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제갈량을 좋아할 것이다. 중국에서도 신처럼 추앙받는 제갈량은 삼국지 내에서 수많은 영웅들 가운데서도 천재적인 지략과 불리한 상황에서도 상황을 꿰뚫는 통찰력과 정치력 등으로 유명하며, 똑똑하고 머리 좋은 사람의 대명사로도 불리기도 한다.
그런 삼국지의 제갈량과 심리학을 엮어서 풀어낸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여러 심리학 요소를 중국 삼국시대의 제갈량의 행적을 따라가며 제갈량의 생각이나 병법을 그런 심리학적인 부분에서 설명해주고 있다. 2권인만큼 제갈량 등장 이후 적벽대전 후의 부분부터 제갈량 사후까지의 역사를 다루고 있어서 삼국지를 좋아하거나 연의를 재미있게 읽어보았던 사람들은 더욱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다. 역사적인 흐름은 연의와 비슷하게 흘러가지만 조금 다른 점은 연의는 제갈량의 신적인 모습이나 완벽한 모습만을 주로 다루었다면 이 책은 같은 사건에서 제갈량을 조금 인간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그런 부분들을 심리학 요소로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방통과 제갈량은 수경 사마휘의 제자로서 연의에서는 서로를 위해 도움을 주려는 모습만이 주로 그려진다면 방통과 제갈량은 정치적으로 상대방을 서로 견제하는 부분도 있었다는 해석을 내리고 있다. 방통이 유비에게 바로 가지 않았던 것도 제갈량이라는 그늘이 이미 존재했기 때문에 자신이 중용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는 점이나 제갈량이 서천 정벌 때 방통의 죽음을 예감했지만 유비에게 보낸 서신에서는 방통이라고 명시하지 않았다는 점 등도 제갈량의 정치적인 면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읍참마속'의 유래인 가정 전투에서 패한 마속을 처형할 때도, 제갈량은 사실 마속보다 부장인 왕평의 능력이나 전투 경험이 더 높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마속에 대한 인간적인 편애로 인해 결과적으로는 그릇된 선택을 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해서도 첫인상이 매우 좋았던 마속과 그렇지 못했던 위연에 대해 내내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도 제갈량의 인간적인 면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능력에 비해 마속은 총애했고, 위연은 낮게 평가한 제갈량의 행동도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첫인상이 그 사람에 대한 영향을 많이 준다는 '초두효과'의 결과라는 것이다.
제갈량이 시대의 뛰어난 지략가이자 정치가라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런 제갈량조차 자신을 드높이기 위해 스스로 노력했으며, 위대한 업적도 있지만 큰 실수를 한 전투도 있으며 사람을 잘못 기용하기도 했고, 나이가 들수록 여유와 웃음을 잃어가는 모습에서 그도 결국 인간임을 알 수 있게 하며, 그런 부분이 심리학적으로 어떤 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 책을 통해 상세히 알 수 있었다. 분명, 삼국지를 재미있게 읽어보았거나 제갈량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은 조금 다른 관점에서 재미있게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