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가 눈뜰 때 도서 리뷰 : 한국신화와 sf의 절묘한 만남~

논바이너리 캐릭터가 주인공인 이야기를 써 보고 싶었다는 이윤하 작가는 다양한 정체성들이 존재하는 세계관을 만들어냈다. 한국어가 공용어이고 공식 의복인 한복인 ‘천 개의 세계’!
고블린, 천인, 호랑이령, 여우령 등 다양한 존재들이 한데 어우려져 사는 곳이다.
한국어가 공용어라니 상황 설정이 왠지 모르게 뿌듯해 상상만 해도 저절로 웃음이 나온다.
용기 세계 주황 부족 출신의 호랑이령, 13살 주황 세빈이 주인공!
세빈이 그토록 고대하던 우주군 입대 허가 편지를 받은 날! 인생 최고의 날이어야 했던 순간이 좌절된다. 환 삼촌이 반역죄로 기소되어 체포 영장이 발부된 것! 행성 전체를 테라포밍할 수 있는 ‘드래곤 펄’을 욕심낸 죄. 해태호를 탈환하고자 밀항한 환을 끌어내기 위해 우주군은 세빈을 미끼로 보내는데..

p.17 전쟁 때는 모든 것이 ‘불공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은 상대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지 않을 것이므로, 진정한 전사라면 불평하는 대신 그 상황에 맞서야 한다고 말이다.
p.229 순이 이모는 언제나 알맞은 때의 좋은 계획은 두 시간 늦은 뛰어난 계획보다 낫다고 말했다.
p.334 강요된 복종이 아니라 자유로이 선택한 충성. 나는 이것을 스스로 배워야 했다. 왜냐하면 우리 가족은 한 번도 내게 자유로운 충성을 가르쳐 준 적이 없기 때문이다.

세빈이 삼촌 환에 맞서는 전쟁이 펼쳐지는 스페이스 오페라!
세빈은 해태호의 동료 승무원인 지, 유나, 남규 등과 함께 해태호를 구하기 위한 작전을 펼진다.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오는 법! 비상 식량 먹기, 온갖 임상 훈련으로 다져 온 세빈에게 이제는 실전이다. 호랑이와 인간으로 자유자재한 변신 공격, 해킹을 통한 시스템 통제, 구미호의 홀림, 무당의 등장까지...SF 소재와 한국 신화의 요소들이 버무려진 환상적인 접전이 우리를 홀린다. 특히나 우주선 안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접전이라 더 긴박하고 내밀하게 조여든다. 이는 가문에 충성해야 함과 불의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세빈의 내적 갈등과 맞물려 독자들을 더 흡입력 있게 끌어들인다. 한국적인 판타지가 더 짙고 세밀하게 배어들었으면...무당 세나의 화려한 주술적 활약이 더 강했더라면 장면이 더 파급력 있었을 텐데 그 점은 조금 아쉽다.

가족 대신 처음 본 사람들을 믿는 것은 어떤 마음에서 오는 걸까.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정신적 기반이면서 롤 모델이었던 삼촌을 배신하는 일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 또한 쉽지 않은데 세빈은 자기 가문의 부정 또한 받아들인다. 어린아이지만 전사로 길러진 강인한 정신력이 옳은 선택을 하게 한 것이 아닐까 싶다. 강한 자에게 굴복하지 않는 뚝심! 이거야말로 한국 호랑이의 기상이니까.
이제 세빈은 자신의 가문을 깨고 나와 새 뿌리를 내릴 것이다.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는
모습이 어린이에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가는 성장소설처럼 보인다.
상처가 나은 자리에 새살이 돋고, 또 새로운 상처가 생기고..그렇게 어른으로 성장하는 길을 택한 세빈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읽고 개인적으로 쓴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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