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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안희연 시인 "먹고, 사고, 사랑하는 이야기" | 스크랩 2023-04-2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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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연 시인이 먹고, 사고, 사랑하는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흘러나올 법한 기억과 마음이 고여서 책이 되었다. 그 책을 사이에 두고 시인과 마주앉았다. 우리는 애처로움과 상실과 맑음을 말했다. 사랑하는 일과 살아가는 일을 떠올렸다.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은 시인 안희연의 것이면서 '당신'의 것이기도 한 이야기다.

 

 
먹고 사고 사랑하고

책 제목을 정해두고 글을 쓰시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아니더라고요. 제목은 김민정 시인(난다 출판사 대표)이 지었다고 들었습니다.

네, 원고를 한 번 읽으시고 제목이 딱 떠오르셨대요. 첫 꼭지에서부터 제목이 쏟아졌다고 말씀하셨거든요.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이라는 제목에서 독자들이 많은 상상을 하게 될 것 같고, 다음 문장을 어떻게 이어서 쓸 수 있을지 고민이 시작될 것 같아서 좋은 제목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너무 좋습니다"라고 답변을 드렸어요. 

첫 꼭지에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지금껏 누구에게도 해본 적 없는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진다"는 문장이 있어요. 처음부터 '당신'과 '밤'에 대해 쓰신 건, 무의식의 반영이었을까요?

맞아요, 그건 확실해요. 첫 꼭지에서 제목이 나올 거라는 생각을 아예 하지도 못했고, 쓸 때는 그런 줄 몰랐어요. 그런데 편집자 선생님이 그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내밀한 이야기를 조근조근 친구한테 들려주는 것 같다, 아주 깊은 밤에 너에게만 마음이 막 쏟아져서 어쩔 수 없이 들키게 되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 같다, 날이 밝으면 다 사라져버릴 것 같은 그런 느낌도 드는 아주 은밀하고 깊은 이야기다"라고요.

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쓰려고 하셨어요?

세 가지 키워드가 있었어요. 먹고, 사고, 사랑하고. 대표님이 책 제안을 주실 때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착안하셨다고 하셨어요. 우리가 무언가를 먹고 사는 게 살아가는 삶과 굉장히 밀접한 이야기들이잖아요. 그걸 가지고 편안하게 이야기를 풀어내보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된 기획이었어요. 제가 1, 2, 3부의 제목을 가제로 '먹고', '사고', '사랑하고'로 붙이기도 했는데요. 나중에는 '먹고 사고 사랑하고'라는 키워드가 없어도 하나로 꿰어지는 이야기 더미가 생겨났어요. 그래서 책의 구성은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새롭게 하게 됐습니다. 

지난해 <책읽아웃-황정은의 야심한책>에 출연하셨죠. 그때도 느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시인님은 참 '애쓰며' 사람을 대하시는 것 같아요. 

맞는 것 같아요. 가끔은 그게 스스로도 힘들다고 느껴질 때가 있고 '애쓰지 말자'를 한해 목표로 세울 때도 있는데요. 만난 그 순간에 진심을 다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될 수도 있고요. 시간을 들여서 초대해 주시고 만남의 자리를 만들어주신 것에 진짜 너무 감사함을 느껴서, 그 순간만큼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관계에 있어서도 애쓰는 편인 것 같고요.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예요. 한 편의 글을 쓸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주어진 시간 동안은 에너지를 탕진하듯이 쏟아내는 게 습관이 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만들어서 에너지를 비축해요.

글쓰기는 평생 지속해야 하는 작업이니까 '이렇게까지 전력을 다하면 내가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힘을 덜 쓰려는 노력을 해야 돼'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요?

당연히 있고요. 지금도 그 거리 조절을 잘 못해서 글 쓰고 나면 한 2~3일 동안 되게 힘들 때도 많아요. 특히, 이번 책에 있는 이야기를 쓸 때 그랬어요. 그냥 가볍게 일상을 스케치한다고 생각하고 접근했으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았을 텐데요. 자꾸만 저는 '어떤 이야기를 쓸 것인가'를 생각할 때 제 기억의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서 재료를 얻으려고 하는 거예요. 

특히, (이번 책에서) 할머니 관련된 꼭지를 쓰고 나서 한 달 동안 글을 못 썼어요. 사실 세 달 정도 걸려서 쓴 글이었는데, 한 문장을 쓰면 눈물이 나고 또 한 문장을 쓰면 눈물이 나니까 '이건 정말 내가 존재를 걸고 쓰는 거구나, 어쨌든 시작했으니 끝을 맺어야 한다' 이런 마음이었어요. 어떻게든 완결을 하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어요. 미로 같은 길을 걸어서라도 가장 진실하게 써야 한다는 스스로에 대한 약속이 있었어요. 그런데 어떤 글이든 제 삶의 조각들이 담기기 때문에, 글 쓰고 난 뒤에 겪게 되는 여운은 늘 있는 것 같아요. 그건 제가 감당해야 되는 몫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냥 쓰는 것 같아요.

 

애처로움 먼저 느껴요

힘을 빼고 쓰려 해도 도저히 안 되는 글이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대신에 일상에서 균형을 찾으려고 애쓰기는 해요. 혼자 산책 많이 하고요. 여유가 있을 때는 동네 엄청 잘 돌아다니고, 지하철 세 정거장 정도 되는 거리까지 걸어가서 커피 한 잔 마시고 오고, 많이 걸으면서 덜어내려고 해요. 그래야 또 앉아서 고요하게 몰두할 수 있는 힘이 생기니까. 균형을 맞추려고 나름 애를 많이 쓰는데요. 그래서 사람들이 항상 놀라요. 글에서 보는 제 얼굴하고 실제로 만났을 때의 얼굴이 되게 다르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잘 웃고 말수도 많다고 해요. 제 글에서 말도 잘 안 하고 되게 침울할 것 같은 인상을 많이 받으시나 봐요. 그런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서 인지부조화를 느끼시는 분들도 있어요.(웃음)

다정한 사람이니까 골짜기도 품고 있는 것 아닐까요? 골짜기가 있으니까 다른 사람에게 다정한 것이고요. 

맞는 것 같아요. 사람을 만날 때 반가움을 느낄 수도 있고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저는 어떤 사람이든 만나면 애처로움을 먼저 느껴요. 이 사람이 이렇게 살아있음이 감격스럽고 되게 애처롭게 느껴질 때가 많아요. 그리고 저한테는 그 사람이 혼자 방에서 등 돌리고 앉아 있을 때의 표정 같은 것, 그 '등뼈'를 상상하는 버릇이 있어요. 그래서 항상 애처롭고 안쓰러워하고...

「등뼈를 상상하는 버릇」이라는 글이 있죠. '어떤 뒷모습들'을 떠올릴 때 어떤 마음이 되시는지 궁금했어요. 애처로움, 안쓰러움을 느끼시는군요.

책을 내고 나면 낭독회 같은 걸 하잖아요. 그런데 제가 죽어도 못 읽겠는 두 꼭지가 있는 거예요. 할머니 이야기랑 '등뼈' 이야기는 제가 소리 내서 읽지는 못하겠다는 마음이 되더라고요. 아마 유난히 아끼는 꼭지여서 그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물론 열 손가락 깨물어서 안 아픈 손가락은 없겠지만.

"나의 책장에는 책보다 귀한 대접을 받는 존재가 있다"고 하셨어요. 부엉이(올빼미) 장식품이라고요. 그런데 하나 같이 입이 없다면서요?

네, 왜 입이 없는 것만 제 눈에 띄는지 모르겠어요.

'어쩌면 부엉이들이 나의 입을 빌려 말하고 싶은 것 아닐까' 하고 생각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오해하는 걸 수도 있어요. 별로 말하고 싶지 않아서 입을 지운 채로 살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모든 존재는 그 모양 그대로 세상에 나타난 이유가 있을 테니까. 그런데 저는 입이 없는 그 존재들이 '백지라는 무기'를 가진 제가 그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을지 감시하는 존재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엄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붙잡아주고 더 진실한 이야기를 쓰게 하는 파수꾼 같은, 저한테는 부엉이가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아주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입이 없는 채로 나뭇가지에 매달려서 밤이라는 시간 내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저를 응시하고 있는 거예요. 그 눈빛을 저는 모른 척할 수 없고, (부엉이는) 제 안의 가장 진실한 밤의 세계로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저를 망치러 온 구원자 같은 느낌이에요.

부엉이에 대해 쓰신 글이 「본 못 자국과 못 본 못 자국」인데요. 못 박힌 부엉이가 등장해요. 흉터를 안고 있는 존재임을 언급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죄책감 때문인 것 같아요. 인간에게는 누구나 이유 없는 죄책감이 자리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나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더라도 누군가의 죽음에 관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모든 존재가 다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는데, 제가 태어나는 순간 누군가는 죽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그 죽음을 딛고 삶의 자리에 왔다는 생각이 들고요. 그 몫이라는 죄책감을 늘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것이 못 자국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모든 사람들 안에 있는 못 자국. 내가 본 못 자국만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만한 마음일 것 같고, 보이지 않는 못 자국까지 발견하면서 살고 싶은데, 그걸 잘 보려면 마음의 심층까지 보려고 노력을 기울여야겠죠. 그런데 저는, 글쓰기를 통해서든 삶을 살아가는 생활인으로서든, 제 삶을 그런 방향으로 추동 해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본 못 자국'에서 '못 본 못 자국'의 세계로 계속 걸어가고자 하는 마음이 있어요. 저한테는 부엉이가 그것을 관장하는 파수꾼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상실을 경험한 사람 앞에서 넘어집니다

'나무뿌리'에 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사람마다 어김없이 넘어지곤 하는 나무뿌리가 있죠. 시인님의 나무뿌리는 어떤 건가요?

상실을 경험한 사람들 앞에서는 번번이 넘어져요. '죽음'이라는 거대한 사건을 통과 중인 사람들의 얼굴은 제가 귀신같이 알아보게 되는 것 같아요. 뭐랄까요... 어떤 부재를 경험해서 버티고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이 저의 나무뿌리인 것 같기는 해요. 모른 척하기가 많이 어렵고요. 그럴 때는 사람들의 신발 같은 걸 되게 유심히 보거든요. 

지하철 같은 걸 타면 사람들의 얼굴을 바라볼 자신이 없는 날이 있어요. 그러면 그냥 발만 보는 거예요. 그 중에도 저의 나무뿌리가 있을 때가 있어요. 사람들의 발이 주는 풍경, 그리고 발을 벗어나서 이제는 육신을 가지고 있지 않은 존재들, 아니면 그들 곁에 있어야만 하는 사람들, 이런 게 저의 가장 큰 나무뿌리가 아닐까 생각해요. 개인적인 이유도 있겠죠. 성장 과정에서의 이유도 좀 있을 것 같고요. 요즘에는 어린 아이들을 보는 게 나무뿌리 같기도 해요. 아이들이 산책하는 장면이 그렇게 마음이 아파요, 이상하게.

선생님과 나들이 나온 아이들의 이야기도 쓰셨죠. 

너무 사랑스러운 풍경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말씀드렸듯이 기본적으로 저는 사람을 볼 때 되게 애처롭고 애틋한 걸 먼저 느끼기 때문에, 그 어린 생명들이 자라면서 경험하게 될 어떤 죽음의 풍경 어떤 상실의 경험 이런 것들이 저한테는 너무 크게 다가와서, 그냥 애처롭고 슬프고 아프고 그런 것 같아요.

"얼굴을 벗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하셨어요. 

얼굴은 너무 신기해요. 얼굴이 있다는 것도 너무 신기하고, 내 얼굴을 내가 못 보고 다른 사람들에게만 보여지는 방향에 놓여 있다는 것도 너무 신기해요. 얼굴이라는 게 인간에게 왜 존재해야 되는지 납득할 수 없고 너무나 이상하니까 기본적으로는 아주 생경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 같아요. 얼굴을 볼 때마다. 그리고 앞만 닦잖아요. 뒷면이나 안쪽은 영원히 다다를 수 없는 어떤 세계인 것 같아요. 입구는 분명하게 있는데 절대 들어갈 수 없는 어떤 방 같은 느낌, 열리지 않는 문처럼 느껴져요. '못 본 못 자국'의 세계를 보고 싶은데 거기에 손이 닿지 않으니까, 괜히 '여기에 악취 나는 썩은 물이 담겨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너무 이상한 것 같아요, 얼굴이라는 게.

그런 속성 때문에 가식적일 수도 있는 거겠죠. 

그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감춰지지 않는 것이기도 한 것 같아요. 눈은 진짜 거짓말을 못하잖아요. 다 감출 수 있는데 눈은 거짓말 못하는 것 같아요. 말하자면 케이크 상자 위에 있는 투명한 부분이 저한테는 눈처럼 여겨져요.

시인님의 눈을 들여다보는 사람이 어떤 인상을 받으면 좋으시겠어요?

얘 너무 투명하다.(웃음) 송사리가 살 것 같은 1급수다.(웃음) 저는 맑은 사람이라고 이야기해 줄 때 극찬을 받은 것처럼 기쁜 마음이 되는 것 같아요. 글도 그래요. 너무 투명해서 핏줄이 다 들여다보이는 피부 있잖아요, 제 글이 그랬으면 좋겠어요. 맑음에 대한 갈망이 좀 있는 것 같아요.

맑은 사람이 되는 건 정말 어려운 일 같아요. 

안에 가라앉은 게 많아야 맑을 수 있는 거잖아요. 그래서 저한테는 이게 수련이에요. 진흙을 가라앉혀야 눈이 맑아지니까.

생채기라든지 티끌이라든지, 그런 게 없어야 맑을 수 있는 거 아닌가요? 

전혀요, 전혀. 나뭇가지도 많이 가라앉아 있고 돌덩이도 가라앉아 있고, 그래야 윗물이 맑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려면 견디기도 해야겠네요.

그럼요. 몰라서 맑은 게 아니라 알아서 맑은 거 있잖아요.

에필로그에 이렇게 쓰셨어요. "저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입니다. 그러니 이제 가세요, 당신의 기억으로." 이야기의 바통을 '당신'에게 넘겨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책이 꼭 직접적인 효용성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냥 그 시간을 즐겁게 재미있게 보내는 것만으로도 책은 충분히 그 역할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데요. 적어도 이 책만큼은 그 시간을 보낸 뒤에 연결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독자들이 자신이 가야 될 방향이나 자신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는 연결이요. 각자의 기억을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게 되는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 기억은 제가 갈 수 없는 곳이거든요. 

이 책은 금방 읽혔으면 좋겠고, 독자 분들의 기억이 가지고 있는 커다란 세계 안으로 들어가셨으면 좋겠어요. 그곳에 테이블을 놓으시고 가장 먼저 어떤 음식이 떠오르는지, 나한테 가장 내밀하게 또는 의미 있게 남아 있는 사물이나 경험은 무엇인지, 그걸 찾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 너무 강했어요. 진짜 제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고, 도움닫기 판 같은 것이고요. 독자 분들이 각자의 뜀틀을 넘어서 각자의 기억의 세계로 점프해 가시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안희연

2012년 창비신인시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밤이라고 부르는 것들 속에는』, 『여름 언덕에서 배운 것』과 산문집 『흩어지는 마음에게, 안녕』, 『당신은 나를 열어 바닥까지 휘젓고』를 썼다. 세계의 비밀을 예민하게 목격하는 자로 살아가기 위해, 오늘도 촛불을 들고 단어의 집으로 향한다.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당신이 좋아지면, 밤이 깊어지면
안희연 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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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만 읽어도 된다

조혜경 저
좋은습관연구소 | 2022년 10월

 

모집인원 : 5명
신청기간 : 10월 27일 까지
발표일자 : 10월 28일

 

 

상세 이미지 1

 

추천평

강연 때마다 ‘우리를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 세 가지’를 강조하곤 한다. 체력과 독서, 외국어 다. 하면 할수록 이익이고, 자존감을 키우는 데 직방이다. 내가 체력을 키우며 그런 행운을 얻었다면, 조혜경 저자는 독서로 보상받았다. 게다가 300편 넘는 서평을 남기며 글쓰기까지 섭렵했다. 한 달에 한 권 일본어 원서도 읽는단다. 아이구야! 얼마나 부지런하고 꾸준한 행보인지, 책 좀 읽고 쓴다는 나도 부끄러울 지경이다. 들여다보던 휴대폰을 던져 버리고 당장 책장 앞으로 달려간다. - 이영미 (『마녀체력』 작가)

소중한 꿈을 향해 가는 여정에 꼭 필요한 준비물, '혼자 있는 시간'과 '생각하는 힘'. 이 두 가지를 준비하는 방법이 독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독서가 만드는 마법 같은 연쇄 효과를 경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 하우애 (안성진)

온라인 서점 블로그에서 인연을 맺은 후 오랜 시간 서평을 비롯해 여러 글을 읽어온 사람으로서, 작가의 생생한 독서 습관이 담겨있는 책을 만나게 되어 너무 반갑다. 번역가를 향한 도전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희망과 용기를 줄 것이다. - 추억책방 (전상규)

아이를 다 키워놓고 여유가 조금 생기니 일상이 무료해지더군요.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그냥 그렇게 살았습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에게도 한때 꿈이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 민들레(최명희)

꿈을 이루고 싶은가요? 독서를 통해 꿈을 이루고 싶은 사람을 위한 책입니다. 50대의 평범한 직장인이 독서를 통해 어떻게 꿈을 이루게 되었는지 그 과정을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할 수 있습니다. 책 제목 그대로 책만 읽어도 됩니다. - 산바람 (김선의)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흔히들 말하지만, 정작 그 길을 찾아가는 일은 어렵지요. 작가는 이를 직접 보여줍니다. 여러분도 책을 읽다 보면 어느새 길을 찾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 seyoh (오세용)

300개가 넘는 서평이라니요. 책을 좋아하는 저로서도 상상이 가지 않는 숫자입니다. 작가가 알려주는 독서법과 서평 쓰는 법, 나아가 독서 모임을 하는 법까지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렵니다. - 하모니아 (원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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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십부터는 우아하게 살아야 한다

요시토모 유미 저/김한나 역
유노북스 | 2020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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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양지훈의 리걸 마인드] 법률사무소와 책방 | 스크랩 2022-01-1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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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내가 회사원이던 시절, 전문직들의 일과 여가는 어떻게 구성되는 것인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출근 시간과 장소가 정해져 있고 상사가 시키는 일을 주로 하는 회사원 입장에서 막연하게 생각했던 전문직이란, 스스로 일을 주도적으로 하고 알아서 쉴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래서 상상했던 변호사의 일상은,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하면 향긋한 커피부터 내려 마시고 배달된 종이 신문이나 주말에 못 읽었던 책을 방에서 조용히 읽는 장면에서 시작해야만 했다.

이것이 판타지로 판명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다른 전문직들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변호사들 역시 오랜 시간 노동하고 그 노동 강도 역시 과한 경우가 많았다. 낮엔 재판 출석이나 경찰 조사로 바쁘고 틈틈이 전화 통화를 하거나 의뢰인을 만나는 데 시간을 쓰다가, 밤이 되어서야 조용한 방에 갇혀 서면을 쓰는 게 변호사의 진짜 일상이었다. 지방 재판에 가면서도 내일 있을 또 다른 재판 준비를 위해 소송기록을 읽어야만 했으며, 오후 늦게 사무실에 도착하면 이미 오래 기다려 불만 가득한 의뢰인의 타박을 듣고 그의 하소연을 들어야 했다. 이 와중에 방에 앉아 조용히 책을 읽는 변호사란 그야말로 환상에 불과한 것이다.

몇 년 전 대학 동아리 후배이기도 한 R 변호사가 술자리에서 “형, 이제 이 일을 그만두고 싶어요.”라고 말했을 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주변 변호사들치고 “언제 이 일을 때려치울 수 있을까?”라는 말을 한 번이라도 하지 않은 자는 없었지만, R은 평소에 달리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호사 생활 10년차 우리들은 만성적인 야근과 급하게 먹는 김밥과 사나운 의뢰인들에 조금씩 지쳐가고 있었다.

사실 재판을 주로 하는 송무 변호사의 경우 지식 서비스 제공업자이자 동시에 감정 노동자이기도 하다. 법정에서 펼치는 공방은 단순히 어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사실관계로부터 매끈하게 도출되는 것이 아니다. 변호사들은 보통 사건의 당사자인 의뢰인이 나열하는 여러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법률적 주장과 사실을 정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쓰게 되고, 결국 변호사의 노동이란 법정 안보다 밖에서의 부대낌 사이에 더 많이 존재한다. 그 과정에서 의뢰인은 변호사를 이용하거나 심지어 속이기도 하며, 법원과 의뢰인 사이에서 변호사는 이중적인 ‘을’의 위치에 서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필연적으로 감정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많은 변호사들이 재판이나 수사 결과에 따라 의뢰인으로부터 험하게 비난을 듣는 것은 너무 흔한 일이고, 심지어 욕설을 듣거나 위협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일부 의뢰인들은 ‘변호사를 산다’는 말로 변호사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오해하는데, 그렇게 기울어진 갑을 관계에 익숙해지면 변호사들 역시 굴욕적인 감정 노동을 수행하는 빈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다.



미국 사회학자인 앨리 러셀 혹실드는 “안정적인 관계 속에서 동등한 지위에 있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교환은 비슷하지만, 한 사람이 상대방보다 높은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더 많이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양쪽 모두 받아들인다.”고 정확히 간파한다. 이 때, “(낮은 지위에 있는 자의 위치에서) 격려하는 미소, 주의 깊게 듣는 것,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웃음, 지지와 감탄, 염려를 담은 평가 등 하인과 여성의 공경을 담은 행위들이 정상적인 것”으로 보이게 된다.  _(앨리 러셀 혹실드, 『감정 노동』, 이매진(2009), 115쪽)


후배 R은 인정받는 노동 변호사였다. 여러 사건을 통해 많은 미디어에서 주목받기도 했던 R은 대학 시절에는 훌륭한 활동가이기도 했다. 내가 그와 학교를 다닌 기간은 1년 남짓에 불과했지만, 복학해서 만난 그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다니던 학교에서 스스로 청소 노동자들을 조직하여 한국 대학 최초로 시설 노동자 노동조합을 만들어 내고 대학 본부와 단체협약을 체결하게 만든 유능함은 이미 훌륭한 변호사를 예비하고 있었다. 당시 그가 청소 노동자들에게 보인 헌신은 지금도 많은 이들에게 회자될 정도다.

대학 졸업 후 변호사가 되어 R이 얼마나 정의롭고 올곧은 변호사로 일했는지에 대해서도 나는 증언할 수 있다. 그는 변호사로서도 여전히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를 위해 일했고 그들을 대변하기 위해 밤낮 없이 일했다. 그런 그가 번 아웃을 선언하고 변호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하였으니, 다른 동료들이 술 취해 했던 말과는 그 무게가 달랐다. 어찌됐든 술자리 말들은 술자리에 묻어 두는 게 낫다. 무언가를 그만두겠다는 급한 결심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렇게 R의 말은 한동안 기억에서 밀려나 있었는데, 그가 지난 달 문자로 서초동을 떠나게 되었다는 소식을 알려왔다. 

더 놀랍고 기쁜 사실은, 법조인들이 모여 있는 이곳을 떠나 서울 주택가에 동네 책방을 연다는 계획이었다. 아예 변호사 업무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고 법률사무소와 책방을 함께 한다는 것이 그의 포부다. 책방 이름은 ‘밝은 책방’. 왜 밝은 책방일까? 어두운 법률을 다루는 우리의 일이 무언가로 덮여질 수 있다면, 그것은 밝은 것이어야만 한다(순전히 내 생각이다). 의뢰인이 R과 법률 상담을 하러 와, 따뜻하고 환한 시집이나 소설 한 권을 건네받고 사무실을 나오는 장면을 떠올린다면, 이것 역시 판타지일까. 내가 알기로 법률사무소를 개업하면서 카페를 하는 사례는 있었지만, 책방과 법률사무소를 함께 하는 경우는 ‘밝은 책방’이 한국 최초의 시도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R은 ‘변호사가 운영하는 동네 책방’을 제목으로 SNS 홍보를 한다. 책방 한쪽엔 피아노와 기타가 놓여 있고, 강연, 세미나와 문화공연을 위한 테이블과 의자가 배치되어 있다. 그가 밝힌 책방 개업의 변은 이렇다. 

“책방을 연 것은 행복하고 자유롭게 살고자 도전하기 위한 것이에요. 더 늦기 전에 이번 인생에서 한 번 해보겠습니다.” 

이제 나는 R이 변호사로서보다 동네 책방 주인으로서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감정 노동
감정 노동
앨리 러셀 혹실드 저 | 이가람 역
이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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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나에게도 ‘인연(因緣)책’이 있는가? | 스크랩 2022-01-14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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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작가 

‘인생(人生)책’뿐 아니라 ‘인연(因緣)책’이라는 것도 있다. 사람과 사람이 연을 맺듯, 인연이 닿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방식으로 내 인생의 행로에 등장하는 책. ‘인생책’을 묻는 질문엔 도저히 한 권을 꼽지 못하겠지만, ‘인연책’을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한 권을 콕 집어 말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나 영국서 활동한 미술사학자 에른스트 곰브리치(1909~2001)의 『서양미술사』다. 

우리말 제목은 “서양 미술사”이지만 원제는 ‘History of Art’(미술사)가 아니라 ‘The Story of Art’(미술 이야기)다. 곰브리치는 자신의 책에 거창하게 ‘역사’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다. 그는 책의 서문을 이렇게 시작한다.

“이 책은 아직 낯설지만 매혹적으로 보이는 미술이라는 분야에 처음 입문하여 약간의 오리엔테이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다.”

 

 

나는 그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몽땅 읽었다. 하룻밤 만에, 대학생이 되기 이전에, 어느 겨울날에.

1998년 12월이었는지 1999년 1월이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몹시 추운 겨울이었고, 나는 대학 입시를 치르러 서울에 올라왔다. 입시생들에게 방을 내어주던 신촌의 한 대학 기숙사에서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는데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다. 내게 방을 비워 주고 집에 내려간 학생의 책장이 눈에 띄었다. 무슨 책이 있나 훑어보다가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를 발견했다. 그 대학엔 미술사학과가 없으므로, 아마도 그 방의 주인이 서양미술사 교양 강의를 수강했던 것이었겠지만 그때는 그 책이 왜 거기에 꽂혀있는지를 몰랐다. 곰브리치가 누구인지도, 『서양 미술사』가 무슨 책인지도 몰랐지만, 마음속으로 그 책의 주인에게 ‘언니, 저 잠시만 볼게요.’ 양해를 구하고 일단 책을 펼쳐 들었다. 그림 보는 걸 좋아했고, 며칠 후에 다른 대학 미술사 관련 학과 시험이 있기도 하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았다.

“미술(Art)이라는 것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유명한 첫 문장이 중후장대하게 머릿속을 울려 왔다. 읽기 쉬운 책이었던가? 그렇지 않았다. 저자의 이야기를 이해하기에는 내가 아는 것이 너무나도 없었다. 문장이 매끄러웠던가? 번역서라 그렇겠지만 술술 넘어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읽었다. 그림 보는 재미로 훑어보며 넘겼다. 활자로 된 것이라면 뭐든 먹어치우듯 읽던 시절이었고, 어차피 딱히 할 일도 없었으니까. 

그렇게 한참 책을 읽고 있는데 책장(冊張) 속에서 환한 빛이 비쳐왔다. 그건 분명히 빛이었다. 낯선 기숙사 방의 어둠을 뚫고 따스하게 흩뿌려지는 빛. 이내 깨달았다. ‘이 그림은, 정말 환하고 따뜻하구나.’ 곱은 손을 호호 불며, 따스한 불빛 새어나오는 남의 집 창문을 들여다보던 성냥팔이 소녀라도 된 듯한 기분으로 나는 한참을 그 그림을 보고 있었다. 16세기 북부 이탈리아의 파르마에서 활동한 화가 코레조(Correggio, 1489-1534)가 1530년경에 그린 <거룩한 밤>이었다. 곰브리치는 그 그림을 이렇게 묘사했다.

 

코레조 <거룩한 밤>(1522-1530)

천사들은 기분 좋게 구름을 타고 다니며 긴 지팡이를 든 목동이 급히 들어오는 장면을 내려다보고 있다. 그 목동은 허물어진 마구간의 어둠 속에서 기적을 본다. 갓 태어난 아기 예수가 사방에 빛을 발하고 있으며 행복한 어머니의 아름다운 얼굴을 밝게 비추고 있다.               

_곰브리치, 『서양미술사』에서

책이 아니라 구유에서 나오는 빛이었다. 아기 예수가 방금 이 땅에 오셨다! 성스러운 존재가 발하는 빛이 얼마나 강렬한지, 춥고 어두운 마구간이 크리스마스트리 꼭대기의 별처럼 밝아졌다. 벅찬 기쁨의 빛. 입시 공부에 찌들려 몇 년간 즐길 새 없었던 성탄(聖誕)을 오래간만에 떠올렸다. 삭막한 기숙사 방 천장에 그 순간만은 노랗고 작은 별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림이 준 위로 덕에 마음이 한층 밝아졌다. 나는 힘차게 책장을 넘겼다. 

며칠 후 다른 대학의 면접장. 면접 준비하면서 무슨 책을 읽었냐고 깐깐한 인상의 젊은 교수가 물었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었습니다.” 며칠 전에 느닷없이 내 인생에 등장해 읽게 된 책이 생각나 나는 답했다. “아, 그래?” 면접관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썩 괜찮은 답변이었다. 

보수적인 대학 사회는 미술 에세이 같은 이른바 ‘대중서’에 후하지 않은 경향이 있다. 그렇지만 곰브리치라면 괜찮다. 고등학생 혹은 재수생이 ‘히스토리 오브 아트’를 읽었다 했다면 과해 보이겠지만,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라면 입시 준비를 위해 읽을 법도 하게 보인다. 실제로 곰브리치는 서문에서 “이 책을 쓰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우선해서 염두에 둔 독자는 자신들의 힘으로 이제 막 미술 세계를 발견한 10대의 젊은 독자들”이라 밝힌다.  

나는 난생 처음 들어본 그 이름, 곰브리치 덕에 무난히 그 대학에 합격해 미술사 전공자가 되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 내가 우연히 읽었던 그 책이 미술사학도의 필독서라는 걸 알고는 놀라며 생각했다. 그 책과 나와의 만남은 어떤 운명의 실로 엮여 있는 것일까?

 

라파엘로 <알바의 성모>(1510)

대학 시절 서양미술사 관련 전공 과목을 세 개 들었다, 그중에서 가장 좋아한 과목은 ‘르네상스와 바로크 미술’이었다. 황제들을 새긴 조각이나 고딕 성당 벽의 부조, 중세 기도서와 태피스트리 등은 도무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반 고흐나 고갱, 르느와르 같은 인상파 미술을 좋아했지만 나는 열광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니 어쩐지 너무 흔해 보였다. 나의 관심은 그보다 조금 전의 시대, 종교화가 좀 더 왕성했던 시대, 그렇지만 중세의 암흑기와는 달리 신이 인간의 형상을 하고 나타나는 시대에 향해 있었다. 

나는 프라 필리포 리피의 얇은 종잇장처럼 아련하게 선 고운 여인을 사랑했고, 라파엘로의 손끝에서 피어난 성모의 부드러운 미소를 아꼈으며, 눈꺼풀 움푹 꺼진 눈으로 아득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보티첼리 그림 속 여신(女神)들에게 신비감을 느꼈다. 그림을 보고 도상을 읽어내는 걸 좋아했는데, 그러기엔 종교화가 제격이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부터 카라바지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성화(聖畵)를 보았지만, 내 마음속에는 항상 코레조의 <거룩한 밤>이 있었다. 수업 시간에 그 그림에 대해 배웠던가? 필기를 뒤져보니 그렇지 않다. 곰브리치는 그의 책에서 코레조에 대해 두 페이지를 할애했지만, 사실 코레조는 서양미술사에서 크게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화가는 아니다. 수업에서 16세기 이탈리아 미술을 다룬 날에는 베네치아의 거장 티치아노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우기만도 바빴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그 안에 무엇이 있을지 짐작조차 하지 못한 채 곰브리치를 집어들어 책장을 넘기던 그날, 코레조의 빛은 이미 고스란히 내 것이 되었으니까.

첫눈에는 이와 같은 배치가 기교가 없으며 우연한 것같이 보일 것이다. 왼쪽의 복잡한 장면에 대응하는 군상(群像)들이 오른쪽에는 없으므로 균형이 잡혀 있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성모와 아기 예수에게 빛을 던져 강조함으로써 전체 그림은 균형을 이루게 된다. 코레조는 색과 빛을 사용하여 형태에 균형을 주고, 보는 사람의 시선을 일정한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발견을 티치아노보다 더욱 잘 활용하였다. 아기 예수가 탄생한 장면으로 목동과 함께 달려가 「요한의 복음서」가 전하는 어둠 속을 비추는 ‘빛’의 기적을 보게 되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인 것이다.  

_곰브리치, 『서양미술사』에서

 

프라 필리포 리피 <숲에서의 경배>(1459)

크리스마스 이브, 열두 시 정각, 

우리가 난롯가 잉걸불 곁에 옹기종기 모여 쉬고 있을 때, 

나이 많은 누군가 말해 주었지. 

이제 그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앉아있단다.”

‘영시의 이해’ 수업 시간에 축사의 소들이 구유의 아기 예수께 경배하기 위해 무릎을 꿇고 있는 성탄의 기적을 노래한 토마스 하디의 시 「소들(The Oxen)」을 배웠을 때, 나는 그 시와 코레조의 그림이 꼭 맞는 짝이라 생각했다. 서양미술사 수업은 내게 여러 이미지를 기억하도록 했지만, 그 어떤 이미지도 <거룩한 밤>만큼 깊숙한 곳에 자리 잡진 못했다. 생각만 하면 미소를 머금게 되는, 그 어떤 엄혹한 추위도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따스한 기운을 뿜어내는 이미지.

많은 중세 건축물 못지 않게 기념비적인 중세 조각들도 처음에는 채색이 되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 조각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과 마찬가지로 중세 작품의 외양에 대한 우리들의 관념도 당연히 수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렇게 끊임 없이 수정을 요하는 것이 과거를 공부하는 가슴 설레는 기쁨 중의 하나가 아닐까?  _곰브리치, 『서양 미술사』에서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는 이렇게 끝난다. 처음 그 책을 읽었을 때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우리는 보통 그리스 조각을 흰색으로 생각하지만, 원래는 채색이 되어 있었던 것이 시간이 흘러 색이 벗겨진 것을 본디 흰색이었다고 착각해 ‘그리스 조각=흰색’이라는 관념을 가지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그와 마찬가지로 지금 우리 눈에 돌기둥과 다름없어 보이는 회색의 중세 조각품도, 예전에는 채색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내 이해력이 예전에 비해 얼마나 도약했는지를 체감하는 이런 순간마다, 거의 모든 단어가 낯설어 더듬더듬 책을 넘겨보던 스무 살 짜리의 나를 막힘 없이 책장을 넘길 수 있는 사십 대로 키워낸 대학 교육의 힘이 놀랍다. 

 별빛을 따라 무작정 걸어 아기 예수가 탄생한 구유로 인도된 동방박사처럼, 나 역시 코레조의 빛에 이끌려 무작정 책장을 넘기다 진리를 빛으로 여기는 대학이라는 ‘마구간’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 마구간에서 뻗어 나온 길은 결코 곧고 평탄하지 않았다. 장애물과 막다른 골목, 시행착오 투성이였다.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재미도 보람도 그래서 생겼다.

 

산드로 보티첼리 <책을 보는 성모와 성자>(1481)

대학 1학년 때 구입한 예경출판사의 초판본 『서양 미술사』는 나달나달해져 책등을 고정시킨 아교풀이 다 떨어져 나갔다. 검정 바탕에 만테냐의 <성모와 아기 예수>가 그려져 있던 표지도 개정판이 나오면서 타이포 위주의 모던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낡아버린 책을 볼 때마다 코레조의 빛을 발견했을 때의 기쁨도, 그 책을 들고 대학 캠퍼스를 누비던 시절도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지지만, “이렇게 끊임 없이 수정을 요하는 것이 과거를 공부하는 가슴 설레는 기쁨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는 곰브리치의 말은 여전히 나를 설레게 한다.

예술가들이 자신이 이루어놓은 업적을 보고 느끼는 그러한 해방감과 승리감을 우리가 같이 느낄 수 없다면, 그 작품을 이해하기를 바랄 수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방향에서의 득이나 진보가 다른 방향에서는 손실을 수반한다는 사실, 그리고 이 주관적인 진보가 그 자체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객관적인 예술적 가치의 증가와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  _곰브리치, 『서양 미술사』에서

 

 

서양 미술사
서양 미술사
E.H.곰브리치 저 | 백승길,이종승 공역
예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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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800만 히트 이벤트와 대체 이벤트 당첨자 발표 | 스크랩 2021-12-08 2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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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yes24.com/yyhome53

앞서 대체이벤트 당첨 기준에서 발표를 하기는 했지만,

확실하게 하는 의미에서 한 번 더 포스팅을 올립니다.

----------------------

저의 800만 히트 이벤트에서

소라향기 님이 당첨이 되셨습니다. 축하합니다.

 

소라향기 님의 당첨 일시는 '2021.11.25 06:50' 입니다.

제가 정한 대체 이벤트의 기준에 의하면 당첨자는 11번(0+6+5+0=11)이고,

당첨자는 march 님입니다.

대체 이벤트에 응모한 분은 5분인데 march 님은 1번으로 댓글을 다셨으므로

당첨 번호가 1, 6, 11, 16번 등일 때 당첨자가 되시는 것이니까요.

  

이벤트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자축하는 의미에서

march 님도 당첨자로 인정해서 같은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즉 march 님도 소라향기 님과 함께 800만 히트 이벤트 당첨자이십니다.

제가 잘 알고 있고

사랑(실례의 표현이 아니겠지요 *^^*)하는 이웃분들이

당첨이 되어서 더 즐거운 마음입니다.

 

당첨이 되신 두 분은 토요일(11월 27일)까지 원하는 책을

쪽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조건 1 : 예스24에서 판매하는 2만원 범위의 책(권수는 제한없음)

조건 2 : 토요일까지 꼭 알려주셔야 함

        (그래야 주말상품권을 활용할 수 있음)

 

거듭해서 당첨된 두 분께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비록 선물은 크지 않지만,

예스24 역대 히트이벤트에서 최대의 히트 이벤트에 당첨되신 것을

(제가 알기로 800만 이상 히트이벤트로는 예스24에서는 최초 *^^*)

즐거운 추억으로 여겨주시기를 비옵니다.

 

아울러 저의 800만 히트 이벤트에 관심을 갖고 성원해주신 이웃분들

특히 대체 이벤트에서 좋은 댓글을 올려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전하면서

모든 분들께 답례의 선물을 드리지 못하는 것을 죄송하게 생각합니다.

 

모든 분들 정말 고마웠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기쁘고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언젠가 900만 히트 이벤트를 하게 되면

그때도 꼭 오셔서 성원해주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빌면서 미리 초대장을 전합니다.

 

(저는 900만이 아득히 먼 미래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방문추세인 하루 2천 분 내외만 유지한다면

500일쯤 지난 뒤인 2024년 6월 전후쯤이면 되겠네요.

백세 시대에서 1년 6개월이야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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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책나눔 | 스크랩 2021-11-26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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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yes24.com/ugotgun79
서평단으로 받은 책들이 제법 됐는데 올 초에 한 번 지인들에게 나눔을 했었어요. 그래서인지 생각보다 정말 몇 권 안되네요. 우선 30100번째 HIT이벤트 최종 당첨자이신 march님께 5권 우선 선점권을 드리기로 한 바, march님 댓글 이후 읽고 싶으신 도서(최소 2권 이상 부탁드려요^^;)를 댓글로 남겨 주시면 됩니다. 선착순입니다.

나눔도서 목록은 다음과 같습니다.

(완료)조희창의 에센셜 클래식/조희창/샘

제로웨이스트 키친/류지현/테이스트북스-채소를 신선하게 보관하는 방법들과 간단한 저장 음식 레시피등이 담겨 있습니다.

하루 한 끼 도시락/김지혜/영진닷컴-요리책

국제 바칼로레아 IB가 답이다/김나윤,강유경/라온북

아무것도 모르면서/김지혜/미디어숲
-사춘기 자녀와 잘 지내는 법

우리가 돈이 없지, 안목이 없냐?/아무개/포르체-유머와 화이팅 넘치는 에세이

노가다 칸타빌레/송주홍/시대의창-건설 현장 노동에세이

고맙습니다 그래서 나도 고마운 사람이고 싶습니다/원태연/자음과모음-시인의 에세이

동자동 사람들/정택진/빨간소금-사회비평

고기가 되고 싶어 태어난 동물은 없습니다/박김수진/씽크스마트

(완료)어떤 삶들/강동냥이 행복조합 외/R - 길고양이를 돕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입니다.
(완료)여섯개의 폭력/임지영 외/글항아리-학교 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
(완료)달콤한 복수 주식회사/요나스 요나손/ 열린책들 -소설
(완료)69 / 무라카미 류/ 작가정신 -소설
(완료)카탈로니아 찬가 (영문원서)/조지 오웰/펭귄 -어쩌다 보니 2권이 되어서 나눔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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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흙바람네 가을시험 채점 결과 발표 | 스크랩 2021-11-07 2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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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yes24.com/kkkyaho

흙바람네 가을 시험에서 1등했어요. ^^

저에게도 이런 행운이~~~ 1등을 해본 것이 언제였던지......

 

낙엽수집가님!

수험자들의 수준을 너무 높게 평가하셨어요. ㅋㅋ

신랑한테 질문을 하고 바로 떠오르는 답을 말해달라고 했는데,

결과는 7개중 1개 맞췄어요.

흙속에저바람속에님 얼마나 마음이 타셨을까요?

학생들의 성적이 너무나 저조해서 ㅠㅠ

성적을 올려주고픈 마음에 힌트까지 주시고~~

힌트를 주셔서 더 맞출 수 있었고, 공부 해본 사람은 안다는 밤샘 공부 (?)덕분에

조금 더 성적을 올릴 수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모르는 문제가 있어서

찍었는데, 운이 좋았네요.

 

낙엽수집가님의 또랑또랑한 목소리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었어요.

발표까지 해 주셨으면 제 닉네임이 호명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었을텐데,

일찍 꿈나라로 가는 바람에 아쉬웠어요. ㅠㅠ

혹시, 그 아쉬움을 달랠 수 있도록 '독도는 우리 땅 ' 완창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초상권이 문제가 된다면 목소리라도~~~

너무 귀여워서 들을 때마다 웃게되요. ^^

 

흙속에저바람속에님

이렇게 기발하고 유쾌한 이벤트로 즐길 수 있도록 해주셔서 감사드려요.^^

 


 

 

 

흙바람네 가을시험에 응시해주신 이웃님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그럼 채점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 총 응시자수: 13명

 

★ 문항별 정답: 1번 ④ / 2번 ② / 3번 ① / 4번 ④ / 5번 ③ / 6번 ④ / 7번 ④

 ※ 나름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출제위원(낙엽수집가)의 정답 공개 영상도 함께 올립니다!

 

 

 

 

★ 응시자별 맞춘 개수

소라향기님 2개

사랑님 5개(3등상)

march님 7개(1등상)

삶의미소님 6개(2등상)

오리아가님 2개

부자의우주님 0개

달밤텔러님 4개

굿샷님 1개

추억책방님 5개(아차상)

Joy님 1개

모나리자님 1개

cyprus님 3개

waterelf님 1개 

 

★ 고득점순으로 세 분[1등(만점): march님 / 2등(차점): 삶의미소님 / 3등: 사랑님]께는 개별 쪽지를 드리고, 사랑님과 맞추신 갯수가 동일하지만 댓글 수정 시간차로 안타깝게도 4등을 하신 추억책방님께는 도치, 아니 아차상 관련해서 쪽지를 드리겠습니다!

 ※ 당첨자 발표도 출제위원이 하기로 예정되었으나, 아쉽게도 오늘 너무 많이 뛰어 놀아서 현재 꿈나라로 가버린 상황이라 부득이하게 영상을 찍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ㅎㅎ;;

 

밤샘공부(?)까지 하시면서 흙바람네 가을시험을 치뤄주신 이웃님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남은 주말도 좋은 책들과 함께 좋은 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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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march님! 이벤트 선물이 도착했습니다.(march님! 감사합니다~^^) | 스크랩 2021-11-02 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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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은 행복한 달인가 봅니다~^^

오늘 출판사에서 선물 받아서 너무 좋았는데 

집에 오니 또 기분좋은 깜짝 선물이 기다리고 있었네요~^^

얼마 전에 march님께서 인형이름 맞추기 이벤트를 하셨는데 즐겁게 그 이벤트에 참여했는데

뜻하지 않게 6개 중 4개 이름음 맞추어서 march님께 이벤트 선물까지 받게 되었답니다~^^

와우~정말 기대하지도 않았는데..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그래서 march님이 읽고 싶으신 고르라고 해서 전 이번에 나온 김초엽 작가의 신작 소설을

선택했습니다. 매번 상상력이 풍부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우리를 상상의 세계로 안내하는

김초엽 작가가 이 책에서  어떤 이야기로 재미를 줄 지 기대가 됩니다.

 

방금 떠나온 세계

김초엽 저
한겨레출판 | 2021년 10월

 

 

march님이 보내신 선물 상자를 열어보니 너무나 이쁜 선물 상자가 저를 맞이하네요~^^

 


이번에 선물 상자 디자인이 바뀌었나 봅니다. 와우 강렬한 와인색에 마키스의 그림이 참 잘 어울리는 선물 상자네요~^^ 너무 이뻐요~^^

 

이렇게 이쁜 와인 상자를 열어보니 와우 너무나 멋져요~^^

 


<김초엽 작가 사인본과 march님 메시지>

 

김초엽 작가의 책 [방금 떠나온 세계]와 march님의 따뜻한 메시지, 연필과 방향제 등

너무나 감사하네요~^^ 저 또한 이웃님들께 선물을 보내드렸지만, 이렇게 저도 이웃님들께

그 사랑을 받으니 너무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행복하네요~!^^

 

 

march님! 이벤트 선물 너무나 감사합니다~^^

보내주신 책 감사히 잘 읽을께요!

이렇게 좋은 이벤트도 열어주시고 사랑이 담긴 선물도 보내주셔서 너무나 감사하고

march님 선물 덕분에 11월은 행복하게 시작할 수 있을 듯합니다!

march님도 11월 행복하고 기분좋은 일만 가득한 나날들 되세요!

 

(저는 march님께 가을 풍경을 선물해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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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감사해요.. march님..!! | 스크랩 2021-11-02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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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글의.. march님의 이벤트의 선물이

아침에 도착하였어요..

감사해요.. march님..!!

 

...  소/라/향/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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