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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리뷰..2236권 반년이지났다.. 농사를얼마나짓는다고이리바쁠까.. 정신챙기고살아야하는데...ㅎ 꽃에취하고일에치여책읽는것도힘들다.ㅎㅎ 봄이깊어간다. 첫달17권.누적2102권.. 178권.2086권.신축년2222권 11월이가고이젠달력도한장남았다. 포도밭의떨어진잎들을주을까책을읽을까아님그냥빈둥거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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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에서 투기까지, 대중투자사회의 기원 혹은 역사 | 경제/경영 2023-04-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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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투자 권하는사회

김승우,이정은 등저
역사비평사 | 2023년 0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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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우리 사회에서 투자 혹은 투기라는 말은 일상적인 언어에 속한다. 살기가 갈수록 팍팍해지고 누군가 부동산 투기나 주식투자로 돈을 벌었다는 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사람들은 그 대열에 합세하고자 한다. 투자와 투기는 엄연히 다르지만,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의 욕망은 그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기도 한다. 부동산이 폭등하고 주가지수가 3000을 넘나들던 시절 투자에 나섰던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금융의 양적완화가 끝나고 금리인상으로 인한 경기침체의 와중에서 고통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투자의 끈을 놓지 않는다. 우리는 경기가 좋든 나쁘든 돈을 벌기 위한 투자를 이어가는데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영끌, 동학개미, 서학개미 등의 단어는 이제 낯설지 않은 말이 되었다. 너도나도 부동산이나 주식투자에 나서면서 언론 역시 이와 관련된 신조어를 공공연히 사용하며 투자 혹은 투기를 부추긴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런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꾸준하고 점진적인 자산축적을 통해 경제적 안정과 사회적 이동의 가능성이 완전히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갈수록 심해지는 경제적 양극화는 혼자서 먹고살기도 빠듯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결혼과 출산의 기피로 합계출산율 0.78이라는 역사상 유래를 찾기 힘든 최저 출산 국가가 되었고, 그와 함께 국민 모두는 투자인지 투기인지 경계가 모호한 유동자산 투자에 열을 올린다. 바야흐로 우리는 국민 모두가 투자에 매달리는 대중투자사회를 살아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대중투자사회의 등장을 역사적 관점에서 고찰한다. 근대사회 이래 투자 실태와 그 사회적 영향을 소개하고 분석하는 한편 우리나라의 부동산과 주식투자의 기원을 살펴보고 있다.

 

먼저 대중투자의 기원을 살펴보면서 저자들은 20세기 초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요 투자전략이 등장한 배경을 소개한다. 당시 등장한 투자전략은 오늘날에도 주식시장에서 응용되고 있다. 우리가 주식투자를 하면서 흔히 듣는 주기변동에 따른 추세분석, 내재가치에 의한 성장주 구매전략, 포트폴리오 구성 및 인덱스펀드 등은 모두 이러한 투자전략에서 나온 것이다. 또한 1920년대 광적인 미국 플로리다의 부동산 개발과 투기 열풍을 소개하면서 그 과정에서 어떻게 개인들이 합류하는지, 그리고 투기에는 항상 따라붙는 금융사기와 정부 당국의 부패, 무책임으로 어떤 종말을 맞이하는지를 분석한다. 또한 저자들은 우리나라의 주식시장과 부동산 투기의 기원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주식시장은 20세기 초 개항기에 주식이 소개되고 거래가 시작되었지만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20개 안팎의 종목이 간헐적으로 거래되다가, 1970년대 이후 주식시장이 본연의 기능을 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부동산 투기 역시 러일전쟁 이후 일본인들의 대규모 토지 투자에서 시작되어 식민지를 거치면서 고착화되었다. 저자들은 이 시기 주식거래의 변화와 성격, 토지투기의 양상과 식민 당국의 지원 등을 분석하면서 그것이 해방 이후까지 연속된 요인을 짚어보고 있다.

 

이어서 저자들은 이러한 투자가 대중화되는 과정을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의 부동산 투기의 유래와 1980년대 중후반 몰아친 주식 열풍의 와중에서 흔히 개미군단으로 불리는 일반투자자들의 등장에 대해 살펴본다. 196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부동산 투기는 일부 특권층만의 은밀한 자산증식 수단이었지만, 1970년대 중후반부터는 중산층이 합류하였다. 이후 1980년대 본격화된 부동산 투기의 전사회적 대중화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공간적 위계화를 촘촘하게 형성한 기원에 해당된다고 말한다. 주식시장 역시 1980년대 중반 정부가 국민주를 보급하면서 일반투자자를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였다.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시장에 대한 지식없이 재산증식이나 일확천금을 꿈꾸며 주식시장에 뛰어들었고 1980년대 후반 정점에 달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물타기 증자와 뻥튀기 공개, 증권사들의 수수료 수입 증가를 위한 단기적 투자행위 조장과 일임매매 강요, 회계법인의 방임과 동조 등으로 수익금은 모두 대주주 개인들에게 귀속되고 일반투자자들의 계좌는 깡통계좌가 되면서 일확천금은 일장춘몽이 되었다고 한다. 특히 1980년대 후반 일본에서 지대와 주가가 동시 상승하면서 형성된 버블시대, 일본 사회의 투기 열풍과 사회적 심리상태, 정부와 기업의 대응을 분석하며 버블붕괴 이후의 충격을 다룬 내용은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저자들은 그럼에도 확장되고 있는 대중투자사회에 대해 다룬다. 토지, 주택, 전기, 가스와 같은 도시 커먼즈가 소수 대자본에 의해 운영될 때 발생하는 결과를 홍콩의 사례를 통해, 부동산 기반의 자산 복지정책의 허실은 영국의 사례를 통해, 그리고 증시부양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국가와 인터넷 고리대금업인 핀테크 기업을 활용하여 이를 부추기는 기업을 분석한 중국의 사례를 우리에게 알려준다. 저자들의 소개와 분석내용을 읽으면서 기시감이 드는 것은 우리도 심심하면 비슷한 내용들을 정책으로 추진하겠다는 소리가 들려오기 때문일 것이다. 홍콩, 영국, 중국의 사례는 그 정책의 이면이 어떻게 국민들을 투기로 내몰며 피폐하게 만드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그 이면을 살피지 못하고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열매만을 보면서 소수 대자본의 논리에 휘둘리며 그들을 따라간다. 현재도 진행중인 그들 국가의 일반 국민들의 실상은 알지 못한 채 그저 정부와 기업의 부추김에 투자인지 투기인지도 가늠하지 못하고 뛰어드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모든 투자 혹은 투기는 금융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또한 우리는 현대사회에서 금융을 떠나 생활할 수는 없다. 결국 투자는 어느 특정한 사람들만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와 알게 모르게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책은 그런 투자 시장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며,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투자와 투기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투자를 부추기는 사회를 살아가면서 우리가 투자를 할 때 지켜야 할 확고한 원칙이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혹 유동자산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를 생각하고 있다면 한번은 읽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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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김에서 기억으로, 반구대 암각화 | 역사/동양고전 2023-04-0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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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반구대 이야기

전호태 저
성균관대학교출판부(SKKUP)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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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강을 거슬러 대곡천 물줄기를 따라 들어간 깊은 골짜기, 그곳의 바위 위에는 350여 개의 물상들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이른바 반구대 암각화이다. 1971년 동국대학교 조사단이 근처에서 불교 유적을 찾던 중 사람과 고래와 상어, 호랑이와 사슴이 조각되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에는 여러 이야기들이 회자되며 주목을 받았으나 곧 잊혀졌고, 1990년대 중반 들어 암각화 관련 국내외 연구자들에게 세계 각지에 있는 암각화나 암채화 중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시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1988년부터 지금까지 이 유적과 특별한 인연을 맺어온 전호태 울산대 교수가 반구대 암각화의 유적 현황과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쓴 글을 엮은 책이다. 저자는 그동안 반구대 암각화에 대해 써온 에세이 형식의 글 중에서 56꼭지를 뽑아 우리에게 이 특별한 유적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반구대 암각화 바위 아래 있는 대곡천 암반층은 백악기 공룡의 발자국이 많이 남아 있는 곳이기도 하다. 대곡천 물은 태화강으로 흘러들고 이 물이 울산만으로 빠져나간다. 그러나 1965년 공업용수와 생활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만든 사연댐이 완공되면서 대곡천 물줄기는 태화강과 끊어졌다고 한다. 관개용수용 댐과는 달리 흘러나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가 오면 물이 불어나고 대곡천 상류까지 올라와 반구대 암각화는 물에 잠기게 된다. 일 년에 몇 달씩을 물속에서 지내다 보니 암각화들의 경계선이 얇아지고 흔적이 사라지기도 한다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반구대 암각화는 신석기시대에서 청동기시대에 걸쳐 조각된 것으로 4번에 걸쳐 새겨졌다.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가 새겨지기 전 뭍짐승인 노루나 사슴이 먼저 새겨진 것은 바다가 대곡천까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기후변화에 따라 내륙 깊숙이 있는 내곡천까지 바닷물이 들어왔을 때 고래가 새겨지고 다시 바다가 물러난 후에 맹수들이 새겨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네 번에 걸친 새김을 더듬어가며 그 옛날 선사시대 사람들이 살았던 모습들을 이야기로 엮었다. 반구대 암각화에 나타난 동물과 사람들의 이야기이지만 세계 유수의 암각화나 암채화, 대곡천 인근 신석기시대의 유적과 유물, 역사시대 벽화고분에 나타나는 그림 등과 비교하며 종교학, 민속학에 따른 해석이기도 하다.

 

반구대 바위 위에 처음 새겨진 것은 뭍짐승이었다. 선 새김으로 너무 작게 새겨지고 이후에 새겨진 것들로 인해 원형을 잃은 것이 많아 어떤 종류인지 알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지만, 띄엄띄엄 몇 마리씩 형상화된 무리는 사슴과 개과 짐승으로 보인다고 한다. 저자는 이것을 새긴 사람들이 사냥꾼이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초기의 암각 이후 새김 주제가 일관되게 사냥이었고, 한반도에서의 신석기시대는 기원전 8000년 경으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농경은 청동기시대에 들어서 시작되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수렵채집인들의 생활반경은 농경인들보다 넓을 수밖에 없었고 신성한 기운이 풍기는 곳에선 무리가 모여 신과의 대화를 시도했다. 그렇게 새긴 것이 바로 반구대 암석 위에 나타난 그림이라는 것이다. 암각화 작업을 하던 사람들은 당시 샤먼이나 사제에 해당하는 사람들로 새김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일부 겹치기도 하고 앞선 시기의 결과를 훼손하면서 형상이 더해지기도 했을 것이라고 저자는 이야기를 이어간다. 첫 번째 새김이 바위 위에 띄엄띄엄 이뤄졌다면 두 번째 새김은 화면으로 쓰인 바위면 대부분에서 이루어졌다. 대상의 윤곽을 선으로 잡아낸 다음 선 안을 모두 파내는 면 새김 기법이 사용되었으며 초식동물 무리를 새겼다. 활과 화살을 든 사람이 새겨져 있는가 하면 개가 등장하기도 한다. 개가 가축화된 것은 중석기시대이지만 암각화에 등장한 것은 반구대 암각화가 유일하다고 한다. 두 팔 두 다리를 벌리고 서서 두 손을 크게 편 수족과장형 인물은 샤먼의 역할을 담당했던 사람일 것이라고 저자는 추정한다. 바위에 암각을 하는 행위는 신앙 대상에게 건네는 그림 기도이기도 하다. 암각화는 거의 영속적이므로 그것을 새긴 사람들은 자신들의 뜻과 내용이 기한없이 생명력을 유지한다고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환경이 변하면서 그들은 그곳을 떠나고 다른 이들이 찾아왔다.

 

세 번째 새김의 주제는 고래사냥이었다. 아마 울산만이 태화강 어귀 안쪽까지 깊숙하게 들어왔을 것이다. 최소 수백 년에 걸친 여러 차례의 작업 결과로 보이는 암각화에는 57마리의 고래와 배를 타고 고래를 사냥하는 사람, 고래가 왔음을 소리 질러 알려주는 사람 등이 새겨져 있다고 한다. 한반도 주변 바다에서는 35종의 고래가 발견되지만 반구대 암각화의 고래 종이 확인된 것은 흑동고래, 북방긴수염고래, 귀신고래, 들쇠고래, 참돌고래, 범고래 6종이다. 그들은 고래의 머리와 꼬리의 형태로 종류를 구분할 수 있었고, 각각의 고래들이 보이는 특성까지도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 밖에도 새끼를 등에 업은 고래, 작살을 맞은 고래, 미완성의 고래가 새겨져 있고, 백상아리로 보이는 큰 상어, 물개, 물범, 혹은 바다사자로 해석할 수 있는 그림 한 점, 바다거북이, 가마우지로 보이는 새 두 마리가 새겨져 있다. 저자가 들려주는 고래와 함께 살았던 당시 사람들의 이야기는 삶의 무게를 느끼게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마을과 바다 사이가 멀어지기 시작했다. 신석기시대 후기였는지 청동기시대 초입이었는지 모르지만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울산만이 동해 쪽으로 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반구대 암각화의 네 번째 새김은 맹수를 주로 새겼다. 쪼아 새기고 갈기 기법을 사용한 그림은 호랑이와 표범, 큰뿔사슴, 정체가 명확하지 않은 뭍짐승 세 마리, 그리고 덫과 그물이라고 한다. 또 깊고 뚜렷하게 형상화된 사람 얼굴이 있고, 그물 안에 들어 있는 호랑이도 보인다. 사람들이 맹수를 주로 새긴 것은 새로운 유형의 종교화였을 것이라고 저자는 추측한다. 신으로 숭배된 맹수들을 바위에 새기고 갈아 더 뚜렷하게 드러나게 했다는 것이다. 앞서 새긴 그림 위에 새 형상을 새로 새기는 일이 여러 차례 거듭되면서 반구대 바위에는 겹친 그림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저자는 기법의 차이나 겹쳐 그려진 물상의 차이에 의해 식별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해석의 차이를 낳고 때로는 엉뚱한 해석에 이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다 어느 시기 수백 년 혹은 수천 년에 걸쳐 반구대를 찾았던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면서 이곳도 잊힌 곳이 되었다. 아마 정착생활이 본격화되고 마을의 규모가 커지면서 별도의 성소가 만들어져서 그랬는지도 모른다고 저자는 이야기를 마친다.

 

저자는 이처럼 시간순으로 네 차례에 걸쳐 반구대 바위 위에 그림을 새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바위 위에 새겨진 물상들과 그 특성이 주를 이루지만 그들 사이에 일어났을 법한 이야기를 종교학과 민속학적으로 해석하며 스토리텔링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특별한 유적을 보존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을 호소한다. 얼핏 말로만 들어서 알고 있던 반구대 암각화를 조금이나마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여러 겹의 기억을 찾아 시간여행을 떠난 것도 좋았지만, 기억과 망각과 새로운 기억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생각해볼 수 있었다. 반구대 암각화를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해서 혹은 이 땅에 살았던 선사시대 사람들의 삶을 알기 위해서라도 한번은 읽어볼 만한 책임에 분명하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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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아메리카에 대한 인문지리서, [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1] | 에세이/심리/여행 2023-04-02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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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문명의 보고 라틴아메리카를 가다 1

정수일 저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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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이 세 번에 걸쳐 76일간 아프리카 22개국을 방문하고 그들의 문명과 유적에 대해 쓴 문명기행문 [문명의 요람 아프리카를 가다]를 읽은 적이 있다. 아프리카에 관한 그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알게 되었고, 라틴아메리카 역시 아프리카처럼 단편적인 지식에 의해 알고 있는 피상적인 대륙에 머물러 있기에 망설임없이 읽었다. 그는 해상실크로드를 통한 문명교류의 양상을 밝히기 위해 전 세계를 여행했다고 한다. 흔히 실크로드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오아시스 육로와 초원로를 떠올리지만, 문명교류의 통로로써 실크로드는 구대륙에만 한정되지 않고 16세기 초부터 해로를 통해 신대륙으로 뻗어나갔다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은 해상실크로드가 지구의 서편에 있는 그 땅까지 어떻게 이어졌는지를 고증하고 확인하기 위해 두 번에 걸쳐 80일간 라틴아메리카 20개국을 문명 탐방하고 쓴 글들을 모아 엮은 책으로 그의 일관된 화두는 문명이었다.

 

라틴아메리카는 잉카문명, 마야문명, 아스떼끄문명 등 고대문명이 자리했던 문명의 보고이지만, 16세기 대서양 항로 개척으로 구대륙에 처음 알려진 이래 제국주의자들의 침략과 수탈로 인해 식민지로 전락하고 원주민인 인디오들이 몰살당한 비운의 땅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들의 문명과 유적, 유물을 확인하기 위해 라틴아메리카의 최남단인 아르헨티나의 우수아이아에서 북단 멕시코와 쿠바에 이르기까지 동서로, 남북으로 현장 탐방하면서 쓴 69편의 글을 1권과 2, 두 권으로 나누어 엮었다. 먼저 1권인 이 책에서 저자는 포르투갈의 해양 왕자 엔히끄가 대서양 항로를 개척하기 위해 출발했던 포르투갈의 리스본 후까곶을 돌아본 뒤 브라질, 파라과이, 우르과이, 아르헨티나 등 라틴아메리카 남동부를 거처 북서쪽으로 올라오면서 볼리비아, 에콰도르, 콜롬비아까지 9개 나라를 다루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대부분의 나라는 구대륙에 알려지면서 사탕수수와 같은 농산물, 황금으로 대표되는 광물로 인해 열강들의 각축장이 되었고, 그 뒤 대부분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그 과정에서 옥수수, 감자, 고추, 땅콩과 같은 라틴아메리카의 특산물이 유라시아에 전해지기도 했지만, 고대문명의 유물, 유적들이 파괴되었고 그런 문화유산을 가진 인디오들이 학살당하면서 그들의 역사 행적은 15세기부터 끊기게 되었다. 저자는 잉카문명과 마야문명의 흔적을 찾아 둘러보면서 원주민인 인디오들이 만들어낸 토기와 도자기 그리고 황금문화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월등하고 뛰어났다고 평가한다. 흔히 토기와 도자기는 고대 동양에서 발전했고, 황금문화 역시 유라시아 대륙에서 이루어졌다는 통설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들의 역사가 15세기를 기점으로 단절되었다는 것은 서구 식민주의자들의 만행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그 결과 그들 대부분의 국가는 서구 어느 나라의 하부단위로 전락했고, 독립 이후에도 고대문명을 빈 공간으로 남겨둔 채 강대국들의 개입과 부패로 얼룩진 근현대사를 간직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아옌데, 체 게바라, 네루다, 리베라와 같은 라틴아메리카의 변혁에 앞장섰던 인물들의 삶을 통해 그들의 공과를 살펴본다. 그런가 하면 저자는 마젤란이 대서양과 태평양을 잇는 바닷길을 열어놓은 마젤란해협, 다윈의 흔적이 있는 비글해협 등을 찾아보며 그들의 여정을 항로를 중심으로 재구성하여 우리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라틴아메리카 인디오들의 이주경로였다.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호모사피엔스의 동진은 인도양을 건넌 후 두 갈래 방향으로 갈라졌다고 한다. 일파는 시베리아로 북상하여 베링해협을 거쳐 북아메리카로 들어갔고, 다른 일파는 한반도 등 동아시아 해역을 거쳐 태평양을 건너 라틴아메리카로 들어갔다는 것이 그것이다. 이러한 이주경로가 라틴아메리카 몇몇 박물관에 지도로 명시되어 있는 것을 보면서 저자는, 인디오들의 일부 문화가 우리네 그것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은 고대로부터 시작된 문명의 공유결과라고 조심스레 추측하기도 한다. 또 한 가지는 광장을 중심으로 중요기관들이 모여있는 큰 도시들의 구조가 국가를 불문하고 동일한 것은 수백 년 전에 세워진 식민지의 흔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전해주는 도시들의 모습은 흡사 판에 박은 듯하다. 이러한 모습이 라틴아메리카의 각 나라들이 처한 현실의 유사함과도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아프리카에 대한 저자의 글에서도 느낀 것이지만, 이 책 역시 라틴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명과 근현대들어 사회변혁을 위한 라틴아메리카인들의 투쟁사, 그리고 각국의 역사, 지리, 사회를 포함한 인문서라는 느낌이 들었다. 2권에서는 이른바 중미라 불리는 나라들과 카리브해의 나라들을 다루게 될 것이다. 그곳 나라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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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왜 미국을 미워하는가? | 사회/정치 2023-03-24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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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물러나다

노엄 촘스키,비자이 프라샤드 공저/유강은 역
시대의창 | 2023년 0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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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왜 우리를 미워하는가?’, ‘그들이 우리를 미워하는 것은 우리가 그들에게 한 일 때문이다.’ 앞선 질문은 1958년 아이젠하워가, 그리고 9.11테러 이후 부시가 참모들에게 하소연한 말이고, 뒤 대답은 미국 정부가 펜타곤조사단을 구성하여 대통령의 하소연에 대해 찾은 답이라고 한다. 이 말들을 뒤집으면 미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미국이 자기들에게 한 일을 잊었거나 혹은 알지 못한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이 책 [물러나다]는 세계에서 가장 비판적인 지식인으로 꼽히는 노암 촘스키와 그의 제자이자 동료인 인도 출신 언론인 비자이 프라샤드가 2021년 말 나눈 대화에 바탕을 둔 대담집이다. 그들은 신냉전으로 치닫는 현재의 국제질서와 앞으로의 세계에 대해 분석하고 전망한다. 촘스키는 이 대담에서 이른바 반테러전이라 불리는 미국의 잔혹한 침략 전쟁 20, 20019.11테러에서 20218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기에 이르기까지, 미국이 중동에서 벌인 군사개입에 대한 진실을 파헤치고 거짓을 폭로하며 전쟁의 실상과 실패 원인을 다룬다. 또한 앞부분에는 미국이 최초로 패배한 전쟁인 베트남전쟁에 대해서, 말미에는 20222월에 시작되어 현재도 진행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프라샤드와 촘스키는 베트남전쟁 중이었던 1967년 촘스키가 쓴 지식인의 책무라는 에세이를 주제로 담화를 시작한다. 촘스키는 이 에세이에서 지식인은 정부의 거짓말을 폭로하고, 정부가 내세우는 대의와 동기, 그리고 종종 감추는 의도에 따른 정부의 행동을 분석하는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프라샤드는 이 에세이가 미국 문명의 이상을 들먹이면서도 실제로는 좀처럼 현실과 대결하지 않는 미국 교수들과 지식인 세계의 위선을 꿰뚫는 글이라며 지금도 그때와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한다. 이어진 그들의 대담은 9.11테러 직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와의 전쟁, 그리고 2011년 나토가 벌인 리비아와의 전쟁을 통해 미국의 전쟁방식을 폭로하고 지식인들이 어떻게 복무했는지를 비판한다. 아직 9.11테러의 증거가 드러나기도 전에 계획되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이 항복 내지는 협상을 제의했음에도 거부당하고, 일방적으로 시작된 이 전쟁들은 미국의 대외 팽창, 그리고 일극 패권 국가에 이르기까지 가장 중요한 정책 수단이 바로 군사력과 전쟁이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고 촘스키는 말한다. 또한 미국은 20218, 20여 년간을 점령했던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게 되었을 때 마지막 드론 공격을 벌였다고 한다. 어린아이 7명을 포함하여 10명의 민간인이 탄 차량을 공격한 것이 그것인데, 처음엔 그들이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했다가 2주일 후 민간인을 죽였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음에도 어떤 미군도 처벌되지 않았다고 한다. 촘스키는 이 사례가 바로 미국이 벌이는 추악한 전쟁의 본질이라고 강조한다. 그들이 벌인 전쟁은 항상 다른 국가, 사람들에게 겁을 주기 위한 방식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반테러전이라 이름 붙인 20여 년간의 전쟁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도덕적으로 추악하며, 군사/경제적으로 실패했다고 촘스키는 말한다. 엄청난 규모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미국이 지원한 건 민주 세력이 아닌 부패한 부자들이었으며, 유엔헌장은 무시당하고, 침략을 정당화했음에도 결국 미군은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일극 패권은 약화되었지만 미국은 이를 인위적으로 막고 나서면서 위험한 확전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미국과 나토가 벌이는 신냉전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다극 세계의 부상은 피할 수 없다고 촘스키는 말한다. 최근 중국의 위협이 강조되는 것은 전 세계가 이런 미국의 지시를 따르지만 중국만이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며, 2022년 봄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군사개입 역시 이러한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한다. 구소련의 붕괴와 함께 힘이 약해졌을 때 미국이 강요하는 조건들을 수용한 러시아가 푸틴이 들어서며 힘을 회복하자 미국의 강요를 거부하기 시작했고, 이에 미국은 나토를 재구성하고 러시아를 압박한 결과가 전쟁으로 표출되었다는 것이다. 사실상의 미-러전쟁인 이 전쟁은 일극 패권의 유지와 다극 세계의 출현이라는 세계 질서 속에서 바라볼 때 그 성격이 명확히 드러난다고 한다. 유럽과 한국, 일본, 호주와 같은 미국 군사동맹체의 대미 종속이 강화되고 있다는 점과 중국, 러시아 및 남반구 전반의 다극화와 비동맹을 향한 지향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즉 미국은 세계가 자신이 만든 규칙을 따르기를 바라지만, 세계는 역사상 유래가 없는 거대한 합의를 담은 유엔헌장에 뿌리를 둔 절차를 구축하기를 열망하고 있다며 촘스키는 우리에게 세계 체제를 어떻게 정의할지를 묻고 있다.

 

촘스키의 저작들은 가급적 찾아 읽는 편이다. 그를 통해 접하기 어려운 미국의 대외정책에 대한 자료들을 알게 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가 자신의 에세이에서 말한 지식인의 책무를 어떤 압력과 회유 속에서도 충실하게 지켜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지 않은 대부분의 국가가 유엔헌장에 기초를 둔 다자주의를 통해 세계 체제를 정의하고자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가? 그에 대한 답을 이 책은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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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운이 지은 하느님 노래, [용담유사] | 역사/동양고전 2023-03-2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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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용담유사

김용옥 저
통나무 | 2021년 0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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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894년에 일어난 농민들의 반외세, 반봉건 투쟁인 동학농민전쟁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지만 그 혁명의 디딤돌이 된 동학에 대한 앎은 단편적인 수준에 머무른다. 아마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하나는 동학보다는 갑오농민전쟁의 성격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나 역시 동학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학교에서 배운대로 수운 최제우가 동학을 창시하고 경전으로 [동경대전][용담유사]를 저술했으며, 해월 최시형의 포교로 전국적인 조직으로 성장했다는 사실 정도이다. 그래서 수운이 지은 그 책, 동학의 경전을 읽어보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었다. 동학의 경전 중 하나인 이 책 [용담유사]를 읽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에 우연이 더해진 결과이다.

 

수운은 종교대각체험을 한 후 자신의 체험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두 권의 책을 저술했다. 하나는 한문으로 쓴 [동경대전]이고 다른 하나는 한글로 쓴 [용담유사]이다. 수운이 자신의 사상을 표현한 [동경대전]을 저술했음에도 별도로 한글 가사인 4.4조 운율의 [용담유사]를 쓴 것은 그것이 민중의 언어였기 때문이라고 도올 김용옥은 말한다. 그럼에도 [용담유사]가 현대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던 이유는 번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용담유사]는 한글 가사이지만 한문 표현이 많아 해설을 요구했고, 20세기를 통해 한글이 많이 변하여 일반인이 그 뜻을 알기 어려웠다. 그러나 한글 가사라는 이유로 번역의 대상이 되지 않아 민중의 삶에서 멀어져 갔다는 것이다. 도올은 우리에게 수운의 본뜻을 정확히 전하기 위해 [용담유사]의 언어를 현재의 우리말로 풀어냈다고 말한다.

 

[용담유사]의 용담은 경주 인근 수운이 활동하던 지역의 이름이고 유사는 깨우침을 주는 노래라는 뜻이다. 수운은 하느님과의 영적 만남을 통해 무극대도를 얻고 포교를 시작했으나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지 않고는 새로운 개벽의 진리를 선포할 수 없다는 현실에 직면한다. 그래서 그는 [동경대전]과는 별도로 일반 민중과 교류하기 위하여 자신이 종교체험을 한 18604월 이후부터 체포되기 직전인 18638월까지 총 8편의 한글 가사를 저술했다. 이 책에는 집필된 순서로 <용담가>, <안심가>, <교훈가>, <도수사>, <권학가>, <몽중노소문답가>, <도덕가>, <흥비가> 8편이 원문과 함께 도올의 우리말 풀이가 실려있다. 도올은 [용담유사]에 나오는 한자 표현의 출처와 함께 수운이 이야기하는 사건의 전말을 자세히 병기하면서 해석하여 우리의 이해를 돕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눈길이 갔던 부분은 수운이 처음 동학을 창시했을 때 받았던 음해와 핍박, 그리고 동학으로 새롭게 조직하여 포교하자 모여든 온갖 종교사기꾼들에 대한 묘사였다. 영남 유생들의 시기와 음해, 그리고 조선왕조의 핍박은 수운이 포교하는 새로운 사상에 대한 당시 백성들이 호응이 뜨거워지자 그에 대한 반작용이었다. 그런 와중에 모여든 종교사기꾼들이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수운의 사상을 멋대로 해석하여 백성들을 현혹하자 수운은 그들의 실상을 낱낱이 파헤친다. 예나 지금이나 윗사람의 마음이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내세워 호가호위하는 치고 제대로 된 없다는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님을 다시금 느낀다. 특히 한글 가사를 읽어가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18세기 중엽의 한글 표기법을 보게 된 것이다. 읽다 보면 어떤 단어는 의미를 알 것도 같고, 어떤 단어는 갸우뚱하게 만든다. 그러다 해석을 보는 순간 머릿속이 환해지기도 한다. [용담유사]라는 책의 내용이 어떠한지, 그리고 처음 수운이 동학을 창시하게 된 동기와 배경이 무엇인지를 안 것만으로도 책을 읽은 보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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