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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자연과학도서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 문학자연과학도서 2023-02-19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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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저
문학동네 | 2021년 02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천문학자라는 다소 흔치 않은 직업에 관해 이해를 조금이나마 했습니다. 멋있는 과학자로의 앞날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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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54. 프로게이머 페이커의 할머니께서 손주의 경기 생중계를 즐겨 보시며 게임 용어를 줄줄 꿰고 계신다는 인터뷰를 보고 흠칫 놀랐다. 모두가 그런 판타스틱 할머니를 가질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어릴 땐 숙제하다 잘 모르면 부모님께 물어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요즘의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설명하기조차 어렵다. 부모님은 각자 나름의 인생에서 대가이시지만, 내가 가는 길은 그 방향이 아니다. 지구를 떠난 탐사선처럼, 내가 나의 삶을 향해 가열차게 나아갈수록 부모님과 공유할 수 있는 것은 줄어든다. 그렇게 점차 멀어져만 가는 것이다.

이과 출신 과학자들이 글을 잘 쓰는 건 예상했던 바다.

문과에겐 아주 높은 벽처럼 느껴지는 이과의 용어들이 어느 새 책이라는 출판물을 타고

글자 속에서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자주 등장한다고 바로 이해할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익숙해지니 어렵게 느껴지진 않는다.

 

심채경님의 <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는 도서관에 예약을 걸어두고 한 참 뒤

예약된 도서가 도착했단 연락을 받고 바로 달려가 대출해 읽었다.

처음의 기대는 천문학자에 관한 이야기이려나? 거기까지만.

읽기 시작하면서 부터는 이 책이 이과 감성이라고? 믿을 수 없어!로

문장력에 더 놀라긴 했지만 말이다.

점점 빠져들고 나서부터는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늘어났다.

그리고 단순한 내 일상에 대해 "성찰"을 하게 되었다.

 

p159. <어린 왕자>를 읽을 때면, 안타깝게도 나는 이 대목에서 집중력을 잃고 만다. 나도 법정 스님만큼이나 <어린 왕자>를 사랑하지만, 책 읽기를 멈추고 잠시 고개를 들어 다른 데를 봐야 한다. 문학의범주에서 직업병의 영역으로 하릴없이 흘러가버리는 정신을 부여잡기 위해서다. 그게 잘되는 날은 숨을 크게 몇 번 쉰 다음 책을 마저 읽고, 안 되는 날은 책을 덮고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린다. 태양과 소행성과 어린 왕자의 개략도다. 천체와 관측자의 크기 및 거리는 실제 비례와 다름에 유의.

천문학이라는 학문의 깊이가 매우 심오하고 넓구나, 하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이나마

느껴졌다. 

연구할 수 있는 분야가 광범위한만큼, 앞으로 더 많이 연구되어야겠구나 하는 것과

심채경 과학자가 가진 문학적 역량에 대해서도 감탄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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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무엇이 문제일까? | 문학자연과학도서 2023-02-1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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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원자력, 무엇이 문제일까?

김명자 저
동아엠앤비 | 2023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중립적 시각에서 원자력에 대한 객관적 사실을 알려주는 책입니다. 무섭기만 한 에너지에 대한 지식을 제대로 알게 되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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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 발전소, 후쿠시마 발전소 사건을 드라마로, 뉴스로 접하면서

원자력의 무시무시한 면을 먼저 맞이하게 된 나로서

원자력은 이로움 보다 해로움의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조금 불편하게 살더라도 안전하게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가지고 있던 터라

잘 따져보면 합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한 판단 보다 

그저 위험한 결과를 보고 터부시 한 것이다.

 

알고는 싶었지만, 늘 뒤로 뒤로 밀리기만 한 원자력에 대한 지식은

서평 신청단에 당첨이 되어 의무적으로 읽게 되어

의도적인 강제로(?) 인해 편견이 아닌 균형잡히게 되었다.

 

이 책< 원자력, 무엇이 문제일까?>는 과학자로서 행정과 입법 부문에서 일한 저자가

들어가는 말에서 밝힌 말에서 성격이 드러난다.

 

원자력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쓰다 보니, 입장이 무엇이냐는 질문도 받는다. 

4년간 환경부 장관을 지넀으니 환경단체와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제격

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과학자로서 행정과 입법 부문일하고 수십 년 동안 정

책연구를 한 처지'에서는 흑백논리로 단순하게 생각할 수가 없다. '원자력을

하자'라고 말하려면 원자력의 부정적 측면이 딱 걸리고, '원자력을 하지 말아

야 한다'라고 말하려면 한국의 에너지 안보 상황이 딱 걸린다. 

 

        한국 정부의 정책은 반원전에서 친원전으로 전환되는 중차대한 시점에 

서 있다. 정책은 어디까지나 '현실'을 직시하고 객관적 '사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그런 뜻에서 이 책은 시기에 따라 국가별 원자력 정책이 어떻게 변화되

었는지  사실 관계를 중심으로 살피고자 했다.  p.6

 

기후위기와 여러 환경에 관한 우려 속에서 세계 여러 나라들이 친원자력을 하기로 한 

결정이 놀라웠다. 탈원전으로의 방향은 정책의 방향상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가장 우려하는 원자력 하면 떠오르는 방사선에 관한 지식과

방사선 오염, 냉각재에 관한 지식을 알려주고 있다. 원자력의 과거를 소개하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알게 된 원전 사고와 다른 나라의 원자력 발전소 현황, 세계 원전 산업 

수출시장 동향, 원자력의 신기술 및 다루어야 할 쟁점, 앞으로의 과제 등도 다루고 있다.

 

오랜 시간 원자력 부문에 일을 한 저자가 가진 전문적인 지식을 중고등학생도 읽을 수

있을 만큼 쉽게, 편향되지 않은 시각을 유지하며 최대한 사실을 위주로 알려주고 있어

읽는 내내 지식이 쌓이는 느낌과 함께 제대로 알고 판단할 수 있겠구나, 했다.

 

앞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인 원자력에 대해 제대로 알고, 정책에 대한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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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포기하려는 너에게 | 문학자연과학도서 2023-02-08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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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수학을 포기하려는 너에게

장우석 저
북트리거 | 2023년 01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수학이 어려워 포기하는 마음이 들 때, 수학을 공부하다가 왜 하는지 그 목적을 모를 때 이 책이 등대에 되어줄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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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을 포기하려는 너에게]는 수학을 잘하는 비법이나 어렵게 느낀 수학 문제를

쉽게 푸는 방법에 대한 책이 아니었다.

처음 제목을 보고 수학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일까? 했는데

이 책은 수학 공부법에 대한 책이 아니라 수학을 공부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이었다.

굉장히 근본적 질문이지 않은가?

 

1부 수학이 영원히 '선택'과목이 될 수 없는 이유


p19. 많은 학생이 수학을 '공식을 암기한 후, 문제에 적용하여 답을 구하는 과정'으로 생각합니다.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이는 수학의 한 측면일 뿐입니다. 수학을 이렇게 규정하는 한, 수학 공부가 한없이 재미없고 괴로울 수밖에 없죠. 수학을 공부하는 것은(개념 이해든 문제 해결이든) 필요한 정보를 다양한 관점으로 연결해서 필연적인 결과에 도달하는 능동적 과정입니다. 

설사 정답에 도달하지 못하더라도 조금 더 생각하고 나아가 보는 경험, 그 노력의 결과를 통해 자신의 능력을 신뢰하게 되는 과정이죠.


수학을 하는 그 자체에서 배움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게 한다.

당연한 말인데도 잊고 있었기에 새롭게 다가온 문장들이다.

 


p25. 다른 과목보다 추창성과 위계성이 강해 상대적으로 공부하기 힘든 수학을 싫어하고 그것을 놓아 버린 학생들을 지칭해 수포자라고 불렀지만, 어느 순간부터 수포자라는 언어가 거꾸로 수학 학습을 포기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지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p 25. 물론 '수포자'를 줄이려면 전문가들이 진단하듯이 교과서와 교육 방식을 바꾸고 선행 학습도 줄이고 입시 제도도 고쳐야 합니다 이런 개선 노력은 선행 학습을 제외하면 이제 어느 정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서 수포자라는 단어를 아예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완전히 동의하긴 어렵지만, 수포자라는 말이 주는 말의 감옥에 스스로를 가두는 일은 없어야 할 거 같다. 

 

2부 수학의 맛

수학이라는 학문의 특징을 주제별로 정리한 것인데  

"증명"의 중요함, 노벨 수학상이 없는 이유(낭설이 아닌 합리적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지만 수학 문제를 예로 드는 부분은 어려웠다. 하지만 수학적 증명이 수학적 실험과 상상을 하며 도전한 수학자들의 노력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겠다. 또 이 수학의 확신이 주는 증명들이 과학의 발전에 도움이 준다는 것도.

 

3부 수학적으로 생각한다는 것

수학적 사유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수학적 사고가 무엇인지, 수학을 잘한다는 것은 수학적 사고를 잘한다는 것이라는데 그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었다.

이를 과학의 귀납적 사고와 대비하며 설명을 하는데 ,


p81. 확실한 진리로 여겨졌던 이론도 언젠ㄱ는 반례를 만나면서 폐기될 가능성을 운명적으로 안고 있는 셈입니다. 

p82. 결국 과학적 탐구란, 반증을 통해 진리로 한 걸음씩 다가가는 영원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의 말들로 과학적 사고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에 반해, 수학적 귀납에 대한 이해를 할 수 있는 문장은 , 


p84. 즉, 패텬 발견을 통한 일반화까지는 과학과 수학이 같지만, 이후 과학은 반례를 통해 이론이 폐기되거나 제한적으로 사용되거나 아니면 반례를 감싸 안으면서 새로운 일반화로 수정되어 갑니다. 반면에 수학은 발견한 패턴을 논리적으로 완벽하게 증명하거나, 아니면 완전히 폐기하거나 둘 중의 하나입니다.


이다. 수학적 귀납이라는 것이 과학과 어떻게 다른지 또 귀납을 이끌어 나가는 유추라는 것도 설명하고 있는데 작가의 의도하고자 하는 의미는 이해한 거 같은데 예를 든 수식들은 솔직히 조금 어려웠다.

 

4부 수학적으로 해결한다는 것

나는 4부가 굉장히 마음에 와닿았다.

수학 문제 해결 4단계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이 부분은 반복해서 읽어야 겠단 생각을 했다. 그만큼 수학 문제를 푼다 = 수학 점수 결과가 좋다. 의 희망 사항에 촛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문제 해결 과정에 좀 더 집중해야 하지 않을까 했다.

즉,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에 집중하는 것,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의 방향을 결정하고 

예전에 유사한 문제를 본 적이 있는지, 내가 가진 정보가 무엇인지, 어떤 보조 요소를 사용하

면 좋을지를 계획하고 하나하나 시행착오를 거치며 실행해 보는 것, 또 복기하며 새로운 문제

를 만들어 내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5부 수학을 배워서 어디에 쓰냐고?

수학 꼰대 플라톤, 구성 요정 칸트, 초롱을 든 페스탈로치, 피아제, 비고츠키 

수학자들이 아니라 교육학자, 철학자, 인지심리학자와의 대담을 통해

수학을 배운다는 것이 한 개인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는지 

독특하게 알게된다.

 

6부 수학 불안과 성공 경험

저자가 수학교사인 만큼 현장에서 느끼는 것을 담아내고 있다. 학생들의 불안, 좌절을 옆에서 봐선지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아주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5등급을 받았다면 수능 시험에서 3등급 정도를 목표로 해도 충분합니다. 가고 싶은 대학의 학과에 들어가려면 1등급을 받아야 한다고요? 그 대학 학과는 나중에 대학원 때 진학하는 것으로 하고 지금 접읍시다. 공부는 진학의 수단이 아니라 성장의 경험입니다. "

"인생을 너무 좁게 생각하지 말고 몰랐던 언어를 조금씩 알아가는 재미와, 안 풀리던 문제를 시행착오를 거쳐 풀어내는 기쁨을 경험해 보길 바랍니다. 목표를 설정할 때, 혼자 하지 말고 주변 어름의 도움을 얻기를 추천합니다. 자신을 객관적으로 이해하는 것은 자신을 사랑하는 첫걸음입니다. 

 

이 책을 읽으며 수학 공부에 막 진입하여 헤매고 있는 내 아이 생각을 많이 했다.

이 아이는 수학에 대한 감정을 어떻게 가지고 있을까?

점수 보다  수학하는 그 자체를 즐기는 아이로 성장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으로 읽다보니

어떻게  옆을 바라보며 지지해 주어야 할지 

나의 태도, 또 부모로서 조언을 어떻게 해야할지 배웠다.

실수하지 않는 부모가 되지 않기 위해, 실수하더라도 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부모

또 수학을 공부하며 여러 고민에 휩싸인 학생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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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 문학자연과학도서 2023-01-0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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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저
창비 | 2022년 09월

내용     편집/구성     구매하기

부모님과의 이별, 시대의 아픔을 진하게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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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사정이 있다. 아버지에게는 아버지의 사정이, 나에게는 나의 사정이, 작은 아버지에게는 작은 아버지의 사정이. 어떤 사정은 자신밖에는 알지 못하고, 또 어떤 사정은 자기 자신조차 알지 못했다. 

 

남의 상갓집 갈 때마다 나는 머리를 굴렸다. 얼마쯤이어야 당신과 나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줄까. 다른 사람이 얼마나 내는지 은근슬쩍 알아봤고 보통이면 그 정도, 좀더 마음이 있으면 몇만원 더, 평생 볼 사람이면 잊을 수 없게 많이, 나는 그렇게 살았다. 

-51

 

마지막 가는 길, 생전에 가장 좋아하던 음식을 맛있게 먹는 아버지의 모습이 환영처럼 떠올랐지만 나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버지는 내가 아는 한 단 한순간도 유물론자가 아닌 적이 없었다. 먼지에서 시작된 생명은 땅을 살찌우는 한줌의 거름으로 돌아가는 법, 이것이 유물론자 아버지의 올곧은 철학이었다. 쓸쓸한 철학이었다. 그 쓸쓸함을 견디기 어려워 사람들은 영혼의 존재를, 사후의 세계를 창조했는지도 모른다.

-98

 

그러니 아버지는 갔어도 어떤 순간의 아버지는 누군가의 시간 속에 각인되어 기억을 떠올릴 때마다 생생하게 살아날 것이다. 나의 시간 속에 존재할 숱한 순간의 아버지가 문득 그리워졌다. 

 

여기 사람들은 자꾸만 또 온다고 한다. 한번만 와도 되는데, 한번으로는 끝내지지 않는 마음이겠지. 미움이든 우정이든 은혜든, 질기고 질긴 마음들이, 얽히고설켜 끊어지지 않는 그 마음들이, 나는 무겁고 무섭고, 그리고 부러웠다.

-197

 

살아 있는 사람의 얼굴은 어느 근육이든 긴장한 상태인 모양이었다. 세상사의 고통이 근육의 긴장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죽음이란 고통으로부터 해방되는 것, 아버지는 보통 사람보다 더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으니 해방의 기쁨 또한 그만큼 크지 않을까, 다시 눈 뜰 수 없는 아버지의 얼굴을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학수는 지금 옛 추엇을 상기하는 척, 저 혼자 잘난 나에게 엿을 먹이고 있는 것이다. 너는 대체 어떤 딸이었냐고. 어떤 딸인지, 어떤 딸이어야 하는지, 생각해보지 않았다. 누구의 딸인지가 중요했을 뿐이다. 빨치산의 딸이라는 수렁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는 데 나는 평생을 바쳤다. 아직도 허우적거리는 중이다. 빨치산의 딸이라는 말에는 '빨치산'이 부모라는 전제가 존재한다. 그 부모에게도 마땅히, 자식이 부모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듯 자식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해보지도 못했을 만큼 빨치산의 딸이라는 굴레가 무거웠다고, 나는 변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변명을 들을 아버지는 이미 갔고 나에게는 변명의 기회조차 사라졌다. 그 사실이 뼈아파 나는 처음으로 소리 내 울었다. 아버지를 위한 울음이 아니라 나를 위한 울음이었다. 아버지 가는 길에까지 나는 고작 그 정도의 딸인 것이다. 그런 나를, 생판 남인 주제에 친자식보다 더 자식 같았던 학수가 아버지처럼 무심한 눈으로,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사무치게, 라는 표현은 내게는 과하다. 감옥에 갇힌 아버지야말로 긴긴밤마다 그런 시간들이 사무치게 그리웠으리라. ... 죽음으로 비로소 아버지는 빨치산이 아니라 나의 아버지로, 친밀했던 어린 날의 아버지로 부활하는 거라고. 그러니까 화해나 용서 또한 가능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231

 

책을 읽는 내내 전라도 사투리의 구수함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연에 코 끝이 시큰해지다 폭소하다 푹 빠져들었다. 한 장 한 장, 남은 장이 줄어드는 아쉬움에 이야기의 결말이 어찌될까 궁금하면서 내 부모님을 궁금하게 여기게 되었다.

내 부모님의 젊은 시절, 그들의 꿈은 무엇이었을까?

정정하시던 부모님이 노인으로 변한 지금 나는 부모님의 일상을 궁금해 한 적이 있나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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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얼빈 | 문학자연과학도서 2022-09-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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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하얼빈

김훈 저
문학동네 | 2022년 0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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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적 위주로 안중근을 이해하기 보다 안중근이라는 사람 자체를 이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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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무직, 담배팔이, 이 세 단어의 순수성이 이 소설을 쓰는 동안 등대처럼

나를 인도해주었다.

이 세 단어는 생명의 육질로 살아 있었고, 세상의 그 어떤 위력에도 기대고 있지 않았다.

이것은 청춘의 언어였다.

이 청년들의 청춘은 그다음 단계에서의 완성을 도모하는 기다림의 시간이 아니라

새로운 시간을 창조하는 에너지로 폭발했다.    

-작가의 말


 

김훈 작가님만의 문체는 감정을 섬세하게 글로 묘사하진 않지만,

짧게 떨어지는 문장에서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다 보면

감정을 내 스스로 느끼고 되새김질 하는 묘한 현상이 일어난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이미 실존했던 인물들의 이야기었기에 그 마음을 과하게 짐작하지 않는다.

안중근과 이토의 행적을 따라가면서 글로 쓰여진 "침묵"들이 묘하게

독자의 긴장과 초조를 불러일으킨다.

흡사 탐정소설을 읽는 듯 다음 장면은 어떻게 되지?

다음 장을 급히 읽고 싶어진다.

안중근, 이토를 선과 악의 교차가 아니라 거대 세력에 신념으로 맞서는 최약체의

용기에 관한 이야기이다.

나라와 백성, 옳음의 지키려는 젊은 청춘과 좁은 평안만을 지키려던 마지막 조선의

왕족들의 이야기이다.

읽는 내내 마음 속에 교차되는 감정들이 가득했다.

 

젊음을, 가지고 있던 것들을 미련없이 던질 수 있게 하는 신념은 무엇일까?

갈대같은 나는 이 분들 덕에 이렇게 잘 살고 있는데,

알아보려 하지 않았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 아픈 역사의 구간이라 되도록 외면하고 싶었던 

결과만 알고 싶었던 나를 반성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빛나던 순간들이 아니라 역경을 견뎌내고 극복하려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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