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우 없는 세계 도서 리뷰 : 가출 청소년들이 겪고 있을 물적, 심적 고통을 생각해보며

담담한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표현하고 마음에는 물결이 그려지는 백온유 작가의 필체. [페퍼민트]에서 우리에게 일어날 필연적 일들을 미리 그려보며 다가올 미래에 의연해 질 것을 주문했듯 과거, 현재, 미래 어딘가를 떠돌고 있을 십대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일 것을 쑥 들이밀었다. 경우 없는 경우, 우리는 아연해지고 뭔가 빠져버렸음에도 채워내지 못하는데. 이 책에서 경우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마치 정세랑의 <시선으로부터>가 심시선으로부터의 메세지였던 것에 아!하는 탄성이 나왔듯 [경우 없는 세계]의 경우가 사람이기에 오호라, 하는 추임새가 좀 달랐달까.
부모의 소유물이었을 뿐인 인수가 집을 나와 길을 전전하며 만났던 첫 친구는 성연, 뒤끝은 없는 듯 하나 자기 힘을 과시하려는 기질을 타고나 점점 자신을 망쳐가고 가출한 십대들 가운데 지시하는 자가 되어간다. 경우는 친절, 묵묵히 아르바이트를 통한 자발적 노동으로 돈을 버는 친구. 가출한 세계에서 이런 친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 전혀 믿기지 않아 끌리면서도 왠지 모르게 부정하고만 싶다.
인수는 크게 이 두 친구의 말과 행동 반경 안에서 자기 자신을 들여다본다. 성연에게는 성연을 끔찍히 생각해주는 엄마가 있어 그토록 뒤끝없이 밝았구나, 경우는 함께 살고 싶은 희망을 품게 해 주는 엄마가 있어 참고 견디며 살고 있구나. 그런데 나는 뭐지? 그럭저럭 잘 사는 내 부모는 과연 날 찾기나 할까. 둘을 보며 부모에 대한 이런 생각에서부터 가치 판단의 잣대까지 배워간다.
어느 날, A가 자동차 퍽치기를 시도하려다 뺑소니를 당하고 찾아왔는데 다음날 죽어버리고 일이 발생한자. 그날 이후로 인수 몸에는 벌레가 기어다니는 환각과 몸은 으슬으슬 춥고 귀신들의 소리가 들린다. A를 묻어버렸던 아이들은 나중에 경우의 자진신고로 형 처분을 받고 성연은 아버지가 고용해준 변호사 덕분에 무죄처리가 되지만 분식집에서 아버지에게 뺨을 맞고 어른이 되도록 돌아가지 않는다.
이후 고시원에 있을 때 형을 마치고 나온 경우가 자신을 기다리는 것을 봤었는데, 모른척 하고 다음날에는 볼 수 있겠지 했는데 오토바이 사고에 의한 부고 소식을 듣는다.
동네 골목에서 만난 가출 청소년 이호를 데려와 재우고 밥을 먹여준다. '나도 가출했던 적 있어서 그래'가 유일한 이유인데 이게 통한다. 이호에게 부담 갖지 말고 도와줄테니 공부해보기도 툭 건넨다. 그 순간 인수의 몸은 따뜻해진다. 경우에게 배웠던 그만의 배려와 친절, 진심이 불어온 거겠지.
가출하지 않아도 십대를 이해하려는 마음이 있어야지. 우리도 그랬었으니까. 부모에게 속상하고 괜히 센척 뻗대보고 싶은 게 그 시절인데, 또한 이해받고 싶은 속마음. 경우가 없는 세계에서 그 몫을 어른들이 대신해줄 수는 없는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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