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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분당강쌤 "입시 국어 전문 강사로서 절대 하지 않는 것" | 채널yes[스크랩] 2023-03-0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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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분당에서 학원을 열어 올해로 16년째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분당강쌤' 강주희 원장은 개원 이후 모든 반이 100% 마감되며 한 해도 빠짐없이 365일 대기가 걸려 있는 학원으로 유명하다. 유튜브 채널 <분당강쌤>을 운영하며 첫 책 『스카이 버스』를 펴낸 강주희 원장은 "선행, 후행, 현행까지 완벽한 아이들이 고등학생만 되면 성적이 떨어지는 이유는 초등 6년간 쌓아야 했던 기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입시를 알고 내 아이를 알면 대입에서 반드시 성공한다"고 책에서 밝힌다.

지난 2월 11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섬유센터에서 『스카이 버스』 출간 기념 강연회가 열렸다. 학부모 500여 명이 참여한 이 자리는 독자들의 질문이 끊이지 않으며, 어떤 강연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정보 격차를 해결하고 싶었다

수능 국어 만점자를 다수 탄생시킨 학원으로 유명하다. 어떻게 학원 강사가 되었나?

하나를 추가하자면, 우리 학원은 매해 빠짐없이 수능 영어 만점자를 배출했다. 분당 S고등학교 1등급 전원이 모두 우리 학원에서 나왔는데 저희의 자랑이기도 하다. 우리 학원은 국어, 수학, 논술, 컨설팅을 중심으로 진행한다. 원래 나는 학원을 할 마음이 없었고, 학원 강사가 내 적성에 맞는지 오래 고민했다. 대학생 때 꾸준히 과외 선생을 했지만 대입이 워낙 치열한 현장이라서 학원까지 낼 용기는 갖지 못했다. 그러다 친오빠의 1년 가까운 설득 끝에 학원을 열었다. 매일 치킨을 사주면서 "너의 길은 학원이야"라고 이야기했다.(웃음) 처음에 학원 이름을 '알통 국어 논술'이라고 하고 싶었는데 오빠가 "너 같으면 알통을 다니고 싶냐?"고 해서 포기했다. 현재 오빠는 학원에서 대입 논술과 컨설팅을 맡고 있다.

처음 학원을 열었을 때 광고를 전혀 하지 않았다고.

10년 정도는 광고를 아예 안 했다. 왜냐면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고 하면 언제든 그만둘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또 인천에 북카페를 열어보기도 했는데, 매년 학원에서 꾸준히 성과가 있었다. 한 해는 특별반이 40명이었는데 40명 전원이 서울에 있는 상위 7개 대학에 합격하면서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끊임없이 등록하면서 강의실이 하나씩 늘기 시작했고, 지금은 국어 강사만 20명이 된다. 그렇게 학원 강사로서의 내 운명을 받아들이게 됐다.

인터넷 강의도 오래 전부터 열었다.

유튜브로 인기를 얻고 나서 인강을 만들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은 인강이 먼저다. 그런데 인강이 전혀 인기를 끌지 못했다.(웃음) 분당에서 나름 인지도가 있기 때문에 인강을 만들면 잘될 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었다. 돈을 굉장히 많이 썼는데 인강은 잘 안 풀렸고 오히려 유튜브 채널이 인기를 얻게 됐다. 유튜브를 시작한 건 학부모님들이 힘들어 하는 정보 격차 때문이었다. 20년 가까이 현장에 있으면서 겪은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알려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고 앞으로도 유튜브는 유료화 할 마음이 없다.

『스카이 버스』는 어떻게 쓰게 되었나?

이 또한 정보 격차를 해결하고 싶었다. 유튜브 <분당강쌤>이 다소 무겁고 어려운 내용이 많아,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채널이 될 거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책을 쓰면서 많이 생각한 건, 많이 팔리는 책보다는 단 한 분에게라도 진정한 도움이 되는 책, 실질적인 변화의 계기를 드렸으면 했다.

이 책의 목표는 무엇인가?

단순하다.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시간, 비용, 노력을 최대한 적게 들일 수 있는 공부 전략을 차근차근 알려드리는 일이다. 사교육을 비난하거나 사교육을 받지 말라는 것이 아니다. 단, 바람직한 교육이란 '사교육에 휘둘리는 것'이 아니라 '사교육을 활용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대한민국 입시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해는 정확하게 아는 힘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이 책을 썼다.



다독보다 중요한 건 탐독

초등 학부모들이 자녀의 학습을 지원할 때, 꼭 염두에 둘 것은 무엇일까?

대입을 위한 공부를 시작한다면, 일단 대입을 알고 아이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아이의 상황에 맞게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답은 아이에게 있다. 지금 아이가 몇 학년이든 상관없다. 아이들은 고3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바뀐다. 내 아이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학원을 선택하고, 학습 교재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선행을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 과연 해야 하는지가 고민인 부모들이 많다.

선행도 현행에 대한 이해가 충분할 때 의미가 있다. 제 학년 진도도 온전히 못했는데, 학년보다 빠른 진도를 다루는 건 논리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종종 수학의 목표를 선행으로 착각하는 부모들이 많은데, 수학의 목표는 '수학'을 이해하고, 또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야 한다. 선행의 핵심은 아이에게 맞는 진도를 찾고, 아이에게 맞는 교재를 선택하는 일이다. 난이도가 높은 문제집이 무조건 좋은 게 아니다. 아이가 수학을 많이 어려워한다면 아이에게 맞는 교재부터 찾는 게 중요하다.

독서 교육은 어떤 기준을 갖는 게 좋은가?

많은 부모들이 필독서 추천을 원한다. 하지만 입시 국어 전문 강사로서 절대 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필독서 리스트를 만들고 읽도록 권하는 일이다. 독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하지만 독서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던 건, 부모의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의 필요에 의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대입을 위해 독서를 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다. 대입과 독서는 상관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인과 관계는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능을 잘 보기 위한 공부를 한다면 주요 과목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이 정답이다. 독서만이 문해력과 독해력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주요 과목 교과서를 제대로 읽고 이해하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부모가 초등 자녀에게 해줘야 할 것은 필독 리스트를 책상 앞에 붙이는 게 아니라 즐거운 독서 경험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그리고 '다독'보다 중요한 건 '탐독'이다. 한 권을 읽더라도 아이가 온전히 생각하며 이해하는지 살펴보길 바란다.

대입 논술을 잘 준비하려면 글쓰기 훈련은 필수일까?

사실 대입 논술은 글쓰기와 거의 상관이 없다. 지금 보여 드리는 것이 2023년도 연세대학교 논술 문제인데, 보면 아시겠지만 글을 아무리 잘 써도 영어를 해석하지 못하면 한 줄도 쓸 수가 없다. 이 문제의 경우 고등학교 1학년 통합사회에 기반한 문제인데, 답을 논리적으로 쓰는 것과는 크게 상관이 없다. 주요 과목을 서술형으로 시험 보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성공적인 대입의 필승 전략은 선행보다는 진학 과정의 구멍을 없애는 일이다. 이것이 정말 중요하다.

수시 전형을 생각하면 몇 가지 과목에만 집중해도 되지 않나?

수학, 영어를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다섯 과목을 균형 있게 잘해서 고등학교에 올라오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이 다섯 과목을 다 고르게 잘하는 학생이 좋은 대학을 못 가는 건 한 번도 본적이 없다. 이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수학이나 영어는 굉장히 잘해도 다섯 과목을 고르게 잘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초등학생의 공부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줘야 하나?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주변에서 창의력 수학을 시작한다고 하면 부모들은 대개 불안하다. 우리 아이도 시켜야 할 것 같아서. 하지만 단연 중요한 건 우리 아이의 수준을 보았을 때, 이 수업을 따라갈 수 있느냐 아니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에는 하루 1시간 공부하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다. 10분이라도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그것을 해내면 칭찬을 해주고, 10분이 익숙해지면 5분씩 늘리면 된다. 애초에 공부 습관으로 초점을 맞추지 말고 생활 습관으로 맞추는 게 좋다.

초등학교 6학년 아이를 키우고 있다. 학원을 어느 정도 보내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일단 학원은 아이가 원하면 당연히 보내도 된다. 이게 아이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억지로 밀어 넣으면 문제가 될 수 있다. 아이가 적극적인 편이라면 학원을 보내도 좋지만 중요한 건 아이와 꾸준히 대화를 하는 일이다. 왜냐면 아이가 나중에 커서 말하길 "엄마가 안 시켜줘서 못했다"고 탓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본인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같이 해주셔도 좋다.

문해력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사회 교과서로 준비하는 것이 가장 좋다. 사회 수업도 잡고 문해력도 해결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하나하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넘어가는 과정을 밟는 것이다. 읽는 힘이 부족한 아이들은 처음에 너무 무리하게 진행하면 모든 내용을 파악하기 어렵다. 10분이든 20분이든 꾸준하게 하고 현재 학교에서 나가고 있는 진도에 맞추는 것이 좋다. 또, 학교 교과서 옆에 읽기 문제, 학습 활동 같은 것이 소개돼 있다. 모범 답안을 아이랑 같이 직접 공부하면 좋다. 아이에게 스스로 답해보라고 하면 어려워한다. 문제를 충실하게 설명해주고 한 단원이 끝날 때마다 모범 답안으로 아이와 같이 공부하면 가장 좋다.

책 서두에 '평범한 공부머리를 가진 아이들을 위해 썼다'고 밝혔다.

물론이다. 알아서 잘하는 상위 1% 아이들을 위한 책이 아니다. 방법은 잘 모르지만 그럼에도 학생 된 본분으로 열심히 정진하려는 아이들이 첫 좌절을 스무 살도 되기 전에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분당강쌤

'서울대 한 트럭 보낸 고등쌤의 조언' 영상으로 단숨에 17만 초등맘을 사로잡은 유튜브
 <분당강쌤>. 유튜브 채널에는 한 명의 강쌤만 등장하나 원래 이 채널의 주인인 강쌤은 두 명이다. 학구열 높기도 익히 알려진 대치동, 분당 지역에서 20년째 활약 중인 입시 전문 강사이자 수능 국어, 대입 논술, 대입 수학 3개의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은 친남매지간으로 각각 대학 입시와 대입 국어를 담당하고 있다. 그들의 강의는 입소문만으로 15년 연속 마감은 물론, 매년 수능 국어 만점자를 배출하고 있으며 입시에 대한 높은 이해와 학생 개개인에 맞춘 학습 전략으로 수많은 학생을 상위권 대학에 입학시키고 있다.



스카이 버스
스카이 버스
분당강쌤 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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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책읽아웃] 중독은 사회가 만들어 낸 결과 | 채널yes[스크랩] 2023-03-0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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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의 선택

『어리고 멀쩡한 중독자들』

키슬 저 | 좋은생각



부제는 '어떤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의 자기혐오 해방 일지'라고 적혀 있네요. 이런 종류의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자 책을 제가 좀 좋아하는 것 같아요. 이제까지 <책읽아웃>에 나와서 소개한 적도 있고. 이 분야의 고전이라고 한다면 캐롤라인 냅의 『드링킹』이 있을 것이고, 이후에 한국에서도 여성이 저자인 알코올 중독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었어요. 박미소 저자의 『취한 날도 이유는 있어서』도 사람들에게 호평을 받았던 걸로 기억을 하고요. 제가 생각했을 때 올해 말에는 키슬 저자의 『어리고 멀쩡한 중독자들』이 그 계보를 잇는 책이 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저자가 알코올 중독이 되었고 중독의 늪에서 빠져 나와서 상처를 회복했는가, 그 노력을 십여 년 간의 엄청난 노력을 담은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고요. 흔히 여성이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이 되면 많은 경우에 식이 장애랑 같이 나오게 되더라고요. 사회적으로 여성들한테 '너는 해야 할 일을 맞춰서 해야 되고, 동시에 너의 신체적인 요건도 날씬하고 마르고 예뻐야 한다'라는 방식을 끊임없이 주입시키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남성의 고도 적응형 알코올 중독과는 또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저자는 15년 동안의 알코올 중독과 10년여 정도의 식이 장애를 자력으로 극복했다고 본인 소개에 썼고요. 고통 속에서 자신이 왜 아파야 되는지 연구하다가 모든 고통은 멘탈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게 됐다, 라고 저자 소개에 써져 있습니다. 책이 꽤 두껍습니다. 300페이지 조금 넘고요. 에세이치고는 약간 두께가 있는 편인데, 그만큼 저자가 어떻게 알코올 중독에 빠지고 거기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는지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여러 가지 에피소드가 나오는데요. 저자가 스무 살 이후부터 계속해서 술을 마셨대요. 저자는 '동경하거나 좋아하는 대상 그리고 중독 물질, 동경이 치명적인 중독으로 연결되는 최초의 순간이었다'라고 회고를 하게 되고요. 섭식 장애뿐만 아니라 우울증 진단도 같이 받게 돼요. 저자가 스무 살에 자취를 시작하면서, 식이 장애가 시작되고 그것 때문에 상담을 갔더니 우울증이라고 진단을 받게 되고요. 그러면서도 약간 자만심 같은 게 들었대요. 나는 이것을 다 알아서 해결해 나갈 수 있어, 라고 생각하고 치료나 상담을 몇 번 가다가 그만두게 됩니다. 그것이 아주 잘못된 일이었다는 것을 나중에 깨닫게 되고요.

의사가 이야기를 해요. 술부터 끊어야 될 것 같다, 열심히 노력하는데도 술을 줄이지 못하고 있다는 건 알코올 의존증이다, 너는 알코올 중독이다, 라고 이야기를 하는데 저자는 이 사실을 분노의 5단계로 받아들여요. '부정 - 분노 - 타협 - 우울 - 수용의 단계'를 통해서 내가 알코올 의존증이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하나의 어떤 기점이 생기는데요. 저자가 아침에 해장술을 마시고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머릿속에 메시지가 떠올라요. '내 영혼은 이제 죽었다'라고 메시지가 뜨는 거예요. 그래서 엄청난 절망감에 휩싸이면서 계속 마십니다. 다음 날 또 마시는데 다시 그 메시지가 뜹니다. 

'너의 영혼은 이제 완전히 죽었다.'

저자는 그때 선택합니다. 마시던 보드카를 들고 싱크대로 가서 다 붓습니다. 모든 술을 다 꺼내서 싱크대로 흘려 보냅니다. 이후로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후의 일도 꽤 길게 나옵니다. 단주 후에 또 새로운 고난이 저자한테 닥치게 되고요. 제 생각에는 자기가 술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뿐만 아니고, 사회적으로 자기가 너무 힘들고 어딘가 의지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자의 경우에는 알코올과 담배 같은 중독 물질을 향한 중독이었지만, 우리가 가진 중독이 그것 뿐만은 아니잖아요. 중독에 빠지게 되는 결과가 어떻게 보면 사회가 만들어낸 결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한자(황정은)의 선택

『비올레트, 묘지지기』

발레리 페랭 저 / 장소미 역 | 엘리



먼저 비올레트가 어떤 인물인지를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이름은 비올레트 투생. 결혼 전의 이름은 '비올레트 트레네'였고, 프랑스하고 벨기에 국경이 맞닿는 지역에서 부모를 모르는 채로 태어난 인물입니다. 비올레트는 어렸을 때부터 위탁 가정과 사회 복지사 가정을 떠돌며 자랐는데요. 항상 순종적인 건 아닌데, 남의 눈치를 보고 그의 요구에 맞춰서 사는 그런 태도가 익숙한 인물이고요. 열여덟 살 정도의 읽기 능력이 초등학교 1학년 수준일 정도로 오랫동안 교육에서 소외되어 있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아이를 임신하면서 혼자서 읽기 학습을 하는데요. 미국 소설가 존 어빙이 쓴 소설을 교재 삼아서, 삶이 나에게 준 것과는 좀 다른 것들을 딸에게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딸이 태어나서 어느 정도 자랐을 때 자기가 글을 공부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딸에게 읽기를 가르치기도 하는데요. 비올레트가 현재 묘지지기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이 현재 시점에 딸이 없습니다. 그리고 남편도 없습니다. 이 사정은 조금 뒤에 말하기로 하고요.

묘지를 열고 닫고 청소하고 방문객들을 맞이하는 일들이 묘지지기가 하는 일인데, 비올레트는 아주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이 일을 합니다. 묘지에 망자가 도착해서 장례식이 진행되면 비올레트는 그날의 상황을 노트에 반드시 기록을 하는데요. 날씨는 어땠는지 어떤 관계의 사람들이 참석을 했는지 그리고 고인을 기리는 추도사의 내용까지 노트에 기록을 합니다. 그 이유는 나중에 소설 중반 이후에 밝혀져요. 

비올레트가 시에 고용되어서 이 묘지로 들어온 것이 1997년입니다. 소설의 현재 시점이 얼추 2017년이니까 20여 년 전에 이 묘지로 들어왔고, 당시는 비올레트에게 이미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난 뒤이기도 하거든요. 남편인 필리프 투생과 함께 묘지지기로 일을 하려고 왔는데 이듬해에 남편은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습니다. 19년째 행방이 불명한 상태예요. 그리고 딸인 레오니는 1993년에 화재로 죽어서, 이 부부가 묘지지기로 들어왔을 당시에는 이미 사망하고 없는 상태입니다. 

이 소설에 대단히 많은 사람들이 등장을 하거든요. 그런데 누구도 부족하지 않고 꽉 찬 입체감으로 나름 저마다의 생을 살고 있어요. 삶이 대단히 복잡하다는 점을 생생한 인물들을 통해서 대단히 잘 그려낸 소설이에요. 제목 그대로 비올레트의 이야기로 시작을 하지만 이 책에는 비올레트의 이야기만 있는 건 아니에요. 1인칭 시점과 3인칭 시점을 오가면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다양하고도 생생하게 소개가 되고요. 

소설 속에 (필리프 투생 외에) 남성이 등장하는데, 상황이 이렇습니다. 어느 날 어떤 남자가 묘지지기의 집 문을 두들기는데요. 내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이 묘지에 묻힌 어떤 남자의 묘에 같이 묻어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라는 이야기를 합니다. 이 유언을 가지고 비올레트를 방문한 사람의 이름은 '쥘리앵 쇨'입니다. 직업이 경찰입니다. 이 사람의 등장이 비올레트의 남은 인생에서 대단히 중요한 사건이 되기도 하는데요. 쥘리앵은 어머니의 이해할 수 없는 유언 때문에 묘지를 방문했다가 독특한 묘지 관리자 비올레트를 더 알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가지게 됩니다. 마을을 드나들면서 묘지를 계속 찾아오고, 그러면서 비올레트의 남편이 실종 중이라는 이야기도 듣게 되는 거죠. 쥘리앵은 비올레트의 남편인 필리프 투생의 행적을 추적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느 날 비올레트를 찾아와서 필리프 투생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알고 있다고 말을 합니다.

여기까지 들었을 때는 장르를 잘 짐작할 수가 없죠. 로맨스도 있고 드라마도 있고 추리도 있고 온갖 것이 다 담겨 있고요. 이 책의 대단한 장점이기도 한데, 진부한 면이 없고요. 처음부터 끝까지 저는 이 소설이 좋았어요. 뒤표지에 박연준 시인의 추천사도 실려 있거든요. '어떤 이야기는 길어서 행복하다.'라는 문장으로 시작이 되는데, 저도 그랬어요. 이 이야기가 길어서 너무나 좋았고, 이 소설이 어떤 순간으로 끝이 나는데 그렇게 끝나서 좋았고요. 그렇지만 이 소설이 끝나서 싫었습니다.

제 생각에는 소설가라는 사람들은 대체로 삶을 어떻게든 사랑하고자 하는 사람들이고 또 사랑하고야 많은 사람들인데, 그들이 써낸 소설 중에 어떤 좋은 소설은 그걸 나눠 받을 수가 있거든요. 이 책을 읽는 동안에 저도 삶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눠 받을 수가 있었습니다. 소설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결말로 갈수록 대단히 분명해지는데, 삶에 필요한 것이 사랑이라는 메시지입니다. 어떻게 보면 클리셰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메시지인데, 이 소설은 한 톨의 진부함이 없이 삶에 필요한 것이 사랑이라는 메시지에 다다릅니다. 연말이기도 하고, 요즘 마음이 어렵고 힘든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그냥의 선택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김사과, 김엄지, 김이설, 박민정, 박솔뫼 저 외 18명 | 작가정신



출판사 작가정신이 창립 35주년을 맞아서 23명의 소설가들에게 '소설에 대한 에세이'를 받아서 엮은 책입니다. 서로 다른 작가의 스타일대로 소재도 문체도 분위기도 다양한 글들이 실려 있어요. 소설을 쓸 때 잘 써지는 공간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요. 소설의 주제나 작법, 소설이 안 써지는 시간에는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도 있습니다. 

김이설 작가님이 하루에 6시간 동안 글을 쓰신대요. 이 루틴을 갖기까지 15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두 아이를 키우면서 소설을 쓰면서 살림을 하시다 보니까, 둘째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한 후에야 이 루틴이 생길 수 있었던 거예요. 고정적으로 일을 하면서 생겨난 변화 중 하나가 마감을 정말 잘 지키게 된 거라고 합니다. 그래서 김이설 작가님은 꼬박꼬박 무언가를 하는 것에는 분명히 힘이 있다고 이야기를 하세요.

이 책의 제목은 오한기 소설가의 글에서 따온 건데요. 실려 있는 동명의 에세이를 보면, 오한기 소설가는 육아를 하면서 직장생활을 하기도 하면서 쓰기를 병행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글을 암살자처럼 쓴다고 이야기해요. 틈을 보다가 찰나의 순간에 과감하게 칼날을 휘두르는 암살자처럼 항상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가 짬이 나면 빠르게 쓰는 거죠. 그렇게 지내다가 한 선배로부터 "내가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면서 월 3억 원을 벌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돼요. 매출이 3억 원 정도 되고 순이익이 20%라서 월 6천만 원 정도를 버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오한기 작가가 나도 소설 쓰기를 그만두고 스마트 스토어를 해야겠어,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스마트 스토어를 준비하고 운영하는 과정이 조금 의미 없게 느껴진 거예요. 그래서 그만둡니다. 그러고 나서 스마트 스토어에서 자신을 판매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해요. 스마트 스토어를 준비할 때는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생각했지만, 소설을 쓸 때는 손가락이 춤을 추는 것처럼 날아다녔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따지고 보면 나는 3억 대신 소설을 택한 셈이다. 그런데 내가 소설을 썼을 때 이익은 얼마일까? 순수하게 나에게 남는 건 뭘까? 과연 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최진영 작가님은 '인정과 단념'에 대해 말하는데요. 내가 쓴 문장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을지라도, 미완성인 걸 알면서도, 인정해야 된다는 거예요. 그리고 단념해야 된다고 합니다. 언제까지 이걸 계속 고칠 수 없고 붙들고 있을 수 없다는 걸 받아들여야 된다는 거죠. 어떤 때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 썼지만, 결국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라는 다소 허무한 결론에 다다를 수도 있다고 해요. 그럴 때도 인정하고 단념하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하는 거예요. 그러면 이 과정이 어떤 의미가 있고 무슨 소용이 있냐고 말할 지도 모르겠지만, 최진영 작가님은 "한 편의 글을 쓰고 나면 나는 조금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쓰는 동안 나를 유심히 들여다봤고, 타인의 삶을 상상해봤고, 어떤 상황을 구체적으로 그려봤기 때문에, 나는 이전과 다른 인간이 되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작가님은 "소설은 나를 변화시킵니다. 소설은 나를 삶의 방향으로 끌어당깁니다. 소설은 나를 형편없음의 늪에서 건져냅니다. 소설을 쓰고 읽으면서 나는 다른 삶을 꿈꿀 수 있습니다. 계속하여, 꿈을 꿀 수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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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책읽아웃] 기후위기, 무력감에 손놓을 때가 아니다 (G. 남성현 해양학자) | 채널yes[스크랩] 2023-03-02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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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소설 쓰는 황정은입니다. 올해 겨울이 유난히 춥습니다. 인간의 과도한 활동으로 초래한 기후비상을 우리가 점차 일상으로 겪고 있죠. 임계점을 알리는 비상벨이 점차 빠른 주기로 더 크게 울리고 있다는 것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기후학자로서 이 벨을 누르는 작업을 해온 저자를 만나보겠습니다. <황정은의 야심한책>, 시작합니다.



<인터뷰 – 남성현 해양학자 편>

오늘은 지구환경을 연구하는 과학자를 모셨습니다. "인간과 지구의 공존 해법을 찾는 가장 중요한 첫 단추는 과학이 되어야만 한다"라고 이야기하면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과학 상식을 전해주는 분입니다. 『반드시 다가올 미래』를 쓴 남성현 선생님 모셨습니다.

황정은 : 반갑습니다. 선생님, 자기소개 좀 부탁드릴게요.

남성현 : 저는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과학부에서 해양 쪽을 담당하고 있는 남성현 교수입니다. 

황정은 : 선생님 이력을 보다 보니까, 어느 책에는 환경학자라고 되어 있고 또 어디서는 기후학자라고도 돼 있어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남성현 : 저는 자연과학을 하니까 자연과학자가 맞고요. 자연과학자 중에서 또 지구환경을 하니까 지구과학자고, 지구환경 중에서 해양 쪽을 담당하니까 해양과학자가 정확한 분류죠.

황정은 : 선생님은 바다를 연구하셨는데 기후비상 이야기를 계속 하고 계세요. 해양 생태계와 바다가 기후하고 그만큼 긴밀하게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이겠죠?

남성현 : 그렇죠. 사실은 우리가 '기후', 그러면 대기 과학이나 기온을 많이 생각들을 하시는데요. 매일매일 바뀌는 '기상', '날씨', 이런 게 아니고 장기간의 평균 상태인 기후를 이야기할 때는 해양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해양을 지구의 기후 조절자라고 부를 정도거든요. 대기를 한쪽에서 데우고 식히고, 또 바닷물이 증발해서 구름이 만들어지고, 구름이 돌아다니다가 비를 뿌리고, 이런 거라서 지구의 물 순환과 온도 분포 같은 것들을 좌우하는 게 해양에서 따뜻한 바닷물과 차가운 바닷물이 어떻게 움직이는지가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해양의 기후 조절자라고 불리는 것이죠.

황정은 : 책의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이 책은 과학책이다'라고 거듭 강조를 하셨어요. '이 책은 소설책이 아니라 과학 책이다.' 이 문장이 책의 첫 문장인데요. 왜 그런 말을 붙이셨나요?

남성현 : 기후 이야기를 하는 여러 종류의 책들도 있고, 이제 기후변화는 과학자만 쓰는 용어가 아니잖아요. 일반에서 많이 사용하는 용어인데, 중요한 건 과학적인 팩트거든요. 이 과학적인 팩트를 잘못 이해하거나 약간 왜곡하거나 오해할 때 여러 가지 잘못된 문제들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과학적인 팩트를 정확하게 아는 게 중요합니다. 기후하고 관련돼서 지금 지구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과학자들이 밝혀낸 연구 결과들이 굉장히 중요하고, 그런 과학적인 팩트에 근거해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저는 이런 책을 쓴 거라서, 저는 이걸 과학책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황정은 : 저희가 대표적으로 크게 잘못 이해하고 있는 일은 뭐가 있을까요?

남성현 : 대표적인 게 그런 거죠. 지금 지구온난화인데 왜 이렇게 춥냐.(웃음)

황정은 : 그렇죠. 올겨울에 그런 이야기 하는 분 많을 것 같습니다.

남성현 : 그러니까요.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분들이 트위터 같은 데에서 '뉴욕에 지금 눈 내리고 너무 춥다, 우리 지구온난화 필요해' 이러면서 비꼬고 그랬거든요. 이게 과학적인 팩트를 잘못 이해해서 그렇습니다. '지구온난화'라는 기후 현상하고, 춥고, 덥고, 한파, 폭염, 이런 매일매일의 기상 현상을 섞어서 이해해서 그런 것이죠. 과학적인 이해가 중요합니다.

황정은 :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은 과학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지구환경과 관련해서 지금 우리한테 과학 지식과 과학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남성현 : 우리는 어떤 문제가 생기면 해결책에 너무 집중을 해서 섣부른 해법들 이런 것들에 많이 집중을 하거든요.

황정은 : 그때그때 임기응변 식으로 대처를 하죠. 

남성현 : 그렇죠. 어떤 방법으로 바로 해결할 수 있을까를 너무 쉽게 생각을 하는데, 자연 현상이 원인이 돼서 생기는 문제들은 지구환경의 과학적인 작동 원리를 알고 근본적인 해법들을 찾아내는 것들이 중요하거든요. 과학에서 출발을 해야 된다는 거죠. 사회 정책적인 해법도 나올 수 있고 정책적인 해법, 경제적인 해법 나올 수도 있고, 또 기술적인 공학적인 해법이 나올 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이 다 철저하게 과학적인 팩트에 근거해야만 어설픈 해법으로 인한 부작용이라든가 더 큰 피해를 막을 수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과학에서 출발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죠.

황정은 : 그렇게 출발해야 잘 대응할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

남성현 : 네, 맞습니다. 기후 문제도 마찬가지거든요. 과학에서 출발하는 게 정말 너무 중요합니다.

황정은 : 2021년에 『2도가 오르기 전에』를 쓰셨는데요. 그리고 딱 1년 만에 이번 책 『반드시 다가올 미래』를 쓰셨어요. 1년 사이에도 감지되는 변화의 폭이 느껴졌을 것 같은데, 이 상황에 대해서 선생님의 인식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남성현 : 그 사이에 과학적인 팩트 자체가 크게 바뀐 건 아닌데요. 같은 내용인데 전달하는 방식이 조금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반드시 다가올 미래』에서 조금 더 톤을 강하게 표현한 건데요. 『2도가 오르기 전에』에서는, (대부분) 기후가 바뀌면서 나타나는 변화만 이야기하고 원래 기후가 어땠는지 잘 설명을 안 해주니까, 원래 기후가 어땠고 그게 하늘과 땅과 바다와 얼음 각각에서 어떻게 바뀌고 있는 건지를 좀 설명하고 싶었다면, 『반드시 다가올 미래』는 현재 그런 변화가 얼마나 심각하고 시급한 대응을 필요로 하는지를 보여주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되는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런 미래가 반드시 다가온다는 경고를 좀 더 강하게 하고 싶었던 겁니다.

황정은 : 올겨울에 한파도 유난했는데요. 강력한 한파가 한국뿐만 아니라 북반구 여러 나라를 뒤덮었잖아요. 이렇게 추운 날씨도 지구온난화 때문이라고 아까 말씀을 하셨는데, 상황을 조금만 설명을 해주시죠. 왜 이런 일이 생겼는지.

남성현 : 지구 평균 온도가 올라간다는 게 한쪽에서는 더 더워지고 한쪽에서는 더 차가워지고 이런 것들도 가능하거든요. 예를 들면 영상 20도와 영하 20도를 평균하면 0도잖아요. 그런데 영상 51도와 영하 50도를 평균하면 1도입니다. 평균 온도가 1도 바뀌었지만, 영상 51도와 영하 50도 환경이라는 건 아주 극단적인 온도 변화잖아요. 영상 20도 영하 20도에 비해서 훨씬 변동 폭이 크잖아요. 과거에 비해서 지금 변동 폭이 굉장히 커지고 있습니다. 기온 같은 것들이. 북극이 따뜻해지는 것하고 관련이 있어요. 북극의 빙하가 사라지면서 태양을 반사해주던 얼음이 사라지니까 해양에 그대로 흡수가 되고, 그러면 북극해 수온이 올라가면서 북극이 따뜻해지는 거예요. 

북극은 굉장히 추워야 되는데. 북극하고 적도하고 온도 차가 줄어들면 북반구 중위도에 사는 우리나라 같은 이런 나라들 위에 상공에 부는 제트기류가 약해집니다. 제트기류가 약해지면 심하게 사행을 하면서 굽이쳐서 불어요. 굽이치다 보면, 이게 북쪽으로 올라가서 부는 곳도 있고 남쪽으로 내려가서 부는 곳도 있는데, 남쪽으로 내려오는 곳들은 북극에 가둬뒀던 한기, 냉기를 중위도까지도 내려올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잘 경험하지 못했던 심각한 한파들도 자주 생긴다는 거예요. 남반구에는 이런 일이 잘 없는데.

황정은 : 그렇군요. 최근에 일본도 한파 때문에 난리를 겪었더라고요.

남성현 : 네, 동아시아 전체가 올겨울에 한파가 아주 심하고, 미국도 2/3정도 영역이 한파 때문에 아주 피해를 많이 보고, 유럽은 서유럽과 동유럽이 희비가 엇갈리고 있잖아요. 러시아 쪽은 아주 추운데 서유럽 쪽은 너무 따뜻해서 알프스의 눈이 다 녹고. 온도 차가 커진 겁니다.

황정은 : 지금은 지구의 평균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1.1도 상승한 상태라고 하셨는데요. 선생님을 비롯해서 많은 과학자들이 경고하는 대로 1.5도까지 상승을 한다면, 그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남성현 :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온도가 1.1도 정도 올라갔는데, 이게 대략 100년 만에 1도 올라간 거거든요.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가 아니에요. 우리 실내 온도를 1~2도 올린다고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하잖아요. 기후가 변한다는 게 이렇게 아주 작은 변화라서 감지할 수 있는 변화가 아닙니다. 그렇지만 지구 평균 온도만 올라가는 게 아니라,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심각한 한파도 오고, 반대로 심각한 폭염도 오고, 또 비가 너무 많이 홍수 나고 산사태 나고, 반대로 비가 너무 오랫동안 안 오면 가뭄이 심해지면서 산불이 나고 어마어마하게 지금 피해를 보고, 이런 일들이 과거에 경험하지 않았던 전례 없는 수준으로 자꾸 심해지는 변화들이 동반이 되는 거죠. 그러다 보니까 지금 피해가 이렇게 커지는 건데. 지구 역사에서 보면 빙하기도 경험했고 자연적인 기후 변화가 분명히 있었지만, 아주 오랜 기간에 걸쳐서 서서히 변했던 것이지, 지금처럼 100년 만에 1도가 오르는 건 굉장히 가파른 변화라는 겁니다. 

여기에 우리가 적응을 못해서 1.5도 이렇게 이상으로 올라가게 되면 전례 없는 기상 이변 같은 것들이 더 일상화가 되고, 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그리고 과학적으로 아직도 예측하지 못하는 현상들도 더 많아지면서, 우리 인류가 그런 것에 대비가 안 돼 있으니까 피해를 많이 보게 될 텐데요. 그래서 우리가 적응하는 게 중요한데, 적응을 아무리 높여도 기후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니까 적응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그래서 기후 변화 속도를 늦추는 동시에 적응력을 높이는, 두 방향의 노력이 다 중요한 거죠. 1.5~2도가 올라버리면 그때 돼서는 우리가 노력한다고 늦출 수가 없어요. 돌이킬 수 없는 걸 건너버리니까. 그래서 티핑 포인트를 넘기 전에, 1.5~2도 수준을 넘지 않게, 우리가 그 아래에서 기후 변화 속도를 빠르게 늦추고 변하는 기후에 적응을 하도록 노력을 많이 해야 되는 겁니다.

황정은 : 정말 실존적 위기네요. 인간에게나 다른 생물 종들에게나.

남성현 : 그렇습니다.

황정은 : 저는 예전에 『2050 거주불능 지구』라는 책을 대단히 인상적으로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책에서는 2050년이면 티핑 포인트에 다다른다는 내용이었거든요. 그런데 선생님의 책을 보니까 그 사이에 10년이 더 빨라졌다는 내용이 있더라고요. 최대 2040년을 예상하신 거죠?

남성현 : 우리가 1.5~2도 사이를 티핑 포인트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물론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구 평균 온도 1.5도 상승 시점이 다 달라지죠. 그래서 우리가 하기에 달려 있기는 한데 지금처럼 가다가는 1.5도 금방 넘어간다는 겁니다. 과거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에서 정기적으로 기후변화 보고서를 발간해 왔는데, 과거 보고서들의 예측치에 비해서 가장 최근 6차 평가 보고서의 예측치를 보면 10년이 더 앞당겨진 거예요. 2030년 2004년만 돼도 1.5도는 이미 도달하게 생겼다는 거죠.

황정은 : 얼마 안 남았잖아요. 뭐든 해야겠네요.

남성현 : 엄청나게 해야 됩니다. 우리가 탄소에 기반해서 문명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산업화 이후에 화석 연료랑 탄소에 많이 의존하고 있는데, 완전히 탄소를 벗어나는 문명을 새로 건설해야 되는 거죠. 짧은 기간에. 엄청난 노력을 해야 됩니다.

황정은 : 『반드시 다가올 미래』에 등장하는 많은 질문들 중에서 사람들은 아마도 이 질문의 대답을 가장 궁금해 할 것 같은데요. "이미 때를 놓쳐서 더 손쓸 수 없다는데 사실인가요?"라는 질문입니다. 선생님은 그 답으로 '일부 사실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다행히 전부 사실은 아니다.'라고 쓰셨죠.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남성현 : 일부 사실이라고 말씀드린 건 때를 놓쳤다는 부분인데요. 과학자들이 기후변화 경고한 지 수십 년 됐습니다. 국제 사회에서 그 대응이 굉장히 소극적이었죠. 한때 원인을 두고도 논란이 있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이제 원인도 정확히 알고, 특히 선진국과 개도국 입장이 다르다고 협의가 안 되다가 결국 파리 기후 변화 협약 때 같이 줄이기로 한 거고. 그레타 툰베리나 이런 친구들이 상황을 더 사람들에게 많이 알리고 정치인들에게 변화를 촉구하고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거기에 공감을 하니까 이제 국제 사회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단 말이죠. 오래전부터 이렇게 경고를 했는데도 그게 안 됐었으니까, 그래서 때를 놓쳤다는 부분은 사실이라는 거죠. 

그렇지만 전부 다 사실이 아니라고 제가 말씀드린 건, 지금 노력하는 것하고 노력 안 하는 것하고는 천지 차이라는 거죠. 인류가 멸종하느냐 아니냐, 유엔 사무총장 표현대로라면 집단 자살을 하느냐, 거주할 수 있는 지구로 회복시키느냐, 양자택일에 놓여 있단 말이죠.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 세대뿐 아니라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가 지구에서 살 수 있느냐 없느냐가 여기서 결정되는 거기 때문에, 우리 노력에 따라 엄청나게 다른 미래가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늦었지만 아직 완전히 끝난 건 아니라는 겁니다.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하면 우리가 계속 지구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성장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죠.



*남성현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과학부에서 해양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물리해양학으로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인간과 지구가 공존할 수 있는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 해양 관측 중심의 자연과학 연구와 교육을 진행 중이다. 국방과학연구소 제 6기술연구본부에서 해군을 위한 해양 연구를, 미국 스크립스 해양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기후와 해양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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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심윤경의 할 수 있다 할 수 없다] 내 머릿속의 타이어 | 채널yes[스크랩] 2023-02-0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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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_이희찬 

작품은 작가의 많은 것을 담는다. 특히 첫 작품은 더 그러하다고 믿는다. '자전적'이라는 딱지를 달고 나온 나의 첫 소설 『나의 아름다운 정원』은 내가 어린 시절에 살던 청와대 부근 산동네 특유의 분위기를 담고 있어, '이것은 인간 심윤경의 실제 인생을 담은 소설'이라는 오해를 사기에 알맞았다. 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과 사건들이 대부분 허구의 산물임을 기회가 닿는 대로 해명했지만, 알고 보니 그 소설은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나 자신을 닮아 있었다. 소설의 주인공 동구는 난독증을 앓는 것으로 그려졌는데, 그것은 훗날 그대로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되었다.

초등학생 시절, 늘 탐독하던 <리더스 다이제스트>에서 '난독증'이라는 단어를 처음 접하고 매혹되어 언젠가 소설을 쓰게 된다면 그것을 소재로 활용할 계획의 씨앗을 심었다. 소설가 지망생의 열정으로 불타던 20대의 나는 도서관을 뒤져가며 '난독증'이라는 낯선 질병을 열심히 공부해 소설로 옮기면서 그것이 나의 미래가 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모른 채 그저 흐뭇하기만 했다. 30대였을지 40대였을지 모를 어느 날 난독증이라는 증세가 나에게 발현되었을 때 나는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까맣게 눈치채지 못한 채 10년이 넘는 시간을 쩔쩔매기만 하면서 흘려보냈다. 난독증이라니, 그런 건 소설에서나 들을 법하지, 실제 발생하기엔 너무 드물고 난데없는 일이 아닌가.

작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에게 난독이란 이 세상에서 가장 먼 단어일 것이다. 동구처럼 어린 시절부터 난독증으로 고통받고 어려움을 겪은 케이스가 아니었기에 나는 내가 난독을 앓을 수 있다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읽고 쓰기를 어려워하기는커녕 가장 자신 있고 즐거워하던 활동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동료 작가들에게 책이 잘 읽어지느냐는 이상한 질문을 던지고 다니면서도 내가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워하는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난독증은 교활하게도 난시나 원시와 비슷한 증상으로 자신을 위장했다. 몇 줄 읽다 보면 눈이 아프고 뒷골이 뻣뻣해서 책을 덮어버리게 되는 식이다. 실은 이 정도면 이미 중기를 지났다고 볼 수 있다. 초기에는 그냥 '아, 요새는 책이 재미가 없네' 하는 식으로 시작된다. 예전 같으면 즐겁게 읽었을 텐데 시큰둥하게 덮어버리는 책들이 점점 많이 쌓여간다. 그러면서 마음속에 내가 책과 멀어져간다는 두려움과 죄책감도 함께 쌓인다. '책을 읽어야 할 텐데, 나처럼 책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 작가라는 직업이 합당한가?' 하는 자책과 부담이 쌓여가면서 차츰 책을 펴기만 하면 눈이 피로하고 뒷목 근육이 뻣뻣해지는 증세로 발전되었다. 하지만 난독증을 불러온 이런 생각과 증상들은 노화의 증세들과 교묘하게 겹치면서 근원적인 질문들을 회피하고 인식되지 못한 채 점점 심해져 갔다.

사람은 몸에 이상이 생기면 그제야 그 신체 기관의 존재와 기능을 인식한다. 평소에 내 위장이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다가 소화 기능이 떨어지면 그제야 불편한 감각을 전달하는 '위'라는 기관이 내 복강에 있음을 깨닫고, 밥을 먹었는데도 내려가지 않고 위장이 세 시간째 터질 듯 빵빵하게 부풀어 있음을 인식하는 식이다.

난독증은 정말 오랜 시간 동안 천천히 진행되어 갔다. 본격적으로 문제가 발생한 것은 2011년 무렵이거나 심지어 그 이전일 것으로 추측하는데, 오랫동안 나는 그냥 두통이나 노안이라 여기고 넘겼다. 나에게 실제로 무언가 문제가 있다고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한 건 2017년 이후였다. 그 무렵 나는 내 뇌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일단 내 두개골 안에 뇌라는 기관이 존재하고 있음을 항상 인식했던 것만으로도 이미 무언가 일상을 벗어난 상태였다. 나의 뇌는 소화력을 잃은 위장처럼 불편한 감각으로 존재를 과시했다. 뭐랄까, 뇌가 좀 많이 부푼 것 같은 기분이었다. 좁은 두개골 안에 갇혀 있다가 어느 틈새론가 폭발해 터져 나오지나 않을까 두려웠다.

뭔가를 열심히 읽는데도 머릿속으로 진입이 안 되는 경우에는, 꽤 좌절감을 느낀다. 마치 내 뇌가 말랑말랑한 생체 조직이 아니라 단단하고 탄성이 넘치는 고무질로 되어 있어서 고무공을 손가락으로 찌르는 것처럼 벽에서 튕겨 나가기만 하고 안쪽으로는 하나도 들어가지 않는 불쾌한 느낌이랄까. 타이어처럼 단단하고 질긴 뇌의 단호한 저항감...

2011년 12월 27일의 일기에 처음으로 '뇌가 타이어 같다'는 표현이 등장했다. 정상적인 시기에 나의 뇌가 몽글몽글하고 따뜻한 메밀묵 같은 유연한 상태였다면, 난독증 상태의 뇌는 타이어처럼 질기고 단단한 무엇이 되어 두개골 안에서 버둥거렸다.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기는 하지만 문장이 전달하는 정보를 뇌 안쪽으로 전달하지 못했다. 이후 상태가 더욱 악화되자 눈으로 글씨를 따라가는 것도 어려워졌다. 책을 반드시 읽어야 하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태가 되면 나는 글씨들을 소리 내어 읽으며 내가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생각해 보면 이건 꽤나 이상한 상태다. 눈으로 입력되는 활자의 의미는 해석하지 못하면서 소리로 옮길 줄은 안다. 소리로 전환된 정보를 들으면 해석할 수 있다. '읽을 수 있다와 읽을 수 없다'의 어중간한 사이에서 나는 이게 뭔가 하면서 매우 오래 쩔쩔맸다.

물론 뇌 안쪽에서 만들어진 나의 생각이 밖으로 인출되는 작업에도, 그러니까 글을 쓸 때도 타이어의 비협조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굳이 난독이 아니더라도 원래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읽기의 어려움만큼 낯설고 당황스럽지는 않았다. 십여 년간 나는 '타이어 같은 뇌'와 싸우는 절망적인 느낌과 싸워야 했다. 뻣뻣하게 굳어버린 나의 뇌가 다시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조직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 어느 날 누군가 나타나 나의 두개골을 열고, "뭐야! 여기 타이어가 들어 있잖아!"라고 외치며 나를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들을 수용하는 외딴 곳으로 보내버릴 것 같았다.

다시 동구에게 돌아가 보자면, 동구의 난독을 인식하고 그를 도운 고마운 담임 교사 박영은 선생님은 어느 날 동구에게 '아버지는 제주도에 가셨습니다.'라고 써보라고 시킨다. 동구는 칠판에 'ㅏ바시으 수재 가야스슴나다.'라고 썼다. 그것이 동구가 쓸 수 있었던 최선이었다. 동구가 겪은 난독 증세는 글자의 철자가 해체되고, 받침이 탈락되고, ㅏ와 ㅓ의 반전을 구분하지 못하는 방식이었다.

박영은 선생님은 동구가 '공부 못하는 돌대가리'가 아니라 난독증이라는 특이한 증세로 괴로워하는 아이임을 알아내고 동구를 도울 방법을 찾아내려 애쓴다. 선생님은 동구를 방과 후에 따로 남게 하고 기역 니은 디귿 자음부터 하나하나 다시 가르치기 시작하는데, 자음의 모양과 흔한 사물을 연관 지어 외우도록 한다. '지읒은 쥐포' 하는 식으로 동구가 먹어본 친숙한 간식의 이름을 떠올리도록 하는 식이다.

자음과 사물을 연관 지어 소리를 떠올리게 하는 이런 교육법이 실제로 있는지, 이런 방식이 난독증 아동에게 도움이 되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나는 언어 치료사나 특수 교사가 아니다. 하지만 1970년대의 평범한 초등학교 교사였던 박영은 선생님도 전문가적 접근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보고, 그저 평범한 한 선생님이 안타까운 아이를 돕고자 할 때 시도해 보았을 법한 방식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동구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온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노력해 읽기와 쓰기에 눈에 띄는 진전을 보인다. 그것은 박 선생님의 교육법이 신묘해서라기보다는 처음으로 만난 믿음직한 어른에게 동구가 바쳤던 절대적인 감사와 신뢰 덕분이었을 것이다.



내 머릿속에 완고하게 자리 잡고 나를 괴롭히던 질긴 타이어가 마침내 폭발했을 때 나는 『영원한 유산』의 초고를 쓰던 중이었는데, 노트북 모니터에 타이핑하던 글자들이 부들부들 떨리다 못해 완전히 부서져 훨훨 날아가는 모습을 망연히 보았다. 마치 글자로 불꽃놀이를 하는 것처럼, 눈앞에서 글씨들이 폭발해 자음은 왼쪽으로 모음은 오른쪽으로 포물선을 그리며 훨훨 날아갔다. 나의 글자들이 모니터에서 흔들흔들 춤을 추고 지낸 지는 이미 오래되었고, 나는 그것을 집중력 부족 혹은 노안이라고 해석하고 거의 체념한 지 오래였다. 하지만 글자들이 폭발해서 따로따로 날아가는 게 노안이 아니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다. 글자들이 일렬 인쇄된 물리적 상태를 파괴하고 탈주해 버리는 상태를 경험하면서 나는 놀라움 속에서 한 단어를 떠올렸다.

이것은 난독증이다. 직장에 다니며 처음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을 때, 초등학교 3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읽지 못해 구박과 조롱을 받던 소년 동구의 이야기를 쓰면서 난독증의 증세를 공부한 적이 있었다. 그때 분명히, 활자가 부서지고 폭발해 이리저리 날아다닌다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고 그것은 난독증의 매우 심한 단계에 나타나는 증상의 하나였다. 2020년 여름에 내가 난독증의 그 단계에 이른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영원한 유산
영원한 유산
심윤경 저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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