이 가지는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가족과의 불화, 소외, 가출 등의 문제를 근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그 치유의 한 방법을 멋진 조각으로 꾸며내고 있다. 얘기가 참 아름답다. 해피엔딩이라고 하긴 어렵지만, 아버지와의 화해가 따뜻하게 다가온다. 단지 어머니의 절절한 마음이 가슴 아리는 얘기가 되기는 하지만 그것도 딸에게는 재생의 화사한 마음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청소년 치유의 이야기라 마음에 온다.

 

<세계를 건너 너에게로 갈게> 이 제목은 딸 은유에게 항상 어디서나 함께 할 것이라는 엄마의 곡진한 마음이 들어 있는 글귀다. 비록 세상을 달리 하고 있지만 부모의 마음은 그렇게 다함이 없음을 나타내는 것이라 여겨진다. 사랑의 깊이를 담아볼 수 있는 말이 아닐까 한다. 이 이야기를 통해 가족이라는 귀한 존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고, 아이들과의 소통을 마음에 담게 되었다. 좋은, 멋진 이야기를 한 편 읽었다. 오래 여운이 남는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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