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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마리 앙투아네트 | 인문 2021-09-04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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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점

신중하지 못함에 분노하던 마음은 어느새 연민으로 바껴있었다.앙투아네트가 궁금하다면 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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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문학인가? | 인문 2021-05-10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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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만인의 인문학

도정일 저
사무사책방 | 2021년 03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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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인문학인가?

내 삶이 좋은 삶이라 생각될 때, 그것이 나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타인을 향해서도 좋은 삶일 때,좋은 삶이 어떤 삶인가에 대한 사람들 사이의 인정과 가치판단이 공유될 때, 개인과 집단의 삶은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 이 좋은 삶, 또는 행복한 삶의 가능성을 높이는 데, 인문학은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 이것이 인문학의 '위대한 실용'이다.-p 189

 

 우리는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항상 이야기하지만, 뭔가 유행처럼 느껴졌다. 너무 많이 들려오고 누구나가 인문학에 대해서 이야기하니까 식상하기도해서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인문학의 실용을 이야기한 이 문장을 읽으면서 인문학의 필요성, 중요성에 대해 확실하게 인식하게 되었다. 인문학이 의미가 있는 것은 우리네 삶과 연결되어있다고 하는 것도.
 

1. 만인의 시학

  인간이 가진 인간 특유의 재주이고 능력은 모든 것을 연결시켜 생각하고 ,연결로부터 생존의 기술을 발전시켜온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이야기'다. 인생이 이야기이고 이야기가 문학의 세계라면 인생과 문학이 별개일 수 없다는 것인데 그런 관점으로 본다면 '만인의 시학'이라는 말이 그리 어렵지 않게 다가왔다.

 

 시학은 문학에 대한 담론이지만,삶이 마치 한 편의 이야기처럼 이야기의 구조로 짜여지고 진행되는 한 그 삶은 동시에 시학의 대상이다. 삶을 대상으로 하는 시학을 우리는 '삶의 시학'이라 부를 수 있다. -p 29

 

 시학의 눈으로 보았을때 얻는 소득을 읽고나니 개념이 더 정확하게 다가왔다. 인간은 자기 삶의 작가이고, 창조자다. 인생살이는 무언가를 얻거나 성취하고자 하는 이야기, 곧 추구서사다. 시학의 눈으로 인생을 보고 삶을 살아갈 때 이야기 쓰듯 인생을 살기로 한 사람은 자기 삶을 함부로 운영하지 않을 것이고,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존재물과 이야기로 연결되고 대화하고 정을 통하고 서로 대접하며 살수 있게 된다했다. 이러한 모든 소득은 기쁨에 연결되고, 그 기쁨은 삶의 아름다움, 산다는 것의 예술이라는 저자의 말은 큰 깨우침으로 다가왔다. 신화를 처음 읽었을때는 이런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이 왜 오랫동안 전해져오고,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건 시도 마찬가지였다. 뜬구름 잡는 것같은 시를 왜 읽어야하는지, 그리고 읽어도 읽어도 어렵기만 했다. 소설은 또 어떤가? 왜 실제의 일도 아닌 허구에 감정 소모를 해야하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신화의 표면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품고 있는 의미 , 시가 전하고자 하는 것, 소설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비로서 무릇 인간이 어떻게 살아나가야하는 것인가를 조금이나마 깨닫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만인의 시학'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같았다. 크로이소스의 이야기가 가진 '반전'을 통해 인간의 삶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하고, 모든 상징 행위가 인간의 연상 능력에서 출발하기에 연상능력의 극대화를 기도하는 예술과 예술교육이 인간에게 왜 중요한가도 생각해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문학과 예술이 인간의 삶과 어떻게 관계 맺어가고 있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2부 만인의 인문학


 이 파트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키워드는 근원적 질문과 통섭이었다.

(전략) 그렇다면 인간이 '인간'으로 발전,진화해온 것과 이들 예술적,상징적 행위 사이에는 무슨 관계가 있는가? 그림의 기원 동기에 대한 질문은 바로 이런 대목을 생각해보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근원적이다. 궁극적으로 그것은 "무엇이 인간을 인간이게 했는가?"라는 질문과 연결되고, 이 질문의 다른 표현법이 된다는 점에서 더더욱 근원적이다.-p 123


 구석기 시대 동굴벽화를 보고 저 그림들은 왜 그려졌을까? 라는 질문을 하게 된다면 굳이 그것이 왜 궁금해? 라고 할 수도 있을것이다. 나부터도 그런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먹고 살기 위해서, 꼭 정답을 찾기위해서만 던지는 질문이 아니라 근원적인 질문을 던짐으로써 분명 나란 인간이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근원적 질문 던지기의 능력은 어쩌면 당신의 상상력을 키워 큰 부자가 되게 해줄지도 모른다'는 말때문은 절대로 아니다.

 

 통섭이란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다. 대학에서도 다른 분야의 교차 수업을 진행하는등 많은 움직임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다지 실감하지 못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중요성을 알게된 부분이 있다. 현대 유전학이 유전자 연구를 통해 현생 인류의 기원에 관한 새로운 발견을 했다. 1987년 캘리포니아대학교 유전학자 앨런 윌슨에 의한 인류의 일원 발생설인데, 이것에 의하면 인류는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지역 진화설에 따라 백인이 흑인보다 '우수한'인종이라 하며 적대시하고 자신들의 침탈행위를 도덕적으로 정당화했던 것들이 논리를 잃게되는 것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아직 더 확실한 증거를 필요로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앞으로 이러한 과학적 발견이 인류의 도덕성이나 문화적 지도에 변화를 줄 수 있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과학은 과학, 예술은 예술, 문학은 문학 이렇게 벽을 두기보다는 생물학, 심리학, 인류학등 많은 분야들의 통섭의 중요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러한 예는 충분히 많이 찾아볼 수 있었다.

 

 책을 읽는 동안 고정관념으로 가득차 있던 생각이 많이 깨어지는 경험을 했다. 인간, 사회,역사, 문명에 대한 인문학의 책임을 강조하고 인문적 가치의 사회적 실천에 주력해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 인문학자라고 알려져있는 도정일 작가를 처음 만났다. [ 만인의 인문학 ] 이라는 제목에서 어려움이 뿜어져 나와서 긴장을 했는데,<나는 시를 어떻게 읽는가>라는 첫 글부터 재미있게 읽혀져서 의외였다. 이 책은 매체에 투고했던 총 48개의 칼럼으로 이루어져있었다. 30여년 전의 글도 있어 과학적인 사실들은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궁금해지는 부분도 있었지만, 사람 사는 기본적인 도리는 그다지 변화가 없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시기에 따른 불편함은 많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인간이 가져야할 기본적인 도리는 잃지않고 살아갔으면 좋겠다.


저자가 '감동'에 대해서 이야기했던 것이 특별히 맘에 와닿아서 적어보고싶었다.

 

  감동할 일이 너무도 없지 않은가"라고 어떤 이는 반문할지 모른다.이것은 틀린 얘기이다. 감종적 사건, 감동적 경험은 요란스레 나팔을 불며 오는 것이 아니라 낙조처럼 소리 없이, 여름 숲의 향내처럼 은은하게 온다. 그것은 스타카토로 오지 않고 왈츠처럼, 혹은 브람스의 교향곡처럼 잔잔히 물결치며 온다. 그것은 몽둥이가 아니라 가야금 현의 떨림이다. 몽둥이를 기다리는 사람들, 쇼크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그 미세하고 잔잔한 떨림이 포착되지 않는다. 감동의 능력을 되찿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은 것들에서 큰 감동의 원천을 발견하는 일이다.-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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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한 잔에 삶을 | 인문 2021-05-09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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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인 너머, 더 깊은

마숙현 저
사무사책방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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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썩 즐기지는 않지만 와인은 좋아하는 편이다. 와인의 맛을 알아서라기보다는 과하지 않게 한 잔 정도 즐길 수 있는 것이 편하게 느껴져서이다. 그러다보니 궁금해져서 책을 찾아읽기도 하고, 와인을 마신후에는 코르크를 모으고 시음일지를 간단하게나마 적어보곤한다. 그러한 관심이 이 책과의 인연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은 와인의 역사, 생산과정, 빈티지등 객관적인 사실을 다루는 책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책은 결을 달리하고 있었다.

 

 저자 마숙현은 헤이리 예술마을 건설 초창기 싱크탱크 멤버로 참여했으며, 현재는 헤이리에 살면서 와인샵 운영과 더불어 헤이리에서 가장 오래된 파스타 레스토랑 '식물감각'을 17년 째 경영하고 있다고한다. 이러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와인에 대한 객관적 사실보다는 와인이 자신의 삶에서 어떤역할을 하는지, 자신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등 자신의 관점에서 와인을 이야기하겠다고 밝히고 있었다. 시, 소설, 철학, 역사, 그림, 음악과 함께 하는 와인 이야기에 공감하기도 하고, 저자가 소개한 문학작품 구절들이 좋아서 여러 번 읽기도 했다.

 

 어떤 작품들을 만나거나, 어떤 상황에서 떠올릴 수 있는 와인이 있다는 것은 정말 좋아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첫사랑 와인 마주앙은 고2때 만났던 여학생의 이야기와 함께 했고, 겨울이 되면 떠오르는 영화 <러브 레터>를 보고는 미네랄이 풍부한 샤블리를 생각해냈다.  저자의 감정에 공감한다면 그가 권하는 와인을 찾아봐도 좋지 않을까? 잘 어울리는 음식에 대한 소개까지 있으니 소개한 와인을 마시게 되면 준비해봐도 좋을듯하다. 시음평은 어렵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삶의 연륜이 담긴 저자가 전하는 말들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았다.

 

  아직은 젊은 나이라고 생각하지만 너무나도 빨리 흘러가는 시간 앞에서 무심해지지는 않는다. 그래서인지 호주 최대의 고급 와인 산지로 알려진 바로사밸리지역 캐슬러의 대표와인 '올드 바스타트' 2006년 빈티지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았다. 114년된 늙은 포도나무에서 수확한 포도로 만들어진 와인에 대해 '늙어가는 나를 위로하면서 에너지가 넘쳐흘러 농밀하게만 느껴지던 젊음의 한 때를 기억하게 해주려는 양귀비처럼 활짝 피어났다'고 말했다.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때의 에너지를 떠올리게 하는 와인은 과거에 매달리기보다는 '지금'을 이야기하고 현재를 받아들이는 태도로 살아야한다는 시의 구절과 맥락을 같이하고 있었다. 나날이 새롭게 오늘을 즐기자는 의미로 인용한 '지금은 취할 시간'이라는 샤를 보들레르의 시의 한 구절이 경쾌하게 느껴졌다.

 

그대 침실의 침울한 고독 속에서

바람에게, 물결에게, 별에게, 새에게, 괘종시계에게

달아나는 모든 것에게, 신음하는 모든 것에게,

굴러가는 모든 것에게, 노래하는 모든 것에게,

이야기하는 모든 것에게 물어보라, 지금이 몇 시냐고.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괘종시계가

이렇게 대답하리니.

'지금은 취할 시간!'

 


 

 달리기를 시작한지 20년째가 된 저자가 달리기가 끝나면 시원한 와인 한 잔이 필요하다며 베어 풋 모스카토 와인을 추천했다. 맨발의 발바닥 무늬가 그려진 레이블이 달리고 싶은 열정을 불러일으킨다고 했다. 발바닥무늬 레이블이 있는 달콤한 스파클링 와인은 달리기를 마친 러너와는 찰떡궁합지싶다. 달리기 예찬과 함께 인용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당장 달려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들게했다. 신나게 달리고 베어 풋 모스카토 와인을 마시는 상상을 해본다.

 

우리는 결코 장수하기 위해 달리는 게 아니다.

설령 짧게밖에 살 수 없다고 하더라도

그 짧은 인생을 어떻게든 완전히 집중해서 살기 위해

달리는 것이다.

 


 

  이렇듯 자신의 인생의 순간 순간, 자기의 감정들을 와인과 함께 담아냈다. 와인에 대한 이야기 외에도 커피, 헤이리에 관한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 책은 기원전 6000년경 오늘날의 조지아가 와인의 발상지라든지, 어떤 풍토에서의 와인의 성질이라든지 정보가 있긴하지만, 많은 정보가 담겨있지는 않았다. 와인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을 알고 싶은 독자에게는 그다지 권하고 싶지는 않다. 나는 책 전반에 흐르는 저자의 와인 사랑을 통해 무언가를 좋아하는 사람의 행복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어서 좋았다.  책장을 덮고나니 뜬금없이 문득,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와인과 함께한 한 개인의 역사를 만나는 것같았는데 아무래도 와인에 빠져있는 한 사람을 만났기 때문일 것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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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만인의 인문학 | 인문 2021-05-05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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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이란 어떤 것인지, 왜 인문학이 필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게 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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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이야기 들으며 힐링 | 인문 2021-03-3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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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정원의 쓸모

수 스튜어트 스미스 저/고정아 역
윌북(willbook)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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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가 들어가는 것인지, 아니면 심신의 피로를 풀 방법을 찾고 싶은 것인지 남편은 주말농장이라도 할까? 아니면 주택으로 이사가서 텃밭을 가꿔볼까라는 말을 자주 한다. 며칠 전에는 갑자기 파테크를 하겠다면서  화분에 파를 심고 아침, 저녁으로 물을 주고 있다. 파가 올라오는 것을 보며 즐거워하고 집에 있는 화분들을 정성으로 키우는 모습을 보면 뭔가 행동을 해야하나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50대에 생산적인 삶의 방법을 발전시킨 사람들은 80대에도 잘 살아갈 확률이 세 배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하는데, 심각하개 고려해봐야하는 부분이 아닐까싶다. 흙을 파고, 자갈을 골라내고, 씨앗을 심고, 아름다운 꽃을 보고, 내가 먹을 작물을 직접 거두는 기쁨은 얼마나 클까?

 

 정원에 나가 한참 동안 일을 하다 보면 녹초가 될 수도 있지만, 내면은 기이하게 새로워진다. 식물이 아니라 마치 나 자신을 돌본 듯 정확한 느낌과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다. 이것이 원예의 카타르시스다. -p 20  

 

 손으로 일하는 것에 몰두할수록, 내면에서는 더욱 자유롭게 감정을 정리하고 해결한다는 저자는 육체활동을 하면서 동시에 정신을 가꾸는 기분이라고 했다. 스마트 폰을 쥐고 있는 시간은 많아지고, 기다림 없이 모든 것이 빠르게 해결되는 지금 뭔가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도 떨어지고 정신은 쉬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인지 카타르시스라는 말은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저자는 농경을 시작했던 고대 문명과 원예가 의미있는 일이 된 시점이라고 생각하는 5세기 초 성 마우릴리오의 이야기, 식민지 원주민들이 식물을 대했던 자세등 원예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는데, 찰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의 한 대목도 있었다. 문학 작품의 한 장면을 통해서도 식물이 가진 생명력과 그가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했다.

 

  소설 마지막 대목을 보면, 핍과 에스텔라는 옛 새티스 하우스 터에서 우연히 만난다. 핍은 폐허에서 "지난날의 담쟁이들이 새싹을 틔우고, 폐허의 낮은 흙더미들에 초록색이 번지는 모습"을 본다. 자연의 재생에 관한 작은 신호를 통해, 우리는 핍과 에스텔라의 인생이 그렇게 엉망이 되지는 않으리라 감지할 수 있다. -p 58

 

 저자는 심리적으로 '원예는 좋은 것이고, 그래서 정원은 있어야해요.'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과학적인 근거와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서 보여주고 있었다. 정원과 자연이 사람의 행복과 정신 질환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은 18세기 유럽에서 처음 조명을 받았다. 많은 원예 프로그램과 연구를 통해 원예가 기분을 풀어주고 자존감을 높이며 우울증과 불안을 완화한다는 강력한 결과를 얻어냈다고 한다.

 

 여러 연구결과를 만날 수 있었는데,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에게 원예 치료를 하는 사례를 보여주었다. 향기로운 꽃과 식물들에는 진정시키고 고향시키는 효과가 있어 정원에 들어오면 안정을 찾게 되고, 햇빛에 노출되면서 비타민 D가 만들어지고, 햇빛의 청색광은 수면-기상 주기를 설정하며, 두뇌 속 세로토닌 생산속도를 조절한다고 한다. 세로토닌은 행복감의 배경이 되고, 기분을 조절하며, 공감을 높여주는 것이었다. 정원에서 흙을 파면 토양 속 다른 박테리아들의 직접적 활동을 통해서 세로토닌 조절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박테리아, 뉴런, 세로토닌 등과 같은 대사물질들의 수치의 변화등 과학적인 근거로 정원의 쓸모를 알려주었는데, 그 과정이 상당히 흥미로웠다. 병원이나 요양시설에서도 정원이 있고 없고는 환자의 치료에 있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연구 결과로서 보여주고 있었다.

 

 살아가는 동안 사고에 의한 장애, 약물에 의한 중독, 치명적인 병등 삶을 무너뜨리는 일을 만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원예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상상도 할 수 없는 전쟁이 일어난 경우에는? 폭탄이 떨어지고 참호에는 시체들이 쌓여가는 그런 전쟁터에서 씨앗을 뿌리고 키운다는 것이 상상이 되는가? 저자는 1차 대전과 관련된 치유적 원예의 기원에 대한 연구를 했다. 기원전 329년에 크세노폰은 페르시아 왕들이 "가장 고귀하고 가장 필요한 사업" 두 가지를 전쟁 기술과 경작 기술이라고 여겼다고 기록했다한다. 저자도 말했듯 전쟁과 원예는 서로 반대되는 느낌이라 의아한 마음도 들었지만, 전쟁도 불가피한 일이지만 생존을 위한 경작도 중요한 일임을 말한 것으로 이해되었다.

 

 극단적 파괴의 현장에서 자연의 아름다움, 특히 꽃의 아름다움은 다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방식으로 심리적 의지가 된다.-p 207

 

  사상자로 넘쳐나는 구호소 옆에 주재 목사 워커는 정원을 만들었고, 영국 장교 길레스피도 독일군 탄피로 만든 화분에 제비꽃을 심기도 했다. 군 당국이 자발적으로 원예활동을 공식적으로 활용해 신선 농작물을 지급하기까지 했다. 영화 <1917>에서 두 병사가 모든 것이 파괴된 전장에 피어있는 체리나무 꽃을 보고 고향을 떠올리는 장면이 있었다. 약한 식물에 불과하지만 아름다움을 느끼고, 삶의 의지를 가지게 할 수 있는 힘이 그들에게는 있었다. 저자의 할아버지는 1차 대전에 참전해서 피폐해졌지만 재활훈련의 과정으로 원예수업을 받았고 힘과 회복력을 되찾았다한다. 멀리서 찾지 않아도 저자는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듣고, 함께 하면서 몸소 체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

 

  워즈워스를 사랑하고 프로이트를 연구하던 ( 워즈워스와 프로이트의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고 있었다.) 수 스튜어트는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 치료사가 되었다. 정원 디자이너인 남편을 만나 정원 가꾸기를 접했고, 정원에 매혹되었다. 원예로 전쟁 트라우마를 극복한 할아버지의 경험을 실마리로 하여 식물과 사람사이의 관계에 대한 탐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저자가 정원을 가꾸지 않았다면 이런 책이 나올 수 있었을까? 몸소 체험하면서 심리적 안정을 얻는 경험을 했기에 연구를 시작할 수 있었을테고, <정원의 쓸모>는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흙 묻은 손이 마음을 어루만진다]는 저 부제가 크게 눈에 들어온다. 아침에 일어나면 창 밖으로 펼쳐진 아파트 마당을 보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계절에 따라 조금씩 변해나가는 정원의 모습에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 나도 모르게 편안해지면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보자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실제로 흙을 만지고 몸을 움직인다면 식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위안은 더 크지지 않을까? 내 작은 정원 하나 만들고 싶다는 꿈 하나를 가져본다.

 



 

꽃 피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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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와 함께 하는 동유럽 여행 | 인문 2021-03-2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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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유럽 도자기 여행 동유럽편

조용준 글,사진
도도 | 2021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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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선물로 예쁜 찻잔 셋트를 받았다. 사용하다보니 깨져버렸는데 후에 알고보니 명품 브랜드였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였던 셈이다. 그렇듯 그릇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주부 경력이 쌓여가면서 같은 음식이라도 어떤 그릇에 담느냐, 어떤 찻잔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기분도 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그릇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도자기 브랜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으며 조금씩 욕심을 내게 된 것은. 하지만, 도자기 역사에 대해서 궁금해하지는 않았었다. 그랬다면 내가 이런 책을 썼을지도 모르는데.

 

 도자기 문외한이었던 저자는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블뢰 다이외르에 반해버렸다. 휴일 아침 블뢰 다이외르의 찻잔에 커피 한 잔 마시고 싶은 마음은 동양의 찬란한 문화유산이자 자부심이었던 도자기가 어떻게 해서 유럽으로 건너갔고, 어떤 연유로 활짝 꽃피었는지에 대해서도 알고 싶은 욕심으로 이어졌다. 그 욕심은 그를 떠나게 했다. 도자기가 좋아진 것에 딱히 이유가 없는 것처럼 이들을 만드는 장소를 찾아 떠나는 것도 딱히 이유가 없고, '그냥 좋아서'라고 말하는 저자의 여정은 <유럽 도자기 여행 동유럽편>, <서유럽편>, <북유럽편>, <일본 도자기 여행> 그 외 여러 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 책은 그 중 가장 먼저 출간된 동유럽편의 개정 증보판이다. 독일, 오스트리아, 체코, 폴란드, 헝가리로 도자기 여행을 떠나보자.

 

독일

  여행의 출발점은 독일 작센 주의 도시로 엘베 강변에 자리한 마이슨이었다. 1710년 유럽 최초의 자기 공장을 설립한 마이슨은 유럽 도자기의 성지며 유럽 도자기 역사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도자기 탄생의 비밀을 찾아가는 '모태로의 회귀'라고 말하는 저자의 글 속에는 경이로움 같은 것이 전해져왔다. 작센의 군주인 아우구스트 1세는 어려운 재정을 해결할 수 있는 사업을 구상하게 되었다. 연금술사 베트거,수 학자겸 물리학자인 치른하우스의 연구로 1710년 도자기 제작에 성공했고 그해 6월 6일 도자기 공장이 세워졌다. 이로써 유럽의 동양 도자기에 대한 흠모 찬탄, 시샘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마이슨 도자기가 유럽 왕실 외교를 위한 선물로 처음 사용된 이후 피겨린도 선물로 인기를 끌게 되었다.  도자기 인형인 피겨린은 중국의 '도용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도자기는 외교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런 교류를 통해 프랑스 로코코 미술의 대가 장 앙투안 와토의 그림 속 회화 요소들이 도자기 제품이나 피겨린 장식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현재, 마이슨은 파리의 패션계와 협업하기도 하면서 깊이와 넓이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유럽 내에서 도자기 문화 또는 동양과 유럽의 도자 문화에 대해 서로 비교하고 주고받은 영향에 대한 이야기들도  동서양 도자 문화를 이해하는 도움이 되었다.

 


 


 

 

 마이슨에서 드레스든, 베를린을 거쳐 바이에른 주에 도착했다. '로맨틱 가도'는 들어봤지만 '도자기 가도'는 처음 만났다. 도자기 가도는 아름다운 중세 도시 밤베르크에서 시작해서 바이에른 주 북쪽에 자리잡은 도자기 공장 밀집 지역을 잇는 도로라고 한다. 도자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도자기 가도를 따라가는 여행은 얼마나 행복할까? 1993년 구시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밤베르크에서는 마이슨 도자기를 가장 많은 걸작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도자기 박물관을 만나고, 젤프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가나 디자이너와 협업을 많이 하는 로젠탈의 아름다운 로젠탈-베르사체 라인을 만날 수 있다.

 


 

 뮌헨은 맥주의 도시, 공업도시로 알려져있지만 님펜부르크 도자기의 고장이라고한다. 님펜부르크 도자기의 명성을 초기에 확립한 사람은 부스텔리로 "유럽 도자기의 가장 완벽한 표현 방식을 로코코 양식에서 찾는다면 그것은 부스텔리의 작품에서 찾아야한다" 고 말할 정도로 로코코양식 도자기에서 그의 존재감은 컸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부스텔리처럼 도자기 회사에서 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의 역할이 정말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그들을 도자기 성형가라고 불렀다.)  부스텔리가 만든 초기 오리지널 피겨린은 15만 달러를 호가할 정도라고 한다.
 

오스트리아

 

 로열 비엔나 (아우가르텐의 전신) 도자기는 독일의 마이슨에 이어 두 번째로 도자기 제작에 성공한 곳이다. 로열 비엔나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오스트리아의 외교 도시로서의 역할이 있었다. 이 도자기의 클래식 작품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마리아 테레지아'였다.

 


 

  마리아 테레지아가 사냥을 나갔다가 별장에서 휴식을 취할 때 사용하기 위해 특별히 제작 주문한 것으로 녹색 장미가 그려져 있었다. 일명 마리아 테레지아의 '푸른 장미'시리즈라고 하는데 정말 아름다웠다. 오스트리아에서 화려한 도자기 컬렉션을 만날 수 있는 곳은 호프부르크 (Hofburg) 왕궁인데 이곳이 아주 특별하게 느껴졌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요제프 2세가 14세의 어린 나이에 루이 16세와 결혼한 막내 여동생 마리 앙투아네트를 보기 위해 1777년 파리에 방문했을 때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이 16세 부부가 선물한 그릇 세트, 마리 앙투아네트가 어머니 마리아 테레지아에게 선물한 세브르 도자기 세트,영국 빅토리아 여왕이 프란츠 요제프 1세에게 선물한 민턴사의 도자기 세트......-P 270

 

  저자는 이처럼 당시 유럽을 지배한 군주들의 외교 네트워크가 일종의 스토리처럼 스며들어 있기 때문에 이곳의 도자기 컬렉션이 특별하다고 했다. 미술 작품도 시대와 작가의 생각을 담고 있는 것처럼 이러한 도자기도 하나의 역사를 품고 있다는 생각에 나또한 특별하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실, 지금까지 오스트리아를 도자기와 연결시켜 생각해본 적이 없었기에 아우가르텐 도자기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게다가 슈테판 성당의 타일 지붕, 훈데르트바서와 오토 바그너의 작품들을 보면서 오스트리아를 도자기와 연결시키지 못했던 것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오토 바그너의 작품을 한 번 보자.

 


 

 그가 1898년에 설계해서 1900년에 완성한 비엔나의 마욜리카하우스(Majolikahaus)는 건물 전면부가 화사한 분홍빛의 마욜리카 타일로 장식돼 있어 건물이 꽃으로 덮인 것 같은 느낌을 준다.-p 295

 

 타일이라고 하면 터키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데, 터키의 오스만튀르크 타일, 스페인과 포르투칼의 타일등 여러 나라 문화가 혼합되고 뻗어나오는 역사적인 관점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알고 있던 도자기 그릇과 피겨린 외에 타일에 대한 많은 정보를 알게 되면서 이 책을 만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차츰 커져갔다.

 

체코
 

 마이슨 도자기 회사는 약 20년 (1720~1739)의 노력 끝에 코발트블루를 사용하는 중국의 청화백자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로코코 양식 타등 점차 유럽인의 감성을 반영한 작품이 많이 등장하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마이슨의 걸작 '쯔비벨무스터'의 탄생 배경이다.-p 37

 

  쯔비벨무스터는 지금까지 체코의 브랜드인줄로 알고 있었는데, 시작은 마이슨에서였다.  쯔비벨무스터는 독일어로 '양파 문양'이라는 말이지만 정확히는 석류꽃이고, 유럽에서 만들 수 없던 '마이슨 스타일의 청화백자'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도자기의 클래식이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왜 체코의 것이라고 알고 있었을까? 그럴 수 밖에 없는 과정이 있었다. 저자는 체코 쯔비벨무스터의 역사는 독일 마이슨에서 시작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확실히 말하고 있었다. 체코의 쯔비벨무스터를 찾아 체스키 크롬로프와 두비, 체코 도자기 박물관이 있는 클라슈테레츠 나트 오흐르지의 툰 공작 저택을 찾은 저자 덕분에 평소 관심 있었던 쯔비벨무스터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폴란드


 폴란드는 오래전부터 가내수공업 차원의 소규모 도자산업이 발달한 나라고, 도자산업의 메카는 볼레스와비에츠다. 현재 폴란드 도자기의 가장 열렬한 소비국은 미국인데 문양이 경쾌하고 발랄하고 실용적인 면이 미국을 매혹시킨 것으로 보았다. 폴란드 그릇이라고 하면 선명한 파란색의 땡땡이 무늬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난다.

 


 

  폴란드 도자기 패턴은 아트(Art),우니카트(Unikat: 영어로는  Unique, 기본 패턴등으로 레벨을 구분한다. (중략) 아트 패턴은 그릇 밑에 예술가의 사인이 있는 제품으로 ,대부분 꽃 그림과 수채화 느낌의 붓 페인팅이 들어간다. 당연히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하루 생산량이 몇 개밖에 되지 않는다. 다양한 색상과 정교한 문양이 많은 우니카드 패턴은 경력이 많은 중급 작가들의 제품이다. 기본 패턴은 한두 가지 색상으로 단순히 문양이 반복되지만, 앞서 말했듯 반복 패턴을 얼마든지 '믹스 앤 매치' 할 수 있기 때문에 그 가짓수는 무궁무진하다.-p 339

 

  그냥 단순하게 만들어지는 문양이라고 생각했는데, 패턴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 절대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마누팍투라라는 회사는 3개의 탑이 있는 성채가 그려져있는데, 지금은 도시의 상징이자 폴란드 도자기 정품을 나타내는 도안으로도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혹시, 폴란드 그릇을 사게 된다면 확인해보고싶다. 저자는 폴란드 도자기를 보면 경쾌한 리듬의 팝송도 생각나고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고 한다. 희소성이나 유명세를 떠나서 도자기를 평범한 물건이 아닌 예술의 영역에 넣어야할 이유는 충분한듯하다.

 

헝가리

 헝가리 대표 브랜드로 알고있던 헤렌드가 세계 4대 브랜드에 들어간다고 하니 놀라웠다. 그 헤렌드에 대한 역사와 함께 헝가리인들에게 중요한 장소인 어부의 요새, 마차시 성당, 이슈트반 성당등 헝가리 역사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특별하게 느껴지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는  '로스차일드 라인'에 얽힌 이야기다. 도자기에 그려진 그림들이 그냥 그려지는 것은 아닐것이다. 헤렌드는 독일계 유대인인 로스차일드 가문에 1860년부터 테이블 웨어를 공급해오고 있다. '로스차일드 라인'은 나뭇가지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새들이 그려져있는데 이 패턴 얽힌 일화가 재미있었다. 매우 아끼는 목걸이가 없어졌는데, 며칠 후 목걸이가 정원의 나뭇가지에 걸려있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헤렌드의 경영자 피셰르가 이 일화를 기념하는 패턴을 만들었다. '로스차일드의 새' 로 알려진 이 패턴은 150년 이상을 이어져오고 있는데, 나뭇가지에 걸려있는 목걸이의 모양을 바꾸는 것으로 변화를 주고 있다고 한다. '로스차일드 새'뿐만 아니라 다른 도자기들에서도 문양에 관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는데, 헛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없음을,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도자기들은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는 졸너이 브랜드에 대한 것이었다. 동유럽 여행을 하면서 타일에 시선이 머물렀던 적이 없었다. 졸너이는 타일에 주력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들의 타일이 사용된 건물들의 면면은 때론 화려하게, 때론 웅장하게, 때론 소박하게 건물에 깊이를 더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헝가리에는 헤렌드만 있는 줄 알았는데, 아름다운 졸너이 타일에 대해서 알게된 것은 큰 수확이었다.

 

  그냥 도자기가 좋아서, 그냥 이들을 만드는 장소를 찾아 떠난 저자 덕분에 너무나도 멋진 여행을 했다. 도자기와 함께 한 멋진 여행서였다. 동유럽 여행을 하면서 들렀던 곳들이라 여행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훨씬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미리 이 책을 만났다면 건물을 이루고 있는 타일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도자기 한 점도 쉽게 보아넘기지 않았을텐데하는 아쉬움도 남았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저자 덕분에 다시 동유럽을 여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예전과는 다른 동유럽을 담아올 수 있을것같다.  막연히 외적인 아름다움에 끌렸던 도자기들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이야기와 그들의 힘에 대해 들으며 그들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으며 뿌듯해 했을 만든 이들, 사랑하는 사람들과 멋진 시간을 보내면서 살아나갔던 많은 이들이 만든 역사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다. 동양의 청화백자는 지금도 경매시장에서 인기 상종가를 달리고 있지만, 마이슨은 청화백자를 만들어냈고, 동양의 청화백자의 전설을 따라잡았다고한다. 어쩌면 경매시장의 인기는 과거의 유물일뿐 현재진행은 아닌듯해 아쉬운 맘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는데, 이 책을 통해 동양의 도자기 역사 또한 돌아보고싶어졌다. 한낱 그릇일 뿐이라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겠지만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 도자기가 이젠 가벼이 보아지지 않을듯하다. 마지막으로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이 일으키는 힘의 강력함을 알게 해준 것에 대해 저자에게 감사한 맘을 전하고 싶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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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재미있었던 서양고대사, 서양고대사를 한 눈에 | 인문 2021-03-1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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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

피터 B. 골든 저/이주엽 역
책과함께 | 2021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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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4대 문명은 강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메소포타미아 문명, 인더스 문명, 황하문명, 이집트 문명이다. 이 사실은 잘 알고 있지만 세부적인 사실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고, 서양 고대사라고 하면 당연히 그리스 로마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저자는 서양 문명의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종교, 철학, 법은 모두 미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서 유래했기에 서양고대사는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출범부터 서로마제국의 멸망까지를 다루어야한다고 말했다. 서문에서 여러가지 근거를 통해 그러한 이유를 설명하고 있었는데,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말한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메소포타미아 문명과 이집트 문명은 많이 생소한 부분이라 정리가 필요했다.

 

1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문명

  티그리스강과 유프라테스강 유역인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가장 먼저 문명이 발달했다. 두 강 사이에 형성된 평야지역에는 농업이 발달하기 시작했고 최초로 정착한 사람들은 수메르인이었다. 농토가 비옥한 반면 두 강의 범람도 잦아 공포의 대상이었으며 지진도 자주 발생했다. 개방적인 지형 탓에 주변 종족들의 침입이 잦았고, 전쟁이 계속되면서 왕조와 지배하는 종족이 자주 바꼈다. 이런 불안한 삶이라 현세의 삶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기때문에 메소포타미아인들은 내세를 중요시하지 않는 현세 중심의 세계관을 가지게 되었다. 쐐기문자를 사용했고, 인류 최초의 서사시이며 문학작품으로서 완벽한 구도를 가지고 있는 <길가메쉬 서사시>를 남겼다. 산을 신성시했고 산이 하늘과 땅을 연결해주는 곳이라고 여겼던 메소포타미아인들은 인공 산인 지구라트라는 신전을 지었다. 노아의 방주와 인간의 오만함을 심판했다는 바벨탑의 진실, 어디선가 들은적 있다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던 '바빌론 유수'등 정말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기원전 6000년경 수메르인이 정착, 기원전 2350년경 북쪽에서 내려온 아카드인에 의해 멸망했다. 기원전 1950년 무렵 서쪽에서 아모리족이 메소포타미아로 진출했는데 그들이 바로 바빌론을 수도로 하는 바빌로니아 왕국의 건설자였고, 이 왕국의 가장 위대한 왕이 함무라비였다. 뛰어난 정복왕이었으며 함무라비 법전을 만들었다. 함무라비 법전의 의미는 이 글에서 충분히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함무라비가 확립한 법치의 전통은 이후 서구 사회를 움직이는 기본 원리가 되었다. 윤리나 도덕이 아니라 법을 통해 사회를 작동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그리스를 거쳐 로마에서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원칙이 되었고, 로마법은 근대 서양 모든 나라 법의 토대가 되었다. -p 46

 

 기원전 1500년경  소아시아에서 일어난 히타이트 족에 의해 멸망했다. 히타이트는 강력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었고, 철기문화를 서아시아에 전파하기도 했다. 기원전 14세기 초부터  메소포타미아의 강자가 되었던 아시리아의 붕괴 이후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최종단계인 신바빌로니아 시대가 되었다. 7대 불가사의 가운데 하나인 공중정원이 지어졌던 시기였다. 기원전 539년 페르시아에 의해 멸망했다. 현대 알파벳의 기원으로 이야기된다고 하는 페르키아 문자를 남긴 페니키아는 해상무역을 주도했는데, 카르타고도 이들의 식민도시였다. 이집트에서 탈출해서 팔레스타인 지역으로 이동한 히브리인이 세운 이스라엘 왕국은 다윗과 솔로몬 왕 시기에 전성기였고, 유일신 신앙인 유대교를 창시했다. 신바빌로니아 제국을 정복함으로써 소아시아의 그리스 도시와 이란 동쪽의 인더스 유역에 걸친 모든 지역을 다스리게 된 페르시아까지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이루고 있었다.

 

 이집트 18세기 말 볼네는 <시리아와 이집트 여행>이라는 책을 썼고, 그 책을  읽은 나폴레옹의 이집트 원정은 이집트 역사 재발견에 커다란 성과를 거두게 되었는데, 그건 로제타석의 발견이었다. 샹폴리옹이 로제타석을 해독해냈고,이집트에 대해 밝혀지기 시작했다. 나일강의 범람은 예측할 수가 있었고, 그것은 태양력,기하학, 수학의 발전을 가져왔다. 지리적으로는 폐쇄되어 있어 외침으로부터 안전했다. 기원전 3100년경 상이집트와 하이집트로 분리되어있던 이집트를 상이집트의 왕 나르메르가 통일했다. 이집트인들은 그들의 왕인 파라오가 신과 동등한 존재로서 세상을 통치한다고 생각했고, 죽은 후 그의 무덤은 성스러운 곳이 되었는데, 이런 사상들은 피라미드, 미라등과 자연스럽게 연결이 된다. 고왕국 시대의 대표적인 왕 조세르가 거대한 피라미드를 최초로 건설했는데, 그것은 파라오의 권력이 강력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중왕국 시기에는 거대한 피라미드가 건축되지 않는 대신 수로와 관개시설등 공공사업이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힉소스의 침입으로 신왕국으로 넘어가게 되었는데, 힉소스의 지배로 인해 이집트의 대외 교규가 확대되고 외부 세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긍정적인 면도 있었다. 신왕국 (기원전 1550~ 1070)시대에 동방의 강국이 되었고, 우리에게 익숙한 이집트의 이미지는 신왕국 시대로 투탕카문의 무덤에서 나온 유물들을 통해서라고 할 수 있다. 기원전 333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이집트 정복, 알렉산드로스 대왕 사후에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들어서면서 그리스 세계의 일부가 되었고, 뒤이어 로마제국의 일부가 되어 제국의 성장을 뒷받침하게 되었다.

 

  피라미드, 스핑크스, 오벨리스크,  왕들의 계곡에서 투탕카문의 무덤 발굴과정, 영원에 대한 갈망으로 인해 미라를 만드는 과정 등의 이야기는 신비롭게도 느껴지면서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고대 이집트의 영웅들로 일신교의 창시자 아켄아텐, 이집트의 번영을 이끈 람세스 2세, 마지막 여왕 클레오파트라의 이야기등 흥미로운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2부 고대 그리스

 그리스 본토의 해안 지역에 발달한 문명을 통칭해 에게해 문명이라고 한다. 그 중심지는 크레타섬이었고, 전설적인 왕인 미노스의 이름을 따서 미노스문명, 크레타문명이라고도 한다. 기원전 1400년경 그리스적 요소와 미노스적 요소를 결합한 최초의 서양 문명이라고 할 수 있는 새로운 문명 미케네 문명이 시작되었다. 미케네 문명은 슐리만에 의해 발견되었는데, 그는 1829년 아버지가 선물한 책 <그림으로 본 세계사>, 아이네아스의 이야기등을 통해 트로이를 찾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메소포타미아문명이나 이집트 문명, 미케네 문명등 과거의 많은 유적들은 미래의 우리에게 인류문명에 대해서 정말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그런 것이 가능하게 했던 것은 슐리만과 같은 많은 사람들의 지적 호기심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쁜 의도로 시작했던 사람도 물론 있었겠지만 그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는 과거를 만날 수 있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스라고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올림포스 12신의 탄생, 호메로스의 <일리아스> ,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들은 책에 쏙 빠져들게 했다. 이오니아 학파로부터 시작해 소피스트, 소크라테스,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이어지는 철학 이야기는 평소 어렵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상할 정도로 재미있게 읽혀졌다. 그리스 비극과 희극, 연극 공연을 통해 그리스 문학을 이해할 수 있었다.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안티고네>, 에우리피데스의 <메데이아>등을 읽었던 것이 생각나 많은 도움이 되었다. 기원전 800년경 그리스에는 새로운 형태의 나라 폴리스가 탄생했다. 아테네의 출현으로부터 민주주의가 완성 되어가는 과정을 알 수 있었다. 강력한 스파르타의 등장과 강한 교육 방식의 대명사 스파르타 교육, 그리스의 분열, 펠로폰테소스 전쟁,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영웅적인 행보와 헬레니즘 문화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고대 그리스로의 숨가쁜 여행을 했다.

 

3부 고대 로마

 

 로마 건국을 이야기하면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와 늑대젖을 먹고 자란 로물루스와 레무스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는데, 로마인들이 두 이야기를 결합했던 것은 자신들의 조상이 그리스인 못지않은 문화인임을 내세우기 위한 전략이었다. 로마는 에트루리아와 그리스의 영향을 받았는데, 로마의 문화 세계를 그리스인이 장악해서, "정복당한 그리스가 정복한 로마를 정복했다"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왕정시대를 시작으로 공화정으로 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로마가 인류에게 남긴 위대한 유산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로마법의 모체라고 하는 12표법은 법 앞에 모든 시민이 평등하다는 원칙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인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중요한 사건이었다. 로마가 이탈리아 반도를 통일하는 과정을 통해 로마가 대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중요한 덕목을 알 수 있었다. 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에 벌어진 포에니 전쟁을 통해 지중해를 완전히 장악하고 로마는 강력해졌는데 사치풍조가 만연해지는등 부작용이 커졌다. 그라쿠스 형제는 개혁을 시도했지만 특권을 빼앗기기 싫었던 원로원 귀족들에 의해 실패했다. 마리우스와 술라, 폼페이우스와 카이사르, 안토니우스와 옥타비아누스로 이어지며 로마 공화정은 끝이났다. 최종적으로 승리를 거둔 옥타비아누스는 아우구스투스라는 칭호를 받았고, 최고통치자가 제 1시민으로서 통치하는 프린키파투스 (원수정) 시대가 열렸다. 아우구스투스가 평화를 확립한 후 다섯 명의 위대한 통치자들에 의해 다스려지던 평화로운 시대를 팍스 로마나라고 불렀다. 팍스 로마나 시기에는 로마가 모든 사람을 포용하는 보편 제국이 수립되었고, 학문이 발달했으며, 실용적인 문화로서 법과 건축 분야에서 두드러진 발전을 가져왔다. 그 결과물인 수도교, 포룸 로마눔, 콜로세움, 판테온을 만날 수 있었다. 로마 건축의 위대함을 보고 중세 서양인들은 로마인이 악마가 아닐까 의심했다고까지 한다.  기독교의 탄생과 발전을 다루고, 서로마 제국의 멸망으로 길었던 서양고대사의 이야기를 마쳤다.

 

 기원전 6000년경 수메르인이 메소포타미아 남부 지역에 정착한 순간부터 476년 서로마제국이 멸망할때까지 긴 역사를 400페이지의 책에 담아놓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서양 고대사를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한 마음에 읽어보기로 했지만 따분하면 어떡하나하는 걱정도 있었다. 그건 기우였다.  당연히 역사서니 시간순으로 써내려가긴 하지만, 주변 국들과의 관계를 같이 짚어주니 한 권을 다 읽었을 때는 메소포타미아, 이집트, 그리스, 로마가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맥락으로 정리가 되었다. 평소 정리가 잘 되지 않고 있었던 역사적 사건들이 있었는데 그것들도 깔끔하게. 무엇보다도 유적들, 문학 작품등에 대한 문화사와 인물들의 개인사들을 아우르는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관심을 확장시킬 수 있는 계기도 되었다.

 

 저자는 역사 연구의 성과를 대중에게 알리려는 마음으로 역사 입문서를 여러 권 집필했다. 로마사를 전공하고 삼십여년간 서양고대사를 공부해왔고 최근에는 서양 고대사를 이해하는데 핵심요소인 기독교의 역사를 탐구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 저자 덕분에 서양고대사는 어렵다는 편견을 깨게 되었다. <처음부터 다시 배우는 서양고대사>, 이 책을 기본으로 잡고 고대사에 대한 지식을 쌓아나가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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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 인문 2021-01-20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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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와인잔에 담긴 인문학

황헌 저
시공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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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주, 소주, 막걸리는 편안한 분위기가 떠오르지만 와인이라고하면 왠지 격식이라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인지 다가가기 어렵다는 느낌도 들지만, 조금 더 알고싶어지는 그런 마음도 있었다. 몇 년 전에 와인에 관한 정보를 주는 책, 와인을 따라가는 여행 책을 많이 접하기도 했고, 선물을 받기라도 하면 라벨을 보면서 어느 나라, 어느 와이너리의 와인이며 빈티지는 어떻게 되는지 꼼꼼하게 읽어보기도 했었다. 한동안 그 열정은 사라지고 시큰둥한 상태였는데, 아주 오랜만에 와인 이야기를 읽으니 재미있었다. 저자가 MBC 파리 특파원이던 시절, 화면으로 자주 만났던 기억이 떠올라 반가웠다.  기자 시절 두 차례 유럽 장기 체재의 기회가 있었을 때 와인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한다. 와인을 알아가는 즐거움으로 세계 유명 와이너리를 방문했던 경험, 와인에 관한 역사와 문화를 비롯한 다양한 이야기들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이렇게 책으로 엮어냈다. 지금은 유튜브 '와인 채널'도 운영하고 있다한다. 좋아하는 분야로 제 2의 삶을 살고 있는 저자의 모습이 참으로 행복하고 멋있어보인다. 와인에 빠져있는 사람이 들려주는 와인 이야기는 어떨까?

 

" 와인은 역사인 동시에 철학이고, 문학이다."

 

  디오니소스 신화만으로도 서양에서 와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는 생각이 드는데,책 속에서 만난 와인의 역사는 생각했던 이상으로 더 오래되었고 많은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며 많은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코카서스 지방 흑해 연안의 조지아에서 포도주 숙성용 항아리가 발굴되면서 지금부터 8000년 전에 와인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한다. 인간의 역사보다 더 오래된 포도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는데 창세기에는 포도주에 취해 발가벗고 잠든 아버지 노아를 본 세 아들 함과 셈, 야벳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다. 시스티나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의 이 그림의 의미를 이제는 알 수 있게 되었다.  

 


 

  십자군 전쟁으로 인해 포도주의 원조인 중동지역에서 신종 포도나무가 서유럽으로 옮겨져 수도원을 거점으로 서유럽의 와인이 발달하게 되었다. 아비뇽 유수로 인해 명품와인 마을이 탄생했다. 토마스 아퀴나스는 "숙면과 목욕, 그리고 한 잔의 포도주는 당신의 슬픔을 사라지게 할 것이다."라고 말했고, 파스칼은 "한 병의 포도주엔 세상의 어떤 책보다 많은 철학이 담겨있다."라고 말했고, 헤밍웨이는 소설 속 대사를 통해 와인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1부에서는 대표적으로 알고 있는 레드 와인, 화이트 와인, 샴페인을 비롯해 귀부 와인, 아이스 와인, 로제, 코냑등 와인의 종류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다. 이중에서 특히 시선을 끌었던 것은 스페인에서 만든 강화 와인인 '셰리 와인'과 포르투칼의 강화 와인인 '포트 와인'에 대한 것이었다. 백년전쟁으로 인해 프랑스의 고급와인을 구할 수 없었던 영국이 스페인과 포르투칼로 눈을 돌렸다. 운송하는동안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일반 와인에 알코올 원액 또는 오드비 (브랜디 원액) 를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18% 이상으로 높인 것이  강화와인이었다. 전쟁이 새로운 와인의 탄생을 가져오기도 한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2부에서는 포도 품종 중에서 붉은 포도에 얽힌 이야기를, 3부에서는 청포도에 대해서 다루고 있었는데, 포도품종 이야기는 많이 지루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흥미로웠다. 포도는 품종에 따라 잘 자라는 토양, 기후가 있고, 껍질의 두께, 알맹이의 크기등에 따라서 차별화되기 때문에 포도에 따라 와인의 맛은 달라질 수 밖에 없었다. 포도가 가진 특성을 잘 찾아내어 최상의 맛을 만들어내는 와이너리의 모습들에서 진정한 장인 정신을 볼 수 있었다. 4부에서는 코르크 마개, 디켄팅, 병과 잔, 음식과 와인의 궁합 마리아주, 와인등급의 역사등 평소 궁금했던 것들을 대부분 해소할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하고 깊이있게 다루고 있어서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정말 다양하고도 유용한 정보들 중에서 기억하고싶은 용어 두개만 꼽아본다면, 하나는 <필록세라>다. 미국 포도나무 뿌리에 기생하던 필록세라가 유럽으로 가면서 순식간에 퍼져서 뿌리와 잎에 붙어 수액을 빨아먹어 포도밭을 초토화 시켰다고 한다. 1860년경 시작돼 1900년 초반까지 이어진 유럽의 잔혹사라고 하는데, 그것을 타파하기 위한 방법으로 포도나무 줄기를 교배하는 방식이 나왔다. 필록세라의 난 이후 와이너리 소재 지역과 가문 이름을 명시하는 제도가 생겨났고, 포도밭이 전멸하며 독일 맥주가 대중의 사랑을 받게 되었으며, 스페인에서 좋은 와인이 대거 생산되기 시작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한다. 지금의 코로나 사태가 문득 떠올랐다. 포도나무의 이동이 만들어낸 대 참사는 새로운 변화, 발전을 이루어냈다. 코로나가 전세계에 끼치고 있는 이 부정적인 것들이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을까? 그런 바램 한 번 가져본다.

 

  다른 하나는 <아로마 바퀴>라는 것이다. 저자는 와인을 다룬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을 종종 인용하고 있었는데, 소장하고 있으면서 재미있게 봤던 만화라 반가웠다. 그 만화를 보고나서 우리 집에는 한참동안 와인을 마시고 나면 '아, 꽃밭이야'라는 말을 했었다. 만화 속 인물들이 와인을 한 모금 마시고 와인의 향, 맛에 대해 표현하는 방법 중에 하나였는데, 그 장면이 참 신기했었다. 어떻게 저런 향과 맛을 느끼고 저렇게 표현할 수 있지싶어서. 저자도 자신이 마신 와인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표현을 썼는데, 그 정도 경지에 이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닌듯하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데이비스캠퍼스의 앤 노블 교수는 <아로마 바퀴>라는 것을 만들어 복잡한 와인의 향기를 도식화해서 구분해 놓았다. <아로마 바퀴>를 보고나니 와인의 세계가 참으로 복잡하고도 오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도전해보고픈 마음이 들기도 했다.

 


 

 

 와인이라고하면 프랑스, 이탈리아를 떠올리지만 미국,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 스페인, 포르투칼등 다양한 지역에서도 와인의 수준은 아주 높은 위치에 있었는데, 그중에서 눈길을 끄는 것이 독일의 와인이었다. 라인강 유역 라인가우에 있는 '슐라츠 폴라즈' 와이너리에서는 청포도의 한 종류인 리슬링으로 화이트 와인을 만들었는데, 괴테는 리슬링 화이트 와인 가운데에서 '캐비닛'이라고 불리는 와인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와인 병도 일반적으로 봐왔던 병이 아니라 초록색이나 코발트 색이면서 마개도 코르크가 아닌 유리 마개를 쓰고 있었다. 고전적인 것도 좋지만 왠지 아이돌같은 느낌의 이 와인을 꼭 한 번 만나보고싶어졌다.

 

 

  저자는 정말 풍성한 내용으로 책을 가득 채웠다. 와인을 둘러싼 역사를 통해 인간의 삶의 면면들을 보았고, 포도알이 만들어 내는 와인이 단순한 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도 생각이 미쳤다. 와인에 얽힌 저자의 생생한 경험담을 들으며 '와인 한 잔의 미학'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와인 맛도 잘 모르고, 와인에 대해 깊이가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지만 다음에 와인을 마시게 된다면 이 와인 한 병이 내 앞에 오기까지 어떤 과정들을 거쳐왔는지 한 번쯤은 생각하게 될 것같다. 이 책에서 배운대로 라벨도 한 번 정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같고. 그림도 알고 보면 더 다양한 감상을 할 수 있듯이 와인에 대해서도 아는만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지 않을까? 그 경지까지 가려면 앞으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시작이 반이겠지? 저자의 와인 사랑 덕분에 와인세계로 정말 멋진 여행을 다녀왔다. 와인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와이너리 투어를 해보고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데 사진으로 본 것으로 일단은 만족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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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의 삶과 우리의 삶은 너무나 닮아있다 | 인문 2020-12-2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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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식물에게 배우는 네 글자

이선 저
궁리출판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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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리 여행을 갈 형편이 못되니 자주 아파트 산책을  했다. 매년 그 자리에 있었지만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나무들의 이름, 특성까지 알게 되었다. 새싹이 나는 것부터 시작해서 꽃이 피고, 초록의 잎들이 떨어지기까지를 눈에 담았고, 내년 봄에 다시 만나게 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추운 날씨에 꽃이 아니라 빨간 열매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는 남천나무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미소짓게 된다. 올해만큼 식물에 빠져있었던 적은 없었던 것같다.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식물들이 무슨 생각이 있고, 힘이 있겠냐싶었지만  자연에 순응해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의외로 강한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오히려 경이로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옛사람들은 그런 식물의 삶을 통해 인간사를 둘러보기도 했다는데, 저자는 식물의 삶에 우리의 삶을 중첩해보려고 궁리하던 차에 식물세상을 사자성어로 풀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한다.  서로 사랑하기, 모두 함께 살기, 끝내 살아남기, 다시 돌아보기라는 4개의 장으로 나눠 식물의 삶을 통해 인간의 삶을 돌아보고 있었다.

 

  이 책을 꼭 읽고싶다고 생각했던 것은 저자의 하동 송림에 관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하동 섬진강 모래사장, 송림은 어린 시절 추억이 많이 남아있는 익숙한 곳이었다. 하지만, 송림에서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볼 생각은 하지 못했기에 저자가 만났다는 소나무들이 만들어낸 절묘한 실루엣은 보지 못했다.

나이가 비슷한 나무들이 모여 자라다보면 수관부의 자리싸움이 치열해서 도태되는 경우가 있고, 살아남기 위해서 하늘이 열린 쪽으로 제한된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묘안을 짜내게 된다고 했다. 저자는  소나무들이 그렇게 양보하고 타협해서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을 보고  '누울 자리를 보아가며 발을 뻗는다'는 양금신족 量衾伸足 을 생각했다. 내 자리만 차지하겠다고 고집부리다보면 득보다는 실이 많지 않을까?  다른 나무들의 생장을 생각하지 않고 제멋대로 자란 나무를 '폭목'이라고 하는데, 그런 나무는 재질이 좋지 못하다고 한다. 사람의 인성도 마찬가지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 있었는데, 다른 사람을 해하는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일리는 없을 것이다.

 

 

 시간을 거슬러갈 수 있는 것은 그 어느 것도 없지만 식물만큼 자연의 흐름을 그대로 따라가는 것이 있을까? '때맞춰 내리는 비가 만물을 기르다'란 뜻의 시우지화時雨之化라는 말은 교육에 있어서도 적절한 말인듯했다. 부모가 마음이 조급해져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강요하기만 한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이다. 충분한 사랑을 줘야할 때는 사랑을 주고, 아이의 재능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함께 고민도 하고. 저자는 때가 되어야 꽃이 피고 열매가 맺는 것처럼 기다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모든 일에 '시우지화'라는 말을 떠올리면 조금은 마음의 여유가 생길듯했다.

 

 

  식물중에서 주변의 땅을 혼자 독차지하고 다른 식물을 곁에 두지 않으려는 녀석들이 있다한다.  호두나무는 잎이나 열매 껍질에서 유글론 이라는 물질을 분비해서 주변의 식물들이 자라는 것을 방해하고, 유칼립투스도 잎과 뿌리에서 유칼립톨이라는 물질을 내뿜어 다른 식물들이나 토양의 미생물 성장을 억제한다고 한다. 자기 주변의 다른 세력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을 '다른 사람의 코 고는 소리'라는 뜻의 타인한수他人?睡라고 하는데, 사람이나 동물이 아니라 식물의 세계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신기했다. 이런 식물의  인간에 관한 사자성어가 식물에게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니 생명체의 본성은 인간이든, 식물이든 그다지 다르지 않은가보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기에 때로는 곁도 내어주고, 공감하면서 어울려 살아가는 것이 필요한 법이다.

 

 

  태평양 전쟁당시 물자부족에 시달리던 일본이 소나무 송진을 긁어모아 연료로 썼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흔적이 남아있는 소나무를 본 것은 처음이었는데, 말하지 못하는 식물이라고 하지만 좋은 마음은 아니었다. 창이미추瘡痍未?란 '칼에 맞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는 뜻으로 전란의 피해가 아직 회복되지 않았음을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일본이 지난 과거를 인정하지 않고, 할만큼 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상처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안고 사시는 분들도 있다. 소나무가 저렇듯 흉터를 가지고 사는 것처럼.

 

  식물은 상처가 나면 우선 외부에서 침입하는 미생물이 퍼지지 못하도록 물이 이동하는 통로인 물관을 막거나 진액을 분비한다고 합니다. 그다음 미생물이 나무의 중심부로 침입하지 못하도록 세포가 방어막을 형성하지요. 또한 상처 부위의 형성층에서 캘러스 (callus)라고 하는 새살이 돋아나 상처 부의를 감싸게 됩니다. 이때 형성층은 상처 난 부위에 붙이는 반창고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우리 피부에서 상처 난 부위가 서서히 아물면서 상처 주변에 굳은 살이 생기는 것과 비슷한 과정이지요. 하지만 상처가 아물더라도 흉터는 남습니다.-p 233

 

 

   미국의 수목 관리 전문가인 알렉스 샤이고 박사는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살아있는 생명은 그것이 식물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대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무들 중에서 나는 소나무를 좋아한다. 그래서, 인왕산 기차바위 한복판에서 고군분투하는 '나 홀로'소나무, 도심의 가로수로 살면서 고초를 겪고 있는 소나무, 송이와 공생관계로 살아가고 있는 소나무, 김정희의 세한도에 살고있는 소나무등 소나무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는 외래종 식물을 통해 다문화 가정이 많은 현재 우리가 어떻게 해나가야하는지를 말하고, 감당할 무게만큼만 물방울을 만들게 하는 연잎의 구조를 통해 제 분수를 알아야한다는 '지족지계止足之戒'를 이야기한다.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주는 식물들을 통해 쉽게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함을, 제아무리 똑똑하다하더라도 혼자 살아갈 수있는 세상은 아니라는등 개인의 문제, 사회 문제, 국가적인 문제까지 저자가 다루는 범위가 상당히 넓었다. 사자성어 설명을 위해 들려주었던 중국 고사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만날 수 있는 이야기들은 책의 깊이를 더해주었다.

 

  식물이 살아가는 방식을 유심히 살펴보면 어찌 그리 우리의 삶과 닮았는지 놀랄 때가 많습니다. '서로 사랑하고 함께하며, 끝까지 살아남아 되돌아보는 삶'은 우리 인생사에서 매우 중요한 명제이자 과정입니다.-p 7

 

책장을 덮고나면 저자의 말의 뜻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가장 좋았던 사진이다.

 

* 한과 추는 한자를 찾아서 입력했는데도 ?로 뜬다.

  이유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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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적 영감을 주었던 정원 | 인문 2020-12-22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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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화가들의 정원

재키 베넷 저/김다은 역
샘터 | 2020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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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책을 읽다 보면 책에 있는 작품이 아니라 화가의 손길이 담겨있는 진짜를 보고싶어진다. 그 마음은 당연히 전 세계에 흩어져있는 유명한 미술관에 가고 싶은 욕심으로 이어지는데, 그 욕심은 어느 순간 미술관을 넘어 화가들이 활동했던 주 무대에 가고싶은 마음으로 커졌다. 많은 곳들 중에서 가장 가보고 싶은 곳은 바로 프랑스 지베르니였다. 모네가 아름다운 수련 연작을 그려냈던 곳.  화가들의 삶을 들여다보면 즐겨 그렸던 주제가 있는 것처럼,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많은 시간을 보냈던 곳들이 있다. 모네에게는 지베르니가 그런 장소였다. 이 책에서는 위대한 화가들이 직접 만들고 살아간 집과 작업실 정원을 다루고 있었다. 저자는  혼자 또는 가족들과 살아가며 독립적으로 작품 활동을 했던 화가들의 이야기, 다른 화가들과 가까이 지내며 교류했던 화가들 이야기로 나누어 구성했다.  직접 가보고싶은 마음은 미뤄두고 명화를 탄생시킨 비밀의 공간, 화가들의 정원 으로 여행을 떠났다.

 

  루벤스의 집에는  화가, 인쇄업자, 조각가,작가등 많은 사람들이 드나들었는데 이들과 함께 일하며 영감을 얻었다. 그런 그에게 방문객과 함께 산책을 하고 동굴과 분수를 구경하며 토론을 하기도 했던 정원은 소홀히 할 수 없는 아주 중요한 장소였다. 루벤스는 건축을 독학해서 정원을 만드는데도 실제로 참여했고, 가지고 있던 식물도감과 식물학 서적을 정원 설계에 이용하기도 했다. 저자는 정원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삶이 전제되어야한다고 했는데, 루벤스의 정원을 그린 판화등은 루벤스가 당대 최고 반열에 있었던 화가임을 말해주었다.

 

  바다 풍경화로 자주 만났던 소로야였기에  정원 이야기는 신선했다. 경제적인 여유를 가진 호아킨 소로야(1863~ 1923년) 는 1911년 마드리드 외곽에 있는 참베리에 집을 지었다. 집과 작업실, 정원을 설계하고 건축 과정을 직접 감독했다. 전통 공예품을 좋아했다는 그의 성향이 정원에도 고스란히 드러나서 전통타일을 많이 사용했다. 제 1 정원, 제 2 정원, 제 3 정원으로 나누고 각각 따로 설계하면서도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정원은 주요한 창조의 원천이 되었고, 자신의 정원을 포함해 총 140여점의 정원 그림을 그렸다. 소로야는 빛을 포착해 사실적인 효과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했다는데  정원 그림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로야 사후에 아내가 집과 정원을 정부에 기증했고, 현재는 소로야 박물관이 되어 일반인들에게 공개되고 있었다. 개인에게 영감을 주었던 정원, 그리고 집은 화가의 자취를 그대로 간직한채 후세에도 영감을 주는 소중한 유물로서 가치를 발하고 있었다.

 

 

  앙리 르 시다네르(1862~1939년) 는 생소한 이름의 화가였고 소개된 그림들 중에서도 아는 그림이 없어서 더 관심이 갔던 화가였다. 그는 베르사유 정원을 본 이후에 작품의 소재로서 정원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한다. 제르베루아의 중세 마을에 매료되어 목사관을 빌려 지내다가 매입했는데, 하얀 정원, 노란 정원, 파란 정원으로 나누어 꾸몄다.  최신 품종의 장미들로 장미정원도 만들었다. 손자가 집과 정원을 물려받아 2008년 복원사업을 시작했고, 2013년에는 '뛰어난 정원'으로 선정되었고, 정원이 있는 제르베루아도 피카디리에서 유일한 '프랑스의 아름다운 마을'로 선정되었다. 그 덕분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고, 잊혀졌던 그의 작품들도 새 생명을 얻어 세계 곳곳의 미술관에서 빛을 내고 있다. 세심하게 계획하고 애정을 쏟아 만든 정원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예술 세계를 창조해나가는 모습은 그림이나 정원 못지않게 아름다웠다. 세월은 흐르고 사람은 가고 없지만 집과 정원은 르 시다네르 삶의 순간 순간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지 않을까?

 

  살바도르 달리 (1904~ 1989년) 는 스스로 천재라 칭했다한다. 그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예술에 있어서도 , 사랑에 있어서도 거침이 없었던 사람, 무엇에든 열정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정원을 만드는 것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무엇하나 대충하는 것이 없는 달리였다.  이 외에도 자연이 인체의 움직임을 반영한다고 보았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모나리자>에 자연이 나타내는 상징들을 숨겨두었다거나, 몸이 불편했던 프리다칼로가 식물화분부터 나무에 매달려 자라는 난초까지 그리며 자신의 집과 정원을 창조적인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었다.  뜰에 있는 올리브 나무를 유독 좋아해서 그 나무를 매만지고 말을 걸기도 하며 오랜 친구처럼 그 나무 밑에 묻히고 싶다고 했다는 세잔의 이야기는 예술가에게 정원이 예술적인 영감도 물론 주지만, 얼마나 큰 정신적인 안정을 주는지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모네는 아르장퇴유,베퇴유, 지베르니를 거치면서 회화 기법의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지베르니에서는 수경정원을 만들면서 모네의 그림은 정점을 찍게 된 것이 아닐까싶다. "바라던 집과 정원을 만들어가는 바로 지금은 지베르니를 떠나기가 쉽지 않다." 는 말로써 모네가 얼마나 지베르니에 애착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여름에는 한해살이 꽃들과 여러해살이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났고 모네는 특히 작약과 양귀비를 좋아했다. 커다랗게 피는 꽃보다는 한해살이 개양귀비의 소박한 빨간 꽃을 즐겼다. 알레 상트랄 양옆의 화단에 가득한 이색적인 아편양귀비의 연하고 탁한 분홍빛도 좋아했다. 잉글랜드의 아서 폴이 1916년 재배한 덩굴장미 '폴스스칼릿'의 색에 붉은 적작약의 색을 더하고 '머메이드'등의 노란색과 흰색 장미를 한 송이씩 섞어 밝은 하이라이트를 주었다. 모네는 에든버러의 농원을 통해 야생종 장미 컬렉션을 갖추어 놓기도 했다.-p 210

 

 

 정원이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원하는 정원의 모습을 그리고, 색의 조화도 적절히 생각해서 배치하고, 좋은 꽃을 얻기 위해 투자를 하는 모습등. 모네만의 모습이 아니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정원을 즐기고 영감을 얻어 작품으로 탄생시키는 과정들을 봄으로써 예술가들의 창작열에 대해서도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모네의 정원에는 르느와르와 같은 인상파 화가들이 와서 같이 그림을 그리곤 했었는데, 이렇듯 마음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서 공동체를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1880년대부터 1920년대까지 덴마크 바닷가마을 스카겐은 스칸디나비아 예술가들의 만남의 장소가 되었다. 스카겐 화가들이라고 불리는 안나 앙케, P.S 크뢰이어, 라우리츠 록센등이 넓은 농가와 정원을 빌려 꾸미고 정원의 모습들과 풍경들을 그렸다. 플로렌스 그리스올드의 뉴잉글랜드 저택과 6헥타으르의 대지에 과수원, 목초지, 가축들을 관리하며 농장을 운영했다. 노련한 정원사이기도 했던 그녀는 정원을 풍성하게 만들었고, 프랑스 바르비종과 같은 화가 마을을 미국에 만들어보려는 화가들이 모여들었다. 가브리엘레 문터와 바실리 칸딘스키가 함께 했던 독을 무르나우의 정원을 만나볼 수 있었다. 무르나우는 20세기 독일 표현주의의 중심이었다. 표현주의 화가들의 정원 그림은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식물들의 모습과는 달랐다. 블룸즈베리 그룹의 핵심인물이었던 레너드 울프(버지니아 울프의 남편) 가 버지니아의 언니 버네서 벨에게 찰스턴으로 올 것을 권한 것이 계기가 되어 찰스턴에 블룸즈베리 그룹의 예술가들이 모이게 되었다. 찰스턴 재단이 설립되어 찰스턴을 매입했고, 1950년대 찰스턴하우스가 가장 찬라했던 시기를 간직한 작품들을 참고하여 복원되었다. 이 외에도 커쿠브리의 예술가들과 미술공예운동의 대표주자인 윌리엄모리스와 캘럼스콧 저택을 만났다.

 

   

 

  17세기 후반부터 영국 귀족들사이에서  유행했던 그랜드 투어 당시로마에서 활동한  클로드 로랭의 풍경화를 모델로 해서 영국 정원 양식이 발달했다고 한다. 이처럼 미술 작품이 정원의 모습에 영향을 끼치기도 했고, 역으로 정원에서 영감을 받은 화가들은 그들만의 작품을 만들어내었다. 정원이 화가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쳤는가를 알 수 있는 경험을 하기에 좋았는데, 더 좋았던 것은 화보가 많다는 것이었다. 정원의 도면, 복원된 현재의 모습이 담긴 사진,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정원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  화려한 꽃들, 푸르른 나무들은 내가 정원 속에 들어와있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정원의 모습을 담는 그 순간 화가들은 얼마나 행복했을까?  '예술가들의 집'에 관한 책을 읽은 적이 있다.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과 더불어 정원은 예술가들에게 행복감, 아름다움등  긍정적인 요소들을 전할 수 밖에 없었을터인데, 화가들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던 아름다운 정원들과 그곳에서 탄생한 작품들을 만나는 것으로 읽는내내 행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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