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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뒤피 | 미술 2023-08-28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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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

이소영 저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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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에 관한 책을 읽다보면 고흐, 모네, 클림트, 피카소등 자주 등장하는 단골 예술가들이 있다. 그리고, 그 외 예술가들이 언급되는데, 라울 뒤피(1877~1953)도 그런 주변 예술가에 속했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그러다보니 대표작 정도 외에는 그의 삶이라든지 작품 세계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참에 책의 출간 소식을 듣고 반가웠다. 역시, 이소영 작가. 작가는 국내에 잘 알려져있지 않은 화가들에 대한 책을 많이 써왔다. 76세에 그림을 시작해 인생에서 너무 늦은 것은 없다라는 가르침을 주신 모지스 할머니, 가족의 행복한 생활을 가득 담은 그림을 그렸던 칼 라르손, 그리고 <서랍에서 꺼낸 미술관> 에서는 여느 미술책에서 만날 수 없었던 많은 생소한 화가들을 만나게 해주었다. 그런 작가가 이번에 <이것은 라울 뒤피에 관한 이야기>라는 명쾌한 제목의 책으로 라울 뒤피 이야기를 가지고 왔다. 

 

라울 뒤피라고 하면 파란 바다 풍경, 파란 바다에 떠있는 수 많은 요트들, 그리고 [전기 요정]이라는 작품 정도만 떠오른다. 의외로 다양한 주제의 그림을 그렸고, 다양한 시도를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의 영향을 골고루 받았는데 작품 속에서 그런 흔적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특정한 화파로 안주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펼쳐나간 화가였다. 고향인 센강 하구에 위치한 항구 도시 르아브르에 대한 열정은 대단했고, 르아브르를 비롯한 생트 아드레스등 해수욕장이 있는 작은 도시들을 다수 그렸다. 요트 경기를 의미하는 '레가타'를 주제로도 많은 그림을 그렸다. 유채뿐만 아니라 수채화를 좋아해서 투명 수채화와 불투명 수채화인 구아슈 작품도 많이 남겼는데, 구아슈의 특성상 연필 스케치가 그대고 다 비쳐서 투명하고 활기찬 바다를 표현하는데 있어서 적합하다고 했다.  바다 풍경이 그에게 얼마나 중요한 부분이었는지를 알 수 있는 문장이 아닐까?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곳, 또는 눈부신 물결의 움직임을 조금도 느낄 수 없는 곳에서 산다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호수 정도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다."

 

 

라울 뒤피가 교류했던 사람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베르트 웨일이라는 여성 갤러리스트였다. 뒤피의 작품을 최초로 구매하고 소개했고, 100명 이상의 화가들의 전시를 열었는데, 그 중 뒤피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미술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베르트 웨일은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에 대해서 알고싶어졌다. 또 한 사람은 프랑스 디자이너 폴 푸아레였는데, 화가였던 뒤피에게 옷감과 벽지 디자인을 제안했다. 뒤피의 디자인으로 푸아레가 만든 의상도 있고, 푸아레의 디자인을 연필과 잉크, 수채및 구아슈로 많이 그렸다. 도예가 아르티가스와의 협업으로 도자기 작품 시리즈도 제작했고, 아폴리네르의 책 삽화 작업. 태피스트리 작업, 가구 디자인까지. 그 외에도 뒤피가 회화뿐 아니라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사람들이 다수 있었다. 라울 뒤피가 이렇게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따. 완전 새로운 발견이었다.

 

라울 뒤피의 자화상을 본 적이 없었는데, 시기별로 그려진 자화상으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아내 에밀리엔과 아내와의 별거 후 여생의 동반자였던 베르트의 초상화와 함께 그녀들과의 관계도 들여다볼 수 있었는데, 그의 사생활은 복잡하지 않고, 좋은 의미로 간결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회화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세 가지를 언급했는데, 첫째는 대담하지만 무겁지 않으면서 투명하게 겹쳐지는 붓질로 저자가 뒤피 작품에 가장 매력으로 느낀 부분이 이 겹침의 미학이라고 했다. 설명을 따라 자세하게 들여다봤는데 전문가가 아니라 자세히는 알 수 없었지만 뭔가 어수선한듯하면서도 경쾌함이 살아있는듯해서 기분 좋아지는 그림들이었다. 두 번째는 춤을 추는 듯한 서예 스타일의 드로잉, 세 번째는 색면과 선의 분리라고 했다. 경쾌하면서도 진지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뒤피의 작품이다라고 하는 말에서 그림에서 느낀 내 감상이 틀리지 않았구나싶었다. 뒤피의 회화에서는 파란색을 빼놓을 수 없을 것같다. 짙은 파랑, 옅은 하늘 색을 닮은 파랑등 그의 그림은 파랑이 가득하다. 그래서, 훨씬 생동감이 느껴지는 지도 모르겠다. 

 

" '파랑, 강렬하고 열정적인,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영원한 청색'. 나열한 모든 이미지 중, 아마도 파란색은 라울 뒤피와 거의 동의어일것입니다." - jan. 랭커스터, [라울 뒤피],1983, 5p- p 108 

 

당시 사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경마장을 그린 그림들, 누드가 중심이 되지 않고 풍경이 되는 방식으로 그렸다는 누드화와 아틀리에 시리즈, 유년기에 나를 키운 것은 음악과 바다였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음악을 사랑해서 음악 시리즈 연작들. 회화 부분의 주제도 내가 알고 있던 것은 새 발의 피였다. 이렇게 생동감 있고, 예쁜 그림들을 그렸다니. 대표작으로 알고 있었던 [전기 요정]은 1937년 파리 전력 공급 회사의 요청으로 만국 박람회의 뤼미에르 파빌리온 벽면을 장식하는 그림으로 곡선의 벽에 250개의 패널로 채워져있고, 높이는 10m, 길이는 60m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유화'라고 한다. 말년에 그린 <검은 화물선>시리즈는 기존의 뒤피의 그림들과는 다른 분위기라서 의외였다. 뒤피에 대해서 알고 있는 몇 점의 그림만으로 왠지 밝은 그림들만 그렸을거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나보다. 

 

 

유명한 화가에 비해 비교적 저평가된 예술가들을 세상에 더 알리고 싶어하는 습관을 가진 저자 덕분에 라울 뒤피를 만날 수 있었다. 정말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그의 다양한 작품 세계를 만난 것도 좋았지만, 이제야 라울 뒤피라는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 것같다. 좋아하는 것에는 최대한 열정을 쏟아부었고,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에도 망설임이 없었던 예술가라고 말하고싶다. 미술책을 읽다가 잠시 만났던 라울 뒤피가 어떤 예술가였는지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많은 궁금증을 풀 수 있을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나도 저자처럼 뒤피의 이 문장을 오랫동안 곱씹을 것같다. "삶은 나에게 미소짓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언제나 삶에 미소지었다", " 내 눈은 추한 것은 지우게 되어 있다" 뒤피가 세상을 어떤 눈으로 봐라봤을 지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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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명의 예술가들과 함께 | 미술 2023-08-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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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호퍼의 빛과 바흐의 사막

김희경 저
한경arte | 2023년 0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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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 [브람스의 밤과 고흐의 별]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출간 소식을 듣고 주저없이 읽게 되었다. 전작을 읽었음에도 구성 방식은 잊은채 화가들의 작품과 음악을 연결시켜두었을 거라고 착각했다. 17명의 음악가, 22명의 미술가, 총 39명 예술가들의 삶과 작품 세계를 들려주는데, 그들 사이에 연관성은 없고 독자적인 글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미술이나 클래식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많이 접한 예술가들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만나는 것은 언제나 설렌다. 내가 모르고 있던 새로운 사실,새로운 관점등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몇 년 전 자코메티 전시회에서 <걸어가는 사람>을 보면서 위태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부러지지 않을까?  자코메티의 그러한 작품은 '인간의 실존은 연약한 것이며, 죽음에 의해 언제든 중단될 수 있다'라는 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사상이 표현된 것이라고 한다. 삶이라는 것이 불안하게 느껴진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나는 걷는다. 그렇다.나는 걸어야만 한다'라는 자코메티의 말을 들으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미래를 알 수 없어 불안한 삶이지만 우린 멈출 수 없다는 것, 그의 작품은 그 말을 하고 싶었던 것 아닐까? 그렇게 생각하니 작품이 위태롭게 보이기보다는 앞으로 나아가는 당당함으로 보였고, 저자의 바램대로 자코메티의 말은 작은 위로로 다가왔다. 

<자코메티,가리키는 남자,1947,뉴욕 현대미술관>

 

바흐가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익히 알고 있었고 유명한 곡들도 많지만, 그다지 그의 곡을 들어보고 싶다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라고 알려져 있다는 글렌굴드가 '아무도 없는 사막에서 여생을 보내야 하는데 단 한 작곡가만의 음악을 듣거나 연주해야 한다면 , 틀림없이 바흐를 선택하겠다. '고 했다는 말을 들으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 바흐의 음악이 너무 너무 궁금해졌다. 브람스는 '바흐를 공부하라.거기서 모든 것을 찾을 수 있다.'라고 했고, '평균율', '대위법'과 같은 바흐에 의해 발전된 기교들에 대한 이야기는 음악에 문외한인 나조차도 왜 바흐가 음악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제목만 알고 있던 <무반주 첼로 모음곡>,<G 선상의 아리아>,<골드베르크 변주곡>를 들으면서 바흐에 대해 좀 더 알아가보고싶다.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의 작곡가인 로시니는 어릴 때부터 게으르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이른 성공으로 빨리 은퇴하고 음식을 좋아해서 직접 요리를 배워 요리책까지 썼다고 했다. 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시대의 흐름과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할 줄 알았기때문이라고 했다. 시대를 읽어내는 것이 성공으로 다가가는 지름길임은 현대도 마찬가지 아닐까? 

 

토마스 만의 [베네치아에서 죽다]를 읽으려는 시점에 구스타프 말러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구스타프 말러의 <교향곡 5번4악장 아다지에토>가 영화 [베니스에서의 죽음](1971)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사용되었다고 했다.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책을 읽은 후 들은 곡은 책의 분위기에 너무 잘 어울렸다. 아내의 불륜으로 고통 받았던 말러의 마음이 느껴기도 했고,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 어려운 사랑. 

 

말러는 인간의 다채로운 감정과 사랑, 죽음, 자연까지 여러 주제를 교향곡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교향곡 안의 개별 악장에도 일종의 소우주를 담아냈던 것 같습니다. <교향곡 5번 4악장>엔 사랑이라는 하나의 단어에 담긴 복합적인 감정을 파노라마처럼 펼쳐 보였죠.-P 292

 

레너드 번스타인은 지휘자로서만 알고 있었는데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작곡자임을, 장 미셸 바스키아와 앤디워홀이 돈독한 사이였음을,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은 난해했지만 소꿉친구와 결혼해 평범하고 소박한 삶을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주 접하는 예술가들이지만 새로운 발견으로 인해 즐거운 시간이었다. 39명의 예술가를 다루다보니 깊이있게 들여다볼 수 없는 것이 단점일 수도 있지만, 평소에 관심은 가는데 막상 접근하려니 어렵게 느껴졌던 독자에게는 좋은 입문서가 될듯했다. 예술가들의 삶을 볼때면 항상 드는 생각이 있다. 무언가를 이루어 낸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 그렇게 이루어 낸 것이기에 오랫동안 사람들의 마음 속에 남게 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맘에 들어오는 것은 또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그것이 예술의 힘이 아닐까싶다. 

 

<마그리트, 인간의 아들, 1964, 개인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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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호퍼 앞으로 | 미술 2023-07-05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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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에드워드 호퍼

세르지오 로씨 글/조반니 스카르두엘리 그림/이민 역
이유출판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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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의 개입 없이 에드워드 호퍼와 아내 조의 대화로만 전개되었다. 두 사람의 관계가 좋지 않았다고 알고 있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많았던 것이 부부이다보니 호퍼를 이야기하기에 가장 좋은 방식이 아니었나싶기도 했다. 에드워드 호퍼는 조용한 성격. 조는 활발하고 대범한 성격이라고 했는데, 대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어떻게 화가가 되었는지부터 이야기는 시작되었다. 잡지에 호퍼의 그림이 실리면서 부모님이 삽화 그리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겠다 생각하고 뉴욕에 있는 일러스트 학교에 등록을 해주었다. 상업적 일러스트만 가르치는 곳이어서 뉴욕 미술 학교로 옮기게 되었고, 그것이 일생의 친구와 스승을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당시엔 체이스 미술학교로 불리던 뉴욕 미술학교로 옮기게 됐는데, 여기서 모든 게 바뀌고 말았지.-p 23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는 것, 누구에게나 있는 행운을 아니지 않을까? 호퍼와 영향을 주고 받았던 많은 이들의 이름이 열거되었다. 평생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교사 로버트 헨리의 부추김으로 프랑스로 떠나게 되었고, 파리에서 그림 스타일을 바꾸게 되었다고 했다. 파리에 대한 호퍼의 인상, 당대 화가들에 대한 평가를 통해 호퍼가 추구하는 그림 스타일에 대해 엿볼 수 있었다. 

 

난 세잔 작품이 좋은 줄 모르겠더군. 뭔가 내용이 없는 작품이랄까······얄팍한 느낌을 주더군-p47

난 알베르 마르케처럼 시류를 타지 않는 작가를 좋아했지.···펠릭스 발로통이나···월터 시커트 같은 작가들.-p49

모르는 이름이 튀어나올때 찾아보게 되는 것은 인지상정. 그것도 하나의 큰 재미다. 귀스타브 쿠르베의 작품을 인상 깊게 봤다는 것, 큐비즘을 싫어했다는 것, 사진에 관심을 가졌다는 것등. 유럽에 있으면서 암스테르담, 베를린, 마드리드등 여러도시를 다녔는데, 뉴욕에 돌아왔을때 호퍼의 감상은  '내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보니 모든 게 아주 거칠어 보이더군' 이었다. 이때 부터였을까? 고독이란 프레임에 둘러싸인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이. (사실, 호퍼 전시회를 다녀와서 고독, 현대인의 외로움이라는 말로 호퍼의 작품을 단정지을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호퍼의 대표작 [밤을 새우는 사람]은 아주 잠깐 등장을 했지만, [푸른 저녁]에 대해서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있었다. [푸른 저녁]은 호퍼가 좋아한 랭보의 시에서 따왔고, 자신이 파리 시절에 느낀 보헤미안적 감성, 즉 유혹과 혐오 사이 사이에서 방황하던 자신의 경험을 드러내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혹평을 받았고 치워버렸다는데,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 관장을 지낸 로이드 곳리치에 의해서 호퍼 사망 후 발견되었다고 한다.  지난 5월 호퍼 전시회에서 이 그림을 봤을 때 삐에로 복장을 한 광대의 모습에서 웃음을 파는 자의 쓸쓸함을 보았었다. 비평가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그 너머를 보는 것인지, 판에 박힌 틀에 그림을 맞추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내와의 관계는 썩 좋지 않았다고 하는데, 조는 호퍼의 가장 좋은 모델이었으며, 그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처리해주는 든든한 조력자임에는 틀림없었던 것같다. 조를 모델로 그림을 그리는 반복적인 모습과 함께 호퍼가 그리고 싶었던 작품 세계에 대한 이야기했다.  호퍼의 일러스트, 에칭도 아주 인상적이었는데, 그에 대한 것도 잠시 언급되고 있었다. 호퍼의 작품을 이야기할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현대인들의 고독이었다. 이 책에서 특이하게 느껴졌던 점은 그런 이야기도, 그런 작품들도 그다지 다루고 있지 않다는 거였다. 오히려 그런 점이 좋았다. 하나의 프레임에 호퍼를 가두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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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그림의 아름다움 | 미술 2023-07-03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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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의 명화,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 향을 담다 (청록)

서은경 글,그림
북멘토 | 2023년 0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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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다녔던 전시회를 떠올려보니 대부분이 서양미술 전시회였다. 항상 볼 수 있는 전시가 아니기에 전시회 소식이 들려오면 달려갔는데, 그에 비해 우리 미술을 접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근현대 미술은 여행 갔다가 들른 미술관에서 만나는 정도였고, 조선 미술을 만난 것은 몇 년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간송 미술관 소장품 전시회를 본 것이 처음이 아니었을까싶다. 조선 미술이라고 하면 교과서에서 보는 것이 당연하고, 공부용으로만 생각되어지는 경향이 있었다. 실제로 만난 작품들은 시선을 사로잡았다. 더 많이 알고싶은 마음으로 이어졌고 당연히 이러한 책의 출간소식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2011년에 출간되어 이듬해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았던 책은, 새옷으로 갈아 입고 새 이름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만화로 어떻게 조선 미술에 관한 얘기를 들려줄까? 그림에 대한 설명을 하는 책이라면 오히려 쉬울 수도 있겠지만 만화로 풀어내는 것은 더 많은 품이 들듯했다. 그림작가 차주봉, 동네 친한 동생 묘묘등 5명의 등장인물은 작품 이야기를 끌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안견의 <몽유도원도>와 같이 익숙한 작품도 있었지만, 강희언의 <사인휘호>, 전기의 <귀거래도>처럼 처음 만나는 작품도 있었는데, 그런 만남이 있어 더욱 읽는 재미가 났다.

 

부제인 '붉은 치마폭에 짙은 매화향을 담다'는 정약용이 강진 유배시절 아내가 보낸 붉은 치마폭에 그린 <매화병제도>라는 그림에서 나왔다. 딸의 혼사를 보지 못한 미안함과 행복한 결혼 생활을 축복하는 마음을 담은 그림이었다. 매화 가지에 앉아있는 다정한 새 한 쌍은 백년해로를 약속한 부부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다섯 등장인물이 쏙 빠지고, 정약용,딸, 사위가 만화의 주인공이 되어 만들어간 이야기는 긴 여운으로 남았다.

 

 

채집숙제를 하러 나간 꼬경(11세)은 한 선비를 만났다. 선비가 보여준 책에는 아름다운 그림들이 가득했다. 선비는 <화접도>를 그린 남계우였다. 죽은 여동생이 나비가 되어 찾아올거라고 했다는 말 때문에 나비를 좋아하게 된 이야기도 들려주고,  실제로 나비그림을 그리는 방법들을 알려주었다. 저자의 상상이 덧붙여진 이야기에 빠져들다보면 어느새 아름다운 <화접도>를 만나게 된다. 그림에 적힌 제발로 동북아시아의 나비 관련 기록들을 섭렵하고 있었던 것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전문가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었고, 나비 그림을 잘 그려 '남나비'라고 불렸다는 남계우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사군자로서 대나무를 그린 그림은 많이 보았지만 탄은 이정의 <묵죽도> 에서 특별한 부분을 알게 되었다. '바탕에 흐릿한 줄기와 잎을 먼저 그려 공간감을 준 부분이 그림자처럼 보이기도 해 수묵의 농도 변화로 묵죽화의 새로운 경지를 느끼게 한다' 는 문장을 보고 그림을 보니 흐릿한 대나무가 보였다. 풍죽, 설죽, 우죽등 계절의 변화에 따른 다양한 대나무를 그렸다고 하니 그들도 만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대나무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대나무 닮은 개운죽을 주봉에게 선물하는 묘묘의 모습은 <묵죽도>를 볼때면 떠올릴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이 될듯하다. 

 

 

묘묘가 첫사랑 소녀 미양과 함께 무릉도원을 찾아가는 것으로 안견의 <몽유도원기>를 만났다. 그들의 여행 덕분에 <몽유도원도>속 장면을 눈 앞에 쫙 펼쳐지는듯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렇듯, 고정된 방식이 아닌 다양한 형태로 우리를 작품 앞으로 다가가게 했다. [주봉이와 묘묘의 산수 인물화 이야기]에는 화가, 그림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두었다. 보는 것으로만 그쳤던 작품에 대해 지식을 쌓을 수 있고,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  아는 것만큼 보인다는 말이 식상할 법도 하지만, 인정해야할 듯하다. 책에서 만난 작품들에 깊이가 생긴듯한 자신감이 생기는 걸 보면. 유머도 있고, 감동도 있는 스토리텔링도 좋았지만 당연히 만화이다보니 만화 디테일에도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다. 작품 속에 있는 장면들을 그대로 살려 수묵으로 그린 그림들은 한 편의 수묵화인듯, 책 전체에서 묵향이 그대로 전해져오는듯했다. 많은 작품을 만날 수는 없어서 아쉬웠는데, 시리즈로 출간해주실 수는 없을까? 

 

 

아이들이 어렸을때 학습만화를 같이 읽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이 책도 아이들에게 읽히기에 좋은 책인듯했다. 글줄로 우리 그림에 다가가기에는 아이들은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시각적으로 다가가는 것은 아무래도 편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물론, 우리 미술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던 성인들에게도.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고 박물관을 찾고, 우리 그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면 정말 좋을 것같다. 책에서 다루는 작품들은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간송미술관 작품들이 다수였다. 실제로 만났을 때의 감동을 알면서도 아직 두 곳 모두 가보지 못했는데, 이 감동이 사라지기 전에 다녀오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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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을 전할 때 더 아름다운 미술 | 미술 2023-07-01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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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술관에서 만난 범죄 이야기

이미경 저
드루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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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알고 나면 완전히 다른 시선으로 그림이 보여지는 경험들이 적지 않은 것같다. 미술 감상이라고 하면 대개는 아름다움을 떠올리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인간의 삶을 담는 것이 예술이기에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에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니까. 저자는 미술 속 범죄를 통해 가해자, 피해자, 피해내용을 살피고, 이로써 일방적인 관람 시점이 아니라 배제되어왔던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밝히고 있었다. 사기, 성매매, 성폭행, 납치, 살인등 듣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데, 어떤 작품에서 어떤 이야기들을 만나게 될지 궁금해졌다. 

 

18세기 영국 풍자 화가 윌리엄 호가스의 <유행에 따른 결혼 풍속>은 미술책에 자주 등장하는 그림이다. 사기 결혼, 정략 결혼의 폐해를 드러낸 6점으로 이루어진 연작이다. 사기와 불륜, 배반 , 살인, 교수형, 자살등 범죄 종합 세트로 막장 드라마를 방불케하는 그림 이야기는 너무나 흥미진진했다. 다른 책에서는 이렇게 자세하게 들을 수는 없었다. 결코 아름답지 않은 내용일지라도 인간으로서 도리를 지키며 살아야함을 알려주는 이런 그림은 또 다른 감동으로 다가왔다. 

 

 

윌리엄 터너의 <노예선>이 담고 있는 사실과 역사적으로 끼친 영향에 대해 알게 되었다.1781년 노예선 종(Zong) 호는 질병이 아니라 바다에 빠져 사망하게 되면 보험금 수령이 가능한 것을 알고 노예들을 바다로 던져버렸다. 하지만, 보험사는 사라진 항해일지를 문제 삼아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재판을 하게 되었다. 재판 결과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고의적인 화물 파손이므로 보험금을 지불할 의무가 없고, 화물로 기재됨으로써 살인죄도 물을 수 없었다 한다. 터너는 이후에 종 호 학살 사건에 관한 정보를 얻어 <노예선>을 그렸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노을이 붉게 타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너무나 끔찍한 장면을 담고 있었다. <노예선>은 노예 제도 폐지 운동을 수면 위로 올리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림이 단순히 보고 즐기는 용도가 아니라 인간의 삶에 있어서도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드가의 발레 그림을 처음 봤을 때, 발레리나의 모습에 아름답다라는 생각만을 했었다. 하지만, 알고보니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발레리나를 바라보는 시선, 그녀들의 사회적 지위를 알게 되었을 때는 충격이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불필요한 남성들의 목적은 발레리나 중에서 한 사람을 선택해 욕망을 채우려하는 것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드가의 발레 그림이 더이상은 아름답게 보이지 않는다.

작품 속 발레리나들이 검은색 초크를 두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이미 소녀를 후원하는 귀족 남성이 있다는 뜻이다. 실크 모자를 쓴 남성은 검은색 초크를 하지 않은 발레리나 가운데 마음에 드는 소녀 하나를  골라 값을 치르고 자신의 거처로 데려갈 것이다. 공개적으로 성 매수를 하는 것이다. 발레리나 목에 두른 검은 색 초크는 소녀들의 인생을 옭아맨 올가미였다. -p92

 

 

신화 속 스토킹 범죄의 대상이었던 갈라테이아와 폴리페무스를 그린 그림을 만났다. 폴리페무스는 님프인 갈라테이아를 짝사랑 했다. 끊임없이 고백하고, 주위를 맴돌고 심지어 갈라테이아의 애인인 아키스를 죽여버렸다. 어이없게도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딩이었다. 고대인들 감성에서 한 여자를 향한 폴리페무스의 지고지순한 순정이 높은 점수를 얻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말도 안되는. 현대 사회에서 스토킹은 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생각도 하기 싫을 정도로 두려운 일이다. 스토킹은 엄연한 범죄. 그것을 미화시키는 일은 없어야할 것이다. 구스타프 모로의 <갈라테이아>는 폴리페무스가 음산한 곳에 갈라테이아를 가두고 관찰하는 모습을 그려 사랑을 거부당한 폴리페무스의 짝사랑 이야기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는데, 폴리페무스의 시선을 피하고 싶어지는 그림이다. 

 

 

지금껏 알지 못했던 불편한 진실들을 만났다. 범죄를 주제로 그림을 보니 평소와는 다른 모습들이 눈에 들어왔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시선의 차이, 문제가 수면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해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등. 예술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광범위했다. 범죄를 다룬 그림들에 관한 글이어서였을까? 이 문장이 기억에 남는다. 

 

미술은 아름다움만을 전하지 않는다. 오히려 진실을 전할 때 더 아름다운 법이다.-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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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정원에서 모네를 만났다 | 미술 2023-06-2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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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지베르니 모네의 정원

박미나 저
시원북스 | 2023년 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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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의 그림들을 만나면서 지베르니에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곳으로 가는 여행상품이 있는지 알아보기도 했었는데, 아직까지 꿈으로만 남아있다. 모네의 수련 그림이 탄생한 곳,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은 철저하게 모네의 계획하에 만들어졌다. 

 

지베르니 정원에는 꽃 달력이 있다. 모네는 자신의 정원을 일 년 내내 시들지 않는 아름다음으로 채우기 위해 꽃마다 피고 지는 시기를 철저히 계산해 생기가 가득하도록 정원을 꾸몄다. 이것은 단순히 계절별로 꽃들을 구분한 수준이 아니었다. 모네는 꽃을 피우는 시기를 조절하기 위해 같은 꽃도 시간차를 두고 심는가 하면 , 하루 중 아침에 일찍 꽃을 피우는 수종과 해가 진 후에도 진한 색감을 자랑하는 수종등 시간에 따른 꽃의 아름다움까지 고려해 지베르니를 가꿨다. -p9

 

모네의 그림과 예술 철학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화가로서 프랑스를 찾아 그의 작품들을 감상하고 지베르니에 다녀와 책 속의 그림들을 완성했다고 한다. 꽃, 식물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는 수채화 작가로 '미나뜨'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빨간 머리 앤의 정원>을 썼다. <빨간 머리 앤의 정원>은 소설 속 대사들과 소설 속 꽃으로 이루어져 있다면, 이 책은 모네의 꽃 달력을 토대로 정원에서 볼 수 있는 식물 중 총 80개의 꽃과 나무를 그린 수채화와 모네와 지인들의 어록을 담고있었다. 다양한 꽃을 예쁜 그림으로 만나는 것은 당연히 즐거운 일이었고, 인용한 글들을 통해 모네의 인생관, 예술관등과 지인들이 모네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 지를 알 수 있어 좋았다. 

 

모네가 카유보트에게 -친구여, 약속한 대로 월요일에 오는 것을 잊지 말게. 붖꽃이 활짝 피었는데 그 후로는 질 것 같네. - p 52

예쁜 꽃을 꼭 보여주고 싶은 화가가 아닌 정원사로서의 모네를 보는 듯했다. 

 

마르셀 프루스트- 모네의 정원은 꽃으로 가득한 오래된 정원이라기보다는 색을 사랑하는 화가의 정원이다. 여러 가지 꽃이 함께 있지만 자연적으로 난 것이 아니고 같은 시기에 만개하여 서로 어울리는 톤과 색으로 조화를 이루어 파란색과 분홍색의 무한에 가까운 다채로움을 표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p118

지인들도 모네를 전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수련을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내가 수련을 심었던 것은 기르는 재미 때문이었지,그림을 그릴 생각은 하지도 않았다. -p 92

수련에 대한 모네의 생각은 의외였다.수련을 위한 '오랑주리 미술관'이 있을만큼 수련에 대해 진심이었다고 생각했는데. 기르는 재미로 심었던 수련이었다니. 수련을 이해한 이후에는 빠져들게 되었던걸까? 

 

사람들은 그림에 대해 논쟁을 하고 그림을 이해한 듯 보이려고 하지만, 사실 필요한 건 그림에 대한 '사랑 '뿐이다.-p 108

이 말을 들으니 그림에 대해 진지한 감상과 비평을 말할 수 없는 나에게 면죄부가 생긴것같았다. 

 

색채는 끊임없는 걱정거리처럼 나를 쫓아다닌다. 잠을 잘 때도 걱정이 될 정도다.-p 164

색채에 이렇게 진심이었기에 다채로운 색으로 가득한 이 정원이 얼마나 그에게 많은 영감을  주었을 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같다.

 

모네를 지베르니 정원과 뗄래야 뗄 수가 없을 것같다. 화가에게 영감을 주는 존재는 많겠지만, 지베르니 정원이 없었다면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모네의 반쪽만 존재하지 않았을까? 저자의 아름다운 수채화와 직접 다녀온 지베르니 풍경사진을 통해 모네에게 영감을 주었던 정원 여행을 멋지게 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어떤 주제로 멋진 그림들과 만나게 될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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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자기로 꼭꼭 싸두고 싶은 그림 이야기 | 미술 2023-06-1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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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술-보자기

도광환 저
자연경실 | 202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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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 보자기'라는 제목이 생뚱맞았는데 '미술을 보는 일로 자신을 기억하는 힘'을 갖추고 싶다는 저자의 바램이 담겨있는거였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벽화 <최후의 만찬>을 보고 '영혼의 떨림' 에 가까운 감동을 얻은 이후, 미술 서적은 물론 미학, 문학, 역사,철학, 음악등의 책들을 꾸준히 탐독했다고 한다. SNS에 이틀에 한 편씩 올리던 미술 감상문이 책이 되어 나왔다. 저자의 아래 글은 그림을 대하는 내 마음자세에 변화를 주는 계기가 될듯하다. 아니, 그림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삶의 자세에 있어서도 '나'를 소중히 대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림이나 조각이 좋아서 자꾸 보는 사람일뿐이다. 다만 항상 작품을 보는 '나'를 중시하려고 한다, 세상의 중심은 '나'다. '나'가 없는 세상은 존재할 수 없다. 이는 개인주의나 이기적인 사고방식과는 다르다. 취미든 일이든 '나'를 존중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허무하다. 화가들이 자화상을 그린 이유도 비슷하다. '나'를 앞세워야 성찰이 가능하고, 존중할 수 있다. 세상의 시작은 '나'다. 그런 사유가 굳건하면 나를 넘어 타인도 '상상'할 수 있다. P8~9

 

좋았던 점을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같다. 작품이 참 많다고 생각했는데 도판 목록을 보니 220점이었다. 워낙 도판이 많아서인지 새로이 만나는 화가들도 많았는데, 그것이 첫 번째로 좋은 점이었다. 보물을 발견한듯 기분 좋아졌던 그림들이 많았는데, 토마스 폴락 안슈츠의 <글 쓰는 여인>이 시선을 끌었다. 읽는 장면을 그린 그림은 드물지 않지만 , 이처럼 쓰는 행위, 그것도 쓰는 일에서 오랫동안, 배제된 ,'여성이 쓰는 모습'을 그린 그림은 매우 희귀하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이 그림이 더 귀하게 느껴졌다. 제인 오스틴은 가족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원고를 숨겨가며 썼고, 조지 엘리엇은 본명 대신 남자 이름을 필명으로 썼다고 했다. 책을 읽는 것조차도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하니, 미술사에서도 쓰는 모습을 그린 그림을 찾기 어려운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약간 어두컴컴하고 주변은 정리가 되어있지 않아 어수선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것들은 아무것도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다.독서 삼매경이 아니라 글쓰기 삼매경에 빠져있는 듯한 모습은 나도 뭔가를 써야할 것 같은 맘이 들게한다.

독일 화가 레세르 우리의 그림을 보는 순간 '아, 좋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서 검색해봤는데 <밤의 빛>과 비슷한 비가 오는 밤풍경을 그린 그림들이 많이 보였다. '밤의 화가' 레세르의 그림은 자주 찾아보게 될듯하다. 

밤과 비는 어둠 속에 흐느적거리는 빛을 민끽하는 미감이 됐다. 밤이 앞장서고 비가 밀며 캔버스를 흥건히 적셨다.그래서 레세르의 다른 이름은 '밤의 화가'다. -p252

 

 

<눈과 피의 나라 러시아 미술-이주헌>을 읽고 러시아 그림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생각보다 러시아 미술을 만날 기회는 많지 않았다. 러시아 화가들 소개가 많았던 것, 서양 미술의 비중이 높았지만, 우리 그림들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도 좋았다. 평소 만나지 못했던 그림을 만나는 순간순간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른다. 

 

 

두 번째는 그림 감상을 함에 있어 문학, 음악, 신화등과 연계해서 들려주는 부분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미술 에세이에서 당연히 볼 수 있는 것들이지만, 문학 작품 속 문장들을 인용해주는 부분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터너의 그림 <눈보라 속의 증기선>을 감상하면서 <모비딕>을, 클로드 모네의 <바람에 흔들리는 포플러>를 볼 때는 김수영의 시, <풀>을. 또는 프리드리히의 <바다 위의 월출>은 베토벤의 <월광>, 드뷔시의 <달빛>으로 이어졌다. 화가의 삶, 시대적인 배경과 역사, 색채와 형태등 전문적인 이야기를 듣는 것도 좋았지만, 자신의 감상이 그대로 드러나는 이런 부분들이 더 흥미로웠다. 공감각적으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해야할까?

 

 

많은 작품을 다루다보니 작품 하나하나를 깊이있게 다루지는 못하고 있었다. 아쉽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것이 훨씬 큰 장점으로 다가왔다. 관심이 가는 화가나 작품에 대해서는 스스로 찾아보면 되니까. 책장을 덮었을때 들었던 생각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정말 재미있었다'였다. 최근에 다른 책에서 처음으로 만난 이브 클랭을 다시 만나게 되어 확실하게 인지가 되었고, 마크 로스코의 작품은 45cm거리에서 꼭 실물을 보고 싶다는 바램도 가지게 되었다. ("난 인간의 근원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데만 관심 있다. 내 그림을 느끼려면 45cm의 거리에서 집중해서 보라. 침묵 속에서." ) 실제로 봐야지만 이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이 않을까? 봐도 전혀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떡하지? ······ 나에게 커다란 즐거움을 주었던 책 속 작품들을 다시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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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서 그림을 만나는 시간들 | 미술 2023-05-29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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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미드나잇 뮤지엄: 파리

박송이 저
빅피시 | 2023년 0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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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드나잇 인 파리'라는 영화때문일까? '미드나잇'이란 단어만 들어도 왠지 환상적인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파리의 밤 거리에서 홀연히 나타난 차를 타고 1920년대로 떠나게 된 주인공이 만나던 파리의 풍경들, 사람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다면 정말 좋겠지만 영화는 영화일뿐. 하지만, 프랑스 문화부 공인 해설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를 저 차의 운전사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차가 멈추면, 미술관에 들어가 온전히 나 혼자만이 명화들을 즐길 수 있는 시간. 그 시간들을 한 번 즐겨보자.

오르세 미술관,루브르 박물관, 오랑주리 미술관, 퐁피두 센터, 로댕 미술관,프티 팔레, 파리 시립 현대 미술관,마르모탕 미술관, 귀스타브 모로 박물관. 파리라는 한 도시에 이렇게 많은 미술관과 유명한 작품들이 있다니 부러운 일이다. 관광객의 입장인 이들에게 저 미술관들에서 조용한 감상을 한다는 것은 힘든 일임에 틀림이 없으니 이렇게 책으로나마 미술 여행을 떠나볼 수 있으니 다행이다. 총 9개의 미술관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친절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낯익은 그림들이 많았고, 화가들의 삶도 익숙했지만, 새로이 알게되는 정보들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계속적으로 그림에 관한 글들을 찾아 읽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루브르 박물관에서 만난 사르댕의 <가오리>. 식재료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던 화가들을 '세니아'라고 부르고, 많은 미술사학자들은 이들을 최초의 정물 화가라 여기고 있다고 했다. 미술사학자들의 연구의 깊이는 어디까지일까라는 궁금증이 ······

 

장 바티스트 시메옹 사르댕, <가오리>, 1728년, 루브르 박물관

페르메이르의 <레이스 뜨는 여인 >을 보고 저자는 쿠션을 쓴다는 것은 어느 정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다는 것, 책이 놓여 있다는 것은 일단 글을 읽을 줄 아는 수준의 교양은 갖췄다는 것등을 나타낸다고 했다. 전체적인 그림이 주는 감동에 더해 그림을 통해 깨알같은 정보를 얻는 것도 상당히 재미가 있다. 그의 그림 <델프트 풍경>이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페르메이르가 재발견 되었다는 것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 

 

요하네스 페르메이르, <레이스 뜨는 여인>, 1669~1670년경, 루브르 박물관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을 직접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 모네의 많은 그림들 속에서 실제로 보고싶은 그림을 꼽으라고 한다면 수련이다. 도쿄 국립 서양 미술관에서 수련을 봤을 때의 놀라움이란? 작은 수련이 아니라 수련만을 위한 미술관에서 만난다면,  흔히 그림 '앞에서' 작품을 관람한다고 하지만 모네의 수련은 연못 '안에서' 자연 속에 둘러싸여 감상하는 기분이 들 정도라는 저자의 말이 이해가 될 것도 같다. 그리고, 한 작품만을 위한 전시 공간 얼마나 매력적인지.프

 

그는 작품을 어떻게 전시할지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곡선인 벽면에 맞추어 전시할 수 있도록 높이는 같지만, 너비가 다른 패널을 이용해 그림을 그렸고 작품의 배치, 그림 간 사이, 관람자의 동선과 천장으로 들어오는 자연광까지도 고려했다. 모네는 자연광 아래의 풍경을 그리는 외광파 화가였기에, 빛이 그림의 주인공과도 같았다. 따라서 오랑주리 미술관의 <수련>은 작품 그 자체가 주는 아름다움은 물론 전시 공간까지 함께 감상해야한다. p 140

 

프티 팔레에서 <사라 베르나르의 초상>을 만난 것은 얼마나 큰 행운인지. 사라 베르나르는 알폰스 무하의 포스터를 통해서 자주 접하긴 했지만 이렇게 초상화로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매춘부의 딸로 태어났지만 뛰어난 연기를 보임으로써 스타가 되었던 사라 베르나르의 당당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초상화였다. 

 

조르주 클레랑, <사라 베르나르의 초상>,1876년, 프티 팔레

마르모탕 미술관에 있는 귀스타브 카유보트의 <파리의 거리, 비 오는 날>을 보는 순간 이상하다고 느꼈다. 뭐지? 알고보니 내가 알고 있는 그림은 시카고 미술관 소장품이었고, 이 작품은 완성작을 그리기 전에 작업한 습작 버전이었다. 같은 주제로 여러 점을 그리기도 하지만, 이렇게 두 점이 있을거라고는 생각지 못했기에, 다음부터는 좀 더 주의깊게 감상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 <사연 있는 그림>에서 만났던 이브 클랭을 다시 만나서 반가웠다. 그다지 감흥이 없었던 라울 뒤피를 새로이 보게 되었는데, <전기 요정>이라는 작품에 대한 저자의 꼼꼼한 설명 덕분이었다.  베르트 모리조의 그림을 후세의 우리는 좋아하지만 100여년 전 사망 진단서 직업란에는 '무직', 무덤에는 '외젠 마네의 미망인'이라고 적혀 있었다는 사실을 통해 시대의 흐름에 따른 변화를 실감하게도 되었다. 큰 맘 먹지 않으면 떠날 수 없는 멋진 미술관들,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을 수 있는 시간들로 인해 새로운 정보들을 얻는 즐거움을 느끼고, 내 마음을 건드리는 무언가를 만나는 경험을 한다면,  이것도 마법이라면 마법 아닐까? 수많은 시대를 오르내리고, 장소를 옮겨다니며 , 예술가들과 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던 마법같은 시간들 속으로 들어가보심이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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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이 있는 그림 | 미술 2023-05-1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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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사연 있는 그림

이은화 저
상상출판 | 2023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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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있는 그림>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듯한 표지는 카스파르 다비트 프리드리히가 아내를 그린 것으로 [창가의 여인]이라는 제목의 그림이다. 편안한 한 때를 보내는듯도 하고, 누군가를 기다리는듯한 외로움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저자의 설명은 이러했다.

 

결혼 후에도 스케치 여행으로 수시로 집을 비웠던 남편 때문에 아내는 늘 외로웠을 터다. 그런 아내에 대한 미안함 때문인지 프리드리히는 창가에 선 아내의 쓸쓸한 뒷모습을 화폭에 정성스럽고도 곱게 담았다. 어쩌면 고독했던 화가 자신의 은유적 자화상일 수도 있다. -p65

 

프리드리히는 부모와 형제를 어릴 때 모두 잃었는데, 그림이 우울증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제였다고 한다. 그런 화가의 삶을 알고 그림을 보면 고독, 절망이 느껴지면서도 반면, 그만큼 삶의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도 보여졌다. 프리드리히를 포함하여 서른두 명의 화가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고통과 환희를 넘나들며 명작을 탄생시킨 예술가들의 사연을 통해 독자들도 삶의 영감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말하는 저자는 어떤 사연들을 들려줄까?

 

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의 그림을 좋아한다. '영감을 찾아 주기적으로 뮤즈를 바꿨던 피카소와 달리, 소로야는 평생 한 사람의 아내와 자식 바라기로 살았고, 고향 바다와 가족이 영감의 원천이었다.'라는 말 때문에 더욱 좋아졌다. 너무 보수적이고 고리타분한걸까? 명성이 높아져 해외 여행이 잦았는데, 여행중에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편지가 800여통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은 따뜻하고, 밝고, 다정하다. 

 

 

제 4회 인상파 전시에도 참여하고, 미국 여성화가 최초로 프랑스 인상파 그룹의 멤버가 되기도 했던 메리 카사트. 카사트는 모성애나 여성들의 소소한 일상을 다룬 그림들을 주로 그린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대형 벽화도 그렸다고 했다. 1893년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컬럼비아 박람회를 기념하는 '여성 빌딩'의 벽화로 가로만 17m가 넘는 대작이었다. '여성들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지식을 쌓고 과학 발전에 기여하고, 예술을 창조하고 명성을 추구하는 인간이란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라고 말하는 그 벽화는 박람회 직후 사라졌다고 했다. 못내 아쉬운 맘이 들었지만, 카사트의 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벽화는 그 시대의 다수에게는 인정받지 못한듯하지만, 몇몇 사람들의 마음은 건드렸을거라고 믿고싶다. 

 

 

리처드 롱(1945~)은 걷는 것을 예술화 시켰다고 했다. '도보여행이 끝난 후 그 기록을 사진과 텍스트,지도 등으로남겨서 전시하거나 여행지에서 가져온 돌멩이나 석탄, 나뭇가지같은 구체적인 증거물을 전시장 안에서 설치 미술로 보여준다.' 고 하는데, 이것이 과연 예술인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걷기와 자연에 대한 사유를 이끌며 질문하게 만든다는 롱의 작품은 내게는 어렵게 느껴졌다. 하지만, 새로운 시각을 만나고, 한 번 고민해볼 시간을 갖는 것으로도 의미있는 시간이었다라고 할 수 있겠다. 

 

 

익히 알고 있던 화가들의 사연들에서는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는 포인트들을 만났고, 새로운 사연에서는 신선한 충격과 감동을 받기도 했다. 함께 슬퍼하고, 기뻐하고, 무한한 창조력에 감탄하면서, 편협한 생각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을 보게 되는 경험을 했다. 그런 경험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왜 책을 읽고, 전시회에 가서 미술품을 보고, 음악을 듣는 것일까? 지적 허영심을 채우기 위한 목적도 있겠지만 결국 내 삶에 자양분을 얻기위함이 가장 큰 것이 아닐까싶다. 예술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책에서 좋았던 점 한가지를 덧붙인다면, 미술품이 소장되어 있는 23개의 미술관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미술관 자체에 관한 글을 읽을 기회가 그다지 없었기때문에 1페이지의 짧은 분량이지만 아주 좋았다. 제프 쿤스의 강아지가 문지기로 있는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모네의 수련 연작을 감상할 수 있는 오랑주리 미술관, 크뢰위에르와 아나의 그림등 스칸디나비아 예술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스카겐 미술관등 가고싶은 미술관들이 가득했다. 사연있는 그림과 함께 미술관 투어까지 함께했던 시간, 좋아. 땡큐!  (데스노트 류크 버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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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미술관 ] 한 번 가보실래요? | 미술 2023-04-21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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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조선 미술관

탁현규 저
블랙피쉬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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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는 그림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그림소담>, <고화정담>으로 탁현규 작가를 만났다. 우리 그림에 대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 책들로 인해 우리 그림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알게되었다고나 할까? 그런 인연으로 탁현규 작가의 출간 소식을 기다리게 되었는데, 이번에는 <조선 미술관>이란 책으로 찾아왔다. 

 

'한국인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답하는 하나의 방법은 '한국인은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대한 답을 떠올려보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 말, 일제시대 생활상은 사진으로 만나볼 수 있지만, 기운이 쇠하기 전 조선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술품, 특히 당대의 생활과 모임 장면을 담고있는 풍속화와 기록화라고 했고., 저자는 그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미술관에 꾹꾹 눌러담았다. 

 

1관에서는 조영석, 정선,김득신, 김홍도, 신윤복, 신한평, 김희겸이 남긴 풍속화를 만날 수 있었다.놀이에 빠진 사람들, 자애로운 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여인, 봄빛을 즐기는 과부의 모습, 달빛에 취해 밤배에 앉아 술을 마시는 어부등 당시 사람들의 삶이 담겨있는 그림들은 정감있게 다가왔다. 신윤복의 그림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큰 수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만큼 우리 그림을 볼때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팁을 얻었다고 할 수 있겠다. 

<노중상봉>이라는 그림은 두 평민 부부가 길 위에서 만난 장면이다. 저자는 등장인물들의 상황, 표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설명을 따라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들의 표정이 그제서야 눈에 들어왔다. 우리 그림을 볼때 그다지 표정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비슷비슷해보였기 때문이었는데, 아는만큼 보인다고 그대로 감정이 실려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역시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 마음은 모두 같다.시기 질투와 뽐내고 싶은 마음은 기녀와 양반뿐만아니라 평민들도 똑같다는 사실을 신윤복이 몰랐겠는가. 길에서 스치며 만나는 이 짧은 순간에도 사람들이 속마음을 주고 받는 것을 눈빛에 담아낸 신윤복은 진정한 심리 묘사의 대가다. -p139

길 가운데서 서로 만나다 <노중상봉 路中相逢>, 신윤복

 

저자는 신윤복이 심리 묘사의 대가임을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알려주었는데, 그 외에도 신윤복 작품의 특징들을 정리해볼 수 있었다. 조선시대 화원 가운데 조선시대 여인들의 일상생활을 속속들이 기록한 유일 무이한 화가, 로드무비 연출의 대가(길 위가 무대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그러고 보니......). 그의 그림들은 조선시대 불교계 상황을 정확하게 기록한 좋은 사료(등장인물에 스님이 많다), 조선문화 절정기 여러 계층들이 입었던 옷을 고증하고 재현하는데 가장 중요한 자료가 된다고 했다. 

 

기녀 뒤에는 흰 저고리와 푸른 치마, 짚신 차림의 여인이 있다. 보따리를 옆구리에 끼고 따라온 이 여인은 한눈에 봐도 기녀의 몸종이다. 그런데 치마를 오인쪽에서 오른쪽으로 돌려 묶었다.기녀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돌려 입은 것과 반대다. 신윤복 그림 속에 등장하는 기녀들은 모두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치마끈을 돌려 묶었는데 몸종은 같은 천민 계층임에도 치마끈 방향이 반대다.p 141~142

비구니가 기생을 맞이하다 <니승영기 尼僧迎妓>, 신윤복

 

김홍도의 풍속화 중에서는 <마상청앵>을 좋아하는데, 그 그림을 만날 수 있었다. 선비가 말을 세우고 버드나무를 바라보는데, 버드나무 위에는 꾀꼬리 한 쌍이 앉아있다. 정적인 이 풍경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위 쪽 왼편에 쓰여있는제화시 (그림을 보고 느낀 것을 읊은 시) 도 운치가 있었다. 제화시도 그림을 가치있게 하는데 제대로 한 몫을 하는 요소인듯하다.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 <마상청앵 馬上聽鶯>, 신윤복

 

벼슬없는 선비의 풍류 <포의풍류>에 이러한 글이 있었다. 그림을 보고 있는데 음악이 들려오는듯했던 건 이때문이지 않았을까싶다. 

 

김홍도는 생황과 비파를 능숙하게 연주했음이 틀림없다. 김홍도 지인들이 남긴 기록에 의하면 김홍도는 다루지 못한 악기가 없었다고 힌디. 그림에만 천재가 아니라 음악에도 천재였던 것이다. 음악은 세게 여리게 빠르게 느리게 등 4요소가 빚아내는 예술로 , 이는 그림도 다르지 않다.붓끝 선과 먹으로 강약과 완급을 자연스럽게 조절하면 좋은 그림이 된다. 김홍도가 그린 사람과 동물 그림은 리듬감이 매우 풍부하다. 이는 자신의 음악성을 고스란히 붓끝에 실었기 때문이다.-p26~27

벼슬 없는 선비의 풍류 <포의풍류 布衣風流>, 김홍도

 

2관에는 숙종임금과 영조임금이 기로소에 들어가는 장면을 그린 <기해기사첩>, <기사 경회첩>이 있었다. 기로소는 70세 이상, 정2품 이상 문신들이 들어가는 관료사회에서 가장 영예로운 모임으로 왕은 신하들과 달리 60세가 되면 들어갔는데, 숙종은 59세 되던 해, 영조는 51세에 들어갔다고 한다.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몰랐는데 이 기록화들을 통해 정말 많은 공부가 되었다. 5단계를 거쳐 진행되는 행사를 얼마나 자세하게 그림으로 남겼는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모두 정1품 기로신으로 앞의 세 명과 마지막 한 명이 떨어져 앉은 이유는 정1품 안에서도 상계와 하계를 구분했기 때문이다. 조선 관료제에서 정1품 상계가 궁극의 품계임을 보여준다. -p 178~179

임금이 경현단에서 기로신들을 위한 잔치를 베풀다 <경현당석연도 景賢堂錫宴圖>

 

이 외에도, 조선사회는 품계가 모든 것을 결정하였던 관료사회였다는 것은 그림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25년 차이를 두고 그려진 두 그림에서 화원들의 실력 차이, 문화차이를 언급하는 부분도 흥미로운 요소였다. 기록화를 통해 우리는 정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기에 그 중요성을 다시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궁중 기록화는 그림체가 딱딱한 느낌이 들어 시큰둥하게 읽기 시작했는데, 그림의 부분 부분에 대한 설명을 따라 읽다보니 술술 읽히면서 신기한 느낌까지 들었다. 기록화로서 이보다 더 정확할 수 있을까싶을 정도로 사실에 충실한 그림이었다. 

 

단원 김홍도,개성 경로잔치를 그리다 <기로세련계도 耆老世聯契圖>, 김홍도

 

 궁 밖에서도 경로잔치는 있었다. 겸재 정선은 한양 경로잔치를, 김홍도는 개성 경로잔치를 그렸다. 춤을 추는 사람들, 잔술을 파는 주모, 잔치라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걸인등 수많은 사람들과 짐을 싣고 온 소들, 우뚝 솟아 있는 소나무까지 왁자지껄한 잔치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기록화는 풍속화에 사진이 없던 시절 그려진 진솔한 그림들을 통해 그 시절의 삶을 들여다보고, 현재 우리의 삶도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아름다운 그림과 어우러진 멋진 이야기를 듣다보면 우리의 미술의 아름다움에 풍덩 빠지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연히 저자가 말했던 '한국은 어떻게 살아왔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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